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자신이 가진 희망이 헛된 것이라면? 헛된 희망이라도 갖는 게 나을까 아니면 헛된 희망은 애초에 갖지 않는 게 나을까? 이에 대해 갑과 을 두 사람이 각자 의견을 개진한다. 갑은 말한다. "저는 헛된 희망을 품어서 젊은 시절을 허송세월로 보낸 이들을 많이 봤습니다. 사법시험에 다섯 번 떨어진 사람도 있었고, 가수 오디션에 수십 번 떨어진 사람도 있었습니다. 희망은 속임수를 써서 우리를 가서는 안 될 길로 인도합니다. 그런 희망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희망이 물거품이 될 때 희망은 없느니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희망의 노예가 되는 걸 경계하는 것이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을이 말한다. "저는 정치를 예로 들어 말하겠습니다. 국민들이 좋은 정치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아무도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그 나라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인류의 역사가 아니겠습니까. 희망 속에 사는 사람은 음악이 없어도 춤을 춘다는 영국 속담이 있습니다. 헛된 희망이라도 갖는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여러분은 갑과 을 중 누구의 의견에 동의하는가? 나는 둘 다 일리가 있다고 여기지만 '을'의 의견에 동의하련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기 드 모파상의 단편 '쥘르 삼촌'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화자가 전하는 이야기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나'의 아버지는 직장에 다니나 수입이 적어 '나'의 가족은 절약하며 산다. 아버지의 동생인 쥘르 삼촌은 아버지가 기대를 걸었던 유산을 축내고 빈털터리가 되어 돈을 벌러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서 삼촌이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는 자기 사업이 잘되어 가고 있고, 여러 해 동안 소식이 없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한밑천 잡으면 돌아가겠으며 그러면 우리는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식구들은 툭하면 그 편지를 꺼내 읽었고 집에 오는 사람 누구에게나 보여 주었다. 쥘르 삼촌은 가난하게 사는 온 집안 식구의 유일한 희망인 것이다. 10년 동안 쥘르 삼촌은 소식이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버지의 희망은 커졌다. 삼촌이 돌아오면 삼촌의 돈으로 조그만 별장을 살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던 중 '나'의 작은누나가 결혼식을 올리게 되고, 가족이 다 함께 멀지 않은 '저지'로 짧은 여행을 간다. 배를 타고 여행 가는 날, 배에서 아버지는 굴을 사 주려고 두 딸과 사위를 데리고 수부에게 갔다. 굴 껍질을 까는 수부를 보고 아버지는 놀라 긴장한다. 그 수부가 모습은 달라졌지만 쥘르 삼촌과 똑같이 생겼다고 느껴서다. 수부는 늙고 추하고 주름살투성이였는데 자기가 하는 일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거지꼴을 한 수부가 쥘르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아버지는 선장에게 가서 그 수부에 대해 물어본다. 그 결과 그가 쥘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자기들에게 짐이 될까 봐 가족이 피해 다니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이 소설에서 딱한 처지의 쥘르 삼촌을 외면하는 가족의 이기적인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나 우리는 '희망'에만 주목하기로 하자. 그들 가족이 헛된 희망을 품은 것이 잘못일까? 난 잘못한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 가족은 거지 행색의 쥘르 삼촌을 보고 모든 기대가 무너지면서 속아 살아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으리라. 하지만 쥘르 삼촌에 대한 희망을 가진 덕분에 10년 동안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살 수 있었다. 이처럼 헛된 희망도 힘이 될 때가 있다. 이는 헛된 희망의 긍정적 효과다.



과학자들은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짐을 증명하여 마음의 신비를 밝혀냈다. 마음속에 희망이 있느냐 없느냐가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실현이 가능하든 안하든 희망을 갖고 사는 게 바람직함은 물론이다. 요즘은 물가상승, 경기침체 등으로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려운 시대다. 팍팍한 현실일수록 모두가 희망을 갖고 꿋꿋이 살았으면 한다. 그러다 보면 웃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0420010003882


 


.......................................

(후기)

모파상의 ‘쥘르 삼촌’은 이기적인 가족의 태도에 주목해 읽을 수도 있고, 차마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쥘르 삼촌의 양심에 주목해 읽을 수도 있다. 나는 가족의 ‘희망’에 주목하였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점이 문학 작품의 또 다른 재미다. 

    



(기 드 모파상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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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3-04-21 15: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쥘르 삼촌👨도 거짓말을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닐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쥘르삼촌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하게 가족이 품에서 함께 노력하며 살아갔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쥘르 삼촌이 거지꼴을 하고 늙은 모습이었다는 것이 마음이 아파요.

페크pek0501 2023-04-22 10:21   좋아요 2 | URL
저도 쥘르 삼촌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성공하지 못했으니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 그 고생을 하고 사는 거잖아요. 그래도 고향이 그리워서 가까이 사는 게 아닌가 싶어요.

세실 2023-04-21 1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을에 한표입니다. 희망은 긍정 마인드를 갖게 하고, 미래를 꿈꾸게 하지요.
헛된 희망이라도 꿈을 꾸는건 좋은 일이지요^^
쥘르 삼촌 덕분에 가족은 어려운 상황에도 웃으며 생활할 수 있었겠지요?

페크pek0501 2023-04-22 10:26   좋아요 2 | URL
긍정 마인드 좋죠. 저도 꿈 갖고 산 경험이 있어서 헛된 희망의 가치를 잘 알죠.
맞아요. 희망은 배부르게 해요. 행복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지요.
그런데 요즘 전세 사기 사건 보도를 보면서 전 재산을 날린 사람들은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을 테니
앞으로 어떻게 사나 싶어요. 그래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도 있잖아요. 갈수록 세상은 희망을 갖기 힘들게 해요.


새파랑 2023-04-21 1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헛된 희망이라도 살아갈 원동력이 된다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ㅋ 저 열번 눌렀습니다~!
모파상 오랜만에 읽어보고 싶네요 ^^

페크pek0501 2023-04-22 10:29   좋아요 2 | URL
헛된 희망일 수 있다는 건 알아도 희망을 갖고 있을 때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모파상 단편을 강추합니다. 체호프나 오헨리보다 저는 더 재밌었어요. 문예출판사 것을 다 읽었는데 다 좋았어요.
그래서 62편이 담긴 두거운 현대문학 것을 구매할까 생각 중이에요.

희선 2023-04-22 0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살아가려면 희망이 조금은 있어야겠지요 큰 것보다 아주 작은 거라도... 내일은 날씨가 좋을 거야 같은 희망... 비가 오지 않을 때는 곧 비가 올 거야 그저 하루하루 사는 것도 괜찮지만 좋은 날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면 더 좋겠습니다 아니 더 안 좋아지지 않을 거다는 바람... 저는 좋은 것보다 더 안 좋아지지 않는 걸 더 바라는군요

페크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4-22 10:31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사는 데엔 희망이 필요해요. 더 안 좋아지지 않는 것도 때론 힘을 주지요.
좋은 봄날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04-25 21: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희망이 조금은 있어야하지만 그래도 너무 헛된 희망을 품기는 싫어요.
쥘르 삼촌을 외면하는 가족의 모습에 적나라한 인간상이 보이네요^^

페크pek0501 2023-04-27 15:18   좋아요 1 | URL
대체로 백 퍼센트의 헛된 희망이라는 건 없을 것 같아요. 남이 볼 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느낄 때 헛된 희망으로 여겨질 듯해요. 가령 1등의 복권 당첨을 노리고 복권을 샀다면 남이 볼 때 헛된 희망으로 보이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안 그런가요? ㅋㅋ 잘 모르겠지만...
작가는 돌변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3-04-26 16: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망이라는 건 미실현상태니까 나중에 성공하면 잘 된 거고, 성공하지 못하면 헛된 것이 되는, 그런 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각자 원하는 미래가 있지만, 그게 모두 성공할 수 없는 거고, 결과를 미리 알 수 없지만, 시도할 수는 있는거니까요.
잘읽었습니다. 페크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4-27 15:18   좋아요 1 | URL
희망을 품고 시도하는 동안 행복했다면 그 희망은 소임을 다한 거죠.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그레이스 2023-04-26 18: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애초에 전제가 다른건 아닐까요?
전자는 개인적인 것이고 후자는 공동체의 희망이고... ^^

페크pek0501 2023-04-27 15:19   좋아요 1 | URL
좋은 지적이십니다.
제 식으로 설명하자면, 공동체를 향한 희망이라고 할지라도 개인의 희망이라는 점은 같다고 봤습니다.^^

yamoo 2023-04-27 1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레이스 님의 의견에 한표~~^^

헛된 희망=희망 고문이라고 봐도 무방한가요?? 흠...

근데 모파상의 소설은 뭔가 저하고 안 맞는 부분이 있나바요. 읽어도 도통 재미가 없으요~~^^;; 그래서 읽다가 덮고..그럽니다..--;;

페크pek0501 2023-04-27 15:22   좋아요 1 | URL
희망 고문이 될 수도 있지요. 갑의 의견대로 희망 때문에 인생이 망한 경우도 있을 듯요...
야무 님과 저의 차이를 발견하네요. 저는 모파상의 소설은 다 재밌어요. 그래서 모파상의 소설을 넣어 쓴 칼럼이
세 개나 됩니다.
저 위의 문예출판사의 책은 제가 다 흥미롭게 읽은 단편집입니다. 재미 없는 게 없어요.ㅋㅋ히히~~
 



원고 마감 날짜를 맞추기 위해 어제까지 바빴고, 오늘 알라딘에 글을 올리려고 책을 골라 놓았다. 한꺼번에 하려니 어떤 책에서 어떤 글을 발췌해야 할지 모르겠다. 할 일이 있어 세 권만 골라 생각나는 대로 발췌해 본다. 


1.














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명쾌한 사례를 하나 들어 보겠다. 한번은 나이 지긋한 개업의 한 사람이 우울증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왔다. 그는 2년 전에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아내를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했다. 내가 그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그에게 어떤 말을 해 주어야 할까?(168쪽)


나는 그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한 것을 제외하고는 말을 될 수 있는 대로 자제했다. 

“만약 선생님이 먼저 죽고 아내가 살아남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가 말했다.

“오 세상에! 아내에게는 아주 끔찍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견디겠어요?”

내가 말했다. 

“그것 보세요. 선생님, 부인께서는 그런 고통을 면하신 겁니다. 부인이 그런 고통을 겪지 않게 한 게 바로 선생님입니다. 그 대가로 지금 선생께서 살아남아 부인을 애도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는 조용히 일어서서 내게 악수를 청한 후 진료실을 나갔다. 어떤 의미에서 시련은 그것의 의미―희생의 의미 같은―를 알게 되는 순간 시련이기를 멈춘다고 할 수 있다.(168~169쪽)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수용소에서 사람의 정신력을 회복시키려면 그에게 먼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 주는 데 성공해야 한다. 니체가 말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123쪽) 


⇨ 왜 독서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열심히 책을 읽을 수 있으리라.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열심히 공부할 수 있으리라.  




2.













나희덕, <저 불빛들을 기억해>


냄새에 대한 반응 역시 가장 즉각적이다. 불쾌한 냄새가 나면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거나 코를 틀어막고 ‘이게 무슨 냄새지?’ 하며 두리번거린다. 냄새는 어떤 소리도 없이 퍼져가는 침묵의 자극이자, 어떤 모습도 드러내지 않는 투명의 자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냄새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응이 누군가에게는, 특히 그 냄새의 출처가 된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모욕감을 줄 수 있다.(131쪽)-‘타인의 냄새’에서.


영화 <기생충>에서 냄새는 계층 간의 위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기호로 등장한다. 박 사장 가족은 자신의 집에 드나들기 시작한 외부인들에 대해 독특한 냄새를 감지한다. 결국 기택은 자신의 냄새에 대한 박 사장의 태도에 순간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그 장면을 본 후로 냄새와 계층의 관계를 자주 떠올리게 된다. 타인의 냄새에 반응하는 태도도 신중해졌다.(131~132쪽)-‘타인의 냄새’에서. 


⇨ 인간은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사람을 죽이는 참극을 저지르기도 하는 존재다. 참극을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참극이 벌어진다. 아니 영화보다 현실에서 더 인간의 잔인성이 느껴지는 일들이 발생한다. 실제로 어머니가 아이를 돌보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굶어죽게 만든 사건이 있었고, 산모가 신생아를 쓰레기통에 버린 사건도 있었고, 남편이 아내를 또는 아내가 남편을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고, 아동 학대 사건도 있었다. 인간의 밑바닥은 상상을 초월한다.




3.











 


알퐁스 도데, <마지막 수업>


알퐁스 도데는 예전에 ‘별’이란 소설로 처음 만났다. 그것도 좋았지만 이 책에 담긴 마지막 수업, 소년 첩자, 어머니들, 베를린 포위 등은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소설이라서 감탄하며 아껴 가며 읽었다. 


순간, 광장의 깊은 고요를 깨고 무서운 외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기를 들어라! 무기를! 프러시아 군인들이 나타났다!”

마침 그때 프러시아군의 행렬 선두에 있던 네 명의 창기병 병사들은 저 위 발코니에서 키 큰 노인 하나가 팔을 휘저으며 비틀거리다가 푹 꼬꾸라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주브 대령이 진짜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다.(48쪽)-‘베를린 포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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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4-20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좋은 구절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3-04-21 10:53   좋아요 1 | URL
좋은 구절을 자주 올리고 싶은데 이것도 일이더군요. 해 본 사람만이 알 듯요.
물론 고양이라디오 님은 리뷰도 많이 올리시니 잘 아시겠지요.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3-04-27 0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철쭉 사진 또 올려주시니 또 눈 호강입니다^^

페크pek0501 2023-04-27 16:58   좋아요 0 | URL
정말 예쁘죠? 눈 호강하는 날도 사라질 것이니 실컷 봐 두기로 해요. 감사합니다.^^
 

















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61~67쪽)에서 발췌



“그 잘난 건강을 가지고 있었을 때 너는 당장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지 않은가. 자살하는 사람들 중 99%는 건강한 몸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러니 개소리 말고 밥이나 철저하게 제때 찾아 먹어라. 차가운 샌드위치라도 제때 먹기만 하면 죽지는 않는다.”(63쪽)


⇨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건강 핑계 대면서 꾀부리지 말고 뭐든 열심히 하라는 것. 




핀란드의 투르크시 직업병전문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경기가 침체 국면에 있을 경우 근로자들은 더 많은 질병을 앓게 되는데, 고용불안과 일터에서의 분위기 변화 등으로 불안감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하며, 실제로 실직하게 되면 사망률마저 높아진다고 한다. (중략) 연구팀은 실업률이 낮을 때 실직한 사람은 본래부터 건강에 나쁜 생활 습관과 성격 등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기에 사망률이 높은 것이며, 실업률이 높을 때는 심신이 건강한 사람들도 실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주변에 실직자가 많다 보니 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줄어들어 사망률이 낮다고 덧붙였다.(63~64쪽)


⇨ 주변에 실직자가 많으면 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한다. 자신만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게 아니라 남들도 그렇다는 사실이 위안을 주기 때문인 듯. 


내년에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사람의 삼분의 일이 죽는 것과 모든 사람이 죽는 것 중 선택한다면 어떤 것이 나은가? 전자의 경우보다 후자의 경우가 두려움이 덜할 것 같다. 모두 함께 불행한 일을 당하면 억울할 게 없기 때문일까? 모두가 함께한다면 겁날 게 없기 때문일까? 이상한 심리다. 




내가 피 토하듯 하라는 것은 어느 한 분야에 정신을 계속 집중시키면서 두뇌를 계속 사용하라는 뜻이다.(64쪽)


⇨ 이 말에 내가 동의하고 싶은 것은 집중하게 될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서다. 나의 경우 초고가 흡족하지 않을 때 그 초고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늘 생각하게 된다. 밥을 먹으면서도, 티브이를 보면서도, 산책을 하면서도, 아침에 눈을 뜨면서도 초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 결과 집중 효과가 나타나서 초고보다 나은 원고가 된다. 



그렇다면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가시적 결과를 외부에서 찾지 말고 내부에서 찾아라. 당신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 주고 칭찬하여야 할 주체는 타인이나 직장이나 사회가 아니다. 왜 상을 누군가로부터 받으려고 하는가. 상은 당신이 자기 자신에게 주는 것이 진짜다. 새겨들어라. 훌륭한 화가는 자기 그림이 마음에 들 때까지 붓을 놓지 않는 법이다. 당신 역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수준에 스스로 흡족할 때까지 공부하고 노력해라. 스스로 얻게 되는 뿌듯함, 내가 여기까지 알게 되었구나 하는 벅찬 기쁨, 이런 것들을 소중히 여길 때 스트레스는 사라진다.(66쪽)


셋째, 노력한 만큼의 대가는 반드시 주어진다는 것을 믿어라. 문제는 그 시기가 당신이 생각하는 시간보다 더 미래에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나는 “보상의 수레바퀴는 천천히 돈다. 가속도가 붙기까지는.”이라는 말로 표현한다.(67쪽)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알 것이다. 제아무리 몸이 아파도 점호 시간에는 정신이 버쩍 든다는 것을. 결국 모든 것은 당신 정신 상태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67쪽)


⇨ 이 글을 읽으니 중학교 때의 체육 시간이 떠오른다. ‘철봉 오래 매달리기’를 하는데 나를 포함해 많은 아이들이 10초도 버티지 못하고 철봉에서 떨어졌다. 10초 이상 버티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봉 오래 매달리기’로 시험 보는 날에는 반 아이들 대부분이 자기의 종전 기록의 두 배 이상이나 오래 매달려 있었다. 기적이었다. 시험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아이들이 최선을 다해 철봉에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시험 점수가 각자의 정신 상태에 달려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가시적 결과를 외부에서 찾지 말고 내부에서 찾아라. 당신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 주고 칭찬하여야 할 주체는 타인이나 직장이나 사회가 아니다. 왜 상을 누군가로부터 받으려고 하는가. 상은 당신이 자기 자신에게 주는 것이 진짜다. 새겨들어라. 훌륭한 화가는 자기 그림이 마음에 들 때까지 붓을 놓지 않는 법이다. 당신 역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수준에 스스로 흡족할 때까지 공부하고 노력해라. 스스로 얻게 되는 뿌듯함, 내가 여기까지 알게 되었구나 하는 벅찬 기쁨, 이런 것들을 소중히 여길 때 스트레스는 사라진다.(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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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20 1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역시 사람은 마음을 안 먹어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다하게 되어있어요. 건강하든 그렇지않든.
세이노 옹 이렇게 쓰시는 분이라면 어떤 분인지 뵙고 싶긴하더군요.
얼굴없는 멘토 뭐 그런 분 같습니다만. ^^

페크pek0501 2023-04-21 11:00   좋아요 2 | URL
그렇죠. 만약 노력하지 않으면 내일 당장 죽임을 당한다고 하면 모두 노력해서 성공할 걸요.ㅋㅋ
저자가 예전 동아일보에 연재하기도 했던 분이더군요. 글을 거리낌 없이 마구 쓰더군요. 제가 배울 점이에요.
얼굴 없는 멘토! 맨땅에서 시작해 성공한 분이라 배울 점이 많을 듯합니다. 체중도 적게 나가고 건강 체질이 아닌데도 성공한 걸 보면 대단한 분 같습니다.^^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



철학을 한다는 것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키케로는 말한다. 연구와 사색은 우리 영혼을 어느 정도 우리 자신에게서 떼어 내 육체에서 벗어난 것에 몰두하게 하는데, 그것은 죽음과 유사한, 이를테면 죽음의 실습이기 때문이다. 또는 세상 모든 지혜와 논설이 결국 한 가지, 즉 죽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에서 일치하기 때문이다.(160쪽)


⇨ 흘러가는 시간은 우리를 인생의 최종 목적지인 죽음에 이르게 한다. 죽음은 어떤 고민도 어떤 고통도 끝나게 한다. 그러므로 사는 동안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그 끝은 휴식처라는 것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너를 비추는 마지막 날이라고 상상하라, 그러면 네가 기대하지 않았던 시간을 감사히 받으리라.

호라티우스(171쪽)


생각해 보라. 실로 영원한 삶이란 것이 내가 준 삶보다 얼마나 더 힘겹고 고생스러울지를. 만일 너희에게 죽음이 없다면, 아마도 너희는 죽음을 주지 않았다고 쉬지 않고 나를 저주할 것이다. 죽음의 편익을 보고 너희가 너무 탐욕스럽고 무분별하게 덥석 끌어안지 못하게 하려고 나는 일부러 죽음에 약간의 쓰라림을 섞어 놓았다. 삶을 피하지도 않고, 죽음 앞에서 겁먹고 물러서지도 않는, 내가 너희에게 요구하는 그 중용에 마무르게 하려고, 삶과 죽음 둘 다 달콤함과 쓰라림 사이에 조절해 놓았다. 

나는 너희 현자들 중 맏이인 탈레스에게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다르지 않음을 가르쳤다. 그래서 누가 그에게 “그렇다면 왜 죽지 않느냐.”라고 묻자 그는 “아무래도 좋으니까.”라고 아주 현명하게 답했던 것이다.(187쪽)


⇨ 만약 내가 백 년 이상을 산다면 지루해서 못 견딜 것 같다. 왜 죽음이 빨리 오지 않느냐며 기다릴 것 같다.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삶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꽃이 늘 피어 있다면 우리는 꽃이 아름답다고 예찬하지 않을 것이다. 끝이 있어서 어떤 것은 소중한 것이 되고 어떤 것은 아름다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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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13 1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니까요. 꽃이 한철만 피니까 아, 좋다하지 항상 피어있으면
그게 어디 꽃인가요? 조화지. 그래서 전 조화 별로 안 좋아해요.
쓰레기처리도 어렵다던데...ㅋㅋ
근데 어떤 사람 사는 게 넘 지루해서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했다는데
그 맘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잘 죽기를 바라고 기도해야할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4-13 22:39   좋아요 2 | URL
항상 꽃이 피어 있다면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겠지요. 여기저기 꽃이 흔하게 있어 지겹다고 할지도 몰라요.
외국 과학자 얘기군요. 안락사가 허용되는 스위스로 가서 안락사를 택한 것, 저도 알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안락사가 허용되면 좋겠어요. 살 만큼 살고 고통 없이 죽는 것 괜찮은 것 같아요.
좋은 봄날 보내세요...

stella.K 2023-04-14 09:49   좋아요 2 | URL
아, 제가 끝마무리를 잘 못 쓴거 같아요. 안락사가 아니라 그냥 사는 동안 잘 살고 잘 죽기를 바라며 살아야한다는 그런 뜻이었습니다.
그 과학자는 아는게 많으니 사람이 아는 것이 많으면 허무주의에 빠진다잖아요. 적당히 알고 앎을 추구하며 사는게 좋은 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4-15 10:17   좋아요 2 | URL
아, 다시 님의 댓글을 읽어 보니 제가 오독했어요. 스텔라 님이 잘못 쓰신 게 아니고요.
안락사, 라는 단어가 반갑다 보니 제가 문맥을 잘 살피지 못했네요. 죄송... 히히~~

세실 2023-04-15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전 주말에도 일찍 일어납니다. 죽음뒤엔 영원한 휴식일테니... 그리고 더 나이 들면 하루종일 누워 있을수도...시아버님 노환으로 요양원 계실때 하루종일 누워 있는 모습 보며 먹먹했지요. 저도 안락사 찬성입니다.
건강할때 더 많이 움직일래요.

페크pek0501 2023-04-15 10:15   좋아요 1 | URL
반가운 세실 님!
저도 오늘 일찍 일어났어요. 아침에 눈이 떠지면 그냥 일어납니다.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길게 느껴지거든요.
시계를 보고 아직 이 시간밖에 안 됐네, 하는 생각이 들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저도 살 만큼 살다가 더 이상 사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면 안락사가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많이 움직이겠습니다.^^

얄라알라 2023-04-16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찍으신 사진은 미세먼지 수치 낮았던 청정하늘 아래서 찍으신 건가봐요
그래서 더 선명하고 꽃은 더 탐스럽네요^^

에쎄를 천천히, 엿 녹이듯 음미하며 천천히 읽으시는가봐요^^ 좋은 문장들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3-04-17 12:35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 님, 사진을 찍을 땐 서울 공기가 좋았답니다. 이달이었는데 말이죠. 정말 탐스러워요.
에세는 빨리 읽으면 안 되는 책 같아요. 커피 맛을 음미하듯 글을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에요, 저에게는.
앞으로도 좋은 문장을 만나면 올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9년 제10회>



나의 영원한 동지이자 연인, 규에게


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니. 무슨 지력으로 사랑할 수 있니. 나를 보는 너의 눈을 경유해 나를 보고,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뿐이잖니. 그러므로 네가 나를 제대로 봐주지 않는다면, 네 눈이 나를 초점화하지 않는다면, 네 눈이 동태눈깔이면 나는 나를 무어로 상상하고, 내가 무어로 존재할 수 있겠니. 네 시선, 기대, 실망 속에서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돼. 아니 그러려고 노력해. 네 바라봄이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살 수조차 없어. 지금 나는 생존에 대해 말하고 있어. 네 눈이라는 내 생존의 조건에 대해.(325~326쪽)-이미상의 ‘하긴’에서.


⇨ 소설 내용과 무관하게 읽는다면 이 글은 한 편의 시 같다. 



아내는 늘 자신만의 특별한 시선으로 나를 봐주었다. 그랬던 아내인데 언제부터 변한 걸까. 왜 잊어버린 걸까. 남자들이 실은 약하다는 것. 목숨을 여자에게 완전히 의지하고 있다는 것. 여자가 던지는 시선, 대상화의 프레임 속에서만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어쩌자고 잊은 걸까. 내가 잠시 바람을 피웠던 것도 결국에는 존재의 근거가 채워지지 않아서였다. 고작 젖과 좆과 질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제 아내는 정말 둔하다. 어쩜 그렇게 둔할까.(326~327쪽)-이미상의 ‘하긴’에서.


⇨ 인간은 대체로 자신의 변심은 안중에 없고 상대의 변심은 눈에 잘 띈다. 그런데 놓치지 말자. 많은 경우 상대가 변한 이유는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본인이 상대에게 무관심했는지 신경질을 냈는지 싫증나게 만들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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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4-12 1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인을 통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기는 어렵겠죠? ㅋ 네탓보다는 내탓을 먼저 해야 하는데 잘되지는 않더라구요 ㅎㅎ

이 작품 재미있을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4-12 16:11   좋아요 2 | URL
이미상 작가가 남자인 줄 알았어요. 너무 시원하게 쏴 주는 글을 써서요. 거릴낄 게 없음, 이 부럽더군요.
소심 소심하지 않고 조심 조심하지 않고 마구 쓰는 느낌이랄까요... 추천하고 싶은 작가입니다...^^

기억의집 2023-04-12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문에서.. 남자새끼 개새끼네 라는말이 절로 나오네요..

페크pek0501 2023-04-13 22:41   좋아요 0 | URL
하하하~~~ 시원하게 쏴 주시는군요. 저도 소설을 읽으면서 무슨 개소리인가, 그랬어요.ㅋㅋ
그런 남자 얘기는 싹 잊으시고 좋은 봄날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