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친정어머니가 연로하셔서 내가 반찬을 만들어 주 2회 갖다 드린다. 냉동실에는 고기와 생선이 있고, 냉장실에는 계란과 김치가 있어 서너 가지의 반찬만 만들어 갖다 드리면 된다. 냉동실과 냉장실을 채우는 것도 내가 한다. 이번에는 표고버섯볶음, 가지무침, 콩나물무침을 해서 갖다 드렸다. 다음에 갖다 드릴 반찬과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 둔다.





그래도 빨래와 청소는 할 수 있다고 하셔서 다행이다. 매일 노인정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는 것도 다행이라 여긴다. 어머니를 보면서 사람이 어떻게 늙어 가는지 잘 알게 되었다. 늙어 가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 팔십 대 중반인 어머니는 이제 걸음마저 느리다.


어머니가 병원에 갈 일이 있을 땐 내가 모시고 간다. 정기적으로 약을 타 오기 위해 병원에 가야 하는 날이 있다. 고혈압, 당뇨병, 변비 등이 있어 내과에서 약을 타 오기도 하고, 안과에서 안약을 타 오기도 한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요즘 노인들은 약이 있어 살 수 있는 것이라 한다. 만약 전쟁이 나서 병원 건물이 폭파되어 약을 구할 수 없다면, 노인들은 다 죽고 말 것이라고 어머니와 나는 말하곤 한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진 것은 약 때문이니 의학 발달 덕분이라 하겠다. 무병장수(無病長壽) 시대가 아니라 유병장수 시대가 되었다.   


100세 넘게 장수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는 의문이다. 내가 100세 넘게 산다면 삶이 지루하게 느껴질 것 같다. 노인정에 가는 것도, 친구를 만나러 다니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노화로 인해 불가능할 때는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운이 나쁘면 치매에 걸려 가족 모두를 고생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 수 있다. 




2.

글을 쓰는 지인들과 함께 ‘매일 5분 필사’를 하고 있다. 작년 10월 중순부터 시작했으니 거의 1년이 다 되어 간다.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네이버 밴드를 하나 만든 후 그곳에 각자 읽은 책에서 좋은 글을 뽑아 필사해서 올리는 것이다비공개로 운영되다 보니 부담이 없다. 멤버는 4명. 


우리가 글을 올리는 곳은 이런 곳이다. 

1) 매일 꾸준히 읽고 쓰기. 

2) 각자 독립적으로 공부하기.

3) 서로 지치지 않게 연대하기.   


노트북으로 필사하는 것이라 힘들지는 않지만, 내가 바쁘거나 피로할 때는 생략하는 날도 있어 오늘 올린 글이 271일차였다. 그러니까 오늘 271번째로 글을 올렸다는 말이다. 1년 동안 매일 글을 올린다면 365번 올리게 된다. 나는 1년 동안 290번쯤 올리게 될 것 같다. ‘매일 5분 필사’라고는 하지만 사실 5분 이상이 걸린다. 오늘은 니체의 책에서 세 문단을 뽑아 필사해 올렸다. 




3.

책 세 권을 완독했다. 그중 한 권은 재독한 것이다. 리뷰를 써서 남기고 싶은데 리뷰를 쓰려고 하면 머리에 쥐가 나고 몸살이 날 것 같다. 리뷰 쓰는 게 왜 이리 어려운지... 칼럼을 기고하는 동안에는 리뷰를 쓰는 건 포기해야 할 것 같다. 현재 내게 중요한 건 칼럼이다. 




4.

 













프리드리히 니체, <초역 니체의 말 Ⅱ>, 삼호미디어, 2014년 출간.



* 176 고민의 작은 상자에서 탈출하라

고민하는 사람은 언제나 틀에 박혀 있다. 기존의 사고방식과 감정이 부유하는 비좁은 상자 속에 갇혀 있다. 그곳에서 나올 꿈조차 꾸지 못한다. 고민의 상자는 죄다 낡은 것이 채우고 있다. 낡은 사고방식, 낡은 감정, 낡은 자신.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은 조금도 발전하지 않은 과거에 머무르며 같은 가치, 같은 이름을 가진다. 사실 이를 깨닫는 것만으로도 이미 고민의 상자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이름과 가치를 스스로 결정해보라. 병을 새로운 세계를 향한 다리라 이름 붙이고, 고난과 수고를 인생이 주는 시련이라 이름 붙이고, 방황을 편력이라고 이름 붙이고, 빈곤을 현재를 만족하는 연습이라고 이름 붙이고, 역경을 도약의 기회라고 명명하듯이. 그것만으로 상자는 새로운 가치로 자연스럽게 채워진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그리고 삶은 풍요로움에 더 가까워진다.(210쪽)


⇨ 글이 잘 안 풀려서 글과 씨름하고 있을 땐,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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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2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09-22 14:07   좋아요 1 | URL
저는 몇 년 후엔 손주까지 맡아 키워야 할 거예요. 보통 친정어머니가 봐 주잖아요. 그럼 발레와 걷기 운동을 할 시간도 없을 거예요. 내 인생 돌리도!!! ㅋㅋㅋ

2023-09-22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2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09-22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의학의 도움이 없다면 노화로 인한 많은 질병으로 고생하거나 수명에도 영향이 있을거예요. 생애주기에서 후반기에 의료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니까요. 페크님 하시는 일이 많으시겠어요. 어머님 오래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9-23 13:27   좋아요 2 | URL
빈자들보다 부자들이 더 장수한다는 통계가 나온 것도 의료 시설과 의료비 때문이에요. 부자들이 의료 혜택을 누리는 데 유리한 거죠.
제가 두 집 살림을 하는 셈이에요.ㅋ 어머니네 가면 욕실 청소나 냉장고 청소를 하고 올 때도 있답니다.
그래도 아직 노인정에 가실 정도로 건강하시니 다행이에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2023-09-22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3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3-09-23 1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주일에 두번 반찬을 만들어다 드리고 욕실, 냉장고 청소를 해 드린다니 정말 두집 살림을 하는 셈이군요.
정말 효녀이시고 대단하십니다!!
제 친정어머니도 80대 초반이신데 나도 이렿게 나이들어가겠구나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오래살고 싶어하지만
늙음을 경험하고 특히 건강하지 못할 때는 더욱 힘들겠지요.
글쓰기 필사 모임이 있어서 좋겠네요. 같은 공감대로 모인 멤버들이니 우정도 쌓일 듯합니다.
페크님의 글쓰기 응원할게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9-23 15:53   좋아요 2 | URL
아이러니하게도 친정어머니에게 갖다 드리게 된 다음부터 반찬 만드는 일이 재밌어졌어요. 누군가를 위해 반찬을 만드는 기쁨 같은 게 있어요. 반찬 갖다 드리면 어머니가 막 좋아하시거든요. 게다가 남편이 집밥 마니아인지라... 남편이 나이들수록 집밥을 좋아해요. 괜히 더, 맛있다, 잘한다,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제가 신나서 반찬을 만들거든요.ㅋㅋ
필사 모임이 있으니 필사하게 되더라고요. 뭐든 꼭 해야 할 일이 있을 땐, 자신이 안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해요.
저 역시 모나리자 님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좋은 가을날 보내십시오.^^

서니데이 2023-09-23 1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이 추분이라고 해요. 이젠 진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구나 싶어요.
사진 속의 초록빛 연잎들이 더 예쁘고 싱그럽게 보이는 것도 계절이 지나서 이제 덥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9-24 12:40   좋아요 1 | URL
아, 어제가 추분인 거네요. 이제 가을로 들어선 느낌이 들어요. 얇은 이불을 두꺼운 걸로 바꿔야 할 듯해요.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 가네요. 사람들만 제 자리에 있네요. 물론 조금씩 늙어가면서 말이죠.
초록빛 잎들의 싱그러움 대신 물든 단풍잎을 앞으로 보게 되겠네요.
일욜이라 좋습니다. 게으름을 맘껏 피울 수 있는 날 같거든요. 좋은 가을날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09-23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사라...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전 악필이라 아예 시도도
해볼 생각을 못하네요. 저도 제
가 쓴 글을 못 알아본다는.

노력하는 시간을 좀 더 가져야
겠네요.

페크pek0501 2023-09-24 12:43   좋아요 1 | URL
필사는 노트에 직접 쓰는 게 가장 좋다고 합니다. 우리 넷은 노트북으로 쓴답니다. 노트북 필사도 효과가 있어요.
문장을 꼼꼼히 살펴보게 되거든요.
레삭매냐 님이 노력, 을 타령하시면 안 되지요.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고요..
늘 노력하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좋은 가을날을 만끽하는 것밖에 좋은 일이 없네요. 뉴스는 온통 스트레스를 주는 소식들로 꽉 차서 말이죠. 그래도 코로나 시대가 끝나고 가을마저 돌아오니 위로가 됩니다. 좋은 날 보내세요.^^

희선 2023-09-24 0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약이 있어서 아파도 어떻게든 살아가기도 하는군요 유병 장수가 맞네요 그렇게라도 덜 아프면 좋을 텐데, 다 그런 건 아니기도 할 거예요 친구분하고 여러 가지 하시는군요 함께 하면서 따로따로기도 하네요 그게 좋은 거죠

페크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9-24 12:47   좋아요 1 | URL
옛날 같으면 고혈압도 약이 없어서 일찍 죽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병을 달고 장수하는 거지요.
어머니는 당뇨병이라 약도 먹지만 식이요법을 해야 해서 좀 불편하답니다. 단 것을 먹어서도 안 되고 많이 먹어서도 안 되고... 다행히 저는 아버지 체질을 닮아 살이 찌지 않지만 그래도 당뇨 가족력이 있어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희선 님도 좋은 가을날 만끽하시며 보내세요.^^

물감 2023-09-25 1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초 후>라는 재난소설이 기억납니다. 미국 전역에 전기가 끊어지고 난 후의 세상 얘기인데요, 가장 먼저 병원 안 장면들이 나와요. 노인들과 응급환자들이 줄줄이 죽어나가고, 이어서 입원환자와 통원환자들이 통증에 고통스러워 모르핀 약탈로 난장판이 됩니다. 진짜 약이 없으면 끔찍해질 인생이, 한둘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그렇게 된다는 게 공포였습니다. 이런 날이 안왔으면 좋겠는데 요즘 뉴스를 보면 또 모르겠거든요 ㅠㅠ

얄라알라 2023-09-25 15:06   좋아요 2 | URL
전 <드라이> _ 단수 상황_을 읽었는데 <1초 후>와 나란히 읽으면 좋겠어요. 물감님 댓글 덕분에 새로운 책 담아 갑니다

페크pek0501 2023-09-26 23:05   좋아요 1 | URL
물감 님, 좋은 이야기 소개해 주셨네요. 아주 불가능한 일이 아니에요.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다급한 환자들은 약이 없을 때 잔인해질 수 있어요. 인간이 극한 상황에 가면 얼마나 잔인하고 이기적일 수 있는지 알 수 있죠.
도둑질을 한다든지 남의 약을 빼앗는다든지 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죠.
가끔 사는 일에 공포가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아주 무더웠던 지난 여름날 전기가 나간 곳이 있다는 뉴스를 보고 우리 동네가 그렇게 될까 봐 걱정됐어요. 그때 너무 더워 에어컨 없이 못 살겠던 때였거든요. 또 겨울에 무슨 사고로 난방이 끊기는 것도 공포스럽죠. 그런 일이 어디에도 일어나지 말아야 할텐데요...

페크pek0501 2023-09-26 23:07   좋아요 1 | URL
알라 님, <1초 후>에 관심 가는군요.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제목이 흡인력 있네요.
요즘 알라 님의 페이퍼를 보면 열공하시는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저, 자극 받아요.ㅋ^^

yamoo 2023-09-25 1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친정어머니가 많이 연로하신가 봅니다. 그래도 치매는 아니신가 보네요... 요즘 제 어머니는 기억력을 점점 잃어가고 계십니다. 아직까지 심각한 치매증상은 아니지만...계속 기억을 못하시는 일이 많아 걱정입니다. 단기기억 상실증 같아요..^^;;

3. 페크님두 리뷰 쓰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닌가 봅니다. 저는 요즘 리뷰를 쓰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리뷰를 쓰면 뭐, 스트레스 받으면서 쓰지 않는 듯합니다. 페크님은 신문 연재 칼럼 필자이시니 그 정도 수준의 글을 써야 한다는 암묵적인 강박이 있어서 그런듯합니다. 리뷰는 그냥 편한 마음으로 쓰셨으면 해요~~
그래두 뭐 계속 스트레스 받으실 듯합니다..^^::

페크pek0501 2023-09-26 23:15   좋아요 0 | URL
1. 어머니는 86살이에요. 금방 늙으시더라고요. 79세에 한 차례 앓으신 뒤 몇 년이나 더 늙으신 것 같았어요.
78세 때만 해도 날아다니셨죠. 오곡밥과 오곡 나물을 해서 우리집에 단숨에 달려와 주고 가셨어요.
김치도 맛있게 담그셔서 제가 많이 얻어 먹었죠. 앞으로 제가 음식을 해 드린다고 해도 어머니한테 얻어먹은 것 다 못 갚을 거예요. 우리 어머니도 하도 잘 잊으셔서 치매 검사 했는데 정상, 이더라고요. 요즘 치매를 조기 발견하면 약이 좋아서 몇 년 동안은 정상으로 살 수 있대요.

3. 리뷰를 쓴다면 꼼꼼히 쓰고 싶은데 그렇게 다 쓰고 나면 진이 빠져서 그다음에 칼럼을 못 쓸 것 같아요. 그래서
에너지를 아끼고 있어요.ㅋㅋ 이젠 조금만 무리하면 체력 부족을 느껴요. 밤에 일찍 자게 된 것도 체력 부족 때문이에요. 어제도 밤 10시 반부터 정신없이 잤어요.
편~하~게~ 대충 살면 좋은데 이성으로는 알겠는데 잘 되지 않아요. 그래도 대충 살도록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 굿 밤 되십시오...^^

2023-09-27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7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침부터 낑낑대며 썼던 칼럼의 초고가 마음에 들지 않아 커피 두 잔을 연거푸 마셨다. 


한 일간지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을 때 무조건 기뻤다. 신문에 연재하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였으니 그것이 달성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까지 했다. 그런데 4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작년 일 년간 6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것은 부담이 없어 좋았는데 올해부터 4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걸로 바뀌어서 애를 먹고 있다. 4주가 너무 빨리 돌아온다고 느낀다. 그동안 1년 6개월 동안 기고를 했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6개월인데 잘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도대체 나의 능력을 알 수가 없다. 어떤 때는 내 능력 이상의 글을 쓰는가 하면 어떤 때는 내 능력 이하의 글을 쓰니 말이다. 오늘 초고만 해도 읽어 보니 형편없는 글이었다. 글 제목은 <‘관리의 죽음’으로 얻은 두 교훈>이다. 독자의 읽는 재미를 위해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관리의 죽음’의 줄거리를 넣어 쓴 칼럼이다. 이 칼럼을 처음 구상하고 있을 때는 이 소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내가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초고를 완성하고 보니 시각이 전혀 새롭지 않고 뻔한 내용이었다. 이걸 어떻게 신문사에 보낸다는 말인가. 이 글을 버리고 다른 글감을 찾아야 하는데 떠오르는 게 없다. 큰일 났다. 


그동안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다 써 버려서 글감을 찾을 수 없는 걸까?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게 일이다. 이번에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와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완독했던 것도 칼럼 때문이었다. 장편소설을 읽으면 뭔가 좋은 글감이 찾아질 것 같았다. 그런데 여전히 글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스토너>의 리뷰를 먼저 써서 이것을 칼럼 형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생각인지 모르겠다.     


머리를 식힐 겸 고민을 털어놓는 글을 썼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속이 후련해지려나.(나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 건가요? 흉보기 없기, 입니다.) 


오늘도 최선을 다해 고독하게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을 위해 외친다. 힘을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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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3-06-28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감... 모든 글쟁이들이 겪는 난관이죠. 저도 책 얘기만 하는 리뷰보다는 어떤 주제를 가져와 인트로-아웃트로를 작성하는 편이라, 정말 고민 많이 합니다. 그럼에도 쓸게 없으면 그냥 다이렉트로 책 얘기를 쓰지만, 칼럼은 그럴 수도 없겠네요^^;;
페스트와 스토너, 저도 다 읽었습니다. 스토너는 칼럼에 쓰일 주제가 꽤 있죠! 페크 님의 분석과 발상으로 즐거운 글이 탄생하길 바랄게요 ㅎㅎㅎ 화이링

페크pek0501 2023-06-28 17:15   좋아요 1 | URL
아무리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도 글을 쓰다 보면 막힐 때가 있고, 자기 능력의 한계를 자각하는 때가 오지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글쓰기가 어려우니까 도전하는 거지, 쉬운 일이면 도전할 필요도 없었을 거라고.
화이링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23-06-28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달에 한번 칼럼 연재하시니까, 마감도 한달에 한번이네요.
잘 될 때도 있지만, 잘 안될 때가 늘 있으니, 그런 시기는 부담이 크실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 매일 쓰는 페이퍼도 잘 안될 때는 첫 줄도 쓰지 못하고 오래 걸리는 걸요.
프로 작가들도 라이터스 블록이 있을 때도 있다고 하니, 잘 될 때가 아니면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요.
페크님, 좋은 글감 찾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6-29 15:44   좋아요 2 | URL
연재하다 보면 제 차례가 금방 돌아와서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고 느껴집니다.
내가 겁도 없이 맡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글감 찾기가 쉽지 않아요. 글감을 찾으면 반은 된 거랍니다. 실패할 때도 있지만요...
오늘은 비가 많이 퍼붓네요. 비 오는 날은 실내에서 밖을 볼 때가 좋죠. 나갈 일이 있는데 신이 젖을 생각에
망설여지네요. 시원한 날 보내세요.^^

은오 2023-06-29 0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페크pek0501 2023-06-29 15:44   좋아요 1 | URL
별 말씀을요...
반가운 방문이십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stella.K 2023-06-29 1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니 이슬아 작가 같은 사람은 대단하긴 하죠?
매일 글을 써서 배달을 하고 있으니.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구성작가들 병 하나씩은 다 달고 산다고 하더군요.
근데 그렇게 쓰지 않으면 언제 쓰겠습니까?
그런 구속력이 있어야 발전이 있지 안 그러면 저 같이 막 풀어집니다.
저 보십시오. 누가 글 쓰라고 갈구는 사람 없으니까 얼마나 좋던지...ㅋㅋ
글 쓰는 근육 키운다고 생각하시고 힘들어도 계속 쓰세요.
나중에 자산으로 남을 겁니다. 응원합니다.^^
그나저나 저도 <스토너> 한 번 읽어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6-29 15:50   좋아요 2 | URL
그런 작가가 타고난 작가겠지요. 글도 엄청 많이 쓰던데... 젊은 날에 자기 진로를 찾았다는 게 부럽습니다.
글쟁이들의 병이 있지요. 저도 있답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래서 요즘은 하루에 한 번은
꼭 나가려 합니다. 주로 저녁을 먹은 후 나가서 걷고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립니다.
스텔라 님은 연극 대본을 아예 쉬나 봅니다. 혼자서라도 창작해 보시어요.
스토너, 는 아주 훌륭한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단숨에 읽었어요. 나중에 문장 뽑아 올려 볼게요.재독하고 싶은 소설이에요. 빗줄기처럼 시원한 날을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3-06-29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럴때 있지요. 산책이나 요리 세탁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섬광처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몰라요. 글쓰기 응원합니다.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6-29 15:51   좋아요 2 | URL
산책할 때 떠오른 적이 많고 책을 읽을 때도 떠오릅니다. 그런데 막상 써 보면 아니구나, 싶을 때가 있어요.
시행착오의 연속에서 살고 있어요.
응원 감사합니다, 모나리자 님.^^

yamoo 2023-07-03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로 써질 때도 있고, 생각을 짜내도 안 써질 때도 있어요. 글은 구상을 하고 쓰면서도 다른 방향으로 나갈 때가 다반사이지만...
그림은 구상해 놓은 게 바로 눈에 보여져서 더 매력적인 듯해요..ㅎㅎ

페크pek0501 2023-07-04 20:51   좋아요 0 | URL
글과 그림이 그런 차이가 있군요.
소설가들은 글을 쓰면서 어떻게 결말이 날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어떤 땐 구상했던 내용이 달라지기도 해요. 그림은 구상한 게 바로 눈에 보여서 좋군요. 하지만 그것도 그림을 잘 그리는 경우에 한해서겠지요.
그림을 잘 못그리는 사람은 자기가 구상한 게 그려지지 않아 애먹을 것 같네요.ㅋㅋ

감은빛 2023-07-21 1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감을 찾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지요.
저도 1년 정도 지역시민신문에 짧은 지면 연재를 했는데,
마감일이 돌아올 때마다 정말 머리가 아팠어요.
뭔가 그럴듯한 글감이 떠오르면 정말 다행인데,
어떤 경우엔 마감일이 지나도 마땅한 글감이 떠오르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페크님 글은 늘 재미도 있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있어서 좋아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교류 하다보면 다양한 글감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7-22 11:52   좋아요 1 | URL
또 다음 글은 어떤 글감으로 쓰나 걱정 시작, 입니다. 연재를 해 보셔서 감은빛 님은 잘 아시겠네요.
제 글에 대한 호평은 감사합니다요. 글을 기고하는 일은 즐거움과 스트레스가 교차하는 일이에요.
글이 잘 써질 때는 무척 즐겁고 특히 퇴고해서 글이 나아짐을 느낄 때 희열을 느낍니다. 이 맛에 글을 쓰는
것 같아요. 그런데 글이 써지지 않을 땐 괴롭죠.
저도 활동 영역을 넑혀야 글감이 많이 생길 텐데 하는 생각은 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먹을수록 외출이 귀찮아서
꼭 나가야 할 일이 아니면 나다니질 않으니...ㅋㅋ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알베르 카뮈, <페스트>



게다가 며칠이 지나 아무도 우리 시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을 때, 사람들은 전염병 발병 이전에 떠난 사람들의 귀가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물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며칠 동안의 검토 끝에 도청은 긍정적인 답을 했다. 하지만 일단 돌아온 자는 어떤 경우에도 다시 시에서 나갈 수가 없다는 점, 그리고 되돌아오는 것은 자유이지만 다시 떠날 자유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드물기는 했지만 몇몇 가정은 상황을 여전히 가볍게 생각했고, 그래서 신중을 기하기보다 가족을 다시 보고 싶은 욕망을 앞세워 가족에게 그 기회를 이용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페스트의 포로였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곧바로 깨닫고는 이런 이별의 고통을 감수하기도 했다.(73~74쪽)



이 병이 가장 심각한 상태였을 때 고문당하는 것 같은 죽음의 공포보다 인간적인 감정이 더 강했던 경우는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기대하듯, 그것은 고통을 넘어서 사랑으로 서로에게 향하는 두 연인의 경우가 아니었다. 결혼한 지 오래된 늙은 의사 카스텔과 그의 아내가 유일한 경우였다. 카스텔 부인은 전염병 발병 며칠 전에 이웃 도시에 들렀다. 심지어 이 부부는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의 모범을 보여 주는 한 쌍의 부부가 아니었으며, 서술자는 모든 개연성으로 보아 이 부부가 그때까지 자신들의 결합에 만족한다는 확신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작스럽고 길어진 이별로 인해 그들은 서로 떨어져 살 수 없다는 사실과 한순간 백일하에 드러난 이 진실에 비해 페스트는 하찮은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던 것이다.(74쪽)


⇨ 한 도시에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퍼지자 이 도시가 폐쇄된다. 이로 인해 이별을 감수해야 하는 가족과 연인이 생긴다. 그런데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을 못 견뎌 하는 쪽은 사랑하는 사이의 두 연인이 아니었고, 자신들의 결합에 만족을 느낀 적이 없어 보이는 ‘늙은 의사 카스텔과 그의 아내’였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글이다. 


카스텔 부인은 전염병이 발병하기 전에 이웃 도시에 들렀다가 남편과 떨어져 있게 된 것이다. 이 부부는 자기들이 떨어져 있어 못 견뎌 하는 것에 비하면 페스트는 하찮은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발병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진실을 알게 된 셈이다. 


배우자가 자신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자신이 배우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우리는 잘 모르고 사는 것 같다. 다만 어떤 일을 계기로 진실을 알게 되는 것 같다. 가령 배우자가 불치의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치자. 그러면 큰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며칠이 지나 아무도 우리 시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을 때, 사람들은 전염병 발병 이전에 떠난 사람들의 귀가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물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며칠 동안의 검토 끝에 도청은 긍정적인 답을 했다. 하지만 일단 돌아온 자는 어떤 경우에도 다시 시에서 나갈 수가 없다는 점, 그리고 되돌아오는 것은 자유이지만 다시 떠날 자유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드물기는 했지만 몇몇 가정은 상황을 여전히 가볍게 생각했고, 그래서 신중을 기하기보다 가족을 다시 보고 싶은 욕망을 앞세워 가족에게 그 기회를 이용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페스트의 포로였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곧바로 깨닫고는 이런 이별의 고통을 감수하기도 했다.(73~74쪽)

이 병이 가장 심각한 상태였을 때 고문당하는 것 같은 죽음의 공포보다 인간적인 감정이 더 강했던 경우는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기대하듯, 그것은 고통을 넘어서 사랑으로 서로에게 향하는 두 연인의 경우가 아니었다. 결혼한 지 오래된 늙은 의사 카스텔과 그의 아내가 유일한 경우였다. 카스텔 부인은 전염병 발병 며칠 전에 이웃 도시에 들렀다. 심지어 이 부부는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의 모범을 보여 주는 한 쌍의 부부가 아니었으며, 서술자는 모든 개연성으로 보아 이 부부가 그때까지 자신들의 결합에 만족한다는 확신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작스럽고 길어진 이별로 인해 그들은 서로 떨어져 살 수 없다는 사실과 한순간 백일하에 드러난 이 진실에 비해 페스트는 하찮은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던 것이다.(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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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5-15 16: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결국 연민이라더군요.
연민을 거스르는 사랑은 사랑이 아닐지도 몰라요.
그래서 젊었을 땐 서로 죽일듯이 싸우다가도
늙으면 그래 나 아니면 누가 널 사랑하리 초탈해지기도 한데요.
근데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코로나 때 이 책 한 번 읽는다고 했는데...ㅠ

페크pek0501 2023-05-16 12:35   좋아요 1 | URL
연민이 생기는 것도 관심이 있어서겠지요. 관심이 없으면 연민도 없을 듯.
부부가 오래 같이 살다 보면 배우자에 대해 연민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젊었던 사람이 저렇게 늙었구나 하면서...
스텔라 님이 사랑에 대해 많이 아시는 것 같네요.ㅋ
페스트는 재독하는 건데 코로나를 겪고 나서 읽으니 글에 잘 몰입되는 것 같아요. 강추!!!

겨울호랑이 2023-05-15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다‘의 옛 말이 ‘괴다‘이고, ‘생각하다‘는 의미라 알고 있습니다. 연인간의 사랑은 끊임없이 ‘사랑한다‘라는 말을 통해 언어로 확인되어야 하는 반면, 오랜 부부의 사랑은 이미 언어를 넘어선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성장 배경이 다른 두 사람이 서로 삐걱거리며 함께 만든 시간들이 지난 후에 그들을 애증으로 단단히 결속시켜 더이상 둘이 아닌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요...

페크pek0501 2023-05-16 12:37   좋아요 1 | URL
그런가 봅니다. 부부 사이엔 자식이 있다는 게 둘을 더 결속시켜 주지요.
일단 애들의 엄마다, 애들의 아빠다, 라는 생각을 하면 자기의 피붙이로 느껴지거든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3-05-15 2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중한건 뭔가 안좋은 일이 있은 후에야 더 느끼지는거 같습니다. 미리 알고 잘해주면 더 좋을텐데요 ㅜㅜ

페크pek0501 2023-05-16 12:38   좋아요 1 | URL
글쎄 말입니다. 미리 알기가 쉽지 않나 봐요. 인간이란 어리석은 데가 있어서 말이죠.
늦게라도 알면 다행이다 싶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3-05-18 0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의 공간은 지하 동굴 같은데, 와인 저장고인가요?
코로나19 시기에 페스트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아직도 시도해보지 못했어요.
페크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5-18 10: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제주도에서 펜션에 묵었었는데 거기에 있는 거예요. 숙박 손님에게 한 병을 골라 마실 수 있는 선택권을 주더라고요. 무료 서비스인 거죠. ㅋㅋ
저도 페스트를 예전에 읽었을 땐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코로나를 겪은 후라 읽으며 공감이 가더라고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2023-05-18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8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5-18 0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염병으로 그동안 몰랐던 마음을 알게 됐군요 그런 걸 알게 돼서 좋다고 여겨야 할지... 만나지 못하게 됐을 때는 그랬다가 막상 다시 같이 살고는 예전으로 돌아가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예전에는 좀 좋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기도 하네요 사람 마음은 자꾸 바뀌어서...


희선

페크pek0501 2023-05-18 11:29   좋아요 1 | URL
꼭 페스트가 아니라도 다른 계기로 그 진실을 알 수도 있겠어요. 어쨌든 의외의 일, 반전인 거죠.
가까이 늘 있으면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없어 봐야 소중함을 아는... 인간은 어리석죠.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레삭매냐 2023-05-19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세에 페스트가 있었다면
저희에겐 코로나라는 역병이
있었지요.

천 며칠 만에 드디어 코로나
의 공포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감개가 무량
했습니다. 나중에 더 쎈 녀석
이 올 수도 있다는 말에 좀
그랬긴 했지만요.

페크pek0501 2023-05-19 23:03   좋아요 0 | URL
코로나를 겪은 후 읽어서인지 공감이 가고 몰입이 잘 되더라고요.
저 역시 마스크를 벗을 자유를 얻어 기뻤어요. 오늘 발레하러 갔는데 마스크 쓴 사람은 8명 중 2명뿐이었어요.
저도 너무 땀이 나서 마스크를 용감하게 벗고 발레, 했어요. 나중에 또 코로나가 오더라도 우리에게 휴식 같은 자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감개 무량~~~

모나리자 2023-05-21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 지문 내용을 보니 새록새록 기억이 나네요. 이 책은 코로나 시국에 많은 공감을 했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사람이라도 완벽하게 상대방의 속내를 알 수는 없겠지요. 어떤 계기로 인해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편안한 저녁 시간 되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5-22 14:07   좋아요 1 | URL
맞아요, 가까운 사람이라도 완벽하게 속내를 알 수가 없어요. 오히려 가깝게 있어서 더 모를 수도 있어요.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요.
모나리자 님도 편안한 한 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서머싯 몸, <서머싯 몸 단편선 2>


단편 ‘탈출’(170~176쪽)에서 발췌함. 



어떤 여자가 어떤 남자와 결혼하기로 일단 결심했다면 그 남자가 살길은 당장 도망치는 것뿐이다. 이것에 대한 나의 확신은 변한 적이 없지만, 이 방법이 항상 통하는 것은 또 아니다. 한번은 내 친구가 어렴풋이 도사린 그 사악한 위험을 감지하고 어느 항구에서 무작정(직면한 위험과 즉각적 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한 터라 달랑 칫솔만 들고) 배에 올랐다. 이후 세상을 여행하며 일 년을 보냈지만, 이제는 안전하겠거니 마음을 놓고(“여자들은 변덕스러워. 게다가 열두 달이나 지났으니 나를 까맣게 잊었을 테지.”) 배에 올랐던 그 항구에 발을 내딛자마자 부둣가에서 그를 향해 열렬히 손을 흔드는 사람을 보았으니, 그가 피하려 했던 그 여자였다.(170쪽, ‘탈출’에서)


⇨ 사귀고 나서 자기에게 1년간 연락 없이 지낸 남자에게 열렬히 손을 흔드는 여자가 있다니 놀랍다. 1년간이나 연락 없이 안 보고 지낼 수 있는 남자라면, 그는 상대편 여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다. 이 단순한 진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실제로 이런 일이 있다면,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 떠났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잘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상대를 반기는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다시 잘해 보겠다는 것이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떠난 사람은 떠날 만한 이유가 있어서 떠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떠난 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만날 생각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상심할 필요는 없다.


소설 속 남자는 결국 기발한 아이디어로 여자가 스스로 물러나게 만든다. 그래서 소설 제목이 ‘탈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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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05-13 2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뭔가 가슴이 아픈 것 같지만 서로 오가는 감정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듯 해요. 읽어보고 싶어요. 기발한 아이디어 궁금합니다. 사진은 어디인가요? 영화 <헤어질 결심>에 나오는 바다와 같은 느낌이네요.

페크pek0501 2023-05-13 23:52   좋아요 3 | URL
꼬마요정 님, 반갑습니다.
더 나은 인연이 나중에 생길 수 있어요. 기발한 아이디어란 결혼해서 살 집을 둘이서 보러 다니는데
보는 집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서 남자가 계속 퇴짜를 놓아요. 그리고 계속 집을 보러 다니는 거죠. 지칠 때까지.
나중엔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 와요. 여자에게 전혀 상처를 주지 않고 이별하는 방법인 거죠.
사진은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꼬마요정 2023-05-14 16:51   좋아요 2 | URL
아... 그렇군요 ㅋㅋㅋ 남자는 진짜 여자가 마음에 안 들었나봐요. ㅋㅋ
역시 제주도 멋지군요^^

페크pek0501 2023-05-14 17:07   좋아요 1 | URL
눈에 씌어진 콩깍지가 벗겨진 게 아닐까요? 이런 경우도 있으니까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stella.K 2023-05-14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보고 있습니다.
괜찮은 드라마 같아요. 사랑도 젊으니까 하는 거지 싶기도 하구요.
그런데 사랑은 맨정신으로는 못하잖아요.
그래서 드라마 같은 거 보면서 대리만족하는가 봐요.ㅋㅋ

페크pek0501 2023-05-15 10:14   좋아요 2 | URL
제가 모르는 드라마네요. 요즘 채널 수가 많다 보니 하도 드라마가 많아 남과 공통으로 시청하는 드라마가 없는 것 같아요. 눈에 띄면 볼게요. 저는 젊은이들의 연애보다 중년들의 연애가 재밌더라고요. 대리만족의 즐거움도 좋죠.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물로 보니깐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좋더군요. 그런데 이것도 부지런해야 볼 수 있어요.
저는 자꾸 미루게 되고 그래서 본 게 많지 않아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05-14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eems like too much sarcastic -

페크pek0501 2023-05-15 10:16   좋아요 0 | URL
무슨 뜻인지요? 무엇이 비꼬는 것 같은가요? 서머싯 몸이? 소설 속 화자가? 혹시 제가?
댓글의 뜻을 모르겠어염. 시간 되시면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당~~

레삭매냐 2023-05-15 10:43   좋아요 1 | URL
서머싯 몸이 쓴 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를 향해 열렬히 손을 흔드는 사람을 보았으니,
그가 피하려 했던 그 여자였다.(170쪽, ‘탈출’에서)˝

페크pek0501 2023-05-15 10:57   좋아요 1 | URL
아하! 그런거군요. 자세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저자가 피하고 싶었던 여자가 있었는지 모르죠. 서머싯 몸은 소설 속 화자의 직업을 작가로 설정하고
주변 지인들에게서 일어나는 일을 쓴 단편들이 있어요. 그래서 읽다 보면 실제로 있었던 일을 쓴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이것도 하나의 작법일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젤소민아 2023-05-16 0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옴의 작품은 장편만 읽었는데, 단편도 챙겨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5-16 12:41   좋아요 0 | URL
몸의 장편은 거의 읽어서-인간의 굴레에서,를 비롯해 다섯 권쯤 읽은 것 같아요.
요즘은 단편을 즐깁니다. 단편도 좋아요.~~~

희선 2023-05-18 0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자가 비겁하네요 그때 바로 말하거나 그만두게 하지, 한해나 기다리게 하다니... 상처주지 않고 여자가 떠나게 만들었군요 그건 괜찮다고 해야 할지... 사람 마음은 참 모르겠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5-18 10:54   좋아요 1 | URL
희선 님처럼 볼 수도 있군요. 댓글의 좋은 효과를 봅니다.ㅋㅋ
자기 딴에는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인지 몰라도 제가 상대방이었어도 화가 날 것 같아요. 진실을 바로 말하고 끝내야 하는 게 옳아요. 아예 만날 생각이 없다면 조금이라도 재회 가능성을 열어 두지 않아야 합니다. 차갑게 끝내야 해요. 본인의 마음이 약하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헷갈리게 하면 그게 더 괴롭히는 게 되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시어머님이 올해 구순이 되셨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시댁 식구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갔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모두 열네 명이었습니다. 


시댁 식구들은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고, 


우리 가족은 이틀 더 머물러서 4박 5일간의 여행을 끝내고 어젯밤 집에 돌아왔습니다. 


즐겁고 뜻깊은 여행이었습니다. 


아직 사진이 정리되지 않았고 여독도 풀리지 않아 사진만 올립니다. 



제주 공항에 도착함. 차들의 차량 번호가 보이지 않게 찍음.  

  























모두 모여 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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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3-29 17: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부럽습니다.
어쩐지 요즘 조용하시다 했더니. 시어머니 참 다복하시네요. 저의 엄니도 구순이 코앞이어요. 요즘은 확실히 장수시대란게 느껴집니다. 우리 땐 얼마나 더 장수하게될까요? ㅋ

페크pek0501 2023-03-29 18:11   좋아요 2 | URL
우리 시어머님이 복이 많으세요. 딸 둘, 아들 둘 두셨는데 모두 효자 효녀랍니다. 게다가 사위들이 참 잘해요.
며느리들도 잘한다고 하면 웃기려나요?(제가 포함돼서...ㅋ)
스텔라 어머님도 구순이 다가오는군요. 맞아요, 장수시대.
우리 자식들 세대는 150세까지 산다고 한 걸 어디서 읽었어요. 좀 길지 않나요?
결혼도 몇 번씩 한다고 하더군요. 한 사람과 살기엔 인생이 너무 길기 때문에. 미래학자의 말입니다.ㅋㅋ

서니데이 2023-03-29 17: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여행 잘 다녀오셨나요. 여행간 가족이 열네 명이면 인원이 적지 않네요.
가족분들이 함께 여행가시는 걸 보면 화목한 집안 같습니다.
제주 바다와 하늘이 참 예뻐요. 모래도 하얗고 고운 느낌이고요.
사진 속에서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사진 잘 봤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3-29 18:14   좋아요 2 | URL
그나마 임산부 질부들이 있어서 빠져서 그렇지 더 많을 뻔했어요.ㅋ
예전엔 다 모이면 17명이었는데 이젠 조카들이 결혼을 해서 더 많아졌어요.
제주도는 언제 가도 아름다운 것 같아요. 작년에도 갔었는데 이번에도 좋더라고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3-30 0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식구가 많이 모여서 제주도에 가셨군요 그게 쉽지 않을 텐데, 다들 친하게 지내시는가 봅니다 어머님 뒷모습이지만 건강해 보이시네요 앞으로도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바다와 하늘 다 좋네요 좋은 시간 보내셨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03-30 11:59   좋아요 2 | URL
시누이들이 그러는데 올케도 다같이 여행 간다고 하면 주위에서 놀란다고 합니다.
형제간에 화합이 잘되어서 그런가 봅니다.
가는 곳마다 바다 빛깔이 달라서 신기했어요. 바다만큼 제 마음이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어머님을 보면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게 느껴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3-03-31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어쩐지 처음보다 사진이 더 많아진 것 같은 기분인데요.
가족사진의 개인정보 보호 목적 스티커가 재미있게 생겼어요.
오늘까지 3월, 내일부터는 4월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3월 보내셨나요.
4월에도 좋은 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23-04-01 12:48   좋아요 2 | URL
사진 2장을 추가했어요. 가족 여행을 갔다고 써 놓고 증거를 남기지 않은 것 같아서요. 뒤늦게 생각났어요.ㅋㅋ
자기 얼굴이 나오는 걸 싫어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안전하게? 스티커를 붙여 봤어요. 저도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서니데이 님에게도 좋은 일들, 웃을 일들이 가득한 4월이 되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2023-04-01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2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1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2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