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유시민 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이 책은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책일 것이다. 나도 흥미롭게 읽었다. 글쓰기와 관련하여 읽어 볼만한 글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는 것.

 

 

글은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려고 쓰는 게 아니다.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하려고 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화려한 문장을 쓴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에 다가서야 훌륭한 글이다.(91쪽)
- 유시민 저자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넷 모두 얻거나 하나도 얻지 못한다는 것.

 

 

앞에서 말했듯이 훌륭한 글은 뚜렷한 주제 의식, 의미 있는 정보, 명료한 논리, 적절한 어휘와 문장이라는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 만약 이 네 가지 미덕을 갖추는 데 각각 서로 다른 훈련이 필요하다면 글쓰기는 너무나 어렵고 복잡해서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다행히 그렇지가 않다. 이 네 가지는 따로따로 배우고 익히는 게 아니다. 넷 모두 한꺼번에 얻거나, 하나도 얻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다.(100쪽)
- 유시민 저자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낱말을 사용할 때 융통성을 가지라는 것.

 

 

지식을 뽐내려고 한자말을 남용하는 것, 민족주의적 언어미학에 빠져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토박이말을 마구 쓰는 것, 둘 모두 피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187쪽)
- 유시민 저자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2. 그런데 이 책엔 아쉬운 점이 있다

 

 

유시민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술은 필요하지만 기술만으로 잘 쓸 수는 없다. 잘 살아야 잘 쓸 수 있다.(261쪽)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삶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264쪽)
- 유시민 저자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이것은 한마디로 말해 좋은 삶을 살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겠다. 그런데 이렇게 쓴 저자는 과연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 책에서 나쁜 글과 좋은 글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기 위해 나쁜 글의 예를 다른 사람들의 글에서 뽑아 왔는데, 글쓴이의 이름을 실명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자기 글이 나쁜 글의 예가 된 것을 글쓴이 본인이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자존심이 상하고 심지어 모욕을 받은 기분까지 들지 않을까? 물론 글의 효과 면에서만 보면 나쁜 글을 쓴 사람의 실명을 밝히는 게 좋은 건 확실하다. 독자에겐(특히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겐) 신뢰가 가는 예가 될 것이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꼭 이렇게 남의 글의 결함을 들춰내야 하는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왜냐하면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 저자가 정작 자신은 누군가에게 모욕을 주는 책을 썼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나도 글쓴이의 실명을 밝히면서 나쁜 점을 지적하고 있는 셈이네. 이런 나에게 힘을 주는 글이 있네.

 

 

그렇지만 훌륭한 책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 (...) 많든 적든, 크든 작든, 모든 책에는 결함이 있다. 비판적으로 독해하지 않으면 결함까지 그대로 따라 배우게 될지 모른다.(130쪽)
- 유시민 저자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3. 팬을 갖고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하나의 책무가 따른다

 

 

글을 쓸 때 남의 결함을 들춰내는 일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이런 것에 주의하지 않고 책을 내면 저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독자가 생길지 모른다. 

 

 

독자 : 저자 님은 저에게 스트레스를 줬어요.
저자 : 제가 독자 님에게 무슨 스트레스를 줬다는 말인가요?
독자 : 저는 저자 님의 팬이었어요.
저자 : 그런데요?
독자 : 앞으론 남들에게 저자 님의 팬이라고 말하기가 곤란해졌어요.
저자 : 왜요?
독자 : 제가 저자 님의 팬이라고 말했더니 어떻게 그런 사람을 좋아할 수 있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어요.
저자 : 무슨 말이죠?
독자 : 글을 잘못 쓴 글쓴이의 실명을 책에 밝혀서 글쓴이에게 망신을 준 사람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느냐는 거지요. 저자 님을 인격 면에서 신뢰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 그런 저자 님을 좋아하는 저까지 신뢰성이 떨어지겠죠.
저자 : (...)

 

 

글을 쓸 때 글의 효과냐 글쓴이의 인격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다시 말해 글의 효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할까 글의 효과보다 글쓴이의 인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할까, 그것이 문제로다.

 

 

나의 생각. 팬을 갖고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하나의 책무가 따른다. 팬들을 실망시키면 안 되는 책무를 말함이다.

 

 

글은 정직해서 글을 쓴 사람을 드러내고 만다. 글을 보면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림으로 말하면 글쓴이를 세밀화로 그릴 수는 없어도 스케치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중에 그 스케치가 맞아떨어졌음에 놀란 적이 몇 번 있다. 세밀화가 아닌 스케치였음에도(대충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상과 실제의 거리가 꽤 가까울 때가 많다. 그래서 글은 곧 그 사람이라고 보게 된다.

 

 

글은 곧 그 사람이니 글쓴이는 글을 세상에 내놓기 전에 ‘자기 검열’을 하는 게 좋겠다. 글을 쓴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그 글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자기 글을 읽어 보고 문제가 없는지 따져 보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고 든 생각이다.

 

 

 

 

 


.......................................................
<후기>


이 글을 써 놓은 지가 일주일이 지났는데 이제야 올린다. 이유는?
누군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이 유쾌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해 보고 올려야 할 것 같아서다.
그런데 그냥 오늘 올린다. 이유는?

1) 쓴 글을 버리자니 아까워서.

2) 버리고 나서 나중에 똑같은 내용으로 또 쓰게 될까 봐.

3) 할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래야 더 나은 세상의 방향을 잡을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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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9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0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07-2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또 한바탕 분 바람 때문인가요?
정말 도 닦는 심정으로 글을 써야하는 것 같은데
sns붐을 타고 글들이 많이 조악해졌어요.
사람들의 은어 사용량도 많아지고...
세종대왕이 보시면 엄청 놀라실 거 같아요.
내가 이러려고 한글은 창제한 게 아닌데 하면서 말이죠.ㅠㅋ

이 책 괜찮은가 봅니다.
요즘 글쓰기 책이 너무 많이 나오는지라
저는 작가들의 글쓰기에 관심이 많죠.ㅎ

페크(pek0501) 2015-07-30 15:44   좋아요 0 | URL
한바탕 분 바람을 저도 쐬었습니다.
이곳이 만만하지 않고 조심스러워야 하는 곳이긴 하죠?

글쓰기 책은 저는 다 좋더라고요. 별로 건질 게 없다고 생각되는 책도
읽는 동안은 흥미롭게 읽게 되어요. 관심사이기 때문이겠죠...

덥습니다. 잘 지내시나요?
더워서 부엌에 들어가는 대신 외식을 할까, 고민중이에요.
남편만 빼면(남편은 집밥을 제일 좋아해서) 애들은 외식을 좋아해요.

또 봅시다.

cyrus 2015-07-29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고 지내는 모 일간지 기자님이 말씀하기시를, 내 글이 상대방에게 평가를 받는다거나 토론을 하면 상대방을 위해서 져주는 태도를 보여라고 조언한 적이 있습니다. 전문가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약점이 나올 때가 있어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 실수를 정중하게 지적한 분에게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원만히 지나갈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상대방의 지적에 굽히면 더 안 좋은 소리를 들을까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자신의 실수를 조금이라도 덮으려고 하죠.

페크(pek0501) 2015-07-30 15: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대부분 그래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지요. 자존심도 상하고 또 남들에게 실력 없는 못난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서겠죠.

으음~~ 님의 글을 읽으니 저도 져 주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이기려고만 해서 추하게 느껴질 때 시루스 님이 슬며시 비댓으로 저에게 조언을 해 주세요.
˝페크 님, 그렇게 이겨려고 할 필요가 없어요. 지는 자가 이기는 자예요.˝

그러면 제가 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태도를 바꿀지 모릅니다.

˝당신의 말이 다 옳다. 당신이 이겨라. 난 질게.˝라고 하면서... 하하~~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가장 모르는 게 자기 자신이 아닐까 해요. 경험해 봐야만 알 수 있을 듯요. 중요한 건 상황이에요. 어떤 상황이 오느냐에 따라 저는 이런 얼굴을, 또는 저런 얼굴을 보여 주겠죠. 어쩌면 제가 갖고 있는 여러 가면 중에서 하나 고를지도 몰라요.

날씨가 더운데 시원한 도서관에서 보내십니까?
그동안 방문하지 못했는데, 님의 글을 보러 가야겠군요. ^^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신경숙 작가도 이십 대엔 오정희 작가와 이청준 작가의 소설을 노트에 베껴 썼다고 한다.(내 기억이 맞다면.)

 

 

 

나도 예전 삼십 대 초반엔 책을 읽으며 좋은 문장을 뽑아 노트에 베껴 쓰는 게 하나의 취미였다. <톨스토이 인생론>, <팡세>, <생활의 발견> 등을 베꼈고 박완서 작가의 여러 단편 소설을 베꼈다. 요즘도 마음먹고 베낄 때가 있지만 좋은 문장을 여러 번 읽는 걸로 대치하는 경우가 많다. 쓰는 게 시간이 걸리다 보니 손으로 베끼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베끼는 것이다. 손으로 베끼든 마음으로 베끼든 좋은 글을 반복해서 읽는 것은 좋은 공부라고 생각한다. 창조적인 글쓰기는 모방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최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재밌게 읽었다. 술술 읽히는 책이라서 3일만에 다 읽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하는데,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면 좋을 책으로 세 권을 권하고 있다. 책 세 권을 두세 번이 아니라 열 번 정도 읽어보기를 권한다고 한다.

 

 

 

저자가 권하는 책 세 권은 다음과 같다. 

 

 

 

박경리, <토지> : “어휘를 늘리는 동시에 단어와 문장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즐기고 익힐 수 있는 책으로는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1부 네 권만 읽어도 된다. 2부 다섯 권까지 읽으면 더 좋다. (...) 굳이 단어나 문장을 암기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읽고 잊어버리고, 다시 읽고 또 잊어버리고, 그렇게 다섯 번 열 번을 반복하면 박경리 선생이 쓴 단어, 단어와 단어의 어울림,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저절로 뇌에 ‘입력’된다. 그리고 글을 쓸 때 그 단어와 문장을 자기도 모르게 ‘출력’하게 된다.”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137~138쪽.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 “<자유론>에서 밀은 단 하나의 질문을 다루었다. 어떤 경우에 국가나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가? <자유론>은 놀라운 책이다. 우선 내용이 놀라울 만큼 훌륭하다. 개인의 자유와 관련한 중대한 쟁점을 철학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해명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그 훌륭한 내용을 사회에 대한 기초 지식과 평범한 수준의 독해력만 있으면 누구나 어려움 없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썼다는 것이다. 밀은 아무리 심오한 철학이라도 지극히 평범한 어휘와 읽기 쉬운 문장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책을 거듭 읽으면 밀이 구사한 어휘와 문장, 그가 펼친 논리와 철학적 안목을 힘들지 않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자유론>과 같은 인문학 고전과 교양서를 많이 읽어야 한다.“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145쪽.

 

 

 

칼 세이건, <코스모스> : “칼 세이건 박사는 <코스모스>에 1980년대까지 인간과 생명, 지구와 우주에 대해서 인류가 알아낸 거의 모든 것을 압축해서 담았다. (...) 비록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은 언론에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그것이 야기한 정치적 · 윤리적 · 사회적 논쟁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기초 지식을 제공한다. 여러 번 읽으면 책이 담고 있는 모든 개념, 어휘, 개념의 상호 관계, 새로운 과학적 사실에 대한 해석, 간결하고 품위 있는 문장을 한꺼번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책 한 권이 때로는 기적이라 해도 좋을 만한 정신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코스모스>가 바로 그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149~150쪽.

 

 

 

저자는 그밖에도 좋은 책을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 책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놓았다.

 

 

....................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글을 쓰는 데 꼭 필요한 지식과 어휘를 배울 수 있으며 독해력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둘째는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자기의 생각을 효과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문장 구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인이 쓴 것이든 외국 도서를 번역한 것이든 다르지 않다.

 

셋째는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이다. 이런 책이라야 즐겁게 읽을 수 있고 논리의 힘과 멋을 느낄 수 있다. 좋은 문장에 훌륭한 내용이 담긴 책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으면 지식과 어휘와 문장과 논리 구사 능력을 한꺼번에 얻게 된다.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136~137쪽. 
....................

 

 

 

 

 

 

 

 

 

 

 

 

 

 

 

 

 

 

 

 

...............................................................
글쓰기에 관심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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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5-2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집을 읽다가 좋은 시를 발견하면 베껴 씁니다. 그런데 책 한 권을 통째로 베껴 쓰기는 잘 할 자신이 없어요. 제가 귀차니즘이 심해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15-05-29 17:05   좋아요 0 | URL
첫 댓글을 환영합니다!!!

아! 그래서 글을 잘 쓰시는 거군요. 님이 글 잘 쓰시는 비결이 뭘까 궁금했어요.
저는 여러 번 읽기를 시도해 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말한 대로요. 이 책을 잘 읽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각오를 새롭게 할 수 있어서예요. 이런 글쓰기 책은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아요.

감사합니다. ^^

stella.K 2015-05-3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그가 권하는 책은 좋긴한데 제가 읽기엔 벅찬 것들이군요.ㅠ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이우혁 작가 소설특강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토지>를 언급하긴 하더군요.
그 책은 하나의 세계를 다뤘다고. 하지만 재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저도 2권까지 읽었나 하고 포기했죠.ㅠ

페크(pek0501) 2015-05-31 00:22   좋아요 0 | URL
저도 <토지>는 읽기가 벅차 포기했던 책이에요. 저자는 앞의 네 권만 읽어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자유론>은 읽어 볼 만한 책이에요. 흥미로운 주제에다가 일단 두껍지 않아서요.

마태우스 2015-05-3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세권 중 코스모스만 읽었는데요, 너무 재미없어서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같은 저자가 쓴 콘택트는 정말 명작이던데, 역시 전 과학자 체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페크(pek0501) 2015-06-03 11:55   좋아요 0 | URL
하하~~
저는 자유론을 읽다가 말았답니다. 어느 정도 읽고 나니 핵심을 다 알아 버려서 말이죠. 다시 읽어 끝까지 읽으려 합니다. 자유론보다는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훨씬 재밌고 유익한 것 같아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2015-05-31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3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년 한 해 동안 읽었던 책 중에서 내가 좋아했던 책은 어떤 책이었을까? 특히 어떤 글 때문에 그런 책을 좋아했을까? 여러 책 중에서 열 권만 뽑아 정리해 보았다. 

 

 


   
1.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

 

 

 

 

 

 

 

 

 

 

 

 

 

누구나 중년을 넘어서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리라. 은퇴를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오기 때문이다. 강제적으로 은퇴할 수도 있고 스스로 은퇴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은퇴란 그동안 머물렀던 친숙한 삶의 무대에서 퇴장하여 다른 낯선 곳으로 이동함을 말한다. 아름다운 곳에서 덜 아름다운 곳으로 이동함을 말한다. 그래서 은퇴엔 즐거움보단 쓸쓸함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은퇴한 뒤 직업 없이 살면서도 인간은 행복할 수 있을까?

 

 

젊은이들은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직업 없이 사는 노년의 삶에서도 즐거움은 있다고 한다. 인간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어 잘 적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은퇴한 뒤에도 즐거울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은퇴한 지 몇 년쯤 지나면 사람들은 새로운 삶을 즐겁게 이야기한다. 시간이 남기는커녕 오히려 부족하다고 불평한다. 심지어 과거에 어떻게 직장 생활을 견뎌냈는지 의아스러운 기분도 든다. (…) 아울러 새로운 취미도 생긴다.(270쪽)
-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저,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에서. 

 


외면엔 주름살이 생기고 머리가 하얗게 세더라도 내면엔 무엇이든 새롭게 보려는 젊음이 숨 쉬고 있다면 늘 젊은 기분으로 새로운 세상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비록 시력은 저하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데 새로운 (은유적) 안경이 생긴다. 젊음을 느끼기 위해서는 실제로 젊어지는 것보다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점이기 때문이다.(283쪽)
-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저,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에서.

 

 

 

 

 

 

2.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만약에 당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데 동료 사원이 그 남자와 결혼한다고 갑자기 발표를 한다면 당신의 반응은?

 

 

그럴 때 당신은 상대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면서 동시에 자신을 위로하게 되지 않을까? 모리모토처럼 마음속으로 ‘힘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와이 : 저기, 사실은 할 얘기가 있어. 아직 이른 얘기지만, 결혼하기로 했어.
모리모토 : 오~
이와이 : 그래서 일은 그만 두려고.
모리모토 : 계속 하지 왜~
이와이 : 나도 계속하고 싶은데, 있잖아, 저기, 나카다 매니저와 결혼해.
모리모토 : 뭣? 너무해~ 정말 전혀 몰랐어!! 축하해~ (힘내~) 언제부터 사귄 거야? (슬퍼하는 건 집에 돌아가서부터.)
이와이 : 모리모토 씨는 동료사원이기도 하고, 가장 먼저 알려주고 싶어서.(88쪽~89쪽)
- 마스다 미리 저,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에서.  

 

 

하하~~ 이 글을 읽고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만화이긴 하지만 이런 솔직한 표현에 매료되어 이 저자의 책을 몇 권 더 사 봤었다.

 

 

 

 

 

 

3. <초역 니체의 말 2>

 

 

 

 

 

 

 

 

 

 

 

 

우리가 어떤 세계를 바라볼 때 그 세계 자체만 보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내 마음이 보는 세계’인 것이다. 그래서 ‘눈이 오는 풍경’도 누구에겐 즐거운 풍경이 될 수 있고 누구에겐 쓸쓸한 풍경이 될 수 있는 것.

 

 

이를 시적으로 표현한 니체의 글이 있다.

 

 

사람의 눈은 카메라의 렌즈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렌즈처럼 앵글에 비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투과시키지 않는다. 가령 석양에 물든 산자락을 넋을 잃고 바라볼 때도 자연의 풍광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는 마음을 비우고 본다 생각할지라도, 실상은 바라보는 대상 위에 영혼의 얇은 막을 무의식적으로 덮어씌운다. 그 얇은 막이란 어느 사이엔가 성격이 되어버린 습관적인 감각, 찰나의 기분, 다양한 기억의 편린들이다. 풍경 위에 이러한 막을 얹고, 막 너머를 희미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즉 인간이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 사람의 일부이다.(21쪽)
- 프리드리히 니체 저, <초역 니체의 말 2>에서.

 

 

내가 바라보는 세계란 내 마음을 담아서 보는 세계일 터.

 

 

니체의 글을 읽으면 산문을 읽는다기보다 시를 읽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4. <인간의 굴레에서 1>

 

 

 

 

 

 

 

 

 

 

 

 

 

 

2014년 한 해 동안 나를 가장 즐겁게 해 준 책이다. ‘다시 읽어 볼 책 10위’ 안에 드는 책.

 

 

이 책의 저자인 서머싯 몸으로 말하면 내게 글감을 가장 많이 준 저자다. 그의 저작을 읽고 26편의 글을 쓸 수 있었다.(세어 보니 이 서재에 26편의 글을 올렸다.)


 
우리가 (그림을) 그리고 난 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중요하지 않아. (그림을) 그리는 동안 우리는 그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다 얻었으니까.(405쪽)
-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1>에서.

 

 

내가 글을 쓰면서 소모했던 육체적 노동력과 시간에 대해 아까워해 보지 않았다. 내가 쓴 글들이 설령 책으로 묶어 나오지 못하고 휴지 조각이 된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글을 쓰면서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으니까. 글을 쓰면서 기쁨, 즐거움, 설렘, 만족, 보람 등을 다 얻었으니까.

 

 

 

 

 

 

5. <인간의 굴레에서 2>

 

 

 

 

 

 

 

 

 

 

 

 

 

 

<인간의 굴레에서 1>에 이어 재밌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책이다.

 

 

난 말야, 아주 행복하다네. 이것 봐. 내 시 교정지일세. 알아두게. 다른 사람들은 (이곳에서) 불편에 괴로워할지 몰라도 난 아랑곳하지 않네. 꿈을 가지고 살면서 시간과 공간의 지배자가 되기만 한다면, 생활 환경이 무슨 대수겠는가.(169~170쪽)
-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2>에서. 

 

 

감옥에서도 열정을 가지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불행한 사람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시간과 공간의 지배자가 되었는데 말이다.

 

 

 

 

 

 

6.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어느 자원봉사자에게 들은 적이 있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이 누군가를 돕는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봉사는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까지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그리고 봉사를 통해 배우게 되는 게 많다는 것을.

 

 

소년이 무슨 일인가로 잔뜩 기분이 상하고 풀이 죽어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을 때면 엄마가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는 것이다. “얘야, 너 오늘 영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구나. 그럴 땐 어떻게 하는지 알지? 얼른 나가서 누구든 다른 사람을 좀 도와줘보렴.”(39쪽)
- 도정일 저,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에서.

 

 

‘우울할 땐 누군가를 도와주기.’

 

 

참 멋진 말이다.

 

 

 

 

 

 

7.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마음의 상처가 많은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얼마 전 나는 수영장에 갔다가 한 여자가 다른 여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 수영장에 입장권을 사지 않고 뒷문으로 몰래 들어온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고는 곁눈으로 힐끗 나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그녀가 나를 지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마음이 상한 나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따질지, 아니면 수영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갈지 고민했다. 그러나 거기에서 멈췄다. 나는 더 이상 아무 생각도 이어가지 않았고 화를 내지도 않았다. 나는 풀 안으로 들어가서 수영을 했고 건너편에서 그 여자가 헤엄을 치며 내 쪽으로 다가오자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결코 친구가 될 수는 없었지만, 서로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나는 마음이 상한 원인을 그녀의 잘못으로 돌려주었다. 근거도 없이 함부로 남을 의심하는 것은 그녀의 잘못이지 내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230쪽)
- 배르벨 바르데츠키 저,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에서. 

 

 

‘근거도 없이 함부로 남을 의심하는 것은 그녀의 잘못이지 내 탓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는 것. 

 

 

 

 

 

 

8. <외면일기>

 

 

 

 

 

 

 

 

 

 

 

 

 

 

내가 느낀 대로, 나무들이  서로 사이좋게 잘 어울리며 자라나고 있는지 알았다.

 

  

나무들이 서로를 미워하며 저마다 공간과 빛을 독차지하려고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숲 속에 들어가면 강제수용소 같은 증오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 집 정원의 모습이 달라진다. 어떤 나무들은 사라지고 어떤 나무들은 엄청난 크기로 자란다.(18~19쪽)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에서.

 

 

무엇을 정확히 알기 위해선 꼭 한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보이는 대로 보지 않으려는 의도적인 노력’이다. 보이는 대로만 보려고 할 때 진실을 왜곡하게 된다. 

 

 

 

 

 

 

9.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마음이 아픈 것은 싫지만 아픔을 경험함으로써 마음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삶이 우리에게 주는 하나의 위안이다. 

 

 

“행복은 몸에 좋지만, 정신의 강인함을 발달시켜주는 것은 바로 슬픔이다.” 이 슬픔은 우리가 더 행복한 시절이라면 회피했을 일종의 정신적 체육 활동을 거치도록 해준다. 실제로 그의 말에 담긴 암시란, 우리가 정신 능력의 발달에 진정한 우선순위를 둔다면, 우리는 만족보다는 오히려 불행한 채로 있는 편이 더 나으리라는, 그리고 플라톤이나 스피노자를 읽는 것보다는 오히려 괴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편이 더 나으리라는 것이다.(95쪽)
- 알랭 드 보통 저,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에서.

 

 

불행이나 슬픔을 겪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노력할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10. <영원의 철학>

 

 

 

 

 

 

 

 

 

 

 

 

깨달음을 주는 글은 언제나 좋다.

 

 

배 한 척이 강을 지나가고 있는데 사람이 없는 빈 배가 와서 충돌하려 한다고 가정해보라. 아무리 성마른 사람이라도 버럭 화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배에 누군가 타고 있다면, 다가오지 말하고 소리칠 것이다. 만일 소리쳐도 듣지 못하고 여러 번 고함을 지르게 만든다면 결국 욕설을 퍼붓게 될 것이다.
첫 번째 경우에는 화를 내지 않았지만, 두 번째 경우에는 화를 내게 된다. 왜냐하면 첫 번째 경우 그 배가 비어있었지만, 두 번째 경우에는 누군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어있는 채로 삶을 살아간다면 누가 그에게 해를 입힐 수 있겠는가?
<장자>
(190쪽)
- 올더스 헉슬리 저, <영원의 철학>에서.

 

 

마음을 비우게 되면 작은 것에도 감사할 수 있는 넉넉함이 생긴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된 것은 독서 덕분이다.

 

 

더 많이 깨닫기 위해 책을 계속 읽으리라.

 

 

 

 

 

 

 

**************************************

 

 

책 읽기 : 며칠 고단하게 보냈다. 그래서 병이 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야지.’ 하고 마음먹고 ‘휴식의 날’을 보내기로 했던 며칠 전, 깨달았다. 쉬기만 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티브이를 보고 있자니 지루했고 누워만 있자니 지루했고 낮잠을 청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휴식의 날’을 보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래도 컴퓨터를 하는 것보단 책을 읽는 것이 덜 고단하겠지, 생각하면서.

 

 

책 없이도 내가 살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반복해 온 생활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을까? 이미 난 독서하며 사는 습관의 노예가 된 것 같다. 책 없이 산다는 게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 것 같다. 좋은 건가 나쁜 건가? 물론 좋은 거겠지.

 

 

 

 

글쓰기 : 내가 글을 잘 쓰고 싶은 이유를 최근 새롭게 찾았다. 내가 특별하게 잘하는 게 없다 보니 글이라도 잘 쓰고 싶은 것이다. 글쓰기가 취미니까 취미가 재능이 되길 바랐던 것. 하나라도 잘하면 사는 데에 힘이 날 것 같아서다. 글을 잘 쓰면 그 재능이 소중한 자산이 되어 내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의 열등감을 날려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아서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나에겐 그런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나는 초등학교 때 글을 잘 써서 받는 상장을 타 본 적이 없을뿐더러 글을 잘 쓴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아마 작가들은 어릴 적부터 글을 잘 쓴다는 소리를 들었고 글을 잘 써서 상장을 받은 경험도 있으리라.) 다만 일기 쓰는 걸 좋아해서 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꾸준히 일기를 썼다는 게 중요하다면 중요한 사실이다. 매일 쓴 것은 아니고 한 달에 몇 번씩 꾸준히 써 왔는데 지금까지 30년 넘게 쓰고 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결혼하기 전, 이십 대에 잡지사 기자가 되었고 이때부터 기사를 쓰면서 글쓰기와 친하게 되었다. 밖에 나가 취재하는 것보다 사무실에서 기사 쓰는 게 더 좋았다. 글쓰기의 매력을 발견한 것이 이때다. 이 발견은 중요하다. 나의 삶의 지도를 바꾸어 버렸으므로. 감히 글을 쓰겠다고 덤빈 것이 바로 그때 발견한 글쓰기의 매력 때문이었으므로.

 

 

결혼하고 나서 4년 뒤부터 모 교육기관에서 소설과 드라마 강의를 들었다. 나중엔 교육기관을 옮겨서 시 강의도 들었다. 이런 배움의 시간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람이 아닌 것 - 책 - 에 대해 설렘을 가져 본 최초의 경험이었다. 책에 대한 설렘은 ‘문학’, ‘독서’, ‘작가’ 등의 낱말만 들어도 설렘을 느끼는 것으로 이어졌다.  

 

 

 

 

pek0501의 서재 : 왜 사람은 일을 벌이며 살 필요가 있는가? 이걸 알아냈다. 마음이 우울한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바쁘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때론 마음이 울적한 숲을 거닐 때가 있겠지만 그 숲에 갇히지 않기 위해선 ‘바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바쁨을 내게 선물한 것이 ‘책 읽기’와 ‘글쓰기’이다. 책 읽기와 글쓰기가 없었다면 지난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을까 종종 생각한다. 그리고 내 인생 속에 책 읽기와 글쓰기를 끼게 해 준 것이 이곳 서재이다. 그래서 이곳 서재는 내게 중요한 공간이다. 이 공간은 나의 즐거운 놀이터이면서 삶의 위안의 장소이다. 

 

 

 

 

2014년을 보내며 : 책이 있어서 행복한 2014년을 보낸 것 같다. 특히 프리드리히 니체의 책을 만나서 행복했고, 서머싯 몸의 책을 만나서 행복했고, 미셸 투르니에의 책을 만나서 행복했다. 이러한 책들을 통해 글 쓰는 방법만 배운 게 아니라 사고하는 방법까지 배우게 된 건 큰 수확이었다.

 

 

오늘 하루가 가고 나면 해가 바뀐다.

2015년엔 또 어떤 책이 내게 행복한 시간을 선사하게 될지 모르겠다.

새해에도 크고 작은 기쁜 일들과 함께 크고 작은 슬픈 일들이 일어나겠지만
책이 내 옆에 있는 한, 행복한 2015년이 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 믿는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5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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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4-12-31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제가 읽으려고 준비해놓은 `인간의 굴레에서`와 `프루스트가 우리 삶을 바꾸는 방법`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글을 쓰는 목적을 읽으며 같은 기분을 느꼈고 기자가 되셨다는 말씀에 왠지 흐믓해 지는 마음은 은근한 동지애를 느꼈나봅니다^^ 새해에도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 많이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늘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시길 바래요^^

페크(pek0501) 2015-01-02 14:5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행복한 2015년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4-12-31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5-01-02 14:5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님도 좋은 일 가득한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stella.K 2014-12-31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좋은 책이 많이 쏟아져 나왔는데 참 많이 못 읽었어요.
이걸 내년에도 읽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년초부터 읽기로 예약된 게 많고, 아직 사 놓고 읽지 않은 책도 많아서...
저는 읽어야 할 책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게 관건인 것 같은데
내년엔 더 노력해 봐야겠어요.
좋은 책이 있어서 그나마 외롭지 않고 살만하다 싶어요.
내년에도 좋은 책들과 함께 복된 한 해 되시길 빌어요.^^

페크(pek0501) 2015-01-02 14:55   좋아요 0 | URL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가 봐요.
쌓여 있는 책을 보면, 저걸 다 언제 읽나, 하면서도
돌아서면 다른 책을 또 구입하고 있는 저의 모습...
님도 그렇겠지요.

보다 좋은 2015년이 되시길...

야클 2014-12-3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년에 좋은 글들 잘 읽었습니다. 발자국 자주 안 남기고 가서 죄송하네요. ^^

페크(pek0501) 2015-01-02 14:58   좋아요 0 | URL
시정마에 대한 이야기를 잘 읽은 독자입니다.
댓글을 남기려다가... 망설이다가... 그만두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의 소심함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 죄송하니, 퉁 치도록 합시다.
반가웠습니다. 행복한 새해가 되시길...

yamoo 2015-01-04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흠...20대에 잡지사 기자 경력을 가지신 분이었군요! 조만간 이 서재에서 쓴 페이퍼를 모아 책으로 낼 날이 있을 겁니다. 아마도 포스팅이 쌓이면 출판사에서 서재 글 보고 오퍼가 오겠지요. 글쓰는 사람들은 글의 포스 정도는 알아보니까요.

그나저나 개인적으로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페크님 글을 읽으니 페이퍼를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쓰신 글 중에서 일부분을 갈무리 해 가서 페이퍼를 쓰겠습니다..ㅎㅎ

행복한 15년 되시길 빕니다, 페크님!

페크(pek0501) 2015-01-05 17:58   좋아요 0 | URL
하하~~ 제가 듣기 좋은 말씀만 해 주시는군요.



페이퍼 퍼 가시는 것, 얼마든지 좋습니다.

야무 님도 행복한 15년이 되시길요... ^^


2015-01-05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5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5-01-1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글을 먼저 읽어서 뜬금없는 댓글을 드립니다. 24권이 목표라고 하셨죠. 저도 한때는 그 정도 읽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일상에 치이니까 그것도 참 어려운 목표일 수 있겠다 싶어요. 글구... 제가 한창 책 읽을 때 말이죠. 100권이 기본 목표였는데 다른 사람들과 다투었던 적이 있어요. 상하로 된 책, 상중하로 된 책을 전 당연히 2권, 3권으로 카운트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이들은 그건 반칙이라고 하더군요. 근데 님은 인간의 굴레를 두권으로 치네요. 저랑 생각이 같아서 반갑습니다.

페크(pek0501) 2015-01-13 23:27   좋아요 0 | URL
하하하~~~
님은 재밌어서 늘 저를 웃게 합니다.

반칙아닙니다. 인간의 굴레 같은 경우엔 두 권을 합해 천 쪽이 넘는 분량인데
이걸 어찌 한 권으로 칠 수 있겠습니까? 사실 세 권으로 쳐야 할 것 같은데
제가 한 권을 손해 본 것입니다.
저는 한 권의 기준을 300쪽쯤으로 봅니다. 그래서 150쪽의 책을 두 권 읽었다면 그 두 권을 합해 한 권으로 쳐서 독서 노트에 기록합니다. 얇은 책은 다 이런 방식으로 해요.
독서 노트 맨위에 써 놓으세요. 한 권의 기준은 300쪽이라고요... 하하하~~~

제가 독서에 열을 올리는 건 아마 독서 노트 때문인 듯해요.
한 권 읽을 적마다 노트에 추가시키는 재미는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듯해요.
당연히 님은 아시겠죠? ^^


마태우스 2015-01-14 14:55   좋아요 0 | URL
그럼요. 책읽는 수치가 쭉쭉 올라가는 것도 무지 재밌습니다. 근데 님은 150쪽 책을 두권 읽으면 한권으로 치시는군요. 음, 정말 확고한 원칙을 갖고 계시네요. 제가 비난받는 건 제 원칙이 너무 권수에 집착하는 걸로 보여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상중하는 세권, 100쪽짜리 책도 한권....ㅠㅠ

페크(pek0501) 2015-01-14 22:59   좋아요 0 | URL
하하~~
상중하는 세 권이 맞습니다. ^^
 

 

 

1. <작가 수업> : ‘작가 수업’이라고 해서 내가 작가 수업 중이라는 말이 아니다. 책 제목일 뿐이다. 작가가 되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긴 하다. 젊은 날엔 무슨 꿈인들 꾸지 못하랴. (한 가지 덧붙이자면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보다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는가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요즘 느낀다.)

 

 

<작가 수업>이란 책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얻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이제 새로운 무엇이란 건 없는 것 같다. (저 책에서 읽은 것을 이 책에서도 읽게 되니) 그 얘기가 그 얘기다. 그래도 중복된 글을 읽는 게 싫지 않으니 이런 책들을 계속 즐겨 읽게 된다. 복습이라고 생각하며 읽는 것도 좋다. 원래 자신이 흥미로운 것에 대해선 싫증이 없는 법이다.

 

 

 

 

 

 

 

 

 

 

 

 

 

도러시아 브랜디 저, <작가 수업>

 

 

 

 

“초보자들이 이 책을 통해 글을 잘 쓰는 법보다는 작가가 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면 나의 목적은 이루어지는 셈이다. 글을 잘 쓴다는 것과 작가가 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39쪽)라고 밝혔듯이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또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이 책 속엔 좋은 말들이 많이 있다.

 

 

일을 즐길 수 있는 비결은 잘하는 것이다. 또한 일을 잘하고 싶으면 즐겨라.(펄 벅) - <작가 수업>, 75쪽.

 

 

어떤 일을 즐길 수 있기 위해선 잘해야 하는 것이구나. 야구를 즐겁게 보려면 야구 용어와 경기 규칙을 잘 알아야 하듯이, 클래식을 즐기려면 그것에 조예가 깊어야 하듯이 그렇겠군.

 

 

인생은 위험한 줄타기 아니면 안락한 침대다. 나는 줄타기를 택하련다.(이디스 워턴) - <작가 수업>, 83쪽.

 

 

그렇군. 나는 줄타기를 싫어하고 안락한 침대를 좋아해서 요런 삶을 살고 있는 건가. 아, 그래도 난 위험한 줄타기는 싫다. 안락한 침대가 좋아.

 

 

사람들은 평가를 요청하지만 사실은 칭찬을 듣고 싶을 뿐이다.(윌리엄 서머싯 몸) - <작가 수업>, 89쪽.

 

 

이것 어디에서 본 문장이다. 서머싯 몸의 소설에서 본 것 같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열 번쯤 평가를 요청했다면 그중 한두 번은 칭찬보단 자기 글의 문제점을 듣고 싶을 것 같은데. 내 글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정말 알고 싶잖아. 고치고 싶잖아. 그래야 더 나은 글이 될 테니까. 

 

 

좋은 소설은 주인공에 관한 진실을 들려주지만, 나쁜 소설은 작가에 관한 진실을 알려준다.(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 <작가 수업>, 119쪽.

 

 

많이 본 내용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이렇게 되겠다. ‘작가의 목소리를 내지 말고 작중 인물들이 스스로 말하게 하라.’ 만약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은 소설을 쓰지 말고 수필이나 칼럼을 써야 할 듯.

 

 

동료나 선배보다 나은 자가 되려고 애쓰지 말라. 자신보다 나은 자가 되려고 노력하라.(윌리엄 포크너) - <작가 수업>, 187쪽.

 

 

자기 자신을 뛰어 넘기. 흔하게 듣는 이 말이 이렇게 오래된 말이었구나. 

 

 

불만이 없는 자는 만족할 수 없다.(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 <작가 수업>, 197쪽.

 

 

이 말에 따르면 “제 삶에 불만이 하나도 없고 만족해요”라는 말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인가? 불만이 있어서 소망(꿈 또는 바람)이 있을 때 인간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인가? 의미심장한 말 같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라는 것. 만약 오후 4시에 글을 쓰기로 했다면 그 시간엔 무슨 일이 있어도 글을 쓰라는 것. 습관은 중요하니까.

 

 

글을 쓸 15분을 언제 내는 게 좋을지 정하라. 앞으로는 이 15분 안에 글을 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작가 수업>, 85쪽.

 

 

외출 중에도 휴대용 타자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글을 쓰라는 것.

 

 

전업 작가는 타자기를 두 대, 즉 표준 타자기와 휴대용 타자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 <작가 수업>, 199쪽.

 

 

글을 잘 쓰려면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앉으나 서나 글쓰기 생각. 늘 글쓰기에 집중하라는 것.

 

 

나는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책은 만화책 읽듯이 가벼운 흥미를 가지고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뻔한 내용이 많지만 그중에도 건질 건 있기 마련이다. ‘뻔할 책이야 그래서 이런 책은 보지 않을 거야.’ 하면서 이런 책을 무시하는 순간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책이든 존경하기, 이것이 뭔가 배우려는 사람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한다. 난 배우는 것을 즐기는 사람.

 

 

 

 

 

 

2. <인간의 굴레에서> : 며칠 전 여기저기 다니면서 일곱 곳의 서재에 댓글을 썼다. (이런 좋은 일도 하고 살아야 하는 거다.) 그중 두 분의 답글에서 서머싯 몸의 작품을 나 때문에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님의 답글 : “저도 모옴을 좋아해서 페크님의 성실하고 깊이 있는 모옴 읽기 여정에 저도 동행중이랍니다.^^”

 

 

또 어느 님의 답글 : 지금 열심히 <인간의 굴레에서>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또 새롭네요. 새로워요...

 

 

내가 서머싯 몸의 작품에 대한 감상을 몇 개 쓴 것에 뿌듯함을 느끼게 해 주는 답글이었다. 두 분께 감사하다.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1>, <인간의 굴레에서 2>

 

 

 

 

만약 소설을 쓰려는 분이 있다면 <인간의 굴레에서>를 적극 추천한다. 인생과 예술에 대한 글이 사색적이면서도 읽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그냥 쭉 읽어선 안 되고 밑줄을 그으면서 문장 하나하나를 씹어서 음미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노년에 다시 읽어 볼 책으로 50권을 추려 놓으려는데 그 50권 안에 <인간의 굴레에서>는 당연히 들어간다. 그 50권을 반복해 읽으며 노년을 보낼 생각이다.

 

 

말이 나온 김에, 그동안 올린 적 없는 문단 하나를 소개한다. 외국에서 사는 경험의 이점을 말하는 글이다.

 

 

외국에서 살게 되면 깨닫게 되는 게 있다고 한다.

 

 

외국에서 사는 경험이 주는 이점은 같이 어울려 사는 사람들의 행동 방식과 관습에 접하는 동안, 국외자로서 그들을 관찰하고 당사자들이 당연하게 믿고 있는 그 행동방식과 관습에 실은 어떤 필연성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자명한 믿음도 외국인에게는 우스꽝스럽게 여겨진다는 사실을 반드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 그는 이제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없음을 깨달았다. 만사는 목적에 순응할 뿐이었다. - <인간의 굴레에서 1>, 431~432쪽.

 

 

행동방식과 관습에 실은 어떤 필연성도 없다는 것.

 

 

우리에겐 상투를 자르면 큰일이 난다고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다. 남자가 귀고리를 하면 이상하다며 쳐다보던 시대가 있었다. 미래엔 남자가 치마를 입어도 예사로 보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그 무엇에도 필연성은 없는 거니까. 바지에 비해 치마가 시원한 옷이어서 무더운 여름에 남자들이 치마를 선호하는 시대가 올지 모를 일이다. 그런 시대가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랴. 만사는 목적에 순응할 뿐인데.

 

 

요즘 글자 크기를 11포인트로 사용하고 있다. 10포인트를 사용하다가 변경한 것이다. 글자가 크면 읽는 사람이 눈의 피로를 덜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읽는 사람을 위해서 글자 크기를 크게 변경한 건 아니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1) 내가 눈의 피로를 덜 느끼게 하기 위해 변경한 것이다. 2)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글을 볼 경우에 아무래도 글자가 큰 서재를 선호할 것 같아서 변경한 것이다. 그러니까 나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 얘기다. 서머싯 몸이 쓴 것처럼 만사는 (나의) 목적에 순응할 뿐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사를 당연하게 여기는 거의 무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올더스 헉슬리)

 

 

이 말은 비꼼이지? 만사를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뜻인 것 같다. 

 

 

 

 

 

 

3.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 몸 건강하고 마음 편한 게 최고라는 것을 깨닫는다. 물론 이 깨달음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몸이 아팠던 경험과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경험을 치른 대가로 얻은 것이다. 평범하게 살기도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범사(凡事)에 감사하는 마음을 저절로 갖게 되는 것 같다.

 

 

 

 

 

 

 

 

 

 

 

 

 

배르벨 바르데츠키 저,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내가 이 책을 읽었던 것은 마음을 편하게 해 줄 것 같아서다.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이란 부제가 달려 있는 책이다. 

 

 

이런 좋은 말들이 많이 담겨 있다.

 

 

우리 삶에 놓인 가시덤불을 깨끗이 걷어 낼 방법은 없다. 한 가지 희망은 그 모든 나쁜 경우에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23쪽.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이겨 내는 일로도 가득 차 있다.(헬렌 켈러) -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27쪽.

 

 

상처를 받거나 받지 않음은 누구에게 달렸는가? 자신에게 달렸다는 것. 

 

 

앞에서 말한 것처럼 누가, 그리고 어떤 일이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가는 상처받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상처받았다는 것은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했다’가 아니라, 그 행위 때문에 ‘나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누가 봐도 상처 주는 말이지만 나는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다. 모건 프리먼처럼 말이다. -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31쪽.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믿고 따른다면 그 어떤 누구도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겠다. 나는 상처를 받지 않을 테니까. 왜냐하면 이 책을 읽고 상처 받지 않는 마음이 될 테니까.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까? 그렇게 될까?

 

 

그렇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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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4-05-24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작가수업.
빼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밑줄 긋기는 할 게 많았던 책이었지요.
페크님 밑줄 보면서 맞아, 맞아 맞장구치고 있다는...

그나저나 인간의 굴레 읽어야겠어요. 무조건 페크언냐 덕분~~

페크(pek0501) 2014-05-24 11:32   좋아요 0 | URL
아, 팜므 님도 작가 수업을 읽으셨군요. 이런 종류의 책은 내용의 질에 상관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작가 세계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만 해도 좋다고나 할까요.

<인간의 굴레에서> 같은 소설을 또 찾고 있어요. 제게 글감을 많이 많이 준 소설이라서 말이죠. 읽고 쓰면서 많이 배웠답니다. 인간에 대해서요.

오늘 친척 결혼식이 있는 날이에요. 가서 많이 먹고 와야징, 하고 있어요. ㅋㅋ
물론 축하도 많이 해 줘야겠지요. ^^

stella.K 2014-05-26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전부터 작가수업을 살까 망설이다 일단 보류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그런 류의 책은 정말 가끔씩 읽어주면 흐트러진 마음도 다 잡고 좋긴한 것 같아요.

내 글에 대한 평가는 참 애매하더군요.
얼마 전 저의 초고 대본을 아는 연출가한테 읽어 봐 달라고 부탁했는데
꽤 미안해 하면서 언급을 회피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기분이 좀 묘해지더군요.
뭔가 보는 관점이 다른 건데 이 사람 작품을 볼 줄 아는 사람인가 의문스러워지더군요.
작품도 나랑 좀 대화가 통하거나 관심이 가는 사람과 해야지 안 그러면 기분만 상하더라구요.

아, 또 댓글 쓸게 몇개 더 있는 것 같은데 워낙에 많은 이슈를 다루셔서 쓰는 동안 다 까먹었어요.
나중에 생각나면 다시 올게요.ㅠㅠ

페크(pek0501) 2014-05-25 12:32   좋아요 0 | URL
흐트러진 마음도 다 잡고... 맞습니다.

글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다 보니 옛날 위대한 소설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퇴짜를 놓던 출판사가 많았다는 얘기죠. 중요한 건 자신의 안목을 키우는 일일 듯해요.
자신의 글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안목 말이에요. 그러려면 역시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공부가 필요하겠죠. - 이 댓글에서 기시감이 드네요. ㅋ

쓰고 보니 믿을 건 나 자신밖에 없다는 결론 같네요. ^^

마태우스 2014-05-28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언니, 답글 잘 읽었습니다. 메모장에 옮겨붙이는 방법이 있었네요.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구 글은 정말 11포인트가 좋은 거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14-05-29 14:23   좋아요 0 | URL
예, 예, 예... ㅋ
감사는 제가 드려야지요.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1.

이명원 저,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이명원 저자, 내가 기대하는 책의 저자이다. 아니, 이미 팬이 많아서 애독자들이 기대하는 저자의 작품이라고 해야 하나. (개정판이다.)

 

 

 

.....................

내 생각에 좋은 책이란 ‘답’을 주는 책이 아니라 ‘물음’을 키워주는 책이다. (…)

 

그래도 산다는 일이 때때로 팍팍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쓰린 마음에 소금이 뿌려져 그야말로 소금밭이 되는 일도 종종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금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한 움큼의 투명한 소금이야말로 가혹한 비바람과 격렬한 태양 아래서 마술적으로 응결된 것, 아니 단련된 것. 사각형의 책들을 순례하면서, 나는 사는 일을 경쾌하게 긍정하는 연습을 했으며, 더 나은 삶에 대한 질문을 거듭 던졌다.

 

그 질문의 뿌리는 어디일까. 가끔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 이명원 저,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저자의 말’ 중에서.

.....................

 

 

 

“내 생각에 좋은 책이란 ‘답’을 주는 책이 아니라 ‘물음’을 키워주는 책이다.”

 

 

 

맞는 말이다. 답을 주려고 해도 줄 수가 없다. 글쓴이가 다수의 독자들보다 더 현명한 답을, 가장 현명한 답을 낼 수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답을 독자에게 맡기는 편이다. ‘단상(81) 독서가 삶에 도움이 될까, 안 될까’라는 글도 독서가 삶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독자 스스로 판단하라고 맡기고 내가 결론을 내리지 않고 글을 끝냈다. ‘물음’을 던지는 것으로 됐다고 생각하므로.

 

 

 

 

 

 

 

 

 

 

 

 

 

 

 

이명원 저,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

‘책 읽는 것이 업이고, 취미이고, 즐거움’인 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 이명원이 선택해 읽은 80여 권에 대한 감상을 엮은 독서 에세이.

까칠한 비평가의 고품격 독서 에세이.

김애란, 김훈, 이문열, 이외수, 황석영에 속 시원한 돌직구를 날리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에서.

....................

 

 

 

이 책의 소제목들이다.

 

 

 

낙서의 아이러니

괴물은 보이지 않는다

아, 포장마차

아버지와 『진보정치』

누이 콤플렉스, 어떤 글쓰기의 기원

내 안의 소금밭

주마간산 책읽기의 묘미

시적 비전과 산문적 폭력

기묘한 아이러니를 가진 흥미로운 에세이

문체와 성정

네 꿈을 펼쳐라

‘파리 올레’를 걷는 사색자

뻐근한 슬픔, 성숙한 소설

발로 차주고 싶은 아쿠타가와상

상처로 빚어진 언어의 연금술_J형에게

심청의 섹스문화 탐사기

가족 파시즘

팍팍한 삶, 뻐근한 감동

잘 만들어진 고통

 

 

 

 

이 소제목들이 맘에 든다. 어떤 글일지 궁금할 만큼.

특히 밑줄을 친 소제목들은, 내가 같은 제목으로 글을 쓰고 싶을 만큼 맘에 드네.

 

 

 

이런 제목으로 바꾸어 쓰고 싶기도 하네. 

 

 

 

<내 안의 소금밭>을 <내 안의 콩밭>으로.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는 것. 내가 딴 데 정신을 팔고 있다는 뜻.)

<발로 차주고 싶은 아쿠타가와상>을 <발로 차주고 싶은 문학상>으로.

<팍팍한 삶, 뻐근한 감동>을 <뻐근한 삶, 뻐근한 감동>으로.

<잘 만들어진 고통>을 <잘 만들어진 불행>으로.

 

 

 

저자가 읽은 책에 대한 글을 넣어서 쓴 에세이겠다. 아마 글 한 편에 책 한 권의 이야기를 넣었겠다.

 

 

 

 

 

2.

이와 비슷한 형식의 책이 있다. 글 한 편에 영화 한 편의 이야기를 넣어서 쓴 에세이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이다. 정이현 저, <풍선>이다. 

 

 

 

 

 

 

 

 

 

 

 

 

 

 

정이현 저, <풍선>

 

 

 

 

.....................

‘이런 사랑도 있다’라는 <밀양>의 메인카피가 일종의 사기라는 쑥덕임을 들었다. 흥행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겠으나, 영화의 주제는 종교적 구원과 용서에 대한 것이지, 포스터 사진이 풍기는 이미지처럼 남녀 간의 은밀한 러브스토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동의할 수 없다. 아니, 이게 러브스토리가 아니라면 대체 뭐가 러브스토리란 말인가. 동시에 마주 보고 동시에 입 맞추고 동시에 충만한 사랑만 사랑이 아니다. 상대의 완강한 등을 보며 비틀비틀 가야 하는 사랑, 보답받지 못해도 애걸할 수 없는, 그런 사랑도 사랑이다. <밀양>은 신과 인간 사이의 사랑을 질문하는 영화인 한편,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도시 밀양의 속물 김종찬이라는 남자의 고통스러운 사랑을 묵묵히 응시하는 영화다.

 

종찬의 감정이 일종의 허영에서 출발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서울에서 온 신애는 컬러링조차 세련된, 분명 밀양에서 보기 드문 이국적인 존재이니까. 그러나 그 여자가 겪어내는 무시무시한 고난을 내내 함께하고, 그 처절한 내면을 어떻게든 쓰다듬어 주려 안간힘 다하는 종찬의 사랑은, 어떤 순간 스스로의 중력으로 허영의 벽을 뚫고 우뚝 선다.

 

- 정이현 저, <풍선>, 38~39쪽.

.....................

 

 

 

이 정도로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적을 수 있는 능력, 훌륭하다. 나도 <밀양>이란 영화를 봤기에 작가의 감상에 동의하며 흥미롭게 읽었다.

 

 

 

 

 

 

............................................

이 두 권의 책으로 글 쓰는 방식을 배워야지.

글의 내용만큼이나 글의 형식도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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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3-03 0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칠한 비평가의 고품격 독서 에세이'에 확 끌립니다.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라는 제목도 묘한 매력이 있어요^^ 소금은 이효석 문학관 뒤뜰의 메밀꽃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페크(pek0501) 2014-03-0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댓글을 쓰시다니...
저는 6시 30분에 일어나 고딩의 새벽밥을 차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고품격 에세이... 저자가 읽은 책과 생활 이야기를 어떻게 버무렸는지를 관찰하는 재미가 있을 듯...

오늘 네이버 양에게 알아봤더니 날씨 맑음, 이래요.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란 거죠. 미세먼지로 일주일을 고생했더니(실내 환기도 못하고) 별 게 다 기쁘네요. ㅋ
햇볕 쐬며 한 시간 이상 걸을 예정이에요. 님도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햇볕 많이 쐬세요. ^^
감사...

아이리시스 2014-03-04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님은 제 글 없는 2월에 절 찾아준(!) 아니다, 다른 분들도 찾아오긴 오셨는데 댓글없이 그냥 가셨던것 뿐이겠죠? 어쨌거나 절 찾아주시고 안부까지 물어주신 유일한 분이세요. 저 다녀갑니다..

글의 내용뿐 아니라 형식도 중요하다는 말씀 새기며..^-^
저는 이제 칼국수 먹으러 갑니다. TV앞에서 죽순이노릇도 좀 하고..

페크(pek0501) 2014-03-06 13:52   좋아요 0 | URL
호호~~ 제가 그렇게 기특한 일을 했군요. 아이 님이 보고 싶어나 봐요.
아, 칼국수 맛있겠다. 어제 저는 저녁으로 김밥을 만들어 먹었지요.
식구들이 맛있게 먹었다는 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