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9년 제10회>



나의 영원한 동지이자 연인, 규에게


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니. 무슨 지력으로 사랑할 수 있니. 나를 보는 너의 눈을 경유해 나를 보고,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뿐이잖니. 그러므로 네가 나를 제대로 봐주지 않는다면, 네 눈이 나를 초점화하지 않는다면, 네 눈이 동태눈깔이면 나는 나를 무어로 상상하고, 내가 무어로 존재할 수 있겠니. 네 시선, 기대, 실망 속에서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돼. 아니 그러려고 노력해. 네 바라봄이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살 수조차 없어. 지금 나는 생존에 대해 말하고 있어. 네 눈이라는 내 생존의 조건에 대해.(325~326쪽)-이미상의 ‘하긴’에서.


⇨ 소설 내용과 무관하게 읽는다면 이 글은 한 편의 시 같다. 



아내는 늘 자신만의 특별한 시선으로 나를 봐주었다. 그랬던 아내인데 언제부터 변한 걸까. 왜 잊어버린 걸까. 남자들이 실은 약하다는 것. 목숨을 여자에게 완전히 의지하고 있다는 것. 여자가 던지는 시선, 대상화의 프레임 속에서만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어쩌자고 잊은 걸까. 내가 잠시 바람을 피웠던 것도 결국에는 존재의 근거가 채워지지 않아서였다. 고작 젖과 좆과 질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제 아내는 정말 둔하다. 어쩜 그렇게 둔할까.(326~327쪽)-이미상의 ‘하긴’에서.


⇨ 인간은 대체로 자신의 변심은 안중에 없고 상대의 변심은 눈에 잘 띈다. 그런데 놓치지 말자. 많은 경우 상대가 변한 이유는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본인이 상대에게 무관심했는지 신경질을 냈는지 싫증나게 만들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3-04-12 1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인을 통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기는 어렵겠죠? ㅋ 네탓보다는 내탓을 먼저 해야 하는데 잘되지는 않더라구요 ㅎㅎ

이 작품 재미있을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4-12 16:11   좋아요 2 | URL
이미상 작가가 남자인 줄 알았어요. 너무 시원하게 쏴 주는 글을 써서요. 거릴낄 게 없음, 이 부럽더군요.
소심 소심하지 않고 조심 조심하지 않고 마구 쓰는 느낌이랄까요... 추천하고 싶은 작가입니다...^^

기억의집 2023-04-12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문에서.. 남자새끼 개새끼네 라는말이 절로 나오네요..

페크pek0501 2023-04-13 22:41   좋아요 0 | URL
하하하~~~ 시원하게 쏴 주시는군요. 저도 소설을 읽으면서 무슨 개소리인가, 그랬어요.ㅋㅋ
그런 남자 얘기는 싹 잊으시고 좋은 봄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185~214)’에서 발췌함.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규정했다. 우리는 존재의 차원에서,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긍정 정서positive affect의 차원에서 쾌락을 떠올린다. 반면 에피쿠로스는 결핍과 부재의 측면에서 쾌락을 규정했다. 그리스인은 이러한 상태를 아타락시아ataraxia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를 만족으로 이끄는 것은 어떤 것의 존재가 아니라 바로 불안의 부재다. 쾌락은 고통의 반대말이 아니라 고통의 부재를 뜻한다. (197쪽)


⇨ 나는 큰 욕심을 갖지 않는다. 무탈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 포도 한 접시로 즐거울 수 있고 커피 한 잔으로 즐거울 수 있다. 큰 병을 앓고 난 사람이라면 이에 동의할 것이다. 고통은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게 만드니까.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 본 사람이라면 행복하기 위해서는 고통이 부재한 상태가 되는 것이 첫 번째 요건임을 알게 된다. 이는 고통의 가치를 말해 주기도 한다. 고통을 겪어 본 자만이 삶의 진정한 행복을 알 수 있다.   


난 ‘행복’의 가까운 친구가 ‘감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감사를 느낄 줄 알면 행복할 수 있고, 감사를 느낄 줄 모르면 행복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는 “우리가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즐기는 것이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며, 올바른 마음가짐만 갖춘다면 아주 적은 양의 치즈만으로도 소박한 식사를 성대한 만찬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202쪽) 


⇨ 예를 들면 자기가 가진 고급 핸드백이나 비싼 보석이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게 아니라 즐길 줄 아는 마음이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다. 사실 고급 핸드백이나 비싼 보석으로 며칠간 즐거울 수는 있으나 일년 내내 즐거울 수는 없다. 


나는 커피 한 잔 들고 책을 보거나 글을 쓸 때 행복하다고 느낀다. 이런 행복은 매일 느끼는 것도 가능한데, 이런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행복을 방해하는 요인이 없어야 하므로 다음과 같은 요건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건강한 몸과 마음, 경제적 안정, 가족 간의 화목, 큰 고민거리 없음 등등이다. 예컨대 부부 싸움을 하고 난 뒤 커피 한 잔으로 행복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고통 없는 순수한 쾌락은 극히 드물어요.” 톰이 말한다. “그래서 에피쿠로스의 철학이 저한테 딱 맞는 거예요. 전 엄청 우유부단한 사람이거든요”(210쪽)


⇨ 예를 들어 즐거운 여행을 하고 싶다면 피로를 감수해야 한다. 피로를 감수하기 싫다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없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에피쿠로스는 우정이 인생의 커다란 쾌락 중 하나라고 보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축복받은 삶에 이바지하는 여러 가지 중에 우정만큼 중요하고 유익한 것은 없다.” 그리고 지금의 톰과 나처럼 친구는 식사의 필수 요소라고 덧붙였다. 친구 없이 먹고 마시는 것은 “사자와 늑대처럼 게걸스레 먹는 것”과 같다. (중략) 전체적으로 보면 우정은 고통을 완화하고 쾌락을 증진한다. 우정과 관련된 고통은 우정이 주는 쾌락으로 상쇄되고도 남는다.(213쪽)


⇨ 내가 갱년기 증상이 나타날 때 이런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준 것은 남편도 아니고 아이들도 아니고 내 또래의 친구들이었다. ‘갱년기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친구가 없는 사람이 가장 외롭다고 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는 경험이었다.  

 


....................

저자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강연가, 철학적 여행가, 칼럼니스트. 미국. 1963년생. 글이 재밌고 사색적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5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3-02-21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확행이 에피쿠로스 철학에서 나온 거군요! ㅎ
가끔 좋은 사람 만나 수다한판 떨고 들어오면 그 또한 행복한 일이죠.
그렇죠. 갱년기는 친구들만 알아요.
저의 엄니도 잘 모르시더군요. 물론 엄니 땐 갱년기란 단어 자체가
없어서 모르시는 거지만.
젊은 사람 부러운 게 있는데 풍부한 연골이더라구요.
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하루 이틀 쉬면 낫잖아요.
지금은 연골보조제도 먹어줘야 해요. ㅠㅠ

2023-02-21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2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2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2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4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2-27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책인데, 좋은 구절을 다시 보니 너무 좋네요. 에피쿠로스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고통없이는 행복도 쾌락도 없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우정의 중요성도요^^!

페크pek0501 2023-02-27 18:35   좋아요 1 | URL
고양이라디오 님도 이 책의 진가를 아시는군요. 반갑습니다.
저자가 참 재밌게 써서 그 기술을 나도 익혀야겠다는 생각에 자주 들춰 보기로 한 책입니다.
당장 큰 근심이 생기면 근심이 없던 날들이 얼마나 행복했는가를 알 수 있죠!!

고양이라디오 2023-02-27 18:56   좋아요 1 | URL
네, 전 이 책 읽고 저자가 맘에 들어서 이분 책 다 읽었습니다. 글을 참 재미있게 잘 쓰고 그러면서도 한번씩 깊이있는 성찰을 주고 참 좋더라고요ㅎ

맞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했는가를 깨닫게 됩니다ㅎ

페크pek0501 2023-02-28 12:10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서 이 저자의 마니아가 되어야겠군요 하하~~.
좋은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2-28 13:04   좋아요 1 | URL
네~ 저자의 다른 책들도 모두 재밌었어요ㅎ

페크pek0501 2023-03-02 12:26   좋아요 1 | URL
옙..
좋은 하루 보내세요.^^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


몽테뉴가 습관에 관하여 쓴 글이다. 


(209쪽) 어떤 시골 아낙이 갓 태어난 송아지를 두 팔에 안고 다니며 계속 쓰다듬다 보니 그 일에 익숙해져 다 큰 황소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들고 다닐 수 있게 되었더라는 이야기를 처음 지어낸 사람은, 내 보기에 습관의 힘이 어떠한지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습관이란 정말이지 포악하고 음흉한 여선생 같기 때문이다. 습관은 우리가 모르는 새에 조금씩 우리 안에 자기가 행사하는 권위의 발판을 세워 놓는다. 이처럼 유순하고 눈에 띄지 않게 일단 시작하고 나서는 시간의 도움을 받아 그것을 고정시켜 단단히 박아 넣은 뒤, 이윽고 폭군의 성난 얼굴을 우리에게 드러내며, 그 앞에 선 우리는 감히 눈을 들어 올려다볼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의 규칙이 언제나 습관에 의해 깨지는 것을 볼 수 있다.



⇨ 매주 발레를 배우면서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나이가 들어 70대가 되어도 이런 동작을 할 수 있을까? 만약 늙어서 발레 동작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난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나이가 많아져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는 것은 참 쓸쓸한 일이 아닐까. 


우리 애들은 스트레칭을 하는 나를 보면 발레를 해서 내 몸이 유연한 거라며 부러워한다. 그런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노화로 인해 발레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는 날이 올 것이다. 발레 슈즈가 쓸모없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몽테뉴의 글이 말해 주듯 습관이란 힘이 센 것이어서 앞으로 계속 발레를 한다면 70대의 나이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송아지를 두 팔에 안고 다니는 게 습관이 된 시골 아낙이 그 송아지가 다 큰 황소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들고 다닐 수 있게 된 것처럼.  


글쓰기는 어떠할까? 70대가 되어도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80대에도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많으니까.  


나의 글쓰기는 어느 해 가을에 하나의 행동으로 시작됐다. 아이를 낳고 나서 이대로 전업 주부로 살 순 없다고 생각하여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문학 배움터에 등록을 해 버렸던 것. 문학 강좌가 있는 배움터에 등록하면서 내 생활은 확 달라졌다. 거의 매일 책을 들고 살았고 글쓰기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하여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큰애가 초등학생 때 독서광이 되었던 것은 독서광으로 살았던 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성인이 된 둘째 아이가 책을 많이 읽는데 이 또한 나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습관은 지속시키는 힘이 셀 뿐만 아니라 전염시키는 힘도 세다.


(209쪽) “습관은 무슨 일에서나 가장 힘있는 주인이다.”(플리니우스)

















배명희, <엄마의 정원>


지인이 두 번째 소설집을 냈다. 일곱 편의 단편이 실린 <엄마의 정원>이라는 책이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구매했다.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에서 ‘작가의 말’을 옮겨 놓는다. 



(4쪽) 이 책에 실린 소설 속 사람들은 외롭다. 가난해서, 친구나 사랑이 부재해, 혹은 비가 내리거나 세상이 두려워.

인간이 안전하고, 행복하기 위해 스스로 걸어 들어간 제도. 가정, 사회, 그리고 강철로 만든 견고한 담장 안. 경계로 내몰린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불안하다.

고독과 달리 외로움은 위안을 받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이 그들을, 우리를 위로할 수 있는지 사실 모르겠다.

사람은 원래 외로운 존재이고, 타인의 도움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너무 쓸쓸하다.

삶이 그런 것이라 해도, 생명은 능동적이다.

약자에게 자꾸 가혹해지는 세상에서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능력과 역량이 다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약자인 우리 모두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하는 것. 그것이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위로가 될지 잘 모르겠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다. -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준비해 놓고 책 보는 게 최고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3-02-12 1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주 좋은 비유네요
송아지를 안고 다니던 여인 이야기!^^
습관을 만드는 것 오랫동안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비결인듯요!~♡

페크pek0501 2023-02-13 11:09   좋아요 0 | URL
에세 1, 이란 책이 그래요. 수많은 모래알에서 저런 보석 같은 글을 찾는 재미가 있어요.
지금 생각난 건데, 허리 펴고 스트레칭을 매일 한다면 80대 노인이 되어서도 아마 어깨가 굽지 않고 키도 줄지 않을 거예요.^^

새파랑 2023-02-12 19: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습관이란 참 무서운거 같아요. 익숙해져서 버릴수도 없고 ㅋ 그래서 좋은 습관을 기르는게 중요한거 같습니다. 페크님의 독서 습관이 자녀들에게도 좋게 영향을 미쳤군요 ^^

페크pek0501 2023-02-13 11:12   좋아요 2 | URL
돈을 버느라 육아에 소홀한 건 아닌가 죄책감이 들던 때가 있었어요. 독서광으로 만든 걸로 자위합니다.
요즘 애들은 똑똑해요.^^

희선 2023-02-13 0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송아지를 소가 되어도 들고 다니기는 좀 어렵겠지만, 그만큼 버릇이 들면 그렇게 된다는 거겠지요 맞는 말입니다 좋은 버릇을 많이 들이면 좋을 텐데 싶습니다 페크 님이 책읽기와 글쓰기를 하셔서 따님도 페크 님을 보고 배웠군요 부모가 하는 걸 아니는 보고 배우죠 그런 거 보면 뿌듯하시겠습니다 함께 하는 게 있으니, 같은 책을 보고 이야기 나누어도 좋겠네요

페크 님 발레와 글쓰기 앞으로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2-13 11:15   좋아요 3 | URL
송아지가 하루하루 체중이 늘겠지요.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무겁고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 더 무거울 테고...
매일 들고 다니면 그 체중 차이를 잘 모르겠지요. 아주 적은 차이니까요. 그래서 나중엔 소가 되었는데도
들고 다니는 거죠. 재밌는 이야기 같아요.
발레를 배우면서 이걸 내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시간이 흐르는 게 아깝답니다.^^

얄라알라 2023-02-13 0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명희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발레복 입으신 페크님의 허리까지 족히 올라올 책탑의 가장 꼭대기에 올라 있는 신간, [엄마의 정원] 두분의 우정도 아름답습니다!

페크pek0501 2023-02-13 11:16   좋아요 1 | URL
오우! 축하 감사합니다.
책탑은 일부러 만든 게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돼 버렸고 그 위에 엄마의 정원, 책만 얹으면 되는 거였어요.
우정, 이란 말 좋네요.

얄라알라 2023-02-13 0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세에서 인용해주신 부분은 살포시 퍼가겠습니다. 저에게 필요한 말이네요^^ 달리기를 멈춘지 오래 되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3-02-13 11:17   좋아요 1 | URL
습관의 위대성을 다 알지만 좋은 습관 들이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달리기하시는 것,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다시 도전!!! 달리기를 응원합니다!!!

coolcat329 2023-02-13 14: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글을 읽으니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좋은 습관...요즘 학생들처럼 플래너를 써볼까 생각했었거든요.

페크pek0501 2023-02-14 12:01   좋아요 0 | URL
좋은 습관이 좋은 인생을 만든다는데 저에게도 나쁜 습관이 있어서 고칠 점인데... 그냥 살래요.ㅋㅋ
마음을 한 번 다잡게 되신 건 좋은 일입니다. 저도 계획은 잘 세운답니다. 항상 실천이 문제지요.
오늘 미세먼지가 없어 창문 열어 실내 환기를 했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23-02-13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역시 책을 책꽂이나 책장에 다 못 세워놓고 저렇게 눕혀 놓는 건
책 좋아하는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운명 같습니다. ㅋㅋ
오늘 페이퍼 알흠답습니다.^^

아, 서재 벽지도 산뜻하게 바뀌고 곧 푸르른 계절이 오겠죠? ㅎ

페크pek0501 2023-02-14 12:04   좋아요 1 | URL
책장이 꽉 차서 책이 많이 누워 있습니다. 하하~~ 좋은 점은 먼지가 덜 앉는 점입니다. 책 위만 닦으면 됩니다.
알흠답다니 듣기 좋군요.
겨울이라 계절에 맞게 서재 벽지를 설경으로 해 놨더니 서재에 들어올 때마다 마음이 춥더라고요. 겨울엔 따뜻한 느낌을 주는 풍경이 좋다는 걸 알게 되었죠. 설경은 여름에 써먹겠습니다.^^

물감 2023-02-15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꾸준히 쓰는 분들은, 글쓰기 취미를 갖게 된 계기가 꼭 있더라고요. 저 또한 그런데요, 그 계기가 글쓰기를 유지시켜주는 원동력이 되어 남은 평생을 즐겁게 쓰다 갈 수 있겠다 싶습니다. 페크님의 세계관을 보다보면 느끼는 바가 참 많아요. 좋은 글 항상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3-02-16 13:52   좋아요 1 | URL
기분 좋게 하는 댓글, 감사합니다.
글쓰기 취미가 있는 이들은 지루하거나 심심할 시간이 없고, 늙어서도 소일거리가 있고, 치매 예방에 좋고.
혼자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아 가족 간, 친구 간 불화가 없고.
책이 가장 좋다 보니 다른 것들 이를테면 명품백이나 자동차 같은 것이 시시하니 물욕이 없고.
장점이 많지요. 단 하나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으니 디스크, 소화 불량 같은 걸 조심해야 해서
틈틈이 걷기 운동으로 보충해 줘야 해요. 그것만 지키고 살면 끝, 이죠.ㅋㅋ^^

yamoo 2023-02-18 1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습관에 대해 고찰하다가 몽테뉴의 저 부분을 봤습니다. 근데 습관에 대해 너무 짤막하게 소개돼 있어 당시 습관을 다룬 한 권짜리 책을 찾는 중이라 넘겼죠. 그리고 찾은 책이 라베송의 책이었습니다. 드뎌 찾게됐죠..ㅎㅎ

근데 <엄마의 정원>아래 책탑 높네요!!

페크pek0501 2023-02-20 12:01   좋아요 0 | URL
그림에 대한 안목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안목까지 갖추시다니... 이건 불공평하잖아요!!!ㅋㅋ
책탑이 저것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많이 버렸지만, 더 이상 읽지 않을 책을 골라 버려야 하는데
자꾸 미루게 됩니다. 버리고 나서 찾게 될까 봐 버린 책의 목록까지 작성해야 하니 이것도 일, 이에요.
참고로, <엄마의 정원>은 신간입니다.^^
 


경인일보에 기고한 지 1년이 넘었다. 글을 쓸 때마다 글감을 찾기 어려워서 1년만 기고하고 끝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1월에 신문사 측에서 ‘1년간 연장’이라는 통보가 오니 생각이 바뀌었다. 앞으로 1년 더 기고하기로 했다. 


글감을 찾기 위해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다가 다음 글을 읽게 되었다. 음미할 만한 글인 것 같아 옮겨 쓰고 그것에 대한 단상을 써 봤다. 



사랑의 의미


사랑은 다른 사람의 인간성을 가장 깊은 곳까지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의 본질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사랑으로써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과 개성을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 사람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실현돼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사랑의 힘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를 깨닫게 함으로써 잠재 능력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167쪽)


⇨ 서로 좋아하는 연인들이라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에 서로에 대해 깊이 알 수 있어서 인간을 이해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나 사랑에 눈이 멀어 상대를 가장 모르는 게 연인일 수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부모가 자식에 대해 모르듯이, 상대에 대해서 남들은 다 아는 것을 연인만 모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상대의 어떤 점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만 다른 점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더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기도 하고, 모든 측면에서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에 본인은 없고 친구들만 있는 자리에서 연인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A 씨가 기분이 상했다고 하자. ‘내가 없는 자리에서도 저렇게 즐거워하다니’ 하면서 말이다. A 씨가 상대를 사랑한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일까? 내가 알기로는 사랑하면 상대가 즐거워하는 모습이 A 씨를 기분 좋게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차원 높은 사랑을 할 수는 없을까. 


연인이나 배우자는 어떤 사람이면 좋을까? 상대방에 집착하고 사랑을 심하게 갈구하는 사람보다는 상대방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 상대방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낫다고 생각한다. 내 딸이 만날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다. 














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사랑의 의미
사랑은 다른 사람의 인간성을 가장 깊은 곳까지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의 본질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사랑으로써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과 개성을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 사람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실현돼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사랑의 힘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를 깨닫게 함으로써 잠재 능력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167쪽)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3-02-07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해요!
원래 글이란 게 쓸거리를 쟁여두고 쓰게 되지는 않더군요.
다 좌짜가면서 쓰는 거지. 그러다 어느 날 팍 자라있음을 발견하는 거잖아요.
올해 또 의미있는 씨름을 하게 되었군요. 응원합니다. 홧팅!!

2023-02-07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02-07 18:57   좋아요 1 | URL
홧팅, 고맙습니다.
남들은 쓸 글이 넘쳐 나는 것 같은데 저는 고갈된 상태이니 걱정입니다. 정 안 되겠다 싶을 땐
6개월 정도만 하고 기권, 해야죠 뭐. 그럴 땐 필자를 구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알려야겠지요.
제가 언제까지 쓸 수 있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2023-02-07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7 1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7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감 2023-02-07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키보드 누를 힘이 없어질 그 날까지, 페크님의 칼럼은 영원하라~~

페크pek0501 2023-02-07 19:08   좋아요 1 | URL
푸하하~~~ 물감 님이 저를 웃겼어요.
물감 님도 키보드 누를 힘이 없어질 그날까지 영원히 글 쓰십시오. 제가 딱 지켜보겠습니당~~~

blanca 2023-02-07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근사합니다. 페크님이 그만큼 독자들과 신문사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얘기이겠지요. 응원합니다!

페크pek0501 2023-02-07 20:22   좋아요 0 | URL
아, 아닙니다 blanca 님. 그런 오해는 하지 말아 주세요.ㅋㅋ
오랜만에 방문하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응원은 감사하게 접수합니당~~

기억의집 2023-02-07 2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글감 찾는 거 쉽지 않지만 글쓰기 위해 세상을 더 넓게 보려고 하시잖아요. 페크님 올 한 해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페크pek0501 2023-02-08 15: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글감을 찾기 위해 이 책 저 책 찾게 되고 또 글 쓰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니 세상을 더 넓게 보게
되기는 합니다. 그래도 우물 안의 개구리일 테지만 글 쓰기 전에 비하면 조금이라도 넓어졌겠죠.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3-02-08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페크님!
글 쓰는게 쉽지 않은데 그것도 신문에 칼럼 을 계속 연재하시니 정말 대단하세요~~
응원합니다
건강도 유의하시고요^^

페크pek0501 2023-02-08 15:46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 님, 감사합니다.
그 대단한? 일을 처음 하니 많이 떤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재하고 싶은 걸 어쩌겠어요.
글 쓰는 사람들은 일부러 편한 길을 놔 두고 스스로 힘든 길을 택해 걷는 자들입니다. 누가 말리겠어요...
님도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한 하루하루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독서괭 2023-02-08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대단하세요. 꼬박꼬박 기고하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그래도 보람도 많이 느끼실 것 같습니다. 저도 제 딸이 그런 사람 만나면 좋겠어요^^

페크pek0501 2023-02-09 13:58   좋아요 1 | URL
집착형은 상대도 자신에게 집착하길 바라고 그 기대에 어긋나면 화를 낼 거예요. 만나자고 하는데 쉬고 싶어서
안 만나 주면 삐지고 그러면 또 그 마음을 풀어 주려고 노력해야 하고... 참 피로한 일입니다.
딸 가진 부모라면 딸이 너그러운 남자를 만나길 바라는 마음이 같을 것 같네요. 댓글 고맙습니다.^^

가필드 2023-02-09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페크님 계속해서 연장도 응원드립니다 🥳

페크pek0501 2023-02-10 13:2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저 또한 가필드 님을 응원하겠습니다.🥳

yamoo 2023-02-11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단락 읽으면서 빵터졌습니다..ㅋㅋㅋㅋ
페크 님두 유혹에는 어쩔 수 없구나...ㅎㅎ

사랑의 의미...모든 사랑의 의미에 대한 썰을 많이 봐왔지만..개인적으로 인용하신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에리히 프롬의 짧은 언명을 아주 좋아합니다.
˝사랑은 인간실존 문제에 대한 해답˝
<사랑의 기술> 부제였죠. 사랑의 의미에 이만한 대답도 없다고 봅니다만..^^;;

페크pek0501 2023-02-12 15:58   좋아요 0 | URL
후훗~~~ 제 마음을 꿰뚫으셨나 봅니다. 잘 쓸 자신도 없으면서 유혹엔 약하지요...ㅋㅋ
사랑의 기술을 정독했습니다만, 부제는 기억하지 못했어요. 훌륭하십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3-02-11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올해 1년 더 연장하시는군요.
칼럼을 연재하는 건 시간이 많이 들고 부담되는 일이지만, 글을 쓸 수 있는 지면이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 같아요.
올해도 좋은 글 많이 쓰시고, 그리고 좋은 책도 많이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아서 좋은 주말입니다.
편안한 오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2-12 16:01   좋아요 1 | URL
그게 그렇게 됐어요. 연재는 정말 부담스런 일이에요. 마감은 다가오는데 적당한 글감을 못 찾을 땐 속이 타지요.
그걸 알면서도 뿌리치지 못했어요. ㅋㅋ
서니데이 님도 책과 함께 행복하기를요..
미세먼지가 없으면 춥고 따뜻해서 좋다 싶으면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말썽이더라고요.
편안한 오후 보내세요.^^

희선 2023-02-13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한해 더 하시게 되다니... 페크 님이 쓰신 글이 좋아서겠습니다 이번에도 잘 쓰시면 다음해에도... 다음보다 2023년만 생각하고 쓰시면 괜찮을 거예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2-13 12:09   좋아요 0 | URL
연재를 맡으면 한 해가 금방 가는 것 같아요.
더 나은 글을 써야 할 텐데, 하며 걱정이 되기도 한답니다.
2023년도 희선 님도 저도 열심히 읽고 써야겠지요.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은빛 2023-02-24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 해 전에 지역 신문에 글 연재할 때 글감을 구하지 못해 난감했던 경우가 많았어요.
마감이 닥치면 어떻게든 글감을 구해보려고 별의 별 생각들을 다 해보곤 했었어요.
꾸준히 좋은 글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
덕분에 1년 더 멋진 글들을 읽을 수 있겠네요.

페크pek0501 2023-02-24 12:08   좋아요 0 | URL
경험해 보셔서 잘 아시겠네요. 연재하는 일이 즐겁지만은 않은 것을...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글을 쓰는 걸까요... 이것도 중독인듯...
저 역시 마감이 닥치면 어떻게든 글 하나 완성이 됩니다. 쓰면서, 이번엔 망했다, 이러죠.
감은빛 님이 멋진 글이라 말씀해 주시니 황송합니다.
연재 맡으면 딱 하나 좋은 점 있어요. 글 하나 완성한다는 거요. 연재하지 않으면 글감이 없네, 하면서
글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면 글도 늘지 않을 테고요...^^
 















피터 싱어, <더 나은 세상>


‘사람들은 왜 사치품에 현혹되는가’(368~371쪽)에서 발췌함.  



비단 가난한 나라의 공직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평범한 시계보다 200배나 더 비싼 시계를 차고 다니는 것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행위다. 베블렌이 살았던 시대에 세계 최고의 부자였던 앤드류카네기는 도덕적인 평가에서 대단히 직설적인 인물이었다. “부자는 절대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지 못한다”는 그의 말은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우리는 카네기의 이 말을 3만 달러짜리 시계나 1만 2,000달러짜리 가방 같은 고가의 사치품을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치품이 핵심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런 것이다.

나는 지독하게 무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다. 내가 무지하지 않다면 수많은 아이들이 마실 물과 모기장이 없어서 설사병과 말라리아로 죽어가고 있으며 또한 시계나 가방에 쏟아붓는 돈으로 그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이기적이지 않다면 그저 과시를 위해 들고 다니는 사치품에 돈을 쓰기보다 어렵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370~371쪽)



우리는 누구나 허영심이 있다. 나는 모든 사치품이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적당한 가격의 시계를 찬 사람을 비웃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이는 더 많은 사람이 극단적인 사치 경쟁에 뛰어들도록 등을 떠미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사회적 압박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과시적인 소비가 아니라 합리적인 취향과 숭고한 사명을 가진 사람들을 존경해야 할 것이다.(371쪽)



⇨ 위의 밑줄 친 ‘우리는 그러한 사회적 압박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은 사치품을 사는 이들을 비웃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기를 나도 바란다. 또한 사치품을 살 정도로 부자들이라면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여 삶의 보람을 느껴 보길 바란다.


다른 한편으로는 명품 시계나 명품 가방을 사들이는 사람들 중 일부는 마음이 허하고 사는 낙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도 사들여서 기쁨을 누리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그들도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치품을 사는 것만이 유일한 즐거움이라면 어쩔 것인가. 그러므로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 아니라면 그들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고 본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누가 누구를 함부로 심판할 수 있겠는가.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들. 

사치품이 절대 아님.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곡 2023-01-29 1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잔이 예쁘네요~ 일욜 오후잘보내세요 !

페크pek0501 2023-01-29 16:35   좋아요 2 | URL
커피 잔은 결혼할 때 산 것이라 손잡이가 퇴색이 돼서 (중간에 있는 사진에서) 손잡이를 잘랐답니다.ㅋ
컵은 장식장 안에 있는 것들을 그냥 찍은 거예요. 일욜 저녁 맛있게 드세요.^^

서니데이 2023-01-29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소득이나 자산의 규모가 다르니까, 자신에게 맞는 것을 사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개인의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소비와 지출을 줄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사회 전체가 소비를 하지 않는다면 경제가 침체의 우려가 생깁니다.
그러니 소비를 하지 않는 사회도, 소비를 너무 많이 하는 사회도 좋진 않은 것 같아요.

커피잔 세트 예쁜 것들 많이 가지고 계시나요.
댓글을 읽으니 오래되었지만, 커피잔세트 보관을 잘 하신 것 같아요.
사진에서 반짝반짝하는 느낌이 듭니다.

페크님,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1-30 11:20   좋아요 1 | URL
물건 구매의 즐거움이 없다면 우리 낙의 절반이 없어지는 것이겠지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책을 사면서 기쁨을 누리듯이 사치품을 사는 이들은 그런 것에서 기쁨을 찾겠지요.
커피 잔이나 컵은 결혼할 때 장만한 것들인데 색상이 아주 맘에 들어 지금도 아끼고 있어요.
커피 잔은 다섯 개가 세트인데 각각 색상이 달라요. 손님들이 와서 그것들을 꺼내면 좋아했다는...
제가 책 구매에 돈을 쓰지 않았다면 그릇이나 커피 잔을 많이 샀을 것 같네요.ㅋ
서니데이 님도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23-01-29 1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살림꾼이시네요.
저의 엄니도 그릇에 대해 탐을 내시더군요.
근데 저는 살림을 안해서 그런지 그릇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어요.
대신 시계와 선글라스는 욕심을 내고 싶긴합니다.
그러다 결국 책 사는 걸로 위로 삼기로 하지만.ㅋㅋ

페크pek0501 2023-01-30 11:26   좋아요 2 | URL
저에게 살림꾼이라고 하시니 웃음이 나네요. 후훗~~~. 하긴 신혼 때 우리집에 왔던 친구들이 집 꾸며 놓은 걸 보고 놀란 적은 있어요. 제가 좀 건조해 보이는 타입인데 집 꾸미기는 안 그렇거든요. 지금도 인테리어에는 관심이 있어요. 책이 여기저기 많아 망쳤지만요...
저는 선글라스는 애들이 여러 개 갖고 있어 받아 쓰고 손목 시계엔 욕심이 있어서 예쁜 것 두 개 갖고 있어요. 비싸지는 않지만 예쁜 걸로... 저 역쉬~~ 책 사는 걸로 위로 삼고 살지요. 이것만도 다행이란 생각이에요. 이런 즐거움도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겠어요.ㅋㅋ

희선 2023-01-30 0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계는 잘 맞기만 하면 될 텐데... 어떤 시계를 차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텐데, 그런 걸 생각하는 사람도 있네요 비싼 걸 사서 마음을 달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그런 걸 뭐라 하지 못하겠군요 물건을 사는 게 아닌 다른 걸로 마음을 좋게 하면 좋을 텐데...

페크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1-30 11:28   좋아요 2 | URL
고급 시계를 차는 사람은 그런 것만 선호하는 경향이 있죠. 시간만 잘 가면 되는 건데 이왕이면, 하면서 말이죠.
저는 고급 물건을 사는 사람이나 외국 여행에 열 내는 사람들이 외로워서 저러는 거야, 하는 시각으로 볼 때가 많아요.
희선 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고 즐거움도 함께 하세요.^^

yamoo 2023-01-31 1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3만 달러짜리 시계나 1만 2,000달러짜리 가방 같은 고가의 사치품을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라는 문구가 확~ 들어옵니다..피터 싱어가 한 말이라니...흠~~

물론 어떤 의미에서 한 말인지는 알겠지만, 이건 좀 아닌 거 같습니다. 사치품을 사는 과시족이 있기는 하지만, 명품이 주는 사물의 가치라는 것도 있기에 싱어처럼 말하는 건 좀 극단적인 거 같습니다. 피터 싱어의 논리라면 자동차를 구매해서 타고다니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시계 하나이지만 따지고 보면 싱어의 말은 정말 여러 사물들이 엮여 따라나오게 됩니다. 옷은 몸의 가릴 곳만 가리고 못나는 사람들을 도와줘야지..라는 극단적인 면으로도 흐를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3만달러짜리 시계..보통 3천5백 만원대의 시계는 롤렉스 상위라인이나 IWC 정도 되겠네요. 브레게 하위라인도 있고...이런 시계를 차는 사람들..물론 기능적인 면이 많이 부각되기에 시간만 보면 됐지 무슨 몇천만원짜리 시계냐....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지점은 있습니다만...그건 취향의 세계인 듯합니다. 빌 게이츠는 스워치 시계를 차며 수십만 달러를 빈곤층에게 기부하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이 3만달러 짜리 시계를 찬다고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철학자...그가 어떤 의도를 갖고 이런 사례를 들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긴 하지만 이건 여러 복합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거라..좀 거시기 하다고 생각하기에 몇 자 부가해 봤습니다. 이건 따로 페이퍼를 써야할 듯요!^^;;

페크pek0501 2023-01-31 11:28   좋아요 0 | URL
저는 사치품이 전달하는 메시지 -나는 지독하게 무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다., 라는 문장이 확 들어왔어요.
사치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지독하게 무지한 사람이라네요. 야무 님의 생각은 저와 다르지 않네요.
어떤 사람은 고가의 명품백 하나를 사기 위해 돈을 모으기도 할 텐데 이런 사람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나도 남들처럼 명품백 하나 갖고 싶단 생각에 돌을 던질 수 없음, 이에요. 저택에 살 능력은 없지만 사치품이라도 사서 그것을 통해 대리 만족을 얻는 이가 있다면 탓할 수 없어요. 각자 취향이 다르고 인생관이 다른 거죠.
아마 저자는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싶었던가 봐요.^^


서니데이 2023-02-03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편안한 한 주 보내셨나요.
2월 시작하고 벌써 금요일입니다.
시간이 참 빨리 가는 것 같아요.
2월에도 좋은 일들 가득한 한 주 보내세요.
따뜻한 주말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3-02-05 10:36   좋아요 1 | URL
2월은 짧아 간이역 같죠. 그래서인지 더 시간이 빨리 가는 듯 느껴집니다.
오늘은 일요일. 가족 모임이 있어 외출해야 한답니다. 외출하는 날엔 하루가 그냥 날아가죠.
좋은 일들 가득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저 무탈한 날들이 이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정월 대보름날입니다. 좋은 마음 가득 담긴 날 보내세요...^^

파이버 2023-02-04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컵들의 무늬가 고급스럽고 색감이 참 아름답습니다. 저도 머그컵을 모으는 것을 좋아해서 여행갈 때마다 소소하게 컵을 사거나 해요... 사치품을 사는 것은 허영이지만 무턱대고 비난하기에는 사람은 참으로 복잡한 생물이네요 ^^;;;

페크pek0501 2023-02-05 10:39   좋아요 1 | URL
파이버 님, 오랜만입니다. 저도 잔이나 컵 같은 소품을 구경하는 것 좋아합니다. 신혼 땐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예쁘다는 이유로 구매한 적도 있네요. 지금은 그 관심이 책에 쏠려 있어요.
맞습니다. 누구를 비난 내지는 평가하기엔 인간은 너무 복잡한 존재예요.
2월 좋은 날들 보내시기 바랍니다.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