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석사 논문을 쓰려고 준비 중인 동료 쌤이 논문에 대해 조언해 달라고 카톡 문자를 보내왔다. 일단, “제가 조언할 자격이 있나요?”라고 겸손을 깔은 답장을 보낸 뒤에 이어서 “으음... 논문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으로 시작하여 조언하는 답장을 보냈다. 인간의 특징 중 하나가 잘난 척하기를 좋아함이라고 보는데,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하던 지랄도 멍석 펴 놓으면 안 한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나는 잘난 척할 수 있는 멍석을 누군가가 펴 놓으면 대체로 잘난 척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하는 형이다. ‘그렇게 잘난 척을 하는 게 아니었어. 모자라.’라고.

 

 

논문에 대해 내가 조언한 것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잘 쓴 논문을 많이 읽어라. 그것들을 읽고 분석하라. 각 논문에서 자신이 배울 것이 어떤 것인지 꼼꼼히 짚어가며 다시 읽어라. 둘째, 자신이 쓰려던 논문과 가장 형식이 비슷한 논문을 찾아 읽어라. 예를 들면 ‘인터넷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쓰려고 한다면 ‘텔레비전 방송의 순기능과 역기능’이란 논문을 찾아 읽으면 된다. 잘된 논문을 보면서 그 형식을 배우기 위해서다. 목차만 봐도 도움이 된다. 셋째, 자신이 쓰려던 논문과 가장 내용이 비슷한 논문을 찾아 읽어라. 이번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을 배우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고의 영역이 넓혀지고 창의적인 방법이 생긴다.”

 

 

이런 식으로 쓰고 나서 마지막으로 덧붙인 게 있는데 이게 사실 가장 중요하다.

 

 

틈틈이 논문을 쓰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논문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날마다 아침을 먹고 나서 두 시간 이상씩 논문을 쓰고 하루를 시작하라. 출근하는 날이면 두 시간 일찍 일어나서라도 써라. 이런 마음가짐이어야 논문을 빨리 완성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나니 한 가지 깨닫게 되는 게 있었다. 내가 보낸 카톡 문자의 글에서 ‘논문’이란 글자를 ‘글’로 바꾸기만 하면 내가 나에게 해 줄 말이었다는 걸 깨달았던 것.

 

 

‘논문’이란 글자를 ‘글’로 바꾸어서 옮겨 본다.

 

 

“첫째, 잘 쓴 글을 많이 읽어라. 그것들을 읽고 분석하라. 각 글에서 자신이 배울 것이 어떤 것인지 꼼꼼히 짚어가며 다시 읽어라. 둘째, 자신이 쓰려던 글과 가장 형식이 비슷한 글을 찾아 읽어라. 예를 들면 ‘인터넷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쓰려고 한다면 ‘텔레비전 방송의 순기능과 역기능’이란 글을 찾아 읽으면 된다. 잘된 글을 보면서 그 형식을 배우기 위해서다. 셋째, 자신이 쓰려던 글과 가장 내용이 비슷한 글을 찾아 읽어라. 이번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을 배우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고의 영역이 넓혀지고 창의적인 방법이 생긴다.”

 

 

다음의 글도 ‘논문’이란 글자를 ‘글’로 바꾸어서 옮겨 본 것이다.

 

 

틈틈이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날마다 아침을 먹고 나서 두 시간 이상씩 글을 쓰고 하루를 시작하라. 출근하는 날이면 두 시간 일찍 일어나서라도 써라. 이런 마음가짐이어야 글을 빨리 완성할 수 있다”

 

 

하하~~.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지 않으니까 이곳 서재에 글을 자주 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모든 게 그럴 것이다. ‘틈틈이’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론 뭐든 성공하기 어려운 법이다. 

 

 

현재 나는 독서와 글쓰기를 틈틈이 하고 있다. 물론 언제나 그렇게 살겠다는 건 아니다. 미래라는 시간 속엔 현재와 다른 모습이 담겨 있으리라고 믿는다.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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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6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6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08-2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랜만이어요! 어디 다녀오셨나요?
저도 그 멍석 좋아합니다.
뭐 어쨌거나 그 지랄도 상대가 도움이 된다거나 즐거우면
지랄로 안 보일 거 아니겠습니까?ㅋㅋ
우리나라 속담은 참 거시기 한데가 있어요. 그죠?

물론 정해놓고 지속적으로 하면 좋겠지만 틈틈히 하는 게 어딥니까?
아예 하지도 않는 사람도 있을텐데 말입니다.ㅎㅎ

페크pek0501 2015-08-26 21:47   좋아요 0 | URL
어디 다녀온 건 아니고 22일이 아버지 제사여서 2박 3일 동안 바빴네요.
저보다 어머니가 더 바쁘셨지만 말이죠.
일요일까지 바쁘다가 어제 그제는 일이 있었고 오늘에서야 한가롭게 글을 올렸네요. 지랄, 이 들어가는 속담 좋지 않습니까? 킥킥~~

맞아요. 틈틈이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해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생각하면 위안이 되지요.

늦여름이 좋군요. 어젠 긴 팔을 안 갖고 나갔더니 춥더라고요. 잠잘 때도 서늘해서 창문을 닫고 잤어요. 이렇게 여름은 또 떠나네요. 여름 가는 건 왜 그렇게 아쉽게 느껴지는지... 더운 건 싫던데 말이죠.

cyrus 2015-08-26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글쓰기라면 논문일 거예요. 졸업논문 쓰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논문 작성에 몰두하는 대학원생을 보면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워요.

페크pek0501 2015-08-26 21:52   좋아요 0 | URL
졸업 논문 다 쓰시고 나서 속시원하셨겠어요.
저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글은 논문이라고 보는 바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재미없고 딱딱한 글도 쓰는 사람이 있어야 세상은 잘 돌아가겠지요.
그런 뜻에서 논문 쓰는 사람들을 응원해야 할 것 같아요. 특히 어떤 진실을 밝히고자 논문을 쓰는 학자들을 말이죠.

프레이야 2015-08-27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모닝, 페크님.
규칙적인 습관이 사람을 만들고 삶을 변화시킨다는 흔한 말이 생각나네요.
문제는 실천이겠지요. 다시 결심^^

페크pek0501 2015-08-27 13:08   좋아요 1 | URL
굿애프터눈, 프레이야 님.
하하~~ 다시 결심^^... 저도요.
덥다는 핑계로 게으름이란 푹신한 의자에 안락하게 누워 지냈어요. 얼마나 좋은지... 그러면서 이렇게 계속 살면 안 되는데, 이랬어요.

습관은 위대하지요. 오늘 하루의 일과가 미래를 말해 주기도 하지요.
여름이 가니 저도 그만 게으름이란 의자에서 일어나야 하겠지요?

yamoo 2015-08-30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논문에 대한 페크님의 조언이 인상깊습니다.

저는 학부 4학년 때 논문을 4개나 썼습니다. 졸업논문, 대리논문, 그리고 공모전에 내야할 논문 2개. 하루 4시간 자고 줄창 읽고 쓰니 4개월에 4개를 쓰더라고요..ㅎ

페크pek0501 2015-09-02 16:53   좋아요 0 | URL
아, 님은 능력자시네요. 그런 분을 제가 부러워하죠.
논문 써 보니까 재미없더라고요. 어떤 형식에 맞추어 쓰는 것보단
역시 아무렇게나 단상이나 쓰는 게 제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

yamoo 2015-09-03 23:54   좋아요 0 | URL
네...맞아요. 논문 쓰는 건 디게 재미 없어요. 준비하는 기간만 많고...ㅎ
이후로 논문 거의 안썼습니다. 그냥 리뷰 쓰는 게 훨씬 재밌어요..ㅋㅋ

페크pek0501 2015-09-04 09:10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재밌는 걸 써야죠. ^^
 

 

 

시시한 일기니깐 바쁜 분들은 보지 마시오.
시시한 것도 읽을 수 있다는 분들만 보시오.
이왕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글이라 그냥 올려야 하겠으니...

 

 

 

1. 2015년 7월 XX일

 

그런 하루가 있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라 시간이 많은 날이면서도 집안일을 하느라 보낸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집안일만 하고 그렇다고 책을 읽거나 글을 써서 알찬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니고 그저 빈둥거리다가 어느새 밤잠을 잘 시간이 되고 마는 하루. 그래서 돌아보면 내용이 없는 빈 일기장 같은 하루.

 

누구에게나 빈 일기장 같은 하루가 매일 공평하게 주어진다. 거기에다 무엇을 쓸지를 결정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 것도 쓰지 않는 날이 있다. 쓰기 싫다. 요즘 며칠 동안 그랬다.

 

빈 일기장 같은 하루를 보내는 게 싫지 않다. 더운 날씨 때문일까, 아니면 목감기가 들었는지 침을 삼키면 목이 아픈 증세 때문에 휴식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일까? 쉬고 싶을 뿐이다.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고 무엇에 집중해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아니다. 생각은 한다. 그렇다. 빈 일기장에 무엇을 채워 넣지는 않았지만 머릿속 생각은 늘 바빴다. 특히 내 미래에 대해서 머릿속 생각은 늘 바쁘다. 십 몇 년 동안 해 온 일, 전업을 할까 생각한다. 당장 한다는 게 아니라 몇 년 뒤의 일이지만.

 

빈 일기장 같은 하루를 보내면서 머릿속 빈 일기장에 가득 메운 내 생각들의 행렬을 본다.

 

 

 

 

 

2. 2015년 7월 XX일

 

내 글에 어떤 책의 글을 발췌해서 옮겨 넣을 때가 있는데 그건 그 글이 좋기 때문이지 그 저자의 팬이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이곳에 글을 쓰면서 수백 권의 책에서 발췌하여 인용문으로 사용한 것 같은데, 설마 수백 명 저자의 팬이겠는가?

 

 

 

 

 

3. 2015년 7월 XX일

 

내 닉네임을 보면 서머싯 몸이 생각난다는 분이 계셨다. 내가 서머싯 몸의 소설에서 좋은 구절을 뽑아 인용문으로 사용한 글을 많이 썼기 때문이겠다. 얼마나 인용했을까? 오늘 세어 보니 31편의 글에 서머싯 몸의 글을 인용했다. “어떻게 알았냐고요?” “서재 태그 중 서머싯 몸이란 글자를 클릭하면 알 수 있지요.” 내가 서재 태그에 작가 이름을 넣는 이유는 내가 어떤 작가의 글을 얼마나 인용했는지를 알 수 있어서다. 서머싯 몸의 책이 나로 하여금 31편의 글에 인용문을 쓰게 만들었다니, 이만 하면 서머싯 몸의 팬이 맞네.

 

 

 

 

 

4. 2015년 7월 XX일

 

어제 ‘미술 치료’ 강사와 차 한 잔 마시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나누었다. 내가 관심을 가지며 “미술 치료 수업을 하려면 어떤 학위, 어떤 자격증이 필요합니까?”라고 물었더니 조언을 해 주네. 그 강사가 맡고 있는 수업 중 어른을 상대로 하는 ‘미술 치료’ 강좌가 있는데 수강생으로 들어가 볼까 생각해 봤다. 수강생 대부분이 주부들이라고 하네. 주1회라면 가능.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니 흥미로울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니 흥미로울 듯. ‘미술 치료’ 강사. 참 좋은 직업 같다. 전업을 생각해 본다.

 

 

 

 

 

5. 2015년 7월 XX일

 

지난 5월이었던 것 같다. 알라딘에서 배달된 책 몇 권을 받았는데 그중 한 권이 구겨져 있었다. (<담론>이란 책이 구겨져 있었다.) 구겨진 정도가 심한 것은 아니지만 책 윗부분이 3백 쪽 가까이나 살짝 구겨져 있는 걸 보니 내 기분도 살짝 구겨졌다. 새 책을 받아 기분 좋을 날에 이게 뭐람. 알라딘에 교환 신청을 할까 하다가 말았다. 이유는? 첫째, 귀찮아서다. 둘째, 배달하는 사람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수고해야 하는 게 마음이 쓰여서다. 셋째, 책을 반품한 적이 있다는 기록을 남기기 싫어서다. (이거 병이지.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기록을 남기기 싫은 것, 이거 병 같다.)

 

“앞으로 책이 구겨지지 않도록 ‘알라딘’ 관계자들은 주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6. 2015년 8월 X일

 

어느 서재에 들어갔더니 음슴체의 글이 있음. 음슴체로 쓰면 글을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시간 절약과 체력 절약이 되는 장점이 있음. 나도 지금 음슴체를 쓰고 있는 것임. 이런 게 바로 음슴체임. (음슴체란 ‘-음, -했음 등으로 문장을 종결하여 쓰는 방식을 일컫는 말.’이라고 함.)

 

내가 알라딘 서재에서 그동안 받은 댓글을 어제 쭉 훑어보니 이런 댓글이 있음. “페크님은 꼭 논문 쓰시는 교수님 같아요.” 웃음이 나옴. 호의적인 댓글이라고 생각해서 기분 나쁘지 않았음. 그런데 이게 나의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지금은 느낌. 앞으로 논문처럼 딱딱하게 쓰지 않기 위해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음. 그런데 음슴체로 쓰니까 글이 더 딱딱한 느낌이 듦. 그래서 나는 음슴체를 사용하면 안 될 것 같음.

 

강물처럼 부드럽게,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들어감.

 

 

 

 

 

7. 2015년 8월 X일

 

며칠 전, 친구에게 이메일로 안부 편지를 쓰면서 최근 일어난 알라딘 서재의 어느 댓글 사건을 잠깐 언급했다. 때로는 이곳이 마찰(충돌)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간략히 말했던 것. 남자들끼리의 마찰이라 그런지 말이 많이 거칠다고 느꼈다. 오늘 본 친구의 답장엔, 이런 저런 다른 생각들을 쓰는 게 당연한 거라고, 하나 같이 칭찬 일색이거나 비판 일색이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거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조로 흐르는 글이 문제겠고, 그 비난을 감당할 힘이 없는 사람이 당했을 경우는 상처가 크겠다고, 그래도 오픈된 공간에 글을 올린다는 건 그 모든 걸 감당할 준비가 된 거라 보고 사람들은 댓글을 다는 거라고 봐야겠지, 라고 써 있네.

 

으음~~ 그런 거구나. 오픈된 공간에 글을 올린다는 건 그 모든 걸 감당할 준비가 된 거라 보고 사람들은 (때론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댓글을 다는 거구나.

 

난 어쩌지? ‘나처럼 그 모든 걸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글을 올리지 말아야 하나?’ 잠시 생각이 출렁였다. ‘친구’로 등록된 이들에게만 공개하는 방법이 있다는 걸 생각해내고 그 출렁임은 정지했다.

 

 

 

 

 

8. 2015년 8월 X일

 

인터넷으로 본 글.

 

"살인자가 반드시 나쁜 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사람을 죽이게끔 부추기는 악한도 있는 것이다. 그런 녀석들은 10엔짜리 땜통 정도로 끝난 것에 감지덕지해야 한다."

 

사노 요코 저, <사는 게 뭐라고>에 있는 글이라고 한다. (이 책은 신간이며 일기체 형식의 산문집이다.)

 

살인자보다 더 나쁜 것은 사람을 죽이게끔 부추기는 악한이라는 것.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악한보다 덜 나쁜 살인자가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살인자가 피해자인 경우도 있다.

 

이 책에 관심 있어서 장바구니에 넣어 놨다.

 

 

 

 

 

9. 2015년 8월 5일

 

조금 전, 폰으로 문자 한 통이 왔다. 내가 옷을 산 적이 있는, 의류를 파는 가게의 광고 문자인데 이렇게 써 있다. ‘영혼까지 흔들리는 가격, 60%.’ 그러니까 고객들이 60프로 세일의 옷에 영혼이 흔들린다는 거지? 맞네. 60프로 세일이라니 나 흔들리네. 그런데 이 상술에 속으면 안 되는 거지. 세일해도 비싸지. 아, 그런데 반바지가 15000원이라고 써 있네. 가까운 곳이니 한 번 들러 봐야지. 더운데 반바지 하나 사야겠어. 카키색이 있으려나. 없으면 베이지색으로.  

 

 

 

 

 

10. 2015년 8월 5일

 

요즘 안구건조증 때문에 이웃 서재에 댓글을 쓰러 다니지 못했다. 그럴 시간에 내 글을 써야 돼, 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글을 열심히 쓴 것도 아니면서. 

 

내가 오늘 쓴 댓글.

 

..........
흥미로운 페이퍼네요...

 

제가 읽은 책이면서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책으로 <도덕경>, <사람풍경>, <삶의 한가운데> 등이 있군요.
특히 <삶의 한가운데>는 어찌나 신선했는지 여러 번 들춰 봐서 표지가 닳았다는...
에세이 같은 소설, 또는 소설 같은 에세이로 읽었어요.


<사람의 아들>이 나왔을 당시, 이문열 저작은 거의 다 읽었었는데 이 책만 지루해서 혼났다는...
작가를 좋아할 순 없지만 몇 개의 작품은 좋았던 기억이 있는 작가예요.


가지고 있으면서 읽지 않은 책도 몇 권 보이고요. <체 게바라 평전> 같은 책이요. 앞부분을 읽다 말았어요. 다른 책을 읽느라고 그리 되었는데, 언제나 읽으려나... 내용을 대충 아니까(다른 책에서 읽어서) 좀처럼 펼치게 안 되네요.


남의 책 리스트는 참 흥미로워요. 잘 보고 갑니다.^^
..........

 

라고 오늘 어느 서재에 댓글을 남겼다. 어느 분이 추천도서 목록의 페이퍼를 올리셨기에 내가 댓글을 쓴 것이다. 남의 책 리스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뭘까? 

 

 

 

............................
지금 느낀 것. 나, 번호 매기기 참 좋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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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8-05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음슴체! 음습체로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뭔가 음흉할 것만 같은...ㅋ
근데 아니었군요.

전 가면 갈수록 일기를 안 쓰게돼요. 블로그가 생긴 이후부터는 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언제부턴가 뭘 쌓아 놓는 게 부담스럽더라구요.
이게 나 죽으면 다 쓰레긴데 누구더러 치우라고 이렇게 싸놓나 싶어서요.ㅠ

페크pek0501 2015-08-05 23:53   좋아요 0 | URL
음슴체. 생각해 보니 일기 쓸 때 길게 쓰기 싫어서 ~~뭐뭐 했음, 이라고 짧게 쓰곤 했는데 그게 음슴체라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일기 쓰면 좋은 점은 나중에 보면 내가 예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다는 거예요. 오래된 일기를 지금 보면 재밌어요. 깜짝 놀랄 일도 있지요. 가끔 내가 모르는 나를 발견하기도 되거든요.

죽으면 글이 쓰레기된다고요?

그래서 저는 이미 식구들에게 유언을 해 놨답니다. “내가 쓴 글은 모두 불태워라.”
괜히 아파트 공동 ‘폐품 쓰레기통’에서 굴러다니다가 누군가의 눈에 띄면 싫잖아요. 유에스비도 부숴 버려야 해요.
알라딘 서재는 폐쇄해야겠죠?

이런 글 쓰고 보니 무섭네요. 그런 날이 오긴 올 거잖아요.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잖아요.
아잉............무서워라............

stella.K 2015-08-06 11:09   좋아요 0 | URL
ㅎㅎ 언니도 애교가 많으시군요. 뿌잉뿌잉~ㅋㅋ

페크pek0501 2015-08-06 11:26   좋아요 0 | URL
나, 애교 많나요? 으음~~ 내 친구들이 보면 웃겠어요.
애교가 아니라(제가 애교 있는 여자라면 얼마나 좋겠어요...) 어리광이 좀 있어요.
예전 아버지 앞에서 어리광부리던 게 튀어나올 때가 있다는...

cyrus 2015-08-05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이웃이 서로 논쟁에 뛰어들어서 다투는 모습을 보면 누구 편을 들어줘야할지 모르겠어요. 분명히 제 눈에는 두 사람 다 잘못한 점이 한 두 가지는 보이는데 이걸 댓글로 전하다가는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 같아서 그냥 지켜봐요. 제가 중재하는 역할을 좋아하는데, 중간에 끼어들기가 무척 조심스러워요.

페크pek0501 2015-08-05 23: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다만 바라는 것은 그 일로 인해 크게 마음 다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고,
한 사람이라도 그 일로 떠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 누가 되었든 알라딘 서재를 떠나는 분 있으면 섭섭할 것 같아요.


감은빛 2015-08-06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한때 써머싯 몸 팬이었어요.(지금은 아니지만요)
그런데 pek0501 이란 닉네임과 써머싯 몸은 무슨 관련이 있나요? (궁금해요!)

살인자보다 더 나쁜 악한 이야기 공감이 가네요.
실제 본인 손으로 사람을 죽인 적은 없더라도,
어떤 결정과 명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인간들이 있죠.
지금 이 시각, 이 나라에도 그런 나쁜 인간들이 셀수 없이 많지요.

페크pek0501 2015-08-06 00:46   좋아요 0 | URL
어멋! 감은빛 님, 오랜만이에요. 반갑습니다.

제 닉네임과 서머싯 몸은 아무 관련이 없어요.
서머싯 몸의 팬이 되기 전에 만들어진 닉네임이니까요.
지금은 팬이 아니시군요. 저는 여전히 팬이에요.

우리들의 위험한 고정관념 중 하나는 범죄자는 무조건 나쁘다, 라고 생각하는 거라고 봐요. 사실 범죄자가 아니면서 나쁜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간과하죠.


책을사랑하는현맘 2015-08-0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호를 매겨 10번까지 할 이야기가 있으시다는 것이 재미있고 놀랍네요.^^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능력이겠지요~
전 좀 단순한 면이 있어서 말이 짧아요. 글도 짧구요.ㅎㅎ
짧은 글들이 재미있어서 바쁘지만(!) 다 읽었습니다~자주 놀러올게요^^

페크pek0501 2015-08-07 11:1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당~~~.
시시한 글이라 그냥 버릴까 하다가 이렇게 모아 보니 한 편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시시한 글을 올릴 땐 눈치가 좀 보여요. ˝이봐, 뭐 그런 걸 글이라고 올려? 여기가 개인 낙서장인 줄 알아?˝ 하고 말할 분이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첫 줄에 바쁜 분들은 보지 마시오, 라고 썼는데 그래서 아마 (제 생각엔) 동정 점수를 줘서 공감 수가 올라간 것 같아요.
저는 동정표도 좋아해요. 저를 미워하는 분만 없으면 되어요. 하하~~
(아, 제가 너무 솔직했나요?)

책을 읽었으되 리뷰 - 완결된 글쓰기 - 를 쓸 수 없는 병에 걸렸어요. 그러니 이런 글이라도 쓰는 수밖에요.

저도 님의 서재에 놀러 갈 꼬예요.
고맙습니다...

세실 2015-08-08 0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의 벗이신 페크님, 무더위 잘 이겨내고 계시죠?
님을 좋아하면서 서머싯 몸 책을 아직도 안읽은 제가 부끄러워 집니다. 면도날 있어용^^
소소한 일상이 모여 역사가 되겠지요?
페크님 일상이 궁금한 알라디너가 많다는걸 기억해 주세요.
오픈된 공간에 글을 쓴다는건 모든걸 감당할 준비가 된거라는 글...
저도 여전히 감당 못합니다.
얼마전 제 글에 악플이 달려 글 자체를 삭제했지요.
전 그저 일기 쓴다는 맘으로 올린건데, 리더가 어쩌구저쩌구 하는건 정말이지...
그냥 모든걸 존중해주었음 좋겠어요.
글이 맘에 안들면 못본척하면 되는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이예요^^
행복한 주말되시길요~~♡♡

페크pek0501 2015-08-08 11:51   좋아요 0 | URL
세실 님. 오늘 늦잠 자도 되는 주말인데 벌써 댓글을 쓰셨네요.
나의 벗이신 페크 님, 이라고 쓰시니 기분이 좋은 걸요.
하하~~ 좋아하는 사이에는 책도 같은 걸 읽어야 하는 건가요? 재밌으셔...
<면도날>은 읽을 만해요. 재밌어요. 저는 이런 소설이 좋아요.

저는 점점, 편한 쪽으로 글을 쓰게 되네요. 이런 글이 부담 없고 편하거든요. 완결할 필요가 없는 쪼가리 글쓰기니까요.

악플이 있었군요... 에고... 기분이 상하셨겠어요.
그런데 님에게 악플을 달 뭐가 있었을까요. 이상하네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글이 맘에 안 들면 못 본 척하고 그 다음엔 들어오지 않으면
되지 웬 관심? 표현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네요.
저는 오늘 친정에 슝~ 날아가야 합니다.
님도 행복한 주말되시길요~~♡♡

2015-08-09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9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9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9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9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9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래전에 봤던 영화가 생각난다. TV를 통해서 본 외국 영화로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여주인공은 젊었을 때 무대가 있는 큰 술집에서 노래를 불렀던 가수이다. 노래를 잘 부르고 게다가 미인이어서 그곳에 모여든 남자 손님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았다. 그녀가 노래를 부르러 무대에 설 때면 그녀의 손이라도 잡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열광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아름다운 공주님이었다.

 

 

세월이 흘렀다. 여주인공은 늙고 병든 거지 신세가 되어 거리를 떠돌아다니면서 이렇게 중얼거린다.(내 기억으로 이런 대사였던 것 같다.)

 

 

˝내가 얼마나 잘 나가는 가수였는데... 지금의 나와 달랐다고요.˝ “내가 얼마나 잘 나가는 가수였는데... 지금의 나와 달랐다고요.˝ ˝내가 얼마나 잘 나가는 가수였는데... 지금의 나와 달랐다고요.˝

 

 

이 말을 하루 종일 중얼거리며 거리를 떠돌아다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녀를 미친 여자로 취급하여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그 말을 되풀이했다. 때로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말하기도 했다.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지금은 형편없이 돼 버렸지만 젊었을 때는 술집에서 ‘굉장히 인기 많은 가수’였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여자’였다는 것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겠지만 그랬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그녀의 중얼거림을 절실한 절규로 들었다. 얼마나 측은했는지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그때 만약 그 거리에서 내가 그녀를 만났다면 이런 말을 해 주고 싶었을 것이다.

 

 

과거의 화려한 역사는 세월과 함께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현재의 당신 속에 있다고. 다시 말해 당신 속엔 당신의 과거도 함께 들어 있다고. 처지, 상황, 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자신은 딴 사람이 아니라 그저 자신일 뿐이라고. 예전의 사람 그 자신이라고.

 

 

그런데 정말 처지가 바뀌었다고 해도 ‘나’는 ‘나’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설령 그게 맞다고 해도 나도, 당신도 누구나 한 번쯤은 그녀처럼 슬픔에 젖어 이렇게 말하는 날이 있지 않을까?

 

 

˝옛날에 나는 지금보다 훨씬 멋졌다고요. 정말이에요.“

 

 

무엇이 우리를 예전과 다르게 만든 것인가?

 

 

시간이겠지.

 

 

 

시간은 그들을 태우고 멈추지 않고 나를 앞지른다. 건강, 능력, 기억, 사람, 중독……. 이들을 제때,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할 때 몸에 남아 병이 된다. 미련과 후회, 그리움이 지나치면 ‘떠나보내라’고들 한다.(68쪽)

- 정희진, <정희진처럼 읽기>에서.

 

 

 

삼라만상 중에 가장 강력한 것은 시간. 시간은 모든 것을 완전히 변질시킨다.(94쪽)

- 정희진, <정희진처럼 읽기>에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가끔 시간의 흐름이 두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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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9 0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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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9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9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9 16: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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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7-09 08: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시겠지만, 저의 2015 새해 결심이 `과거에 대한 감사, 미래에 대한 희망, 현재에 대해 행복감을 느끼자`를 매주 1회 이상 외친다입니다.

요즘에는 한가지 더 추가되었습니다. `내일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은 오늘을 살도록 최선을 다하자`

죽음과 노화에 대한 두려움이 약화되니, 시간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약화되더군요.

페크pek0501 2015-07-09 12:48   좋아요 0 | URL
몰랐어요. 후후~~
님이 도덕 선생님과 같은 과의 분인 건 알았습니다만...

감사, 희망, 행복 그리고 최선이군요. 좋군요.

저는 아직... 죽음과 노화에 대한 두려움을 졸업하지 못했어요.
저도 약화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거울을 보고 후진 내 얼굴에 깜짝 놀라곤 해요. 아, 이럴 줄 몰랐어... 이러면서요...

세실 2015-07-0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나혜석이 떠올랐어요.
능력있는 남편 만나 부유한 삶을 살면서 유럽여행을 갔지만, 그곳에서 만난 한 남자때문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죽을땐 내 몸 누울 방 한칸 없었던.....
님 말씀처럼 과거가 모여 현재, 미래가 되지만.. 최소한 과거, 현재보다 미래에는 더 아름답게(?) 살고 싶어요.
이 책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님이 언급하시는 책은 다 읽고 싶어요^^ㅎㅎ

페크pek0501 2015-07-09 12:45   좋아요 0 | URL
하하하~~~ 저보다 많이 읽으시는 분이 제가 언급하는 책을 다 읽고 싶다고 하시면 어떡해요?
기분 째지잖아요.(요렇게 속되게 표현하면 재밌어요.ㅋ)

정희진처럼 읽기, 꼭 보세요. 추천합니다. 님처럼 연재하시는 분은 꼭 봐야 할 책이에요.
남들은 어떻게 리뷰를 썼는지를 보는 건 좋은 공부가 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리뷰 읽기가 좋은 점은 제가 읽지 못한 책에 대한 정보와 느낌을 알려 주기 때문이지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잖아요. 그것의 대안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잘 쓴 책이에요. ^^

stella.K 2015-07-0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고, 죽을 때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다 버리고 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던 박경리 선생 같았으면 좋겠어요.
참, 박경리 선생이 정말 저렇게 말했던가요?ㅎㅎ
언니는 제가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아실 줄 믿습니다.ㅋㅋ

페크pek0501 2015-07-09 16:35   좋아요 0 | URL
하하~~

늙고서도 웃을 수 있는 자, 행복한 사람이지요. 사실 나이들어 가면서 느껴지는 것 중 자신의 초라함 같은 게 있어요. 예전엔 안 그랬는데... 이렇게 스스로 생각되는 부분이 있답니다. 그래서 늙으면 너그러워질 것 같지만 사실 속이 좁아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늙으면 어린애가 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해요. 자신감이 상실되고 초라함을 느끼게 되면 서글픈 게 많아지고 섭섭한 게 많아지고...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늙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저는 반만 비운 것 같아요.
진행 중입니다...

cyrus 2015-07-09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년 전에 있었던 일이 조금씩 희미해져가는 제 모습을 보면 지나갔던 과거 일이 마치 꿈에서 본 듯한 장면처럼 느껴져요. 조금은 서글퍼져요.

stella.K 2015-07-09 18:42   좋아요 0 | URL
ㅎㅎ 너무했다. 아직도 젊은 청춘이면서...
너 진짜 60되고, 70될 땐 어쩔래?
사람의 나이를 24시간으로 환산하면 넌 아직 아침 시간에 해당할 거야.^^

페크pek0501 2015-07-10 14:30   좋아요 0 | URL
시루스 님은 서글퍼지는 연령은 아닐 듯해요. 헤헤~~
더 나이 들어 보세요. 서글픔을 달고 다녀요.
우울한 갱년기, 라고 이름은 들어 보셨는지요? ㅋㅋ

페크pek0501 2015-07-10 14:33   좋아요 0 | URL
스텔라 님.

사람 나이를 24시간으로 환산하면 저는 해질 무렵이 될까요?
딱 제가 좋아하는 시간인 걸요. 해질 무렵.
어제 해질 무렵에 (가까운 마트를 가지 않고 20분 이상 걸어서) 시장에 갔다 왔어요. 시원한 바람이 불어 좋았어요. 산책 겸 운동 겸 장보기 겸 음악감상 겸.
이어폰을 꽂고 다녀요.
좋은 여름 보내자고요...

비로그인 2015-07-10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서재에서도 이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었죠.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페크님..~~

페크pek0501 2015-07-10 14: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새벽숲길 님.
님의 어떤 글을 보고 댓글을 쓰다가 생각난 영화였어요. 댓글에서 글감을 얻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그러니까 남의 글도 많이 읽고 댓글도 많이 써야 하는 거예요.

잘 지내시죠?
이번 여름은 보내기가 수월한 것 같아요. 걱정했는데,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7월 중순이 다가오네요. 한 달만 견디면 무더위가 물러날 듯해요. 8월 중순이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할 테니까요.
저는 벌써 늦여름을 기다립니다.
시원한 여름만큼 매력적인 날씨가 또 있을까 싶어요.
여름 잘 보내세요...
 

 

 

소설가나 드라마 작가에 대해 감탄할 때가 있다. 결혼을 해 본 적이 없는 작가가 부부 갈등이나 고부간의 갈등 또는 외도 등에 대해 잘 그려 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업에 실패해서 폐인이 되어 본 적이 없는 작가이면서도,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아 본 적이 없는 작가이면서도, 노동자의 삶을 살아 본 적이 없는 작가이면서도 그런 삶의 모습을 잘 그려 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체험하지 않았으면서도 온갖 것을 다 체험한 듯 인간의 사실적 모습을 탁월하게 그려 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혹시 작가는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을 직접 만나 취재했을까? 노동의 현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공감하기도 하면서 삶의 체험이 쌓이게 했을까?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체험 부족’을 뛰어넘을 만큼 관찰력과 상상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것이겠다. 이런 게 바로 ‘작가적 재능’이리라.

 

 

글을 잘 쓰려면 둘 중에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다. 삶의 체험이 많든지 작가적 재능(관찰력, 상상력, 통찰력 등)이 있든지.

 

 

이것도 저것도 없는 사람은 글쓰기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작가적 재능이 없고 삶의 체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 글쓰기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은?

 

 

작가적 재능은 노력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므로 ‘독서하기’밖에 없을 것 같다. ‘남의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드는 행위’로서의 독서를 하면 되지 않을까.

 

 

이 글과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글.

 

 

기술만으로는 훌륭한 글을 쓰지 못한다. 글 쓰는 방법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내면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생각과 감정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삶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 기술만으로 쓴 글은 누구의 마음에도 안착하지 못한 채 허공을 떠돌다 사라질 뿐이다.(264쪽)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누구든 노력하고 훈련하면 비슷한 수준으로 해낼 수 있다.
논리 글쓰기는 문학 글쓰기보다 재능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 조금 과장하면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는 있다.(59쪽)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위의 인용문을 이렇게 읽었다.

 

 

훌륭한 글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만 필요한 게 아니라 어떤 생각과 감정이 필요하다는 것. 생각과 감정은 삶과 연관이 있으므로 결국 삶으로 글을 쓴다는 것. 그러므로 올바르게 살아야 글을 잘 쓰게 된다는 것.

 

 

노력하면 시나 소설을 잘 쓰게 되는 건 아니지만 에세이나 서평은 잘 쓸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쓰고 보니 머릿속 생각이 정리가 됩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시나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나 서평이니까 희망을 가져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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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03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를 쓰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시를 쓰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고 직접 만나서 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

페크pek0501 2015-07-04 16:19   좋아요 0 | URL
님은 시에 관심이 많은가 보군요. 저도 시를 쓰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흉내도 낼 수 없어서요. 시 쓰는 친구가 있는데 시만 잘 쓰는 게 아니라 산문도 잘 써요. 문학적으로 써요.
시 쓰다가 소설가가 된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놀랐는데 모든 글은 하나로 통한다, 가 될 것 같아요. 저도 시에 관심 있어서 한때 시집만 사서 읽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시는 전혀 못 써요. ㅋ

무플이 될 뻔했는데 첫 댓글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우벅~

2015-07-05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6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6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7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평범하게 자랐고 지금도 (아마) 평범한 사람에 속할 것이다. 굴곡 많은 인생이 아니었다는 점은, 파란 많은 인생이 아니었다는 점은 글쓰기에서 ‘약점’일 것이다. 사회에서 다양하게 일을 해 보지 못함도 글쓰기에서 ‘약점’일 것이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함도 글쓰기에서 ‘약점’일 것이다. 내 글이 작가적이지 않은 이유이다. 어쩌면 나는 끝까지 글을 피상적으로밖에 쓸 수 없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끝까지 만족스런 글쓰기를 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

 

 

 

요즘 내 머릿속을 빙빙 도는 생각. 내가 ‘글쓰기 능력의 한계’를 느끼는 것은 ‘체험 부족’ 때문이라는 것. (책을 읽어서)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경험해서) 가슴으로 아는 것은 다르다는 것. 어떻게 다를까? 예를 들면 ‘슬픔’에 대해서라면, 그리고 ‘분노’에 대해서라면 그것을 가슴으로 깊이 앓고 난 사람들만이 그것의 본질에 눈을 뜨게 된다는 것. 그저 책을 통해서 슬픔이나 분노를 접한 사람은 그것의 본질에 눈을 뜨지 못하게 된다는 것. 그 결과 앎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 이 둘의 차이가 글을 쓸 때 얼마나 다르게 나타날까 하는 생각.

 

 

 

그래서 ‘체험 부족’을 ‘책을 깊게 읽기’로 뛰어넘어 보려고 노력해야겠다, 가 정답일 것 같아 공부해야겠다고 자주 생각한다. 책을 한 권 읽을 적마다 그 내용이 내게 재미만 주는 게 아니라 살과 뼈와 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살과 뼈와 피가 되는 독서를 할 때 나와 많이 다른 타인과 소통할 수 있고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믿을 것이다. 믿을 수밖에 없다. 뾰족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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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7-02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신 생각입니다.
한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기.
저에게도 꼭 필요한 독서법입니다^^
내일 독서회에서 `참을수없는 존재의 가벼움` 토론도서라 다시 읽는데 더 좋아집니다.^^

페크pek0501 2015-07-03 12:54   좋아요 0 | URL
`참을수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었는데, 어떤 분의 리뷰를 보고 저도 다시 들춰 보았더니 새롭게 느껴지는 글이 있었어요. 밑줄친 부분만 보는 데도 새로워서 놀랐지요.
역쉬~~ 책은 두 번 이상 읽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겠다 싶었지요...

오늘 날씨 좋네요. 맞바람 쳐서 집이 시원해요. 밖에 나가도 시원할까요?

2015-07-02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3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