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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어느 분과 통화하면서 “진정한 용서란 용서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용서할 것이 남아 있어서 용서한다면, 용서한다는 생각이 그 찌꺼기로 남게 마련이다.(205~206쪽)

 

내가 얼마나 ‘사랑’을 사랑할 수 있는가가 모든 문제이다. 진정한 용서란 용서할 것이 따로 없음을 아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정한 사랑이란 사랑할 것이 따로 없음을 아는 것이리라.(208쪽)

 

- 이성복, <고백의 형식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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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4-12-18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이성복 시인다운 말씀입니다.^^*
용서할 것이 없는 단계, 사랑할 것이 없는 단계 거기까지 이르려면 얼마나 나를 버리고 다독여야 할까요.
건강하시고, 한 해 갈무리 잘하시길 바라요~~*

페크pek0501 2014-12-20 00:0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반가워요.^^

한 사람을 사랑할 때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하던데,
그 경지에 가 보지 않아 잘 모르겠어요.

으음~~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어요.
사실 대부분, 상대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게 아닐까요.
자기 자신보다 상대를 더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 때 그게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해요.
저는 요기까지만 이해했어요.
앞으로 더 연구해 보겠습니다.

서재 님들의 글을 읽으려고 들어왔는데 눈이 피로해서 안되겠군요.
팜님의 서재엔 내일 놀러 가야겠어요. 역시 사람은 밤이 깊으면 자야 돼요. 눈이 피로...
자러 갑니다. ㅋ

우리 좋은 꿈 꿉시다. 자주 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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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그런가? 자네,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 우물물을 마셔 본 적이 있나?

 

청년 우물물이요? 아, 아주 오래전이긴 하지만 시골에 있는 할머니 댁이 우물물을 끌어다 써서 마셔본 적이 있습니다. 더운 여름철에 할머니 댁에서 마시는 차가운 우물물은 참 꿀맛이었죠.

 

철학자 아는지 모르겠지만 우물물의 온도는 1년 내내 18도를 유지한다네. 이것은 누가 측정하든지 간에 똑같은 객관적인 수치지. 하지만 여름에 마시는 우물물은 차갑게 느껴지고, 겨울에 마시는 우물물은 따뜻하게 느껴진다네. 온도계는 늘 18도를 유지하지만 여름과 겨울에 느끼는 정도가 다른 것이지.

 

청년 요컨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착각하게 된다?

 

철학자 아니, 착각이 아닐세. 그때 ‘자네’가 우물물이 차갑다거나 따뜻하다고 느낀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네. 주관적인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은 바로 그런 거지. 우리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주관에 지배받고 있고, 자신의 주관에서 벗어날 수 없다네. 지금 자네의 눈에는 세계가 복잡기괴한 혼돈처럼 비춰질 걸세. 하지만 자네가 변한다면 세계는 단순하게 바뀔 걸세. 문제는 세계가 어떠한가가 아니라, 자네가 어떠한가 하는 점이라네.

 

-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저, <미움받을 용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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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울에) 첫눈이 왔다. 똑같은 눈이라도 첫눈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 글을 쓰는 이유다. 만약 내년 1월에 세 번째나 네 번째로 오는 눈을 봤더라면 눈이 왔다는 이유로 글을 올릴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똑같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이라도 그것을 (첫 번째로 내렸다는 이유로) 귀한 눈으로 보느냐 아니면 (여러 번 내렸다는 이유로) 흔한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눈’에 대한 느낌이 다르다. 똑같은 우물물이라도 여름에 마시는 우물물이냐 겨울에 마시는 우물물이냐에 따라 ‘우물물’에 대한 느낌이 다르듯이. 

 

 

‘눈’에 대한 느낌이 마음 상태(눈을 귀하게 여기는지 또는 흔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다른 것이라면, ‘우물물’에 대한 느낌은 몸 상태(여름이라 몸이 더운지 또는 겨울이라 몸이 추운지)에 따라 다른 것이겠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자유로운 세상을 맞게 되는 사람은 처음 얼마 동안 세상이 천국처럼 여겨진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고 나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같은 세상을 보더라도 어떤 때엔 천국으로 생각하고 어떤 때엔 천국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세계가 어떠한가가 아니라, 자네가 어떠한가 하는 점이라네.

 

 

문제는 우리가 어떠한 세계에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있다는 것.

 

 

그러니까 세계를 변하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네.

 

 

(더 읽어 봐야 정확히 알겠네. 꽤 흥미로운 책이네. 딱 내가 찾는 책일세. 흔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새로운 표현일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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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12-02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하는듯요^^
아이 모의고사 시험 망친걸 보고는 하늘이 무너지는듯 하다가......
보험처럼 접수한 학교에 합격했을때...이만하면 되었다 하는 위로......역시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요즘 이 학교가 좋은 이유 10가지 만들었습니다. ㅜㅜㅜ

페크pek0501 2014-12-03 11:16   좋아요 0 | URL
굿 모닝?

세실 님, 좋은 일, 축하드립니다. 진심으로요...
저는 아직 좋은 소식 없어요. 하하~~
좋은 소식 생기면 저도 알려 드릴게요.

무엇이 좋은 이유든 무엇이 싫은 이유든 10가지 정도는 만들 수 있죠.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도 생각해 보면 장점이 있는 걸요.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백 퍼센트 맘에 든다고 할 수 없겠죠.
인간도 알고 보면 대부분이 거기서 거기, 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이라고 한 까닭은 예외가 있단 뜻...

매일 좋은 하루 보내시고 계시겠죠~~~
긍정 마인드의 세실 님이 나는 좋아용~~~
 

 

 

1.
초상집에 모인 손님들은 서로 잘 알지 못한다. 때로 손님들은 옆자리에 앉아 인사를 나누면서 서로를 알게 된다. 그처럼 글쓰기를 통해 각기 떨어져 있던 체험들은 한자리에 모이고 관계를 갖게 된다. 글 쓰는 사람은 고인故人일까, 상주喪主일까.(171쪽)

 

글에 하나의 주제와 관련한 체험들을 모이게 하라.

 

 

 

 

 

2.
이삿짐센터 직원이 혼자서 피아노를 들어 올리는 것은 피아노의 구조와 무게중심 등을 잘 알기 때문이다. 즉 그는 급소를 아는 것이다. 그 급소가 글쓰기에서는 ‘디테일’이다. 정확히 말해 글쓰기는 수많은 디테일 가운데 바로 급소가 되는 디테일을 찾아내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그 어떤 디테일도 급소 아닌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것이다.(175쪽)

 

똑같은 상황일지라도 디테일 묘사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디테일로 작품을 살려 내는 글을 써라.

 

 

 

 

 

3.
밭을 갈 때는 멀리 보이는 큰 나무를 향해 나아간다고 한다. 똑바로 갈기 위해 발밑을 살피다 보면 밭고랑은 삐뚤빼뚤해진다. 옷감을 끊을 때도 천은 보지 말고 맞은편에서 잡고 있는 사람을 보아야 한다. 글쓰기 또한 눈길을 멀리 두고 나아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지리멸렬해지기 십상이다.(172쪽)

 

어릴 때 하던 잡기 놀이. 반드시 한 발을 고정시켜야 하지, 두 발 다 떨어지면 무효가 된다. 컴퍼스로 원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다. 침 끝이 움직이면 원은 망가지게 마련이다. 글쓰기 또한 아무리 먼 데로 나아가더라도 애초의 중심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끝말잇기 놀이’ '수정 모드 타이핑‘ ’다른 샘 파기‘가 된다.(176쪽)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의 끈을 놓치지 말라.

 

 

 

 

 

4.
글쓰기의 마지막은 「따오기」 노래처럼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에 독자를 빈손으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다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초콜릿을 선물할 때 껍질을 까서 주는 것은 예의가 아니며, 아무도 이미 씹어 놓은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선물은 포장을 벗기기 직전까지이다.(180쪽)

 

다 알려 주지 말고 의미가 감추어 있게 써라.

 

 

 

 

 

5.
스케이팅하는 동작은 글쓰기의 모습을 정확히 보여 준다. 스케이트를 타고 나아갈 때는 한 다리를 삐딱하게 뻗고, 다음 다리도 삐딱하게 뻗어 주어야 한다. (바로 앞으로 내밀어서는 나아갈 수가 없다.) 그리고 멈추어야 할 때는 다리를 완전히 반대쪽으로 꺾어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아름다운 글쓰기의 끝맺음 방식도 이와 같지 않을까.(180쪽)

 

예상 밖의 결말을 보여 줘라.

 

 

 

 

 

 

 

 

 

 

 

 

 

 

이성복 저, <고백의 형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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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11-06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자병법에서 장수의 자질로 지智, 신信, 인仁, 용勇, 엄嚴, 5가지를 듭니다. 언뜻 보기에 (저는 자세히 봐도) 인과 엄은 대립적/상보적이죠. pek0501 님의 글, 2번과 3번도 그런 관계처럼 보이네요. 어느 글에서는 명품은 기본에 충실한다고 어느 글에서는 디테일이 명품을 가른다고 합니다. 아마도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디테일에도 충실한 것이 명품이겠죠.

페크pek0501 2014-11-06 22:22   좋아요 0 | URL
하하~~ 그런 것 같습니다. 어렵네요. ^^

oren 2014-11-06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의 글을 읽으니 저는 몽테뉴가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두루 평가하면서, `이 두 부류의 중간 것들은(이것이 가장 보통이지만) 모든 것을 벌여 놓는다. 그들은 우리가 씹을 것을 대신 씹어 준다.`고 말했던 대목이 금방 떠오르네요. 밭을 갈 때 먼 곳을 응시하라는 말 또한 인상적인 표현인데, 몽테뉴도 그와 무척이나 쏙 빼닮은 문장을 남겨 놓았더라구요.(제가 몽테뉴의 수상록을 처음 읽었던 1983년에도 그 문장만큼은 독서노트에 옮겨 놓는 걸 잊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 * *

풋내기들

그것은 마치 무도회에서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우리 귀족들의 점잖은 행세를 모방할 수 없으니까, 무도 학교를 세워 가면서 배운 위험한 뜀박질이나 익살스런 동작의 색다른 잡술을 가지고 장기를 삼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리고 정식 무도회에서 부인들이 천연스런 걸음으로 순진한 자세와 타고난 우아미를 보여 주기만 해도 되는 것을, 몸뚱이를 비꼬아 뒤흔드는 무도회에서는 그녀들의 자태를 값싸게 보여 준다. 나도 역시 본 일이지만, 탁월한 배우들은 일상적인 옷을 입고 화장기 없는 용모로도 그들이 예술이 줄 수 있는 모든 쾌감을 주는 데 반해서, 풋내기들은 공부가 거기에 미치지 못하므로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하고 옷을 괴상하게 입고는 우리를 웃기려고 동작을 거꾸로도 하고, 얼굴을 망측하게 찌푸리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관념은 《아에네이스》와 《광분하는 롤랑》을 비교해 보면 어느 경우보다도 더 잘 이해가 된다. 전자는 확고하게 날개를 활짝 펴서 높게 날며, 늘 자기의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후자는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아 앉듯, 이 이야기에서 저 이야기로 뛰어 돌아다니며, 자기 날개에 자신이 없어 짧은 거리밖에는 날지 못하고, 숨과 힘이 지탱 못할까 봐 밭이랑마다 내려서 쉰다.

그는 단거리 질주를 시도한다. (베르길리우스)


페크pek0501 2014-11-06 22:27   좋아요 0 | URL
좋은 글을 올려 주시는 님 덕분에 공부가 많이 됩니다.

저도 장거리 질주는 자신이 없어서 단거리 질주를 하고 있는데
그나마 이거라도 잘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

반갑습니다. ^^

단발머리 2014-11-07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서재에서 항상 `글쓰기`에 대한 좋은 가르침을 얻고 갑니다. 인용해주신 이성복님의 글도 너무 좋네요.

그처럼 처음에는 나의 의도 혹은 착상에서 글을 시작하지만, 이내 글이 가는 대로 내맡기고, 다만 너무 멀리 벗어나는 것을 막아 줄 뿐이다.(168쪽)

실제로 글을 쓰다 이런 경험을 한 적이 많거든요. 원래 내가 생각했던 건 이게 아니었는데... 하면서 놀라곤 합니다. 나를 좀 더 내맡겨야겠군요.^^

페크pek0501 2014-11-07 14:54   좋아요 0 | URL
하하~~
일방적인 배움이란 없는 것 같아요. 서로 배우는 것이죠.
저도 님에게서 많이 배운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가을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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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져 가는 쥘리의 엉덩이가 라몽의 머릿속에 삼 초간 다시 나타나면서 머리 위로 다시 한 번 서글픈 구름 한 조각이 스쳐갔다. 그는 빠르게 잔을 비우고 내려놓은 다음 또 한 잔(네 번째 잔)을 들고 부르짖었다. “친구야, 딱 한 가지가 나한테 없다, 좋은 기분!”
- 밀란 쿤데라 저, <무의미의 축제>,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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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위해서, 후회 없는 삶을 위해서 필요한 건 딱 한 가지라는 걸 알았네.

 

 

그것은 좋은 기분.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살 만큼 큰 부자라고 해도,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권력과 명예를 가졌다고 해도 이것 하나 없으면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네.

 

 

좋은 기분.

 

 

지금 내가 갖고 싶은 것은 딱 하나다.

 

 

좋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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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6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17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종석 저, <고종석의 문장>. 읽고 있는 책이 두 권 있어서 이 책을 나중에 읽으려 했다. 그저 맛만 보려고 책을 펼쳤는데 읽다 보니 손에서 놓지 않게 돼 계속 읽게 되었다. 웃게 만드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책 참 재밌다. 흡인력이 있다. 이틀을 읽었더니 어느새 300쪽이 넘어 버렸다. 읽은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에 대한 글이 있다. 흥미로워 소개한다.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를 뽑아 보는 것.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를 고종석 저자는 어떻게 뽑았을까?

 

 

 

 

저도 예전에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라는 글에서 제가 좋아하는 한국어 단어 열 개를 꼽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고른 낱말 열 개는 ‘가시내’ ‘서리서리’ ‘그리움’ ‘저절로’ ‘설레다’ ‘짠하다’ ‘아내’ ‘가을’ ‘넋’ ‘그윽하다’였습니다. 좋아하는 말이 있으면 글을 쓸 때 그 말을 더 자주 쓰게 됩니다.

 

- 고종석 저, <고종석의 문장>, 305쪽.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를 김수영 시인은 어떻게 뽑았을까?

 

 

 

 

김수영이라는 시인 다 아시지요? <풀>이나 <사랑의 변주곡>같은 시로 유명한 분입니다. 김수영 선생도 생전에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라는 산문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 양반이 꼽은 낱말 열 개가 뭐냐 하면, ‘마수걸이’ ‘에누리’ ‘색주가’ ‘은근짜’ ‘군것질’ ‘총채’ ‘글방’ ‘서산대’ ‘벼룻돌’ ‘부싯돌’이었습니다.

 

- 고종석 저, <고종석의 문장>, 307~308쪽.

 

 

 

 

나도 뽑아 봤다. 나는 두 낱말 이상이 모인 것도 포함하였다.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를 내가 뽑은 것.

 

 

‘해 질 무렵’ ‘쏜 살 같이’ ‘비 오는 풍경’ ‘저녁 산책’ ‘가을비’ ‘우산 속’ ‘가로수’ ‘허수아비’ ‘예술가’ ‘우리들의 젊은 날’

 

 

이런 것도 덧붙이고 싶다.

 

 

‘눈부신 아침’

‘숲 속의 빈 터’

‘한여름 밤의 꿈’

‘새벽이슬이 맺힌 나뭇잎’

‘일요일 낮의 평화로운 동네’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이건 어느 노래 가사에 있다.)

 

 

가장 맘에 드는 것은 ‘해 질 무렵’

 

 

여러분도 뽑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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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4-08-02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아름다운 우리 말이라 ㅋ 한번도 생각을 못 한 거 같아요 게다가 써 볼려고 해도 도무지 생각이 안 나네요 아하하
이런 빈곤한 우리 말 실력 ㅡ..ㅡ
저는 뭐 반항하다 저항하다 이런 류 인데 왠지 우리 말이 아닌 듯한 이 느낌...
단어라는 게 쓸려고 하면 생각이 잘 안나요 ㅎ 표현이 빈곤해 지는 것도 단어가 생각이 안 나는 거 같아요
날씨가 폭염이에요 불 태우는 태양 아래에서 도서관 가는 길에 댓글 남깁니다 후후

페크pek0501 2014-08-02 15:16   좋아요 0 | URL
이 무더운 여름 어떻게 지내시나요?
으음~ 님 나름대로 피서법을 찾으신 듯합니다. 도서관에 가는 것...
도서관은 에어컨으로 시원하겠지요.
어제와 오늘 무지 덥네요. 마지막으로 찌는 듯한 더위가 아닐까 해요.
7일이면 벌써 입추와 말복이랍니다. 6월부터 더위로 고생한 우리에게 앞으로 남은 며칠이 마지막 관문인 셈... 힘내자고요...
곧 나가봐야 하는데 끔찍하군요. 해가 진 다음에 도서관에서 나오시길...
반가웠어요. ^^

루쉰P 2014-08-02 21:37   좋아요 0 | URL
예 지금 해가 졌는 데도 나가지 않고 있어요 ㅎ 에어컨을 떠나 아스팔트 길을 가려니 두려움이 앞서네요. 하하하하
오~~마지막 관문이군요. 얼른 폭염이 가면 좋겠어요. 땀에 쩔어 길을 다니니 정말 힘들더군요. ㅋ 오늘도 즐겁게 마무리 하세요 ㅋ

페크pek0501 2014-08-03 14:29   좋아요 0 | URL
폭염을 견딘 사람들에게 어제 비 선물이 내려졌어요. ^^

잘잘라 2014-08-0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지금 생각나는대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나무, 구름, 바람, 들판, 곡식, 친구’예요.
봄만 빼고 다 두 글자라니 너무 즉흥적이네요.
음.. 가시내, 은근짜, 쏜 살 같이 같은 그런 말을 한 번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늘 재미있는 숙제를 내주시는 페크님.. ㅎㅎ

페크pek0501 2014-08-02 15:19   좋아요 0 | URL
봄 여름 가을 겨울... 참 예쁜 낱말이라는 걸 지금 알았어요.
은근짜에 대한 뜻 풀이가 책에 나와 있는데 의외예요. 찾아보세요...
남들과 반대의 생각을 가진 이들이 바로 작가들이라는 걸 확인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숙제로 여기시니 감사합니다.
입추와 말복이 코 앞이니 이 더위 잘 이겨냅시다. 반가운 메리포핀스 님!!!!!!!!!!!

잘잘라 2014-08-03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짜, '은근히 ~하다' 할 때 '은근하다'라는
말과 관련이 있는 말이겠거니 했어요. 찾아보니 아이고.. -.-;;
아무튼 은근히 비는 내리는데 은근히 잠은 안 오고,
아무리 그래도 은근히 날이 밝아 오리라 믿고,
은근히 숙제를 즐기는 1인이랍다!

페크pek0501 2014-08-03 14:30   좋아요 0 | URL
저는 은근히 님을 좋아하는 1인이지요. ^^

노이에자이트 2014-08-11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건전한 남녀관계에 대한 우리말 중 재밌는 게 많지요.논다니,샛서방, 시앗,되모시 등 등이 그것입니다.특히 되모시라는 단어를 알고 얼마나 웃었던지...그래서 제가 종종 시간 보내기 위해 국어사전 아무 데나 펼쳐 읽는 괴벽이 생긴 지 꽤 된답니다.

페크pek0501 2014-08-13 11:4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이혼하고 처녀 행세를 하고 있는 여자가 되모시이군요.
처음 알았어요. 멋진 말이군요. 유부녀가 처녀 행세를 하기도 하는데...

국어사전을 펼쳐 있는 괴벽은 없애지 마시고 계속 갖고 사시길...
그래서 님이 글을 잘 쓰는 거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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