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문학을 공부할 때가 생각난다. 소설을 공부하는 강좌를 들으면서 소설만 읽었다. 그다음엔 문학 이론서만 읽었다. 역사에 관련한 책만 읽은 적도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성경을 읽어야만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독교인이 아니면서 기독교의 성경을 읽었다. 어느 책에서 성경이 문장 공부에 좋다는 글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다음엔 철학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서 철학서만 집중해서 읽었고 그리고 심리학 책만 집중해서 읽었던 시기도 있었다. 과학서를 읽기도 하였고 한때 문화 인류학을 공부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독서를 했는데도 요즘 칼럼을 쓰면서 내가 아는 게 많지 않다는 자각이 들어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 여러 강좌를 듣다가 현장에서 직접 강의를 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인터넷으로 좋은 강좌를 찾아보았다. 종로 도서관에서 ‘대화의 철학을 찾아서’라는 무료 강좌가 있는데 집에서 멀어 포기했다. 동대문 도서관에서 ‘토요 인문 아카데미(독일 현대 철학자들)’라는 무료 강좌가 있는데 여기도 집에서 멀어 포기했다.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찾았더니 한비자, 이백, 두보 등에 대한 강좌가 주 1회로 쭈욱 이어져 있는데 무료는 아니지만 수강료가 저렴해서 여기로 등록하였다. 강좌 등록을 한 이유는 한마디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아는 만큼 글을 쓴다고 믿기 때문.

 

 

이런 내게 혹자는 이런 말을 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독서를 하고 강좌를 듣고 글을 써 봤자 책 한 권 내지 못한다면 헛고생한 게 아니냐고.

 

 

이에 대한 나의 답은 이러하다.

 

 

...............
칼럼을 60편쯤 쓰면 책 한 권 분량이 되지 않을까 하고 칼럼 연재를 시작했다. 그런데 26번째까지 쓰고 나서 안과에서 치료를 받을 일이 생겨서 칼럼 연재를 중단하게 되었다. 지금은 휴식이 필요해 쉬는 중이다. 설령 내가 앞으로 책을 내지 못한다고 해도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글쓰기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다 얻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블로그에 글을 실컷 써 봤고, 칼럼을 연재해 봤고, 어떤 지면에 칼럼니스트로 기고해 보기도 했으며, 글을 쓰기 때문에 독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만하면 글쓰기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다 얻은 것이 아니겠는가. 

 

남은 인생은 책 애호가로 살아도 좋을 듯하다. 

     

남은 인생은 공부 애호가로 살아도 좋을 듯하다.
...............

 

 

 

 

 

 

 

 

 

 

 

 

 

 

 

 

 

 

 

 


...............
우리가 (그림을) 그리고 난 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중요하지 않아. 그리는 동안 우리는 그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다 얻었으니까.

 

- 서머싯 몸, <인간의 굴레에서 1>, 405쪽.
...............

 

 

 

“페크가 글을 쓰고 난 다음에 책을 내든지 유명해지든지 그런 일은 중요하지 않아. 글을 쓰는 동안 페크는 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다 얻었으니까.” - 페크

 

 

 

 

 

 

 

 

 

 

.........................................

내가 읽은 책 중에서 두 번 읽고 싶은 책 열 권을 뽑는다면 그 안에 <인간의 굴레에서 1>과 <인간의 굴레에서 2>를 넣겠다. 그만큼 아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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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8-25 2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굴레에서> 꼭 읽어보겠습니다 ^^ 페크님 어여 쾌차하셔서 다시 칼럼 기도하시길 바랍니다 ☕️

페크(pek0501) 2019-08-26 12:04   좋아요 1 | URL
인간의 굴레에서는 줄거리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밑줄을 치고 싶은 사색적인 문장이 많다는 게 강점인 소설입니다. 제가 두 번 읽으려고 한 것은 바로 그 사색적인 문장 때문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cyrus 2019-08-26 0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세상이라서 그런가요? 글을 안 써본 사람들은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의 목표가 책 쓰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씩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책 한 권 써보라고 권유를 하죠. 그렇지만 글 잘 쓰든 많이 쓰든 책 한 권을 쓰는 게 글쟁이의 유일한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몇 분 전에 카알벨루치님의 글을 읽었는데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라면 저는 그걸로 글쓰기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생각해요. ^^

카알벨루치 2019-08-26 08:38   좋아요 1 | URL
오우 사이러스님^^ 맞습니다 행복과 만족이 없다면 누가 글을 쓸까요? 글이 있어 행복합니다

페크(pek0501) 2019-08-26 12:07   좋아요 1 | URL
사이러스 님이 좋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글쓰기의 종착점이 책 내는 것, 은 아니죠. 사람들은 고정관념처럼 박혀 있나 봅니다.ㅋ 현재의 글쓰기를 즐길 뿐이죠. 책 내는 게 미래 계획의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 글 쓰는 목적은 분명 아니지요. 책을 내고 안 내고는 전적으로 자유죠.
댓글,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19-08-26 12:08   좋아요 1 | URL
카알 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감사합니다.
 


 

 

 

1. 토요일
나는 토요일이 좋다. 우리 식구 모두 늦잠을 잘 수 있어서 우선 좋고, 신간을 소개하는 신문 지면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재밌는 TV 프로그램이 많아 좋다. TV 프로그램을 예를 들면 드라마 ‘왓쳐’가 있고 잠이 안 오면 밤11시에 방송하는 ‘속풀이쇼 동치미’가 있다. ‘속풀이쇼 동치미’를 시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테지만 난 그걸 보며 남들의 생각을 읽는 게 흥미롭다. 설령 그 프로가 짜고 치는 고스톱인 부분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걸 생각해 낸 것은 인간이니까 남들의 머릿속이 궁금한 나에겐 마찬가지로 흥미롭다. 인간 공부가 된다고 할까.

 

 

 

 

 

 

2. 계획
이런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매일 독서를 하되 칼럼집을 펼쳐 칼럼 한 편 이상 읽고 다른 책을 읽기. 밤에 잠자기 전엔 시집을 펼쳐 시 한 편 이상 읽기.

 

 

칼럼으로 시작해서 시로 끝나는 하루! 멋질 것 같았다. 그런데 잘 실천하다가 안과에서 치료를 받을 일이 생겨 버려서 이 계획을 미루고 또 미루다가 오늘이 되었다. 눈 치료는 끝났다. 더 이상 안과에 가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눈에 또 병이 날까 봐 마음놓고 책을 보지 못 하겠다. 그저 조금씩 책을 볼 뿐이다. 한 달에 열 권을 읽을 수 있었던 나의 삼십 대 초반의 시간들이 새삼 행복하게 느껴진다. 그땐 그게 행복이었는지 몰랐었는데.


  
나의 행복은 책에 대한 흥미를 변함없이 가지고 있다는 것.
나의 불행은 책을 실컷 볼 수 없다는 것.
역시 하늘은 두 가지 모두를 주지 않네.

 

 

 

 

 

 

3. 판단의 어려움
올바른 의견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어떤 판단을 하려 할 때 보류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같은 일이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도 하고, 시간에 따라 생각이 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장 현명한 최종 판단은 없다고 본다.

 

 

 

 


  
4. 어려운 일
지인이 큰 병을 얻거나 가족을 잃어 슬픔에 빠져 있다면 누구나 그를 위해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다. 함께 슬퍼하며 울어 줄 수도 있다. 이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일은 따로 있다. 지인이 회사에서 승진을 했거나 아파트 분양에 당첨되어 기쁨에 빠져 있을 때 진심을 다해 함께 기뻐해 주는 일이다. 이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듯이 배가 아프지 않으면 다행이다.

 

 

 

 

 

 

5. 후회
안톤 체호프의 ‘로실드의 바이올린’이라는 단편 소설을 한 번 더 읽었다. 아내 마르파가 죽어 가고 있을 때 야코프는 후회되는 일들을 떠올린다.

 

 

 

 

 

 

 

 

 

 

 

 

 

 

 

 


...............
할멈을 보며 야코프는 웬일인지 자기가 평생 단 한 번도 그녀를 소중히 대하거나 불쌍히 여기거나 손수건 한 장이라도 사주거나 결혼식장에서 뭔가 맛있는 것을 가져다줄 생각조차 한 적이 없으며, 항상 그녀에게 소리를 지르고 자기가 입은 손해 때문에 욕하고 주먹을 휘두르며 윽박지르기만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물론 그녀를 때린 적은 없지만 그래도 위협은 했고, 그녀는 겁에 질려 꼼짝 못 하곤 했다. 그렇다. 그러잖아도 지출이 많았기에 그는 그녀가 차도 마시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그녀는 뜨거운 물만 마셨다.(132쪽, 로실드의 바이올린)

 

- 안톤 체호프, <사랑에 관하여>에서.
...............

 

 

과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때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며 후회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로실드의 바이올린’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나이가 들어도 인간은 미성숙하고 어리석고 경솔하다. 나를 보니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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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9-08-14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왓쳐 넘나 재밌어요. ocn드라마 진짜 잘만들더군요ㅎㅎ

페크(pek0501) 2019-08-14 22:41   좋아요 1 | URL
반갑군요, 물감 님도 왓쳐를 보시다니... 누가 좋은 사람인지 누가 나쁜 사람인지 헷갈려서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선인과 악인을 선명하게 구분해 만드는 드라마나 영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새로운 스타일인 듯.

그런데 내용이 복잡해서 꽤 집중해서 봐야 하는 게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합니다. 저는 장점으로 생각하고 시청합니다만... ㅋ

hnine 2019-08-14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톤체홉의 저 단편집은 저도 참 인상깊게 남아 있어요.
책 표지도 예뻐서 더 기억에 생생하지요.
전 30대를 정신없이, 책 읽을 여유없이 보냈고, 여유가 없는 생활이라는 것 조차 인식 못하고 보낸 시절이었는데 요즘이야말로 하루 종일 책 붙잡고 있어도 되는 때가 되니 오히려 그게 아상할때가 있어요.
건강이 최고. 그러니까 그 외의 것엔 큰 욕심 놓고 싶네요.

페크(pek0501) 2019-08-14 22:46   좋아요 0 | URL
그렇죠? 민음사에서 나온 체홉의 단편집도 있는데 그것도 좋았어요. 단편의 달인이라고 할까요. 쉽게 읽히고 그러나 생각을 깊게 하게 만드는 체홉의 기술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지요

30대를 바쁘게 보내셨군요. 저는 그때 책에 시간 투자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제가 욕심 안 부리고 글도 조금만 쓰고 있답니다, 건강이 최고 최고!!!

blanca 2019-08-14 1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일에 공감합니다. 그냥 인간 본성이 그렇게 태어난 것 같아요. 그걸 뛰어넘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런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며 난 안 그럴 자신이 있다,고 여겼는데 이것도 오만이었더라고요. 나이듦이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는 듯합니다. 왓쳐가 재미있군요! 저도 한 번 봐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19-08-14 22:51   좋아요 0 | URL
블랑카 님, 오랜만의 방문이십니다. 잘 지내시죠? 반가워요.

남에게 축하해 줄 일이 있을 때 배가 아픈 건 아니지만 건성으로 하는 경우도 있죠. ㅋ
그런데 암에 걸린 친구가 그걸 잘 이겨 냈을 땐 정말 진심으로 기뻐해 주게 되더라고요. 그때 암에 대한 공포도 사라지는 느낌도 들고요.

여러 면에서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참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서니데이 2019-08-15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더운 날 초록색으로 가득한 공원의 작은 길 같은 사진이 예뻐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어려운 일을 위로하는 것도 좋지만, 좋은 일을 함께 기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쉬운 게 아닌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아서요.^^
좋은 내용 잘 읽었습니다.^^

오늘은 비가 와서 조금 낫지만, 어제는 정말 더웠습니다.
더운 여름 잘 지내고 계신가요.
페크님, 편안한 광복절 휴일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8-16 11:14   좋아요 1 | URL
저 사진은 흑석동의 현충원ㅡ국립묘지에서 찍은 사진이랍니다. 풍경이 좋답니다.
어제 비가 오더니 오늘 날씨는 덜 더워서 견딜만 하네요. 이렇게 해서 여름이 서서히 물러가나 봅니다. 빨리 가길 바란 여름이었지만 막상 간다고 하면 서운해지는 이 감정은 무엇인지 모르겠네요.ㅋ

늦여름을 즐기기로 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희선 2019-08-16 0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는데 책을 보기 어려우면 기분 안 좋을 듯합니다 눈이 괜찮아져서 다행이네요 책은 쉬엄쉬엄 보시고 자연을 만나도 괜찮겠습니다 산책 하시는군요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어리석기도 하죠 어떻게 해도 아쉬운 일이 있겠지만 나중에 많이 아쉬워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나을 듯해요 이렇게 생각해도 잘못하고 말지만... 그건 사람을 대할 때 자주 그러죠 자신도 죽을 때 다른 사람한테 잘한 것보다 잘 하지 못한 걸 떠올릴 듯합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19-08-16 11:10   좋아요 1 | URL
여러 말씀, 감사합니다. 정말 그래요. 잘못한 일만 생각나더군요. 죽을 땐 더욱 그럴 것 같아요. 잘못하고 반성과 후회를 하고 또 잘못하고 반성과 후회를 하고...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인 것 같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안 것은 산책 덕분이었어요. 특히 우뚝 솟은 푸른 나무들을 좋아합니다. 산책은 자연을 관찰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물론 건강을 위해 산책 습관을 들였지만 말이죠.

날씨가 한결 선선해진 느낌입니다. 이젠 아침저녁으로는 덥지 않을 것 같아요.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노파의 절망

 

 

쭈글쭈글한 노파는 누구나 좋아하고 환심을 사려 하는 이 귀여운 어린애를 보자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노파처럼 그렇게 연약하고, 그녀처럼 이(齒)도 머리털도 없는 이 귀여운 것을.

 

그래서 노파는 아이에게 다가가 웃어주며 좋은 얼굴 표정을 해 보이려 했다. 그러나 아이는 이 늙어빠진 착한 여인이 어루만져 주는 데 겁이 나 발버둥치며 집 안이 떠들썩하게 울부짖었다.

 

그러자 착한 노파는 다시 그녀의 영원한 고독 속으로 물러나, 한쪽 구석에서 울며 중얼거렸다. “아! 우리 불행한 노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어린것들조차 좋아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구나. 우리가 사랑하고 싶어도, 어린것들은 무서워하는구나!”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 27쪽, 민음사.
...............

 

 

 

1.
내가 젊었던 이삼십 대에 읽었다면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나 이젠 이 글에 공감이 간다. 나이가 들을수록 병이 생기고 기운이 없어지고 걱정만 많아지는데 거기에다 외모까지 볼품이 없어져야 하다니. 우울한 일이다.

 

 

 

 

2.
내가 요즘 배우고 있는 현대 무용은 나를 포함해 모두 일곱 명의 수강생이 한 팀인데, 내 또래의 사람은 한 명뿐이고 다섯 명은 이삼십 대의 젊은이들이다. 어려운 동작을 배울 때면 확실히 젊은이들의 습득 능력이 나보다 낫다는 걸 느낀다. 내가 발레를 2년간 배워서 따라할 수 있는 동작을 그들은 무용 초보자이면서도 잘 따라한다.

 

 

무용을 배우는 시간에 가지는 내 목표는 하나다. 나이가 많은 내가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해서 내 존재가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다. 그나마 내가 발레를 2년간 배운 것이 도움이 되어 다행이라 여긴다. 만약 발레를 배우지 않았다면 수업에 민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그만두었을 것 같다. 나이 듦의 비애!

 

 

 

 

 

 

 

 

 

 

 

 

 

 

 

 

 

번역자를 보고 ‘문학동네’의 책으로 샀다가 글자가 작아 불편하여

민음사의 책으로 또 샀다. 이젠 글자가 큰 책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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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9-08-12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원래 몸치이기도 해서ㅠㅠ 나이 들면서 특히 몸으로 하는 뭔가는 배울 용기가 언 나네요. 수업에 민폐ㅠㅠ;;; 현대무용 존경합니다♡

페크(pek0501) 2019-08-14 10:59   좋아요 0 | URL
존경까지는 아닌 것 같음. ㅋ 운동을 위해 무용을 배우게 됐어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면 지루해서 나중엔 가기 싫어지더라고요. 발레나 현대 무용을 배우면 좋은 점은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껴진다는 점이에요. 그러면서도 땀이 나죠.
수업 시작할 때 30분쯤 기본 운동을 시키는데 예를 들면 윗몸 일으키기를 20번 시키고 스트레칭, 요가 동작도 많이 해요. 이때 좀 힘들답니다. 힘들어서 이제 그만, 을 외치고 싶을 때쯤 끝나고 무용을 시작합니다. ㅋ 무용 강추!!!

2019-08-13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14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편과 함께 밥 먹으러 어느 한식 음식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나서 밥을 먹으려고 하니 김치를 담은 보시기의 가장자리에 머리카락이 하나 붙어 있는 게 아닌가. 우리는 그 김치를 먹지 않기로 하고 다른 반찬으로 밥을 먹었다. 먹으면서 머리카락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나는 다 먹고 나서 음식값을 낼 때 음식점 주인에게 머리카락이 발견된 사실을 알려 줘야 한다고 남편에게 말한다. 그래야 종업원들이 그런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서 우리처럼 똑같은 일을 겪는 손님이 없어야 한다고. 남편의 생각은 다르다. 남편은 음식점 주인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말을 해선 안 된다고 내게 말한다. 어차피 사람은 실수를 하는 거라면서.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의견이 옳다고 내세우며 밥을 먹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이 몇 번 있는데 어떤 때는 음식점 주인에게 알려 주고 어떤 때는 알려 주지 않는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옳은 일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영업을 하는 사람에게 개선할 점을 알려 주려고 할 때 내가 마지막에 꼭 하는 말이 있다. “제가 드린 말씀이 영업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이다. 언제나 끝마무리를 잘해야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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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중학생이었던 딸아이의 목에 혹이 생겨 점점 커져서 무슨 병인가 싶어 큰 병원을 몇 번 찾았는데 어느 날 의사가 진찰하더니 조직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암센터에 가서 다음에 병원에 올 날을 예약하란다. 딸아이와 나는 암센터에 가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것은 암이 의심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녀는 그 병원 암센터로 향하면서 걱정과 두려움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예약한 날에 딸아이가 조직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검사 결과를 이 주일 뒤에나 알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우리는 아연실색했다. 그건 우리한테 이 주일 동안이나 두려움에 떨며 지내라는 말에 다름 아니었으니.

 

 

그 이 주일 동안 딸아이와 난 입맛을 잃었으며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을 것이다. 단 하루도 ‘암일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쳐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걸 마음이 지옥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주일 뒤에 검사 결과를 보러 병원에 갔다. 다행히 암이 아니었다. 대수롭지 않은 병이라는 걸 확인하고 우리는 안도했다. 이때 난 지옥에서 빠져 나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제 딸아이는 성인이 되었다. 며칠 전 사랑니 때문에 아파하더니 사랑니를 뽑기 위해 치과 예약을 해 놓았다고 말한다. 사랑니를 뽑기 전에 맞는 마취 주사가 되게 아프다고 친구한테 들었다는 말도 늘어놓았다. 아플 게 걱정되냐고 내가 묻자 딸아이가 답했다. “아니, 옛날에 암센터도 갔다 왔는데 뭐.”

 

 

암센터 일로 딸아이의 마음이 단단해졌구나 싶었다. ‘마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서 남은 게 그때의 고통스런 느낌밖에 없다면 참 아쉬운 일이다. ‘마음이 힘든 시간’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앞으로 걸을 인생길에서 무슨 일을 겪든 잘 버티게 해 준다면 ‘마음이 힘든 시간’은 헛된 시간이 아니다.

 

 

나에게도 그런 경우가 있다. 감기로 인해 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때가 있는데 아픈 주사라고 할지라도 나는 겁이 나지 않는다. 애를 낳아 본 경험도 있는데 주사 따위는 출산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나 또한 살아오면서 ‘마음이 힘든 시간’을 여러 번 가졌다. 앞으로도 그런 시간을 가질 때가 있으리라.

 

 

나는 바란다. ‘마음이 힘든 시간’을 가질 때마다 그 시간이 그저 마음이 힘든 시간인 것만 아니고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 
‘그런 일도 있었는데’와 ‘마음이 단단해지는 시간’ 중에서
어떤 제목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마음이 단단해지는 시간’으로 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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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7-19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음이 단단해지는 시간이 더 좋은데요.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많이 힘들지요. 많이 상상하게 되니까요.
큰일 없으셔서 다행이네요.^^
잘읽었습니다.
오늘은 태풍 때문에 많이 덥고, 습도가 높습니다.
페크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7-20 17:43   좋아요 1 | URL
긴장되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건 인내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검사를 하면 결과가 바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날씨가 덥지만 하루하루 여름이 흘러 가고 있다, 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8월 8일이 입추던데요, 그날만 와도 폭염이 없지 않을까 예상하며 기다립니다.
늦여름을 좋아합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9-07-21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태풍은 소멸했다고 하지만, 남쪽은 피해가 크다고 하고,
주말 내내 습도 높고 흐리고 날씨가 좋지 않았어요.
다음주는 많이 더울 것 같아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7-24 22:46   좋아요 1 | URL
서울은 그동안 비가 얼마 오지 않았는데 오늘밤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비가 많이 온다고 합니다. 이번 장맛비가 끝나면 폭염이 오겠지요. 그래도 다른 여름에 비해 이번 여름은 덜 더운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요.
가뭄이 있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한곳에 폭우가 쏟아져서 비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골고루 비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라도 시원한 여름을 보내시길...

cyrus 2019-07-22 0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각한 병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마음이 단단해지는 시간‘이 엄청 느리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꼈겠어요. 오히려 느리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들이 더 오래 기억됩니다. 저는 군인으로 살아왔던 기간이 살면서 가장 느리게 느낀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가끔 악몽이 되어 나타날 정도로 과거를 못 잊고 있어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19-07-24 22:4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잘 모르지만 얼마나 고생이 될지 짐작은 합니다. 들은 얘기가 많아서요. 시간은 상대적으로 느껴지죠. 지루하거나 힘든 시간은 느리게 가는 것 같고 컴퓨터를 하면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말이죠. ㅋ
주위를 살펴보면 힘든 일 없이 사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저마다 자기 몫의 힘듦을 견디며 사는 거죠.
어디에 집중하느냐의 문제라면 좋은 쪽에 집중하는 게 좋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댓글, 감사합니다.

희선 2019-07-23 0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검사 결과가 나오는 건 오래도 걸리는군요 아니 그냥 보내는 두 주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두 주는 다르겠습니다 큰 병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어떤 일을 겪고 나중에 그런 일도 있었는데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어떤 일은 또 일어날까봐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건 마음이 단단해지는 일과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힘든 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일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 생각하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19-07-24 22:53   좋아요 1 | URL
그렇죠 트라우마로 작용해서 역효과가 날 수 있지요.
저도 힘든 일을 끝내고 나면(예를 들면 친정어머니가 입원해 계시다가 퇴원하는 경우.) 하나 해 냈다는 생각에 안도하게 되더군요. 대체로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불행의 총량이 모두 비슷할 것이라는 저의 편견 때문이죠. 늘 행복하지도 않고 늘 불행하지도 않다고 보는 거죠.
맨끝에 쓰신 닉네임 두 자가 멋지게 보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