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시 태어나도 아빠랑 결혼할거야?”
추석이 지나고 친청어머니의 생신날에 가족이 모여 외식을 하는 자리에서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큰애가 뜬금없이, 아빠가 간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간을 줄 수 있느냐고 내게 물었다. 순간 남편에게 간 이식을 해 준 지인이 떠올랐고 나는 “줄 수 있지.” 하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엄마, 다시 태어나도 아빠랑 결혼할거야?” 하고 질문이 이어졌다. 내가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다시 태어나도 아빠랑 결혼해도 되지. 그런데 다음에 태어나면 다른 남자랑 결혼해 볼래.” 내 대답을 듣고 다들 웃었다.
2. 운동
10년 넘게 매일 한 시간씩 걷기 운동을 했었다. 그러다가 격일로 걷기 운동을 했다.
최근 운동 하나를 추가했는데 오랫동안 옷걸이로만 사용했던 실내 자전거를 하루 30분씩 타기로 한 것이다. 저녁 식후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담배만큼이나 건강에 나쁘다고 해서 저녁 식후 무조건 자전거에 앉기로 했다. 실천하기 시작한 게 9월 말이었으니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밖에 나가 운동하는 것보다 덜 귀찮아서 ‘실내 자전거 타기’는 매일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밖에서 격일로 5천보 이상 ‘걷기 운동’을 하고, 매일 30분 이상 ‘실내 자전거 타기’를 하고, 주 1회로 80분간의 ‘발레 수업’을 받고 있다. 이 정도만 운동하려고 한다. 뭐든 지나치게 많이 하면 몸이 피로해져 몸이 먼저 고장나기 때문.
3. 필사
아침에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노트북을 열고 제일 먼저 한 것이 ‘필사’였는데, 네 명이서 해 왔던 ‘필사’가 1년이 되어 끝이 났다. 네 명 중 1위로 가장 많이 필사한 사람은 364일차를 기록했다. 1년 동안 하루만 필사를 하지 못한 것이다. 내가 3위로 288일차를 기록했다. 12일만 더 필사를 했다면 300일차를 기록하는 건데 하는 생각에 아쉬움을 느꼈으나 그런대로 만족했다. 우리는 두어 달쯤 방학을 갖고 나서 ‘2탄 필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4. 고단한 삶
요즘 몸이 고단할 정도로 일이 많았다. 친정어머니는 무릎 관절염이 재발되어 병원에 자주 모시고 다녀야 했고, 둘째는 코로나에 감염돼 밥을 따로 챙겨 줘야 했을 뿐 아니라 집에서도 마스크를 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또 운수가 좋지 않은지 욕실의 변기가 막혀 여러 가지 방법을 쓰느라 애먹었다. 게다가 욕실의 수도가 고장이 났고, 방의 형광등은 갈아끼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계속 깜빡거려 알아보니 안전기가 고장 나서 엘이디(LED)등으로 교체를 해야 한단다. 철물점에서 사람을 불러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매일 해야 하는 집안일은 줄지 않는데 일이 자꾸 생긴다. 그랬더니 내가 고단했던 모양이다. 입술이 부르텄다. 내가 할 일이 적지 않은데 거기에 추가되는 일이 생기면 몸 상태가 좋지 않게 될 때가 많다.
애들이 사우나 찜질방에 가지고 하면 “나 고단해서 안 돼.”라고 답한다. 그러면 한 아이가 “도대체 안 고단한 날은 언제야?” 하고 묻는다. 어디 가자고 하는 날은 주로 토요일 저녁이고, 난 저녁이면 고단한 내 몸을 쉬게 해 주고 싶다고 느낀다. 언제부터 내가 약골이었는지 모르겠다. 푹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5. 좋은 일과 나쁜 일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지나고 보면 그 말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힘든 시간이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내가 했던 실수로 교훈을 얻기도 한다. 문제는 교훈을 얻고 나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점이다.
6. 칼럼 연재
칼럼 연재 22개월째다. 4주에 한 번씩 신문에 기고하는 일이 오는 12월 중순이면 끝난다. 24개월 동안 글을 연재하는 셈이다. 이제 연재를 그만 해야 할 것 같다. 다음에 제출할 칼럼의 초고를 아직 쓰지 못해 걱정이다. 글감을 찾지 못해 이 책 저 책 뒤적거리고만 있다.
지난번 썼던 칼럼 ‘시기심과 쌤통 심리’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 글감을 찾아 쓴 것이다. 소설 속 빅튀르니앵 부인이 팡틴의 불행한 과거를 알고 기뻐하며 사람들에게 소문을 퍼뜨리는 장면을 보고 <쌤통의 심리학>이란 책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 둘을 연결시켜 썼다. 글감을 주로 책에서 얻는다.
지금 가장 급한 일은 칼럼을 쓰는 일이다.
7. 좋은 글
전호근, <사람의 씨앗>
밑줄을 많이 그어 놓을 정도로 좋은 책을 만났다. 그중 골라 옮겨 놓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성인이 될 수 있는가. 글자를 기준으로 하면 聖(성)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갑골문의 聖(성) 자는 귀가 큰 사람(耳+人)이 입〔口〕 옆에 서 있는 모양이다. 따라서 聖(성)은 큰 귀를 강조한 글자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니 공자가 성인이 된 것은 아무래도 예순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공자는 스스로 육십에 ‘이순(耳順)’했노라고 말했다. 이순은 ‘귀가 순해졌다’는 뜻이다.(39쪽)
말을 잘 들어주는 것, 그까짓 일이 뭐 대단하다고 성인이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말을 들어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옳은 말이 아닌, 그른 이야기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옳은 말, 훌륭한 말, 아름다운 말, 자신과 견해가 같은 사람의 말뿐만 아니라 그른 말, 지루한 말, 듣기 괴로운 말, 자신과 견해가 다른 이의 말도 잘 듣는다는 뜻이다. 그저 잘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이조차도 참으로 어렵다. 미국 뉴욕의 어느 빈민가에 고등학교가 들어선 뒤 마약 소굴에 지나지 않았던 동네에서 의사, 변호사, 교육자 같은 이들이 배출되었다. 그들을 가르친 선생님의 말씀은 이랬다.
“나는 단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뿐입니다.”(40쪽)
⇨ 문제아가 될 가능성이 높은 나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고등학생들이라도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잘 들어주는 사람만 있어도 그들을 좋은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