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1>



독서가 폭염을 잊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 여름은 <페스트>, <레 미제라블 1>, <스토너> 등 세 권의 장편 소설을 읽으면서 지냈다. <페스트>는 재독한 것인데 오래전에 읽었던 것이라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 마치 처음 읽는 듯했으나,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읽어서인지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요즘 리뷰를 쓰고 싶은 소설은 <레 미제라블 1>과 <스토너>다. 오랜만에 리뷰를 쓰고 싶은 소설을 만난 것이 좋았다. 그런데 연재하고 있는 칼럼을 쓰는 일로 진이 빠져서 리뷰를 쓰고 나면 또 진이 빠질 것 같아 리뷰를 쓰지 않고 백자평으로 간략하게 써서 3일 전에 올렸다.(칼럼을 한 편 썼으나 맘에 들지 않아 새로 쓰고 있으니 진이 빠질 수밖에.)


책을 읽고 나면 내용을 잊어버릴 때가 많아 독서하면서 틈틈이 필사해 놓는다. 필사는 창작을 하지 않고 베끼어 쓰기만 하는 단순한 작업이어서 힘들지 않게 할 수 있어 좋다. 


오늘은 <레 미제라블 1>에서 글을 뽑아 필사해 놓은 것을 올리기로 한다.



처음에 팡틴은 하도 부끄러워서 감히 밖에도 못 나갔다.

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이 뒤에서 돌아보며 손가락질을 하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모두들 그녀를 바라보면서도 아무도 인사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쌀쌀하고 신랄한 경멸은 삭풍처럼 그녀의 살을 뚫고 마음을 찔렀다. 

작은 도시들에서 불행한 여인은 모두의 조소와 호기심 아래에 벌거벗겨져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파리에서는 아무도 그대를 모르고, 그렇게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몸을 가려 주는 옷이 된다. 오! 그녀는 얼마나 파리에 오기를 바라겠는가!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빈궁에 익숙해졌듯이 그녀는 멸시에도 썩 익숙해져야만 했다. 그녀는 점점 그것을 체념해 갔다. 두세 달 후에는 수치심을 떨어 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나다니기 시작했다. “아무러면 어때.”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쳐들고 쓴웃음을 띤 채 왔다 갔다 하면서 스스로 뻔뻔스러워졌다 싶었다.(325~326쪽)


⇨ 인간은 힘든 환경에도 적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다행이다.   



빅튀르니앵 부인은 이따금 창에서 그녀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자기 덕분에 ‘될 대로 된 그 계집’의 궁상을 알아보고는 기뻐했다. 심술꾸러기들은 시커먼 행복을 갖는다.(326쪽)


⇨ 빅튀르니앵 부인은 왜 팡틴이 불행해 보이는 모습을 보고 기뻐했을까? 빅튀르니앵 부인은 추녀이므로 시기와 질투로 미모의 팡틴이 불행한 것이 기쁠 수도 있고, 그저 남의 불행을 보면 자신의 불행이 상쇄되는 것처럼 느껴져 기쁠 수도 있겠다.



과도한 노동은 팡틴에게 피로를 주었고, 평소의 가벼운 밭은기침은 더 심해졌다. 그녀는 가끔 이웃의 마르그리트에게 말했다. “제 손이 이렇게 뜨거워요, 글쎄. 좀 만져 보세요.”

그렇지만 아침에 부러진 헌 빗으로 부드러운 명주실처럼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머리를 빗을 때면 한때의 행복한 교태도 부려 보는 것이었다.(326쪽)


⇨ 밭은기침이 심해졌다는 것은 그녀가 병자가 될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인간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위로가 되는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법이다. 팡틴에게는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그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훗날 그 머리카락을 잘라 10프랑의 돈을 받고 팔게 된다. 



그는 잠시 미래를 생각했다. 오오, 자수를 하고 자백을 한다! 그는 버려야 할 모든 것을, 다시 취해야 할 모든 것을 생각하고 막심한 절망을 느꼈다. 그래, 이처럼 훌륭하고 깨끗하고 빛나는 생활에도, 이 만인의 존경에도, 명예에도, 자유에도 고별을 해야 한단 말인가! 이제는 들에 산책도 못 가리라. 이제는 5월의 지저귀는 새소리도 듣지 못하리라. 이제는 어린아이들에게 적선도 못 하리라! 이제는 자기를 바라보는 감사와 애정의 정다운 눈길도 느끼지 못하리라! 자기가 지은 이 집도, 이 방도, 이 작은 방도 떠나야 하리라! 이 순간 모든 것이 그에게 아름다워 보였다. 이제는 이 책들도 읽지 못하리라. 이제는 이 아담한 흰 나무 책상에서 글도 쓰지 못하리라! 그가 부리는 유일한 하녀인 그의 늙은 문지기 여자도 이제 아침에 커피를 올려다 주지 않으리라. 아아, 슬프다! 그 대신에 죄수들, 목의 쇠고리, 붉은 옷, 발의 쇠사슬, 피로, 감방, 야외용 침대. 그밖에 가지가지의 지긋지긋한 것들! 이런 나이에, 자기 같은 과거를 지내 온 사람에게! 아직 젊기라도 하면 또 몰라! 그렇지만 늙은 몸이 아무한테나 반말을 듣고, 간수한테 몸수색을 당하고, 간수의 몽둥이찜질을 받고, 양말도 없이 징 박힌 구두를 신고, 족쇄를 검사하는 간수의 쇠망치에 아침저녁으로 다리를 내밀고, 구경꾼들한테는 “저기 저 사람이 몽트뢰유쉬르메르의 시장이었던 그 유명한 장 발장이야.”라는 말을 들으면서 그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414~415쪽)



그런데 그는 아무리 해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의 명상 밑바닥에 있는 그 고통스러운 딜레마에 줄곧 빠져드는 것이었다. 천국에 머물면서 악마가 될 것인가! 지옥에 돌아가서 천사가 될 것인가!(415쪽)


⇨ 장 발장은 ‘샹마티외’라는 사람이 자신과 닮아 장 발장이라고 오해를 받아 억울한 누명을 쓴 일로 괴로워한다. 자기가 장 발장이라고 자수를 해야 샹마티외가 장 발장이 아님이 밝혀진다. 그러나 장 발장이 자수를 하면 그동안 마들렌 시장으로서 누렸던 모든 행복을 포기하고 과거의 감옥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샹마티외는 이웃 과수원의 사과나무에서 익은 사과가 달린 가지 하나를 꺾어서 가져간 것이 문제가 되어 법정에 서게 되었는데, 사실은 사과가 달린 가지 하나가 꺾여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집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샹마티외는 죄지은 것이 없다. 


전과자인 장 발장은 출옥한 후 ‘프티제르베’라는 소년의 40수짜리 은전을 가진 적이 있는데, 그 죗값을 자신이 치르든지 아니면 샹마티외가 치러야 한다. 만약 장 발장이라는 오해가 풀리지 않으면 샹마티외는 전과자에다가 사과가 달린 가지를 훔친 죄뿐만 아니라 40수짜리 은전을 훔친 죄도 뒤집어쓰게 되어 중범자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천국에 머물면서 악마가 될 것인가! 지옥에 돌아가서 천사가 될 것인가!” 다시 말해 자수하지 않고 마들렌 시장으로서 지금의 행복한 삶을 사는 악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죄수로 돌아가 감옥 생활을 하는 선인이 될 것인가,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를 놓고 장 발장은 고민에 빠졌다. 본인만 침묵한다면 마들렌 시장이 장 발장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 그는 아라스로 가고 있었는가?

그는 스코플레르의 이륜마차를 예약하면서 이미 생각했던 것을 지금도 마음속에서 되풀이하고 있었다. 즉 결과가 어찌 될지라도, 사건을 내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건 조금도 나쁠 것이 없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신중한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야 한다. 잘 지켜보고 잘 살펴보지 않고서는 아무런 결정도 할 수 없다. 멀리서는 모든 것을 과장해서 생각한다. 요컨대 그 샹마티외라는 위인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 본다면 나 대신 그자를 형무소로 보내도 내 양심이 아마 훨씬 덜 아플 것이다. (424쪽)


⇨ 장 발장이 샹마티외에 대한 재판이 열리는 재판소에 가려고 하면서 자기 합리화의 심리에 빠진 듯하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배심원님 여러분, 피고를 석방해 주십시오. 재판장님, 저를 포박해 주십시오. 당신이 찾고 있는 사람은 저 사람이 아니라 저입니다. 제가 장 발장입니다.”(485쪽)



이 불행한 사나이는 미소를 띠고 방청객들과 판사들 쪽으로 돌아섰는데, 그 미소를 본 사람들은 지금도 그걸 생각하면 애처로운 생각을 금하지 못한다. 그것은 승리의 미소인 동시에 절망의 미소였다.(488쪽)



“저는 더 이상 법정을 교란하고 싶지 않습니다.” 장 발장은 말을 이었다. “체포하지 않으니 저는 가겠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용무가 있습니다. 차장 검사님은 제가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계시니, 언제고 원할 때 저를 체포하게 하실 수 있겠지요.”

그는 나가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목소리 하나 나오지 않았고, 그를 막기 위한 팔 하나 뻗쳐 나오지 않았다. 모두들 비켜섰다. 그 순간에 군중으로 하여금 한 사람 앞에서 물러나게 하고 길을 비켜 주게 하는 뭔지 알 수 없는 성스러운 것이 있었다. 그는 유유히 군중 사이를 걸어 나아갔다. 누가 문을 열었는지는 모르나, 그가 거기에 이르렀을 때 틀림없이 문은 열려 있었다.(489~490쪽)


⇨ 장 발장 덕분에 죄가 없는 샹마티외는 석방된다. 장 발장은 팡틴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체포되는 것을 미루고 법정을 떠난다. 팡틴에게 그녀의 딸 코제트를 데려다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위독한 상태에 있는 팡틴은 어린 딸 코제트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팡틴이 돈을 버느라 두 모녀는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말도 하지 않고 숨도 쉬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 위에서 상반신을 절반쯤 일으키고 있었는데, 야윈 어깨는 내의 밖으로 드러나 있었고, 조금 전까지도 빛나던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방 저쪽 끝, 자기 앞에 있는 무슨 무서운 것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눈은 두려움으로 휘둥그레져 있었다. 

“아니! 무슨 일이오, 팡틴?” 마들렌 씨는 외쳤다. 

그녀는 대답은 하지 않고, 보고 있는 듯한 어떤 대상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한 손으로는 그의 팔을 만지면서 다른 손으로는 뒤를 보라는 손짓을 했다. 

그는 몸을 돌렸고 자베르를 보았다.(501쪽) 


⇨ 병자인 팡틴이 자베르가 온 것을 발견하고 두려움에 떤다. 팡틴은 자베르가 자신 때문에 온 걸로 아는데 사실은 장 발장을 체포하러 온 것이다.



마들렌의 시선과 자베르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자베르는 꼼짝 하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다가오지도 않았으나, 무시무시해졌다. 어떠한 인간의 감정도 기쁨처럼 무시무시해질 수는 없다.

그것은 지옥에 떨어진 자를 막 찾아낸 악마의 얼굴이었다. 

드디어 장 발장을 잡았다는 확신이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외모에 나타나게 했다.(505쪽)      




....................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이다.

<레 미제라블 2>를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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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23-08-06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더운 여름을 잊기에는 명작이 최고이군요. 디테일한 심리묘사!
책은 읽지 않았지만 뮤지컬이 아른거립니다.
앤 해서웨이의 팡틴^^

페크pek0501 2023-08-06 13:53   좋아요 0 | URL
아, 세실 님. 오늘 일욜이라 쉬는 날이겠군요.
정말 명작이 최고예요. 그래서 여름이면 더 독서에 몰두하게 되는 것 같아요.
디테일한 심리묘사와 인간의 선악 문제와 갈등, 인간의 속마음 등 배울 게 많아요.
저도 넷플릭스에서 뮤지컬 봤는데 많은 내용이 생략되어 그야말로 띄엄 띄엄 만든 뮤지컬이라 원작에 못 미치는 것 같았어요. 음악은 좋았어요. 볼 만해요.

칼럼 연재 끝나면 그때 리뷰 쓰기 위해 필사해 놓았어요. 안 그러면 내용을 잊어버려요. 이제 내 두뇌를 밎을 수 없는 나이에 이르렀다는 슬픈 이야기...ㅋㅋ

꼬마요정 2023-08-06 18: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 미제라블> 너무 좋아요!! 팡틴도 장발장도 다들 너무 안 됐어요ㅠㅠ 읽으면서 참 많이 울었는데 또 생각나네요.
뮤지컬 영화는 원작에 한참 못 미치는데, 이상하게 끝까지 보게 되더라구요. 신기했어요.
나중에 페크 님 리뷰 쓰시면 또 얼마나 좋은 글이 나올까 기대 됩니다^^

페크pek0501 2023-08-07 15:38   좋아요 2 | URL
팡틴도 장 발장도 상황이 나빠 불행해진 사람들이죠. 꼬마요정 님은 울기까지 하셨군요. 저도 슬프게 느꼈답니다.
뮤지컬은 음악이 좋아서 빠져들게 하더군요.
리뷰를 잘 쓰면 얼마나 좋겠어요... 리뷰 쓰기가 부담스러우니 안 쓰게 되네요. 맘 편히 쓰는 페이퍼가 좋아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독서괭 2023-08-06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레미제라블 다른 판본으로 1권 읽고 생각보다 재밌는데?? 했으나 번역이 별로여서 더 못 읽었네요 ㅠㅠ
칼럼 다 썼다가 다시 쓰시다니 정말 힘드시겠습니다;; 맘에 쏙 드는 걸로 다시 쓰실 수 있을 거예요^^

페크pek0501 2023-08-07 15:39   좋아요 1 | URL
맞아요, 명작 치고 재밌어요. 민음사 번역은 괜찮은 것 같아요.
일필휘지까지는 안 바라고 무난히 썼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네요.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3-08-06 2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미제라블 이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장발장의 기억 때문인지 구매욕이 안생기더라구요. 왠지 읽어본거 같은 기분? ㅋ 문장들이 다 좋습니다~!!

페크pek0501 2023-08-07 15:42   좋아요 1 | URL
우리가 동화책으로 많이 접해서인지 저도 안 읽게 되더라고요. 내용은 다 대충 알잖아요. 그런데 원작을 읽고 싶더라고요. 다섯 권인 게 부담스럽지만 1권부터 시작해 봤어요. 5권 다 읽으면 뿌듯한 독서가 될 듯합니다.
저는 새파랑 님처럼 빨리 읽지는 못합니다만 꾸준히 읽어 보려 합니다. 굿 데이~~

stella.K 2023-08-06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필사가 좋다고 하더군요.
특히 육필로 쓰는 게 좋다나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저도 필사를 하려고 했는데 또 어느 틈엔가
안하게 되더라구요.ㅠ
더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계셨군요.
저도 이렇게 더운 날엔 주민센터 도서관에서 책 읽고 오면 좋을텐데
하다가 요즘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고 해서 포기했어요.
자주 졸기도 하고. 최근 1, 2년전부터 잠은 일찍 깨는데 대신 낮에 피곤해서
졸게 되더군요. ㅋ
레미제라블이 그렇게 좋은가요?
저는 영화로 보고, <애사>라는 번안소설로 읽다가 말았네요.ㅠ


페크pek0501 2023-08-07 15:46   좋아요 2 | URL
저도 필사 좋다는 말 많이 들었는데 안 하게 되잖아요. 해 보기 시작하니 시간도 많이 안 들고 할 만하더라고요.
내용 기억이 더 잘 되고요. 육필로 쓰는 게 더 좋겠지만 저는 그냥 노트북으로 써서 모아 둡니다. 이것도 좋다고 해요. 저도 코로나 때문에 외출은 꺼려지더군요. 마트와 친정과 운동하러 다니는 게 다 예요.
졸음도 건강에 좋다고 해요. 레 미제라블은 역사 철학 문학 심리학... 다 아우르는 소설 같습니다.
다섯 권 다 읽게 되면 추천할지 말지 말씀 드릴게요. 저도 도중 하차할지 몰라서요. 하하~~
굿 데이~~

모나리자 2023-08-08 1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칼럼을 쓰는 일이 공적인 글쓰기라 신경이 많이 쓰일 거예요. 사이를 두고 다시 읽어보시면서 수정을 하면 매끄럽고 만족스러운 글로 다시 태어날 겁니다. 페크님, 화이팅~!!
인용해 주신 문장들을 읽어보니 장편이지만 몰입해서 읽을 만한 작품 같아요. 영화로운 생활을 누리면서 그것을 포기하자니
정말 고민으로 들끓을 것 같습니다.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것 같아 깊은 공감을 할 수 있겠고요.
좋은 문학작품은 시대를 막론하고 독자를 부르는 것 같아요.
무더위 잘 이겨내고 계시겠지요. 오늘도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8-09 13:2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제 이미지도, 신문의 이미지도 생각해야 해서 형편없는 글을 보낼 수 없으니 칼럼이 신경 많이 쓰입니다.
파이팅, 고맙습니다.
딜레마에 빠진 장 발장입니다. 저도 공감하며 읽었어요.
시대를 막론하고 공유하는 데 문제가 없어 꾸준히 읽히는 고전인가 봅니다. 사람 사는 일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아 신기하기도 하고요.
모나리자 님도 무더위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내일은 말복입니다. 더위가 조금씩 사라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감은빛 2023-08-14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름 휴가를 집에서 책을 읽으며 보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가,
아, 우리 집엔 에어컨이 없어서 책에 집중하기 쉽지 않겠구나 라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물론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지인들의 집들을 순례하는 것도 가능한데,
그러면 또 그 지인들과 노느라 책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레미제라블을 조금 읽다가 멈추고, 다시 한참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다가 멈춘 것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네요.
읽고 싶은 책들이 집에 쌓여 있지만, 언제나 저는 이런 저런 핑계로 손을 못 대고 있네요.

페크pek0501 2023-08-14 19:04   좋아요 0 | URL
저는 선풍기만 있으면 대충 견딥니다.ㅋㅋ 여름엔 카페에서 책 보거나 공부하는 게 좋아요.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거든요.
레 미제라블2를 읽으실 땐 앞부분을 건너뛰고 91쪽부터 읽으셔도 됩니다.(민음사 책) 장 발장이 나오겠지 하면서 읽어나가는데 나오지 않고 워털루 전쟁에 대한 이야기만 길게 나옵니다. 논문 수준으로 길어요. 빅토르 위고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뭐 하나 잡으면 길게 쓰는 것.
1권에선 안 그랬어요. 이야기가 재밌어서 시간만 여유롭다면 금방 읽으실 작품입니다.^^
 




1.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1>


자베르의 입에서 새어 나온 몇 마디 말로 짐작해 보면, 그는 의지와 아울러 본능에서 우러나는 그들과 같은 부류에 특유한 호기심을 가지고 마들렌 아저씨가 다른 데 남겨 놓았을지도 모를 모든 발자취를 비밀리에 탐색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중략) 그런데 어떤 말들의 뜻이 너무 절대적인 것을 타나낼 수도 있어 완화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 말을 덧붙이는데, 인간에게는 정말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있을 수 없고, 본능의 특성은 바로 흔들리고 흐려지고 혼미해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본능은 지성을 능가할 것이고, 동물은 인간보다 우월한 빛을 가지게 될 것이다.(311쪽)


⇨ “인간에게는 정말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있을 수 없고, 본능의 특성은 바로 흔들리고 흐려지고 혼미해질 수 있다.” 이 문장은 인간의 특성을 말해 주기에 기억해 두고 싶다. 인간은 이성적이기도 하지만 감성적이기도 하다. 인간에게는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아 정작 본인도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인간은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 결혼한 사람이 결혼하지 않은 사람보다 자신에 대해 알 기회를 많이 갖게 되고, 한 번도 남과 싸우지 않은 사람보다 열 번 싸워 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알 기회를 많이 갖게 된다. 





2.












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


어느 신문에서 본 내용인데, 1년에 3백 개 이상의 기업을 방문하고 그 전망을 판단하여 투자한다는 일본 최고의 펀드 매니저 후지노는 2000년 2월 주간문춘週刊文春에서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높이 1미터 이상의 관상식물, 니스 칠한 나무 그루터기, 동물 박제, 고급 술, 유명 화가의 그림, 골프채, 우승 트로피, 저명인과 찍은 스냅 사진 같은 것들 중 4가지 이상이 사장실에 있으면 볼 장 다 본 회사이므로 투자를 삼가라. 또 사장이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금빛 찬란한 호화시계를 차고 있어도 주의가 필요하다. 사장이 저명인과 친하다고 은근히 내비치거나 자랑하는 회사, 업적 부진을 경기나 정부 탓으로 돌리는 회사, 화장실이 더러운 회사, 지나치게 예쁜 안내원이 있는 회사, 요정에서 손님 접대하려는 회사 등은 투자해 봐야 별 볼 일 없거나 망하기 십상이다.”(218쪽)


⇨ 재밌고 일리가 있는 글이다. 개인 병원에서 키 큰 관상식물, 유명 화가의 그림, 우승 트로피 등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곳도 신뢰할 수 없는 병원일까?





3.












알퐁스 도데, <마지막 수업>


그러자 늙은 농부가 발끈 화를 내며 말했다.

“멍청이 같은 놈이지! 프러시아군을 상대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는데도 그걸 마다하다니. 프러시아 군인들이 들어온 날부터 술집 문을 닫고 간판을 아예 내려 버렸지 뭔가. 다른 카페 주인들은 전쟁 통에 많은 돈을 벌었는데도 유독 그놈만 땡전 한 푼 못 벌었어……. 거기에 프러시아 군인들에게 건강지게 구는 바람에 감옥까지 갔다 왔다니까? 그러니 바보 멍청이랄밖에. 제 놈이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자기가 무슨 군인이라도 된대? 손님들한테 포도주, 브랜디나 잘 따라 주었으면 돈을 갚고도 남았을 거 아니야. 불한당 같은 놈! 저 혼자 애국자 노릇하다가 무슨 꼴을 당하나 어디 한번 보자고!”(나룻배, 74~75쪽)


⇨ 지조 있는 애국자를 욕하는 장면이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서 읽은 “세계 속의 악은 거의 항상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글이 떠오른다. 무지는 악덕을 낳기도 한다.





4.












김남일, <서울 이야기>


당시 신문에는 만일 전당포가 없다면 아침저녁을 굶을 사람이 경성의 조선 사람 18만 중 적어도 6만은 될 거라고 하면서, “이와 같이 전당포라 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에게는 없지 못할 큰 기관일 뿐 아니라 오히려 가난한 사람에게는 전당포 한 집이 조선은행이나 한성은행 100개보다도 필요하고 전당놀이 하는 사람은 어느 방면으로 보면 소위 겉으로 꾸미고 떠벌이는 자선가나 공익 사업을 한다는 사람보다는 훨씬 정직한 자선가라 할 수도 있고 정직한 공익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동아일보』, 1920.7.7.)고까지 전할 정도였다.(192~193쪽)


⇨ 그 시대의 전당포 역할을 이 시대에는 ‘신용카드 회사’가 대신하는 것 같다. 



 


5.












존 윌리엄스, <스토너>


“여보.” 이디스가 아직도 날카로움이 남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아침에는 좀 늦은 것 아니에요?”

윌리엄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에 아직 멍한 표정이 남아 있었다. 

이디스가 말했다. “당신의 귀여운 여학생이 기다리다가 화를 내지 않겠어요?”

그의 입술에서 감각이 사라졌다. “뭐?” 그가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이런, 윌리.” 이디스가 이렇게 말하고는 너그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당신의 그…… 가벼운 연애놀음에 대해 모르는 줄 알았어요? 세상에, 난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 아가씨 이름이 뭐죠? 들었는데 잊어버렸네요.”

충격과 혼란 속에서 그의 마음이 알아들은 단어는 하나뿐이었다. 그 말을 입에 담는 그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성마르게 짜증을 내는 것처럼 들렸다. “당신이 말하는…… 연애놀음 같은 건 없소. 그건…….”

“이런, 윌리.” 그녀가 이렇게 말하고 나서 다시 웃었다. “완전히 당황한 표정이네요. 세상에, 나도 다 알아요. 당신 나이의 남자가 어떤지. 그런 것이 아마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적어도 세상 사람들 말로는 그렇다는 것 같아요.”(282쪽)


⇨ 이디스는 남편 스토너(윌리)에 대해 무관심한 아내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한 것 아닌가?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면 아내들 대부분이 충격을 받고 분노할 텐데 이렇게 태연자약하게 말하다니. 그런 유치한 놀이쯤은 얼마든지 봐 줄 수 있다는 듯한 말투다. 남편이 사랑에 빠졌다고 보지 않고 즐거운 놀이를 하는 걸로 보기 때문일까.      


만약 이디스가 남편이 만나고 있는 여자를 직접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두 사람이 만나는 것에 관심 없으니 둘이서 알아서 하라고 태연하게 말하고, 그 관계가 길게 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것 같다. 중년의 남자가 으레 하는 연애놀음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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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5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3-07-25 19: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스토너> 읽고 있어요.
저도 이디스 마음에 안 들더군요. 뭐 이런 잔잔한 소설에
이디스 같은 인물도 있어주면 나쁜 건 아닌데 같은 여자여도
좋아할 수 없는 인물이긴 해요.
반대로 이디스가 다정다감한 현모양처였어도 스토너가 바람을
안 피웠을까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는 있긴 합니다. ㅎㅎ
암튼 이 책 괜찮은 책임엔 틀림없어요.^^

카페 좋네요. 저런 카페에서 한 서너 시간 푹 있다가 나오면 좋겠네요.
단 좀 조용해야 할 텐데...ㅋ

페크pek0501 2023-07-26 12:55   좋아요 1 | URL
오! 드디어 읽으시는군요.
재독해 보니 이디스가 결혼 전에 자기 집에서 스토너를 만날 때부터 성격이 이상하더군요. 스토너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마치 자기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 결혼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말을 할 때도 일방적이고. 따뜻한 정을 주지 않고 엄격하기만 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 이디스 역시 사랑할 줄 모르는 것 같아요. 연애 때도 신혼여행 때도 두 사람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없었으니 불행한 결혼생활은 당연한 귀결인 셈.
부부 사이가 좋았다면 연인을 만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관계를 끝내려고 노력하겠죠. 죄책감을 달고 살면서 행복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위의 카페에 딸애과 함께 가서 책 읽고 왔답니다. 딸애의 취미에 동참해 줬어요. 시끄러울 땐 이어폰을 끼어요.ㅋ

희선 2023-07-27 0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거나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하는군요 그렇게 말하는 건 자신이 한 일을 정당화 하려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하는 건데 어때 같은... 그런 사람보다 나라도 지킬 건 지켜야지 하는 사람이 많으면 좋을 텐데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7-27 11:12   좋아요 1 | URL
요즘도 그런 일이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겠지요. 올바르게 사는 사람을 오히려 무시하는 일이...
희선 님, 장마가 끝났으니 오늘부터 폭염 날씨가 시작될 것 같군요. 건강 관리를 잘 하셔요.^^

모나리자 2023-07-28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만 해도 시내에 전당포가 있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듣게 되네요.
시대가 바뀌면서 없어진 가게나 직업이 꽤 있을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7-29 11:54   좋아요 2 | URL
저 역시 전당포, 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반갑더라고요. 옛날 말 같아서요.
삐삐가 있던 시대도 있었어요. 제가 자유기고가로 일할 땐 집에 팩스를 두고 살았어요.
팩스가 없으면 잡지사로 원고를 직접 갖다 주러 가야 했거든요. 그런데 몇 년 뒤 바로 컴퓨터 시대가 되어
모든 게 이메일 제출이어서 팩스를 없앴어요. 돌아보면 흥미로운 역사예요.ㅋㅋ

기억의집 2023-07-28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페 저도 가서 커피 한잔 하고 싶을 정도의 시원함이 있네요. 세이노 읽다가 오늘 뭐 읽는데 거기서 한 은행직원이 번지르한 옷 입은 사람보다 일하다 온 작업복 입은 사람이 대출금을 잘 갚는다고 한 말이 떠올랐어요. 사실 소설에서나 저렇지. 정말 남편의 바람에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을까요? 배우자가 바람 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정 떨어져서 못 산다는데… 배우자에 대한 애정이 손톱만큼도 없으니깐 저럴 수 있지 싶어요!

페크pek0501 2023-07-29 11:52   좋아요 0 | URL
딸애가 앞장 선 카페예요. 밖에도 좌석이 있고 2층도 있고 경치가 좋았어요. 50쪽쯤 되는 단편소설을 읽고 왔네요. 거기서 파는 빵도 커피도 맛있었어요.
세이노~, 는 유익한 정보가 있고 술술 읽히며 재밌어요. 어떤 분야든 성공한 이들에게는 배울 점이 있는 건 확실한 듯.
스토너에서 아내의 반응은 그녀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반응 같았어요. 어쩌면 자존심 때문에 태연한 척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 역시 그녀다워요. 그런 일로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는 점은 높이 평할 만하다고 느꼈어요.^^

얄라알라 2023-07-30 19:20   좋아요 1 | URL
저도 카페 통창 보고 와우!!! 당장 가고 싶다!!! 싶었는데 ^^ 기억의집님께서도 ㅎ

기억의집 2023-07-30 19:23   좋아요 2 | URL
게다가 초록으로 색칠한 것 같아 더 가고 싶어요. 저는 낼 후쿠시마 폐오염수 방류 하기 전에 물회 먹으러 가자 해서 바다 보러 갑니다!!! 초록 대신 파란 바다 보고
오려고요!!
 




회계원 체르뱌코프는 객석 두 번째 줄에 앉아 오페라 공연을 보면서 행복의 절정에 다다른 기분을 느꼈다. 그런데 갑자기 재채기를 하여 주위를 둘러봤다. 첫 번째 줄에 앉은 노인이 자신의 대머리와 목을 장갑으로 닦으며 투덜거리는 것을 보고 그 노인에게 침이 튀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노인은 다른 부서의 브리잘로프 장군이었다. 그는 앞으로 몸을 숙이고 장군의 귀에 "용서하세요 각하. 제가 침을 튀겼군요. 본의가 아니었습니다만…"이라고 속삭였다. 장군은 괜찮다고 했다. 휴식 시간에 그는 장군에게 용서를 해 달라고 더듬더듬 말했고 장군은 "허, 정말… 나는 벌써 잊어버렸다니까. 아직도 그 얘기요!"라고 말했다. 그는 '잊어버렸다고 하지만 눈에는 원한이 담겨 있는 걸' 하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온 그는 브리잘로프 장군이 화가 풀리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 장군을 찾아가 재채기에 대해 해명했으나 장군은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결국 다음날 장군을 또 찾아가 사과의 말을 했다. 장군은 "꺼져!" 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그는 공포에 질려 속삭이듯 "뭐라고요?"라고 물었고, 장군은 "꺼지라니까!" 하고 발을 구르며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의 뱃속에서 무언가가 터져 버렸다. 그는 집에 돌아와 관복을 벗지 않은 채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죽었다. 여기까지가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관리의 죽음'의 내용이다.



소설 속 주인공 체르뱌코프는 상관의 위압적인 고함 소리에 심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숨지고 만다. 이처럼 마음의 병으로도 숨이 끊어질 만큼 우리 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재채기 같은 사소한 일로도 불행해질 만큼 우리 인간은 가련한 존재다. 그러므로 인간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



체르뱌코프는 왜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브리잘로프 장군은 체르뱌코프가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려는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그의 거듭되는 사과에 분노가 치밀었다. 체르뱌코프는 장군이 자기의 사과를 받아 주지 않는다고 여겨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해 배려할 수도 없었다.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공감이 중요하다. 부서는 다르지만 브리잘로프 장군은 상관이고 체르뱌코프는 하급 관리이다. 소통과 공감을 위해 상대방의 마음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면 윗사람과 아랫사람 중 누가 더 노력해야 할까? 아랫사람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는 윗사람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남의 마음에 무심한 자는 남의 고통에도 무심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윗사람이 언제나 윗사람의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브리잘로프 장군도 자기보다 직위가 높은 사람 앞에서는 아랫사람이 된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교훈은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심한 체르뱌코프는 자기 실수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집착은 불행을 낳기 쉽다. 채근담에 '마음이 물들지 않고 집착이 없으면 속세도 신선의 세계이고, 마음이 구애받고 탐닉하면 낙원도 고통의 바다가 된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기억해 둘 만하다. 



두 번째 교훈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자기보다 직위가 낮은 사람에게 침이 튀었다면, 체르뱌코프가 그 일에 그토록 집착하지 않았으리라. 아랫사람은 윗사람 앞에서 주눅이 들어 눈치를 보게 된다. 반면에 윗사람은 아랫사람 앞에서 오만에 빠지기 쉽다. 오만에 빠지면 브리잘로프 장군처럼 상대편의 기분 따위는 안중에 없고 자신의 기분에 따라 태도가 달라진다. 그리하여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참지 않고 화를 표출시킨다. 상대편에 비해 직위가 높으니 화를 내는 것을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약자를 대하는 강자들의 일반적인 태도다. 한국 사회에서 갑질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러한 권력관계 때문이다. 상관의 성난 태도에 두려움을 느끼고 죽음을 맞이한 하급 관리인 체르뱌코프. 그와 같은 약자들이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072001000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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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1 09: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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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1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7-21 1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체호프의 저 단편을 읽으면서 놀랐던게 뭔가 결말로 이어지는 중간단계 없이 ‘그리고죽었다‘ 이렇게 끝내는게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담담함 속에 감춰진 냉혹함? ㅋ

페크pek0501 2023-07-21 19:17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서 인상에 남았어요. 누웠다. 그리고... 죽었다, 로 끝나는 소설이죠.
작가 체호프가 의사이기도 했으니 마음의 병으로 인한 죽음에 대해 잘 알았기에 소설에 그런 죽음을 자신 있게 넣었던 것 같아요.
모든 인간관계에는 보이지 않는 권력관계가 있지요. 감춰진...

감은빛 2023-07-21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채기로 튄 침이 얼마가 되었건 간에 그로 인해 사람이 죽다니!
장군이라는 자가 엄청나게 무서운 인상이고 평소에도 사람들을 고압적으로 대했을 것 같아요.
페크님이 말씀하신 두 가지 교훈을 잊지 말아야겠어요.

페크pek0501 2023-07-21 20:18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무서운 인상이죠. 부드럽게 말하며 괜찮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 좋았을 텐데... ˝잊어버렸다니가 아직도 그 얘기요!˝ 이런 식으로 대답하니 주인공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거죠.
자기 기분에 취하면 상대편을 배려하기가 어렵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희선 2023-07-22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걱정이 많은 사람이네요 한번 사과했으면 괜찮을 텐데... 그런 사람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면 좋겠지요 상사라면 밑에 사람 성격이 어떤지 조금은 알잖아요 짜증난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고 이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라 했다면, 좋았겠네요 사람은 마음의 병으로도 죽죠 누구나 마음이 단단하지 않기도 한데...


희선

페크pek0501 2023-07-22 11:44   좋아요 0 | URL
소심한 사람이 대체로 작은 일에도 과민하죠. 그래서 작은 일을 큰 일로 만들어버리기도 하죠.
그가 사과할 때 장군이 따뜻한 말투로 대답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희선 님, 토요일이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coolcat329 2023-07-22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관리의 죽음 이 소설집의 첫 이야기죠~정말 짧으면서도 강렬한 오프닝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페크pek0501 2023-07-23 10:5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드라마, 라는 소설도 강렬하게 끝나죠.
비 오는 일요일이네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2023-07-22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3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김남일, <서울 이야기>


그 서울의 밤에 전기가 들어왔다. 1887년 경복궁 후원 건청궁과 향원정 일대에서 처음으로 전구 750개가 불을 훤히 밝혔다. 중국이나 일본보다도 2년쯤 앞선 일로, 직접 목격한 이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절로 터져나왔다. 백성들로서는 담장 너머로 멀리 비치는 10촉광의 불빛마저 도무지 믿기 힘든 도깨비불이 아닐 수 없었다. 민간까지 전기가 보급되는 데에는 훨씬 더 시간이 필요했다. 1900년 4월 10일, 종로에 처음으로 가로등이 불을 밝혔다.(35쪽)


⇨ 전구 750개가 불을 밝혀 환한 세상이 된 것을 본 이들은 신세계가 펼쳐지는 것을 보았으리라. 그때의 광경은 사람들에게 가슴 뻐근한 감동을 주었을 것 같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 역에서 저격했다. 나쓰메 소세키는 그 열흘 전쯤에 도쿄로 돌아왔다. 그는 약속했던 연재를 포기한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그의 생각을 제대로 읽을 기회도 사라진다. 기사가 폭주하면 제 글을 마음대로 넘겨버리는 신문사 탓을 하지만, 이제 초대 통감을 사살해 동아시아의 정치적 지형도에 일대 충격을 던진 나라에 대해 정색을 하고 언급하는 일 자체에 무언가 부담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적어도 1909년 가을의 그는, 메이지 유신 이후 급속히 구축한 국력을 바탕으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너끈히 치러낸 국가적 자부심을 그 역시 한 사람의 제국 국민으로서 기꺼이 누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79쪽)



이번 여행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일본인이 진취적인 기상을 가지고 넉넉하지 않은 형편임에도 나름대로 무한히 발전해나가고 있다는 사실과 이에 따른 경영자의 기개입니다. 만주, 한국을 유람해보니 과연 일본인은 믿음직한 국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디를 가도 떳떳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에 반해 중국인이나 조선인을 보면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스럽게도 일본인으로 태어난 것이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79~80쪽)


⇨ 이 글은 나쓰메 소세키가 쓴 글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두 번이나 읽은 팬으로서 나는 그에 대해 실망하게 되었다. 작품의 훌륭함과 작가의 훌륭함은 별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실망스러웠다. 제국주의의 침략성에 대해 비난하기는커녕 일본인으로 태어난 것이 행복하게 느껴졌다니. 



백화점의 ‘엘레베타 걸’이나 판매를 담당하는 이른바 ‘쇼프 걸’은 조선인에게는 기회조차 거의 주어지지 않았던 타이피스트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전문직 신여성이었다. 여학교 졸업자는 물론이고 외국 유학생까지 구름처럼 지원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선발 기준은 철저히 ‘미모’였다. 심훈의 장편 『영원의 미소』(1933~1934)에는 이미 문사로 활동하던 한 신여성이 생활고에 못 이겨 백화점 판매원으로 들어가자 벌어지는 소동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156쪽)


⇨ 지금과 시대가 다른 만큼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1>


또 어떤 때에는 이렇게도 말했다.

“별 수 없지 않소? 그 양반들은 고귀하신 분들이지만 나는 가난한 시골 주교에 불과하니.”

사실을 말하자면 그는 사람들의 환심을 사지 못했다. 다른 여러 가지 기이한 일 중 하나인데, 어느 날 저녁 최고위층 동료들 중 한 사람 집에 가 있을 때 그가 어쩌다 불쑥 이런 말을 입 밖에 낸 것 같다.

“참 훌륭한 괘종시계요! 참 아름다운 양탄자요! 하인들의 제복이 참 화려하오! 이런 건 얼마나 귀찮을까! 오! 나는 이런 사치품은 싫소. 이런 것들은 줄곧 내 귀에 이렇게 외칠 뿐이오.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다! 추위에 떠는 사람들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91쪽)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사치를 증오하는 것이 지적(知的)인 증오는 아닐 것이다. 그러한 증오 속에는 예술에 대한 증오가 들어 있을 테니까. 그렇지만 성직자들에게는 연극과 의식을 제외하고 사치는 잘못이다. 그것은 실제로 그다지 자비롭지 못한 습관을 드러내 보이는 것 같다. 호사스러운 신부는 자가당착이다. 신부는 가난한 사람들 옆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노동의 먼지와 함께, 그 신성한 빈곤을 다소라도 자신이 갖지 않고서, 끊임없이, 그리고 주야로 저 모든 고통과 저 모든 불행과 저 모든 빈곤에 접할 수 있겠는가? 화롯가에 있으면서도 따습지 않다는 사람을 상상할 수 있는가?(91~92쪽)   


⇨ “호사스러운 신부는 자가당착이다.”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훌륭한 성직자를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 




3. 












존 윌리엄스, <스토너>


매스터스가 공짜로 제공되는 점심 때 나온 완숙 달걀을 수정구처럼 높이 들고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의 진정한 본질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습니까, 여러분? 스토너 군? 핀치 군?”

그들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줄 알았지. 스토너는 대학을 커다란 저수지처럼 생각하고 있을걸. 도서관이나 유곽처럼 말이야.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자신을 완성해줄 물건들을 고를 수 있는 곳, 모두가 같은 벌집의 작은 일벌들처럼 힘을 합쳐 일하는 곳. 진실, 선함, 아름다움. 이런 것들이 모퉁이 너머 바로 다음 복도에 있다는 것이지. 아직 읽지 못한 바로 다음 책, 아니면 아직 가보지 못한 바로 다음 서가에. 언젠가 우리는 반드시 그 서가에 이를 것이고, 그러면……그러면…….” 그는 달걀을 한 번 더 바라본 다음 크게 한입 베어 물고는 스토너에게 시선을 돌렸다. 턱이 우물우물 움직이고, 검은 눈이 밝게 빛났다.(43쪽)


⇨ 내가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이 글을 책에서 뽑아 옮기면서 내가 이 소설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스토너와 핀치의 깊은 우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스토너는 교수일 뿐이지만 핀치는 학장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스토너는 타협할 줄 모르는 성격 때문에 학과장의 미움을 사게 된다. 스토너에게 불만을 품은 학과장으로 인해 핀치가 스토너를 해고해야 하는 곤란한 일이 생긴다. 그때 핀치는 스토너와 대화를 나누면서 스토너를 사려 깊게 배려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여 준다. 아주 멋진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게 그는 연애를 했다.

그는 캐서린 드리스콜에게 자신이 품고 있는 감정을 서서히 깨달았다. 어느새 그는 자기도 모르게 오후에 그녀의 집을 찾아갈 핑계를 찾아내고 있었다. 어떤 책이나 논문 제목이 떠오르면 그것을 적어두고 일부러 제시 홀 복도에서 그녀를 만나지 않으려고 피해 다녔다. 그래야 오후에 그녀의 집에 들러서 커피를 마시며 그 제목을 알려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었다.(265쪽)


⇨ 스토너는 캐서린 드리스콜과 불륜의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들은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   


예전에 <스토너>를 읽은 독자의 리뷰를 본 적이 있다. 몇 개의 리뷰에서 이 소설엔 특별한 사건이 없다고 해서 이 소설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읽어 보니 특별한 사건이 몇 개나 있었다. 그리고 스토너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는데 내가 읽어 보니 그는 장점이 많은 특출난 사람이었다. 학문과 책에 대해 뜨거운 열정을 가졌고 인내심이 많았으며 선한 사람이었다. <스토너>를 읽은 독자라면 스토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스토너>는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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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7-09 17: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산문을 보면 저런 내용이 좀 있더라구요. 소설에도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거 같은데 🤔 실망하실만한거 같아요 ㅋ

스토너 인상깊게 읽고 친구 빌려줬는데 못돌려받은걸 이제서야 인지했습니다 ㅋ

페크pek0501 2023-07-10 15:28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 이미지를 바꾸셨네요. 이것도 좋네요.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군요. 그러고 보면 작가, 라는 자리가 참 어려운 자리예요. 잘 처신해야 한다는 점에서.
스토너, 책은 갖고 있을 만하지요. 저도 책을 빌려 줘서 못 받은 적이 두 번 있습니다.ㅋ^^

stella.K 2023-07-10 1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 않습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본인들 중엔 자국을 비판하는 지식인도 있는 줄 압니다. 대단한 거죠. 쉽지않거든요. 소세키 적어도 가만 있었으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건데ᆢㅋ
저도 스토너 재미가 있을까 그랬는데 얼른 읽어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7-11 14:24   좋아요 2 | URL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국을 비판한 글을 신문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자주 발언하지는 않아요.
소세키가 차라리 침묵했다면 좋았겠다 싶어요.
스토너는 기대 이상이었어요. 저자는 마치 남 얘기하듯 거리를 두고 서술해요. 그게 이상하게 더 슬프게 느껴져요.
그리고 다 읽고 나면 스토너를 좋아하게 되는데 이 점도 이 소설의 강점인 듯해요.
독자가 좋아할 수 있는 주인공을 창조해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희선 2023-07-11 0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토너 재미있었어요 다른 사람도 재미있게 만났겠지요 스토너가 결혼했지만 그 결혼은 불행해서... 나중에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났지만 함께 할 수는 없었겠지요 스토너는 자기대로 살다 갔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가장 좋지 않나 싶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07-11 14:26   좋아요 0 | URL
희선 님도 읽으셨군요. 제가 늦게 읽었어요.
맞아요. 불행한 결혼생활을 해야만 했지요. 그래도 아내에 대해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하는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였어요. 어쨌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죽었으니 미련은 없을 듯하네요.ㅋㅋ

가필드 2023-07-11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세키님 읽어봐야 할 책 목록에서 제외해야 겠네요 일본인으로서 자부심이 라니요 😓

페크pek0501 2023-07-11 14:28   좋아요 2 | URL
가필드 님, 그래도 목록에서 빼지는 마시어요. 인간이란 원래 모순덩어리 아닙니까.
아무리 인격적인 자도 실수하고 이해 불가한 행동을 하곤 하잖아요. 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고
나중엔 후회했을지도 모르죠.
그냥 저는 작품으로만 보고 싶습니다.ㅋㅋ
반가웠습니당~~~

모나리자 2023-07-11 16: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소세키는 최애 작가이기도 합니다. 저 인용글은 만주를 여행하고 쓴 글 같은데요. 전 아직 읽기 전이거든요.
작가로서 자국에 대한 발언은 부정이든 긍정이든 많은 부담이 될 듯합니다.
저도 <스토너> 준비해 두었어요. 평가가 좋아서 기대됩니다.^^

페크pek0501 2023-07-13 10:31   좋아요 2 | URL
소세키 작가가 팬이 많군요. 오! <서울 이야기>를 갖고 계시는군요. 반가워라~~~
오! 스토너, 까지 준비해 두셨다니 열공하십니다. 저도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당~~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1>



나폴레옹은 자기를 바라보는 노인에게 몸을 돌려 느닷없이 말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대는 웬 늙은이인고?”

“폐하.” 미리엘 씨는 말했다. “폐하께서는 한 노인을 보고 계시옵고, 저는 한 영웅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제각기 얻는 바가 있는 셈입니다.”(13쪽)



그는 또 이렇게 말하곤 했다. “무식한 자들에게는 가급적 여러 가지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무상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은 사회의 죄다. 사회는 스스로 만들어 낸 암흑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마음속에 그늘이 가득 차 있으면 거기에서 죄가 범해진다. 죄인은 죄를 범한 자가 아니라, 그늘을 만든 자다.”(31쪽)

 


그것이 그렇게도 흉측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인간의 법을 모를 정도로 신의 법에만 몰두하는 것은 잘못이다. 죽음은 오직 주님만의 권한이다. 인간들은 무슨 권리로 이 알 수 없는 것에 손을 대는가?(36쪽)


⇨ 단두대에서 사형수가 처형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미리엘 주교가 혼잣말을 한 것이다. 무슨 권리로 인간이 인간을 죽인다는 말인가? 하는 뜻이다.



사람들은 환자나 죽어 가는 사람의 머리맡에 언제고 미리엘 씨를 불러올 수 있었다. 그는 그것이 자기의 가장 큰 의무이자 가장 큰 직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과부나 고아의 집에서는 일부러 청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는 자진해서 가 주었다.(36~37쪽)



저녁에 취침하기 전에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도둑이나 살인자를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돼. 그건 외부의 위험이고 작은 위험이야. 우리들 자신을 두려워하자. 편견이야말로 도둑이고, 악덕이야말로 살인자야. 큰 위험은 우리들 내부에 있어. 우리들의 머리나 지갑을 위협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영혼을 위협하는 것만을 생각하자.”(55쪽)


⇨ 편견에 구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나를 너무 칭찬하지는 마시오. 나는 폭군의 종말에 찬성했소.”

그것은 준엄한 어조에 대꾸하는 엄숙한 어조였다. 

“그게 무슨 뜻이오?” 주교가 말을 이었다.

“내 말은 인간은 하나의 폭군을, 즉 무지(無知)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오. 나는 그 폭군의 종말에 찬성한 거요. 그 폭군이 왕권을 낳았소. 학문은 진리 속에서 얻은 권위인 데 비하여, 왕권은 허위 속에서 얻은 권력이오. 그러므로 인간은 오직 학문에 의해서만 지배되어야 하오.”(76쪽)  


⇨ 인간은 하나의 폭군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무지(無知)라는 것.



국민의회 의원은 말을 계속했다.

“루이 16세로 말하자면, 난 반대했소. 나는 한 인간을 죽을 권리가 내게 있다고는 생각지 않소. 그러나 악을 절멸시킬 의무는 있다고 생각하오. 나는 폭군의 종말에 찬성했소. 다시 말해서, 여성에게는 매음의 종말, 남성에게는 노예 상태의 종말, 아동에게는 암흑의 종말이오. 나는 공화제에 찬성함으로써 이와 같은 것에 찬성한 거요. 우애와 화합, 여명에 찬성한 거요! 나는 편견과 오류의 붕괴를 도왔소. 오류와 편견의 붕괴는 빛을 만들어 내지요. 우리는 낡은 세계를 무너뜨렸소. 그리하여 비참의 도가니였던 낡은 세계는 인류 위에 나둥그러짐으로써 기쁨의 항아리가 된 거요.”(77쪽) 



“혼합된 기쁨.” 주교가 말했다.

“혼합된 기쁨이라고 해도 좋겠지. 그런데 오늘날, 1814년이라고 일컫는 저 불행한 과거가 되돌아온 후 기쁨은 사라져 버렸소. 슬프게도 작품이 미완성이었다는 걸 나도 인정하오. 우리는 현실에서는 구체제를 무너뜨렸지만, 사상에서는 그것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없었소. 폐습을 타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오. 풍조를 바꾸어야 하오. 풍차는 없어졌지만 바람은 아직 남아 있소.”(77쪽)



“당신네들은 무너뜨렸소. 무너뜨리는 것이 유익할 수는 있소. 하지만 분노 섞인 타도는 경계하오.”

“권리에는 분노가 있는 것이오, 주교님. 권리의 분노는 진보의 한 요소요, 그야 어쨌든,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든, 프랑스혁명은 그리스도의 강림 이래 인류의 가장 힘찬 한 걸음이었소. 미완성이긴 했지. 그러나 숭고했소. 혁명은 모든 사회적 미지수를 끄집어냈소. 혁명은 인간의 정신을 온화하게 하고, 진정시키고, 위안하고, 밝게 하였소. 혁명은 지상에 문명의 물결을 흘려 보냈소. 훌륭한 것이었소. 프랑스혁명은 인류의 축성식이었소.”(77~78쪽)


⇨ 미리엘 주교와 옛 국민의회 의원(늙은 혁명가)이 대화를 하는 장면이다. 혁명가의 말은 작가의 생각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풍차는 없어졌지만 바람은 아직 남아 있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권리에는 분노가 있는 것이오.” 이 문장을 읽고 어떤 권리를 찾으려는 자에게는 분노가 있었겠구나 생각했다. 예를 들면 노동자들이 대규모의 집회를 가질 경우 ‘분노’가 없다면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만 참석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부당한 대우에 대한 분노가 있을 수 있다. 


각주) 국민의회는 입법의회(1791~1792)의 후신인 혁명의회. 공화국을 선포하고 루이 16세를 처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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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23-07-08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지가 폭군이 되는군요.
나이 들면서 더 편견을 갖게 됩니다. 노력하고 있지만요.

페크pek0501 2023-07-09 14:26   좋아요 1 | URL
저 역시도 편견을...ㅋ
명대사가 많은 소설이에요. 민음사에서 5권짜리로 나온 게 있어 완독해 보려 합니다.
동화책이나 압축된 내용의 책으로 읽은 적이 있지만... 이번에 5권을 읽는다면 많이 배우게 될 것 같아요.^^

모나리자 2023-07-11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제가 읽은 건 축약본인가 봅니다. 다섯 권이나 이어진다니 놀랍네요!
완독 응원합니다.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7-13 10:33   좋아요 1 | URL
아마 그럴거예요. 저 역시 축약된 걸로 읽었어요.
완독을 목표로 정했습니다만 다른 책과 병행해 읽을 것이므로 올해 안으로만 완독하는 걸로 계획을 세웠답니다.
저 역시 모나리자 님의 독서와 글쓰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