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떤 면에서 열등감을 가지고 있듯이 누구나 어떤 면에서 자만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자만심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자만심은 우리로 하여금 사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니까. 그리고 자만심을 느끼는 순간에는 자존감도 있을 것 같으니까.

 

 

부자 친구가 고급 자동차를 자랑한다고 하면 난 기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래 넌 부자로 살렴. 난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살게. 난 계속 노력할 거거든.’라고 생각해 버리면 그만이다. 영어 실력을 뽐내는 친구가 있으면 ‘그래 넌 영어 실력을 자랑스러워하렴. 난 글 실력을 자랑스러워할게.’라고 생각해 버리면 그만이다. 골프 실력을 뽐내는 친구가 있으면 ‘넌 골프 실력을 자랑스러워하렴. 난 글 실력을 자랑스러워할게.’라고 생각해 버리면 그만이다. 시기심을 갖지 않고 기죽지 않는 것. 이것이 자만심이 내게 주는 선물이다.(앞으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자만심에 빠지면 자기 자랑에 취해 신나게 떠들어 대다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른다든지 중요한 무엇을 놓칠 가능성이 있든지 하리라. 이 점이 자만심에 빠진 자의 주의 사항이다.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겉으로 자만심을 드러내지 말 것. 기죽지 않고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며 살기 위해 마음속에 자만심을 가질 것.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일 것 같다고 생각해 봤다.

 

 

 

 

 

 

 

 

 

 

 

 

 

 

 

 

 

...............
사실 우리 인간이 가진 감정 중에 ‘자만심’ 만큼 굴복시키기 힘든 것도 없다. 감추려 해도 때려 눕혀도 숨통을 막고 눌러도 자만심은 살아남아서 여기저기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쓰는 이 글에서도 그것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것을 완전히 극복해 냈다고 한다면 그것은 내가 겸손하다고 하는 자만이니까.(171쪽)

 

- 벤저민 프랭클린, <프랭클린 자서전>에서.
...............

 

 

 

 

 

 

 

 

 

 

 

 

 

 

 

 

 

 

 

 

 

 


...............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적든 많든 자만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과장하지 않고도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뛰어난 능력을 타고나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사람들만이 자신의 가치를 과장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304쪽)

 

- 버트런드 러셀, <런던통신 1931-1935>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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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4-08 0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대방과 나를 비교하려는 마음이 생기면 자신의 위치에 따라서 자만심 또는 열등감이 생겨요.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 내 생각과 행동에 대한 확신이 생겨요. 그러한 확신이 자만심으로 변질되지 않게 유지하는 일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페크(pek0501) 2019-04-08 12:23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제가 그래서 자만심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마음속에만 자만심이 있다면 바람직하다고 썼지요.
자만심으로 변질되지 않게 유지하는 게 중요. 기억해 놓겠습니다.
좋은 점심 시간 되십시오. 고맙습니다.
 

 

 

 

 

 

 


올해 1월에 한국예총에서 선정한 ‘올해의 칼럼니스트’로 상을 받게 되어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했는데, 운이 계속 좋을 전망인 걸까.

 

 

어제 한 일간지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점잖고 예의 바른 기자다운 남자 목소리가 나에게 원고 청탁을 하는 전화였다. 주 1회 칼럼을 연재해 달라는 거였다.

 

 

난 깜짝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의아해서 또 감격해서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놀라면 말이 안 나온다는 걸 이때 완전히 이해했다.

 

 

내가 알기로 그 일간지는 국내 유력 일간지 4위 안에 드는데, 어떻게 나 같은 사람에게 원고 청탁을 할 수 있는 건지 이상해서 당황해서 말은 안 나오고 머릿속에서 생각만 했다.

 

 

생각만 하다가 마냥 전화기를 붙들고 있을 수만 없어서 고민해 보고 모레 연락하겠다고 얼른 매듭을 짓고 전화를 끊었다.

 

 

인터넷을 통해 내 글을 본 누군가가 나를 그쪽에 추천했을까. 아니면 그 일간지의 기자가 직접 내 글을 보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이 일이 행운인지 아닌지 판단이 되질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유력 일간지의 연재를 맡기에는 내 역량이 부족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아직도 연재를 맡을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괜히 연재를 맡아서 내 글이 형편없다고 망신을 당하는 일이 생긴다면 이건 악운일 터. 그래서 신중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것이 행운인지 악운인지 알 수가 없어 지금도 고민 중이다. (오늘은 만우절입니다. 그래서 장난을 쳐 봤습니다. 그러니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가 안 되시는 분은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그러니 소설로 읽어 주시고 용서해 주십시오.)

 

 

잘난 척하는 것 같아서 이 글을 올리는 데에 용기가 필요했다는 것을 고백한다. 

 

 

 

 

 

 

 


.................................................
오늘 바쁜 일이 있어서 30분 만에 쓴 글임을 알립니다.
수정할 곳이 있으면 나중에 수정하겠습니다.

 

 

덧붙임) 이런 농담을 하는 것이 잘난 척하는 것 같아서 용기가 필요했다는 뜻입니다.(4월 1일 오후 7시 49분에 덧붙임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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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1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04-01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기뻐하며 읽었습니다 ^^
생신도 축하드립니다.

페크(pek0501) 2019-04-01 19:33   좋아요 0 | URL
아, 나인 님. 기뻐하며 읽으셨다니 나인 님이 마구 좋아질라고 합니다. 원래 좋아하지만요...ㅋ
만우절이라 장난을 쳐 봤습니다. 전부 뻥입니다. 제 생일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4대 일간지에 글을 쓰는 일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요.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한테까지 기회가 오겠습니까?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지요.
생일 축하는 사실이니까 축하 인사를 고맙게 받겠습니다.

syo 2019-04-01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될 사람이 되는 거지요. 축하드립니다, 페크님!!

페크(pek0501) 2019-04-01 19:35   좋아요 1 | URL
시오 님. 실망입니다. ㅋ 제 글을 끝까지 읽지 않으셨나 봅니다. 제가 만우절이라 장난을 친 거라고 글 끝부분에 밝혀 놓았는데요... 호호~~ 어쨌든 이 글을 사실로 믿을 만큼 저를 과대 평가하시는 것 같아 기분은 좋습니다요.

4대 일간지에 제가 칼럼을 쓰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좋은 저녁 보내세요.
아, 생일은 사실입니다.


syo 2019-04-01 19:48   좋아요 1 | URL
읽었으나 인간은 믿고 싶은 걸 믿는 법이잖아요......

세상 생일 가운데 만우절이 생일인 사람이 두 번째로 불행한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무도 안 믿어주는.....

페크(pek0501) 2019-04-01 19:52   좋아요 0 | URL
아 역시 시오 님은 저보다 한 수 위이십니다. 저도 1초 정도 시오 님은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당~~ 믿어 주십시오. ㅋ

붕붕툐툐 2019-04-01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정말 축하드려요!! 안목 있는 사람이네요~(근데 이 청탁건이 만우절 장난이라는 말씀은 아니시죠??^^)

페크(pek0501) 2019-04-01 19:37   좋아요 0 | URL
만우절 장난입니당~~ 저에게 유명 신문에서 원고 청탁을 할 리 없잖습니까?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어서 글이라도 뻥을 쳐 봤습니다.

오늘 제 생일인 것은 맞습니다. 축하, 감사히 받겠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psyche 2019-04-01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라고 말하려고 죽 읽다보니 만우절이군요. 하지만 언젠가는 현실이 될 수도!
생일 축하드려요. 만우절이 생일이라 어릴 적에 친구들이 안 믿었겠네요 ㅎㅎ 저는 만우절 다음날이 생일이라 그 마음을 쬐끔 알거든요. 아이들한테 내일 내 생일이야 해도 아무도 안믿었다는...ㅜㅜ

페크(pek0501) 2019-04-02 13:25   좋아요 0 | URL
예. 그렇습니다. 제 생일이기도 해서 인상에 남는 글을 써 보자, 하고 이왕이면 재밌는 글을 써 보자, 하고 장난을 쳐 봤습니다. 만우절을 그냥 보내기 아쉽잖아요.

저도 학교 다닐 때 오늘이 내 생일이야, 라고 말하면 만우절인 것 다 알아,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제가 억울했던 기분은 기억합니다.
오늘이 그럼 psyche 님의 생일이겠군요.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생일날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19-04-01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칼럼 일간지 연재는 아래 덧붙인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댓글을 못 썼는데, 만우절 이벤트라니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좋은 소식으로 반갑게 읽었어요.
지금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그런 날이 머지않아 올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생긴다고 하니까요.
오늘 날씨가 조금 차갑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19-04-02 13:30   좋아요 1 | URL
아, 생일 축하, 하루 지났지만 접수합니다. 어제 저녁을 가족과 외식했답니다.
으음... 10년 뒤쯤 제 글이 많이 향상되어서 2류 신문 연재가 가능할까요?ㅋ
원래 목표란 이룰 수 없는 지점에 있어야 하는 거죠. 그날을 위해 늘 공부하는 자세를 가질 겁니다. 독서도 많이 하고 말이죠. 특히 좋은 책은 반복 독서를 할 계획입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생긴다, 좋은 말입니다.

날씨는 차가와도 미세먼지가 없어서 좋더군요. 오늘도 해질 무렵에 산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게 지내세요.

카알벨루치 2019-04-01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잼납니다 페크님 장난 ㅋㅋ

페크(pek0501) 2019-04-02 13:33   좋아요 2 | URL
바로 그겁니다. 그런 댓글을 제가 기대했다는 거죠. 그런데 의외로 알라디너 님들은 책을 많이 봐서 진지하고 순수한 경향이 있어서인지 이런 장난을 잘 즐기시질 못하는 것 같아요.
삶은 농담이라고 말한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납니다. 우린 농담하는 마음으로 웃을 준비를 하고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카스피 2019-04-02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페크님께서 좀더 절차탁마하시면 컬럼쓰시는 것도 크게 무리없으실 거란 생각이 듭니다^^

페크(pek0501) 2019-04-03 09:07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카스피 님. 반갑습니다.
예, 배우려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배워야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취미라는 것도 발전이 있어야 재밌는 법이니까요.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2019-04-03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4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4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5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3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4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4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5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과나비🍎 2019-04-03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일간지 칼럼 축하해 드리려고 했는데, 만우절 농담이었군요~^^*
완전히 속았어요~^^;

페크(pek0501) 2019-04-04 12:30   좋아요 1 | URL
하하~~ 완전히 속으라고 제목도 그렇게 지은 거랍니다. 만우절을 게다가 제 생일인데 그냥 지나가기가 아쉬웠거든요. 내년에 또 어떤 장난의 글을 쓸지 모릅니다. 더 기발한 것, 충격적인 걸 해야겠어요. 미국으로부터 칼럼 연재를 제의받아서 이게 혹시 사기꾼의 유혹인가 싶었다, 하는 정도로 써야겠어요. ㅋㅋㅋ

댓글과 축하, 감사히 받겠습니다. 산책하기 좋은 날입니다. 좋은 공기를 마음껏 누리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사과나비🍎 2019-04-08 22:01   좋아요 1 | URL
^^* 내년에도 페크님의 만우절 농담 기대할게요~^^*
그때도 생일 축하 인사 남기도록 할게요~^^*

페크님도 언제나 좋은 일 가득하시기 바랄게요~^^*

페크(pek0501) 2019-04-11 13:24   좋아요 1 | URL
언제나 좋은 일이 가득하길 바란다는 말씀, 감사합니다. 언제나 좋게 해석하며 살기를 노력하겠습니다. 해석하기 나름일 테니까요.
불행이 닥치면 그다음에 좋은 일이 있으려고 그러나 보나, 이렇게요. 또는 액땜한 것인가 보다, 이렇게요.

내년 만우절에 꼭 들러 주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고맙습니다.

사과나비🍎 2019-04-12 00:28   좋아요 1 | URL
^^* 예~ 역시 페크님은 말씀도 정말 좋게 잘하시는 것 같아요~^^*
예~ 내년 만우절에도 오도록 노력할게요~^^*
축하 인사말 남겨야지요~^^*

페크(pek0501) 2019-04-13 14:03   좋아요 0 | URL
예 예 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19-04-06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6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4-08 0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요. 내가 간절히 원했던 일이 언젠가는 진짜로 실현될 수 있으니까요. 이 글이 ‘성지 글’이 되길 바랍니다. ^^

페크(pek0501) 2019-04-08 12:28   좋아요 0 | URL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오히려 삶을 잘 살 수 있는 거라고 심리학 책에서 최근 봤습니다. 사람 심리가 확실성보다 불확실성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박에 빠지는 사람이 있고 강원랜드가 인기인 모양입니다.

제 능력의 한계를 느껴 글쓰기는 여기까지라고 생각했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믿어 보겠습니다. 성지 글, 감사합니다.
점심 맛있게 드십시오.
 

 

 

 

 


제목 : 배려심

 


누가 들으면 과장이 심하다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내가 경험한 것을 그대로 말하려고 한다. 어느 날 옆구리에서 통증이 느껴져 몸에 큰 병이 생긴 게 아닐까 걱정하며 병원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교통카드가 없어서 현금으로 내야 했기 때문에 운전기사에게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 물었다. 운전기사는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그러고는 버스 요금을 말해 주었다. 운전기사의 활기찬 목소리에는 친절함이 담겨 있었다. 난 그때 병원에 가는 길이어서 마음이 어두웠다. 그런데 운전기사의 그 인사말에 마음이 밝아짐을 느꼈다. 그 한마디에 기분이 확 바뀐 나 자신에게 놀랐고 작은 친절의 위력에도 놀랐다.

 

 

만약 그때 운전기사가 요금을 묻는 나에게 버스 요금도 모르냐고 짜증 섞인 말로 불친절하게 대했다면 어땠을까? 근심이 가득해서 어두웠던 내 마음은 더 어두워져 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그 운전기사가 참 고마웠다. 친절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생긴다.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은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적에 집으로 가는 길을 잃고 헤매다가, 지나가던 사람에게 길을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내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사람을 보고 혹시 나를 도와주기 위해 하늘에서 잠시 내려온 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친절한 사람을 만날 때면 천사 생각을 종종 할 때가 있다.

 

 

누구에겐가 천사의 역할을 해 본다는 것은 멋진 일이 아닐까. 때로는 사랑을 받는 일보다 사랑을 주는 일이 더 즐겁듯이, 선물을 받는 것보다 선물을 주는 것이 더 즐겁듯이, 천사를 만나는 일보다 직접 천사가 되어 보는 일이 더 즐거운 일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또는 자기 기분에 빠져서 남에게 친절을 베풀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인간은 선악이 공존하는 존재다. 아무리 선행을 많이 베푸는 사람일지라도 마음 한구석엔 이기심이 있으며, 아무리 악행을 많이 저지른 사람일지라도 마음 한구석엔 이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잔인하게 강도질을 벌인 남자가 자기 애인에게는 착한 남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하나도 이상할 건 없다. 남을 괴롭히며 사는 사람도 자신의 어머니 앞에선 뜨거운 눈물을 흘릴 줄 안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알고 보면 착하다, 라는 말이 있으리라.

 

 

그래서 좋은 사람의 기준을 생각할 때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으로 나누기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과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나누는 게 맞을 것 같다. 알고 보면 다 착한 사람들인데 타인을 얼마나 배려하느냐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타인에 대해 배려가 없는 사람들은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 식당에서 자기네 애들이 떠들어도 주의를 주지 않는 사람,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그런 사람들이다.

 

 

오히려 먼 타인보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을 배려하며 산다는 게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에게 상대방의 기분은 아랑곳없이 상처 받을 말을 쉽게 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우리가 상대방을 배려하려고 노력하며 산다면 우리의 불행이 절반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인간관계에서 겪는 불행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어떤 관계에서든 꼭 기억해야 할 점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의 출발은 ‘자신이 부족함이 많은 존재’라는 걸 자각하는 것에서부터일 것이다. 자신이 부족함이 많으니 상대도 부족한 사람임을 인정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다음 명언들은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임을 알게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해관계를 떠나서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어진 마음으로 대한다. 왜냐하면 어진 마음 자체가 자신에게 따스한 체온이 되기 때문이다.(파스칼)” “남을 때린 자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법이다. 남에게 친절하고 관대한 것이 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다.(플라톤)” “가장 큰 쾌락은 남을 즐겁게 해 주는 일이다.(라 브뤼예르)”

 

 

갑질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요즘이다. 어떤 이가 남을 배려하는 사람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 사람이 ‘갑’의 위치에 있을 때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이 배려심이 있는 사람인지 배려심이 없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누구든 항상 ‘갑’일 수는 없다. ‘갑’이 ‘을’이 될 수도 있고 ‘을’이 ‘갑’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사회적 지위가 높은 모 회사의 사장은 회사에서 ‘갑’이지만 자식이 교칙을 위반하여 퇴학을 당할지 모를 위기에 처하면 학교 선생님 앞에서 ‘을’이 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회사에서 ‘을’이었던 사람이 백화점에 가면 ‘갑’의 대접을 받기도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이 누군가로 인해 마음을 다치는 일이 있다면 누구나 속상할 것이다. 자신부터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
2019.03.26.에 메이벅스에 올린 글임을 밝힙니다.

 

 

 

 

 

 

칼럼에 대해서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한 <참고 사항>...........................................

 

칼럼이란 필자의 주장이나 의견을 설득력 있게 쓰는 글입니다. 편견을 쓰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관점으로 쓰는 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칼럼을 쓰면서 이렇게 써도 맞는 것인지 몰라서 판단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밑줄을 친 곳의 글이 저의 관점으로 쓴 글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의 관점으로 쓴 글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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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3-30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병원에 가신 일은 잘 되셨나요?
전 왠지 그게 더 걱정인데요?ㅎㅎ
괜찮으신 거죠?

맞습니다. 친절한 분을 뵈면 정말 그런 생각 들어요.
그러면서 세상엔 착한 사람도 많은데 왜 자꾸 악해지는 걸까 싶기도 하구요.
그래서 사람을 일컬어 영물이라고 하는가 봐요.ㅠ

페크(pek0501) 2019-03-30 15:41   좋아요 1 | URL
아, 그거 ㅋㅋ 이상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썼다가 뺐습니다. 문맥이 다른 데로 흐르는 것 같아서요.

착한 사람도 많고 악인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 주로 티브이 뉴스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많이 보도하니까 인간에 대해 실망하게 되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오늘은 공기가 맑아 좋은 것 같습니다. 벌써 산책하고 들어왔답니다.
스텔라 님도 오늘 미세먼지가 없으니 산책해 보세요. 글을 쓰는 사람은 특히 산책을 해야 합니다. 여러 풍경을 보면 상상력이 생긴다고 하니까요.
폰에 이어폰 끼고 음악 들으며 걸으면 한 시간이 금방 갑니다. 좋은 하루가 되시길...

서니데이 2019-03-30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려심이라는 건 어른스러운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하고 싶은대로 하지 않는 것이 되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만, 조금 더 배려를 잘 하는 분을 보면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동안 저를 위해 좋은 마음을 전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도 들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3-31 12:34   좋아요 0 | URL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실천하기, 라는 걸 어느 책에서 봤습니다. 바람직하지만 귀찮은 일을 말하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순 없겠지요. 그렇다면 저는 세수도 안 할 겁니다. ㅋ 세수도 귀찮을 때가 있으니까요.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 이것이 최고의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휴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붕붕툐툐 2019-03-30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친절에 대한 글만 읽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조금 더 친절해질 힘을 얻고 갑니다^^

페크(pek0501) 2019-03-31 12:37   좋아요 0 | URL
조금 더 친절해질 힘을 얻는 건 좋은 일이지요.
남에게 친절한 것은 사실 자기 자신에게 좋은 일이 됩니다. 친절을 베풀 때 인상 쓰고 베푸는 사람은 없고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니까요.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봄이 왔다. 어제 찍은 사진이다.

 

 

 

 


1.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저자 조앤 롤링이 만약 어린 딸이 있는 이혼녀가 아니었고 생활비가 부족하지 않았다면 해리포터 시리즈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부유하고 행복한 기혼자였다면 그런 명작이 탄생하지 못했을 거라는 얘기다. 그녀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은 꼭 필요한 돈의 ‘결핍’ 때문이었을 거라는 것.

 

 

인간은 결핍을 느낄 때 큰 에너지가 발산한다. ‘결핍’이 평범한 사람을 예술가로 만들 수 있다.

 

 

부유한 예술가보다 가난한 예술가가 진정한 예술가처럼 느껴진다.

 

 

 

 

 

 

2.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은 배우 ‘라미 말렉’이 남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제목은 <보헤미안 랩소디>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하고서 흡족했었다. 음악 영화라서 좋았고 줄거리도 좋았다. 특히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의 역에 왜소한 몸에 보잘것없는 신분의 사람으로 등장시켜서 음악에 대한 재능과 열정이 그가 가질 법한 모든 열등감을 사라지게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열등감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마음먹기에 따라서 열등감 유발 요인이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 아니 오히려 열등감 때문에 큰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는 것. 이런 메시지를 느꼈다. 물론 영화의 메시지가 무엇인가 하는 것은 각자 관객의 몫이다. 해석은 다양할 수 있으니까. 

 

 

 

 

 

 

3.
1874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생한 서머싯 몸은 열 살 때 부모를 잃고 백부의 집에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의학교에 입학하여 의사 면허를 취득했지만 작가를 지망하여 10년간 가난하게 살았다. 부모의 애정 결핍과 가난이 그가 대작가가 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추측한다.

 

 

위의 세 가지 실례를 들어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구든 어떤 면에서 결핍을 느꼈다면 그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해 큰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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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의 광팬으로서 그의 소설 대부분을 흥미롭게 읽었다. 에세이 <서밍 업>에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글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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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후 나는 많은 철학서를 읽었다. 나는 철학서가 아주 훌륭한 읽을거리임을 발견했다. 독서를 필요로 하고 즐거워하는 사람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여러 위대한 학문 중에서 철학이 가장 다양하고 방대하며, 또 가장 만족스러운 책자를 제공했다.(301쪽)

 

쿠노 피셔의 강의에 영감을 받아서 쇼펜하우어를 읽기 시작한 이래로 나는 위대한 고전 철학자들의 가장 중요한 저서들을 대부분 다 읽었다.(303쪽)

 

나는 그의 철학 뒤에 있는 인간을 보았고, 어떤 책에서는 그 고상함 때문에 내 정신이 드높아지는 것을 느꼈으며, 또 어떤 책에서는 그 기이함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다.(304쪽)

 

- 서머싯 몸, <서밍 업>에서.
...............

 

 

 

내가 그동안 독서하여 배운 것에 따르면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는 것보다 철학과에 진학하는 게 낫다. 서머싯 몸도 철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니 시대를 초월하여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아 반가웠다.

 

 

요즘 난 ‘동양 철학’ 강의를 주 1회 들으러 다니고 있다. 서머싯 몸이 말한 철학 공부의 유용성 때문이 아니고 우연의 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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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3-30 0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께서 철학 공부를 시작하시는 것도 부족함을 채우려는 마음, 결핍의 아쉬움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삼 결핍 자체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가 문제임을 깨닫게 됩니다^^:). 즐거운 공부 되세요!

페크(pek0501) 2019-03-30 11:35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그렇죠.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어 결핍을 느끼죠. 한때 철학서만 읽었던 적이 있었고 심리학 책만 읽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 칼럼을 쓰면서 내가 너무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ㅋ
무엇이든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가 언제나 핵심이죠.
공부의 즐거움을 누리며 다니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붕붕툐툐 2019-03-30 0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련 나무가 정말 크고 예쁘네요~ 페크님 서멋싯 몸의 광팬이시군요~ 달과 6펜스밖에 못 읽은 저도 페크님의 글을 읽으니 그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네요^^

페크(pek0501) 2019-03-30 11:38   좋아요 0 | URL
광팬이라 대부분 읽었죠. 인생의 베일, 면도날,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 1,2 다 좋았습니다. 밑줄을 그으며 읽었죠. 단편 소설집인 서머셋 몸 작품집도 좋더라고요. 단편집 읽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팬이 되는 좋은 작가를 발견하는 일은 독자로선 꽤 행복한 일입니다.
붕붕툐툐 님,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봄날 보내세요...

stella.K 2019-03-30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동양철학을요?
저는 철학은 좀 버겁더군요.ㅠ
근데 말씀하신 건 맞아요. 글을 잘 쓰려면
스킬이나 노하우 보다는 한 가지라도 재대로 파서
거기에 일가를 이루는 게 더 좋다고 하더군요.
근데 저는 쩝...ㅠ

페크(pek0501) 2019-03-30 15:36   좋아요 1 | URL
오랜만의 나들이십니다.ㅋ 반가워요.
동양철학 하면 어려워 보이나요? 공자, 장자, 한비자, 순자 등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입니다. 주로 독학하는데 가끔 강의 들으러 가면 학생이 된 기분도 느끼고 좋더라고요. 싫증 나면 그만두기도 하고 또 생각나면 다니고 그럴려고요. 지난 학기엔 결석을 많이 했는데 이번엔 결석 없이 출석해 보려고 합니다.

저도 요즘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한 가지를 파서 전문성을 갖춘 칼럼을 쓰면 좋겠다 싶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1. 소설보다 칼럼 :
페크는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못 쓰니까 칼럼을 쓰는 거야, 라고 누군가가 말했을 때 움찔했다. 정곡을 찌르다니,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소설에 없는 칼럼의 장점 때문에 칼럼을 쓴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다. 왜 못했을까.

 

 

소설은 문학이고 문학은 예술이니 주제를 명확하게 밝혀 놓는 것보다 숨겨 놓아서 ‘독자들이 알아서 주제를 찾으시오.’ 하는 게 더 좋다. 이게 난 싫다. 우선 소설에 주제를 숨겨 놓을 줄 아는 기술이 내게 없어서 싫고 숨겨 놓은 주제를 독자들이 잘 찾지 못할까 봐 싫다. 이것에 비해 칼럼은 주제를 명확하게 밝혀 놓는 장르여서 좋다. 나의 주장을, 나의 생각을 마음껏 전달해도 되는 게 난 좋다. 칼럼을 쓰고 나면 속시원해지는 이유다.

 

 

그러나 여전히 소설을 쓰는 사람이 부럽다.

 

 

 

 

 

 

2. 독서광인 남편의 지혜 :
청소는 힘들어서 남편이 할 때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건 설거지다. 만약 내가 훗날 파트타임으로 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나는 음식점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싶다.

 

 

내가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남편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고급 인력이 설거지나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이런 유머는 나를 기분 좋게 웃게 만든다. 내가 고급 인력이라니.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 걸 보고 미안한 마음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남편이 영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분명히 독서의 효과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독서를 많이 하며 사는 자다운 지혜를 느낀다.

 

 

그런데 독서를 많이 하는 나는 푼수짓을 할 때가 있어 돌겠다.

 

 

 

 

 

 

3. 재밌다는 줌마 댄스 :
문학상 공모에서 여러 번 수상한 경력이 있는, 시를 잘 쓰는 문우가 있는데 요즘 시를 쓰지 않고 줌마 댄스에 빠져 산다. 발레를 배우고 있는 나처럼 운동 삼아 춤을 배우라고 권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월화수목금 매일 춤추러 다닐 줄은 몰랐다. 줌마 댄스가 얼마나 재밌어서 그런 건지 알고 싶어 나도 다닐까 잠깐 고민했다.

 

 

그 친구의 재능이 아까워서 “친구야 시를 좀 써라.” 하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줌마 댄스로 마음이 즐겁고 몸이 건강해지니 좋은 일이 아닌가 싶어서다.

 

 

 

 

 

 

4. 나의 발레 :
발레를 더 잘하고 싶어서 4월에 개인 지도 수업 3회를 신청해 놓았다. 발레를 개인 지도 받으면 좋은 점은 발레 선생이 나의 몸동작에만 집중해서 가르치기 때문에 자세가 교정된다는 점이다. 다만 수업료가 비싸서 개인 지도 수업을 자주 받을 수는 없다.

 

 

“목을 쭉 위로 뽑으세요, 키 커지게. 허리를 더 쭉 펴세요, 더 더. 다리를 구부리면 안 되죠.” 라고 내게 계속 말하는 발레 선생 때문에 스트레칭은 제대로 되는데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고 땀이 쫙 흐른다. 


 
무엇을 취미로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발레도 마찬가지다. 실력이 나아질수록 재밌어진다. 그래서 발레 단체 수업은 꾸준히 받을 생각이다.

 

 

 

 

 

 

5. 큰 결심을 할 뻔했다 :
글 쓴 지 꽤 오래됐는데 아직까지 겨우 고거 쓰고 있는 거야, 라고 말할 것 같은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말했다는 게 아니라 이런 뉘앙스가 풍기는 말을 했다고 내가 느꼈다는 얘기다.


 
나를 무시했던, 그리고 나를 무시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어제 ‘내일부터 치열하게 오로지 글만 써야지.’ 하는 큰 결심을 했다.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소설이 되었든 칼럼이 되었든 서평이 되었든 어떤 장르든지 나는 목적지를 향해 갈 것이다. 어느 날 당신들이 유력 일간지를 보려고 펼쳤을 때 나의 이름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 내가 신문에 연재를 하고 있을 테니. 여기가 나의 목적지렷다.

 

 

이런 생각으로 이를 갈며 글을 쓰려고 했다. 그러나 잠깐 스톱! 잠깐 스톱! 그러다가 내 생활이 엉망이 되고 내 건강을 해치게 되면 누구 손해인가, 하는 생각에 이르러서 큰 결심을 그만두었다.

 

 

이번 인생은 이미 늦었으니 여기까지야. 그냥 글쓰기와 발레를 취미로 하며 살아야 돼. 다음 세상을 살게 되면 그땐 20대부터 치열하게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열중하며 살겠어. 다른 것에 기웃거리지 않겠어. 그래서 한 분야에서 뛰어난 프로가 되겠어. 이번 인생은 여기까지야.

 

 

이런 생각으로 느긋하게 글을 쓰기로 했다. 큰 결심을 할 뻔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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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3-22 1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나무 사진이 예쁜데요. 아파트 단지 안의 정원 같은데, 여름에 보면 시원한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오늘은 차가운 날씨지만, 어쩐지 대나무는 여름을 생각나게 합니다.

5번을 읽다가, 열심히 보다 대충대충 하는 것을 잘 하고 싶은 요즘 저를 생각했어요.
매일 그럴 수는 없지만, 마음이 느긋한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3-23 12:53   좋아요 0 | URL
비처럼 가늘게 눈이 오더니 그다음엔 비가 오더니 지금은 비가 그치고 햇빛이 나네요.
미세먼지가 없는 게 좋아서 창문을 열고 집을 환기시켰네요.

대나무 사진은 친정어머니 사시는 아파트의 단지에서 찍은 거예요. 며칠 전에요. 쭉쭉 뻗은 게 좋아 보여서 찍었어요.

어제 외출해서 세 탕을 뛰었더니 몸이 고단합니다. 오늘 이를 갈며 글을 열심히 써서 나를 무시했던 사람들을 놀라게 해 주고 싶은데 역시~~ 쉬고 싶네요.ㅋㅋ

저는 요즘 대충대충 살자, 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어제 막내가 부엌 싱크대 서랍을 정리하자고 하기에 제가 대충대충 살자, 그랬네요.ㅋ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주말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오늘 새 글이 없는데 왜 방문자가 166명이 되는 건가요? 궁금...)

프레이야 2019-03-24 0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머가 흐르는 글 잘 읽었어요 ㅎㅎ 저는 항상 큰결심 안 하고 그냥 살아요. 다음생에도 아마 그럴걸요. 제 친구 하나도 줌마댄스에 열광해서 매일 추어요. 무대에서도 하고 아주 재미나대요. 몸을 움직여야 되는데 점점 굳어가는 것 같아요. 스트레칭이라도 !!

페크(pek0501) 2019-03-25 11:2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 유머가 흘렀나요? 제가 너무 솔직히 쓴 것 같네요.
원래 유능한 분들은 큰 결심 같은 것 안 하고 그냥 습관적으로 성실히 살면서 목표 달성을 하는 것 같아요. ㅋ

줌마 댄스에 열광할 수 있는 것도 행복이라고 봅니다. 제가 발레 배우는 곳도 잘하는 사람들은 무대 공연에 나가 상을 받아 오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아직 멀었고요.

맞아요.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게 건강의 비결입니다. 지하철을 기다릴 때도 저도 모르게 다리 스트레칭을 하고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이것도 좋다고 합니다. 님도 틈틈이 하세요. 하다 보면 습관적으로 하게 될지도...

반가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