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 꽃을 세지 project B
미카엘라 치리프 지음, 아만다 미항고스 그림, 문주선 옮김 / 반달(킨더랜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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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잠들기 전에 꽃을 세지.
해바라기 한 송이, 장미 두 송이, 제라늄 세 송이, 재스민 네 송이
이렇게.”

요즘 흔히 쓰이는 이불킥이라는 말은 잠들기 전 누워서 하는 오늘 하루에 대한 후회, 창피함의 감정들을 일컫는 말이다. 베개에 머리를 댄 순간부터 머릿속은 오늘 있었던 일들로 가득차고 만다. 그만큼 잠자리는 우리를 순순히 꿈나라로 보내주는 법이 없다.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여봐도 잠에 들지 않을 때 아주 고전적이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양 세기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푸른 초원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양을 한 마리, 두 마리 지나보내고나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침 햇살이 스미는 시간이다.

이렇게 참 고마운 양이건만 그렇다면 양들은 잠이 안오면 무엇을 셀까? 너무도 사랑스러운 관점을 지닌 이 책은 잠에 들기 전 꽃을 세는 양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잠옷도, 베개도, 실내화도 없는 양은 어떤 밤을 보내고 어떤 꿈을 꾸는지… 잠든 양은 울타리에 부딪히지 않는다. 나무와도 비둘기와도. 아슬아슬하게 위기에서 벗어나는 양의 꿈은 우리가 꾸는 꿈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오늘밤 양들은 어떤 꿈을 펼치며 어둠 속을 비출까?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누며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떠올려도 좋을 것 같다.

철학적인 메시지와 그림으로 자유로운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그림책 ‘양은 꽃을 세지’

📚#양은꽃을세지 #미카엘라치리프 #아만다미항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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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빛의 수수께끼 웅진책마을 117
김영주 지음, 해랑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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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주니어에서 나온 김영주 작가님의 신작 '하얀빛의 수수께끼'

아름다운 색감의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 이 책의 배경은 조선시대이다.


하얀빛의 수수께끼를 읽고 '숙수'라는 직업에 대해 처음 알게되었다. 숙수는 조선시대 궁중잔치나 궁궐의 큰 일이 있을 때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던 남자 요리사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남성이 부엌에서 요리를 하게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조선시대이니 그 편견과 핍박이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이 간다.


주인공 창이의 아버지는 숙수 중에서도 그 능력과 성실함을 으뜸으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지만 아버지의 직업을 세습받아야 하는 창이는 숙수라는 직업이 그저 창피할 뿐이다. 그런 창이에게 아버지는 수수께끼를 하나 던진다.


"하얗게 핀 꽃

눈에 띌 듯 눈에 띄지 아니하며

중하지 않은 듯 중하다."


수수께끼를 풀면 숙수가 아닌 원하는 일을 해도 된다는 아버지의 제안을 받은 창이는 아버지를 따라 화성에 내려가 함께 잔치 준비를 하며 수수께끼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하얗게 핀 꽃이 쌀일지, 콩일지 고민해보지만 나날이 갈수록 문제는 더욱 어렵게만 느껴진다.



숙수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창이는 여러 숙수들에게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결국 수수께끼의 답을 찾게된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자신에게 왜 이러한 문제를 던지고 답을 찾게 했는지도 깨닫는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누군가의 삶에 대해 내리는 평가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일 뿐이다. 그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직접 알맹이 속으로 뛰어들어가 부딪히고 땀 흘리며 살아보는 수 밖엔 없다. 친구들이 바라본, 사회가 바라본 숙수의 삶이 아닌 그들의 삶 속에서 보람과 가치를 경험한 창이는 깨닫게 된다. 겉보기에 중요하지 않아도,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전혀 상관 없다는 것을.



창이가 수수께끼의 답을 찾아나가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거기다 아버지가 낸 문제 뿐 아니라 창이에게 또 다른 수수께끼가 하나 더 찾아오는데, 그 인물과 창이의 관계는 이야기에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인물의 정체를 상상하며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흥미진진해서 단숨에 읽었던 책, 하얀빛의 수수께끼. 그리고 중간중간 너무 맛있어보이는 그림들이 많이 등장해서 식욕이 당기기도 했다. 예쁜 한과나 약과와 함께 읽으면 눈과 입 모두 즐거울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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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신
오승민 지음 / 만만한책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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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끝에 하얀 배가 있다네. 병들고 아픈 동물을 기다리네. 거기에 생명을 살리는 신이 있다네. 죽음에서 삶으로 돌려보내 주는 붉은신이 있다네.”


가장 약한 쥐라는 뜻의 ‘꼬리끝’이라는 이름을 가진 쥐는 할아비 쥐가 말한 생명의 붉은신을 만나기 위해 하얀 배로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마주한 것은 두 발이 가둬놓은 검은 눈물을 흘리는 토끼, 모습이 변한 개구리, 일어서지 못하는 아픈 개들이었다.


할아비 쥐의 말은 틀렸던 것일까? 붉은신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그러던 중 꼬리끝이 붉은신을 발견한 것은 생명이 다해갈 때 쯤이었다. 꼬리끝은 다시 한 번 생명의 의지를 가지고 오랑우탄 559와 함께 붉은신을 눈앞에 마주한다. 실패한 동물 559로 불렸던 오랑우탄은 자신의 원래 이름을 기억해내고 저 밑에 아직 남아있는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여정을 다시 한 번 떠난다.


붉은신은 동물 실험이라는 무거운, 그치만 반드시 마주해야하는 문제에 관해 다룬 그림책이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끔찍한 폭력성과 그로 인한 두려움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하얗게 변한 할아비 쥐도 붉은신을 만나 그 끔찍한 곳에서 살아돌아왔던거겠지? 그렇기에 아직 그 안에 갇혀있는 다른 동물들을 구하기 위한 노래를 만들어 불렀던게 아닐까싶다.


오랑우탄이 굴뚝에 닿기 위해 한 개, 두 개씩 철창을 열심히 쌓아올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결국 할아비 쥐, 오랑우탄, 꼬리끝이 모두 힘을 합쳤기에 생명을 살릴 수 있게된 것 같아서이다. 그들처럼 우리 사회도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야 모든 생명이 ‘제 생명대로’ 살 수 있는 곳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건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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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똥보다는 불씨가 좋아! 맑은아이 6
이이나 지음, 변우재 그림 / 맑은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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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면 따뜻하고 거기까지 가면 뜨겁고 저기까지 닿으면 큰일 나 ... 그러니까 딱 좋은 거리까지만 가."


시린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타닥타닥 불을 피우고 가만히 앉아 멍때리고싶은
그 계절이 왔다는 것이다.
감기 기운 있는 너구리도 세수 마친 토끼도
모두 모여 뜨끈한 불 앞에서 노곤한 여유를 즐긴다.

그치만 따뜻하고 친절한 불씨도 선을 넘어가면
한순간 무시무시한 불길로 번지게 된다.

생명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존재이면서도
잘못하면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불'을
균형있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책이다.

화재가 났을 때 해야 할 구체적인 소화와 대피 방법부터
불씨를 다루는 상냥하고 점잖은 자세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태도까지.
함께 생각해보고 나눌 이야기가 참 많다.

보름달이 뜬 밤, 숲, 친구들, 모닥불, 고구마...
보기만 해도 고요한 겨울의 정취가 느껴지는 그림들이
읽는 내내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듯한 편안함을 준다.
뿐만 아니라 한 문장 한 문장 정성스러운 글도
책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교실에서 화재 예방 교육으로 나눠보기에 너무 좋은 책.
불의 위험성에 대해 큰 감각이 없는 어린 아이들도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읽어보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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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요, 달평 씨 그림책이 참 좋아 93
신민재 지음 / 책읽는곰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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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반 아이들 최애 그림책 #어서와요달평씨 에 이은 신작 #도망쳐요달평씨 


새 책을 보여주자마자 다들 한껏 기대감에 부푼 목소리로 재밌겠다고 외쳤다. 표지 한 장면만 보고도 ‘달평씨가 무언가를 훔쳐서 달아나는 모습’, ‘복싱 장갑을 끼고 누군가와 싸워서 여기저기 다친 모습’이라는 온갖 재밌는 상상들이 난무했다. 


풀밭에서 편안하게 쉬던 달평씨는 들켜서는 안될 존재에게 발견당하고…! 얼떨결에 장난꾸러기 세 아이들의 일일 돌봄 선생님이 된 달평씨는 지금까지 쌓아왔던 집안일 실력을 마음껏 뽐낸다. 👍


그런데 스파게티도 만들어주고, 책도 읽어줬건만… 세 악동 녀석들은 달평씨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달평씨를 보면 어린 아이들을 힘겹게, 그치만 그 무엇도 필요로 하지 않고 사랑으로 기르는 부모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고뭉치에 말도 듣지 않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피곤하지만 자신의 온몸을 날려 구할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마음은 한없이 깊다. 물론 그 마음은 아무리 어린아이일지라도 오롯이 전달되어 사랑을 머금은 사람으로 자라날 것이다. 


달평씨의 몸이 쑤우욱 커지는 장면에서는 빵 터지는 웃음을, 아이들에 대한 달평씨의 마음에서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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