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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병사의 비밀 - 셀럽들의 은밀한 생로병사
KBS 셀럽병사의 비밀 제작팀 지음, 한산이가(이낙준) 감수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6월
평점 :

『셀럽 병사의 비밀』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셀럽들과 역사 속 인물들이 어떤 질병을 앓았고,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를 다룬 책이다. 단순한 병명이나 죽음의 원인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생애와 당시 시대 상황, 사회적 맥락까지 함께 풀어내어 매우 흥미롭고도 깊이 있는 내용을 전한다. 무엇보다 KBS에서 방영된 동명의 프로그램을 책으로 나온거라 , 더 생생하게 읽히며 몰입도가 높다.
이 책에는 총 10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첫 장을 장식하는 인물은 배우 오드리 헵번이다. 누구나 아는 은막의 여신이지만, 그녀의 어린 시절은 전쟁의 참혹한 현실 속에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치하의 네덜란드에서 지냈고, 안네 프랑크와 동갑이라는 점도 놀라웠다. 그녀의 죽음이 단순한 암이 아닌, 전쟁 중의 영양실조와 정신적 충격의 후유증이라는 분석은 매우 인상 깊다. 한 인간으로서 그녀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는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했는데, 당시 유럽을 휩쓸던 감염병이 예술가의 생명을 앗아간 현실을 보여준다. 나폴레옹의 경우, 그의 죽음에 얽힌 독살설과 무덤을 열어 조사한 이야기까지 다뤄지며 역사와 의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스타로서의 화려함과는 달리, 살인적인 스케줄과 약물 중독, 스트레스로 인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점에서 깊은 여운을 남긴다.
히틀러의 경우엔 그의 정신질환과 생리적 증상들이 분석되며, 그가 왜 그런 파괴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시한다. 이어지는 마타하리의 이야기는 단순한 스파이의 전설이 아니라, 여성으로서 시대의 희생양이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진실을 보여준다. 그녀가 어떻게 스파이로 불리게 되었는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조선의 고종도 등장한다. 독살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렸던 고종이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 그리고 그 시대 조선의 정치적 상황이 함께 서술되어 한국 독자에게는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사치와 화려한 궁중 생활의 결과로 질병을 얻었고, 이는 당시 식습관과 위생 개념의 부족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얄타회담 이후 의문 속에 죽음을 맞이한 루즈벨트, 처칠, 스탈린의 이야기 역시 정치와 의학, 음모론이 복합적으로 얽힌 이야기로 다뤄진다. 마지막 인물인 코코 샤넬은 그녀의 브랜드 이미지와 달리, 말년에는 고립된 삶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소개되며 인간 샤넬의 면모를 되짚게 한다.
이 책은 단지 유명인의 죽음을 흥미롭게 풀어낸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애와 죽음을 통해 역사, 의학, 인간 심리까지 함께 조망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시대적 배경, 식습관, 의학적 지식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다층적인 독서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과거 의학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 그들이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오히려 인간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셀럽 병사의 비밀』은 단지 재미있는 지식 책이 아닌, 한 인물의 죽음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울림 있는 책이다. TV 프로그램으로 감동을 받았던 이들에게는 다시금 기억을 되살리게 해주고, 역사와 인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흥미를 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