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1>


자베르의 입에서 새어 나온 몇 마디 말로 짐작해 보면, 그는 의지와 아울러 본능에서 우러나는 그들과 같은 부류에 특유한 호기심을 가지고 마들렌 아저씨가 다른 데 남겨 놓았을지도 모를 모든 발자취를 비밀리에 탐색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중략) 그런데 어떤 말들의 뜻이 너무 절대적인 것을 타나낼 수도 있어 완화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 말을 덧붙이는데, 인간에게는 정말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있을 수 없고, 본능의 특성은 바로 흔들리고 흐려지고 혼미해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본능은 지성을 능가할 것이고, 동물은 인간보다 우월한 빛을 가지게 될 것이다.(311쪽)


⇨ “인간에게는 정말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있을 수 없고, 본능의 특성은 바로 흔들리고 흐려지고 혼미해질 수 있다.” 이 문장은 인간의 특성을 말해 주기에 기억해 두고 싶다. 인간은 이성적이기도 하지만 감성적이기도 하다. 인간에게는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아 정작 본인도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인간은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 결혼한 사람이 결혼하지 않은 사람보다 자신에 대해 알 기회를 많이 갖게 되고, 한 번도 남과 싸우지 않은 사람보다 열 번 싸워 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알 기회를 많이 갖게 된다. 





2.












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


어느 신문에서 본 내용인데, 1년에 3백 개 이상의 기업을 방문하고 그 전망을 판단하여 투자한다는 일본 최고의 펀드 매니저 후지노는 2000년 2월 주간문춘週刊文春에서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높이 1미터 이상의 관상식물, 니스 칠한 나무 그루터기, 동물 박제, 고급 술, 유명 화가의 그림, 골프채, 우승 트로피, 저명인과 찍은 스냅 사진 같은 것들 중 4가지 이상이 사장실에 있으면 볼 장 다 본 회사이므로 투자를 삼가라. 또 사장이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금빛 찬란한 호화시계를 차고 있어도 주의가 필요하다. 사장이 저명인과 친하다고 은근히 내비치거나 자랑하는 회사, 업적 부진을 경기나 정부 탓으로 돌리는 회사, 화장실이 더러운 회사, 지나치게 예쁜 안내원이 있는 회사, 요정에서 손님 접대하려는 회사 등은 투자해 봐야 별 볼 일 없거나 망하기 십상이다.”(218쪽)


⇨ 재밌고 일리가 있는 글이다. 개인 병원에서 키 큰 관상식물, 유명 화가의 그림, 우승 트로피 등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곳도 신뢰할 수 없는 병원일까?





3.












알퐁스 도데, <마지막 수업>


그러자 늙은 농부가 발끈 화를 내며 말했다.

“멍청이 같은 놈이지! 프러시아군을 상대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는데도 그걸 마다하다니. 프러시아 군인들이 들어온 날부터 술집 문을 닫고 간판을 아예 내려 버렸지 뭔가. 다른 카페 주인들은 전쟁 통에 많은 돈을 벌었는데도 유독 그놈만 땡전 한 푼 못 벌었어……. 거기에 프러시아 군인들에게 건강지게 구는 바람에 감옥까지 갔다 왔다니까? 그러니 바보 멍청이랄밖에. 제 놈이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자기가 무슨 군인이라도 된대? 손님들한테 포도주, 브랜디나 잘 따라 주었으면 돈을 갚고도 남았을 거 아니야. 불한당 같은 놈! 저 혼자 애국자 노릇하다가 무슨 꼴을 당하나 어디 한번 보자고!”(나룻배, 74~75쪽)


⇨ 지조 있는 애국자를 욕하는 장면이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서 읽은 “세계 속의 악은 거의 항상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글이 떠오른다. 무지는 악덕을 낳기도 한다.





4.












김남일, <서울 이야기>


당시 신문에는 만일 전당포가 없다면 아침저녁을 굶을 사람이 경성의 조선 사람 18만 중 적어도 6만은 될 거라고 하면서, “이와 같이 전당포라 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에게는 없지 못할 큰 기관일 뿐 아니라 오히려 가난한 사람에게는 전당포 한 집이 조선은행이나 한성은행 100개보다도 필요하고 전당놀이 하는 사람은 어느 방면으로 보면 소위 겉으로 꾸미고 떠벌이는 자선가나 공익 사업을 한다는 사람보다는 훨씬 정직한 자선가라 할 수도 있고 정직한 공익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동아일보』, 1920.7.7.)고까지 전할 정도였다.(192~193쪽)


⇨ 그 시대의 전당포 역할을 이 시대에는 ‘신용카드 회사’가 대신하는 것 같다. 



 


5.












존 윌리엄스, <스토너>


“여보.” 이디스가 아직도 날카로움이 남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아침에는 좀 늦은 것 아니에요?”

윌리엄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에 아직 멍한 표정이 남아 있었다. 

이디스가 말했다. “당신의 귀여운 여학생이 기다리다가 화를 내지 않겠어요?”

그의 입술에서 감각이 사라졌다. “뭐?” 그가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이런, 윌리.” 이디스가 이렇게 말하고는 너그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당신의 그…… 가벼운 연애놀음에 대해 모르는 줄 알았어요? 세상에, 난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 아가씨 이름이 뭐죠? 들었는데 잊어버렸네요.”

충격과 혼란 속에서 그의 마음이 알아들은 단어는 하나뿐이었다. 그 말을 입에 담는 그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성마르게 짜증을 내는 것처럼 들렸다. “당신이 말하는…… 연애놀음 같은 건 없소. 그건…….”

“이런, 윌리.” 그녀가 이렇게 말하고 나서 다시 웃었다. “완전히 당황한 표정이네요. 세상에, 나도 다 알아요. 당신 나이의 남자가 어떤지. 그런 것이 아마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적어도 세상 사람들 말로는 그렇다는 것 같아요.”(282쪽)


⇨ 이디스는 남편 스토너(윌리)에 대해 무관심한 아내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한 것 아닌가?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면 아내들 대부분이 충격을 받고 분노할 텐데 이렇게 태연자약하게 말하다니. 그런 유치한 놀이쯤은 얼마든지 봐 줄 수 있다는 듯한 말투다. 남편이 사랑에 빠졌다고 보지 않고 즐거운 놀이를 하는 걸로 보기 때문일까.      


만약 이디스가 남편이 만나고 있는 여자를 직접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두 사람이 만나는 것에 관심 없으니 둘이서 알아서 하라고 태연하게 말하고, 그 관계가 길게 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것 같다. 중년의 남자가 으레 하는 연애놀음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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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5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3-07-25 19: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스토너> 읽고 있어요.
저도 이디스 마음에 안 들더군요. 뭐 이런 잔잔한 소설에
이디스 같은 인물도 있어주면 나쁜 건 아닌데 같은 여자여도
좋아할 수 없는 인물이긴 해요.
반대로 이디스가 다정다감한 현모양처였어도 스토너가 바람을
안 피웠을까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는 있긴 합니다. ㅎㅎ
암튼 이 책 괜찮은 책임엔 틀림없어요.^^

카페 좋네요. 저런 카페에서 한 서너 시간 푹 있다가 나오면 좋겠네요.
단 좀 조용해야 할 텐데...ㅋ

페크pek0501 2023-07-26 12:55   좋아요 1 | URL
오! 드디어 읽으시는군요.
재독해 보니 이디스가 결혼 전에 자기 집에서 스토너를 만날 때부터 성격이 이상하더군요. 스토너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마치 자기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 결혼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말을 할 때도 일방적이고. 따뜻한 정을 주지 않고 엄격하기만 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 이디스 역시 사랑할 줄 모르는 것 같아요. 연애 때도 신혼여행 때도 두 사람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없었으니 불행한 결혼생활은 당연한 귀결인 셈.
부부 사이가 좋았다면 연인을 만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관계를 끝내려고 노력하겠죠. 죄책감을 달고 살면서 행복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위의 카페에 딸애과 함께 가서 책 읽고 왔답니다. 딸애의 취미에 동참해 줬어요. 시끄러울 땐 이어폰을 끼어요.ㅋ

희선 2023-07-27 0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거나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하는군요 그렇게 말하는 건 자신이 한 일을 정당화 하려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하는 건데 어때 같은... 그런 사람보다 나라도 지킬 건 지켜야지 하는 사람이 많으면 좋을 텐데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7-27 11:12   좋아요 1 | URL
요즘도 그런 일이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겠지요. 올바르게 사는 사람을 오히려 무시하는 일이...
희선 님, 장마가 끝났으니 오늘부터 폭염 날씨가 시작될 것 같군요. 건강 관리를 잘 하셔요.^^

모나리자 2023-07-28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만 해도 시내에 전당포가 있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듣게 되네요.
시대가 바뀌면서 없어진 가게나 직업이 꽤 있을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7-29 11:54   좋아요 2 | URL
저 역시 전당포, 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반갑더라고요. 옛날 말 같아서요.
삐삐가 있던 시대도 있었어요. 제가 자유기고가로 일할 땐 집에 팩스를 두고 살았어요.
팩스가 없으면 잡지사로 원고를 직접 갖다 주러 가야 했거든요. 그런데 몇 년 뒤 바로 컴퓨터 시대가 되어
모든 게 이메일 제출이어서 팩스를 없앴어요. 돌아보면 흥미로운 역사예요.ㅋㅋ

기억의집 2023-07-28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페 저도 가서 커피 한잔 하고 싶을 정도의 시원함이 있네요. 세이노 읽다가 오늘 뭐 읽는데 거기서 한 은행직원이 번지르한 옷 입은 사람보다 일하다 온 작업복 입은 사람이 대출금을 잘 갚는다고 한 말이 떠올랐어요. 사실 소설에서나 저렇지. 정말 남편의 바람에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을까요? 배우자가 바람 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정 떨어져서 못 산다는데… 배우자에 대한 애정이 손톱만큼도 없으니깐 저럴 수 있지 싶어요!

페크pek0501 2023-07-29 11:52   좋아요 0 | URL
딸애가 앞장 선 카페예요. 밖에도 좌석이 있고 2층도 있고 경치가 좋았어요. 50쪽쯤 되는 단편소설을 읽고 왔네요. 거기서 파는 빵도 커피도 맛있었어요.
세이노~, 는 유익한 정보가 있고 술술 읽히며 재밌어요. 어떤 분야든 성공한 이들에게는 배울 점이 있는 건 확실한 듯.
스토너에서 아내의 반응은 그녀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반응 같았어요. 어쩌면 자존심 때문에 태연한 척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 역시 그녀다워요. 그런 일로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는 점은 높이 평할 만하다고 느꼈어요.^^

얄라알라 2023-07-30 19:20   좋아요 1 | URL
저도 카페 통창 보고 와우!!! 당장 가고 싶다!!! 싶었는데 ^^ 기억의집님께서도 ㅎ

기억의집 2023-07-30 19:23   좋아요 2 | URL
게다가 초록으로 색칠한 것 같아 더 가고 싶어요. 저는 낼 후쿠시마 폐오염수 방류 하기 전에 물회 먹으러 가자 해서 바다 보러 갑니다!!! 초록 대신 파란 바다 보고
오려고요!!
 





1.












김남일, <서울 이야기>


그 서울의 밤에 전기가 들어왔다. 1887년 경복궁 후원 건청궁과 향원정 일대에서 처음으로 전구 750개가 불을 훤히 밝혔다. 중국이나 일본보다도 2년쯤 앞선 일로, 직접 목격한 이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절로 터져나왔다. 백성들로서는 담장 너머로 멀리 비치는 10촉광의 불빛마저 도무지 믿기 힘든 도깨비불이 아닐 수 없었다. 민간까지 전기가 보급되는 데에는 훨씬 더 시간이 필요했다. 1900년 4월 10일, 종로에 처음으로 가로등이 불을 밝혔다.(35쪽)


⇨ 전구 750개가 불을 밝혀 환한 세상이 된 것을 본 이들은 신세계가 펼쳐지는 것을 보았으리라. 그때의 광경은 사람들에게 가슴 뻐근한 감동을 주었을 것 같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 역에서 저격했다. 나쓰메 소세키는 그 열흘 전쯤에 도쿄로 돌아왔다. 그는 약속했던 연재를 포기한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그의 생각을 제대로 읽을 기회도 사라진다. 기사가 폭주하면 제 글을 마음대로 넘겨버리는 신문사 탓을 하지만, 이제 초대 통감을 사살해 동아시아의 정치적 지형도에 일대 충격을 던진 나라에 대해 정색을 하고 언급하는 일 자체에 무언가 부담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적어도 1909년 가을의 그는, 메이지 유신 이후 급속히 구축한 국력을 바탕으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너끈히 치러낸 국가적 자부심을 그 역시 한 사람의 제국 국민으로서 기꺼이 누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79쪽)



이번 여행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일본인이 진취적인 기상을 가지고 넉넉하지 않은 형편임에도 나름대로 무한히 발전해나가고 있다는 사실과 이에 따른 경영자의 기개입니다. 만주, 한국을 유람해보니 과연 일본인은 믿음직한 국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디를 가도 떳떳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에 반해 중국인이나 조선인을 보면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스럽게도 일본인으로 태어난 것이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79~80쪽)


⇨ 이 글은 나쓰메 소세키가 쓴 글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두 번이나 읽은 팬으로서 나는 그에 대해 실망하게 되었다. 작품의 훌륭함과 작가의 훌륭함은 별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실망스러웠다. 제국주의의 침략성에 대해 비난하기는커녕 일본인으로 태어난 것이 행복하게 느껴졌다니. 



백화점의 ‘엘레베타 걸’이나 판매를 담당하는 이른바 ‘쇼프 걸’은 조선인에게는 기회조차 거의 주어지지 않았던 타이피스트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전문직 신여성이었다. 여학교 졸업자는 물론이고 외국 유학생까지 구름처럼 지원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선발 기준은 철저히 ‘미모’였다. 심훈의 장편 『영원의 미소』(1933~1934)에는 이미 문사로 활동하던 한 신여성이 생활고에 못 이겨 백화점 판매원으로 들어가자 벌어지는 소동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156쪽)


⇨ 지금과 시대가 다른 만큼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1>


또 어떤 때에는 이렇게도 말했다.

“별 수 없지 않소? 그 양반들은 고귀하신 분들이지만 나는 가난한 시골 주교에 불과하니.”

사실을 말하자면 그는 사람들의 환심을 사지 못했다. 다른 여러 가지 기이한 일 중 하나인데, 어느 날 저녁 최고위층 동료들 중 한 사람 집에 가 있을 때 그가 어쩌다 불쑥 이런 말을 입 밖에 낸 것 같다.

“참 훌륭한 괘종시계요! 참 아름다운 양탄자요! 하인들의 제복이 참 화려하오! 이런 건 얼마나 귀찮을까! 오! 나는 이런 사치품은 싫소. 이런 것들은 줄곧 내 귀에 이렇게 외칠 뿐이오.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다! 추위에 떠는 사람들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91쪽)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사치를 증오하는 것이 지적(知的)인 증오는 아닐 것이다. 그러한 증오 속에는 예술에 대한 증오가 들어 있을 테니까. 그렇지만 성직자들에게는 연극과 의식을 제외하고 사치는 잘못이다. 그것은 실제로 그다지 자비롭지 못한 습관을 드러내 보이는 것 같다. 호사스러운 신부는 자가당착이다. 신부는 가난한 사람들 옆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노동의 먼지와 함께, 그 신성한 빈곤을 다소라도 자신이 갖지 않고서, 끊임없이, 그리고 주야로 저 모든 고통과 저 모든 불행과 저 모든 빈곤에 접할 수 있겠는가? 화롯가에 있으면서도 따습지 않다는 사람을 상상할 수 있는가?(91~92쪽)   


⇨ “호사스러운 신부는 자가당착이다.”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훌륭한 성직자를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 




3. 












존 윌리엄스, <스토너>


매스터스가 공짜로 제공되는 점심 때 나온 완숙 달걀을 수정구처럼 높이 들고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의 진정한 본질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습니까, 여러분? 스토너 군? 핀치 군?”

그들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줄 알았지. 스토너는 대학을 커다란 저수지처럼 생각하고 있을걸. 도서관이나 유곽처럼 말이야.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자신을 완성해줄 물건들을 고를 수 있는 곳, 모두가 같은 벌집의 작은 일벌들처럼 힘을 합쳐 일하는 곳. 진실, 선함, 아름다움. 이런 것들이 모퉁이 너머 바로 다음 복도에 있다는 것이지. 아직 읽지 못한 바로 다음 책, 아니면 아직 가보지 못한 바로 다음 서가에. 언젠가 우리는 반드시 그 서가에 이를 것이고, 그러면……그러면…….” 그는 달걀을 한 번 더 바라본 다음 크게 한입 베어 물고는 스토너에게 시선을 돌렸다. 턱이 우물우물 움직이고, 검은 눈이 밝게 빛났다.(43쪽)


⇨ 내가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이 글을 책에서 뽑아 옮기면서 내가 이 소설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스토너와 핀치의 깊은 우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스토너는 교수일 뿐이지만 핀치는 학장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스토너는 타협할 줄 모르는 성격 때문에 학과장의 미움을 사게 된다. 스토너에게 불만을 품은 학과장으로 인해 핀치가 스토너를 해고해야 하는 곤란한 일이 생긴다. 그때 핀치는 스토너와 대화를 나누면서 스토너를 사려 깊게 배려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여 준다. 아주 멋진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게 그는 연애를 했다.

그는 캐서린 드리스콜에게 자신이 품고 있는 감정을 서서히 깨달았다. 어느새 그는 자기도 모르게 오후에 그녀의 집을 찾아갈 핑계를 찾아내고 있었다. 어떤 책이나 논문 제목이 떠오르면 그것을 적어두고 일부러 제시 홀 복도에서 그녀를 만나지 않으려고 피해 다녔다. 그래야 오후에 그녀의 집에 들러서 커피를 마시며 그 제목을 알려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었다.(265쪽)


⇨ 스토너는 캐서린 드리스콜과 불륜의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들은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   


예전에 <스토너>를 읽은 독자의 리뷰를 본 적이 있다. 몇 개의 리뷰에서 이 소설엔 특별한 사건이 없다고 해서 이 소설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읽어 보니 특별한 사건이 몇 개나 있었다. 그리고 스토너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는데 내가 읽어 보니 그는 장점이 많은 특출난 사람이었다. 학문과 책에 대해 뜨거운 열정을 가졌고 인내심이 많았으며 선한 사람이었다. <스토너>를 읽은 독자라면 스토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스토너>는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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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7-09 17: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산문을 보면 저런 내용이 좀 있더라구요. 소설에도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거 같은데 🤔 실망하실만한거 같아요 ㅋ

스토너 인상깊게 읽고 친구 빌려줬는데 못돌려받은걸 이제서야 인지했습니다 ㅋ

페크pek0501 2023-07-10 15:28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 이미지를 바꾸셨네요. 이것도 좋네요.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군요. 그러고 보면 작가, 라는 자리가 참 어려운 자리예요. 잘 처신해야 한다는 점에서.
스토너, 책은 갖고 있을 만하지요. 저도 책을 빌려 줘서 못 받은 적이 두 번 있습니다.ㅋ^^

stella.K 2023-07-10 1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 않습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본인들 중엔 자국을 비판하는 지식인도 있는 줄 압니다. 대단한 거죠. 쉽지않거든요. 소세키 적어도 가만 있었으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건데ᆢㅋ
저도 스토너 재미가 있을까 그랬는데 얼른 읽어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7-11 14:24   좋아요 2 | URL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국을 비판한 글을 신문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자주 발언하지는 않아요.
소세키가 차라리 침묵했다면 좋았겠다 싶어요.
스토너는 기대 이상이었어요. 저자는 마치 남 얘기하듯 거리를 두고 서술해요. 그게 이상하게 더 슬프게 느껴져요.
그리고 다 읽고 나면 스토너를 좋아하게 되는데 이 점도 이 소설의 강점인 듯해요.
독자가 좋아할 수 있는 주인공을 창조해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희선 2023-07-11 0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토너 재미있었어요 다른 사람도 재미있게 만났겠지요 스토너가 결혼했지만 그 결혼은 불행해서... 나중에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났지만 함께 할 수는 없었겠지요 스토너는 자기대로 살다 갔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가장 좋지 않나 싶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07-11 14:26   좋아요 0 | URL
희선 님도 읽으셨군요. 제가 늦게 읽었어요.
맞아요. 불행한 결혼생활을 해야만 했지요. 그래도 아내에 대해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하는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였어요. 어쨌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죽었으니 미련은 없을 듯하네요.ㅋㅋ

가필드 2023-07-11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세키님 읽어봐야 할 책 목록에서 제외해야 겠네요 일본인으로서 자부심이 라니요 😓

페크pek0501 2023-07-11 14:28   좋아요 2 | URL
가필드 님, 그래도 목록에서 빼지는 마시어요. 인간이란 원래 모순덩어리 아닙니까.
아무리 인격적인 자도 실수하고 이해 불가한 행동을 하곤 하잖아요. 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고
나중엔 후회했을지도 모르죠.
그냥 저는 작품으로만 보고 싶습니다.ㅋㅋ
반가웠습니당~~~

모나리자 2023-07-11 16: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소세키는 최애 작가이기도 합니다. 저 인용글은 만주를 여행하고 쓴 글 같은데요. 전 아직 읽기 전이거든요.
작가로서 자국에 대한 발언은 부정이든 긍정이든 많은 부담이 될 듯합니다.
저도 <스토너> 준비해 두었어요. 평가가 좋아서 기대됩니다.^^

페크pek0501 2023-07-13 10:31   좋아요 2 | URL
소세키 작가가 팬이 많군요. 오! <서울 이야기>를 갖고 계시는군요. 반가워라~~~
오! 스토너, 까지 준비해 두셨다니 열공하십니다. 저도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당~~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1>



나폴레옹은 자기를 바라보는 노인에게 몸을 돌려 느닷없이 말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대는 웬 늙은이인고?”

“폐하.” 미리엘 씨는 말했다. “폐하께서는 한 노인을 보고 계시옵고, 저는 한 영웅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제각기 얻는 바가 있는 셈입니다.”(13쪽)



그는 또 이렇게 말하곤 했다. “무식한 자들에게는 가급적 여러 가지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무상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은 사회의 죄다. 사회는 스스로 만들어 낸 암흑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마음속에 그늘이 가득 차 있으면 거기에서 죄가 범해진다. 죄인은 죄를 범한 자가 아니라, 그늘을 만든 자다.”(31쪽)

 


그것이 그렇게도 흉측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인간의 법을 모를 정도로 신의 법에만 몰두하는 것은 잘못이다. 죽음은 오직 주님만의 권한이다. 인간들은 무슨 권리로 이 알 수 없는 것에 손을 대는가?(36쪽)


⇨ 단두대에서 사형수가 처형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미리엘 주교가 혼잣말을 한 것이다. 무슨 권리로 인간이 인간을 죽인다는 말인가? 하는 뜻이다.



사람들은 환자나 죽어 가는 사람의 머리맡에 언제고 미리엘 씨를 불러올 수 있었다. 그는 그것이 자기의 가장 큰 의무이자 가장 큰 직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과부나 고아의 집에서는 일부러 청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는 자진해서 가 주었다.(36~37쪽)



저녁에 취침하기 전에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도둑이나 살인자를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돼. 그건 외부의 위험이고 작은 위험이야. 우리들 자신을 두려워하자. 편견이야말로 도둑이고, 악덕이야말로 살인자야. 큰 위험은 우리들 내부에 있어. 우리들의 머리나 지갑을 위협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영혼을 위협하는 것만을 생각하자.”(55쪽)


⇨ 편견에 구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나를 너무 칭찬하지는 마시오. 나는 폭군의 종말에 찬성했소.”

그것은 준엄한 어조에 대꾸하는 엄숙한 어조였다. 

“그게 무슨 뜻이오?” 주교가 말을 이었다.

“내 말은 인간은 하나의 폭군을, 즉 무지(無知)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오. 나는 그 폭군의 종말에 찬성한 거요. 그 폭군이 왕권을 낳았소. 학문은 진리 속에서 얻은 권위인 데 비하여, 왕권은 허위 속에서 얻은 권력이오. 그러므로 인간은 오직 학문에 의해서만 지배되어야 하오.”(76쪽)  


⇨ 인간은 하나의 폭군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무지(無知)라는 것.



국민의회 의원은 말을 계속했다.

“루이 16세로 말하자면, 난 반대했소. 나는 한 인간을 죽을 권리가 내게 있다고는 생각지 않소. 그러나 악을 절멸시킬 의무는 있다고 생각하오. 나는 폭군의 종말에 찬성했소. 다시 말해서, 여성에게는 매음의 종말, 남성에게는 노예 상태의 종말, 아동에게는 암흑의 종말이오. 나는 공화제에 찬성함으로써 이와 같은 것에 찬성한 거요. 우애와 화합, 여명에 찬성한 거요! 나는 편견과 오류의 붕괴를 도왔소. 오류와 편견의 붕괴는 빛을 만들어 내지요. 우리는 낡은 세계를 무너뜨렸소. 그리하여 비참의 도가니였던 낡은 세계는 인류 위에 나둥그러짐으로써 기쁨의 항아리가 된 거요.”(77쪽) 



“혼합된 기쁨.” 주교가 말했다.

“혼합된 기쁨이라고 해도 좋겠지. 그런데 오늘날, 1814년이라고 일컫는 저 불행한 과거가 되돌아온 후 기쁨은 사라져 버렸소. 슬프게도 작품이 미완성이었다는 걸 나도 인정하오. 우리는 현실에서는 구체제를 무너뜨렸지만, 사상에서는 그것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없었소. 폐습을 타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오. 풍조를 바꾸어야 하오. 풍차는 없어졌지만 바람은 아직 남아 있소.”(77쪽)



“당신네들은 무너뜨렸소. 무너뜨리는 것이 유익할 수는 있소. 하지만 분노 섞인 타도는 경계하오.”

“권리에는 분노가 있는 것이오, 주교님. 권리의 분노는 진보의 한 요소요, 그야 어쨌든,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든, 프랑스혁명은 그리스도의 강림 이래 인류의 가장 힘찬 한 걸음이었소. 미완성이긴 했지. 그러나 숭고했소. 혁명은 모든 사회적 미지수를 끄집어냈소. 혁명은 인간의 정신을 온화하게 하고, 진정시키고, 위안하고, 밝게 하였소. 혁명은 지상에 문명의 물결을 흘려 보냈소. 훌륭한 것이었소. 프랑스혁명은 인류의 축성식이었소.”(77~78쪽)


⇨ 미리엘 주교와 옛 국민의회 의원(늙은 혁명가)이 대화를 하는 장면이다. 혁명가의 말은 작가의 생각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풍차는 없어졌지만 바람은 아직 남아 있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권리에는 분노가 있는 것이오.” 이 문장을 읽고 어떤 권리를 찾으려는 자에게는 분노가 있었겠구나 생각했다. 예를 들면 노동자들이 대규모의 집회를 가질 경우 ‘분노’가 없다면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만 참석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부당한 대우에 대한 분노가 있을 수 있다. 


각주) 국민의회는 입법의회(1791~1792)의 후신인 혁명의회. 공화국을 선포하고 루이 16세를 처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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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23-07-08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지가 폭군이 되는군요.
나이 들면서 더 편견을 갖게 됩니다. 노력하고 있지만요.

페크pek0501 2023-07-09 14:26   좋아요 1 | URL
저 역시도 편견을...ㅋ
명대사가 많은 소설이에요. 민음사에서 5권짜리로 나온 게 있어 완독해 보려 합니다.
동화책이나 압축된 내용의 책으로 읽은 적이 있지만... 이번에 5권을 읽는다면 많이 배우게 될 것 같아요.^^

모나리자 2023-07-11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제가 읽은 건 축약본인가 봅니다. 다섯 권이나 이어진다니 놀랍네요!
완독 응원합니다.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7-13 10:33   좋아요 1 | URL
아마 그럴거예요. 저 역시 축약된 걸로 읽었어요.
완독을 목표로 정했습니다만 다른 책과 병행해 읽을 것이므로 올해 안으로만 완독하는 걸로 계획을 세웠답니다.
저 역시 모나리자 님의 독서와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



어제 작성해 놓은 글을 올린다.



1. 인간은 자기도취에 빠져 있다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일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잘, 더 효율적으로, 더 완벽하게 일을 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통계에 의하면 사람들 중 90% 이상이 자신은 다른 보통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미국 대학 교수들의 94%는 동료보다 자신이 연구를 더 잘 수행한다고 믿는다. 미국 대학 농구 선수들 중 60% 이상이 자기가 메이저 팀에서 띌 것으로 믿지만 실제로는 5%만 그렇다. 일본 직장인들은 자신의 업무 수행 능력을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평균 20% 이상 더 높게 생각한다. 즉, 자기도취에 빠져 있다.(142쪽)


⇨ 저자는 인간이 자기도취에 빠져 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 인간은 ‘착가의 왕’이다. 남보다 자기가 일을 더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남보다 자기가 능력이 있다고 착각한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어리석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은 ‘자기 합리화의 명수’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을 내로남불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내로남불이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으로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하는 태도를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남에 비해 자신에게 관대한 것이 인간이다. 




2. 저자가 책을 읽는 이유


사람들이 내게 웬 책을 그렇게 읽느냐고 물을 때마다 내가 준 대답은 “내가 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내가 자기도취에 빠진 것은 아닌지, 내가 똥 묻은 개인데 겨 묻은 개를 탓하기만 하는 건 아닌지, 내 눈 속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 속의 티끌만 보는 것은 아닌지, 내가 제대로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인지 등등이 불안하다 보니 확인을 받으려고 읽는다.”는 것이었다.(142쪽)


⇨ 인간이 자신에 대해 착각하지 않고 자기도취에 빠져 있지 않으려면, 자신에 대해 마음대로 판단하지 말고, 저자처럼 ‘책’이란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3.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


많은 부자들은 일하는 것이 취미라고 말한다. 재미있게 즐긴다는 뜻이다. 토마스 J. 스탠리는 <백만장자 마인드>에서 미국의 백만장자 733명을 표본 조사하여 얻은 자료들을 보여 주는데 미국의 백만장자들 중 86%는 “나의 성공은 내 일과 직업을 사랑한 결과이다”라고 공통적으로 말한다.(투자를 잘해야 부자가 된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 일이 우선이고 투자는 나중이다, 이 바보들아). 그리고 81%는 “나의 일은 내 능력과 적성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말한다.(152~153쪽)


진실은 이것이다. 백만장자들은 ‘어떻게 하다 보니까 하게 된 일’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그 일을 사랑하고 즐김으로써 ‘능력과 적성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일’로 바꾸어 버렸던 것이다.(153쪽)


학창 시절을 돌이켜 생각하여 보아라. 누구나 자기가 잘하는 과목은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만 잘 못하는 과목은 정말 지겨워한다. 무엇인가를 잘하면 재미를 느끼기 마련이고 잘 못하면 재미고 뭐고 없지 않겠는가. 즉, 재미를 느끼느냐는 것과 잘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데에는 비례 관계가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잘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하여 많이 알고 있기에 가능하며, 잘하니까 재미도 생기는 것이다.(155쪽)


⇨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일을 사랑한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들은 일을 열심히 해서 잘하게 되었고 잘하다 보니 재미를 느꼈고 재미를 느꼈으니 사랑하게 되었으리라. 


악기를 예로 들면 바이올린을 잘 켜게 되어야 재미를 느끼고 재미를 느껴야 사랑하게 될 것이 아닌가. 바이올린을 잘 연주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다. 


악기 연주든 요리든 글쓰기든 최대한 노력해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4. 주 5일제 근무의 단점


주 5일 근무가 시작되니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정말 좋아하여야 할까? 삶의 질이 더 향상되므로 좋은 것 아니냐고? 음… 당분간은 그렇다고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말이다. 만일에 말이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 역시 이틀이나 되는 주말을 당신처럼 ‘재충전 내지는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명목으로 쉬면서 보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들 중 일부는 자기 계발을 위하여 그 주말의 황금시간을 거의 모두 바치면서 일과 관련된 능력과 지식을 ‘독하게’ 향상시키고 있다면, 그리고 그런 노력이 2년 정도 지속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163쪽) 


그러므로 주 5일 근무 제도가 시행되면서 노는 날이 많이 생겼다고 너무 좋아하지는 말아라. 그 어느 나라에서건 그 제도가 시작되고 난 뒤 중산층과 상류층의 소득 격차는 제도 시행 이전보다 훨씬 더 커지는 양상을 보여 왔고, 돈과 시간을 펑펑 쓰다 보니 중산층에서 하류 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니까 말이다.(165쪽)


⇨ 주 5일제 근무의 단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신이 쉬거나 놀러 다니는 주말 이틀 동안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그런 노력이 2년 정도 지속되었을 경우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면 능력의 차이가 크게 난다는 것. 그리고 주말 동안 돈과 시간을 쓰던 자신은 중산층에서 하류 쪽으로 내려간다는 것.


주 5일제 근무를 좋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네. 다 일장일단이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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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6-28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아도취를 넘어 자만심이 넘쳐나는 거지요. 운전면허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앙케이트 조사결과 대부분 자신의 운전 실력이 뛰어나다고 답한다고 합니다. 정말 미친 자만심이지요,ㅠㅠ

페크pek0501 2023-06-28 17:11   좋아요 0 | URL
인간은 저마다 열등감이 있는 부분이 있지만, 열등감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과대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3-06-28 2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한 시간, 또는 적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하게 되면 시간이 지날 수록 금방 채울 수 없는 격차가 생긴다고 해요.
내가 쉬는 동안 다른 사람은 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편하게 쉬지 못할 것 같아요.
자기 단점은 조금 더 잘 보이기도 하고, 또 잘 보이지 않기도 하는데,
좋은 점보다 단점이 너무 많고, 잘 보여서 걱정이네요.
페크님,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6-29 15:56   좋아요 2 | URL
하루에 한 시간 또는 30분이라도 매일 하면 엄청난 시간이 되겠지요.
주 5일 근무의 단점을 생각하니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싶네요. 언제나 경쟁 경쟁, 그놈의 경쟁을 달고 살아야 하다니... 우리 애도 5일 근무라서 남 얘기 같지가 않네요.
누구나 단점이 있겠지요. 완벽한 사람이 없다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 할 듯요.
오늘은 비가 와서 풍경을 보면 덜 더운 것 같은데 그래도 선풍기를 끄고 살 수는 없을 정도로 덥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3-06-28 23: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옳은 말들이 많아서 포스트잇 잔뜩 붙이며 읽고 있어요. 오늘 뉴스기사를 보았는데 건축가 출신의 여성 셰프 이야기를 읽었어요. 프랑스 유학시절 음식을 만들어서 친구들을 초대해 먹이는 것이 좋아서 계속하다보니 셰프가 되었다고 합니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데도요. 그러니 좋아하고 즐기는 자를 따라갈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어요.
가만히 보면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요소가 정말 많지요. 반성하게 됩니다.
굿밤 되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6-29 15:59   좋아요 2 | URL
모나리자 님이 올리신 세이노의 글, 봤어요. 많이 읽으셨더라고요. 저는 페스트와 스토너를 완독하느라
세이노의 가르침은 얼마 읽지 못했어요. 그래도 야금 야금 읽는 재미가 있고 페이지가 잘 넘어가서 좋아요.
건축가 출신의 여성 셰프, 멋지군요. 좋아서 직업이 되다, 멋져요. 능력자, 네요.
특히 하루 외출하고 나면 집안일도 그다음날도 밀려서 이틀이 날아가는 느낌입니다.ㅋ
굿 데이~~^^

stella.K 2023-06-29 11: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꾸준히 읽고 계시는군요.
저는 요즘 그냥 잘 모셔두고만 있습니다. ㅋ
그냥 당분간은 소설이나 좀 읽어보려구요.
저는 저자가 저렇게 말하는 게 참 좋더라구요. 가감없이 쓰는 거.
마지막 얘기는 맞는 것 같긴한데 우린 절대로 옛날로 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
지금은 주 5일도 부족해 4일을 주장하고 있고 금요일도 오전 근무만 하는
기업도 있다던데 과연 그래도 좋은 건지 알 수가 없어요.

페크pek0501 2023-06-29 16:03   좋아요 3 | URL
이 책은 페이지가 잘 넘어가서 좋답니다. 소설 읽을 때는 연결성을 생각해야 하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아 읽기 편해요. 스텔라 님의 서재에서 본 정보로 구매한 책입니다.ㅋㅋ 감사드려요.
가감없이 쓰는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어떤 이들은 그래서 싫다고도 하는데 저는 괜찮더라고요.
맞아요. 이미 행한 건 절대로 돌아갈 수 없어요. 이미 주 5일제 근무의 단맛을 봤는데 어찌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주 6일보다 주 4일 근무가 될 가능성이 더 높지요.^^

yamoo 2023-07-03 1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이노의 가르침을 구매한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읽어야 하는데, 그림 그리고 주제 생각하느라 거의 못읽을 거 같아요..^^;;

교보에 가서 봐도 이 책이 많이 쌓여있더이다. 잘 나가는 듯해요.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어야 할 터인데....

페크pek0501 2023-07-04 20:57   좋아요 1 | URL
야무 님도 그 책을 구매하셨군요. 천천히 읽으셔도 되죠뭐.
워낙 책값이 저렴한 점도 많이 팔린 이유 중 하나일 거예요. 저자가 인세를 포기했다고 알고 있어요.
그림 취미가 있어서 좋겠습니다. 취미가 직업이 되어서 프로페셔널하게 일하시기를...^^

yamoo 2023-07-05 09:18   좋아요 2 | URL
그림이 스트레스 해소하기 위해 취미로 할 때는 아무거나 그리고 싶은 거 막 그려서 좋았는데...
프로의식을 갖고 작업을 시작하니 대상과 주제 그리고 시대상을 그림에 담기 위한 설정이 꽤나 머리 아픕니다. 그래도 구상한게 그대로 그림으로 완성될 때 매우 신기합니다. 구상했던 게 실물로 완성되는 게 미술의 또 하나의 대장점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7-07 16:43   좋아요 1 | URL
야무 님의 그 경험, 저도 글 쓸 때 비슷하게 느낍니다. 취미로 할 때가 가장 즐겁죠.
취미가 아니라 일이 되면 책임감이 생겨 부담스럽죠.
하지만 완성될 때의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죠.
머리 아플 때의 스트레스도 즐길 줄 아는 경지에 가도록 합시당~~~^^
 



















신형철, <인생의 역사>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 ‘강간’에 대해 저자가 쓴 글이다.


불행하게도 “때”가 왔다. 당신은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강간을 당했다. 알지만 안다고 말하기 어려운 그 남자가 근무하는 경찰서에 가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그에게 알리고 즉각적인 보호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그게 아니다. “당신은 그에게 자백을 해야만 한다.” 자백은 죄를 지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왜 피해자인 당신이 그것을 하고 있는가. 이 기괴한 상황의 아이러니를 리치는 역설의 수사학으로 적발해낸다. “당신은 당신이 당한 그 범죄에 대해 유죄이므로.”(58~59쪽)



어떤 말의 종류는 그것을 듣는 사람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그의 눈이 “가늘어지면서 번들거리는” 것은 그가 당산의 말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느낀 게 고통이 아니라 쾌락이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사건의 “세부사항”을 듣기 원하고 그것을 포르노그래피처럼 즐긴다. 당신의 고통이 초래한 “격렬한 흥분hysteria”조차 그의 쾌락을 위해 소비될 때, 어느새 당신은 무고誣告를 행하는 자가 되어 있다. 무고가 아님을 증명해야 할 책임은 이제 당신에게 있고, 당신은 자신의 고통이 진실한 것임을 필사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그러나 당신은 (“그 모든 가족들”을 포함한) 이웃들의 눈이 경찰의 눈을 닮아갈 것임을 예감하며 심리적으로 고립된다.(58~59쪽)



제목은 ‘강간’이지만 이 시는 ‘강간 이후’의 상황만을 보고한다. 피해자를 피의자로, 진술을 자백으로 바꿔버리는 남성적 권력의 개입 역시 ‘강간’이라 불러야 마땅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의 메시지를 이렇게 정리해야 할까. ‘모든 강간은 두 번 일어날 수 있다.’ 육체적 강간과 정신적 강간, 혹은 개인적 강간과 사회적 강간. 40년도 더 된 시다. 자신을 희생하며 싸워온 이들 덕분에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 시 안에는 ‘지금’과 ‘여기’가 있고, 무엇보다도 내가 있다. 구조가 폭력적일 때 그 구조의 온순한 구성원으로 살아온 사람은 축소해 말해도 결국 ‘구조적 가해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 점을 자인하는 부끄러움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으리라.(61쪽)


⇨ 이 글은 ‘모든 강간은 두 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글을 나는 다음과 같이 이해했다.


남성에게 강간을 당한 여성이라면 육체적 강간과 개인적 강간이 이미 있었던 것이고, 그다음에 경찰서에서 피해자인 여성이 진술할 때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정신적 강간과 (세상에 공개되는) 사회적 강간이 일어난다. 육체적 강간과 개인적 강간이 첫 번째 강간이고정신적 강간과 사회적 강간이 두 번째 강간이다. 그러므로 ‘모든 강간은 두 번 일어날 수 있다.’ 


가슴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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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3-06-19 2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군요. 피해자인데도 진술을 해야하는 과정에서 두번의 강간이라니 가혹합니다.
담당하는 경찰계에서도 이런 고통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규칙이나 제도를 개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헤아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낮엔 뜨겁더니 저녁이 되어서 시원해졌네요. 건강한 여름 나시길 바랄게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6-20 12:32   좋아요 3 | URL
여성 피해자가 진술을 해야 할 때 여성 경찰관이 업무를 보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해요.
교사나 경찰관은 인성 검사가 필수여야 할 것 같고요.
저자가 남성임에도 이런 글을 썼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모나리자 님도 건강한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