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울할 땐 달려라


운동의 이로운 점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 책이다. 















존 레이티 · 에릭 헤이거먼, <운동화 신은 뇌>

 


운동은 신경전달물질의 수치를 늘려주기 때문에 달리기는 항우울제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과 신경화학물질이 뇌에서 균형을 잘 이루는 데 운동이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뇌의 균형을 잘 유지하면 새로운 인생이 펼쳐진다.(60쪽)


⇨ 기분이 우울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땀이 나도록 달리기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스트뢸은 가만히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트레드밀 위에서 30분 동안 달리기를 하면 공황발작이 일어날 확률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실험 결과는 운동의 효과가 즉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140쪽)


⇨ 운동이 우울증 치료약이라는 것과 0교시에 체육 수업을 실시했던 학교의 학생들 성적이 올랐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2. 일장일단 

어떤 것이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다. 독서 모임이 생겨서 좋은 점은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야의 책을 접하게 되어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나쁜 점은 읽지 않아도 될 책을 읽어 시간 낭비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린 마틴의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라는 책은 독서 모임의 선정 도서가 아니었다면 나로서는 읽지 않을 책이었다. 나는 세계 여행에 관심이 없어서다. 그나마 필자가 세계 여행을 통해 얻은 통찰을 기대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 여행 마니아만이 좋아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린 마틴,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모든 방이 천장까지 3.6미터 높이였으며, 기다랗고 우아한 창이 달려 있어, 건축됐던 시대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두 침실은 초목이 우거진 들판을 마주보고 있었고 아일랜드 해의 풍경이 훤히 보였다.(263쪽)


우리는 창 앞에 서서 하염없이 바깥 경치를 내다보고 싶었지만, 당장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다. 일단 짐을 정리해야 했고, 괴팍스러운 세탁기를 작동하는 방법을 익혀 빨래를 해서 아파트 여기저기에 널어놓은 뒤 냉장고에 채워 넣을 식료품을 사러 나가야 했다(263쪽)


⇨ 미국의 70대 노부부는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니며 숙소마다 다른 세탁기의 작동 방법을 익혀야 했고, 숙소마다 먹거리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두어야 했다. 이를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나는 그런 고생을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체력이 약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싫다. 


사실 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을 가려면 귀찮다는 생각을 먼저 하고,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 사람이다. 가족 여행을 갈 때에도 나는 “여행 가기 싫은데.”라는 말을 하곤 한다. “막상 가면 엄마는 오길 잘했다고 할 거야.”라는 딸아이의 말은 항상 옳았다. 막상 네 식구가 여행지에 가면 나는 잘 노니까. 




 

3. 리뷰는 나중에

한 달에 두 권 읽고 두 번 모이는 독서 모임 덕분에 책을 여러 권 읽게 되었는데 백자평을 올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 책들의 리뷰를 쓸 계획을 가지고 있어서다. 그런데 좀처럼 리뷰를 쓸 시간적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4. 사랑이란 

요즘 유튜브 영상을 텔레비전을 통해 시청할 수 있어 편하다. 강신주 님의 강연 중에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사랑하면 그를 위해 밥을 해 주고 싶고 그를 위해 뭐라도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상대편이 설거지를 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닌 셈이다. 사랑이란 상대편을 아끼는 것.


이에 내가 동의하는 이유는 친정어머니가 내게 설거지를 못하게 해서다. 친정에서 어머니와 둘이 점심을 먹고 나서 내가 설거지를 하려면 어머니는 막무가내로 못하게 해서 그릇을 물에 담가 놓는 걸로 그친다. 혼자 있을 때 설거지를 하면 된단다. 어머니는 딸이 아까워 설거지를 하게 만들 수 없는 것이다. 





5. 부부들

요즘 집안 청소를 남편이 한다. 남편이 하는 일이 또 있는데 밥상을 나와 함께 차리는 것이다. (참고로 남편은 평일엔 출근한다. 내 눈치를 보고 살 때는 아직 안 되었단 뜻이다.)


내 주위에는 사이가 좋은 부부가 많다.  


왜 나이가 들면 부부 사이가 더 좋아지는가?


이 물음에 대한 나의 대답. ⇨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식들이 결혼과 동시에 분가하면 결국 남는 사람은 배우자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어 배우자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얘기다. 






.....오늘 뽑은 시.....

 

비에도 그림자가

                              나희덕


소나기 한 차례 지나고


과일 파는 할머니가 비 맞으며 앉아 있던 자리


사과 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 하늘 한 조각(44쪽)















나희덕, <사라진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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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4-14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벚꽃은 거의 졌더군요 동네 오후 산책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땀 나는 날씨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운동화와 더욱 친해져야겠습니다 남은 일요일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4-04-14 18:12   좋아요 1 | URL
맨 위의 사진이 4월 10일에 찍은 것인데 꽃이 활짝 피지 않고 꽃봉우리가 맺힌 상태예요. 아마 지금쯤은 활짝 피었을 테고 곧 지겠지요. 저는 요즘 하루 나가고 하루 집에 있고 그래요. 매일 나갔더니 병이 나더군요.
좋은 봄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물감 2024-04-14 2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취향 아닌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이유보다, 정한 날까지 독서 템포를 맞추기가 어려운 이유로 독서모임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독서모임을 유지하는 분들이 정말 대단해보입니다. 그나저나 페크님 되게 오랜만이네요 ^^

페크pek0501 2024-04-15 11:13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긴 해요. 그래서 월 2회 모임인데 한 번만 가고 한 권만 따라 읽자, 고 했는데 어느새 제가 두 권을 완독하려고 하고 있더라고요. 결국 완독했는데 정작 그 책으로 얘기 나누는 독서 모임엔 못 갔어요. 몸살기가 있어서요.ㅋㅋ
저는 리뷰를 꾸준히 올리시는 물감 님이 더 대단해 보입니다.
체력이 모자라 1년쯤 서재를 쉴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물감 님, 스텔라 님, 서니데이 님 등을 비롯한 이웃 님들 때문에 긴 휴식은 못 갖겠더라고요. 히히~~

stella.K 2024-04-14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거지는 항상 제 담당이라 어쩌다 엄마가 하면 그게 편하지 않더군요.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그냥 제가 하는 게 편하더라구요.
전엔 엄마가 혹시 해 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때도 있었는데...ㅎㅎ

리뷰 쓰기 쉽지 않더군요. 요즘엔 하루 안에도 다 못 쓰고 며칠에 걸쳐 쓰기도 해요.
요즘 다시 서재질을 해 보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다른 일은 못하고 있습니다.ㅠ
그래도 가끔씩 서재에 글을 남겨보도록 해요.
아무리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오늘 뵙게되서 반가웠어요.^^

페크pek0501 2024-04-15 11:18   좋아요 1 | URL
스텔라 님과 저의 상황은 다르죠. 저도 함께 살았다면 설거지는 제 담당일 듯. 스텔라 님도 어머니와 따로 산다면 딸이 일하는 걸 어머님이 좋아하지 않으셨을 거예요.
리뷰 쓰는 것 어려워 죽겠어요. 맞습니다. 서재질을 하면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없어요. 저는 엄마네 살림도 거의 맡아 하고 있어(반찬을 만들어 갖다 드리고, 안 계실 때 냉장고 청소도 하고 와요.) 두 집 살림 하느라, 독서 모임, 영화 모임에 가랴 강좌 수강에 발레까지 하느라 체력이 고갈되어요. 리뷰까지 쓰다간 쓰러질 듯...ㅋㅋ
너무 글을 안 올린 것 같아 급하게 글을 써서 올렸죠. 자주 올리지는 못하지만 한 달을 거르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감사합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서니데이 2024-04-14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희집 앞에도 비슷한 꽃이 피었어요.
저녁에 잠깐 나가서 걸었던 라일락 향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옵니다.
오늘 서울은 날씨가 많이 더웠다고 들었어요. 29도가 넘었다고 하더라구요.
날씨가 일찍 더워져서 올해 더위가 걱정입니다.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는 저희집에도 있는 책인데, 저도 집을 떠나 여행을 오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시작한다는 계획부터 부담스러울 것 같습니다.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4-04-15 11:22   좋아요 1 | URL
저는 이번 봄엔 꽃을 볼 여유가 없었어요. 4월 10일에 투표하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꽃을 보고 사진으로 남겼죠. 어제는 진짜 덥더라고요. 글을 쓸 때 노트북에서 스탠드에서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더웠어요.
아, 린 마틴의 책을 갖고 계시는군요. 저처럼 여행을 좋아하지 않으시군요,
오늘은 비가 와서 더위가 가신 느낌입니다. 창문을 여니 빗소리가 들리더군요. 모처럼 비가 와서 목마른 나무들이 수분 섭취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산불도 예방.
서니데이 님도 하루하루 잘 보내세요.^^

마루☆ 2024-04-14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니께서 페크님을 정말 사랑하고 아끼시는군요. ^^

페크pek0501 2024-04-15 11:24   좋아요 1 | URL
형제가 없다 보니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네요. 동시에 혼자 자식으로서 할 일도 많답니다. 병원에 정기 검진을 하러 가는 것도, 약을 타 오는 것도 다 제 몫입니다. 두 집 살림을 한답니다.ㅋㅋ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마루 님도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댓글 고맙습니다.^^

댄스는 맨홀 2024-04-16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부지런하시네요. 두 집 살림을 하시다니요~ 대단하세요. 반찬 만들고 집안 정리하는게 보통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형제가 많아도 부모님을 챙기는 자식은 따로 있습니다. ㅎㅎㅎ 다 그런거죠. 몸 생각하시면서 쉬엄쉬엄 하세요. 힘들면 쉬어가는게 답입니다.

페크pek0501 2024-04-16 14:12   좋아요 1 | URL
맞아요, 쉬어가는 게 답. 우리 집안일도 있어서, 하루는 장 보고 하루는 반찬 만들고 하루는 어머니께 갖다 드리고. 이렇게 3일에 나누어 한답니다. 이걸 한꺼번에 했더니 병 나더라고요. 형제가 많아도 부모 챙기는 1인은 있는 법이죠.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1.

잊고 살았다. 첫 노트북을 내게 사 준 사람이 남편이었다는 것을. 


장롱 속에 있는 그 노트북을 보고 알았다. 고장이 나서 새 노트북을 샀음에도 그 노트북이 아까워 버리지 못했다. 약 22년 전이었고 노트북 가격이 꽤 비쌌던 때였다. 홈플러스로 기억하는데 2백 삼사십만 원의 노트북을 매장에 진열해 놓았다는 이유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고 해서 198만원에 샀다. 그 당시 큰 금액이어서 나는 집에 컴퓨터가 있으니 사지 말라고 했는데, 당신은 글을 써야 한다면서 남편이 사 버리고 말았다. 나의 첫 노트북이었다.


그런 남편이 갑자기 고맙게 느껴져 이번에 남편의 생일 선물로 30만원을 주었다. 무지 좋아하는 남편. 


늘 남편이 내게 생일 선물을 주었고 나는 받기만 했지 남편에게 생일 선물을 준 적이 없는 것 같다. 앞으로는 남편에게 생일 선물을 주어야겠다. 나, 인간이 되어 가고 있는 건가?




2.

목의 임파선이 붓곤 했다. 그때마다 그럴 줄 알았어, 라고 생각했다. 몸이 피로하면 나타나는 증상이니까. 쉬라고 보내는 ‘몸의 신호’라 여기고 자주 누우려고 노력했다.  




3.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내게 작은애가 집에서 책만 보지 말고 외출을 좀 하라고 말했다. 안 그래도 글감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나의 활동 영역을 넓히면, 운동이 되기도 하고 글감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어 외출할 일을 만들었다. 매주 1회의 강좌를 수강하고, 월 2회의 독서 모임에 나가며, 월 1회의 영화 모임에도 가입했다. 게다가 글을 쓰는 사람들끼리 셋이 ‘같은 책’을 보고 ‘같은 영화’를 본 뒤에 함께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월 1회 모임을 만들기도 했고, 단편 소설 두 편을 읽고 만나는 모임도 있다. 이렇게 바쁘게 살다 보니 자연히 알라딘 서재에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4. 

평일이면 시 한 편을 골라 필사하여 사진을 찍어서 밴드에 올리고 있다 보니, 좋은 시를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 어느새 시와 가까워졌다. 



.....오늘 뽑은 시.....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청년 화가 L을 위하여

                                                   함형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비(碑)ㅅ 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32쪽)



















..............................

추가) 중요한 정보 :

영화 관람료를 할인하는 날이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5시~9시에 상영하는 영화의 관람료는 5천 원~7천 원.

보통 때 영화 관람료가 1만4천 원이니 많이 할인되는 것입니다. 

할인되는 이유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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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3-27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 가족이지요. 제 맘도 따뜻해집니다.

페크pek0501 2024-03-28 10:04   좋아요 0 | URL
나인 님도 느끼는군요. 가족밖에 없다는 것을.
그 당시 우리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을 때라 신용카드 할부로 노트북을 사 줘서
제가 당연히 고마워해야 할 일인데, 잊고 살았네요.^^

stella.K 2024-03-27 2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맞아요. 문화가 있는 날. 그거 아직도 하는군요. 좋은 정보네요.
뭐 극장 가는 건 이제 꿈도 안 꾸고 살았는데 옛 습성이 남아서 혹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이용해 봐야겠네요. 하긴, 코로나 이후 밤에 돌아다니는 건
급격히 줄어서 잘 될지 모르겠지만.

저도 지금 노트북 20년 넘게 쓰고 있어요. 20년전 시키지도 않았는데
동생이 사 줘서 쓰고 있는데 고장도 안 나더군요. 자체 수명이 있을텐데.
적어도 내년까지는 또 쓰지 않을까 합니다. ㅎㅎ
사진 멋지네요!!

페크pek0501 2024-03-28 10:09   좋아요 2 | URL
문화가 있는 날, 아시는군요? 그럼 알려 주시지... 저는 며칠 전 메이 디셈버를 14000원에 봤답니다.
앞으로는 마지막 수욜에는 무조건 극장에 가려고요. 요즘 괜찮은 영화가 많아요.
저도 오랜만의 극장 나들이였어요. 영화 속 음악이 쾅쾅, 풍경도 멋지고 좋았어요.
노트북을 꽤 오래 사용하십니다. 험하게 쓰지 않나 봐요. 저는 고장이 나서 8년 전에 산 두 번째 노트북을 지금까지 사용하죠.
사진은 용산역 입니다.

2024-03-27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28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곡 2024-03-28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메이 디셈버 보셨군요 저도 이거 극장에서 볼까 말까 나중에 ott에 들어오면 볼까 생각 중이랍니다

페크pek0501 2024-03-30 10:36   좋아요 1 | URL
괜찮은 영화입니다. 추리하는 재미도 있고요. 피아노곡이 특히 좋았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하네요.^^

댄스는 맨홀 2024-03-28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훈훈한 이야기네요. 마지막 수요일이 문화가 있는 날이였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4-03-30 10:37   좋아요 0 | URL
나이가 들면 좀 훈훈해지는 맛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ㅋ
저도 이번에 문화가 있는 날을 알았어요. 정보를 잘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희선 2024-03-29 0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노트북 컴퓨터 비싸지만, 예전엔 더 비싸다 느꼈을 것 같습니다 남편분이 사준 거여서 고장났다 해도 버리지 못하셨군요 그건 좋은 기억이 담긴 물건이네요 여러 가지 하시는군요 즐겁게 하시기 바랍니다 문화가 있는 날을 아시게 돼서 기쁘시겠습니다 그날 맞춰서 좋은 영화 보시기 바랍니다 페크 님 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4-03-30 10:39   좋아요 0 | URL
희선 님도 영화관 나들이를 해 보세요. 좋은 풍경과 좋은 음악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될 거예요.
영화기가 좀 비싸서 마지막 수욜에 보는 걸로 해야겠어요. 코로나 이후 처음 극장에 가 봤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하나의책장 2024-03-31 18: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몸이 피로하면 임파선이 잘 붓곤 하는데 심해지면 곧장 열로 이어져 한 며칠을 고생해요.
날이 따뜻하긴 하지만 저녁은 쌀쌀해지니 감기도 조심하시고 몸도 푹 쉬어주셔요^^
행복한 저녁 보내세요 (。◕‿◕。)

페크pek0501 2024-04-03 14:06   좋아요 1 | URL
하나의책장 님은 열도 나는군요. 저는 임파선 부으면 되도록 누워 있어서인지 열까지는 안 났던 것 같고
안 나을 땐 몸살로 이어지죠. 누워 쉬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답답해서 말이죠. 집안은 엉망이 되어 가는 것도 스트레스이고... ㅋㅋ 많이 나았지만 재발할까 봐 조심하고 있어요. 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

2024-04-01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03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01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03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봄날 

                   이문재


대학 본관 앞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


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찰칵

백목련 사진을 급히 배달할 데가 있을 것이다.

부아앙 철가방이 정문 쪽으로 튀어나간다.


계란탕처럼 순한

봄날 이른 저녁이다.(17쪽)

- <지금 여기가 맨 앞>에서. 



















다음에

                     박소란


그러니까 나는 

다음이라는 말과 연애하였지

다음에,라고 당신이 말할 때 바로 그 다음이

나를 먹이고 달랬지 택시를 타고 가다 잠시 만난 세상의 저녁

길가 백반집에서 청국장 끓는 냄새가 감노랗게 번져나와 찬 목구멍을 적시고

다음에는 우리 저 집에 들어 함께 밥을 먹자고

함께 밥을 먹고 엉금엉금 푸성귀 돋아나는 들길을 걸어보자고 다음에는 꼭

당신이 말할 때 갓 지은 밥에 청국장 듬쑥한 한술 무연히 다가와

낮고 낮은 밥상을 차렸지 문 앞에 엉거주춤 선 나를 끌어다 앉혔지

당신은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바삐 멀어지는데

나는 그 자리 그대로 앉아 밥을 뜨고 국을 푸느라

길을 헤매곤 하였지 그럴 때마다 늘 다음이 와서

나를 데리고 갔지 당신보다 먼저 다음이

기약을 모르는 우리의 다음이

자꾸만 당신에게로 나를 데리고 갔지(22~23쪽)

-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에서. 




....................

다음에 될 거야 하면서 기대했다가 다음에, 라는 말에 속곤 했지.

그래도 다음에, 라는 말을 버릴 순 없었지.

어둠 속에 있는 내게 환한 빛을 던져 주는 것이 다음에, 라는 말이었거든.

빛을 받는 동안 희망을 품고 견딜 수 있었거든.

인생이란 다음에, 라는 말에 속으며 견디는 거였어.

그러다 보면 뜻밖의 좋은 일도 생겼지.

내가 어떻게 원망할 수 있었겠어. 

다음에, 라는 말에 감사할 뿐이야.

- by 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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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3-15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 좋네요. 특히 언니의 시는 참..! 그렇죠. 다음에 속지만 그게 또 나를 버티게 해 주고 가늘고 길게 살게 해 줘요. ㅋ 우린 이제부터 아주 조심스럽게 살아야 하거든요.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만 사는 건 젊을 때나 하는 말이예요. 글쵸? ㅎㅎ

페크pek0501 2024-03-16 15:07   좋아요 1 | URL
저는 원래 가늘고 길게 살고 싶었어용ㅋㅋ 솔직히 건강만 보장된다면 걷기 운동도 발레도 안 했어요. 병들어 고통받고 싶지 않아 운동하는 거지요. 환자복 입고 병원에 누워 있는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최근 몸 고단하게 할 일이 많았어요. 소화하지 못할 스케줄을 짠 거지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지 왜 이리 하고 싶은 게 많은지 모를 일입니다. 극장에 간 지가 오래되어 월 1회 영화 함께 보는 모임도 만들었어요. 관람 후 맛있는 것 먹으면서 얘기 나누기예요.^^

stella.K 2024-03-16 17:52   좋아요 1 | URL
맞아요. 한동안 몸을 사리게되면 너무 사리나 해서 또 뭘하고 싶어지도라구요. 무슨 총량의 법칙이 있는 것 같아요. 암튼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내에세 즐기며 잘 하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4-03-19 12:11   좋아요 1 | URL
몸 무리가 돼서 조심하고 있어요. 독서 모임에 영화 모임에, 책 읽어가야 하는 강좌 수강까지.
바쁘다 보니 이곳 서재에 로그인해서 들어오게 되질 않네요.ㅋㅋ
10년만 젊었어도 좋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니 우습지요..히히~~

2024-03-16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16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4-03-16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밤에 찍은 사진 같은데, 색감이 독특해서 좋네요.
날씨가 많이 따뜻해져서 밖에 산책가거나 운동하기 좋은 시기가 된 것 같아요.

다음에 하기로 미룬 것들이 더 좋은 때도 있고,
시간 지나서 보면 그보다 더 나은 것들이 있을 때도 있으니
조금 미루고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미루기달인이 되어 모든 걸 미루지만 않는다면요.^^

주말 잘 보내시고,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4-03-19 12:1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어느새 겨울은 가고 봄이 왔네요.
아, 저 사진은 서울의 청계천, 이랍니다. 야경이 아름답더라고요.
저, 미루기 선수예요. 계획만 잘 세우는... ㅋ 그래서 모임을 갖게 된 거예요. 그래야 억지로라도 책을 읽고 영화를 보게 되니까 말이죠.
이번 한 주도 편안한 주를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4-03-22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평년보다 기온이 더 높다고 해요.
주말 날씨가 따뜻할 것 같아요.
이제 겨울 옷 입을 날이 많이 남지 않은 시기가 되었어요.
편안한 주말 보내시고,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페크pek0501 2024-03-24 16:51   좋아요 1 | URL
이제 겨울 옷을 다 집어 넣고 봄 옷을 꺼내 입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봄은 짧고 여름은 길겠지요. 벌써부터 지구가 뜨겁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자외선이 강해요.
책을 읽느라, 이런저런 일로 외출하느라 바빠 백자 평을 써서 올릴 여유도 없네요.
좋은 봄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1.

어느 서재에서 MBTI(성격유형검사)에 대한 글을 보고 나도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MBTI 검사를 했다. 그 결과 나는 INFJ-T(옹호자 형)으로 나왔다. 이 유형은 인구의 1프로도 안 된다고 해서 내가 검사를 잘못 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특이한 유형의 사람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유형은 자선 활동을 하는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니 나와 매우 달라서 검사를 신뢰할 수 없었다. 그런데 또 검사를 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2.

읽을 책이 많은 데다 급히 읽어야 하는 책도 있어서 바로 완독하기 어려운 책이 있다. 그런 책이 배달된 날에는 살짝 펴서 구경만 한다. 그 뒤엔 그 책을 아끼는 마음으로 건드리지 않는다. 책에 구김이 생기는 게 싫고 새 책으로 보존하고 싶어서다. 내게 그런 책이 몇 권 있다. 이에 대해 어느 서재에 댓글을 쓴 적이 있는데 답글을 쓰신 서재 님이 본인도 그렇다며 공감해 주어서 반가웠다. 내가 경험한 것은 누군가도 경험한다.


너무 아낀 나머지 펼쳐 보지 못하고 있는 책 중 하나가 바로 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라는 책이다. 
















「이 책은 시각이 아닌 후각으로 지형을 파악하는 새, 광자 하나의 통과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털을 가진 귀뚜라미, 인간의 손끝보다 섬세한 돌기를 가진 악어 등 우리의 직관에서 벗어나는 수많은 동물을 소개한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내 글에 ‘동물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를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3.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시 한 편을 필사해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밴드에 가입했었다. 하다 보면 건너뛰는 날도 있다. 그래도 오늘이 15일차가 된다니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이 든다. 벌써 3월이다. 




4. 

시 두 편을 골랐다. 해석이 필요 없는 시이다. 



어떤 경우

               이문재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허공 

               유안진


자라면서 기댈 곳이

허공밖에 없는 나무들은

믿는 구석이 오직 허공뿐인 나무들은 

어느 한쪽으로 가만히 기운 나무들은

끝내 기운 쪽으로

쿵, 쓰러지고야 마는 나무들은

기억한다, 일생

기대 살던 당신의 그 든든한 어깨를

당신이 떠날까봐

조바심으로 오그라들던 그 뭉툭한 발가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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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3-01 17: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날씨가 추워서인지 커피가 부드럽고 따뜻해보여요.
유안진님의 시도 오랜만이네요.
오늘부터 3월입니다. 휴일 잘 보내시고 좋은 일들 가득한 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24-03-01 17:13   좋아요 2 | URL
카페에 갈 적마다 저런 커피를 보면 찍게 됩니다. 맛있어 보이죠? 지금 봐도 눈을 즐겁게 합니다.
행복한 3월 보내세요.^^

독서괭 2024-03-01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마지막 -T 이런 것도 있군요? 전 앞에 네개만 알았어요~ 인구의 1프로 선한 사람!! 멋집니다👍

페크pek0501 2024-03-02 23:1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줄 알았다가 특이한 것도 있구나 했어요.
제가 인구의 1프로에 해당하는 건 절대 아닌 것 같고요, 제가 검사를 잘못했거나 검사가 맞지 않는 듯합니다.
선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stella.K 2024-03-02 1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언니 같은 유형이 많아야하는데 역시 우리나라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ㅋ
저도 예전에 했는데 잊어먹었습니다. 다시 해야할 것 같은데 귀찮아 못하고 있습니다.ㅠ
저 책 좋다고 하는데 언제 읽을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노신과 신춘문예 당선집도 사셨네요.
신춘문예는 요즘 경향이 어떤지 모르겠어요.

페크pek0501 2024-03-02 23:24   좋아요 2 | URL
동물의 시각에서 쓴 책이라고 일간지의 서적 안내, 지면에서 보고 바로 구매했어요. 책을 너무 아껴서 못 보고 있어요. ㅋㅋ 독서 모임에서 월 두 권을 읽는 것도 있고 강좌에서 읽어오라는 과제도 있고 게다가 철학책을 읽는 것도 있으니 저도 언제 그 책을 읽을지 모르겠네요.
신춘문예 당선집은 오랜만에 구매했네요. 요즘 작가지망생들은 어떤 일로 고민하고 어떤 주제로 쓰는지 궁금해요. 그것을 알고 나면 예전과 다른 이 시대에 대해 잘 알게 될 것 같네요.^^

잘잘라 2024-03-01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페라떼 넓은 잔에 하트하트 찰랑찰랑 마시고 싶어집니다.

페크pek0501 2024-03-02 23:24   좋아요 0 | URL
그렇죠? 먹음직스럽죠? 달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게 신기합니다. 지금도 마시고 싶네요.ㅋㅋ

coolcat329 2024-03-02 0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진짜 시간 빠르죠? ㅠㅠ
주말 커피 한 잔 마시며 페크님이 올려주신 시를 느긋하게 읽었어요.
페크님은 라떼의 저 거품처럼 포근하신 분 같아요. 저는 라떼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누군가 마시는 거 보면 너무 마시고 싶어져요. 어제 칼바람을 헤치며 광화문을 걷다가 어떤 카페 통유리 안에 어떤 여자분이 마시던 포근한 라떼를 보고 저도 충동적으로 마시러 들어갔다 자리가 없어 그냥 나왔답니다. ㅠㅠ

페크pek0501 2024-03-02 23:29   좋아요 1 | URL
해마다 시간이 빠르다는 걸 느낍니다. 왜 그런 걸까요?
커피 마시며 시를 읽으시다니 좋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저 포근하지 않아요.하하~~ 오늘은 딸들에게 소녀 같은 엄마, 라고 해서 웃었네요. 보통 어머니, 하면 강하고 극성맞고 잔소리 많은 어머니라고 하는데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공감하지 못했대요. 제가 좀 철없는 엄마, 였나 봐요. 제가 좀 동심이 많은데 그게 튀어나올 때가 있나 봅니다. 단잠 주무십시오.^^

희선 2024-03-03 0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물은 사람과 다른 감각이 뛰어나죠 눈이 좋은 새가 있고 거의 소리를 잘 듣기도 하는군요 뱀은 소리보다 온도를 보고 혀로 냄새를 맡는군요 동물뿐 아니라 지구에 사는 생물은 다 놀랍죠 그런 걸 다 알지는 못해도 누군가 연구한 걸 책으로 만나면 좋을 듯합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4-03-05 11:51   좋아요 0 | URL
누군가의 연구와 노력의 결과로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이 감사한 일이지요. 좋은 책이 매우 많습니다. 읽을 시간이 모자랄 뿐입니다. 동물들의 세계에 대한 공부가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꼭 일어야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4-03-04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페크pek0501 2024-03-05 11:54   좋아요 1 | URL
본문만 536쪽입니다. 벽돌책 정도의 분량은 아니니 읽을 만할 것 같아요.
고양이라디오 님이 저보다 먼저 읽을 것 같네요. 저는 요즘 과제로 읽어야 할 게 많아서 시간의 여유가 없네요.
좋은 독서가 되시길 바랍니다.^^
 



1. 

어떤 책은 읽지 않아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이 그런 책 중 하나다. 무려 1492쪽이다. 33장의 서양 철학과 33장의 동양 철학으로 나누어 총 6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양 철학과 동양 철학으로 나눠 두 권의 책으로 출간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너무 두껍고 무거워서다. 책을 읽으려면 책을 들어야 하는데 무거운 게 단점이다. 그러나 동서양을 모두 공부할 수 있는 이 책의 내용은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전반부만 읽어 봐도 이 책의 진가를 알 수 있다. 














강신주, <철학 VS 철학>

  

저자의 철학 강의를 유튜브를 통해 많이 시청했는데 참 재미있다. 그래서 구매하게 된 책이다. 


편의상 한자를 빼고 옮긴다.


중국 송나라의 도원이 편찬한 《경덕전등록》에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하나 수록되어 있다. 단하(739~824) 스님이 목불을 불태운 이야기로 흔히 ‘단하소불’이라고 알려진 유명한 에피소드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혜림사라는 사찰에 들른 단하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나무로 만든 불상을 태우기 시작했다. 당연히 혜림사의 주지는 어떻게 부처를 나타내는 불상을 태울 수 있느냐고 힐난한다. 그러자 단하는 사리를 찾으려고 이 불상을 태우고 있다고 대답한다. 이에 혜림사 주지는 나무에 무슨 사리가 있느냐고 반문하다가 마침내 자신도 모르게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도대체 혜림사 주지는 무엇을 깨달았던 것일까? 그는 목불에도 부처처럼 숭배받아야 하는 본질이 있다고 맹신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자기 입으로 목불이 나무에 불과하다고 말해버린 것이다. 바로 이 순간 그에게는 집착으로부터의 해방, 즉 깨달음이 찾아온 것이다.(40쪽) 


바로 이 대목이 중요하다. 목불은 부처가 아니라 나무라는 자명한 사실을 그는 자각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제부터 목불을 포함한 모든 조형물을 땔감으로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 또한 본질에 대한 새로운 집착일 테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상황과 문맥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유다. 사찰에 하루 잠자리를 빌려야 한다면 목불에 기꺼이 절을 하고, 얼어 죽을 지경이 되면 목불을 땔나무로 기꺼이 사용할 수 있는 자유 말이다. 본질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창조할 수 있을 때에만 자유는 가치가 있는 법이다. 어쨌든 ‘단하소불’ 에피소드에서 혜림사 주지의 깨달음은, 그가 목불의 본질이라고 가정한 해묵은 집착에서 벗어났다는 데 있다.(40쪽)


⇨ 무릎을 치게 만드는 글이다. 쉽게 말해 고정 관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고정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요즘 유모차에 의지해 걷기 위하여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노인들을 볼 수 있는데, 유모차에 꼭 어린아이를 태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남으로써 유모차의 새 기능을 발견한 셈이다. 만약 유모차에는 반드시 어린아이를 태워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버리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상하기 어렵다. "본질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창조할 수 있을 때에만 자유는 가치가 있는 법이다." 





2.

며칠 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흰 눈이 나무에 소복소복 쌓여 있었다. 마치 나뭇잎마다 고봉밥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눈을 고봉밥으로 표현한 다음 시가 떠올랐다.



조찬 

                        나희덕


깃인가 꽃인가 밥인가

저 희디흰 눈은

누구의 허기를 채우려고

내리고 또 내리나


뱃속에 들기도 전에 스러져버릴

양식을, 그러나 손을 펴서

오늘은 받으라 한다


흰 밥을 받고 있는 언 손들


목튤립 마른 열매들도

꽃봉오리 같은 제 속을 다 비워서

송이송이 고봉밥을 받고 있다


박새들이 사흘은 쪼아먹고 가겠다(18쪽) 

 
















나희덕, <사라진 손바닥>










어두워진다는 것

                        나희덕


5시 44분의 방이

5시 45분의 방에게

누워 있는 나를 넘겨주는 것

슬픈 집 한채를 들여다보듯

몸을 비추던 햇살이

불현듯 그 온기를 거두어가는 것

멀리서 은수원사시나무 한그루가 쓰러지고

나무껍질이 시들기 시작하는 것

시든 손등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는 것

5시 45분에서 기억은 멈추어 있고

어둠은 더 깊어지지 않고

아무도 쓰러진 나무를 거두어가지 않는 것


그토록 오래 서 있었던 뼈와 살

비로소 아프기 시작하고

가만, 가만, 가만히

금이 간 갈비뼈를 혼자 쓰다듬는 저녁(10~11쪽)















시요일 엮음,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소설은 제목을 모르고 읽어도 무방하나 시는 다르다. 시의 제목을 알고 읽어야 한다. 시의 제목과 연관시켜야 이해할 수 있는 시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어두워진다는 것’이란 시를 시의 제목과 연관시켜 읽으면 다음과 같이 된다. 


....................

어두워진다는 것은 

5시 44분의 방이

5시 45분의 방에게

누워 있는 나를 넘겨주는 것


어두워진다는 것은 

슬픈 집 한채를 들여다보듯

몸을 비추던 햇살이

불현듯 그 온기를 거두어가는 것


어두워진다는 것은 

멀리서 은수원사시나무 한그루가 쓰러지고

나무껍질이 시들기 시작하는 것


어두워진다는 것은 

시든 손등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는 것

....................

 

이 시는 시의 제목을 모르고 읽는다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시인의 발상이 기발하고 참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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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게우스 2024-02-25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철학 vs 철학> 저도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반갑네요.. ㅎㅎ

페크pek0501 2024-02-25 15:01   좋아요 2 | URL
깪!!! 벌써 다 읽으셨다니 깜놀, 입니다. 하긴 출간된 지 십 년도 넘은 책이니 읽으신 분들이 많을 듯합니다.
이처럼 좋은 책을 만나니 저자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어떤 철학 강좌보다 유익한 책이라 여겨집니다.
저는 이 책의 오디오북도 갖고 있어요. 윌라 회원인데 이 책도 있더군요. 오디오북으로 먼저 접하고 반해 버렸어요.
좋은 글 발견하면 가끔씩 올리겠습니다.^^

물감 2024-02-25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학은 잘 모르지만 고르라면 서양철학 쪽입니다. 동양은 어딘가 빙빙 돌려서 말하는 듯해서요 ㅋㅋㅋ

페크pek0501 2024-02-25 19:45   좋아요 1 | URL
ㅋㅋ 이 책의 구성 중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서로 반대로 주장한 철학자들의 견해를 대립시켜 설명해 놓은 부분이에요. 저자가 얼마나 애썼는지 짐작이 가더라고요.^^

독서괭 2024-02-25 1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왓 목침으로도 못 쓸 두께네요! 제본만 좋다면 소장용으로 좋을 것 같습니다~
나희덕님 시가 참 좋습니다.

페크pek0501 2024-02-25 19:47   좋아요 1 | URL
맞아요, 베개로는 사용 못해요. 소장용으론 멋지지요.
요즘 밴드에 시 한 편 골라 필사해 올리고 있다 보니 시집을 들출 기회가 많네요.^^

댄스는 맨홀 2024-02-25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두께가 사전입니다. 우와 저 수준의 벽돌책은 감당하기 어려운데 잘 읽으시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세요. 요즘 오디오북이 좋긴 하더라구요.

페크pek0501 2024-02-25 19:51   좋아요 1 | URL
책 뒤에 인명사전, 개념어 사전, 참고문헌 등 많이 수록돼 있어요. 이런 것 빼고 나면 본문은 1300쪽이 넘는 정도예요. 13쪽씩 석 달을 읽으면 될 거예요. 드디어 저도 벽돌책을 샀네요. 벽돌책이 막 팔릴 때마다 저는 그 유혹에 안 넘어갔거든요. 읽을 자신이 없어서요. 그런데 이 책은 철학 강좌를 철학자마다 다 수강하려면 수 억이 드는데 이 책 하나로 해결되니 저렴하구나, 이러면서 구매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오디오북 애용자예요.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2-25 1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음 시집 제목은 제가 좋아하는 황인찬 시 무화과 숲 구절이네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24-02-25 19:53   좋아요 0 | URL
예, 이 시집의 17쪽에 황인찬 시인의 시가 나와 있어요.
이 시집에 웬만한 시인들은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모나리자 2024-02-25 19: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보고만 있어도 든든하고 뿌듯할 것 같은 책이네요! 저도 작년에 사둔 <신곡>이 한 권짜리 1086쪽인데 사고 나서 보니 세 권짜리 <신곡>을 발견하고는 아차 싶었지요. 읽고 난 다음에는 아무리 두꺼운 양장본도 모양이 흐트러지니까요. 읽기 마치고 나면 책거리라도 하셔야겠네요.ㅎ 인용한 글도 좋고 시도 좋군요.
며칠 전 눈 오는 날 멀리 외출했는데 눈 풍경 구경하며 신났었지요.ㅎ
따뜻한 저녁 시간 되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4-02-25 19:55   좋아요 2 | URL
그랬군요. 저도 이걸 두 권으로 판매하는 게 있다면 그걸 사고 싶더라고요.
책을 사고 뿌듯한 것이 이 책이 최고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의외로 책이 술술 읽히고 재밌어요.
모나리자 님도 따뜻한 겨울 보내시기 바랍니다. 오랜만의 방문이시라 더 반갑군요.^^

서니데이 2024-02-25 20: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강신주 작가 책은 두꺼운 책이기도 하지만, 페이지가 적은 시집 옆에 있어서인지 상대적으로 더 커보이네요.
강신주 저작은 좋은 책도 많이 있지만, 저 책은 너무 두꺼워 보여서 포기해야겠어요.
페크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2-28 20:45   좋아요 2 | URL
저도 읽고 싶은 책 중에서 두꺼워서 포기한 적이 있어요. 그래도 천 쪽이 넘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으니 으쌰, 하고 힘을 내야겠어요. 강신주 저자가 대단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작업을 한 것 같아요.
어제와 오늘, 외출로 바빴네요. 일을 많이 벌려 놓으니 바쁘게 살게 되네요.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Dora 2024-02-25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학대철학 ~ 목침 ㅋㅋㅋ두껍긴 해도 소장가치가 있고 내용도 알차서 한 챕터씩 나눠 혼자 스터디 했던 기억이 있네요~ 포기하지 마시고 소장과 정독의 기쁨을 꼭 맛보시길 강력 추천드립니다^^

페크pek0501 2024-02-28 20:47   좋아요 1 | URL
저도 꼭 완독하고 싶습니다. 두껍긴 해도 흥미로운 내용이라 말이죠. 그런데 생각을 하면서 읽어야 해서 한꺼번에 많이 읽진 못하겠더라고요. 혼자 스터디 하셨군요. 저도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책이 두꺼워 같이 스터디를 할 사람을 구하지 못할 듯해요. 완독하게 되면 완독했다는 내용으로 페이퍼 올리겠습니다. 올해 상반기 안에 끝내야 할 텐데 말이죠. 추천, 감사히 접수합니다.^^

stella.K 2024-02-25 2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벽돌책! 참 이상하지요? 이젠 벽돌책 못 볼 것 같아도 여전히 관심가는 걸 보면.
전 저 책 볼 것 같지가 않아요. 하지만 이렇게 말해 놓고 어느 날 살지도 모르죠. ㅎㅎ
요즘 <안나 카레니나>를 보고 있는데 진도가 참 안 나가더군요.
작년에 부활을 읽은 것으로 봐서 어느 지점만 가면 냅다 읽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도
아직 그 지점을 못 만나고 있어요. 안니와 브론스끼가 뜨거운 사랑을 하게되면 가독성이 붙을까요?
이 책 넘 두꺼워요.ㅠ

아무리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어도 겨울은 겨울인가 봐요.
봄 다 되서 눈이라니 했는데 생각해 보면 상대적으로 적은 눈이 오는 서울이지만
겨울이 안쓰럽게도 느껴지더군요. 암튼 겨울은 언제부턴가 복잡한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오늘도 의외로 쌀쌀하던데 3월이 코 앞이어도 2월은 엄연한 겨울이다 싶네요.

페크pek0501 2024-02-28 20:51   좋아요 2 | URL
벽돌책을 분할해 생각하면 좀 쉬어집니다. 5백쪽짜리 세 권이다, 뭐 이렇게요.ㅋㅋ
안나~ 가 세권이죠? 이름이 길어서 그럴 거예요. 러시아 문학은 이름이 길어서 불편해요.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 참 안타까운 결말로 끝나죠.

아직 봄 옷을 입기엔 이른 듯합니다. 저녁이 되면 추워요. 곧 꽃샘 추위도 올 것이니 봄이 따뜻하다는 건 어쩌면 우리의 환상일지도... 4월은 되어야 따뜻할 것 같습니다. 잘 지내십시오.^^

페넬로페 2024-02-26 1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내린 눈은 습기가 많아서 너무 예뻤어요. 올해 내린 눈 중에 제일 예뻤던 것 같아요.
철학이 어려워 접근하기는 힘들어도 관심은 늘 있는데 이 책이 일고 싶어 지네요.
근데 책이 넘 두꺼워 불편하면 조금 화가 나기도 하더라고요^^

페크pek0501 2024-02-28 20:54   좋아요 2 | URL
저도 이번에 눈을 실컷 봤네요. 눈이 오면 거의 녹곤 했는데 이번에 쌓여 있었죠.
철학은 꼭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사 보곤 했는데 이 책은 체계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 있어
이것부터 읽고서 흥미롭게 느껴지는 철학자의 저작을 찾아 읽으면 될 듯합니다.
책 두꺼우면 무거워요.ㅋ 저도 팔 힘이 약해서 불편해요. 그래도 완독하고 나면 기쁨이 두 배, 될 것 같아요.
좋은 날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