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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고기 특공대 - 우리나라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민물고기 이야기 즐거운 동시 여행 시리즈 29
조소정 지음, 신외근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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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어느 해인가 모 일간지의 신춘문예에 당선된 동시가 내 맘에 쏘옥 들어 베껴 쓰다가 이참에 나도 동시를 써 볼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 뒤로 동시를 볼 기회가 없었다. 
 
  아주 오랜만에 내 손에 동시집이 들어왔다. <민물고기 특공대>라는 책이다. 두꺼운 표지와 그 안쪽이 고급 종이로 되어 있는 이 책은 동시집이면서 동시에 그림책이라 할 만하다. 마치 컬러 사진처럼 그림 속 민물고기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그림도 보고 동시도 읽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이 책은 신외근 화가와 조소정 시인이 만들어 낸 작품집인 셈이다. 두 사람이 힘을 모아 공을 들인 것 같아 많은 초등학생들에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민물고기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초등학생이 본다면 누구에게나 관찰력과 상상력을 키우게 해 주리라 믿는다. 이달 8월에 출간되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 주는 걸로 대신한다.

 

 

 

 

 

 

 

 

 

 

 

 

 

 

 

 

 

 

 

 

 

 

 

 

 

 

 

 


참고 사항)..............................................

민물고기란 강이나 호수 따위와 같이 염분이 없는 물에서 사는 물고기를 말한다. 

 


  


밑줄긋기 칸에 동시를 몇 개 옮겨 놓는 걸로 이 책의 리뷰를 마무리한다. 
 

날씬한 금강모치 : 금강산 계곡에서 처음 발견되었대 / 입이 크고 먹성이 좋아 먹이를 많이 먹는대. / 많이 먹어도 날씬한 비결은 잠시도 쉬지 않고 꼬물꼬물 움직이는 거래. / 황금 띠 두르고 살랑살랑 찰랑찰랑 물 맑은 계곡에서 산대.(42쪽)

계곡의 여왕 산천어 : 산천어 여왕님 멋진 무늬 드레스 입고 나들이 나왔네요. / 드레스 자락을 살랑살랑 이쪽저쪽 바라보며 물결 속을 헤엄치네요. / 아! 아름다운 여왕님! / 물고기들이 감탄하며 뒤따르네요. / 햇살이 반짝반짝 여왕님을 비추어 주네요.(45쪽)

마술사 모래무지 : 강바닥 훓으며 긴 주둥이 쭉쭉 내밀어 마법을 부려요. / 수리수리 마수리 먹이 나와라! 꿀꺽 모래는 아가미로 퉤퉤 /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리수리 마수리 꿀꺽 퉤퉤(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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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08-29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양으로 연수갔을때 민물고기 아쿠이리움에서 인상적인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새록 떠오릅니다!ㅎ
즐건 주말되십시요!

페크pek0501 2020-08-29 15:04   좋아요 0 | URL
추억은 많이 쌓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새록 떠오르게 꺼내 보고 말이죠.
막시무스 님도 즐건 주말이 되셔야 합니다. ^^

hnine 2020-08-29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이 번쩍 했습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취향저격 동시집인데요?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페크pek0501 2020-08-29 15:03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눈이 번쩍, 에다가 취향 저격까지~~
나인 님의 댓글에 저야말로 눈이 번쩍 했습니다. ㅋ

꼭 초등학생이 아니라 어른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돈 들인 표가 나는 책이에요.
동시도 흉내 내서 써 보고, 물고기 그림도 연필로 책 보고 따라 그려 본다면 엄마랑 아이랑 함께 즐길 수 있을 듯해요.

서니데이 2020-08-29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물고기도 동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책으로 만들다니, 신기합니다.
서로 다른 두 가지가 새로운 하나를 만든 것 같아서요.
페크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08-29 15:05   좋아요 1 | URL
글쎄 말이에요. 발상이 멋지죠?
오늘 수박을 먹으면서 이제 이게 이 해의 마지막 수박이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서니데이 님도 즐겁게 보내세요.

NamGiKim 2020-08-29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흥미진진한 이야기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0-08-29 16:46   좋아요 1 | URL
오, 재밌게 읽으셨다니 제가 감사한 일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20-08-29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책이 있군요. 일석이조인 것 같습니다.
어린이 책은 정말 잘 나오는 것 같은데 여간해서 읽게 되지는 않네요.ㅠ

수박을 드셨군요. 저는 장마 이후엔 비싸서 벌써 졸업했습니다.
그게 젤 아쉽더군요. 대신 포도를 먹는데 이상하게 올핸 이제 겨우
먹어보려고 사 놓고 냉장고에 모셔두고 있습니다.
제가 원래 포도의 여왕인데 얼마 전 울엄니가 초파리가 포도에 새끼를 낳는다는
말에 좀 꺼려지더군요. 대신 거봉을 먹기로 하긴 했는데...ㅋㅋ

페크pek0501 2020-08-29 22:38   좋아요 0 | URL
가끔 동시, 동화를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칼라로 되어 있어 보는 맛이 있답니다.

저도 수박을 몇 번 못 먹고 여름을 보내는 것 같아요. 이번 여름은 여름을 하나도 즐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즐기긴커녕 코로나로 괴로웠던 여름으로 기록될 것 같네요.

처음 들어요. 저는 포도 귀신이라고 할 정도로 포로를 좋아하는데,
초파리가 앉으면 안 되겠군요. 아, 기억해 놓아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 2020-08-29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참 평화롭고 아름답네요.
사진 찍어서 보여주고 싶어하는 페크님의 마음도 보입니다 :)

페크pek0501 2020-08-30 14: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 님이 그렇게 느끼셨다니 기분 좋습니다.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
 
클래식은 처음입니다만 - 이번 생은 우아하게 살고 싶어서
최영옥 지음 / 태림스코어(스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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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팝송을 즐겨 듣는 내가 클래식에 매료되었던 강렬한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신혼 시절 아이를 재우느라 자장가로 틀어 줬던 슈베르트 음악. 어느 작은 음악회에서 들은 쇼팽의 피아노 곡. 몇 년 전부터 발레를 배우러 가서 듣게 된 여러 클래식. 만약 클래식 없이 발레를 한다면 아마 발레를 할 맛이 나지 않으리라. 내가 발레를 좋아하는 건지 클래식을 좋아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클래식에 흠뻑 빠졌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발레를 하러 가지 못해 아쉽다. 

 


  이런 강렬한 순간을 경험하고 나니 클래식을 좋아하는 건 취향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여겨졌다. 팝송의 가사를 몰라도 즐겨 들을 수 있듯이 클래식에 얽힌 이야기를 몰라도 감상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국내 문학뿐 아니라 국외 문학도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 것처럼,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닌 서양 음악인 클래식에 빠져드는 이들이 많은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겠다. 그래서 음악을 세계 공통의 언어라고 하는가 보다. 

 


  바람둥이 남편인 바그너를 끝까지 사랑하며 지켜 줬던 아내 코지마. 어쩌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이 아내 생일에 자신이 만든 곡을 바친 감동적인 이벤트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를 추측하게 하는 대목을 소개한다. 「저택의 안주인이 일어날 즈음인 7시 30분이 되자 바그너가 새로 작곡한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꿈결 같은 음악소리에 바그너의 아내 코지마는 잠에서 깨어났고, 한동안 꿈인지 현실인지 몽롱한 상태에서 음악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꿈결 같은 음악이 가득 차오른 가운데 남편 바그너가 꽃을 머리에 꽂은 다섯 아이들을 앞세워 침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에게 한 다발의 악보를 건넸다. 그날 연주한 곡의 악보였다. 『교향곡 생일 인사』라는 제목의 악보를 받아들고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린 코지마는 감동의 눈물을 흐렸다.」(20쪽)

 


  동성애자였던 차이콥스키가 자신에게 열렬한 사랑을 고백한 편지를 보냈던 안토니아 밀류코바와 결혼을 하게 된 이야기. 드보르자크가 두 자매를 지도했는데 동생 안나와 결혼하게 되고 아내의 언니 즉 처형을 짝사랑과 첫사랑의 대상으로 남겨 둬야 했던 이야기. 『교향곡 1번』이 실패하면서 우울증을 심하게 앓던 라흐마니노프가 담당 의사의 권유에 힘입어 『피아노 협주곡 2번』의 대성공을 이룬 이야기. 이러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앞으로 더욱 풍부한 감성으로 클래식을 들을 수 있을 듯해 오랜만에 유익한 독서를 한 것 같았다. 이 책이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에게 클래식에 빠지게 만들 책으로 손색없는 안내서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믿는다. 

 


  작은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기에 독자들이 클래식으로 인해 하나의 소중한 즐거움을 얻길 바라는 마음으로 신간 <클래식은 처음입니다만>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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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8-26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악과 문학 작품 안에 담긴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아름다움을 작품으로 만든 이를 아는 것은 아름다움에 사람내음까지 풍성함을 주는 듯 합니다^^:)

페크pek0501 2020-08-26 22:27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입니다. 제가 독서를 다양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음악 분야의 책은 별로 읽지 못했더라고요. 미술, 화가에 대한 책들은 읽었는데 음악과 관련해서는 로맹 롤랑의 베토벤의 생애, 를 읽은 게 떠오르는 정도예요.
그래서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보니 제게 필요한 책이 있더라고요.
음악가들에 대한 책이 제게 영감 - 글감을 주는 내용이 담겨 있는 듯해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졌어요.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든 흥미로운 것 같아요.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0-08-27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클래식 음악도 좋지만, 클래식 음악의 작곡가에 대한 에피소드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페크님, 오늘도 더운 하루, 편안하고 좋은 시간 되세요.^^
잘 읽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0-08-27 17:17   좋아요 1 | URL
예, 맞아요 음악 예술가들의 삶을 살짝 들여다보는 재미를 줍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0-08-28 0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클래식은 세계 사람이 다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목을 모르는 것도 여러 가지에 쓰여서 많이 들어서 아는 것도 있을 거예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죠 클래식이어도 마음을 담아 곡을 썼겠지만... 자신이 느끼는 대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에는 작곡가 이야기도 실렸군요 그런 것도 알고 음악을 들어도 좋겠지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8-28 12:06   좋아요 1 | URL
클래식은 많이 들었으되 제목을 모르는 것들이 정말 많아요.
말씀하신 대로 음악과 얽힌 이야기를 몰라도 좋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서니데이 2020-08-28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즐거운 금요일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도 무척 더운 날이었어요.
집 가까운 곳에는 잠깐 소나기가 지나갔는데,
그 비가 저희집 앞은 그냥 지나가서 그런지 저녁이 되어도 계속 덥습니다.
더운 날씨지만, 즐겁고 좋은 일들 가득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08-29 12:5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켜고 말았네요. 이번 여름은 안 켜고 지내보려 했는데...식구들의 원성이 무서워서. ㅋㅋ

오늘 비가 퍼붓기는 합니다만 곧 해가 나고 또 비가 오고 곧 해가 나고 이런 식으로
어제처럼 반복할 것 같네요.
좋은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
민혜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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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56편의 수필이 실린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는 흥미 있는 주제로 흥미 있게 전개되는 글이 많이 실려 있는 게 강점이라 할 만하다. 


  『그들을 한 형제로 불러주겠다.』로 시작하는 ‘대화와 수다 그리고 위트’는 대화와 수다를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형뻘인 ‘대화’는 진중한 데가 있는 반면 아우인 ‘수다’는 체면 분수 내던지고 촐랑대길 좋아한다고나 할까. 대화는 나름의 목적과 주제를 갖추려 하지만 수다는 그저 나오는 대로 방향 없이 흘러가는 자유분방의 기질을 지닌 녀석이다.』 또 위트와 유머에 대해서는 이렇게 썼다. 『위트와 유머는 자칫 지루하거나 무미하게 흐를 수 있는 대화를 구제하고 경망으로 흐를 수다를 견제한다. 낼랜 잽을 날리며 정곡을 찔러대면서도 웃음 한방 피식 터뜨리게 하는 것으로 일단은 전의戰意를 무력화 시킨다.』 이 같이 묘사하는 저자의 탁월한 능력에 나는 반해 버렸다.

 
  ‘너에게 보낸다’는 생기를 찾아 줄 이성 친구를 사귀어 보라고 지인에게 권하며, 인간이 지녀야 할 모럴 중에는 윤리 도덕의 엄숙함만 있고 생기나 활력에 대한 의무 사항은 빠져 있음을 지적한다. 읽으면서 우리도 생각해 볼 만한 점이라고 여겼다. 


  예리한 관찰력이 있어야만 쓸 수 있는 ‘예외적 인간’은 옷차림을 보면 미적 감각이 없으나 날카로운 지성과 유머러스한 재담으로 수강생들을 웃게 만드는 매력적인 한 교수님을 상상케 하여 한 번 보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독이나 한 잔’에서는 고독에 대해 사유한다. 고독이란 정체된 듯싶으면서도 실은 보이지 않게 꿈틀거리는 생물이라며, 어느 날은 쌉쌀하면서도 달착지근하여 그대로 머물고 싶어지는가 하면, 어느 날은 날감자 맛처럼 아리고 땡감처럼 떫어 심신을 오그라지게도 한다고 표현한다. 


  ‘미드나잇 블루’는 남편과 사별한 뒤 모든 걸 홀로 감당해야 하는 자의 쓸쓸하고 위태로운 삶을 조명한다. 혼자 산다는 건 한밤중에 갑자기 심장이 멎을 것 같은데 자식과 연락이 닿질 않아 고독사를 할 수도 있는 극한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사는 일이라고. 이 부분을 읽는데 내 마음이 짠했다.  


  ‘십만 원’은 같은 성당을 다니며 알게 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지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지인을 만나면 20만 원을 주려고 준비하다가 먼 길을 오가는 데 드는 교통비와 식사비 등을 합하면 얼추 30만 원이 들 것 같아 그 20만 원에서 10만 원을 덜어 내어 10만 원이 든 봉투를 준비해 지인을 찾아간다. 그의 집을 나설 무렵 식탁 위에 그 돈 봉투를 놓고 나왔는데 상대편 지인도 필자의 백팩 속으로 뭔가를 넣었다. 그걸 필자는 그와 헤어진 뒤 버스 안에서 확인하는데 어이없게도 1만 원권 열 장이었다. 둘 다 서로에게 십만 원을 주려고 준비했던 것이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냥 20만 원을 줘도 되는 것을, 하고 독자인 나도 안타까움을 느꼈으니 필자는 어떠했을지 상상이 간다. 마음을 참 훈훈하게 만드는 글이다. 

 
  일찍이 피천득 작가는 ‘수필’이란 제목으로 수필을 써서 남겼다. “수필은 플롯이나 클라이맥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고 싶은 대로 가는 것이 수필의 행로(行路)이다.”(피천득 저, ‘수필’ 중에서.) 가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쓰는 게 수필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필이 만만하게 쓸 수 있는 글은 아니다. 가고 싶은 대로 쓴다는 건 글쓴이가 어떤 길로 가야 좋은 글이 되는지를 알 만큼 역량을 갖춘 사람이어야 함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겠다. 연주자로 말하면 악보를 보지 않고 암보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처럼 많이 연습하여 익숙해져서 능수능란함이 저절로 발휘되는 그런 사람이어야 가고 싶은 대로 쓸 수 있으리라.

 

  ”그러나, 차를 마시는 거와 같은 이 문학은 그 방향(芳香)을 갖지 아니할 때에는 수돗물같이 무미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피천득 저, ‘수필’ 중에서.) 수필은 차를 마시는 거와 같은 문학이라고 한다. 냉수를 마시듯 차를 벌컥벌컥 마시는 사람은 없다. 차는 맛과 향기를 음미하며 천천히 마신다. 차를 마실 때와 같은 느낌이 나는 게 수필에 필요하다는 말이겠다.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는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다. 하나 더 보탠다면 솔직함과 관찰력을 잘 버무려 톡 쏘는 맛을 낸다는 점이다. 매우 솔직하고 끼가 많은, 내가 잘 아는 한 사람을 보는 친숙함마저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끼’에서 읽은 이런 글은 인상 깊다. 『개인적으로 나는 끼가 없는 사람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물론 황진이적인 끼를 일컬음이다.』 


  잘 읽히지만 빨리 읽고 지나칠 수 없는 문장으로 가득 찬 수필집을 오랜만에 만났다. 어떤 글을 쓰든지 ‘소재와 주제가 무엇이냐.’ 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건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일 터, 이를 새삼 깨닫게 한 수필집이기도 했다. 또한 이 책은 수필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끌어 모은 듯해 내게 수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었다. 특히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글쓴이의 심성, 인품, 가치관, 끼 등을 헤아릴 수 있었는데, 그렇듯 가감 없이 보여 준 점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왜냐하면 글이란 모름지기 그래야 할뿐더러, 그 점이 내게 어떤 용기와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맨 앞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뽑은 다음 글로 이 리뷰를 마무리한다. 『“내 마음속 소망의 독자여, 벗이여, 제 책을 열면 제 심장에 쓰인 것을 볼 수 있어요. 저와 함께 웃고 울지 않으실래요?”』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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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8-07 1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좋은 글로 이 수필을 꼭 읽어보고 싶어요~~
저에겐 낯선 작가라 더 기대됩니다^^

페크pek0501 2020-08-07 19:07   좋아요 1 | URL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것도 기쁜 일이지요.
공모전에서 뽑힌 원고가 담긴 책입니다. 강추합니다.^^

2020-08-07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8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8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8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8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8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8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0-08-08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로를 생각했다는 걸 보니 좀 다르지만 <의좋은 형제>인가 하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형제는 그렇다 쳐도 남이 서로를 생각하는 건 더 뜻깊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지금은 멀리 사는 형제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사촌이 좋다고 하는군요 아니 이것도 이제 옛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까이 사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잖아요 그렇다 해도 사람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살겠지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8-08 11:53   좋아요 1 | URL
그렇죠.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형제 같죠.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라 가능한 것 같아요. 뜻깊은 일이죠.
멀리 사는 사촌 형제는 솔직히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에서만 보는 것 같아요. ㅋ
차라리 이웃 친구나 동창들을 더 만나며 살죠.

지금 또 비가 오기 시작하네요. 비 피해는 이제 그만, 이면 좋겠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0-08-08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지녀야 할 모럴 중에는 윤리 도덕의 엄숙함만 있고 생기나 활력에 대한 의무 사항은 빠져 있다‘는 말씀을 읽으니 저 역시 공감합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가지고 있던 것들을 이제는 우리가 잃어버렸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들을 다시 찾는다는 것이 예전과는 다른 세상을 희망하는 것으로도 여겨집니다. 이렇게 보니 수필은 참 여러 생각을 던져줍니다.^^:)

페크pek0501 2020-08-08 11:56   좋아요 1 | URL
그 엄숙주의 좀 깨졌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인 거죠.
맞습니다. 제가 글감을 하나 찾았는데 제목은 ‘당연한 것은 없다‘예요. 글감만 찾았을 뿐입니당~~ 어떻게 써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ㅋ

어떤 면에선 수필이 소설보다 낫다는 생각이에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tls0828 2020-08-23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예리한 관찰력과 생각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짤막한 단편으로 구성되어 가볍게 읽을 수 있네요. 어휘력과 문장표현이 다채로와 사전도 들춰봤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작가의 인생길속에 들어갔다 나와봅니다. 완독 후 정서가 더욱 풍부해짐을 느낍니다.

페크pek0501 2020-08-23 13:5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0-09-12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2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름, 스피드
김봉곤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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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김봉곤의 소설집 <여름, 스피드>.

 

 

그 표제작 ‘여름 스피드’에 대한 리뷰.

 

 

1. 두 남자의 연애 이야기
1인칭 시점의 소설로, 떠오른 기억의 편린들을 이어붙여 쓴 듯한 인상을 준다.

 

 

연인이 필요한 ‘나’와 친구가 필요한 영우. 두 사람이 연인이 될 수 없는 것은 한쪽에서만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는 6년 전 사귀었던 영우와 재회를 하게 되어 설레었으나 결국 ‘나’는 영우를 짝사랑한 것임을 다시 확인하는 것으로 끝난다. 진전이 없는 똑같은 상황에 ‘나’는 비탄에 젖는다. 

 

 

 

 

  


2. ‘나’의 성적 취향을 보여 주는 대목
(...) 그렇게 화가 나고 슬프고 외롭고 두려웠던 밤, 학교 동료 중에 나와 잘 사람은 없었기에 나는 취한 채 종로에 나가거나 이태원으로 달려갔다. 팔십 킬로가 넘으면 웬만하면 잤다. 구십 킬로가 넘으면 얼굴도 안 봤다. 직선거리가 가까웠던 한 사람과는 택시를 잡고 또 타고 가는 시간이 아까워 소렐 부츠를 껴 신고 산을 넘어가서는 섹스를 했다. 거의 중독이라고 생각할 만큼 나는 그 시기에 섹스에 열을 올렸다. 내 명쾌한 취향에 감사하면서.(64~65쪽)

 

 

 

 

 

 

3. ‘나’는 영우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었다
그러니까 그 시기, 류지의 생일날 영우와 나는 인사동의 한 막걸릿집에서 만났다. 류지가 데려온 영우를 보자마자 나는 자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애만 좋다면 뭔들.(65쪽)

 

 

 

 

 

 

4. ‘나’는 만나 본 남자 중에 영우가 최악이었으며 최고였다
그만큼 좋아했기에, 사랑하는 마음이 깊었기에 느끼는 배신감이 아니라 하는 짓이 괘씸하고 악랄했다. 그리고 딱 그런 만큼 매혹적이었다.(65쪽)

 

 

 

 

 

 

5. 다시 만나게 된 ‘나’와 영우와의 관계를 잘 보여 주는 대목
“형, 사실은 친구가 되어달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나는 영우의 눈을 마주보다 곧바로 대답할 수 없어 물 아래로 한 차례 깊이 들어갔다 나왔다.
“넌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물론이에요. 저는 그러고 싶고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믿어요.”
“누구 맘대로?”
섹스는 하기 싫고, 고매한 너의 취향에 맞춰줄 말 상대는 필요하고, 앞으로 네 입장에서 잘될 위험은 없는 남자를 찾고 있었던 거니?

“넌 날 좋아하지 않았어. 그건 잘못이 아니야.”
“맞아요. 인정할게요.”
“근데 친구가 되어달라는 말에는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87~88쪽)

 

 

 

 

 

 

6. 영우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알고 ‘나’는 생각한다
영우가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그건 오직 한 사람이 날 거부한 것이었지만 나는 세상 모든 사람으로부터 거절당한 기분이 들었다.(90쪽)

 

 

 

 

 


7. 이 소설과 관련하여 쓰다
모든 인간관계는 권력관계를 형성한다. 그래서 한 쪽이 강자라면 한 쪽은 약자가 된다. 예를 들면 연인 관계에서는 더 사랑하는 자가 약자가 되고 덜 사랑하는 자가 강자가 된다. 수많은 연인이 헤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두 사람의 사랑의 크기가 같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사랑을 더 하는 자과 사랑을 덜 하는 자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고 싶을까? 우리는 대체로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기 바라면서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길 바란다. 설령 마음의 고통이 따른다고 해도 말이다. 왜냐하면 달콤한 행복은 사랑을 받는 데에 있지 않고 사랑을 하는 데에 있는 것이므로.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어떤 것은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연인의 경우에만 해도 그렇다. 연인은 큰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큰 고통을 주는 존재다. 서로 사랑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즐거움을 얻을 수 있지만, 다툼이나 이별로 인해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천국에도 갈 수 있고 지옥에도 갈 수 있게 해 주는 게 연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예를 들면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음식을 먹는 일’이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우울증 환자는 식욕이 전혀 없어 ‘음식을 먹는 일’이 고통스럽다고 한다. 나도 경험한 게 있다. 아이를 낳은 뒤에 미역국과 밥을 먹어야 할 때 느꼈던 것. 산모로서 내 몸을 생각해서 먹어야 하는데 그렇게 먹기 싫을 수가 없었다. 억지로 먹는 게 고통스러웠다. 이것을 성행위로 예를 들 수도 있겠다.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성행위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라면 고통받는 일일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의 두 가지 욕구인 식욕과 성욕은 때로는 큰 행복과, 때로는 큰 불행과 연관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행복을 주는 어떤 것은 불행을 주기도 한다. 연인이란 존재처럼 말이다. 

 

 

“그 사람은 내게 주는 고통이나 즐거움에 의해서만 정의될 것이다.”라는 롤랑 바르트의 말을 ‘연인이란 극과 극을 오가게 만드는 존재이다.’라고 해석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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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9-12-07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 <행복>에 나오는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하는 구절이 생각납니다 서로 마음이 딱 맞으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은 아주아주 가끔이 아닐까 싶어요 그건 어떤 사이에서든 비슷한 듯도 합니다

괴롭다면 그만두는 게 좋을 듯한데...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희선

페크pek0501 2019-12-08 11:57   좋아요 0 | URL
서로 마음이 딱 맞는 일이 어쩌다 생기는 일이라서 다행인지도 모르죠.
그런 일이 자주 있으면 남녀의 경우, 누구랑 결혼할지 모를 것 같아서요. 이 사람과도 맞고 저 사람과도 잘 맞고...ㅋㅋ

괴롭다면서 그만두지 못하는 것. 자기 마음이 갈 때까지 해 봐야 후회가 없을지도...

12월이 가고 있군요. 하루하루가 소중한 날임을 느낍니다.
이 해의 마지막 달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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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소설집 <대성당>의 표제작에 대한 리뷰이다. 

 


1. 줄거리 
아내의 친구인 맹인(남자)이 ‘나’의 집에 방문한다. ‘나’는 달갑지 않다. 맹인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셋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아내가 잠들어 버린다. 맹인과 ‘나’는 둘이서 얘기를 나누다가 TV를 통해 여러 대성당에 대해 말하는 방송을 듣게 된다. 맹인은 TV 화면의 대성당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나’에게 대성당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해 달라고 부탁한다. ‘나’는 대성당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는데 잘 설명할 수가 없다. 맹인이 ‘나’에게 대성당을 종이에 펜으로 같이 그려 보자고 한다. ‘나’는 눈을 감고 맹인이 되어 대성당을 그리면서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경험을 한다.

 

 

 

 

 


2. ‘인간 이해’를 할 수 있는 문장에 대한 나의 코멘트
어떤 소설을 읽든 인간의 특성을 보여 주는 문장에 난 관심이 많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눈이 멀었다는 게 뭘까 생각해보면 영화에서 본 것들만 떠오른다. 영화에서 맹인들은 천천히 움직이고 웃는 법이 없었다.(287쪽) :
인간은 자기가 아는 정보나 지식만 가지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신이 아는 만큼만 타인을 이해하고 그 이해는 잘못된 이해일 수 있다.

 

 

“어쩐지 전에 이미 본 사람 같구먼.” 그가 쩌렁쩌렁하게 말했다.(294쪽) :
맹인이어서 보지 못하는데도 ‘나’를 이미 본 사람 같다고 초면 인사를 할 만큼 맹인은 유머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것은 맹인이 맹인인 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임을 말해 주고 있다. 인간은 같은 처지에 있더라도 각기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기차 여행은 어떻게, 좋았습니까?” 내가 말했다. ”그런데 어느 쪽에 앉으셨나요?“(294~295쪽) :
‘나’는 손님이 맹인이라는 사실을 금방 잊어버리고 기차 안의 오른쪽에 앉았느냐 왼쪽에 앉았느냐에 따라 창밖의 경치가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인간은 타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나는 항상 맹인들에게는 검은 안경이 필수품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사람도 그런 안경을 썼으면 싶었다.(295쪽) :
인간은 추한 것을 보기 싫어하고 아름다운 것만 보고 싶어 할 만큼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 이 소설을 읽고 느낀 점
1)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다 :
‘나’가 맹인에게 도움을 주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오히려 ‘나’가 맹인이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대성당을 그리면서 맹인 덕분에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2) 인간은 상대를 피상적으로 볼 뿐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지 못한다 :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이 소설의 ‘나’처럼 눈을 감고 맹인이 되어 그림을 그려 보는 노력 같은 게 없이는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지 못한다. ‘나’는 맹인이 되어 대성당을 그림으로써 맹인이 되면 이렇구나, 하고 조금 이해하게 되며 맹인의 처지가 되어 보는 것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맹인에 대해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맹인의 삶과 똑같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3) 우리가 살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타인을 이해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나’는 맹인과 다른 삶을 살기 때문에 맹인을 이해할 수 없다. 일례로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사람마다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은 제각각 다른 삶을 살아서다. 눈사람을 재밌게 만들었던 누구에게는 눈이 즐거운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눈사태로 가족을 잃었던 누구에게는 눈이 끔찍한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같은 ‘눈’이지만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니 타인에게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4. 나의 독서에 도움을 준 대목

의 머릿속에 턱수염이 난 맹인을 잘 그려 볼 수가 있다는 점에서 다시 말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해 준다는 점에서 다음 문장을 뽑는다. 


 
그는 턱수염을 한 번 위로 쓰다듬었다가 놓았다.(303쪽)

 

 

그는 끄덕이다 말고 소파의 한쪽 끝에 몸을 기댔다. 내 말을 들으며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었다.(307쪽) 

 

 

 

 

 


5. 저자의 탁월한 역량은?

‘나’가 눈을 감고 대성당을 그려 나가며 눈이 뜨기 싫을 정도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 이야기를 생각해 낸 것. 아이디어가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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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9-11-24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만으론 감이 안오는 책이었는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매칭은 잘 안되네요. 정상인이 맹인에게 배우고 깨닫는 점이 신선합니다. 페크님 리뷰로 이 책도 목록에 추가하겠어요^^

페크pek0501 2019-11-24 22:28   좋아요 1 | URL
후후~~ 반갑습니다.
소설 속 인물처럼 맹인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유머 감각과 여유를 가지고 사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어떤 불행 속에 있어도 그 따위 불행에 굴복하지 않겠어 하는 비장함이 보이는 게 아니라 아예 그런 불행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고 사는 것 같은 사람이 저는 좋습니다.
굿 밤 되세요...

희선 2019-11-25 0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이 보이는 사람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어떤지 모르죠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도 마찬가지겠습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다르게 느낀다는 것만 아는군요 장애인과 비장애인만 서로를 모르는 건 아니군요 비장애인끼리도 다르고 장애인끼리도 다르고 다 다르겠습니다 장애인이어서 꼭 도움을 줘야 한다 생각하는 것도 안 좋을 듯해요 도움을 바란다면 돕고 그렇지 않다면 내버려두는 게 좋겠지요 장애인은 스스로 잘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거 보면 대단하다 싶어요 이런 생각도 안 해야겠네요 장애인한테는 그게 평범한 것일 테니...


희선

페크pek0501 2019-11-26 22:28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이십니다. 새겨 들어야 할 말입니다.
나 아닌 남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닐 터.
저는 요즘 우리 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밖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는 걸요. 어떤 때는 저 자신도 모르겠더라고요. 무슨 일이 생겨서 제가 하는 생각, 제가 하는 행동을 보고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알 때가 있어요.ㅋ

오늘 날씨가 포근해서 운동 삼아 많이 걸었네요. 겨울은 그래도 더러 따뜻한 겨울이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여름은 줄창 더웠는데...
좋은 날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stella.K 2019-11-25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웬만해서 리뷰를 잘 안 남기는 언니가 이렇게 남기신 걸 보면
무척 흥미롭게 읽으셨나 봐요.
저도 읽어봐야 할 텐데 이렇게 못 읽고 있습니다.ㅠ

어딘지 나뭇잎가 아직 빨가네요.
제 방 창문에서 보이는 나무가 2주 전만해도 저렇게 빨겠는데
지금은 누렇게 변하고 잎도 많이 떨어졌어요. 올핸 유난이 붉었는데
좀 아쉽더군요.

페크pek0501 2019-11-26 22:3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제가 리뷰 쓰는 걸 좀 부담스러워하죠. 그래서 스텔라 님처럼 척척 리뷰를 올리시는 분을 보면 존경스럽죠. 저는 어떤 깨달음이나 강렬한 느낌 같은 게 있는 책에 대해서만 리뷰를 쓸 수 있겠더라고요. 다시 말해 나로 하여금 할 말이 많게 만드는 책에 대해서만 쓸 수 있어요. 이런 것도 능력 차이겠지요.

그렇죠. 이 계절에서 저 계절로 넘어가는 고개에서는 항상 어떤 아쉬움이 있는 것 같아요. 여름에서 가을로 갈 때도, 지금처럼 가을에서 겨울로 갈 때도...

전 여름만 빼고 세 계절을 다 사랑합니다...

좋은 날 이어 가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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