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크의 뒷모습입니다.




어느 날, ‘글을 써야겠다’라고 다짐하고 제일 먼저 한 게 책을 사 보는 일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독서에만 집중하며 살았습니다. 다 읽은 책을 ‘독서 목록’ 노트에 기록하고 나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어요. 2009년 1월에 알라딘 서재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칼럼에 관심을 가졌어요. 이미 수십 편의 수필을 쓰고 난 뒤였어요. 



알라딘의 블로거가 된 지 벌써 13년이 다 되어 갑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요. ‘쏜살같은 시간’의 뜻을 알 것 같습니다. 신인 블로거였던 게 며칠 전 같은데.… 



코로나 시대가 끝나지 않은 채 또 한 해를 보내게 되는 12월입니다. ‘코로나 시국’이란 말이 옛말이 되는 시간이 오긴 할까요. 그 시간이 하루빨리 오길 간절히 기다립니다. 



코로나 시대임에도 책을 냈고 여러 지면에 칼럼을 썼습니다. 읽은 책이 점점 늘어 갈수록, 쓴 글이 점점 늘어 갈수록 글쓰기 능력도 향상된다고 믿고 살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믿고 해 나갈 것입니다. 이 믿음은 제가 중심을 잃지 않고 살게 해 주는 기둥인 셈입니다. 이 기둥은 알라디너 여러분이 만들어 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좋아요’와 ‘댓글’ 없이 혼자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면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감사드립니다. 


2021년 12월 6일 페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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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2-06 12: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오늘 방문자가 천 명 넘은 건 웬일일까요? 아시는 분이 계십니까?

오거서 2021-12-06 12:22   좋아요 5 | URL
저 뒷태 사진에 반한 것이 아닐까요? 벌써 천 명 넘게 … 😁

오거서 2021-12-06 12:0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영화 라이언킹에서 본 듯한 뒷모습을 보네요. 느름한 자태… ^^

페크pek0501 2021-12-06 12:10   좋아요 3 | URL
추워서 모자 달린 패딩을 입었어요.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이 휘날리고요...

댓글 감사합니다.

오거서 2021-12-06 23:42   좋아요 1 | URL
오타 수정하겠습니다. 느름한 —> 늠름한 ^^; 이제야 봤어요. 죄송합니다!

페크pek0501 2021-12-07 13:18   좋아요 1 | URL
오거서 님, 웃겨요. 히히~~~ 맞춤법 틀려도 다 알아 들었어요. 그리고 댓글에서 맞춤법이 틀리면 일부러 그렇게 쓰셨나보다 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저도 친구들에게 문자 보낼 때 일부러 틀리게 쓰는 걸요. 너무너무, 를 느무느무, 로 써요. 그냥 재미로...
다음부턴 깍듯하게 대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1-12-06 14: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뒷모습에서 카리스마와 고독이 느껴지네요 ^^ 페크님 화이팅 하세요~!!

페크pek0501 2021-12-07 13:19   좋아요 0 | URL
아, 그렇다면 저의 뒷모습이 성공한 건가요? ㅋㅋ
아예 서재 이미지를 바꾸었답니다. 제 뒷모습으로.
새파랑 님도 열공 열독 파이팅, 입니다!!!

프레이야 2021-12-06 15: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호리호리 페크님. 겨울강을 바라보는 뒷모습 넘 분위기 있지 말입니다. 강 아니고 호수 같네요 다시 보니. 저의 기둥도 페크 님과 여러 알라디너들이 만들어 주었지요. 2009년 1월에 입주하셨군요. 오래되었어요 진짜.

페크pek0501 2021-12-07 13:23   좋아요 0 | URL
호수 맞아요. 분위기 있어나요? 프레이야 님이 제 서재에 첫 댓글을 남겼던 날이 생각나네요. 제가 닉네임의 발음이 참 예쁘다고, 또는 아름답다고? 한 것 같아요. 프레이야, 하고 발음하는 순간 좋은 향이 나는 것 같았거든요.
프레이야 님은 저보다 더 일찍 입주하신 분이죠. 기둥... 맞아요. 혼자서는 오랜 시간 글을 쓰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프레이야 님이 돌아오셔서 옛 벗을 만난 듯 반갑답니다. 진짜. ^^

프레이야 2021-12-07 13:28   좋아요 1 | URL
진짜진짜 저도 좋아요. 프레이야는 라주미힌 님이 지어주셨어요. 북유럽 여신이라구. 저도 마음에 쏙 들었어요 발음도 이름도.
일명 프야 ㅎㅎ 페크 님 오래오래 여기서 이야기 나누도록 건강하세요

페크pek0501 2021-12-07 13:42   좋아요 0 | URL
라주미힌 님이 지어 주셨군요. 맞아요. 그때도 여신, 이라고 설명 받은 기억이 납니다.
숨은 이야기가 있는 이름이군요. 일명 프야, 라는 이름도 좋군요.
옙. 오래오래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건강 관리 잘 하겠습니다.~~^^

프레이야 2021-12-07 13:55   좋아요 1 | URL
프야는 라로 님이 잘 부르는 이름이어요 ㅎㅎ 그것도 좋아요. 라주미힌 님이 나름 팜므파탈 여신이라구.

페크pek0501 2021-12-07 13:58   좋아요 1 | URL
오호! 저도 프야, 라는 이름을 애용하고 싶어용^^

서니데이 2021-12-06 2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 보아도 페크님은 키가 크다는 느낌.
알라딘 서재 시작하시고 여러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새로운 글이 올라와서 좋네요.
페크님,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2-07 13:24   좋아요 1 | URL
키가 제가 좀 크죠. 히히~~
정말 시간 참 빠르죠? 신인 올챙이입니다, 하는 자세로 글을 쓴 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그리 많은 시간이 가 버렸네요.
서니데이 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stella.K 2021-12-06 2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제 천 명대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들어 와 보면 한 자리 수가 가까운 두 자리 수 입니다.ㅠ

어딘지 경치 좋네요. 어디로든 떠나고 싶네요.ㅠ

페크pek0501 2021-12-07 13:27   좋아요 1 | URL
예전 스텔라 님의 서재에 방문자 수가 무지하게 많았죠. 유명 블로거구나, 하고 알았을 정도니까요.
이미지 바꾸셨네요? 좋아 보입니다. 저도 오늘 서재 이미지를 바꾸었어요. 겨울이니까 외투를 입혔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고대합니다. ^^

coolcat329 2021-12-06 2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사람의 뒷모습은 때로는 앞모습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거 같아요.
당당하면서도 여유있는 느낌입니다.
페크님 삶의 중심이 되는 그 믿음에 화이팅!

페크pek0501 2021-12-07 13:29   좋아요 0 | URL
329 님의 댓글은 꿈보다 해몽, 이네요.
겨울이라 패딩을 입으니 당당해 보였나요?
저도 님의 앞으로의 서재 활동에 파이팅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자주 보아요. ^^

moonnight 2021-12-06 2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천 명@_@;;; 청명한 겨울하늘과 호수 배경으로 분위기 있는 뒷모습입니다♡ 읽고 또 쓰기에 열심이신 페크님 존경합니다^^

페크pek0501 2021-12-07 13:30   좋아요 1 | URL
천 명이 알라디너가 아닌 것 같아요. 외부에서 들어오는 노선이 있는 듯해요.
가끔 그래요.
존경까지는... 좀 아니죠. 그냥 꾸준함의 힘을 믿고 가는 사람이라 해 둘게요.
고맙습니다. 자주 보아요. ^^

mini74 2021-12-06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저도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동지 ! 서로 으샤으샤하며 책읽는다는 건 참 다정한 일같습니다 *^^*

페크pek0501 2021-12-07 13:32   좋아요 1 | URL
만약 알라딘 서재, 라는 창구가 없었다면 이 코로나 시국에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요.
소통 창구가 있음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우리는 동지. 으샤으샤 하겠습니다. 다정한 독서를 계속하겠습니다... ㅋㅋ^^

희선 2021-12-07 0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 풍경 속 페크 님 뒷모습이군요 이런 모습을 담아준 사람은 누굴지... 뒷모습은 자신은 못 보는군요 어제 천명이나 오다니... 십이월이 가면 새해가 오겠습니다 아직 십이월 남았으니 남은 날 잘 보내야겠네요 페크 님 앞으로도 건강하시게 즐겁게 글쓰기 바랍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1-12-07 13:35   좋아요 2 | URL
예. 저의 뒷모습을 둘째애가 찍었답니다. 정말 자기만 볼 수 없는 뒷모습이네요.
벌써 달력이 나오고 애한테 부탁해서 나갈 일 있을 때 사오라 했더니 탁상 달력을 사 와서 마련했죠.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의 알찬 계획을 세우는 12월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희선 님도 건강하고 즐거웁게 글 쓰시기 바랍니다. ^^

라로 2021-12-07 0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런 멋진 뒷모습의 사진은 전 없고, 제게 있는 뒷모습 사진은 비키니 입은 것 뿐;;; 올해도 어김없이 ㅎㅎㅎ 담엔 남편더러 이렇게 멋진 사진도 좀 찍어달라고 해야겠어요. ^^
저도 다른 분들의 좋아요와 댓글이 없었다면 오래 전에 알라딘을 떠났을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해요.

페크pek0501 2021-12-07 13:38   좋아요 1 | URL
오호!! 비키니 사진이 더 멋있겠는 걸요.
저도 바깥 바람 쐬러 나갈 일 있으면 뒷모습을 멋있게 찍기, 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그래서 서재 이미지를 멋진 걸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라로 님도 참 열심히 사시는 분 중 한 분이시죠. 좋아 보여요. 생기와 활력이 가득하고 행복한 일꾼으로 보이십니다. 늘 그렇게 멋지게 사시길 응원합니다. ^^
 






보람 있는 일을 하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또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즐겁게 얘기를 나누며 보내는 시간들. 이런 행복한 시간들을 인생에서 얼마나 가졌는지가 중요하고 그 나머지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 사실을 우리 모두 죽음이 임박했을 때 깨닫지 말고 미리 깨닫고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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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09 14: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넵! 페크님 공감! 합니다 *^^* 단풍이 넘 예뻐서 한참 보게 되네요 ~

페크pek0501 2021-11-09 15:48   좋아요 4 | URL
위의 글 내용을 사실 저도 잊고 살고 있었어요. 오늘 아침에 카톡을 보는데 제가 지인들에게 저런 문자를 보냈던 게 눈에 띄었어요. 그래서 기억해 놓기 위해 올렸답니다.
요즘 단풍이 곱습니다. ^^

잘잘라 2021-11-09 15: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 페크님 오늘 말씀 명심 보약!! 단풍 화려, 잘잘라 정신 차려! 감사합니당👍

페크pek0501 2021-11-09 15:49   좋아요 5 | URL
잘잘라 님, 보약이라시니... 풋훕~~~
저도 정신 차리고 살려고 합니다. 쓸데없는 걱정과 잡념을 싹 없애고요.

겨울호랑이 2021-11-09 15: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거기에 더해 ‘행복한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순간을 돌이켜 보면 나중에야 행복임을 아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아요. 매 순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다보면 껍데기보다는 내실있는 추억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페크pek0501 2021-11-09 15:51   좋아요 6 | URL
평범한 순간 순간이 다 소중함을 지나간 시간을 담은 앨범을 봐도 알지요.
감사하는 마음을 깜빡, 하고... 불만스런 일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감사할 게 많은데 말이죠. 정신 차렷!!! 하겠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

서니데이 2021-11-09 18:1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빨간색 단풍이 선명한 사진도 예쁘고 글도 좋은 것 같아요.
소중한 시간을 잘 쓰는 게 중요하다는 걸 시간 지나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 때는 그만큼 시간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지나면서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알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오늘 날씨가 많이 추워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1-12 10:56   좋아요 2 | URL
단풍이 정말 예쁘죠? 저도 사진을 찍으며 감탄했어요.
지나간 시간들은 다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예.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가을 코트 입고 나갔다가 추워서 감기 드는 줄 알았어요.
이제 겨울 코트를 입어야 할 것 같아요. 금토일 잘 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1-11-09 20: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가을이 절정을 이루네요~~
연이틀 비가 내려 저 예쁜것들이 다 떨어질까 걱정입니다^^
페크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당연한데도 매번 잊고 사는것 같아요.
또 한번 상기해야겠어요^^

페크pek0501 2021-11-12 10:58   좋아요 2 | URL
가을이 절정을 이룰 때 사진을 많이 찍어 두고 싶네요.
맞아요, 비가 오고 나면 나뭇잎이 떨어지는 게 아깝더라고요.
저도 잊고 삽니다. 큰 그림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살아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그레이스 2021-11-09 23: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도 공감!
단풍도 너무 예뻐요~♡

페크pek0501 2021-11-12 11:00   좋아요 2 | URL
공감하지 않으실 분도 있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좋습니다.
정말 예뻐요. 자연의 신비, 입니다. ^^ 감사합니다.

희선 2021-11-10 0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씀이네요 사람은 왜 나중에 깨닫는지 모르겠네요 아니 아주 늦지 않게라도 알면 괜찮을지... 단풍도 예쁩니다 비 오고 바람 불어서 많이 떨어질지도...

페크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1-11-12 11:01   좋아요 3 | URL
깨달음은 항상 나중에 오는 것 같아요.
비가 오니 많이 떨어졌는데 그래도 색상은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았어요.
오늘은 금요일입니다. 희선 님도 금토일 잘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1-11-13 1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까지는 날씨가 많이 차가웠는데, 오늘 오후는 조금 따뜻한 날이었어요.
주말 날씨가 좋다고 합니다.
그래도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11-14 12:58   좋아요 2 | URL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에 있는 것 같아요. 낮엔 따뜻하다가 밤엔 추워요.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휴일 보내세요.^^
 






자신의 심각한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이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상대의 태도가 든든한 힘이 

될 때가 있다.





















....................

그 순간 그녀에게 그 어떤 동정보다 효과적이고 그 어떤 연민보다 힘이 되어 준 것은 그녀의 불행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에이브럼 신부의 태도였다.

“이런, 이런, 그거 참! 그게 다예요?” 그가 말했다. “나 원참! 난 무슨 심각한 문제라도 있는 줄 알았네요. 그 흠잡을 데 없다는 청년이 진짜 남자라면 아가씨의 집안 같은 건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자, 로즈 양, 내 말을 믿어요. 그 청년이 사랑하는 건 바로 아가씨 자신이에요. 그러니까 방금 전에 나한테 털어놓은 것처럼 그 청년한테도 솔직하게 털어놓아요. 내 장담하는데 그러면 아마 아가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긴 다음 그 때문에 오히려 아가씨를 더 사랑하게 될 거예요.˝

- 오 헨리, <오 헨리 단편선>, 210쪽.

....................




대양을 항해하다 보면 폭풍이 몰아치는 일이 있듯이 한평생을 살다 보면 불행이 닥치는 일이 누구에게나 있다. 만약 불행에 빠졌을 때 ‘이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어’ 하고 생각을 바꾸어 희망을 갖는다면 어떠한 일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의 비결은 자기 생각을 바꾸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 게 문제다.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약 300편의 단편 소설을 쓴 오 헨리(O. Henry)는 불행한 일이 좋은 계기가 된 작가였다. 오 헨리는 은행에서 공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3년 3개월 동안 감옥 생활을 했는데 이때의 체험을 소재로 단편 소설을 써서 훌륭한 작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비평가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오하이오 교도소에 아마추어 작가로 입소했다가, 3년 후에는 직업 작가인 ‘오 헨리’로 출소한 셈이었다. 삶에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210쪽) 그 순간 그녀에게 그 어떤 동정보다 효과적이고 그 어떤 연민보다 힘이 되어 준 것은 그녀의 불행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에이브럼 신부의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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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10-22 16: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맘이 참 신비한 거 같아요~ 같은 경우 어떨 땐 공감을 못 받아서 화가 날 때도 있으니까요~^^

페크pek0501 2021-10-25 12:48   좋아요 2 | URL
맞아요. 가장 신비로운 게 인간의 마음 같아요.
제가 경험한 게 있지요. 심각한 고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오히려 도움이 안 됐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case by case 인 듯.
상대가 공감해 주길 바라는지 심각한 고민이 아니라고 말해 주길 바라는지 아는 게 중요한 거죠. 이게 어렵죠. ^^

새파랑 2021-10-22 16: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심으로 대한다면 진지하게 답변하든지 또는 대수롭지 않게 답변하든지 간에 상대에게 힘이될거 같아요 ^^

페크pek0501 2021-10-25 12:49   좋아요 3 | URL
좋은 생각입니다.
설령 당장은 힘이 안 될 수도 있지만 나중엔 생각하면 진심이 통할 거라고 봅니다. ^^

그레이스 2021-10-22 17: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마추어작가로 교도소에 입소했다가 직업작가로 출소한 이야기 어디선가 봤어요.^^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가도 삶의 전환점을 만든다는 생각입니다.^^

페크pek0501 2021-10-25 12:51   좋아요 3 | URL
오헨리가 감옥에서 단편 소설을 썼다는군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자는 지루한 시간을 지루하기 않게 보낼 수 있는 거죠.
삶의 전환점이 위기에서 생길 수도 있는 게 인생의 신비, 입니다.^^

mini74 2021-10-22 17: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참신하고 따뜻한 단편들 , 페크님 담쟁이? 사진하고 뭔가 어울립니다 *^^*

페크pek0501 2021-10-25 12:52   좋아요 3 | URL
저 사진은 실물보다 사진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잘 찍어 두었죠.ㅋ

서니데이 2021-10-22 18: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심각한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이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상대의 태도가 든든한 힘이
될 때가 있다.˝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럴 때 있어요.
덜 심각해지고,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
담쟁이 덩굴이 아직 파란색이라서 예쁜 사진이네요.
잘읽었습니다.
페크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0-25 12:54   좋아요 4 | URL
든든한 힘이 될 때가 있다, 로 쓴 이유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에요.
든든한 힘이 된다, 로 쓰면 매번 그렇다는 뜻이 되지요.

오늘은 월요일. 벌써 한 주가 시작되네요. 시간은 화살.
좋은 한 주 열어 가세요. ^^

희선 2021-10-23 00: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자신은 아주 심각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그렇게 큰일이 아니다는 걸 다른 사람이 알게 해주면 좋을 듯합니다 심각한 일도 있겠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괜찮을 일이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페크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1-10-25 12:55   좋아요 3 | URL
저도 그런 경험 있어요. 제 딴엔 심각했는데 그건 그냥 흔한 일이라고 누군가가 말해 주면 위로가 되는 것.
희선 님도 편안한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

얄라알라 2021-10-29 00: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몇월의 초록일까요?^^ 곧 11월을 앞두고 있으니 더욱 초록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내년에 다시 기대할 색이 있다는 게..

페크pek0501 2021-10-29 13:15   좋아요 0 | URL
초록이 시들어가기 시작할 무렵에 찍은 사진 같은데 아마 작년 10월인 듯해요.
여름의 장점은 초록빛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폭염에 시달리다 보니
여름의 장점을 생각하지 못하고 지내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소중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어저께 친정어머니의 약을 타러 병원에 갔다. 병원 안 복도에서 누군가가 밀고 가는 침대에 환자복을 입은 채 누워 있는 노인을 보게 됐다. 힘없이 누워 있는 노인은 쭈글쭈글 주름진 얼굴에 비쩍 말라 초라하고 쓸쓸해 보였다. 이를 보자 돌아가시기 직전의 친정아버지 모습이 떠올랐고 이어서 여든 살을 넘긴 친정어머니가 누워 있는 침대를 끌고 가는 내 모습이 머릿속에서 그러졌다. 훗날 그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은 나일 터였다. 자연사로 죽는다면 언젠가는 그렇게 될 날이 올 것이니.








병원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눈부시게 쾌청하였고, 꽃밭에는 노랑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소독약 냄새 나는 병원에서 머지않아 죽음이 찾아올 것을 예견하고 있는 노인 환자들. 맑은 하늘 아래 가을 풍경 속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는 젊은이들. 병원 문 하나를 통과하자 음지와 양지는 그렇게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오늘 누군가는 결혼식장에서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었고, 누군가는 장례식장에서 울었으리라. 이것이 인생이렷다. 



그래도 슬픔에 빠져 있는 이를 위해 그 곁에서 슬픔을 나누려고 애쓰는 이가 반드시 있다는 걸 믿는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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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10-22 00:2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오늘따라 저에게 와닿는 말입니다~
페크님,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0-22 00:27   좋아요 5 | URL
앗, 깜짝 놀랍니다. 이 야심한 시각에 주무시지 않으시는 붕붕툐툐 님!!!
무지하게 반갑습니당~~ 편안하게 주무시옵소서...

오거서 2021-10-22 00: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공감이 크네요. 그렇고 말고요, 우리는 혼자가 아닐 뿐더러 곁을 지키는 이들은 다정한 분이지요. 편안한 밤을 맞으시길!

페크pek0501 2021-10-22 00:32   좋아요 4 | URL
이 한밤중에 글을 올려 보니 재미있군요. 다들 잠들고 안 주무시는 분들과만 속닥속닥 얘기를 주고받는 기분이 드니까 말이죠.
편안한 밤이 되시길...

서니데이 2021-10-22 0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마지막 문단 좋아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나게 해주셔서.
페크님 좋은밤되세요^^

페크pek0501 2021-10-22 00:38   좋아요 3 | URL
감솨합니다. 좋은 밤 되시길...

그레이스 2021-10-22 0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다리기만 하는 시간 속에서도 예기치 않았던 기쁨이 있기를!

페크pek0501 2021-10-22 13:09   좋아요 1 | URL
예기치 않았던 기쁨이 생기기도 하는 게 우리 삶이지요. 인생은 예측 불허.
고맙습니다. ^^

프레이야 2021-10-22 02: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건강 좋아지시길 빌어요 페크 님.
노오란 소국무리가 방긋방긋 웃는 것 같아요
함께 있네요 모두.

페크pek0501 2021-10-22 13:11   좋아요 2 | URL
제가 하는 기도 중 하나가 어머니의 건강이에요. 저에게 의지하며 사시지만,
저 역시 어머니에게 의지하며 살지요.
소국인가요? 너무 예쁘게 피어 있어서 사진을 찍었어요. 고맙습니다. ^^

hnine 2021-10-22 05: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 슬픔을 함께 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 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주고 싶은데, 제 좁은 심성으로 가끔 떠올릴뿐이니 참 염치없지요.
어쩌다 병원에 다녀오는 날은 생각이 많아져요.

페크pek0501 2021-10-22 13:14   좋아요 1 | URL
저 역시 말로는 베푸는 삶이 좋은 삶이다, 그러면서 내 인생을 사는 데에만 바쁜 것 같아 염치 없어요.ㅋ
그래도 그런 생각을 갖고 사는 삶이 그렇지 않은 삶보다 좋은 삶인 건 확실해요.
또 조금은 실천하며 살 거라고 믿어요.

좋은 가을날입니다. 행복하게 보내세요.^^

새파랑 2021-10-22 08: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면 병원이라는 곳도 이중적인 면이 있는것 같아요. 생명이 태어나기도 하지만 사라지기도 하고.
슬플때 힘이 되는 사람이 진정한 내사람이란 생각이 드네요~!

페크pek0501 2021-10-22 13:15   좋아요 2 | URL
맞네요. 생명이 태어나기도 하네요. 저는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환자복을 입은 이들을 먼저 보게 되어 볼 일이 끝나면 빨리 나가고 싶더라고요. 병원엔 우울감이 공기처럼 떠도는 것 같거든요.
누군가 슬플 때 힘이 되어 주는 사람이 저도 되고 싶네요. ^^

mini74 2021-10-22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엄마가 노인이 되면서 노인이 되어 겪는 불편과 아픔을 보면서, 그제서야 어르신분들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아이고 추우신데 왜 저렇게 입으셨나. 할머니 모자 다시 씌워 드릴게요. 오지랖만 늘어갑니다 ~ 페크님 마음 참 따뜻합니다. 어머님 쾌차하시길 ~

페크pek0501 2021-10-22 13:17   좋아요 1 | URL
저 역시 엄마의 노화를 지켜보면서 노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게 되더라고요.
그건 바람직한 오지랖입니다. ㅋ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요...

초딩 2021-10-22 08: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꽃이 예뻐요~
병원에서 누워서 이동하시는 분들
대부분 눈을 꼭 감고 입을 굳게 다물고 계셨어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뵐 때 마다

페크pek0501 2021-10-22 13:19   좋아요 2 | URL
그렇네요. 침묵과 쓸쓸함이 느껴져요. 저의 아버지도 그러셨어요.
초딩 님은 관찰력이 뛰어난 분이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

초딩 2021-10-22 08: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불금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0-22 13:20   좋아요 2 | URL
오늘이 불금인가요? 저는 내일 지방에 갈 일이 있답니다. 가을 풍경을 실컷 봐 둬야겠어요. 오랜만에 하는 먼 외출이네요.
초딩 님도 즐거운 불금 보내세요. ^^

stella.K 2021-10-22 15: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에서 어디 아프신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지방 가시는군요. 저도 조만간 갈지도...
잘 다녀오세요.^^

페크pek0501 2021-10-25 12:58   좋아요 1 | URL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요. 병원에 가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지방 가면서 휴게소에 들렀는데 사람들이 슬슬 여행을 시작하는 것 같았어요. 제법 사람이 많았어요. 날씨가 좋은 계절이니 만큼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스텔라 님도 잘 다녀오세요. ^^

희선 2021-10-23 0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병원에서는 아픈 사람이 더 잘 보이죠 거기에서 나오면 아주 다르기도 하네요 병원에 간다 해도 나아진다고 여기면 좋을 텐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1-10-25 12:59   좋아요 0 | URL
병원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너무 다른 두 세계를 느꼈던 거죠.
병원은 되도록 안 갔으면 좋겠어요. 의료진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어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1. 

미혼 시절에 잡지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밖에 나가 무엇을 취재하거나 누구를 만나 인터뷰를 해서 기사를 썼다. 내가 활동적인 사람이라 취재하러 다니길 좋아한다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 출근하면 나가기가 귀찮았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기사만 쓰는 날이 있는데 이런 날이 즐거웠다. 이때 정확히 알았다. 내가 비활동적이라는 것과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그 시절에 작가에게서 원고를 받아 잡지에 싣기도 했는데 나처럼 취재나 인터뷰를 하지 않고 원고를 쓰는 작가들이 부러웠다. 나는 언제쯤 책상에서만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



드디어 내가 책상에서만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모 일간지에 실리는 글도, 블로그에 올리는 글도 취재나 인터뷰 없이 쓰는 글이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만족스러울까? 



필력이 부족함을 알기에 만족할 수 없다. 만족할 수 없음을 다행이라 여긴다. 만족하는 인생이란 내게 김빠진 사이다 같아서다. 그건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어 뚜렷한 목표 없이 산다는 걸 의미하므로. 그건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 삶이므로.  



목표가 있는 자에게는 시간이 아깝고 소중하다. 노력과 시간이 쌓여야만 목표에 닿을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 때 생을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서머싯 몸의 소설 <케이크와 맥주>를 반 이상 읽었다. 등장인물로 작가가 나오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선 흥미롭게 읽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밑줄을 많이 그었는데 그중 몇 개 뽑아 옮긴다.




위선에 대한 묘사 :

(26~27쪽) 앨로이 키어의 가장 탁월한 특징은 진실함이었다. 무려 이십오 년간 사기를 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위선만큼 성취하기 어렵고 진이 빠지는 악덕도 없다. 위선은 한시도 늦추지 않는 경계심과 영혼을 초월하는 극기가 필요하다. 불륜이나 폭음과 달리 짬짬이 훈련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야 하는 작업이다. 또한 이기적인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미소에 대한 묘사 :

(82쪽)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녀의 태도에는 상대가 경계심을 풀고 마음을 놓게 만드는 솔직함이 있었다. 그녀는 생기가 넘치는 어린아이처럼 열정적으로 재잘거렸고, 반짝거리는 눈에는 언제나 황홀한 미소가 어른거렸다. 나는 왠지 그 미소가 좋았다. 조금은 능청스러운 미소라고나 할까. 능청스럽다는 말에서 불쾌한 측면을 뺄 수 있다면 말이다. 능청스럽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순수한 미소였다. 어쩐지 짓궂은 미소였다. 말썽을 피우는 줄 알면서도 재미난 장난을 치고 싶어 하는 아이, 큰 말썽이 날 리 없다는 걸 알고 금세 들키지 않으면 스스로 그것을 털어놓는 아이의 미소였다. 물론 그때 나는 그녀의 미소에서 편안함을 느꼈을 뿐이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 :

(141~142쪽) 아름다움은 황홀감이고 배고픔만큼이나 단순하다. 이러쿵저러쿵 떠들 만한 거리가 아닌 것이다. 장미 향기와 같아서 한번 냄새를 맡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것이 예술 비평이 지루한 이유다. 아름다움과 무관한, 즉 예술과 무관한 내용이라면 모르겠지만. (중략) 아름다움은 막다른 골목이고, 한번 도달하면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산봉우리다. 그것이 우리가 티치아노보다 엘 그레코에, 라신의 완전한 대작보다 셰익스피어의 불완전한 업적에 도취하는 이유다. 아름다움에 대한 글들이 너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나도 조금 끼적여 보았다. 아름다움은 심미적 본능을 만족시킨다. 하지만 대체 누가 만족하기를 원하는가? 배부른 것이 진수성찬 못지않게 좋다는 말은 어리석은 자에게나 해당된다. 아름다움은 지루하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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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10-11 15: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처음 한 두 번은 취재가 재밌을 수도 있지만
매번 그래야 한다면 부담스러울 것 같긴해요.
사전에 자료도 많이 모아둬야할 것도 같고.
근데 공부는 참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적성에 맞으면 일하는 보람도 있을 것 같고.
전 약간의 낮가림이 있어서...

<케이크와 맥주> 저도 함 읽어봐야할 텐데..요.ㅠ


페크pek0501 2021-10-13 12:33   좋아요 1 | URL
오랫동안 매일 출근하는 분들, 존경스럽죠. 같은 일의 반복이라 싫증도 날 만한데 말이죠. 다시 일한다면 역시 잡지사에서 일하고 싶지만 매일 출근이라는 건 여전히 싫네요. ㅋㅋ 자유기고가로 일한 적 있는데, 이건 괜찮답니다. 매일 출근이 아니라서요.

서머싯 몸의 작품은 다 좋아하지만 그중 또 한번 읽는다면 인간의 굴레에서, 가 될 것 같아요.
좋은 가을날 보내세요. ^*^

mini74 2021-10-11 17: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위선에 대한 묘사가 저도 넘 맘에 들어요 *^^*

페크pek0501 2021-10-13 12:34   좋아요 1 | URL
저도 그거 맘에 들어요. 탁월한 문장이에요.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는 시로 읽혀요.
˝아름다움은 막다른 골목이고, 한번 도달하면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산봉우리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고맙습니다. ^^

라로 2021-10-11 18: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케이크와 맥주는 보관함에 담은 지 오래되었는데요, 대신 달과 육펜스를 읽고 있어요. 아주 마음에 듭니다. 페크님도 몸의 책을 읽고 계셔서 반가운 것만 아니라 오랜만이라 반가운 마음에 인사 남깁니다.^^

페크pek0501 2021-10-13 12:38   좋아요 1 | URL
반가운 라로 님, 우린 시간이 안 맞을 터이니 지금쯤 주무시는 한밤중일지 모르겠네요.
폴 고갱을 모델로 한 달과 6펜스는 두 번 읽었어요. 읽은 내용이 생각 안 나서 몇 년의 간격을 두고 두 번째 읽었답니다. 반전이 뛰어난 작품이었죠. 인간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저도 라로 님의 댓글을 보니 반갑습니다. 이미지가 산뜻한 색상으로 바뀌었네요.
여튼 서머싯 몸을 좋아하시게 되길 바라겠습니다. 좋은 가을날 보내세요. ^^

새파랑 2021-10-11 19: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장에 겹치는 책이 그래도 다섯권 있군요~! 페크님 필력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페크pek0501 2021-10-13 12:40   좋아요 2 | URL
5권이나 되다니 굉장한 거죠. 저는 다른 분들의 페이퍼에 올라온 책과 많이 겹치는 일이 드물어서 제가 읽은 책이 보이면 자신 있게, 그건 제가 읽었습니다, 라고 댓글을 남깁니다. ㅋㅋ
필력. 일간지의 칼럼을 살펴보는 편인데 참 잘 쓰시는 분들이 어찌나 많은지 기죽습니다. 기죽으려고 일부러 읽고 저절로 겸손해지네요. ㅋㅋ
화창한 가을날입니다. 좋은 시간 많이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1-10-11 2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것이 좋아하는 일이 되는 건 어려운 일 같아요.
요즘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일로 하는 건 너무 힘들겠지, 하는 생각도 해보고요.
오늘은 대체휴일이었는데,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갑자기 기온이 낮아져서 차가운 날이었어요.
건강 조심하시고,
페크님, 좋은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0-13 12:42   좋아요 2 | URL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되면 좋겠어요. 저는 따로국밥인 것 같아요.
연휴를 지나고 나니 갑자기 추워져서 어제는 전기장판을 켜고 잤을 정도예요.
따뜻해서인지 잠을 맛있게 잘 잤어요.
화장한 가을날만큼 화창한 마음으로 지내기길 바랍니다. ^^

바람돌이 2021-10-11 2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생활은 너무 좋은거 같아요. 항상 페크님 글은 진심이 느껴져서 마음에 와닿아요. 그러므로 필력이 모자란다는 말은 패스합니다. ^^

페크pek0501 2021-10-13 12:52   좋아요 1 | URL
아, 바람돌이 님. 반갑습니다. 저의 진심이 느껴지신다니 기분 좋습니다. 되도록 솔직한 글을 쓰고 싶은데 그게 지나쳐서 옛 글- 북플에 뜨는 글-을 볼 때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내가 저런 글을 쓰다니, 하고요. 과장해서 말하면 얼굴이 화끈거려요. ㅋㅋ
그러다가, 누가 내게 그리 큰 관심이 있겠어, 하면서 스스로 괜찮다고 토닥거립니다.
패스하신 부분은 고맙게 접수합니당~~~
행복한 가을날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

희선 2021-10-12 0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 만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지요 그래도 그때 일이 좋은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제는 페크 님이 바라는 대로 할 수 있어서 잘됐습니다 늘 공부하면서 하시는군요 멋집니다

페크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1-10-13 12:50   좋아요 1 | URL
인터뷰를 하다 보면 대답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럴 때 답답하죠.
말을 잘하는 사람을 인터뷰할 땐 신이 나죠. 기사 쓰기도 수월해지고요.

현재의 저는 바라는 대로 비슷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더 잘 쓰고 싶은 희망사항이 있는 지금이 좋습니다. 대체로 자기 삶에 칠팔십 프로의 만족을 느낀다면 괜찮은 삶 같아요.
백 퍼센트의 만족이라면 김빠지죠. 더 이상 희망 사항이 없는 삶 같아서 말이죠.

저도 제가 이 나이까지 공부하며 살 줄 몰랐습니다. 좋은 가을날 보내세요.
늘 고맙습니다.^^

초딩 2021-10-14 18: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목표가 있는 삶은 시간이 소중하다! 너무 멋집니다!!!!!
완전 멋져요 ^^

그레이스 2021-10-14 19:23   좋아요 2 | URL
저도 같은 부분에서...!

페크pek0501 2021-10-16 12:02   좋아요 1 | URL
초딩 님,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21-10-16 12:02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 님도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1-10-16 1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서울은 이번에 10월 한파특보가 2004년 이후 17년 만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10-17 14:57   좋아요 1 | URL
한파특보 때문에 난방을 켜야 할 것 같았어요. 오늘 새벽엔요.
밤에도 춥더라고요. 며칠 전만 해도 반팔 상의를 입었는데 곧 겨울 코트를 입어야 할 것 같아요. 변덕스런 날씨네요. 올 것이 온 것이지만요...
아직 겨울은 아니니 이 가을을 만끽하자고요.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