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포터의 글은 여러 번 읽고 싶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그의 문체를 좋아한다.
리듬이 느껴지는 문체다.

 

 

 


그가 빙그레 웃었다. “자만심은 물리학자에게 가장 큰 방해 요인이지요.” 그는 스토브에서 주전자를 들어 도자기 포트에다 뜨거운 물을 옮겨 부으며 말했다.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94~95쪽) 
....................

 

 

 

 


이제 로버트와 나는 더 이상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들 삶의 내밀한 사정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 우리를 배신한 스러진 사랑들, 우리가 배신한 스러진 사랑들, 추억하기조차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유년의 순간들. 우리가 나누는 이런 대화에는 자유가 있었다. 우리가 그곳에서 하는 얘기는 절대 그 밖으로 나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108쪽)
....................

 

 

 

 


요사이는 문득 로버트를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다. 나는 간신히 그에 대한 기억을, 나의 가장 고통스럽고 내밀한 상실들이 저장되어 있는 마음 한쪽에 놓아둘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금도 그를, 우리가 함께한 짧았던 시간을 회상하노라면, 나는 우리 사이가 끝나기 직전의 어느 날 저녁으로 돌아간다.(129쪽)
....................

 

 

 


앤드루 포터 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 

 

 


 

   

 

 

 

 

 

 

 

 

열 개의 단편이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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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2016-08-1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올려 놓았습니다.
팩님의 안목은 제게 그냥 < 통과 >입니다.ㅎㅎ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6-08-11 11:4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성에 님.

제 안목은 저도 믿을 수가 없지만... 그렇지만... 정말 이 책은 좋았어요.
대체로 단편집은 몇 편만 괜찮고 나머지는 별로 재미없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단편집 사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의 단편은 다 괜찮았어요.
못 쓴 게 없다고나 할까요? 단점은 수준이 비슷비슷하다는 것. 그래서 가장 좋은 단편을 고르라면 어렵다는 것. 작품마다 똑같은 수준으로 글을 쓰는 게 작가의 역량으로 느껴지더군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일독할 만합니다. 문체가 좋거든요.
아니.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옮은 표현이겠네요.

댓글, 고맙습니다. 꾸우벅^^^

yamoo 2016-08-22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을 헌책방에서 발견하고 구매했습니다. 제목이 매우 학술적이라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요~ 페크 님의 페이퍼에서 저 책을 보니 반갑네요..ㅎ

하지만 전 언제 읽을 지 몰라요..^^;;

페크pek0501 2016-08-22 21:00   좋아요 0 | URL
제목만 학술적이랍니다. 남자 교수와 여자 제자가 만나 연인이 되지요 강의실에서 시험을 치는 장면 때문에 제목이 그런 것 같아요. 열 개의 단편 중 하나입니다.
열 개의 단편이 담겨 있는 소설집이에요. 문체가 좋습니다.
 

 

 

 

헬조선에서 불황과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은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희망 등등 진화적 과거에 번식으로 연결되었을 자원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다. 질병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짧은 생애를 마감할 일만 남는다. 자연선택은 이렇게 앞날이 암울한 젊은이들이 범죄, 사고, 도박, 약물 남용 등 사회의 안정성을 뒤흔드는 위험한 행동을 감수하게끔 설계했다. 어차피 잃을 것도 없으니, 혹시나 성공하면 인생 역전을 꿈꿀 수 있는 일에 뛰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 사회 복지를 확충하는 국가 정책은, 보수주의자들이 종종 생각하는 바와 달리, 게으른 사람들에게 혈세를 낭비하는 헛짓거리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 행복의 새 시대를 여는 주춧돌이다.(98쪽)

 


노파심에서 덧붙이면, 진화 심리학은 보수 또는 진보 어느 한쪽을 편드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진화 심리학은 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이다. 범죄가 만연하고 질병과 스트레스가 넘치는 현실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바꿀지는 결국엔 정치적인 결정이다. 만일 범죄를 줄이고 기대 수명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자고 모두가 합의했다면, 진화 심리학은 우선 무엇보다도 계층 간의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는 데 노력을 집중하라고 조언한다.(98~99쪽.)

 

 

- 전중환, <본성이 답이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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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6-27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화 심리학`은 차치하더라도 `과학`을 보수-진보의 이데올로기로 파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16-06-29 14:4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어떤 면에서는 보수 쪽이고 어떤 면에서는 진보 쪽인 경우도 있어요.
일관성 없음을 경험할 때마다 일관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답은... 잘 모르겠어요, 입니다. ㅋ

마녀고양이 2016-06-27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화심리학은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더라구요. ㅠ

오늘 날씨가 너무 더워요. 비가 올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6-06-29 14:49   좋아요 0 | URL
아, 마고 님 안녕?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 책을 읽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책을 읽지 않으면 단순해질까 봐 말이죠.

오늘 덥긴 하지만 미세먼지가 없어서 좋아요.
 

 


1.

 

 

 

 

 

 

 

 

 

 

 

 

많은 지식인이 기꺼이 졸렬함을 지키며 살려고 했다. 괴롭거나 힘든 상황에 놓여도 후회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졸렬함을 ‘지키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기르고자’ 했다. (...) 졸렬함에는 또 하나의 비밀이 있다. 언뜻 교묘한 사람이 실력 있어 보이고 졸렬한 사람이 서툰 것 같지만, 사실 진짜 고수는 졸렬해 보인다. 노자老子는 ⟪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에서 “크게 곧은 것은 굽은 것 같고, 크게 교묘한 것은 졸렬한 것 같으며, 큰 언변은 더듬는 것 같다”라고 했다. 진짜 실력을 갖춘 사람은 서툰 것처럼 보인다. (...) 달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은 그 재주를 자랑하지 않고 순박한 마음으로 돌아가기에 언뜻 서툴고 졸렬해 보이는 것이다.(23~24쪽)
- <새기고 싶은 명문장>에서.

 

 

 

 

 

 

2.

 

 

 

 

 

 

 

 

 

 

 

 

횡재를 한 사람들은 처음엔 상상할 수 없는 기쁨을 맛보지만, 그런 기분도 서서히 줄어들어 마침내 순간순간 일상적인 행복을 느끼는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또다른 연구는 암이나 중풍에 걸리고 실명을 하는 비극적인 일을 겪은 사람조차도 일정한 적응 기간이 지난 뒤엔 정상에 가까운 행복의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원래의 기본 수준으로 돌아가는 성향이 있다면, 무엇이 이런 기본 수준을 결정하는 걸까? (...) 사실 어떤 순간에 행복이나 불행을 느끼는 것은 주변 여건과는 거의 관계가 없고, 오히려 우리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자신이 가진 것에 얼마나 만족하는가에 달려 있다.(24~25쪽) 
-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에서.   

 

 

 

 

 

 

3.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참지만 말고
상대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허락해주세요.
참는다는 것은 내가 옳다는 것에 집착하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못 하니까 화가 나 있는 상태입니다.
한집안에서 자란 형제도 각기 다른 관점과 습관이 있어요.
나에게 맞추라고만 하지 말고 다름을 허락해주세요.(66쪽)
-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에서. 

 

 


마음 설레는 사랑이 왔을 때
미움과 질투, 그리움과 아쉬움, 심지어는 증오와 비참함도
한배를 타고 오는 승객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67쪽)
-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에서. 


 

 

 


............................................................


1.
진짜 고수는 졸렬해 보인다는 것.

 

 

2.
어떤 상황에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3.

화가 나도 참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나와 상대가 다름을 인정하라는 것.  
 

사랑은 좋은 것만 갖고 오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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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2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2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3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6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0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0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으면
정말로 자세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처럼 좋은 마음공부의 기회는 없습니다.
우리는 달나라까지 로켓을 보내지만
가장 가까운 내 마음의 모습에는 까막눈입니다.

 

- 혜민,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44쪽.
..........

 

 

 

 

 

 

 

 

 

 

 

 

 

 

 

 

 

 

 

 

어느 집 마당에 꽃이 활짝 피었군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아름다운 꽃을 보는 마음으로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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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2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전까지 비가 내렸는데 꽃잎이 잘 버텼으면 좋겠습니다.

페크pek0501 2016-04-22 12:05   좋아요 0 | URL
예, 글쎄말이에요.
예뻤던 라일락이 비 한번 맞더니 다 떨어져서 진작 사진을 찍어 둘 걸 그랬다고 아쉬워했어요. 꽃은 오래 보고 싶은데 말이죠...

고맙습니다. 좋은 봄 보내세요...

후애(厚愛) 2016-04-22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꽃이 참 예쁩니다!!!!!!!^^
향기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불금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4-22 16:45   좋아요 0 | URL
제가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라면 더 좋은 사진이 되었을 터인데,
살짝 아쉽습니다.
사진 공부 좀 해야겠습니다.

불금... ㅋ
불금까지 바라지 않고 평화로운 금요일을 바랄 뿐입니다. 근심이 없는...

stella.K 2016-04-23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하면서 닮는다지 않습니까?
아마도 그 사람의 미운 점에 나에게도 있지 않은지
돌아보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꽃이 정말 탐스럽게 피었습니다.
아직도 있나요? 4월은 날씨 좋은 날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ㅠ

페크pek0501 2016-04-24 00:51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누군가를 미워하는 게 그 미운 점이 나에게 있기 때문이라는 걸
어느 책에서 읽었어요.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런 경우가 있을 것 같아요.

연산홍인데, 이 꽃은 다른 꽃에 비해 늦게 피고 오래갑니다.
비가 온 다음인데 그대로 있더라고요. 라일락은 다 떨어졌는데 말이에요.
비 오기 전에 라일락을 찍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오늘도 미세먼지 때문에... 흑흑...
맑은 날을 기대해 봅니다.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퍼센트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30퍼센트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퍼센트는 사소한 사건들, 4퍼센트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들이고 나머지 4퍼센트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즉 96퍼센트의 걱정거리가 쓸데없는 것이다. -어니 J. 젤린스키, 「느리게 사는 즐거움」 中

 

 

 

 


걱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거나 좋아질 거로 생각하지 마. 절대 그렇지 않으니까. 그러니 걱정은 그만해. -칼 필레머,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中

 

 

 

 


지난달에는 무슨 걱정을 했지? 그것 봐. 기억조차 못 하고 있잖니. 그러니까 오늘 네가 걱정하는 것도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닌 거야. 잊어버려. 내일을 향해 사는 거야.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中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티베트 속담

 

 

 

 

 

 

 

...............................................................

이 책에서 옮겨 적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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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4-18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소하고 쓸데없는 걱정은 줄었으면 좋겠는데, 마음만큼 잘 되지 않아서 아쉬워요.^^ 잘 읽었습니다.
pek0501님, 오늘 날씨가 좋진 않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월요일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4-21 12:14   좋아요 1 | URL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게 쓸데없는 건 알지만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아서
마음 관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비가 오는 목요일입니다. 비가 왔다고 투덜대지 말고 세상이 깨끗해지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보내야겠어요.

고맙습니다...^^

blanca 2016-04-1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저한테 필요한 이야기네요. 힘이 됐어요, 고마워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16-04-21 12:15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방문하셨군요.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을 발견하면 혼자만 읽지 않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세실 2016-04-18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긍정 마인드라 걱정을 별로 안하지만 음 4프로는 넘을듯요.
제주로 수학여행간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는것이 현재 큰 걱정거리지만 쓰잘데 없긴하죠^^

마녀고양이 2016-04-19 12:16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놀다 올거예요, 언니~

세실 2016-04-19 19:04   좋아요 0 | URL
땡큐 마고님^^
오늘 카톡으로 사진 많이 보내주네요. 날씨가 좋아서 다행!

페크pek0501 2016-04-21 12:19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 밥 먹을 시간이 없다며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한 큰딸 때문에
중요한 발표를 맡아서 긴장된다는 큰딸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발표를 잘했다는 걸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와서 안심이 되었답니다.
참 편리한 세상 덕분에 걱정을 덜었다고나 할까요... ㅋㅋ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6-04-19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좋은 문구가!

페크pek0501 2016-04-21 12:20   좋아요 0 | URL
그렇죠, 마고 님?
그 문구가 이 글의 알맹이인 셈이죠.

마고 님이 다시 활동을 하셔서 참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