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월간의 칼럼 연재를 끝내고 나면 뿌듯할 줄 알았다. 연재를 해 봤다는 것이 보람으로 남을 줄 알았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예상이 실제와 맞아떨어지지 않는 법.) 글이 써지지 않았고 계속 써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걱정을 덜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생겼다. 지난 1월부터 ‘철학과 문학’ 오프라인 강좌를 주 1회 수강하고 있다. 한 달에 책 두 권을 읽고 두 번 모이는 독서 동아리에도 가입했다. 이달에는 하루에 시 한 편을 필사해 올리는 네이버 밴드 모임에도 가입했다. 매일 시 한 편을 골라 쓰고 사진을 찍어 올린다. (내가 이렇게 많은 일들을 벌이게 될 줄은 몰랐다. 인간은 자신을 모른다. 나도 나 자신을 알아 가고 있는 중이다.)


집에서 온라인 강좌나 오디오 북을 듣는 것도 즐기지만, 오프라인 강좌의 수강자가 되고 독서 동아리에 들고 나니 이점이 있었다. 사람들을 사귀게 되고 많이 걷게 된다는 점이다. 밖에 나간 김에 일부러 많이 걸으려고 노력한다.


독서 동아리에서 함께 읽기로 선정한 책 두 권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라서 서둘러 완독했다. 이 와중에 또 완독한 책이 있으니 위화의 <인생>이다. 둘 다 재미있게 읽은 장편 소설이다. 

















“대장님.”

대장은 눈꺼풀을 치켜들어 우리를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없이 곧장 자기 집으로 돌아가 내리 이틀을 잠만 잤다네. 사흘째 되던 날 호미를 들고 밭에 나왔기에 가서 보니 얼굴의 부은 기는 많이 가셨더라구.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몸이 아프지 않느냐고 하니까,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

“아픈 데는 없었는데 잠을 못 자게 하니 제기랄, 아픈 것보다 더 견디기 어렵더군.”

대장은 그 말을 하다가 눈물을 흘렸다네.

“내 이번에 알아봤네. 평소에 나는 내 아들 돌보듯 당신들을 보호했는데, 내가 재수 없는 일을 당했을 때는 구해주는 사람 하나 없더군.”

대장이 그렇게 말하자 모두 감히 그를 똑바로 보지 못했지. 대장은 그래도 운이 좋은 셈이었어. 성안으로 끌려가 사흘 동안 얻어터지는 걸로 끝났으니 말일세. 하지만 춘성은 성안에 살았으니 지독하게 당한 모양이야.

위화, <인생>, 243쪽.


⇨ (중국에서 일어난) 문화 대혁명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치사상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모모야, 그 사람들은 나를 억지로 살게 할 거다. 병원에서는 언제나 그렇게 한단다. 병원에는 그런 원칙이 세워져 있어. 나는 필요 이상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지. 유대인이라 하더라도 한계가 있단다. 그들은 날 죽지 않게 하려고 온갖 학대를 다할 거다. 고의적으로 의학적 처방이라는 것을 쓸 거다. 그리고 거품을 뿜어댈 때까지 못살게 굴며 죽을 권리도 주지 않는단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의 특권이 되는 거니까 말이다. 내 친구가 있었는데, 유대인도 아니면서 교통사고로 팔다리가 다 달아나버렸지. 그런데 병원에서는 혈액 순환을 조사한다고 그 친구를 10년 이상이나 고생을 시켰단다. 모모야, 나는 단지 의학이란 것을 위해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내가 정신이 나가곤 하는 것을 알고 있단다. 그렇지만 혼수 상태로 의학에 공헌하기 위해 몇 년 더 살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까 만일 오를레앙에서 온 사람들이 나를 병원에 데려갈 거라는 소문을 들으면 네 친구에게 가서 나한테 주사 한 대를 놔주라고 해라. 그리고 내 시체는 시골에 갖다버려라. 아무 데나 버리지 말고 숲 속에다가 버려라. 전쟁이 끝나고 나서 열흘 동안 시골에 가 있었지. 그렇게 공기가 좋을 수가 없었단다. 그곳은 도시보다 내 천식에 더 좋단다. 나는 내 엉덩이를 35년 동안이나 손님들한테 주었는데, 지금에 와서 또 의사들에게 주고 싶지는 않단다. 약속해주겠니?”

“약속해요, 로자 아줌마.”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185~186쪽.


⇨ 안락사가 불법이라 비밀리에 안락사를 시켜 달라는 로자 아줌마에게 모모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로자 아줌마는 병원에서 오랫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사느니 차라리 안락사가 낫다고 여긴다. 안락사의 입법화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에밀 아자르와 로맹 가리, 둘은 같은 사람이다.)




..............................


* 오늘 뽑은 시



방을 얻다 

                              나희덕


담양이나 창평 어디쯤 방을 얻어

다람쥐처럼 드나들고 싶어서

고즈넉한 마을만 보면 들어가 기웃거렸다.

지실마을 어느 집을 지나다

오래된 한옥 한 채와 새로 지은 별채 사이로

수더분한 꽃들이 피어 있는 마당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열린 대문 안으로 들어섰는데

아저씨는 숫돌에 낫을 갈고 있었고

아주머니는 밭에서 막 돌아온 듯 머릿수건이 촉촉했다.

― 저어, 방을 한 칸 얻었으면 하는데요.

일주일에 두어 번 와 있을 곳이 필요해서요.

내가 조심스럽게 한옥 쪽을 가리키자

아주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 글씨, 아그들도 다 서울로 나가불고

우리는 별채서 지낸께로 안채가 비기는 해라우.

그라제마는 우리 집안의 내력이 짓든 데라서

맴으로는 지금도 쓰고 있단 말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정갈한 마루와

마루 위에 앉아 계신 저녁 햇살이 눈에 들어왔다.

세 놓으라는 말도 못하고 돌아섰지만

그 부부는 알고 있을까,

빈방을 마음으로는 늘 쓰고 있다는 말 속에

내가 이미 세들어 살기 시작했다는 걸.


나희덕, <사라진 손바닥>, 2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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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2-15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이 달 나머지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4-02-15 19:19   좋아요 1 | URL
앞으로 시 자주 올리겠습니다. 올 한 해는 시 많이 읽은 해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은오 2024-02-15 19: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년동안 칼럼을 연재한다는게....부담감도 있을 테고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페크님~💕
오프라인 강좌에 독서동아리에 필사모임까지 시작하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왠지 게으른 저도 좀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넘 멋지세요...🥹

페크pek0501 2024-02-17 11:07   좋아요 1 | URL
저야말로 게으르게 살았어요. 그 결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있어요.ㅋㅋ
은오 님은 책 많이 읽으시니 게으른 게 아니지요. 저도 분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멋진 분은 은오 님!!

stella.K 2024-02-15 2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하셨네요. 그게 그렇더라구요.
안하면 되게 편할 줄 알았는데 자꾸 쳐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근데 넘 바쁘신 거 아니예요? ㅎㅎ

근데 사진은 어딘가요?

페크pek0501 2024-02-17 11:12   좋아요 1 | URL
스텔라 님은 그 느낌을 아시는군요.
만약 제가 돈 받고 가르치는 일이라면 당연히 부담스러울 텐데, 제가 돈을 내고 수강하는거라 결석해도 되고 부담없어요. 독서 모임도 한 달에 두 번만 가면 되는 거라서... 그동안 게으르게 살았던 것 같아요.
사진은 명동에 있는 레스토랑이에요. 이름은 생각 안 남. 맨 뒤 산 위의 불빛 탑이 남산이에요. 족욕하는 시설도 갖춰 있어서 족욕도 했어요.(이건 무료) 음식도 맛있고 가격은 그리 비싸도 않았어요. 딸이 데려가서 가 봤답니다.^^

coolcat329 2024-02-16 2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연재 시작하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나 됐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시원섭섭하시지요?
독서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신 페크님이 봄의 기운을 저에게 전해주시네요. 앞으로 독서모임에서 읽게 될 책들이 저도 기대됩니다. 화이팅하세요!

페크pek0501 2024-02-17 11:14   좋아요 2 | URL
2년이란 시간이 그렇게 짧답니다. 시원섭섭, 맞습니다.
제가 독서 편식을 하는 편이라 이 기회에 남들이 정한 리스트대로 책을 읽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리뷰는 못 쓰더라도 독서 모임으로 읽은 책은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coolcat329 님도 파이팅!!!

2024-02-17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20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4-02-18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짝짝짝짝 축하드립니다. 페크님....후련하시면서 섭섭...저도 그러시겠다 생각했는데 coolcat님의 말씀 댓글로 같은 심경을 서주셨네요^^

페크pek0501 2024-02-20 12:22   좋아요 1 | URL
끝남은 다른 일의 시작이이라고 여기고 새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고 싶군요.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도 있는 법.
공기가 맑아 좋은 날, 좋은 하루 보내세요.^^

물감 2024-02-18 17: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느 정도 채찍질이 필요하다고 보는 쪽이지만... 스케줄 너무 빡빡한거 아니세요?ㅋㅋㅋ
2년간의 연재도 성공하셨으니 뭐든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로맹 가리는 한 권도 안 읽었어요. 다들 재밌다 재밌다 그러는데 왜 저는 손이 안가는건지 원...

페크pek0501 2024-02-20 12:27   좋아요 1 | URL
저로선 스케줄 빡빡한 편이지만, 다른 알라디너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꾸준히 책 읽고 리뷰 올리시는 물감 님 같은 분들이 많잖아요. 연재 성공이라 말씀하시니(말이 안 돼서) 웃음이 나지만 감사히 접수하겠습니다.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으니 당연히 읽은 적 없는 작가가 있을 수밖에요. 저도 로맹 가리의 책은 처음 읽은 것 같습니다. 오래전부터 집에 책이 있었는데 읽게 되지 않더라고요. 독서 모임 때문에 이번에 읽었습니다.
책이 있어 늘 행복하시길... 더불어 저도...^^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은 나의 애독서 중 하나다. 애독서인 만큼 인상 깊은 구절마다 밑줄이 그어져 있다. 그 구절들을 발췌하여 단상을 쓰고자 한다. 

 



















위대한 일은 모두 시장과 명성을 떠난 곳에서 일어난다. 옛날부터 새로운 가치의 창안자들은 시장과 명성을 떠난 곳에서 살아왔다.

아나라, 벗이여, 그대의 고독 속으로.(87쪽)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속담과 ‘이름난 잔치 배고프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두 개의 속담은 떠들썩한 소문이나 큰 기대에 비하여 실속이 없거나 소문이 실제와 일치하지 않은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실속 없는 사람이 요란하게 치장하는 법. 겉이 요란하면 알맹이가 없는 법. 고독 속에서 인내하며 몰두할 때 위대한 탄생을 기대할 수 있는 법.



남자여, 여자가 사랑을 할 때면 두려워하라. 사랑하는 여자는 모든 것을 희생하며, 그녀에게 다른 모든 것은 무가치해지기 때문이다.(114쪽)


⇨ 다른 모든 것을 무가치하게 여기고 오직 사랑만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연애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는 상대편을 독차지하려는 소유욕이 강할 수밖에 없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랑도 정도를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할 수 있다. 이것은 성별에 관계없이 그렇다고 본다. 



남자의 행복은 ‘나는 원한다’는 데 있다. 여자의 행복은 ‘그가 원한다’는 데 있다.(114쪽)


⇨ 남성은 본인이 좋아하는 여성을 선택할 수 있는 반면 여성은 본인을 좋아하는 남성으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하는 존재란 말인가?


두 가지를 알게 한다. 첫째, 서양이나 동양이나 여성에 비해 남성이 프러포즈를 많이 한다는 것. 둘째, 니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을 했다는 것. 


요즘은 연애에 대해 적극적인 여성들이 많아졌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자세를 갖는 여성들이 많아질 때, 프러포즈는 남성이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보는 낡은 견해의 벽을 허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따금 다음과 같이 말함으로써 자신을 위로한다. “자! 기운을 내자! 변함없는 마음이여! 그대는 한 가지 불행에서 벗어났다. 그러니 이것을 그대의 행복으로 누려라!”(254쪽) 


⇨ “한 가지 불행에서 벗어났다.” 이 문장을 읽고 깨달았다. 인간은 자기가 누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여기고, 누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불만을 갖는다는 것을. 


약을 타기 위해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일이 많다. 며칠 전엔 시어머니 생신을 맞아 대구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 왔다. 딸 노릇과 며느리 노릇을 하느라 바쁘다. 한가롭게 살고 싶은데 그것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 아쉽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나는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불행에서 벗어났다. 큰 병을 앓는 불행에서 벗어났다. 두 다리로 걸을 수 없는 불행에서 벗어났다.’ 이렇게 열거해 보면 우리는 수백 가지가 넘는 불행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긍지에 찬 자들보다는 허영심 강한 자들을 아끼는 것. 이것이 대인관계에 있어서 나의 또다른 지혜다.(254쪽)


⇨ 긍지에 찬 자들은 자신감이 넘치는 자들이다. 반면에 허영심 강한 자들은 자신감이 없는 자들이다. 자신감이 없어 자기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허영심에 빠진 자들을 아낀다는 걸로 읽힌다.  



상처받은 허영심은 모든 비극 작품의 모태가 아닌가?(255쪽)


⇨ 여주인공의 허영심으로 인해 비극적인 결과를 낳은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가 떠오른다. 이 여주인공을 누가 미워할 수 있으랴. 

  


그리고 그 누가 허영심 강한 자들이 가진 겸손의 깊이를 제대로 잴 수 있는가! 나는 그들의 겸손 때문에 그들을 좋아하고 동정한다.(255쪽)


⇨ 허영심 강한 자들은 자신을 과소평가한다는 점에서 겸손한 자들이다. 자신만만한 자들은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허영심 강한 자는 그대들로부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배우려 한다. 그는 그대들의 눈길을 먹고살며 그대들의 두 손으로부터 게걸스럽게 칭찬을 먹어치운다.(255쪽)


그대들이 거짓말로 그를 칭찬한다면, 그는 그대들의 거짓말조차도 믿는다. 왜냐하면 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는 무엇인가?”라고 탄식하고 있기 때문이다.(255쪽)


⇨ 허영심 강한 자는 자신감이 없기에 남의 칭찬을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들에겐 남에게 보여 줄, 필요 이상의 겉치레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대들 중 최고의 현자들도 내게는 그다지 현명하게 보이지 않듯이, 인간의 악의도 실제로는 그 소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256쪽)


진실로 말하노니, 악에도 아직은 미래가 있다!(256쪽)


⇨ 악인은 어쩌면 소문만큼 악하지 않을지 모르다. 그저 그가 좋지 못한 ‘부모의 디엔에이(DNA)’를 그대로 물려받아 악인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의 나쁜 환경이 악인을 만들었을지 모른다. 알고 보면 악인에게도 ‘선’이 있어 미래엔 달라질 수 있다.  



만인에게 가장 필요한 자가 누구인지를 그대는 모르는가? 그는 위대한 일을 명령하는 자다. 

위대한 일을 해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더욱 어려운 것은 위대한 일을 명령하는 것이다.(262쪽)


⇨ 위대한 일을 고안해 내고 실천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이때 누군가가 다시 속삭이듯 내게 말했다. “가장 조용한 말이 폭풍우를 몰고 오며, 비둘기 걸음으로 오는 사상이 세계를 움직인다.(262쪽)


⇨ 떠들썩한 곳에서 위대한 사상이 나오지 않는다. 위대한 사상은 비둘기 걸음처럼 남모르게 조용히 전해지는 것.


사람들이 처음에 지지하지 않았던 사상이 나중에 세계를 움직인 적이 많지 않던가. 

 


그리고 누군가가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 차라투스트라여, 그대의 과일은 익었으나 그대는 그대의 과일에 어울릴 만큼 익지 못했구나!

그러므로 그대는 다시 고독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앞으로 더 무르익어야 한다.“(263쪽)


⇨ 우리는 익지 않은 과일 같은 생각을 얼마나 자주 하고 사는가. 생각이 익도록 깊은 사색에 침잠하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마지막은 내게 강한 인상을 준 문장을 뽑아 옮긴다.  


그러나 그대가 마주칠 수 있는 최악의 적은 언제나 그대 자신이다.(110쪽)


⇨ 자신이 자기 삶의 주체자가 아닌가. 도박에 빠지는 것도, 범죄나 패륜을 저지르는 것도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하는 게 아닌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특수한 경우에만 한할 뿐, 대체로 스스로 행동한다. 그러므로 자기 인생을 망치게 하는 것은 자신이다. 


자기 인생만 망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식을 가장 사랑하면서도 자식의 인생을 망치게 하는 부모가 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지나친 교육열이 오히려 자식의 인생을 망치게 된 예를 우리는 종종 보아 왔다. 부모 자신의 적은 ‘자식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지나친 교육열’이었다는 말이다. 


”최악의 적은 언제나 그대 자신“이다. 이 문장을 정치인들이 꼭 읽었으면 한다.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고 나섰다면 자신이 어떤 이득을 얻을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를 통틀어 쿠데타나 전쟁을 일으킨 자들은 나라를 위해서 한 게 아니라 자신의 추악한 권력욕과 탐욕에 의해서 한 것이 아닐까 의심이 간다. 최악의 적은 니체가 말한 대로 자신일 수 있으니.... 



....................

니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우나 이 책을 아낀다. 나의 고정 관념을 깨게 하는 글이 있고, 표현 방식을 배울 수 있는 글이 있으며, 사색에 잠기게 하는 글이 있어서다. 이런 글들을 만나면 연필로 밑줄을 긋는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다 보면 읽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시’를 읽는 것 같다. 이 책을 내 맘대로 해석하며 읽었다는 점을 밝혀 둔다. 다시 말해 내가 니체의 글을 잘못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게 중요한 건 니체의 책을 읽고 내가 생각한 것들을 써 보는 일이었다. 나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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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4-01-31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연애에 대해 적극적인 여성들이 많아졌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 한국의 대표 초식남으로서 극 공감하는 바입니다. 끄덕.

페크pek0501 2024-02-01 12:53   좋아요 1 | URL
초식남이시군요. 마초보단 훨 낫죠.
요즘 적극적인 여성들이 많아진 것은 좋은 현상 같습니다.^^

서니데이 2024-01-31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눈이 내려서 하얗게 된 아파트 건물이 참 예뻐요. 눈이 오면 불편한 점이 많지만, 사진은 참 좋네요.
지나치면 모자란 것보다 더 좋지 않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그런데 적정한 선을 잘 맞추는 것도 어려운 일이예요. 라면 물 끓이기도 대충 눈으로 보고 맞추거나 하면 잘 맞지 않는걸요. ^^;
잘 읽었습니다. 오늘은 1월 마지막 날이예요. 페크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2-01 12:55   좋아요 2 | URL
이번 겨울에 찍은 사진인데 건물 뒤를 보면 눈이 내리고 있어 나무들 위에 앉습니다.
적정한 선을 찾기의 어려움은 모든 것에서 그런 것 같아요.
오늘은 벌써 2월 1일입니다. 이번 해에도 시간에 바퀴가 달릴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호시우행 2024-02-01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 이 도서를 대학시절 읽으면서 인상적인 귀절을 여학생에게 편지 보낼 때 이용하곤 했지요. 페크님의 리뷰를 읽다보니 나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ㅠㅠ

페크pek0501 2024-02-01 12:58   좋아요 0 | URL
부끄러워지시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니체의 글을 제 맘대로 해석한 것이에요.
대학시절에 이런 책을 읽으신 호시우행 님이 멋지십니다. 저는 대학시절에 놀기 바빴거든요.
그땐 친구들과 노는 게 재밌었는데 나이를 먹고 보니 독서만큼 즐거운 일이 없네요. 진작 책을 좋하했더라면 제 인생도 지금과 다를 것 같습니다만... 그러나 노는 것도 즐거웠으니 후회는 하지 않는 걸로...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cyrus 2024-02-01 0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 스스로 사랑하는 일이 제일 중요해요. 연애를 못 하든 하지 않든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살아갈 의미가 없거든요. ^^

페크pek0501 2024-02-01 12:59   좋아요 0 | URL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자신과 사이가 좋아야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하더군요.ㅋ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stella.K 2024-02-01 1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사춘기 시절에 겉멋에 읽었는데 하나도 모르겠더군요. 근데 언니가 애독하시는 책이라니 다시 보게되네요. 저도 마지막 구절 찔리네요. 항상 기억해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4-02-01 13:03   좋아요 2 | URL
스텔라 님의 춤추는 이미지 사진은 참 걸작입니다. 오래 사용하십시오.
사춘기 시절에 이런 책을 보는 분은 어떤 분인지 궁금하네요.
마지막에 넣은 구절, 어찌나 신선하든지 책을 읽다가 멈춰 버렸다니까요. 니체의 글을 읽다 보면 그런 구절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재미로 이 책을 읽는 거지요. 2월도 좋은 시간 많이 가지시길 바랍니다.^^

stella.K 2024-02-05 11:09   좋아요 2 | URL
이 이미지 좋아하시는 분이 많네요. 전 이번 설만지나면 내릴려고 했는데. 그렇담 좀 더 걸어보죠.^^
저예요. 저. 아시면서. ㅎㅎ 그 무렵 이 책 선전 많이 했던거 같은데. 그냥 까만 건 글이고 하얀 건 종이구나 하는거죠. ㅋ 싫으면 안 읽으면되는데 왜 그렇게 꾸역꾸역 읽었는지... 그리고 깨달은 게 그거라니 한심하잖아요. ㅋ 전 오히려 언니가 더 대단한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4-02-04 17:30   좋아요 2 | URL
춤추는 이미지, 참 좋습니다. 애용하십시오.
스텔라 님이 어릴 적 책과 가까이 지냈다는 글을 읽을 적마다 부럽습니다. 제가 그렇지 못해서요.ㅋㅋ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니까 뭐 대단할 건 없지요. 오독의 즐거움도 있답니다.
며칠 전 굴을 먹어 토했고 설사까지 했어요. 하필 남편이 굴을 사와서 자꾸 먹으라고 해서 먹었더니... 그 후유증이 며칠 가네요. 이삼 키로 빠진 듯합니다. 이제 좀 나은 것 같아요. 굴은 익혀 먹는 게 안전하다고 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사람의 눈은 카메라의 렌즈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렌즈처럼 앵글에 비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투과시키지 않는다. 가령 석양에 물든 산자락을 넋을 잃고 바라볼 때도 자연의 풍광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는 마음을 비우고 본다 생각할지라도, 실상은 바라보는 대상 위에 영혼의 얇은 막을 무의식적으로 덮어씌운다. 그 얇은 막이란 어느 사이엔가 성격이 되어버린 습관적인 감각, 찰나의 기분, 다양한 기억의 편린들이다. 풍경 위에 이러한 막을 얹고, 막 너머를 희미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즉 인간이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 사람의 일부이다. 

- <초역 니체의 말 2>, 21쪽.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인해 집을 팔고 작은 전셋집에서 살게 되고 게다가 남편은 중국에 가서 일하게 되어 부부가 따로 떨어져 살게 된’ 여성이 있다고 지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 이 부부는 가난하지만 사이가 좋아서 아내는 남편을 그리워한단다. 이 얘기를 듣고 어떤 이는 사이좋은 부부가 경제 사정으로 떨어져 살게 되었으니 불행한 부부라고 하고, 어떤 이는 그런 상황에서도 사이좋으니 행복한 부부라고 한다. 니체가 말한 대로 그가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의 일부이기에 해석이 다르리라.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A라는 사람이 친구 B에게 전화를 걸어 C라는 친구의 안부를 묻는다.


A : “C는 요즘 어떻게 지내니?”

B : “걔, 경제 사정이 나빠져서 작은 전셋집으로 이사했고 남편마저 중국에 가서 일하게 되어 따로 떨어져 살고 있어. 부부 사이가 좋으면 뭐 해. 걔가 그렇게 불행해질 줄 몰랐어.”


같은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도 있다.


A : “C는 요즘 어떻게 지내니?”

B : “걔, 경제 사정이 나빠져서 작은 전셋집으로 이사했고 남편마저 중국에 가서 일하게 되어 따로 떨어져 살고 있어. 남편이 보고 싶대. 그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부부 사이가 좋으니 참 행복한 애야.


이처럼 같은 정보를 가지고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여 전할 수 있다. 전해 주는 사람이 사실만 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해석도 함께 전한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 



....................

위의 글은 2014년 1월 27일에 내가 쓴 글을 조금 고쳐 쓴 것이다. 다시 말해 10년 전의 오늘 날짜에 올린 글을 고쳐서 올린 것이다. 


오늘 알라딘 ‘북플’에 들어갔더니 다음과 같은 글이 눈에 띄었다. 


”10년 전 오늘, 페크pek0501님이 재미있게 읽은 <초역 니체의 말 2>에 남겨주신 글입니다.“


알라딘 ‘북플’ 덕분에 내가 위의 글을 쓴 적이 있다는 걸 알았다. 글감이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한 가지 글감을 얻은 기분이다.  


알라딘에 감사드린다. 







새해에 구매한 책이 다섯 권이다. 사진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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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1-27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알라딘 북플이 10년전에 쓴 글도 알려주나요? 저는 제일 오래된 게 3년전 걸 보여줘서 이건 언제 거까지 보여 줄건가 했는데 꽤 오래된 것도 보여주네요. 하긴 제가 북플을 설치한게 3년쯤에 스맛폰으로 바꾸고 나서니까 그때 것부터 보여주나 보네요. ㅋ
전 책은 작년 말에 사고 아직 안 사고 있는데 좀 근질근질 합니다. 사 봐야 고리짝 옛날 소설인데 전 왜 요즘 나오는 쌈빡하고 멋진 소설은 안 읽나 모르겠어요. ㅋ

페크pek0501 2024-01-28 12:37   좋아요 2 | URL
10년 전뿐 아니라 그 전의 것도 알려 주지요. 서재에 글을 올린 시작일로부터 글을 올린 날짜가 겹치면 알려 주는 것 같아요. 제가 2009년에 서재를 개설했으니 15년 동안 쓴 글 중, 오늘 날짜에 올렸던 글이 뜨는 거니까 뜰 가능성이 많지요. 스텔라 님은 3년전쯤 오류가 발생해서 그럴 거예요.
오! 책을 안 사시다니 놀랍네요. 요즘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와 한강의 소설이 인기인 듯합니다. 저 역시 요즘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레 미제라블 3, 몽테뉴와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고 있으니 요즘 나온 책을 볼 여유가 없네요. 고칠현삼 독서법이라고 있잖아요. 고전과 현대가 7 대 3이니 괜찮다고 봅니다.^^

stella.K 2024-01-28 13:24   좋아요 1 | URL
아, 그러고니 예전에 서재 날릴뻔 하다 복구한적 있는데 그때부터 되는 건가봐요. 이전 건 날리고. ㅋ

2024-01-28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4-01-27 2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도 트렌드코리아를 사셨군요. 저도 얼마전에 읽었는데, 매년 이 책이 출간되어서 참 좋아요. 그 해의 가장 빠른 트렌드 정리가 되는 것도 좋고, 올해는 작년보다 읽기가 더 좋게 구성된 것 같더라구요.
전에는 10여년이면 긴 시간 같았는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페크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1-28 12:39   좋아요 2 | URL
트렌드 코리아가 이번에 재밌는 내용이 많아졌어요. 점점 나아지는 듯합니다. 특히 분초사회, 를 인상적으로 읽었어요. 그것 정리해 올리고 싶은데 정리하느라 시간 보내면 제가 독서할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생략하게 되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4-01-27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은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쓰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 소크라테스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아요, 물론 글도 글쓴이의 참모습을 완전히 보여주지 못하지만요. ^^

페크pek0501 2024-01-28 12:4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 것보다 오히려 독서 모임이 더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해요. 전문가의 생각을 주입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게 유익하다는 점에서요. cyrus 님처럼 독서 모임을 꾸준히 하시면 좋은 공부가 될 겁니다. 고맙습니다.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4-01-28 0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같은 걸 봐도 다르게 생각하겠습니다 다르게 살고 생각이 달라서 그렇겠네요 아무리 좋은 것도 보는 사람 그때 형편에 따라 다르게 보이겠습니다 어떤 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보는군요 안 좋은 일에서도 좋은 걸 찾아내는 것도 좋겠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4-01-28 12:43   좋아요 1 | URL
같은 걸 보면서도 시각 차이가 생기는 게 신기하지요? 굳이 나누자면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또 나뭇잎 하나가 – 나희덕


그간 괴로움을 덮어보려고

너무 많은 나뭇잎을 가져다 썼습니다

나무의 헐벗음은 그래서입니다

새소리가 드물어진 것도 그래서입니다

허나 시멘트 바닥의 이 비천함을 

어찌 마른 나뭇잎으로 다 가릴 수 있겠습니까

새소리 몇 줌으로

저 소음의 거리를 잠재울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내 입술은 자꾸만 달싹여

나뭇잎들을, 새소리들을 데려오려 합니다


또 나뭇잎 하나가 내 발등에 떨어집니다

목소리 잃은 새가 저만치 날아갑니다(94쪽)






북향집 - 나희덕


겨울 햇살 비껴가는

북향집에 그가 앉아 있었다

전등도 켜지 않고

저녁을 맞고 있는 그의 침묵 속으로

우리는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어둠이 혼자 그의 맨발을 씻기고 있었다

발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우리가 둘러앉은 후에도

물기 어린 어둠에 자주 눈을 주었다

올 겨울은 매화盆도 꽃을 맺지 않았다고,

개가 새끼를 세 마리 낳았다고, 

드문드문 이어지는 말소리 사이로

늙은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다 잠이 들고

우리는 외로움을 배우러 온 그의 제자들이 되어

온기 없는 거실에 오래 앉아 있었다


북향집 식어가는 아궁이,

그의 마음에서 천천히 걸어나왔을 때

마당에는 눈이 서걱거렸다

대문 앞에 그가 오래 서 있었다(59쪽)







상수리나무 아래 – 나희덕


누군가 맵찬 손으로

귀싸대기를 후려쳐주었으면 싶은


잘 마른 싸릿대를 꺾어

어깨를 내리쳐주었으면 싶은


가을날 오후


언덕의 상수리나무 아래

하염없이 서 있었다


저물녘 바람이 한바탕 지나며

잘 여문 상수리들을 

머리에, 얼굴에, 어깨에, 발등에 퍼부어주었다


무슨 회초리처럼, 무슨 위로처럼(78쪽)



....................

오늘 서울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이 오고 있었다. 

추운 마음에 이불을 덮어 주듯 무슨 위로처럼 내리는 눈.

















나희덕, <사라진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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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1-17 15: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울은 눈이 왔군요.
제가 사는 곳은 부슬부슬 비만 뿌렸습니다.
눈이불이 pek님께 따뜻한 위로가 되었을겁니다.

페크pek0501 2024-01-18 19:06   좋아요 1 | URL
눈이 포근하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 비와는 다른 느낌이죠.
밖에 나갔다가 눈길에 미끄러질까 봐 조심조심 걸었답니다.
어제 낮에는 눈이 오더니 밤엔 비가 계속 내리는 것 같았어요. 빗소리가 좋더군요.^^

서니데이 2024-01-17 1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울은 눈이 많이 왔네요. 여긴 그 정도는 아닐거예요.
지금은 해가 져서 잘 보이지 않을 것 같고요.
눈이 와서 하얗게 된 겨울 사진은 참 예쁘네요.
그래서 눈오는 날을 좋아하는 분도 많겠지요.
사진 잘 봤습니다. 페크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1-18 19:09   좋아요 2 | URL
눈은 실내에서 볼 때만 좋은 듯합니다. 막상 나가니까 길이 미끄럽고 춥고 그랬어요.
친정에 다녀왔지요. 가까운 거리가 눈길이라 멀게 느껴지더군요.
눈 오는 날이 좋은 것은 드문 날이라서 더 그런 듯합니다. 어제는 겨울다운 날이었어요.
서니데이 님도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2024-01-17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18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4-01-17 1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정말 펑펑 오더군요.
그래도 춥지 않아 거의 녹았습니다.
올겨울은 참 묘한 것 같습니다.
보통 겨울은 우리나라는 건기에 속하는데 이렇게 눈이오고 있으니.
봄되면 산불 나는데 이번 봄은 좀 덜 나려나 싶기도하고.
암튼 겨울도 얼마나 남았을까 싶네요.

페크pek0501 2024-01-18 19:15   좋아요 2 | URL
녹은 곳도 있고 눈 쌓인 곳도 있더군요. 겨울은 겨울대로 불편한 점이 있네요. 더운 여름보단 낫다고 생각했는데
요 며칠 동안은 추워서 겨울도 불편하구나, 하는 간사한 생각을 했어요.
비나 눈이 오면 산불이 예방되는 것 같아 안심이 되긴 해요.
벌써 겨울이 가면 아니되옵니다. 겨울이 가고 나면 금방 여름이 올 것 같아서요.ㅋㅋ

희선 2024-01-19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틀 전에 눈 많이 왔군요 라디오 방송에서도 눈이 많이 내린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것도 저녁에 들었어요 낮에 못 듣고 밤에 재방송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비가 왔는데... 어제 새벽에도 비가 오고... 겨울에 눈이든 비든 와야죠 눈이 오는 게 더 나을 테지만... 페크 님 시도 만나시고 쏟아지는 눈을 보셨군요


희선

페크pek0501 2024-01-20 08:11   좋아요 0 | URL
눈이 오니 반갑더군요. 올해는 시를 많이 읽어야겠단 계획을 세웠죠. 시적인 문장을 저도 쓰고 싶어서요.ㅋㅋ
눈이 오니 갑자기 시와 함께 글을 올려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시와 눈이 왠지 어울릴 것 같아서요.
어제는 친정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약 타러 갔고, 오늘은 대구에 1박2일로 갑니다. 시어머니 생신을 맞아 다 모이기로 했거든요. 외동딸에 맏며느리이다 보니 할 일이 생기네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하나의책장 2024-01-20 0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쏟아진 눈 덕분에 열심히 집앞과 마당을 치웠지요^^
매년 마당이랑 옥상에 쌓인 눈을 모아 미니 눈사람이라도 만들었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녹아 올해는 그냥 넘어갔어요ㅎㅎ
날이 또 추워진다고 하던데 감기 조심하세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1-20 08:14   좋아요 1 | URL
하나의책장 님, 반갑습니다. 저도 예전엔 마당에 쌓인 눈을 치웠던 적이 있었지요. 결혼한 후로는 아파트에 살다 보니 마당을 치울 일이 없네요. 눈사람은 어린 시절에 만들어 봤을 뿐 어른이 되고 나니 눈 구경만 합니다.
다음 주부터 또 추워진다는군요. 겨울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은 모양입니다.
하나의책장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2024-01-24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27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4-01-26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에서 내려다 본 눈 사진은 좋네요.
그런데 정말 페크님께서 서니데이님께 답글로 쓰신 것처럼,
눈은 볼 때만 좋은 것 확실합니다.

제가 사는 곳은 동네 뒷동산 같은 급격한 경사를 한참 올라가야 하는 달동네 같은 곳이예요.
여기는 눈이 오면 골목길이 온통 다 얼어붙어 버리고,
골목 안에는 햇빛이 잘 들지 않아서 겨울 내내 얼음이 잘 녹지도 않아요.
그래서 저는 매년 겨울마다 등산화만 신고 다닙니다.
일반 운동화나 구두 같은 신발을 신으면 미끄러져 넘어지기 때문에 못 신어요.

페크님 덕분에 오랜만에 나희덕 시인의 시를 읽어보네요.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4-01-27 10:28   좋아요 0 | URL
눈은 보기에만 좋은 게 맞아요. 저도 미끄러질까 봐 눈이 오는 날엔 꼭 운동화를 신어요.
새해에는 시를 많이 읽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반가웠습니다.^^
 



1. 예술은 미안함과 연민의 기록















왕은철, <따뜻함을 찾아서>


그는 “뱀을 볼 때마다 / 소스라치게 놀랐을 / 뱀, 바위, 나무, 하늘”을 대비하며 자신에게서 타자로 중심을 이동시킨다. 

그는 「반성」이라는 시에서도 미안한 마음에 중심을 이동시킨다. “늘 / 강아지 만지고 / 손을 씻었다 / 내일부터는 손을 씻고 / 강아지를 만져야지.” 강아지를 만지고 손을 씻는 것은 내가 먼저라는 말이고,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지는 것은 강아지가 먼저라는 말이다. 시인은 늘 자기가 먼저였던 것이 미안했다. 그 마음이 시가 되었다.(106~107쪽)


⇨ 뱀을 보면 우리 대부분은 자신이 놀란 것만을 생각하고 뱀이 사람을 보고 놀란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성찰하면 자신을 앎으로 해서 남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을 성찰하는 데 소홀하면 타자에 대해 둔감하여 타자의 슬픔과 고통에도 둔감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시인은 함민복 님이다. 함민복 시인은 자신의 경험을 단지 경험으로 끝내지 않고, 자기를 먼저 챙긴 것에 대해 미안해 하고 동물에 대한 연민으로 승화시킨다. 


이렇듯 예술은 때때로 이 세상의 낮고 힘없는 존재, 즉 타자를 향한 미안함과 연민의 기록이다.(107쪽) 





2. 자신을 지켜야 하는 이유













전호근, <사람의 씨앗>


싹을 틔우고서도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듯이 뜻을 품고 있어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법이다. 뜻은 내가 품는 것이지만 쓰임과 쓰이지 않음은 세상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양을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선비가 수양하는 까닭은 세상에 쓰이기 위해서나 사람들과 사귀기 위해서 혹은 이름을 얻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42쪽)


⇨ 혼자 공부만 하다가 죽는 인생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의문을 품었었다. 자기 수양만 하다가 죽는다면 의미 없는 삶이라고 여겨 왔다. 세상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지 않아서다. 그런데 이 글을 읽고 생각이 달라진다. 자신을 위해서도, 세상을 위해서도 우리가 공부를 하고 마음을 반듯하게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나 국가에 해악을 끼치지 않고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하므로 나쁜 일을 하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것, 이 점을 내가 놓쳤다는 것을 알았다.


이 글을 쓰고 나니 사회와 국가에 커다란 해악을 끼친 정치인들이 떠오른다.




3. 큰 소득과 가치는 보여 줄 수 없는 것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가장 커다란 소득과 가치는 제대로 평가되는 일이 가장 드물다. 우리는 그러한 것들이 정말 존재하는지 곧잘 의심한다. 우리는 그것들을 쉽사리 잊어버린다. 그러나 그것들이야말로 최고의 실체인 것이다. 가장 놀랍고도 가장 진실한 여러 가지 사실들은 사람들로부터 사람에게는 결코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매일매일의 생활에서 거두어들이는 참다운 수확은 아침이나 저녁의 빛깔처럼 만질 수도 없고 표현할 수도 없다. 그것은 내 손에 잡힌 작은 별 가루이며 무지개의 한 조각인 것이다.(325쪽)


⇨ 가장 큰 수확은 남에게 보여 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부단한 노력 끝에 바라던 바를 이루었을 때의 기쁨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4. 중요한 것은 판단력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


크세노폰을 보면, 최근에 배운 수업이 무엇이냐고 묻는 아스티아게스에게 키루스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학교의 키 큰 학생 하나가 자기 외투가 작다며 몸집이 더 작은 학생에게 자기 것을 주고 대신 그가 입고 있던 헐렁한 외투를 벗겨 갔는데, 선생님은 내게 두 사람이 이 때문에 다툰 것을 두고 판단을 해 보라고 했습니다. 나는 옷을 바꾸고 난 상태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사람 다 그렇게 해서 더 잘 맞는 옷을 걸치게 되었으니까요. 그러자 선생님은 내 판단이 틀렸다며 나는 옷이 맞는가 하는 문제만 생각했는데, 제일 먼저 고려할 것은 정의라고, 그리고 정의는 누구도 자기 소유물을 두고 남으로부터 강요당하는 일이 없기를 요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267~268쪽)


⇨ 두 사람이 제 몸에 맞게 옷을 서로 바꾸어 입은 것이 얼핏 보기엔 합리적인 것 같지만, 자기 맘대로 옷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상대편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았으니 공정하지 못한 행위다. 


또 이런 경우를 상상해 보자. A가 B에게 옷을 서로 바꾸어 입자고 말했을 때 B는 싫다고 할 수도 있다. B가 입고 있는 옷은 어머니가 생일 선물로 사 준 것이라 소중해서 남에게 주기 싫어서다. 이런 경우도 상상해 보자. 옷을 바꾸고 난 뒤 나중에 B가 키가 커지자 옷을 바꿔 입은 것을 후회하며 B가 A를 원망할 수도 있다.  


그 누구도 타인의 옷을 빼앗을 권리가 없다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벌은 이 꽃 저 꽃에서 꿀을 따 오지만, 그것으로 순전히 제 것인 꿀을 만듭니다. 그 꿀은 이제 백리향도 꽃박하도 아니죠. 그와 마찬가지로 학생은 다른 이에게서 빌려온 조각들을 변형시키고 섞어서 완전히 자기 것인 작품, 즉 자신의 판단력을 만드는 것입니다. 가르침, 숙제, 공부의 목표는 오직 자신의 판단력을 형성하는 데 있습니다.(282쪽)


⇨ 중학교 때였다. 세계사 시간이었던 것 같다. ‘공부를 왜 하는가?’ 하고 선생님이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 뒤 답을 말해 주었는데 ‘판단력을 키우기 위해서’ 공부한다는 거였다. 그때 그 답이 얼마나 신선하게 들렸던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중학교 때 들었던 답을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몽테뉴에게서 들으니 신기하다. 


우리는 책의 내용을 흡수하고 나서 그 내용을 변형시키고 섞어서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듦으로써 판단력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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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1-10 2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생 시절에는 교과목이 많아서 다 좋아하긴 어려웠겠지만, 살면서 최소한으로 알아야 할 것들은 학생 시절의 교과과정 안에 많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걸 그 때는 몰랐고요. 많이 배우는 것도 좋지만, 왜 배우는 것인지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잘 되진 않지만.^^; 페크님, 잘 읽었습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1-11 13:44   좋아요 2 | URL
그렇지요. 배우고도 잊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뜻하게~ 보내야 좋겠지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페넬로페 2024-01-10 2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돌아보고 혼자서라도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군요^^

페크pek0501 2024-01-11 13:47   좋아요 2 | URL
그렇다는 걸 책을 읽고 알았네요. 자기 성찰을 할 줄 모르는 이가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고 국가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일이 많잖아요. 자신을 뒤돌아보며 살아야겠습니다.^^

stella.K 2024-01-11 1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왕은철 교수의 말이 가슴에 와 닿네요.
예술은 그저 아름다움의 기록이라고 생각했는데
미안함의 기록이라니.
나이 들수록 왜 자꾸 연민이 생기는지 모르겠더라구요.
나중에 함 읽어봐야겠어요.

페크pek0501 2024-01-13 12:05   좋아요 2 | URL
미안함의 기록이니 그 기록하는 마음이 아름답잖아요. 그러니 미안함의 기록인 동시에 아름다운 기록이라고 봐도 될 듯해요.
스텔라 님도 연민이 생기는 걸 보니 나이 들어 가고 있나 봐요.ㅋㅋ
왕은철 님의 책은 필사하기 좋은 책이에요. 글이 짧고 구성이 탄탄하거든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4-01-12 0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부는 학교 다닐 때만 하는 게 아니겠지요 사람은 평생 공부하면서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해도 해는 끼치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 여러 가지를 알려고 하면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겠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4-01-13 12:09   좋아요 2 | URL
평생 공부해야 하는 것 맞아요.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자신을 이해해야 타인도 이해할 줄 알겠지요. 이런 이해가 없다면 인간관계가 원할할 수 없죠. 인생에서 인간관계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 공부 특히 마음 공부는 꾸준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옛날 이야기 중, 집에 쌀이 떨어져도 글만 읽고 있다는 선비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런 인생이 무슨 소용이 있나 생각했는데 남에게 또는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으려면 공부해야 한다, 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우리 모두 자기 수양을 해야 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은빛 2024-01-26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어쩌다 바퀴벌레를 마주치면 나도 깜짝 놀라지만, 그 녀석도 놀라 가만히 움직임을 멈추고 더듬이만 움직이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다 내가 뭔가 내리쳐 잡을 물건을 찾아오면, 잽싸게 발을 놀려 사라져버리더라구요. 그렇지만 바퀴벌레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서로 재수가 없었다 여겨야 하지 않을까요? ㅎㅎ

2. 요즘 저는 어떤 새로운 일을 맡아야 할 때, 내 자신이 그 만큼 준비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공부라기 보다는 내가 어떤 일을 맡았을 때, 그것을 잘하기 위한 준비된 사람이 되기 위해 늘 평소에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3. 저도 오래 전에 [월든] 읽었을 때, 이 부분 공감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제가 가장 뿌듯하게 느끼는 어떤 성과를 지인들에게 공유하면, 크게 공감을 얻지 못하더라구요. 반면 남들 눈에 잘 띄는 어떤 결과가 생기면 저는 그저 운이 좋아 그랬지 하고 마는데, 남들은 막 칭찬을 하기도 하구요.

4.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제도나 규범에 의해 강제당하는 일이 많지요.
정의라는 것이 있다면 누구도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강제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판단력을 키우는 일이 정말 꼭 필요한 일인데, 문제는 학교 공부로 그렇게 올바른 판단력을 키우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겠지요. 누구나 중학교 때 페크님처럼 좋은 선생님을 만나지는 못 하니까요. 저도 그랬구요.

페크pek0501 2024-01-27 16:27   좋아요 0 | URL
1. 저는 파리를 죽이면서 미안함이 느껴질 땐 고통을 느낄 수 없게 한 번에 죽여야겠단 생각을 해요.
2. 평소에 역량을 기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게 맞아요. 어떤 일에 대한 준비를 할 때 그것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3.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겉만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지요. 정말 중요한 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죠.
4. 아무리 베푸는 일이라 해도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사람은 베풂을 받아들이는 사람인 거죠.
뇌물과 권력 등으로 인해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너무 많이 보아 왔죠.
가끔 판단이 안 될 때가 있긴 해요. 명석한 판단력을 지니려면 많이 공부해야 할 듯합니다.

번호를 매겨 쓰신 긴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마음이 따뜻한 겨울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