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스미는>은 영미권 작가 25명의 산문 32편이 담긴 책이다.


32편의 산문 중에서

알도 레오폴드의 ‘산처럼 생각하기’(102~105쪽)에서 발췌함.  



그 시절에는 늑대를 죽일 기회를 그냥 지나치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었다. 우리는 금세 늑대 무리에게 총알을 쏟아댔다. 정확하게 쏜 게 아니라 흥분해서 마구 쏘아댔다.(103쪽)



그때 나는 젊었고 방아쇠를 당기고 싶어 좀이 쑤셨다. 늑대가 적어질수록 사슴이 많아질 테니 늑대가 없는 세상은 사냥꾼 천국이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초록 불꽃이 꺼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늑대도 산도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104쪽)


 

나는 그 뒤 여러 주州가 차례차례 늑대를 소탕하는 것을 지켜봤다. 늑대가 사라진 많은 산의 모습을 보았고, 사슴들이 지나다니며 새로 만든 미로 같은 오솔길로 주름진 남사면도 보았다. 먹을 만한 덤불과 어린 나무는 모두 사슴에게 뜯어먹혀 비실대다가 죽는 모습도 보았다. 먹을 수 있는 나무들의 이파리가 안장 높이까지 죄다 사라진 모습도 보았다 누군가 하느님에게 가지치기 가위를 쥐어주고 가지치기 말고 다른 일은 하지 못하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들이 늘어나리라 기대했던 사슴 떼는 결국 지나치게 늘어난 탓에 굶주렸고, 굶어죽은 사슴의 뼈들이 말라죽은 세이지 줄기 옆에서 탈색되거나 허리께까지 헐벗은 노간주나무 밑에서 썩어갔다.(104쪽)



사슴 떼가 늑대에게 죽음의 공포를 느꼈던 것처럼 산도 사슴 떼에게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살았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산이 느꼈던 공포가 더 정당한지 모른다. 늑대가 쓰러뜨린 사슴 한 마리는 2~3년 사이에 다른 사슴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사슴 떼가 너무 많아져 허물어진 산은 수십 년이 흘러도 복원되지 않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략) 산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땅은 모래폭풍이 일어나는 척박한 곳이 되었고 우리의 강물은 미래를 바다로 쓸어가고 있다.(104~105쪽)



⇨ 사슴을 보호하기 위해 늑대를 죽였더니 사슴이 많아져서 먹이 부족으로 굶어 죽는 사슴들이 생겼고, 사슴 떼가 너무 많아진 탓에 나무는 모두 사슴에게 뜯어 먹혀 허물어진 산이 되어 버렸다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늑대를 마구 죽여 먹이 사슬의 불균형을 초래한 셈이 되었다. 


한쪽의 입장에서만 사물을 볼 때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총에 맞아 죽는 늑대는 가엾지 않다는 말인가. 사슴은 가엾다는 생각, 늑대는 사슴을 해치므로 죽이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편견인가를 깨닫게 한다. 1949년작 산문이지만 이 글의 내용은 지금도 유효하여 생각할 거리를 준다. 



다음 글은 ‘시사위크’에서 가져왔다. 

『한반도에서 늑대가 멸종하면서 인명 및 가축 피해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또 다른 부작용이 시작됐다. 바로 생태계 먹이사슬의 파괴였다.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는 토끼, 멧돼지 등 하위계층의 동물 숫자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즉, 늑대의 멸종은 먹이사슬 하위계층 동물의 급격한 개체 수 증가를 의미한다. 최근 국내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멧돼지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늑대 멸종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멸종저항보고서㉕] 한국 늑대와의 공존을 기약하며

기자명 강준혁 기자   입력 2023.01.06.

출처 : 시사위크(http://www.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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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1-30 0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늑대를 죽이면 사슴이 늘어나고 늘어난 사슴은 산을 죽이는... 산이 죽으면 사람도 살기 어려울 텐데, 사람은 그걸 생각하지 못했네요 예전에 중국에서 참새가 곡식을 먹으니 막 죽여서 일어난 일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런 일은 많을 거예요 한국도 다르지 않군요 먹을 게 없는 동물이 사람이 사는 곳으로 오기도 하잖아요 북극곰은 북극 얼음이 녹고 먹을 게 없어서 사람이 사는 곳으로 오고...


희선

페크pek0501 2023-01-30 11:14   좋아요 1 | URL
우리나라에선 고속도로에 멧돼지가 갑자기 출몰하여 운전자들이 놀라곤 했죠. 사고가 날 수도 있어요.
먹이를 구하러 와서 농작물 피해도 있고요. 멧돼지 수의 증가는 멧돼지를 먹고 사는 늑대가 없어져서라고 하네요. 자연 생태계의 먹이 사슬을 무시하면 한 될 것 같습니다.

 



집에 쌓여 있는 책이 많아 그거나 읽자, 하고 구매를 자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몇 달 만에 책을 다섯 권 샀다. 12월이 되니 올해가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책을 사고 싶기도 했고 공부를 위해 사야 할 책도 있었다. 다방면에 촉각을 세우고 많은 책을 읽고 싶은데 시간과 체력이 부족한 것이 늘 아쉽다. 삶은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읽을 책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1. 강준만, <반지성주의> 


다작의 작가로 유명한 강준만 저자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저자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책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망설임 없이 두 권을 샀다. <반지성주의>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책이다. 

 














「편 가르기가 아무리 유치하고 치졸해도 사람들이 그것에 빠져드는 것은 그런 문제를 상쇄하고도 남을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대중이 반지성주의에 매료되는 결정적인 이유이지만, 그 매료의 정체는 아리송하다. 강요당하는 것과의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자신을 지지해주는 패거리 없이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긴 어려운 법이다. 아니 외롭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어느 편에건 속해야만 한다. 그리고 내 패거리의 이익을 위해 미쳐 돌아가야만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반지성주의를 비난해야 한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묻지 마라.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고 인생이다.」(69쪽)





2. 강준만, <정치적 올바름>













「PC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이나 활동에 저항해 그걸 바로잡으려는 운동 또는 그 철학을 가리키는 말이다.」(9쪽)


「나는 오랜 세월 PC의 적극적 지지자였다. 특히 ‘지방’ 관련 언어의 감시자 역할을 자청하면서 책을 통해 내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예컨대, 지방에서조차 “지방방송 꺼”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는 걸 개탄하면서 그런 몹쓸 말을 쓰면 안 된다고 역설했고, (중략)」(87쪽)


“지방방송 꺼”라는 말 속엔 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뜻이 담겨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다. 주의해야 하겠다. 


저자는 「PC의 생명은 겸손에 있다」고 하면서 「PC에 관한 의견을 표명할 때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상대방의 기분을 최대한 배려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3. 리처드 J. 번스타인,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이 책은 내가 노트북으로 청강하는 온라인 강좌가 있는데 그 강좌의 교재 중 하나여서 구매했다. 매달 한 강좌씩 청강할 계획이다. 이번엔 한나 아렌트에 대한 강좌를 청강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내 글에 인용한 적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그에 대해 깊이 공부하려 한다. 



 


4. 최진석, <탁월한 사유의 시선>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만 저자의 강좌를 접하다가 이번엔 책으로 만나기 위해 구매했다. 요즘 철학, 하면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철학자다. 중앙일보에 ‘최진석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저자의 탁월한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지점에 이르게 될지 궁금하다.



 


5. 황해문화 117호
















일 년에 네 번씩 발행하는 계간지다.


다음과 같은 문화 비평을 읽고 싶어 구매했다. 

   

고정된 믿음은 위험하다 | 오길영 285

세월호 ‘보도 참사’ 이번에는 되풀이하지 않기를…… | 김서중 299

인디 음악 1세대, 허클베리핀의 25년 | 나도원 307

이윤기의 화성별곡 | 김종길 317

어떤 외로움에도 그 불꽃이 사그라지지 않기를 | 한상정 328

성적 통제는 어떻게 저항의 불씨가 되는가 | 나영 339

인천 독립운동 상징물, 급조해선 안 된다 | 이희환 346 

(책의 목차 중 일부다. 알라딘에서 옮겨 왔다.)




어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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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2-27 1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나 아렌트 강의 들으시며 책 읽으시면 효과 두 배이시겠어요^^ 혼자 드셔도 두께 일정하게 예쁘게 롤케익 커팅하신 페크님의 정갈함^^

페크pek0501 2022-12-27 11:43   좋아요 1 | URL
두 배 효과를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왜 그런 거 있죠. 책 한 권을 읽어도 몇 페이지만 내게 쓸모있고,
강의를 몇 시간 들어도 몇 분만 내게 쓸모있는 내용이고 나머지는 그저 그런... ㅋㅋ 모래알에서 진주 찾기를 하는 느낌입니다.
정갈함은 생각 못한 것이네요. 더 예쁘게 자를 걸 그랬습니다. 하하~~

yamoo 2022-12-27 11: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 권 읽은 책이 바로 최직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
최진석의 책을 읽다보면, 최진석이 과연 철학자인지 심히 의심이 들어요. 논증할 부분을 완전히 건너띄거나, 건전한 상식에 기반한 논증을 하고 있어요. 물론 철학을 쉽게 풀어 주는 게 장점이긴 합니다만...뭐랄까, 한계도 뚜렷합니다.
탁월학 사유의 시선은 집필한지 꽤 되어서 현재 한국의 모습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의 시선이 세계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는 시대이고, 이 책은 중진국을 넘어서는 시선이 중요하다는 건데, 좀 식상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솔루션적인 면도 좀 부족하고요..

특히나 최진석 철학의 최대 약점은, 물론 제가 보기에, 노자 철학을 베르그손 철학의 운동 개념을 많이 차용하여 설명하는데 있는 듯보인다는 거에요. 노자가 과연 당시에 그런 생각으로 글을 썼는지 심히 의구심이 듭니다. 그의 노자 강연을 재밌게 보고 책을 찾아 읽으면서 든 생각이에요~~ㅎ

페크pek0501 2022-12-27 11:41   좋아요 2 | URL
역쉬~~ 야무 님의 전문가다운 촌평이십니다. 최진석 님의 장점은 철학을 쉽게 풀이해 안내한다는 점, 그래서 철학을 공부하려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것이에요. 말을 잘한다는 것과 글을 잘 쓴다는 것도 장점.
한계 말씀하셨는데 그건 철학이란 분야가 명쾌하기 어려워서 저는 어쩔 수 없는 걸로 이해합니다.
노자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듯하고요.
최진석 님만큼 아는 게 저의 목표예요. 사실 그만큼 알고 있기도 어렵다는 생각이니까요.
시대가 지나간 책도 나름대로 유익해요. 그걸 생략하고 현재를 말하고 있는 책만 읽는다면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에요.ㅋㅋ
좋은 말씀, 감사히 읽었습니다. 좋은 그림을 또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yamoo 2022-12-27 13:36   좋아요 4 | URL
물론 텍스트의 해석은 사람마다 달라요. 그건 맞아요. 근데, 동양철학 특히 노장철학을 서양철학의 논리로 해석하면 매우 위험하다는 게 노장사상 전문가들의 전언이에요. 가장 극명한 얘가 노자의 자연을 nature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이고, 서양철학의 존재론적 관점에서 노장을 해석하고 해설하는 건데....이건 해석의 다름이 아니라 오류이기 때문이에요~

물론 이런 걸 떠나서....난, 노자에 대해 대략적으로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뭐라할 수 없는 일입니다만, 그렇게 처음 노자를 이해한 다음에 제대로 된 노자를 읽으면 이해가 안되고 내가 이해한 노자와 상충하기에 그렇습니다.

페크님의 의도가 뭔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유익한 건 유익한 거죠..^^

페크pek0501 2022-12-27 13:42   좋아요 0 | URL
고견이십니다. 도움이 됐어요. 공부하면서 참고하겠습니다.^^

새파랑 2022-12-27 1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은 책도 많으실텐데 아직도 구매하실 책이 있군요~!!

책은 읽고 싶은 책을 사는게 아니라 일단 사놓고 읽고싶은 책을 고르는거 같아요 ㅋ

페크pek0501 2022-12-27 12:30   좋아요 2 | URL
이 시대에 관한 책은 계속 사야 할 것 같아요. 그러려면 또 그 이전의 책부터 읽어야지, 하고 또 구매할 책이 생기죠. 강준만 저자의 책이 그런 경우죠.
그래도 몇 달을 안 사고 참았다는 게 대단하지 않습니까!!! 기록을 보니 이 해가 가장 적게 샀더라고요.^^

독서괭 2022-12-27 1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집에 쌓여있는 책이나 읽자 가 저의 새해결심입니다 ㅎㅎ 강준만, 한나아렌트 읽고 싶네요. ^^

페크pek0501 2022-12-27 12:31   좋아요 3 | URL
좋은 결심입니다. 새해 결심을 응원하겠습니다!!!

2022-12-27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7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7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7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2-12-27 1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준만 씨와 같은 분이 보수당에서 당대표가 되신다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을것 같습니다. 페크님 온라인 강좌 들으시는군요!
저에게도 책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 든든한 뒷배를 가진 느낌적 느낌ㅋㅋㅋ

페크pek0501 2022-12-27 13:51   좋아요 1 | URL
하하~~
저도 책이 있어 외롭지 않아요. ㅋㅋㅋ

라로 2022-12-27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묵직한 책을 사셨군요.^^
저는 사고 싶은 책이 자꾸 늘어만 가요. 1월에 산다며 장바구니에 넣어 놓은 것이
벌써 15권이더라구요.ㅠㅠ 왜 이렇게 사대기만 하는지요. 페크님처럼 읽고 배우고 생각하고 느끼고...
롤케이크와 커피 사진 멋져요.
저도 지금 저녁 먹고 커피와 초코 롤케이크 먹으려고 하는데 사진 찍어서 올려볼까봐요.^^
앗! 저도 투명컵에 담았어요, 커피.ㅎㅎ

페크pek0501 2022-12-27 14:48   좋아요 0 | URL
우하하~~ 저도 사고 싶은 책이 얼마나 많은지 장바구니에 만만치 않게 많아요. 많이 자제하죠.
읽어야 할 책에 비해 생이 짧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롤케이크와 커피, 어제와 오늘의 제 아침 메뉴였네요. 빵을 즐겨 먹지 않는 편인데 요즘은 맛있네요.
사진 찍어 올리시면 구경 가겠습니다. 먹방 사진은 무조건 좋아용. 특히 커피가 있는~~~.ㅋ

stella.K 2022-12-27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서재의 달인 되셨군요?
올해는 안될 거라고 걱정하시더니. ㅎㅎ
예전에 서재의 달인하고 북플하고 따로 보내주지 않았나요?
그땐 제가 북플을 안 써서 서재의 달인 하나만 받았거든요.
언니 서재의 달인 혹시 안 되시고, 나한테 두 개 보내주면 한 세트는
언니에게 보내 드릴까 행복한 상상도 했는데 막상 한 개만 보내주네요.ㅎㅎ
뭐 언니도 받으셨을 테니 잘 됐고, 같은 선물 두 개 보내줘 봤자 쓰레기 될테니
좋긴한데 김이 좀 빠지네요.ㅠ

저 강준만 씨는 저에겐 미스테리어요.
남은 책 한 권 내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많은 책을 내도 되나 싶기도 하고.
저도 이번에 최진석 교수의 책을 읽었는데 처음엔 좋다고 쾌재를 불렀는데
갈수록 어렵더군요. 겨우 다 읽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뒤의 몇 쳅터는 안 읽기로 핶죠.
뭐가 그리도 어려운지.ㅠ

저도 성탄절 날 뜻하지 않게 롤케잌 선물 받았는데 참 난감하더군요.
주신 성의 생각하면 감사히 받아야하는데 먹을 거 생각하면 캄캄하더군요.
그래도 우리 집 늙은 소년 가장이 어제, 그제 조금 먹고 저도 맛 본다고 먹고
반쯤 남았어요. 마져 먹어야죠.ㅠ ㅋㅋㅋ

페크pek0501 2022-12-27 21:46   좋아요 2 | URL
예, 서재의 달인이 안 될 줄 알았는데 됐어요. 저도 깜놀했어요. 연간 통계 보니 제가 쓴 글자 수가 단행본으로 8권 이상이라고 하더라고요. 상반기에 글 많이 올렸나 봐요.
선물 두 개 주는 건 몰랐어요. 그렇게 받은 적이 없는지라...ㅋㅋ 제게 주실 생각을 하셨다니 말씀만으로도 감사하네요.

저 역시 강준만 교수는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에요. 그 많은 책을 쓰다니... 지금 이 시간에도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특별한 능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저도 최진석 님의 글 읽어 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공부를 많이 하면 글을 어렵게 쓰게 되는 걸까요...

스텔라 님은 롤케이크처럼 단 것 안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단 것 안 좋아했는데 가끔 먹고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산 거예요. 단 빵엔 쓴 커피가 딱입니다. 연말 잘 보내시길...^^

yamoo 2022-12-28 13:08   좋아요 0 | URL
음....스텔라님이 어렵게 생각하신 최진석 교수의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네요...위 책인가요?? 어느 지점에서 어렵게 생각하신지 알려주시면 고맙겠어요!

stella.K 2022-12-28 13:28   좋아요 0 | URL
아, 얼마 전 독서대 자랑하면서 배경삼아 올린 그 책이요.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한 책의 반 정도까지는 글을 잘 쓴다 싶었는데 넘어가니까
뭔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더군요.
저야 철학 특히 동양철학은 전무하다시피하니 뭐라고 할 수는 없는데
이게 어디 독자 탓만 할 수 있나 싶기도 하더군요. 끝까지 뒷심을 좀 발휘하지
그래서 별 다섯 개 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뒤에가서 헤메서 별 하나 빼기로 했어요.ㅋ

서니데이 2022-12-27 2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간과 에너지가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루가 너무 짧아서요.
집에 읽지 않은 새 책이 있어도 계속 신간이 나오니까, 책을 계속 사긴 합니다만 읽는 속도가 점점 늦어져요.
건포도가 들어간 롤케이크가 스폰지처럼 폭신한 느낌이 사진에서도 느껴집니다.
즐거운 티타임 되셨으면 좋겠어요.
날씨가 매일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12-27 22:54   좋아요 2 | URL
특히 늦잠을 자고 나면 하루가 더 짧아서 늦잠을 안 자려고 합니다.
저도 그래요. 사고 싶은 책은 늘어나고 읽는 속도는 빨라지지 않고...ㅋㅋ
아침마다 즐거운 티타임을 갖습니다. 커피만 있으면 가능해요.
우리 둘째애가 감기에 걸렸어요.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요,
얼마 남지 않은 이 해의 마지막 날들 잘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2-12-28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방에 살고 있지만, 지방방송 꺼! 란 말을 의식하고 있지 않았었네요?ㅋㅋㅋ 너무 오랜만에 들어본 말입니다. 어휘를 가려써야겠단 생각을 저도 책을 통해 종종 하게 되더군요. 전 결정 장애라는 말을 되도록 쓰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암튼 굵직한 책들이 눈에 띕니다. 아렌트는 강의를 듣고 읽으시면 도움이 많이 되시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롤케잌은 너무 맛있겠다란 생각도 함께 했구요ㅋㅋㅋ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2-12-28 16:07   좋아요 1 | URL
글쎄 말이에요, 지방방송 꺼, 라는 말. 저도 그 말을 무심히 듣고 무심히 말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무심해서 놓치는 경우가 있죠.
결정 장애... 일단 장애라는 말을 사용할 땐 주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굵직한 책들... 내용은 가볍지 않으나 대신 5번의 계간지를 제외하면 네 권 모두 3백 쪽 이내로 두껍지 않은 책이에요.
주로 독학을 해 왔기에 전문가의 강의를 들으면 더 공부가 될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님도 연말 잘 보내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기억의집 2022-12-28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꾸준히 사는데.. 여전히 읽는 속도가 나지 않어요. ㅠㅠ 페크님~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2-12-30 10:19   좋아요 0 | URL
계획이란 게 50프로 이상 실천하면 잘 된 걸로 제 맘대로 생각합니다. 이 생각을 기억의집 님께도 권합니다.
가령 하루 60쪽씩 읽기로 했다면 30쪽만 읽어도 성공인 걸로 합니다.ㅋㅋ
기억의집 님도 -겨우 이틀- 남은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에 좋은 일 가득하길 응원하겠습니다.^^

scott 2022-12-29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 양이 넘 작습니다

롤빵과 함께 페크님에게
맛나는 커피
( )_( )
(„• ֊ •„)
O☕️O
드려요.

페크pek0501 2022-12-30 10:22   좋아요 0 | URL
호호~~ 저 원래 저렇게 한 잔 마시고 그러고 나면 커피 가루가 남아 있어 또 뜨거운 물을 부어 한 잔 또 엷게 마셔요. 카누 하나로 두 잔을 마시는 즐거움~~
저도 ( )_( )
(„• ֊ •„)
O☕️O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2-12-29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30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12-31 1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이예요.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3-01-01 09:49   좋아요 2 | URL
새해 첫 날에 인사를 드립니다.
서니데이 님도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많이 가지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2023-01-01 0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 분 차이로 해가 바뀌었습니다 2022년 12월에 사신 책 아직 다 안 보셨겠지요 새해에 이어서 보시겠습니다 페크 님 2023년에도 책 즐겁게 보시고 글도 즐겁게 쓰시기 바랍니다

페크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1-01 09:51   좋아요 1 | URL
새해 첫 날입니다.
희선 님도 올해처럼 새해에도 책 보고 리뷰 쓰시며 보람 있는 시간을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3-01-02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2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희진, <정희진처럼 읽기>



‘프롤로그’에서 발췌함.


20쪽 – 책이 주는 자극은 마음의 문을 노트하는 것에서부터 쿵쾅거림, 다소 욱신거리는 자극, 격렬한 대화 등등 다양하다. 그래서 여러 권의 책을 한 권으로 읽는 사람과 한 권의 책을 여러 권으로 읽는 사람의 차이가 생긴다. 수량으로는 전자가 많이 읽고 시간을 더 쓰는 것 같지만, 실질적인 수확은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토머스 해리스의 '대중 소설’ 《양들의 침묵》을 예로 들어보자. 이 책은 '범죄 스릴러’로 읽을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그 책을 여러 권의 다른 책으로 읽는다. 범죄와 지식의 관계, 범죄자의 지적 매력, 식인의 의미, 동성애 코드, 선악의 대치보다 지적 친밀성이 우선하는 관계, 현대 범죄 패턴의 변화, 말하기가 인간을 자살로 이끌 수도 있다는 점, 말과 죽음의 관계 등 열 권 이상의 책으로도 읽을 수 있다.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읽을 수 있다는 것.

 


 

15~16쪽 – <미운 오리 새끼>의 작가 안데르센은 동성애자였으며, 그의 거의 모든 작품은 동성애 정체성과 정치적 은유로 이루어져 있다. 이성애 제도에 대한 이해 없이 그의 문학을 읽고, 평론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내 석사 논문 소재였던 가정 폭력도 위에 적은 모든 분야의 지식이 필요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한 분야만 공부한 전공자보다 더 깊게, 더 많이 알게 된다. 개인이 축적한 지식의 양 때문이 아니다. 이는 구조적으로 당연한 일인데, 여러 학문을 두루 접하면 지식의 전제와 지식이 구성되는 역사적 과정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20쪽 – 책이 주는 자극은 마음의 문을 노트하는 것에서부터 쿵쾅거림, 다소 욱신거리는 자극, 격렬한 대화 등등 다양하다. 그래서 여러 권의 책을 한 권으로 읽는 사람과 한 권의 책을 여러 권으로 읽는 사람의 차이가 생긴다. 수량으로는 전자가 많이 읽고 시간을 더 쓰는 것 같지만, 실질적인 수확은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토머스 해리스의 ‘대중 소설’ 《양들의 침묵》을 예로 들어보자. 이 책은 ‘범죄 스릴러’로 읽을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그 책을 여러 권의 다른 책으로 읽는다. 범죄와 지식의 관계, 범죄자의 지적 매력, 식인의 의미, 동성애 코드, 선악의 대치보다 지적 친밀성이 우선하는 관계, 현대 범죄 패턴의 변화, 말하기가 인간을 자살로 이끌 수도 있다는 점, 말과 죽음의 관계 등 열 권 이상의 책으로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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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2-12-19 15: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음....뭐랄까, 이건 일명 화제별로 읽는다는 건데....이걸 ‘한 권의 책을 여러 권‘으로 읽는다고 명명할 수 있을지 매우 의문이 듭니다. 책 한 권에는 다양한 주제와 화제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럼 한 권을 여러권으로 읽을 수 있고 주제에 맞게 읽었다면 1권을 여러권 읽었다고 셈할 수 있게 됩니다.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사료됩니다. 에코의 소설들은 한 권에 여러가지 주제를 함축하고 있어 역사소설, 과학소설, 추리소설, 중세 이야기 등 무수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럼 한 권으로 여러 권 읽은 효과가 나는데...이건 참으로 난감한 얘기네요..^^;;

페크pek0501 2022-12-20 11:06   좋아요 1 | URL
저자가 개성적이고 독특해요. 인터넷도 폰도 사용하지 않고 로션도 안 바른다고 하네요. 삶과 글이 일치...
책 읽는 방식도 평범하지 않겠죠. 물론 많은 공부를 한 결과겠지요. 글도 엄청 잘 쓰죠.
제가 예를 든다면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도 누군가는 여자들의 우정에, 누군가는 이웃 할아버지의 희생 정신에, 누군가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에 중점을 두고 읽을 수 있어요. 제 짧은 생각으론 요 정도로 이해했어요

야무 님처럼 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답니다.ㅋ 그냥 여러 관점에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더 생각해 볼게요. 댓글에 감사..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서니데이 2022-12-23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요즘 날씨가 많이 추운데, 따뜻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주 일요일 크리스마스인데, 계속 추울 것 같아요.
추운 날씨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메리크리스마스.^^

페크pek0501 2022-12-25 10:50   좋아요 1 | URL
엄청 춥습니다.
조금 전 디카페인 카누 마셨어요. 겨울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가 가장 맛있지요.
오늘이 그 유명한 성탄절이라는군요.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도화지와 크레파스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던 때가 생각납니다.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하나의책장 2022-12-25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돌아오는 주가 지나면 2023년이라는 게 믿겨지질 않네요ㅎㅎ
날씨 많이 추우니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저녁 보내세요! Merry Christmas🎄❤

페크pek0501 2022-12-27 11:24   좋아요 0 | URL
하나의 책장 님, 반갑습니다.
저도 해가 바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네요. 아니 믿고 싶지 않아요. 시간만 잘 가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책장 님도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12-26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겨울이 되어서인지 바로 뜨거운물을 부은 커피도 금방 식는 것 같아요.
저희집은 디카페인커피 다 마셔서 새로 사야겠네요.
요즘엔 크리스마스 카드도 연하장도 쓰지 않아서 그런지
연말연시는 참 빠르게 갑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12-27 11:26   좋아요 1 | URL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쉬면서 보냈습니다. 나가 봤자 사람만 많을 테지요.
맞아요, 커피가 금방 식어요. 그 정도로 춥다는 것이겠지요.
저도 디카펜인커피를 왕창 사 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떨어질 때마다 사는 거 귀찮아요.
서니데이 님도 몸과 마음이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2022-12-27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7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은전, <그냥, 사람>



124~125쪽 - 비장애인은 장애인이 꿈도 꾸지 못할 자유를 아무 노력 없이 누리면서도 일상의 작은 불편조차 장애인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그들을 격리하고 가두는 엄청난 권력을 행사한다. 인구의 10퍼센트가 장애인이지만 그들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비장애인들은 일상적으로 자신들의 가해 사실을 인식할 수조차 없다. 한때 남성들이 자신이 여성혐오의 잠재적 가해자임을 선언하는 장면에 나를 대입하면 식은땀이 난다. 나는 장애인차별의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라 확실한 가해자이며, 이 시스템의 분명한 수혜자이다. 비장애인인 내가 이 지면에 장애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 그 증거다.



125쪽 - 세상의 변화는 ‘장애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 ‘장애인에게 닥쳐온 어떤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시작되며, 그것은 이 폭력적인 사회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살아가는 90퍼센트의 사람들이 비로소 ‘비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성찰할 때일 것이다. 



124~125쪽 - 비장애인은 장애인이 꿈도 꾸지 못할 자유를 아무 노력 없이 누리면서도 일상의 작은 불편조차 장애인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그들을 격리하고 가두는 엄청난 권력을 행사한다. 인구의 10퍼센트가 장애인이지만 그들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비장애인들은 일상적으로 자신들의 가해 사실을 인식할 수조차 없다. 한때 남성들이 자신이 여성혐오의 잠재적 가해자임을 선언하는 장면에 나를 대입하면 식은땀이 난다. 나는 장애인차별의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라 확실한 가해자이며, 이 시스템의 분명한 수혜자이다. 비장애인인 내가 이 지면에 장애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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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6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6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3에 작성된 페이퍼에서 슬픔과 관련한 문제를 냈습니다. 



답은 몽테뉴의 <에세 1>에 있습니다.  



(프랑스 왕공들 중 한 분인) 그분은 체류 중인 트렌토에서, 온 집안의 지주요, 영광이었던 맏형의 사망에 연이어 두 번째 희망이던 아우의 사망 소식까지 듣게 되었다. 이 두 번의 애사를 감탄스러우리만큼 의연하게 견딘 그가 며칠 뒤 자기 수하 중 하나가 죽게 되자 이 마지막 참사에는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이전의 꿋꿋함은 간데없이 어찌나 슬퍼하고 원통해하던지, 어떤 이들은 이 마지막 충격만이 그의 급소를 찌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사실인즉 이미 슬픔으로 꽉 차서 넘칠 지경이었기 때문에 별것 아닌 일 하나라도 더 얹히자 인내의 방벽이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46~47쪽)




몽테뉴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 생각에) 우리 이야기도 그렇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에서, 캄비세스가 프사메니투스에게 아들과 딸의 불행에는 미동도 않다가 친구의 불행에는 그토록 참을 수 없어 하는 까닭을 묻자, 그가 “마지막 불행만이 눈물로 표할 수 있는 것이었고, 앞의 두 불행은 표현 가능한 모든 수단을 한참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이요.”라고 대답했다고 덧붙이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47쪽)




이피게네이아의 희생 장면을 그릴 때, 그 아리따운, 죄 없는 소녀의 죽음에 대해 각자가 기울이는 관심의 정도에 따라 참관자들의 고통을 묘사해야 했던 고대 화가가 생각해 낸 것도 아마 이 주제와 연관되리라. 자기 기교의 마지막 역량까지 다 짜낸 그는 소녀의 아버지 차례가 되자, 어떤 모습으로도 그 같은 슬픔을 표현할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가린 모습으로 그렸다.(47쪽)




페트라르카의 말.


얼마나 뜨거운지 말할 수 있는 자는 그다지 뜨겁지 않은 불 속에 있는 것

페트라르카

(49쪽) 


⇨ 슬픔으로 말하면 얼마나 슬픈지 눈물로 표현할 수 있는 자는 그다지 슬프지 않은 것이고, 큰 슬픔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네카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작은 슬픔들은 말하고, 큰 슬픔은 침묵한다.

세네카

(50쪽) 




마찬가지로 뜻밖의 기쁨도 우리의 얼을 빼놓는다.(50쪽)


자기 아들이 칸 전투에서 무사히 돌아오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뻐하다 죽은 로마 여인, 기쁜 나머지 죽음으로 건너간 소포클레스와 참주 디오니시우스, (중략) (50쪽)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




몽테뉴는 이 책에서 큰 슬픔을 느꼈을 때 인간의 반응에 대하여 “이미 슬픔으로 꽉 차서 넘칠 지경이었기 때문에 별것 아닌 일 하나라도 더 얹히자 인내의 방벽이 무너지고 말았던 것”보다 “마지막 불행만이 눈물로 표할 수 있는 것이었고, 앞의 두 불행은 표현 가능한 모든 수단을 한참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에 더 무게를 둡니다. 



결론은 매우 슬프거나 매우 기쁘면 인간은 넋이 나가고 몸이 굳어져 버린다는 것. 어떤 사람은 큰 슬픔이나 큰 기쁨을 견디다 못해 실신까지 한다는 것.



너무 슬프면 눈물도 안 나온다는 말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세네카가 말했듯이 큰 슬픔은 침묵하게 되나 봅니다.



“이미 슬픔으로 꽉 차서 넘칠 지경이었기 때문에 별것 아닌 일 하나라도 더 얹히자 인내의 방벽이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라는 말도 옳은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정답은 2번과 3번으로 하겠습니다.



 

* 문제의 답을 댓글에 쓰신 분들은 슬픔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므로 그 ‘유익한 시간’이 상품이 되겠습니다. 문제를 낸 제 덕분에 답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ㅋㅋ




....................<후기>


큰 슬픔에는 침묵한다는 세네카의 글에 동의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해서 추가로 씁니다.


위의 글은 부모가 자식의 죽음을 처음 알았던 순간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큰 충격을 받았던 첫 순간인 거죠. 큰 충격으로 침묵하게 되는 수가 있다는 걸로 해석하면 좋을 듯합니다. 실어 상태가 될 수도 있겠지요. 물론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울겠지요.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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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9-15 13: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 저도 저 대목에서 참 공감되었어요.
슬픔도, 기쁨도, 분노도 그렇습니다.행복도 불행이라는 느낌도요.
임계점을 넘겨야 터져나오는 것이지만 그마저도 넘게 되면
또다른 경지에 이르는듯요. ^^

페크pek0501 2022-09-15 16:37   좋아요 3 | URL
경험한 자만이 알 수 있는 경지에 이를 것 같습니다. 뭐든 경험해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듯요.
소설을 쓰고 시나리오를 쓰는 분들이 어느 부분은 상상력을 동원해 쓰겠지요. 그 점이 존경스럽습니다.
인간에 대해 잘 알아야 쓸 수 있겠다는 점에서요.^^

mini74 2022-09-15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익한 시간이란 상품 참 마음에 듭니다 페크님..그러고보면 나이가 들면서 질문을 받을 기회도 점점 줄어드는거같아요. 그러니 생각하고 답할 기회도 당연히...저는 너무 큰 슬픔은 실감도 나지 않고, 부정하게 되는 거 같아요. 울면 기정사실이 되어버릴까봐, 슬퍼하면 인정하는게 되니까요. ..

페크pek0501 2022-09-15 17:13   좋아요 2 | URL
맨 마지막 줄에 쓰신 댓글. 그런 걸 잘 정리해 놓으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런 게 인간 관찰기, 인 듯해요.
신기한 존재입니다. 인간이란...^^

서니데이 2022-09-16 22: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이해할 수 있고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다음부터는 감당할 수 없는 크기라서 받아들이기가 어려울거예요.
사람마다 그 범위는 다를 수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범위라는 것도 있긴 하겠지요.
경험하지 않았지만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마음도 있었으면 좋겠고요.
페크님, 밖에 비옵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페크pek0501 2022-09-17 14:20   좋아요 3 | URL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타인의 고통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스토킹에 시달리는 사람도 없을 텐데 말이죠.
요즘 일어나는 사건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토요일이군요. 하루는 더디게 가지만 일주일은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굿 데이~~~

서곡 2022-09-21 17: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부분과 관련하여 전에 제가 읽은 글이 있는데요. 제 페이퍼에 담아 놓았습니다~

서곡 2022-09-22 12:28   좋아요 1 | URL
문학평론가 신형철 교수가 칼럼으로 쓴 글인데 그의 단행본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 수록되어 있어요

페크pek0501 2022-09-22 13:14   좋아요 1 | URL
아, 서곡 님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서곡 님의 댓글을 보고 생각났어요. 신형철 님의 그 책을 갖고 있거든요. 아마 저도 밑줄을 쳐 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잊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몽테뉴의 위 글은 오디오로도 많이 들었던 것이라 익숙했거든요. 예전에 ebs 방송의 오디오로 들었어요. 그것도 반복해서 들었었지요. 남녀 성우 두 분이 읽어 주는 거였어요. 이것만 생각났었어요. 감사합니다. 저도 책을 찾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