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간의 빠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

하루만 지나면 2019년이다. 흔히 하는 말, 시간이 흐르는 물처럼 빠르다고 하거나 쏜 화살처럼 빠르다고 했던 말이 과장된 표현으로 여겼는데 이젠 그게 과장이 아님을 알겠다. 내 나이를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시간들을 보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니까.

 

 

나 어릴 적 어머니 친구들이 우리집에 놀러오면 나를 보고 감탄하며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얘가 이렇게 컸어?”라는 말이었다. 꼬마였던 내가 키가 커 져서 너무 놀랐다는 뜻의 그 말은 사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렇게 많은 시간들이 지나갔나 하는 감탄에 다름 아니다. 내가 어머니 친구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 역시 친구의 아들이나 딸의 키가 훌쩍 커 진 것을 보고 놀라서 “얘가 이렇게 컸어?”라는 말을 하게 되어서 그건 조금도 과장하지 않은, 느껴진 그대로의 표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키 작은 애였는데 이렇게 많이 커서 놀랍다는 것은 며칠 전처럼 느껴질 뿐 그새 시간이 많이 흘렀음이 놀랍다는 뜻이 된다. 다시 말하면 ‘이 애를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키가 커졌을 정도로 그동안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흘렀다는 말이냐?’ 하는 말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 놀라워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컸음에 놀라워한다. 

 

 

 

 

 

 

 

2. 생각이 있어 쓰는 게 아니라 써야 생각한다 :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나서 알게 된 게 있다. 무엇에 대해 생각하게 되니 그것에 대해 글을 쓰게 되더라, 라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무엇에 대해 글을 쓰게 되니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라는 것도 맞는 말이라는 것이다. 만약 우정에 대해 글을 쓴다면 글을 쓰기 전보다 글을 쓴 뒤에 우정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우정에 대해 글을 쓰려면 우정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 우정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즉 우정은 무엇을 말함인지, 어떤 경우가 우정 있는 관계가 되는지, 어떻게 해야 우정이 있는 친구가 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글쓰기는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결과물이 글이 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강준만, <글쓰기가 뭐라고>라는 책에도 나와 있다.

 

 

...............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경험했겠지만, 어떤 생각을 갖고 글을 쓰더라도 글을 쓰면서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글쓰기를 함으로써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뭘 알아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뭘 알게 된다. 이건 내가 매일 겪는 경험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37쪽)

- 강준만, <글쓰기가 뭐라고>에서.
...............

 

 

“뭘 알아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뭘 알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 중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 왜 작문 시간이 있었는지, 왜 방학 숙제로 독후감을 써 오는 게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겠다.

 

 

내 경험을 말하면 내가 연애 칼럼을 쓰고 나서 연애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됐고, 리뷰를 쓰고 나서 리뷰를 쓴 책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3.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나오는 구절,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은 틀린 말인 것 같다. 시대가 변하면 새로운 세상이 되기 때문에 문학의 소재 또한 새로운 게 얼마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옛 시대에는 미세먼지를 소재로 시를 쓸 수 없었으나 지금은 쓸 수 있다. 시의 제목을 ‘미세먼지가 없는 세상’이라고 지을 수 있다. 옛 시대에 없었던 스마트폰을 소재로 소설을 쓸 수도 있다. 스마트폰 중독에 걸린 주인공을 그릴 수 있겠다. 그리고 장수 시대가 되었으니 노인의 지루한 삶도 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고, 요즘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이 예전에 비해 적어진 현상을 소설의 소재로 삼을 수 있다. 그러므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을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다’로 바꿀 수 있다. 

 

 

 

 

 

 

 

 

 

 

 

 

 

 

 

 

 

 

 

 

4. 늙어서도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어야 한다 :
새해가 되면 친정어머니는 82세가 되신다. 당뇨병을 비롯해 몇 가지 병이 있긴 하지만 식이요법과 약으로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 문제는 따로 있다.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없어서 무료해 하신다는 점이다. 그림을 그려 보시라고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사 드려도 소용없고 책을 드려도 소용없다. 그림과 독서에 취미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부터 많이 걷는 걸 힘들어 하셔서 쇼핑을 한다든지 문화센터에 나가 뭘 배운다든지 하는 건 생각할 수도 없다. 결국 딸인 내가 말벗을 해 줘야 한다는 과제가 생겼다. 그래서 친정에 자주 들러야 한다.

 

 

그러나 나 또한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 매일같이 말벗을 해 드릴 수가 없다. 나에게도 달린 식구들이 있어서 주부로서 챙겨야 할 게 많은데다 내 개인적인 영역의 일도 있기 때문에 친정어머니에게만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노릇이다. 친정어머니는 시간이 많아서 탈이고 자식인 나는 시간이 모자라서 탈이다. 친정어머니를 통해서 장수 시대의 서글픈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훗날 우리 자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약 내가 노인이 되어 삶이 지루하다고 하소연한다고 해도 자식들이 나에게만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이것이다. ‘늙어서도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

 

 

이런 점에서 볼 때 나에게 독서와 글쓰기 취미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싶다.  

 

 

 

 

 

 

 

 

 

     

5. 인상적으로 읽은 소설집 :
주로 에세이에 속하는 책들을 읽다가 소설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버리게 한 소설집이 두 권 있다.

 

 

안톤 체호프, <사랑에 관하여>
서머셋 몸, <서머셋 몸 작품집>

 

<사랑에 관하여>라는 소설집에는 아홉 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는데 모두 흥미롭게 읽었다. 그중 ‘산딸기’에 이런 글이 있다.
 
...............
“(...) 보드카처럼 돈도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거든요. 전에 우리 시에 살던 한 상인이 죽어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죽기 전에 꿀 한 접시를 달라고 하더니 자기 돈 전부와 복권을 꿀에 섞어 홀라당 먹어버렸어요. 아무에게도 주지 않으려고 말입니다. 또 한 번은 제가 역에서 가축들을 살피고 있는데, 한 중개업자가 증기기관차에 치여 한쪽 다리가 잘렸어요. 잘린 다리에서는 피가 무섭도록 철철 흘렀습니다. 그런데 응급실로 옮겨지던 그 사람이 계속해서 잘린 다리를 찾아달라면서 걱정을 하는 겁니다. 신고 있던 장화에 20루블을 넣어두었는데 그걸 잃어버리면 안 된다면서 말입니다.”(178쪽, 산딸기)

 

- 안톤 체호프, <사랑에 관하여>에서.
...............

 

 

술에 취한 사람이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을 하듯이 마찬가지로 돈에 취한 사람은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말하는 글이다. 자기 돈 전부와 복권을 꿀에 섞어 먹어 버린 사람과 잘린 자신의 다리보다 20루블의 돈이 더 중요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들을 가엾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 된 것은 세상이 돈을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어떤 점에서 보면 ‘돈’은 ‘물’과 같다. 돈이 없으면 우리는 살 수 없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을 느끼는 건 아닌 것처럼, 물이 없으면 우리는 살 수 없지만 물이 많다고 해서 행복을 느끼지는 않는다. 설령 복권에 당첨되어 큰 액수의 돈을 갖게 된다고 해도 한때 행복을 느낄 수 있으나 언제까지나 행복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부자라서 늘 행복하다면 부자들이 폭력을 휘두르고 화를 내는 갑질이 생겨 날 수 없으리라.

 

 

<서머셋 몸 작품집>이라는 소설집에는 여덟 개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는데 모두 재미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나서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게 이 소설집의 큰 매력이다.

 

 

하느님이 다음과 같이 말하는 반전을 옮겨 본다.

 

...............
“나는 가끔 기이한 생각이 드는데, 도대체 어째서 인간들은 내가 궤도를 벗어난 성관계를 그렇게 중요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만약 좀더 주의하여 내가 만든 것을 이해해 준다면, 특히 이러한 인간적 약점에는 내가 언제나 동정을 기울여 왔다는 것쯤은 깨달을 만도 한데.”(218쪽, 최후의 심판)

 

- 서머셋 몸, <서머셋 몸 작품집>에서.
...............

 

 

소설을 읽어 나가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글을 만나게 되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글이 기막히게 빼어난 반전임에 동의하리라 믿는다. 

 

 

 

  
 

 

 

 

 

 

 

 

 

 

 

 

 

 

 

 

 

 


6. 읽고 나서 뿌듯했던 독서였다 :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1>과 <위대한 유산 2>는 합해서 9백 쪽 가량이 되지만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어 분량이 많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야기가 계속하여 전개된다. 특히 인간의 이면이 밝혀지는 대목은 압권이다.

 

 

9백 쪽 가량의 책을 읽었다는 것에 뿌듯했기에 내년에도 두꺼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하나 골랐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이란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여러 번 읽은 책이라고 해서 마음이 끌렸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존경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챈들러는 1960년대 나의 영웅이었다"라고 하루키가 공개적으로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7. 성공과 발전에 대하여 경계가 필요하다 :
예전에 비해 지금이 편리한 세상이 된 건 사실이지만 단점도 있다. 어릴 때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밖에서 친구들과 뛰놀았던 적이 많았는데 요즘 애들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다니느라 바빠서 뛰놀 시간이 없다. 곳곳에 놀이터가 있지만 텅 비어 있기 일쑤다. 놀이터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더 친숙한 아이들이 많고 그것에 중독된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뛰노는 시간은 친구들과의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고 몸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시간이고 재미를 느끼며 마음껏 웃을 수 있어 정신 건강에 좋은 시간이다. 그러므로 그 자체로 유익한 시간이다. 그 유익함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요즘의 아이들이다.

 

 

...............
발전에 의해 완성되는 모든 것은 발전에 의해 망한다.(90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에서.  
...............

 

 

최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가 심해 뿌옇게 낀 안개처럼 보이던 날들이 있었다. 평상시 눈앞에 보였던 건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미세먼지 수치가 높다는 뉴스를 보고 나니 가스레인지에 음식을 데울 때 미세먼지가 집 안으로 유입될까 봐 창문을 열 수가 없었다. 창문을 열 수 없으니 청소도 할 수 없었다. 맘놓고 외출을 할 수도 없었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입만 심각한 게 아니다.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미세먼지도 심각하다. 공장이 많아지고 자동차가 많아지는 것에 ‘발전’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할 때, 발전하여 우리가 편리한 생활을 한다고 해도 그 발전으로 인해 미세먼지가 생겨 공기가 나빠져서 우리 몸 건강에 나쁘다면 무슨 소용인가 싶다. 그 발전은 누구를 위한 발전인 것인지 의문이 든다. 현재 우리에겐 지금보다 발전된 세상을 만드는 일보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 더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환경 오염의 문제가 절박하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 나니 다음 구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
발전에 의해 완성되는 모든 것은 발전에 의해 망한다.(90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에서.  
...............

 

 

이 글을 쓴 파스칼은 마치 지금의 우리 현실을 예견한 듯 보인다. 

 

 

한쪽에서는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난방비조차 없어서 온기 없는 방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국민 소득이 더 높은 나라가 되는 것도 좋지만 부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서머싯 몸은 성공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뜻을 담고 있는 다음의 글을 남겼다.

 

 

...............
성공은 종종 그 안에 파괴의 씨앗을 갖고 있다.(231쪽)

 

 

성공을 경계하는 작가는 현명한 사람이다. 그가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서 남들이 해주는 말들, 성공이 강요하는 책임들, 성공에 뒤따르는 귀찮은 행동들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233쪽)

 

- 서머싯 몸, <서밍 업>에서.
...............

 

 

 

 

 

 

 

 

 

 

 

 

 

 

 

 

 

 

 

 

 

 

 

 

 

8. 낯설게 쓰기가 어렵다 :
신선한 글을 쓰려면 낯설게 써라, 라고 한다. 이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어떤 사물을 처음 대하는 것처럼 쓰라는 뜻이라는 걸 어느 책에선가 본 것 같다. 글 쓸 적마다 나는 이 신선함에 지고 만다. 도대체 신선한 글은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겠다. 글을 처음 쓸 땐 새로운 생각이라고 쓰기 시작하는데 글을 끝내고 나서 읽어 보면 진부한 표현, 진부한 내용이 되고 만다. 늘 신선함과의 싸움이 '글쓰기'인 것 같다.

 

 

 

 

 

 

 

9. 인내심과 꾸준함을 갖고 살겠다 :
인생 전체를 오전과 오후로 나눈다면 나는 내 인생의 오전을 다 살았고 현재 인생의 오후를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여태껏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두 가지를 말하라면 다음의 두 가지를 말하겠다. 하나는 인내심을 가질 것, 또 하나는 꾸준한 노력을 할 것.

 

 

내가 재밌게 들은 말이 있다. ‘결혼은 판단 부족, 이혼은 인내심 부족, 재혼은 기억력 부족.’ 이렇게 멋진 압축이라니!

 

 

인내심은 결혼 생활처럼 긴 시간에만 필요한 게 아님을 깨달은 적이 있다. 바쁘게 아침 식사 준비로 계란 프라이를 할 때가 있는데 급한 나머지 계란이 익기 전에 뒤집어서 모양이 흐트러지게 했을 때 나는 생각했다. 간단한 계란 프라이 하나를 만들 때에도 필요한 건 인내심이라는 것을.

 

 

재능을 타고나지 않은 나로서는 글을 잘 쓰기 위해 내가 키울 수 있는 재능은 꾸준함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2019년에는 무엇보다도 인내심과 꾸준함을 발휘하는 것에 충실해지고 싶다.

 

 

 

 

 

 

 

 

 

 

 

10. 이 해에 하는 마지막 인사 :
2018년은 제게 나쁘지 않은 해였습니다.
2019년은 제게 어떤 해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다만 성실히 살려고 노력하겠고,
많이 움직이려고 노력하겠고,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려고 노력해서
지난해보다 발전된 새해가 되길 희망하겠습니다.
자신의 과거와 비교할 뿐, 남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제 서재에


새해에도 올해처럼 찾아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방문자들이 계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페크(pek0501) 드림.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12-31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31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12-31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8년이 매일 빠른 속도로 지나가더니, 이제 마지막날이 되었어요.
실감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늘이 지나면 2018년은 작년이 되네요.
그 생각을 하면 아직 남은 시간이 있어도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올해도 좋은 글들 읽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따뜻한 댓글로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내년에도 좋은 이야기 많이 읽으러 오겠습니다.
페크님, 따뜻한 연말, 희망 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페크pek0501 2018-12-31 12:08   좋아요 1 | URL
예.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저도 따뜻한 댓글로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저도요~~~

복된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12-31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한 해동안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18-12-31 12:09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 님도 한 해 동안 좋은 글 읽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복된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cyrus 2018-12-31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에는 뭘 알고 글을 썼는데, 계속 쓰다 보니 다른 주제의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글을 쓰다가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는 경우인거죠. 올해 마지막 날 잘 보내시고요, 건강하시고, 내년에도 꾸준히 글을 써주세요. ^^

페크pek0501 2018-12-31 12:12   좋아요 0 | URL
저 역시 글을 쓰다가 처음 생각했던 주제와 달라지기도 하고 결론을 다르게 맺기도 해서 글을 써 봐야 안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글을 써 봐야 생각이 잘 정리되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좋은 글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제가 모르던 책 소개를 많이 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좋은 이웃으로 지내길 바랍니다.
복된 새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stella.K 2018-12-31 1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이 갈수록 어머니 모시기가 쉽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
뭐 저의 어머니도 아직은 건강하게 잘 지내는 편이긴 합니다만
잘 지내다가도 일순간 변하셔서 남의 속을 긁는데 환장하겠더군요.
그것도 유독 저한테만...흐흑~
오늘 레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 읽었는데
아들은 곱셈이고 딸은 나눗셈이란 말을 읽고 어찌나 놀랍던지.
아니 미국이란 나라도 그러나 싶더군요.
그런데 이 책 읽기는 쉽지 않아 보여요. 완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암튼 나이들어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한표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언니는 알차게 잘 사시는 것 같아요.
올해도 무사하게 잘 사신 것 축하드립니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좋은 글 많이 써 주시고
복되고 희망찬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19-01-02 13:14   좋아요 2 | URL
어머니 모시고 사는 건 대단한 겁니다. 친정 부모든 시부모든 쉽지 않아요.
스텔라 님이 큰 효도하고 있는 거예요. 복받으실 겁니다.

다행히도 친정어머니가 따로 살기를 원하셔서 따로 살고 있지만 함께 살게 되면 우리집이 이사를 해야 돼요. 어머니께 드릴 방이 없어요. 그리고 함께 살면 식구들이 불편해 하겠죠. 어머니는 일찍 주무시고 소리가 나면 못 주무시는데 우리 애들은 주말이면 늦게까지 안 자고 티브이 보고 야식을 해 먹고 하는데... 게다가 어머니는 새벽 일찍 일어나 아침을 드시니까 우리 식구가 아침잠을 잘 수가 없을 거예요.

딸이 나눗셈이군요. 우리 어머니는 딸이 최고라고 한답니다. 내가 아들이었다면 지금처럼 할 수 없을 거래요.

저, 알차게 살지 못합니다. 그렇게 보였나 보네요. 순 엉터리로 살고 있어요. ㅋ

스텔라 님, 올해도 꾸준히 글이 올라오는 해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늘 고맙게 여깁니다. 올해도 서로 잘 지내자고요. 고맙습니다. 굿 데이...


서니데이 2018-12-31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글과 인사 감사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2019년이 시작됩니다.
새해에는 페크님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 늘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19-01-02 13:16   좋아요 1 | URL
새해 인사 저도 드립니다.
저도 매일 새 글이 있는 서재를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서니데이 님의 가정에도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새해 일 술술 풀리시고 웃음이 넘치는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카스피 2019-01-01 0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페크pek0501 2019-01-02 13:17   좋아요 0 | URL
오, 카스피 님, 오랜만이십니다. 잘 지내시죠?

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예전처럼 글 많이 써 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blueyonder 2019-01-01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과 책 소개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책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19-01-02 13: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방문해 주신다면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겠습니다.
님께도 책과 더불어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1. 신간으로 본 현대인들의 생각


신간은 나로 하여금 책을 사고 싶게 만든다는 점도 있지만 시대의 흐름을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도, 현대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내 흥미를 끈다. 그래서 토요일 신문에 실리는 ‘신간 안내’ 지면을 꼼꼼히 챙겨 보는 편이다.

 

 

M. 스캇 펙,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잘 사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죽는 것도 중요한 만큼 죽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3000명이 넘는 환자가 존엄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고통스러워하는 암 환자에게 연명 치료만이 최선일까? 안락사를 선택하는 게 옳을까? 삶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알게 한다. 

 

 

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열심히 사는 것이 좋은 삶이라는 우리의 기존 생각을 뒤흔들어 놓을 책 같다.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그 결과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인가. 남에 비해 열심히 살지 않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좋은 삶이 아닐까. 행복의 기준에 대해 새삼 골똘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모리오카 고지, <죽도록 일하는 사회>도 함께 읽으면 좋을 듯. 

 

 

 

 

 

 

 

 

 

 

 

 

 

 

 

 

 

 

 

 

 

 


2. 재능만큼 중요한 건 노력


한때 관심 있어서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짧은 생애 동안 다작을 남겼다는 사실에 놀랐다. 뛰어난 예술가들은 재능 이외에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노력파라는 것이다. 어쩌면 노력이 재능보다 우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력이 재능을 키우기도 한다는 생각도.

 

 

 

 

 

 

 

3. 못할 게 없는 인간의 위대함


지난 2월에 치러진 ‘2018년 평창 올림픽 경기’ 중에서 아이스댄스와 스노보드를 감동적으로 봤다. 얼마나 노력을 하면 저렇게 높은 경지에 이른 기술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며 감탄했고 인간의 위대함을 느꼈다. 평범한 나 같은 사람도 매일 노력한다면 ‘공중에서 외줄타기’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으로 발레를 배우러 다니고 있다. 

 

 

 

 

 

 

 

4. 쓸데없는 짓


최근 몇 달 동안 많은 시간을 쓸데없는 짓으로 보냈다. 나의 생일 선물로 14케이로 된 팔찌와 목걸이와 반지를 사기로 하고 인터넷 쇼핑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 즐거움이 끝이 나질 않았다. 주얼리를 여러 개 샀지만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계속 생겨서 고민에 빠졌고 그 해결책으로 14케이에서 은으로 방향을 돌리기로 했다. 14케이는 비쌌고 은은 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저렴한 가격의 은반지 쇼핑이 시작되었다. 이것도 즐거웠다. 내가 주얼리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줄 처음 알았다. 이번에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 어느 책에서 읽은 것 같다. 자기 자신에 놀라면서 사는 게 인생이라고. 

 

 

그러나 뭐든 끝이 있는 법. 주얼리 쇼핑에 미쳤던 그 터널에서 이제 완전히 빠져나왔다. 이제 주얼리 구매에 흥미가 없다. 다행이라고 생각.

 

 

 

 

 

 

 

5. 그리고 깨달은 것 하나


그리고 깨달은 것 하나가 있다. 나의 무의식이 자꾸 쇼핑 쪽으로 나를 몰고 간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30년간 당뇨병을 앓았던 친정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고 며칠 뒤 퇴원했고 다시 비상이 걸리는 등 나를 긴장시키는 일들이 여러 번 벌어졌다. 그 긴장과 걱정으로부터 나를 격리시키기 위해서, 친정어머니에게 덜 집중하기 위해서 나의 무의식은 나로 하여금 주얼리 쇼핑을 하게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6. 쓸데없는 짓의 행복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남이 보면 쓸데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짓의 행복을 누리는 자는 정말 행복한 게 아닐까. 예를 들면 (내가 해 본 것 중에서) 주얼리 쇼핑, 화초 가꾸기, 글쓰기 따위를 했을 때 남이 모르는 자신만이 느끼는 즐거움이 있을 터였다.

 

 

그런데 중요한 것 하나. 내 경험에 따르면 해 볼 만큼 해 보고 나면 시시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단 하나,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는 게 있으니 그건 바로 책 쇼핑이다. 책은 언제나 사고 싶은 게 있기 마련이다. 이 즐거움은 언제까지나 놓치고 싶지 않다.

 

 

제나 책이 내 삶과 함께하기를...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8-05-08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쓸데없는 짓이 때론 나를 구원하기도 하죠!^^ 책 사기 혹은 책 읽기만큼은 할만큼 해도 질리지 않는 거 맞아요~ㅋㅋ

페크pek0501 2018-05-08 13:52   좋아요 0 | URL
저는 폰으로 주얼리 쇼핑에 한참 열중하던 때에 웬만큼 사고 난 뒤엔 또 살 때마다 반성을 하곤 했어요. 이게 무슨 짓인가 하는...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제가 돈 버는 일에 치여 사는 동안 저를 위해 산 게 별로 없더라고요. 원래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돈 쓰는 취미가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이것도 한때일거야, 이렇게 합리화하곤 했죠. 어쨌든 그 유혹이 끝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아 겁이 났어요. 이 경험으로 쇼핑 중독자에 대한 이해가 생길 것 같습니다.

순오기 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고맙습니다.

마립간 2018-05-08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의 쇼핑은 감정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좋은 죽음 ; 이와 관련하여 진퇴양난에 빠진 의료인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있죠.

페크pek0501 2018-05-08 13:55   좋아요 0 | URL
쇼핑이 감정과 관련이 있는 것, 그런 것 같아요. 살 때마다 그렇게 생각했죠. 내가 마음이 허해서일거야, 하고. ㅋ
머리 커트도 감정과 관련이 있다는 설이 있지요. 마음이 답답할 때 머리를 자르고 나면 마음이 좀 풀립니다.

저의 경우, 고통스런 병에 걸려 고생하느니 안락사를 택할 것 같습니다. 식물 인간으로 누워서만 몇 년 동안 지내는 것도 의미 없다고 봅니다.

방문과 댓글, 고맙습니다.

stella.K 2018-05-08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자기 자신에 놀라면서 사는 게 인생.
맞는 말 같습니다.
요즘은 쓸 때없는 짓에 관심을 많이 같더라구요.
그래서 멍 때리기에 대한 연구도 있다잖아요.
물론 주얼리하곤 좀 거리가 있긴하죠?ㅋ
그래도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 마시고
잠시 행복에 빠졌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듯 싶사와요.^^

페크pek0501 2018-05-08 22:26   좋아요 1 | URL
쓸데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유혹을 물리칠 수 없다는 게 문제였어요. 외출할 때 필요한 주얼리 한 세트만 있으면 되는 건데 사고 나면 더 예쁜 게 자꾸 눈에 띄는 거예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때가 좋았다, 라는 생각도 듭니다. ㅋ 그래서 자책을 하지 않고 한심한 한때로 기억하려 합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구나 한심할 때가 있는 걸로 생각 정리했어요.
좋은 밤 되세요.

2018-05-08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8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05-08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다보면 예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던 것들인데도 사진이 근사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 새로운 디자인으로 나오는 것들이 예쁘거든요. 그래도 책을 더 많이 사고, 더 많이 보는 것 같아요.^^;
페크님, 연휴 즐겁게 보내셨나요.
오늘도 날씨가 따뜻하고 바람불면 시원합니다.
기분 좋은 화요일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5-08 22:34   좋아요 1 | URL
사진의 효과, 정말 그래요. 게다가 인터넷으로 신문 기사를 읽고 있으면 갑자기 제가 클릭한 적이 있는 주얼리가 뜨는 거예요. 그렇게 설정되어 있나 봐요. 그래서 이건 뭔가 하고 클릭해 들어가 보고 ‘다른 상품 보기‘를 눌러서 또 보게 되니 눈은 점점 더 높아지고 사고 싶은 게 많아지고... 요즘은 은반지도 색이 잘 변하지 않고 얼마나 예쁘게 잘 나오는지 몰라요. 신세계 탐험했어요. ㅋ

요즘은 미세먼지가 없어 행복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고맙습니다.

2018-05-09 0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9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8-05-09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 했다.....점점 게을러지는 제게 합리화를 주네요.
열심히 살지 않을 거예요. 불끈!
주얼리 쇼핑에 빠지시다니ㅎㅎ 귀여우셔라~~~
저는 그냥 한달에 5만원 책 구입하는걸로 합의를 했지요. 5월 굿즈 책쿠션 이뻐요^^

페크pek0501 2018-05-10 21:33   좋아요 0 | URL
저도 열심히 살지 않을 거예요. 저도 불끈!
쇼핑에 그렇게 빠져 보긴 처음입니다. 쇼핑 중독자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합리화를 합니다. ㅋ
한 달에 5만원이면 적은 돈 아닌데요? 전 이제 돈 절약을 위해 책은 집에 쌓여 있는 걸 보는 걸로... 신간의 유혹을 이겨내야 할 텐데 잘 되려나요...ㅋ

굿 밤...

마립간 2018-05-10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책 제목을 보고 열심히 살지 않을 뻔 했다. 내가 게을러진다면 그것은 내가 열심히 게을러지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고, 게으른 것 역시 삶의 일부다.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게으름을 포함하여 열심히 살 것이다. ... ; 책 제목을 보고 떠오른 생각입니다. 열심히 살아 행복하지 않았다면 열심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죠. ^^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페크pek0501 2018-05-10 21:37   좋아요 1 | URL
게으른 것 역시 삶의 일부, 그렇군요. 저는 언제부터인가 좀 게을러져야겠단 생각을 했는데 저에게 게으름이란 휴식과 동의어입니다. 누워서 쉬기.

열심의 방향의 잘못, 생각해 볼 점입니다. 러셀은 이미 오래전에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란 책을 썼으니 존경스럽습니다.
게으름으로 불행해지지 않을 범위 안에서 최대한 게으를 예정입니다.
굿 밤 되세요. 요즘 공기가 맑아 좋습니다.

AgalmA 2018-05-16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사 김정희는 ˝벼루 열 개를 밑창 냈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유홍준 <추사 김정희>)고 하죠. 그렇듯 부유한 집안이고 재능 있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나요^^; 대신 엄한 데 노력하고 싶지 않은데 인터넷, sns 등등등 현대인의 삶은 너무 에너지 뺏는 데가 많아요. 고흐나 추사도 지금 시대 살았음 그 정도까지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까 싶은ㅎㅎ

페크pek0501 2018-05-16 14:52   좋아요 1 | URL
손홍규 작가가 쓴,
˝사람의 재능이란 무언가에 골몰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 <다정한 편견>, 87쪽.
- 이 글에 따르면, 무엇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재능 있음‘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옛 시대의 장점이 있네요. 지금보다 무엇에 집중하기가 훨씬 쉬웠을 듯합니다.ㅋ
 

 

 


1.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은 저자가 집필한 산문집 세 권에서 아홉 개의 글을 선별하여 엮은 책이다. 이중 표제작인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은 1996년 어느 잡지사가 ‘카리브해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써 달라는 의뢰로 쓰게 된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여행을 하고 나서 사람들은 이 여행을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이라 생각해서 제목을 그렇게 지은 것 같다. 고가의 비용을 내고 일주일 동안 마음껏 사치를 누릴 수 있는 크루즈 여행에 대해 저자는 비판의 눈으로 글을 쓴다.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것 중 하나는 인간 심리를 알 수 있는 글로, 승객들이 왜 비용이 많이 드는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에 대한 글이다.

 

 

.......... 
승객들의 설명적 잡담에서 반복적으로 쓰이는 단어는 따로 있었다. ‘긴장을 풀다’였다. 모든 사람들이 다가올 한 주를 오래 미루었던 보상으로, 혹은 형언하기 어려운 어떤 압박의 압력솥으로부터 자신을 구출하여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으로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니면 둘 다로, 설명적 사연들은 길고 복잡하며, 어떤 것은 좀 무섭기까지 하다.

 

-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51~52쪽.
..........

 

 

저자는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 
집에서 친지를 간병했는데 환자가 끔찍하게 오래 연명하는 바람에 몇 달이 흐른 지금에야 겨우 땅에 묻고 (크루즈 여행에) 왔다는 얘기를 서로 다른 대화에서 두 번 들었다.

 

-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52쪽.
.......... 

 

 

어떤 이는 호화 크루즈 여행 계획을 잡아 놓고 그걸로 지옥 같은 현실을 견뎠다고 한다.

 

 

.......... 
비취색 ‘말린스 티셔츠를 입은 화훼 도매상은 완벽한 여유와 재생의 일주일을 당근으로 눈앞에 매달아 놓고서야 크리스마스에서 밸런타인데이까지 지옥 같은 성수기에 지쳐빠진 제 영혼을 건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52쪽.
.......... 

 

 

자신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는 것이니 창피한 일이 아니고 아무도 자신을 흉볼 수 없다는 말로 읽힌다.

 

 

승객들이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 자기 합리화하여 말하는 인간 심리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각주를 붙여 놓았다.

 

 

.......... 
이 현상에서 드러난 것은 자기 자신에게 허락하는 방종에 따르기 마련인 미묘한 창피함이다. 내가 스스로에게 허락한 방종이 사실은 방종이 아니라고 누구에게든 설명하고 싶은 욕구다. 내가 마사지를 받는 건 마사지를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옛날에 무슨 운동을 하다가 다친 허리가 죽을 만큼 아파서 하는 수 없이 받는 거라는 식, 나는 담배를 피우고 ‘싶어서’ 피우는 게 아니라 담배가 ‘필요해서’ 피우는 거라는 식이다.

 

-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52쪽.
.......... 

 

 

이 책은 본문 하단에 ‘각주’가 백 개가 넘는 데다 꽤 길게 쓴 각주도 많아서 저자의 성실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제멋대로 쓴 듯한 필치는 꼭 수다스러운 사람이 떠들어 대는 모습을 연상케 하여 처음부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2. 자기만족의 기쁨

 

 

‘포르쉐’라는 자동차를 동경했다는 기타노 다케시는 돈이 생기자 바로 포르쉐를 샀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포르쉐를 타 보고 놀랐다고 한다. 포르쉐에 탔더니 포르쉐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친구를 불러냈다.

 

 

..........
(친구에게) 포르쉐의 열쇠를 건네면서 부탁했다.
“이 차로 고속도로를 달려줘.”
나는 택시를 타고 그 뒤를 쫓아가며 내 포르쉐가 달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택시 조수석에 앉아서 “좋죠? 저 포르쉐, 내 거요”라고 했더니, 기사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왜 직접 안 타십니까?”
나는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바보군요, 내가 타면 포르쉐가 안 보이잖아요.”

 

- 기타노 다케시,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122쪽.
.......... 

 

 

이 글을 읽고 내가 왜 목걸이와 귀고리보다 반지와 팔찌를 좋아하는지 알았다. 목걸이와 귀고리는 거울을 보지 않고는 볼 수 없으나 반지와 팔찌는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반지와 팔찌를 낀 내 모습에 자기만족의 기쁨을 느꼈던 것. 기타노 다케시가 포르쉐를 보기만 해도 좋은 것도 자기만족의 기쁨일 터.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건 사실이다. 타인이 자신을 유능한 사람으로 봐 주면 좋겠고, 타인이 자신을 부자로 봐 주면 좋겠고, 타인이 자신을 행복한 사람으로 봐 주면 좋겠고. 반면에 타인과 무관하게 자기만족만으로도 행복해지기도 한다.

 

 

여기서 물음 하나. ‘타인이 나를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한가,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한가?’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의 시선보다 내가 느끼는 행복이 훨씬 중요해지는 것 같다. 생각은 시간에 따라 변하지만 지금의 생각으론 타인의 시선 따위가 하찮게 여겨진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3. 손해를 각오하는 것이 우정이고 사랑이다

 

 

자신이 친구에게 이만큼 베풀었으니 그 친구도 자신에게 그만큼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건 우정이 아니다. 우정에 계산이 개입하는 순간 그 우정은 진정한 우정이 아니다.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친구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진정한 우정이다.

 

 

..........
“네가 곤란하면 나는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곤란할 때 나는 절대로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다.”
이런 자세가 옳다. 서로에게 그렇게 생각할 때 비로소 우정이 성립한다.
‘옛날에 나는 너를 도와주었는데 너는 지금 왜 날 도와주지 않는 거야’ 하고 생각한다면, 그런 건 처음부터 우정이 아니다. 자신이 정말로 곤란할 때 친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짜 우정이다. (...)
애초에 우정에서 뭔가를 얻으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다. 손익으로 따지자면 우정은 손해만 볼 뿐인 것. 

 

- 기타노 다케시,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127쪽.
..........

 

 

‘친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짜 우정’이라는 것.

 

 

친구 간의 우정뿐만 아니라 연인 간의 사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그걸 말리고 싶은 마음이 사랑일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랑은 그런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상대를 위해 상대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버릴 줄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에 가까울 것 같다.

 

 

불륜 관계라면 예를 들면 이런 것.

 

 

“당신이 이혼하고 내게 와 준다면 나로선 정말 좋겠지만 이혼하면서 당신이 치러야 할 고통을 생각하면 말리고 싶소. 차라리 내가 당신을 단념하는 게 낫겠소. 당신에게 마음고생을 시키지 않는 게 내 사랑법이오.”

 

 

이혼하게 되면 자식들에게 시달려야 하고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시달려야 하고 사회적 시선에 시달려야 한다. 게다가 자식을 마음껏 만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될지도 모르는 일. 그걸 사랑하는 사람에게 겪게 하는 것보다 자신이 상대를 포기함으로써 그런 고통을 겪게 하지 않는 게 사랑일 것 같다. 그러니 사랑이란 자신이 이익을 보는 쪽이 아니라 손해를 보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손익으로 따지자면 우정은 손해만 볼 뿐인 것.(127쪽)것처럼.

 

 

 

 

 

 

 

 

4. 사랑에 필요한 건 총명함

 

 

카뮈는 <페스트>라는 소설에서 총명함이 없다면 진정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 없다고 썼다. 선한 의지를 가진 선량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무지하다면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총명함이라는것.  

 

 

..........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은 대개의 경우 무지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며, 또한 선한 의지도 풍부한 지식 없이는 악의와 거의 같은 정도로 많은 피해를 끼치는 수가 있는 법이다.

가장 구제 받을 수 없는 악덕은 스스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믿고, 이런 생각에 입각하여 사람을 죽이는 권리를 스스로 인정하는 따위의 무지하기 짝이 없는 악덕인 것이다. 살인자의 영혼은 맹목적인 것이며, 가능한 한의 총명을 갖추지 않고서는 진정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 A. 카뮈 저, <페스트>, 146쪽.
..........

 

 


그런데 인간이란 총명하기보단 어리석기 일쑤여서 ‘사랑’이 어려운 모양이다.

 

 

 

 

 

 

 

 

 

 

 

 

 

 

 

 

 

 

 

 

 

 

 

5. 갑질 보도로 생각한 것

 

 

ㄷ항공 오너 2세들이 자신이 부리는 사람에게 큰소리로 윽박지르고 위협을 가했다는 갑질 보도를 여러 번 접하고 나서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첫째, 인간은 권력의 자리에 앉으면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져서 그 충동을 이겨 내지 못한다는 것. 그들이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렇게까지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둘째, 그들이 보통 사람이면 참았을 상황에서 크게 화를 낸다는 것은 자신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다시 말해 재벌 2세로 가진 게 많다고 해서 그리고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라는 것. 왜냐하면 행복한 사람은 웬만한 일에 화를 내지 않을 것이고 남에게 너그러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개인 차’가 있겠지만 이에 대해선 언급을 생략함.) 


 
어쩌면(나의 편견일지 모르겠으나) 재벌가에서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기 어려운 존재들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원하는 것이면 뭐든 살 수 있기 때문에 뭐 하나 사고서 누릴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이 그들에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힘들게 노력해서 돈을 버는 보람을 모를 것 같기 때문이다. 또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경험이 부족해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기 때문이다.

 

 

행복은 금전에 있지 않고 행복은 지위에 있지 않고 행복은 일상의 작은 것에서 느끼는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의 숙명은 그런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남에게 화를 내는 사람은 그 순간에 잠깐 속이 시원할지 모르나 대체로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누군가와 싸우고 나서 기분 좋게 웃는 사람이 드물듯이 말이다. 그러니 화를 내면 낼수록 그 자신은 불행해진다.

 

 

<더 나은 세상>에 따르면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
우리는 아이들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많은 관심을 갖고 윤리적으로 살아가는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자녀 양육에 대한 이런 접근은 행복과 깊은 관련이 있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친절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욱 만족스런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많은 증거가 나와 있다. 또한 그러한 삶의 태도는 그 자체로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다.

 

- 피터 싱어, <더 나은 세상>, 375쪽.
..........

 

 

누구나 삶을 살면서 걱정이 있고 불쾌한 일을 겪고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고, 자신이 바라는 바가 이뤄지지 않기 십상이다. 완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면 더 불행하거나 덜 불행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우리의 최선은 덜 불행해지려고 노력하기 위해서라도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일인 것 같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겸손해지는 법. 재벌 2세들에게서 알 수 있듯이 오만한 사람일수록 행복은 멀어져 간다.   

 

 

 

 

    

 

 

 

 

 

 

 

 

 

 

 

 

 

 

 

 

 

 

6. 책은 아무 때나 읽기

 

 

책을 읽으면서 안 사실은 독서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젊은 날에는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책을 읽어도 몇 시간만 잠자고 나면 하루를 지내는 데 지장이 없었다. 이제 나이를 먹고 나니 밤새워 책을 읽으면 컨디션이 나빠져서 하루를 지내는 데 지장이 있다. 그래서 잠 잘 시간에 책을 읽는 걸 삼간다.

 

 

예전엔 하루에 책 한 권을 뚝딱 읽기도 했지만 이젠 긴 시간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 때나 시간이 날 때 매일 30분 이상 책을 읽기로 정했다.

 

 

..........
책 읽기 좋을 때는 아무 때나다. 아무 도구도 필요 없고 시간과 장소를 지정할 필요도 없다. 책 읽기는 낮이든 밤이든 어느 시간에든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예술이다. 책 읽을 시간이 있고, 책을 읽고 싶을 때가 바로 책 읽기 좋은 시간이다.

하지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다. 책 읽기 좋은 때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이다.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분명 즐거움을 놓치고 말 것이다.

 

- <천천히, 스미는>, 홀브룩 잭슨이 쓴 ‘애서가는 어떻게 시간을 정복하는가’, 220쪽~221쪽.
..........

 

 

책 읽기를 재미없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아직 책을 읽는 즐거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바이올린을 켜는 즐거움을 알려면 훈련의 시간이 필요하듯 독서도 마찬가지다. 많이 읽어 본 사람만이 독서의 즐거움을 안다. 그러니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읽되 지루하게 읽힐 책 말고 자신이 흥미를 느낄 책을 찾아 읽는 게 요령이다.

 

 

늙어서 이제 책을 읽지 못하겠다고 생각하지 말자.

 

 

명심할 건 이것이다. 앞으로 사는 동안 내가 가장 젊은 게 오늘이라는 것. 

 

 

 

 

 

 

 

 

 

 

 

 

 

 

 

 

 

 

 

 

 

 

 

7. 잘라 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옷 쇼핑을 하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여러 옷 중 맘에 드는 몇 개를 골라 놓고 그중에서 단점이 있는 옷을 마음에서 잘라 내야 한다는 것을. 예를 들면 이러하다. ‘A란 옷은 색상이 맘에 드나 디자인이 맘에 안 들고, B란 옷은 디자인이 맘에 드나 색상이 맘에 들지 않고, C란 옷은 가격이 비싸서 안 되고 그러니 D란 옷으로 사야겠어.’

 

 

..........
사진은 흘러가는 시간의 저장고일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것들의 저장고다. 세상 많은 것들 중 한 곳에 초점을 두고 나머지는 잘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포커스! 그 대상만 커지고 또렷해지고 성큼 다가온다. 이것으로 왜곡이 일어난다 해도 사람을 마음에 담는 일은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담는다는 것은 보태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잘라내는 작업이다.

 

- 배혜경, <고마워 영화>, 74쪽.
..........

 

 

사진에서만 잘라 내는 작업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인생에서도 잘라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돌아보니 나도 살면서 마음에서 잘라 낸 것들이 많다. 두 가지를 다 하려면 에너지와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발레를 배우기 위해 (한때 재밌게 배웠던) 현대 무용을 잘라 내고, 글쓰기를 하기 위해 (한때 취미였던) 그림 그리기를 잘라 냈다. 독서에 있어서도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해 추리 소설 같은 재밌는 책을 잘라 내고 에세이를 많이 읽었다.

 

 

또 글을 쓰면서 잘라 내는 작업이 중요함을 알았다. 전체 사진을 망치는 부분을 잘라 내야 더 나은 사진이 되듯이 전체 글을 망치는 부분을 잘라 내야 더 나은 글이 된다. 이때 잘라 내는 것의 아까움은 응당 치러야 할 대가이다.

 

 

 

 

 

 

 

 

 

 

 

 

 

 

 

 

 

 

 

 

 

 

 

8. 세상에는 확실한 기준도 원칙도 없다

 

 

무엇에 대한 해석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실을 내가 경험한 것 중에서 하나를 소개함으로써 증명해 보고자 한다.

 

 

둘째 아이의 백일잔치를 하는 날이었다. 우리집에 손님들을 초대해 놓고 상차림을 하느라 아침부터 무척 바빴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작은 형님(남편의 작은누나)이 새우튀김을 많이 해 와서는 바삭바삭해야 맛있다며 한 번 더 튀겨 내야 한다고 튀김을 튀기기 시작했다.

 

 

그때 난 작은 형님에 대해 하나도 고맙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잡채, 불고기, 갈비찜 등 음식을 푸짐하게 만들어 놓았는데 새우튀김까지 있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뿐 고마운 줄 몰랐다. 5월에 태어난 아이라 백일인 그날은 여름 더위가 가시지 않은 더운 날이었다.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그걸 왜 해 왔냐고 말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고 있었다. 작은 형님이 그렇게 새우튀김을 손수 해 온 것은 먼길 오는 나의 친정어머니와 친정아버지에게 대접하고 싶어서였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도 내가 고마워하지 않았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두고두고 고맙게 생각한다. 이처럼 무엇에 대한 해석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므로 속단은 금물임을 알겠다. 

 

         
..........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무엇이 허락되고 무엇이 허락되지 않는지 나는 모른다. 찬사를 보내지도 비난을 퍼붓지도 못한다. 세상에는 확실한 기준도 원칙도 없다.

 

- 에밀 시오랑,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84쪽.
.......... 

 

 

그땐 하나도 고맙지 않은 일이 지금 와서는 두고두고 고마운 일이 되는 걸 경험하고 나니 에밀 시오랑이 말한 ‘세상에는 확실한 기준도 원칙도 없다.’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9.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는 솔직함

 

 

 

 

 

 

 

 

 

 

 

 

 

 

 

 

 

 

 

글쓰기의 가장 어려운 점은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갖는 글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보편성이란 글의 내용을 독자가 공감해야 함을 뜻하는 것이고, 특수성이란 독자가 다 알고 있는 뻔한 얘기가 아닌 독특함을 갖고 있는 내용이어야 함을 뜻하겠다. 글을 쓸 적마다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에서 나는 헤맨다.

 

 

그러나 보편성과 특수성과 무관하게 나를 감동시키는 글이 있다. 바로 솔직한 글이다. 솔직함 앞에는 어떤 평가도 부질없는 것 같다.

 

 

.......... 
다시는 글 안 쓴다고 군대에 가서는, 한참 뜨고 있는 여류 시인에게 오밤중에 전화를 했다. 그녀가 정중히 전화를 끊었을 때, 그때도 참 부끄러웠다. 그러나 두고두고 창피한 것은 회사에 들어가 처음 만난 여자 앞에서 노동자들이 불쌍하다고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 이성복,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32쪽.
..........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서 사실은 상대가 달이 아닌 자신의 손가락을 봐 주길 바랐던 것. 그것은 상대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는 것.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 같은, 그러나 부끄러운 일이라 글로 쓰기 쉽지 않은 일이다.

 

 

위의 32쪽의 글을 글쓰기에 솔직함이 필요한 이유를 잘 보여 주는 전범으로 삼으려 한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나의 책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8-04-30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책이 언니의 정신의 배를 부르게 한다고 생각하니
기뻐요.ㅋㅋ

엄마가 이제 연로하시니 등이 아프다고 거의 매일 노래를
부르다시피 합니다.
오늘은 갑자기 책 읽는 것도 한때겠구나 싶어요.
눈 좋을 땐 막 누워서도 책을 읽었는데
지금은 안경 부러질까봐 그렇게도 못하고,
나도 엄마처럼 등이 아프면 앉아 있는 것도 괴롭겠지
생각하니까 그렇더라구요.

잠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잠을 포기할래? 책을 포기할래?하면 전 차라리 책을 포기할 것 같아요.
대신 영화와 드라마, 시사교양 프로가 있으니까.ㅋ

페크pek0501 2018-04-30 22:16   좋아요 1 | URL
하하~~ 사진 속에 님의 책이 있지요? 당근 배부르게 하지요~~.

연출한 사진이 아니라 책상 아래에 쌓여 있는 책을 그냥 찍었답니다. 저 책 뒤에도 책이 많이 쌓여 있어요. 시간이 지난 뒤에 보면, 아 그땐 저런 책들을 가까이 두고 읽었었구나, 하며 보겠지요.

저도 친정어머니가 늙는 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겠지, 하면서 힘빠지곤 해요.

잠, 중요하죠. 저는 고단하면 무조건 눕는 스타일입니다. 몸이 제일이다 그러면서요.
저는 고단할 땐 누워서 책을 읽어 주는 팟캐스트 듣고 있어요. 그러면 어느새 스르르 잠이 와서 끝부분을 못 듣고 자고 말아요. 그러면 다음날 또 켜서 듣는데 역시 도중에 잠이 와서 끝부분을 아직도 못 듣고 있는 게 있답니다. 웃기죠?

서니데이 2018-04-30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4월에는 이렇게 많은 책을 읽으셨군요. 사진 속의 책을 세어보니 20권이나 되는데요.^^
7번을 읽으면서,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는 것의 어려움을 생각해요.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줄일 수 있다면 다듬고 줄이고 싶어요.
오늘은 4월 마지막날인데, 월요일이라서 그런지 미리 5월 같아요. 5월 0일 같은 기분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즐거운 4월, 기분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18-04-30 22:20   좋아요 1 | URL
후훗... 저렇게 많은 책을 한 달에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냥 요즘 옆에 두고 읽고 있는 책이랍니다. 내용을 대충 다 알 정도로 다 들춰 보긴 했는데 끝까지 읽지 못한 책들이 있어요. 다 읽은 책도 책장에 꽂기 싫고 저렇게 쌓인 채로 둡니다. 이것 역시 게을러서가 이유가 됩니다.

내일까지 미세먼지가 있다가 모레 비가 온다고 하니 제 마음은 빨리 모레가 왔으면 싶네요.
푸른 5월을 맑은 공기와 함께 맞고 싶네요. 님도 기분 좋은 하루가 되시길...
고맙습니다.

라로 2018-05-01 0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쌓아놓은 책 중에 제게 있는 것은 5권네요!! ㅎㅎㅎㅎ 한권이라도 있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봤는데 5권이나 되어 신났어요. ㅎㅎㅎㅎ
여전히 잠자기 30분은 독서로 보냅니다만 요즘은 영화도 자주 봐요. 그러니까 자꾸 책 읽는 것에 소홀해지네요. 의무로 책을 읽는다고나 할까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대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18-05-03 11:11   좋아요 0 | URL
5권이나 겹친다고 하니 반갑네요. 저도 여러 님들의 서재에서 책 사진을 보곤 하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저의 책과 안 겹치는지...ㅋ 한두 권만 겹치더라고요.

저는 어젯밤 잠자기 전에 한 시간이나 책을 봤어요.
책 읽기에 소홀할 때는 기록이 최고지요. 한 권을 다 읽을 때마다 독서 노트에 책 이름을 기입하는 습관이 있다 보니 속도를 내야겠단 생각이 들거든요. 5월에는 몇 권이나 기록하게 될지 계획도 세우고 말이죠.(기록하는 재미는 해 본 이들만 알 듯..)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좌우한다, 가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8-05-01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3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5-01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밤 12시에 잠들면 새벽 4, 5시에 저절로 눈이 떠요. 그럴 때 정신이 맑으면 읽다 만 책을 읽기 시작해요. 아침 일찍 일어날 때 휴대폰부터 먼저 보는 습관이 있었어요. 이제 그 습관을 없애려고 해요. ^^

페크pek0501 2018-05-03 11:15   좋아요 0 | URL
아침형 인간에 속하는 분이시군요. 저는 저녁형인가 봐요. 밤에 책 읽으면 집중이 더 잘 되는 것 같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몸 컨디션이 나쁠 때를 빼고는요.

제가 눈 뜨자마자 폰을 보는 건 날씨 때문이에요. 미세먼지가 있나, 비가 오나,를 살피고 일어난답니다. 폰을 많이 보고 나면 시간이 아깝지요. 책을 많이 본 날은 뭔가 하루를 뿌듯하게 보낸 것 같고 말이에요. ㅋ

좋은 하루 되세요. 오늘은 미세먼지 없이 맑아서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프레이야 2018-05-04 1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상에서 건져올린 소소한 생각들이 결코 작은 게 아니라는 게 페크 님의 독서를 보면 느껴져요. 몸도 마음도 살살 달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월도 행복하게요~~

페크pek0501 2018-05-05 10:57   좋아요 0 | URL
저자께서 방문하셔서 반갑습니다. 님의 글도 인용을 했답니다. 히힛...

일상의 위대함을 조금씩 알아 가고 있습니다. 프레이야 님도 행복한 5월이 되시길...

댓글, 고맙습니다.
 

 

 


누군가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한 권을 뽑아 그 책의 내용을 말하라고 하면 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책의 핵심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고 줄거리를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단지 어떤 책은 생각나는 문장이 있을 뿐인데 그것도 옛 추억처럼 희미하게 생각날 뿐이다. 어떤 책은 다 읽지 않은 줄 알고 펼쳤다가 끝 페이지까지 밑줄이 쳐져 있어서 ‘다 읽은 책인가?’ 하고 완독한 책들을 기록한 독서노트를 보고서야 ‘아! 다 읽은 책이네.’ 하면서 내 기억의 불완전함을 확인할 때가 있다. 읽었다고 해서 내 두뇌의 창고에 차곡차곡 쌓이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은 ‘그렇다면 책을 읽어서 뭐하나?’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그럴 때면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내가 읽은 글에 대해 그것과 관련해 떠오르는 단상을 쓴다면, 내가 읽은 글 중에서 뽑아 인용문으로 사용해 글을 쓴다면 내 기억의 불완전함이 완전함 쪽을 향해 몇 걸음 다가갈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며 이 글을 쓴다.

 

 

 


1. 작가가 쓴 최고의 작품은 그 인격의 최상을 나타낸다 

 

 

 

 

 

 

 

 

 

 

 

 

 

 

 

..........
훌륭한 문장은 어쩌다 우연히 쓰이지 않는다. 글에는 어떤 속임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작가가 쓴 최고의 작품은 그 인격의 최상을 나타낸다. 모든 문장은 오랜 시련의 결과다. 속표지에서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책 속에는 저자의 인품이 속속들이 배어 있다. 이는 그 글을 쓴 이라도 교정볼 수 없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의 일기>, 173쪽.
..........

 

 

재능과 노력만으로 글을 잘 쓸 수 없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재능과 노력 이외에 필요한 것은 성숙한 안목, 그리고 또 하나는 글쓴이의 높은 인격일 것이다. 내가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이유이다.  

 

 

 

 

 

 
2. 어떤 사람을 알고 싶거든 그의 이상을 알아보라

 

 

..........
사람들을 비교하려거든 각자의 이상을 비교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 실제 인간은 너무 복잡해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

어떤 사람을 알고 싶거든 그를 이상화해보라. 그러면 즉시 생각이 분명해질 것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의 일기>, 216쪽.
..........

 

 

누군가에 대해 알고 싶을 때 그에게 딱 한 가지만 물을 수 있다는 조건 아래 우리는 무엇을 물을 것인가?

 

 

나는 그에게 자신이 행복으로 여기는 게 무엇인지를 물어보겠다. 권력과 재물을 행복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는지, 그것과 무관한 행복을 아는지 살펴보리라. 소박한 행복을 아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3.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생각이다

 

 

..........
우리의 삶에서 가장 분명한 사건은 우리 생각이다. 다른 모든 것들은 우리가 여기 머무는 동안 불어오는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의 일기>, 240쪽.
..........

 

 

소로가 말한 것과 관련해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올바르다고 생각한 것을 실천하며 사는 일이다. 나머지 것들은 그것의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특히 부패한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소로는 에머슨의 조언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쩌면 소로는 에머슨의 조언으로 쓰기 시작한 일기로 인해 하나의 생각이 또 다른 여러 개의 생각으로 연결되는 ‘생각의 기술’과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는 ‘쓰기의 기술’을 발전시켰는지 모른다.

 

 

 

 

 

 

4. 위인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
몇 백 년 혹은 더 이전에 생각의 원리를 깨달은 사람들이 존재했고 우리는 그들을 현인이나 위인이라 부른다. 그들에겐 일상생활 속에서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일기 쓰기다.
날마다 자신이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을 사실대로 적은 기록이 일기이지만 일기가 가진 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기를 꾸준히 쓰면 자기 생각을 보다 잘 정리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글쓰기 능력이 향상된다. 또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이는 다시금 자신의 내면을 성숙시킬 기회로 연결된다.
 
- 김경일, <지혜의 심리학>, 183쪽.
..........

 

 

위인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고 한다. 그들은 모두 일기를 썼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일기 쓰기의 중요성을 알 수 있겠다.

 

 

 

 

 

 

5. 일기는 인생의 방향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
일기에 지난 일과 그 일을 완성하기 위한 계획을 소상히 적다보면 불현듯 ‘이 일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란 의문이 드는 순간이 온다. 일상 속에서는 갖기 힘든 의문이다. (…)

심리치료 전문가들이 일기를 쓰는 것이 곧 인생의 방향을 찾는 데 있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연구자들은 이것이 인간의 동기와 인지를 아우르는 일기의 근본적인 목적이라고 말한다. 무슨 일이든지 이유를 제대로 알고 나면 실행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 개인에게는 일기라면 조직에게는 일지가 되고 국가에게는 기록물이 된다. 이런 측면에 힘을 쓸 줄 아는 개인과 집단이 현명하지 못한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 김경일, <지혜의 심리학>, 184~185쪽.


..........

 

 

매일 쓰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며칠에 한 번씩 일기를 쓰는데 주로 한가한 시간에 쓴다. 내가 생각하는 일기의 장점은 한가함이 주는 여유로 인해 무엇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는 이것저것 따져 생각해 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러나 일기를 쓰는 한가한 시간에는 마치 자신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물음을 던지고 그것에 답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어떤 계획을 세우게 되는 것 같다.

 

 

 

 

 

 

6. 고령화 사회는 위험하다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환자가 나오는 게 TV드라마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병원에서 의식이 없이 10년 가까이 누워 있는 어떤 노인에 대해 귀동냥으로 들은 적이 있다. 이런 경우 노인도 노인의 가족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최근 TV를 통해 존엄사법(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된 이후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존엄사를 택한 사람들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나니 이것이 좋은 현상으로 생각된다.

 

 

내 주위에 올해 96세에 돌아가신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던 친구가 있고 90세인 친정아버지를 현재 모시고 사는 친구가 있다. 그들은 하루 세 끼의 밥상을 차리는 일로 인해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없고, 또 노인을 모시고 자주 병원에 갔다. 그들을 생각하면 과연 장수가 축복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만약 내가 훗날 스스로 생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자식에게 의지해야만 살 수 있는 노인이 된다면 난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
수명이 계속 연장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그럴듯한 시나리오 하나. 200살이 된 한 여성이 임종의 순간을 맞아 슬픔에 찬 가족들이 그녀 곁을 지키고 있다. 180세의 아들과 딸, 거기에 그들이 낳은 150세에서 160세가량 되는 세 명의 손자 · 손녀, 다시 그들이 낳은 120세에서 130세 된 증손자 · 증손녀 등등.
감동적인 그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치르게 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 존 브록만 엮음, <위험한 생각들>, 361~362쪽.       
..........

 

 

장수 시대로 치르게 되는 비용만 생각할 게 아닌 것 같다. 앞으로 80대 자식이 100살이 넘은 부모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 다시 말해 80대 노인이 100살이 넘은 노인을 모시고 살아야 하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7. 남의 성공을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영화배우, 영화감독, 방송인, 작가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은 즐겁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함과 유머로 버무려서 깨달음을 주는 글을 쓰기 때문이다.

 

 

..........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남의 성공을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만약 내가 전혀 팔리지 않는 연예인인데도 아야노코지의 성공을 기뻐할 수 있다면 정말 훌륭한 사람일지 모른다. 하지만 만약 내가 뜨지 않았다면 만나서 입으로는 “잘 됐다” 정도의 말은 하겠지만, 내심 ‘웃기고 있네. 어째서 나는 못 뜨고 네가 뜨는 거야’ 하고 생각했을 게 뻔하다.
우리는 같은 시기에 이 세계에 들어와서 같이 고생을 했다. 하지만 나는 25년 전에 이미 잘 팔리는 사람이 됐다는 여유가 내 머릿속 어딘가에 있기 때문에 기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다지 멋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떠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성공을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 것 같다.

 

- 기타노 다케시,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99~100쪽.
..........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다. 만약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셋 중 하나일 것 같다. 자신이 바라는 만큼 성공한 사람이거나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거나 남의 성공 따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거나. 

 

 

 

 

 

 

 

8. 칭찬하는 질책이 있는가 하면 비방하는 칭찬도 있다 

 

 

 

 

 

 

 

 

 

 

 

 

 

 

 

..........
세상에는 칭찬하는 질책이 있는가 하면 비방하는 칭찬도 있다.

 

- 라 로슈푸코, <잠언과 성찰>, 55쪽.
..........

 

 

예를 들면 이런 게 아닐까. ‘그녀는 멋부리기에 관심이 많은 멋쟁이다.’라는 말은 듣기에 따라서 멋쟁이라는 말로 그녀의 장점을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그녀가 멋부릴 줄만 아는 한심한 사람임을 말함이니 칭찬하는 질책이 된다. ‘그는 쓸데없이 부지런하다.’라는 말은 듣기에 따라서 쓸데없다는 말로 그의 단점을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그가 부지런한 사람임을 말함이니 비방하는 칭찬이 된다.

 

 

 

 

 

 

9. 겸손은 거짓일 때가 많다

 

 

..........
겸손은 우리가 남들이 자기에게 복종하도록 만들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수단, 즉 복종하는 척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은 자신을 높이기 위해서 스스로 낮추는 오만의 술책이다. 오만은 비록 수천 가지로 변신한다고 해도, 겸손의 가면으로 자신을 숨길 때보다 더 잘 위장하고 더 잘 속이는 경우는 결코 없다.

 

- 라 로슈푸코, <잠언과 성찰>, 84쪽.
..........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한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대중 앞에서 겸손한 자세를 보일 때 그것은 대부분 실제로 겸손한 게 아니라 겸손하고 싶은 마음이나 겸손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을 나타낼 뿐이다. 만약 자존심이 상하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나면 그는 바로 겸손의 가면을 벗고 그의 본모습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로 오만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위치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10. 베푸는 것도 이기심 때문인 경우가 많다

 

 

..........
후하게 베푸는 듯이 보이는 것은 더 큰 이익을 얻으려고 사소한 이익은 경멸하는, 위장된 야심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 라 로슈푸코, <잠언과 성찰>, 82쪽.
..........

 

 

어떤 이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여러 번 내어 신문에 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가 나중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의 얄팍한 계산을 읽은 것만 같아 실망스러웠던 적이 있다. 라 로슈푸코의 말처럼 그에게서 위장된 야심을 읽었던 것.  

 

 

남에게 후하게 베푸는 것에 이런 심리도 있겠다. 남을 돕고 살면 자신이 복을 받아 큰 불행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심리. 내가 연말에 자선냄비를 보면 꼭 돈을 넣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심리가 작용해서일 듯.

 

 

이런 심리에 대한 글을 찾았다.

 

 

..........
그래서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가 그들에게 베푸는 혜택은 자기 자신에게 미리 베푸는 혜택인 것이다.

 

- 라 로슈푸코, <잠언과 성찰>, 87쪽.
..........

 

 

 

 

 

 

11. 둘 사이에서 사랑을 하는 쪽이 더 행복하다

 

 

..........
사랑의 즐거움은 사랑하는 데 있다. 우리는 남이 자기에게 쏟는 열정보다는 자신이 품고 있는 열정으로 더 행복해진다.

 

- 라 로슈푸코, <잠언과 성찰>, 85쪽.
..........

 

 

사랑의 즐거움은 사랑을 받기보다 사랑하는 데 있다는 것. 유치환 시인의 ‘행복’이란 시에도 이런 글귀가 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내가 경험하지 않았다면 이런 글에 동의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결혼하기 전, 남편과 연애할 때 선물로 핸드백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몇 배 더 즐거웠던 건 내가 남편에게 줄 선물로 백화점에서 스웨터를 고를 때였다. 선물로 무엇을 살까 하고 고민하는 시간, 백화점에서 선물을 고르는 시간, 그에게 주기 전까지의 시간, 그에게 주었을 때 그의 표정을 보는 시간 모두 행복했던 시간으로 아직도 기억한다.

 

 

 

 

 

 

12. 완벽하게 나쁜 사람은 없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을 펼쳐 보니 밑줄을 친 글이 많다. 아무 데나 펼쳐서 밑줄을 친 글을 읽으니 이런 글에 마음이 간다.

 

 

..........
사실 완벽하게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 달라이 라마 | 하워드 커틀러,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198쪽.
..........

 

 

내가 알기로는 완벽하게 나쁜 사람도 없고 완벽하게 좋은 사람도 없다.

 

 

나이를 먹으니 좋은 사람의 기준이 바뀌는 것 같다. 객관적으로 볼 때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나에게 잘해 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더라는 얘기다. 친구로 예를 들면, 내 얘기를 잘 들어 주고 내가 전화를 하면 반기고 내가 도움을 청하면 언제나 도와 줄 것 같은 친구. 다시 말하면 나를 편애하는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여기게 되더라는 것. 나만 그런 게 아닐 터. 그러니 정치계에서도 철학과 가치관이 달라도 같은 당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일 듯. ‘나와 생각이 다르지만 뭐 나를 좋아하는 사람 같으니 우리 당원으로 받아 주겠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 

 

 

 

 

 

 

 

13. 글쓰기란 사람의 마음을 북돋는 것

 

 

 

 

 

 

 

 

 

 

 

 

 

 

 

 

윌리엄 포크너가 쓴 ‘서문’이란 에세이에 있는 글이다.

 

 

..........
글쓰기란 사람의 마음을 북돋는 것. 글 쓰는 사람 모두 마찬가지다. 예술가가 되려고 애를 쓰는 사람도, 가벼운 오락거리를 쓰는 사람도, 충격을 주기 위해 쓰는 사람도, 자신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자신의 고통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쓰는 사람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글을 쓰는 까닭임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알지만 부정하려는 사람도 있다. (···) 하지만 우리 모두 사람의 마음을 북돋우려는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쓴다. (···)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북돋우려는 희망과 욕망을 끝까지 분석해보면 전적으로 이기적이며, 완전히 개인적이다. 글 쓰는 사람은 바로 자신을 위해 사람의 마음을 북돋우려 한다. 그렇게 해야 죽음을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가 북돋우려는 마음들로 죽음을 물리치고 있다.

 

- <천천히, 스미는>, 184~185쪽, 윌리엄 포크너가 쓴 ‘서문’에서.
..........

 

 

이 글에 따르면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은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북돋기 위해서 쓰는 것이란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가 북돋우려는 마음들로 죽음을 물리치는 것이란다. 여기서 ‘죽음’을 ‘근심’이나 ‘불행’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하리라. 또는 ‘잡념’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하리라. 나의 경우 글쓰기를 즐기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잡념도 끼어들 여지가 없이 글에 집중하는 시간이 좋아서이다. 다시 말해 글을 씀으로써 근심을 물리치는 것이다. ‘봉사 활동’이라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남을 위해 애씀으로써 자신의 근심을 물리칠 힘을 얻는 것이다. 윌리엄 포크너의 표현을 빌리면, 남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죽음을 물리치는 것이다.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돌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선이란 것도 남에게 베풀었다는 흐뭇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니까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라고.

 

 

 

 

 

 

 

14. 유전자의 힘은 세다

 

 

 

 

 

 

 

 

 

 

 

 

 

 

 

 

<천천히, 스미는>이란 책에 따르면 버지니아 울프는 “정식 교육은 받지 않았고 아버지 서재의 책을 두루 읽으며 독서와 글쓰기를 익혔다.(22쪽)”고 한다. 정식 교육 없이도 500편이 넘는 방대하고 다양한 에세이와 비평을 남겼다니 놀랍지 않은가. 그 시절엔 컴퓨터가 없었으니 모르는 것을 검색해서 글을 쓸 수 있는 때도 아니었다. 유전자의 힘이 세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글이 떠올라 찾아서 옮겨 본다.

 

 

..........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원리는 대개 비슷한데, 어떤 일의 성취에 있어서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노력의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숨겨진 의도가 없다고 할 수 없는 일반적인 주장과는 달리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슬픈 일이지만, 노력 없이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고, 노력으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유전자는 꽤 힘이 세다.

 

- 이승우, <사랑의 생애>, 71쪽.
..........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일찍이 나는 알았다. 유전자의 힘이 세다는 사실을 말이다. 큰아이는 내가 공부 뒷바라지를 특별히 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스스로 공부를 하며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던 반면, 작은애는 독선생을 붙였는데도 공부하기 싫다며 하지 않았다. 결국 작은애는 자기가 어떤 것에 재능이 있는지 찾아내어 우리 부부를 설득하더니 예능 쪽으로 진로를 정했다. 같은 가정 환경에서 자랐는데 유전자의 힘은 그렇게 셌다. 한 아이는 남편을 닮아 무슨 소리가 나도 잠을 잘 자고, 한 아이는 나를 닮아 무슨 소리가 나면 잠을 깬다. 유전자의 힘은 그렇게 셌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작을 통해서 인간은 유전자의 힘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유전자의 힘이 세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15. 질투는 사랑 때문일까, 약점 때문일까

 

 

질투심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사랑의 생애>에 따르면 그것은 질투하는 자의 ‘약점’이라고 한다.

 

 

..........
질투는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그가 느끼는 약점의 크기를 나타내 보인다. 사랑해서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약점이 있어서 질투하는 것이다. 맹렬하게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열등감을 느껴서 맹렬하게 질투하는 것이다.

 

- 이승우, <사랑의 생애>, 228쪽.
..........

 

 

질투는 약점의 크기를 나타내 보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라는 작품으로 설명한다.

 

 

..........
이성에게 어필할 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언제든 질투에 빠질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편파적이지 않다. 나이, 용모, 경제력, 건강, 사회적 위치와 평판 같은 조건들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사실을 의식할 때 이런 사람을 질투 속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먹이는 것만큼이나 쉽다는 사실을 ‘오셀로’는 알려준다.

 

- 이승우, <사랑의 생애>, 228쪽.
..........

 

 

질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사람에 따라 다를 듯하다. 어떤 두 사람 사이에서는 사랑을 더 많이 하는 쪽이 질투가 심할 수 있고, 또 어떤 다른 두 사람 사이에서는 약점이 더 많은 쪽이 질투가 심할 수 있겠다.

 

 

나는 질투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자신의 사랑의 크기와 자신의 약점의 크기 이외에 두 가지가 더 있다고 본다. ‘자신에 대한 상대의 사랑의 크기’, 그리고 ‘상대에 대한 자신의 믿음의 크기’. 다시 말하여 자신은 상대를 사랑하는데 상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을 주지 않을 경우에 질투가 심할 수 있고, 상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은 주었지만 상대가 바람둥이라서 믿지 못해 질투가 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16. 상대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통찰력이 없다

 

 

 

 

 

 

 

 

 

 

 

 

 

 

 

만약 연애를 하고 있는 한 친구가 “도대체 그 남자의 마음을 모르겠어.”라고 말하며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나는 이 말 하나로 몇 가지의 정보를 얻을 수 있겠다. 첫째, 이 친구가 그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 둘째, 그 남자는 이 친구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거나 태도가 애매했다는 것. 셋째, 둘의 관계는 앞으로 깨질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많다는 것.

 

 

둘의 연인 관계에서 원래 상대보다 더 자신이 상대를 사랑할 때 상대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지는 법이다. 헤어져 집에 돌아오면 상대의 얼굴이 뚜렷이 생각나지 않고, 상대의 아까 그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고, 상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
즉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얼굴을 기억할 수 없는, 이상한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남자나 여자를 바라볼 뿐인데도, 그 남자나 여자를 묘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 사랑에 빠진 사람은 형편없는 예술가이고,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화가이며, 표현할 수 없음에 두 손을 들고 항복한 시인이다. (···) 지나친 주목은 사랑에 빠진 시선을 혼란시킨다.

 

- 알랭 핑켈크로트, <사랑의 지혜>, 50~51쪽.
..........

 

 

사랑하고 있는 자는 상대에게 집중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니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없는 자가 된다. 그에겐 통찰력이 없다.

 

 

..........
사랑받는 사람의 얼굴에 어리는 모든 것은 그의 주의를 불러일으킨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슬픈 표정과 움찔한 경련, 어렴풋한 기미와 몸 떨림, 미소와 분노. 사랑받는 얼굴은 기호(記號)의 더미이다.

 

- 알랭 핑켈크로트, <사랑의 지혜>, 51~52쪽.
..........

 

 

그리하여 둘 사이에서 더 사랑하는 자는 상대보다 우위에 설 수 없다.

 

 

..........
우리는 우리가 사랑을 바치는 대상보다 우위에 서는 일이 없다.

 

- 알랭 핑켈크로트, <사랑의 지혜>, 53쪽.
..........

 

 

 

 

 

 

17. 누구나 고독하게 죽는 순간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쓴 에세이를 읽으며 ‘나방’이라는 한 마리의 곤충으로도 이렇게 좋은 글을 쓸 수 있구나, 글의 처음은 이렇게 시작하고 끝은 저렇게 끝낼 수 있구나, 하고 살펴보았다. 관찰력의 힘이렷다. 나방에 대한 관찰력이 없다면 쓸 수 없는 글이렷다.

 

 

끝 문장을 옮기면 이러하다.

 

 

..........
원래대로 몸을 뒤집은 나방은 이제 무척 우아하게, 아무런 불평 없이 평온하게 누워 있었다.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그래요. 죽음이 저보다 강합니다.

 

- <천천히, 스미는>, 21쪽, 버지니아 울프가 쓴 ‘나방의 죽음’에서. 
..........

 

 

죽음에 맞서 투쟁을 벌이다가 마지막 저항을 하다가 마침내 죽음에 굴복하고야 마는 한 마리의 나방. 우리 인간도 언젠가는 나방과 똑같은 신세에 처하게 되리라. 가족이 지켜본다고 할지라도 기진맥진하여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는 순간은 홀로 고독하게 감당해야 하리라. 나도, 이 글을 읽는 당신들도.

 

우리 모두 그런 존재들이다. 가엾게도...

 

 

 

 

 

 

 

 

 

 

 

 

 

 

 

예전에 독서광이었다면 지금은 책광이다.
책을 많이 읽지 못하고 그저 책을 좋아한다는 뜻에서 책광이다.

그것을 증명하는 사진이다.

책장에 책이 넘쳐 침실로까지 들어와 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galmA 2017-12-01 09: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기를 쓰든 그림을 그리든 사진을 찍든 책을 읽든 무엇이든 어떤 일을 매일 하는 건 훌륭한 수양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도둑질이나 악평을 매일 한다면-_-....

질투와 사랑을 너무 스트레이트로 등치시킨 거 같은데요. 질투 자체는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들도 쉽게 나타내니까요. 라이벌에 대한 질투 때문에 패가망신하거나(안...누구) 더나은 자기발전을 이루는 경우도 있죠. 사랑에 있어서도 비슷할 텐데 질투의 감정을 부정적으로 쓸 땐 소유욕, 집착, 관계 파괴 등으로 나타날 테고, 긍정적으로 쓸 땐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등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할 수 있겠죠.
글이 엄청 많아 중간중간 쓸 댓글을 잊어 요 정도만^^;

페크pek0501 2017-12-01 13:12   좋아요 2 | URL
카캬...ㅋ 도둑질이나 악평을 매일 하는 건 수양이 된다고 볼 수 없으니 예외라는 게 있다고 해야겠죠.

안 그래도 질투에 대해 쓴 글이 미흡한 것 같았으나 어제 글을 올리면서 내일 수정해야지,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수정을 했답니다. 질투의 요인으로 두 가지를 더 보충해 썼어요. 고치고 보니 고친 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역쉬~ 글이란 자꾸 고쳐야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요. 한 방에 잘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요. ㅋ

벌써 오늘부터 12월이 시작되네요. 한 해 동안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그저 가는 시간이 아깝게 여겨지기만 합니다. 남은 한 달 동안 파이팅 합시다.

2017-12-01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1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2-01 1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저 사진 언니 거실이예요?
깔끔쟁이신데요?ㅎㅎ

유전자에 대해 하신 말씀 공감해요.
저는 제 바로 위 오빠는 몰라도 언니를 보면
뭘해도 어려움없이 턱턱 잘 해내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전 좀 비실거리는 게 많았죠.오래 못 버티고.
모든 걸 잘할 수 없으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뭐든
그것에 집중하려고 해요.
늦둥이가 좋다고 하는데 저 아는 사람은 그 아이가 지금도
병치레를 한다고 늦게 애 낳을 것 아니라고 그러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사람은 결혼할 것 같으면 한 살이라고 더 젊을 때 하라고.
근거 있는 말 같기도 해요.^^

페크pek0501 2017-12-01 13:38   좋아요 1 | URL
거실 맞고요, 사진발입니다. ㅋ

유전자 내지 타고난 기질의 힘이 세다는 걸 살면서 느낍니다. 생긴 대로 산다고나 할까요... ㅋ 노력해서 되는 게 있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고 그래요.
좋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게 일단 유리하겠지요.

결혼식에 가면 누가 누구의 자식이고 형제인지 알 정도로 어쩌면 그렇게 가족이 닮았는지 유전자의 힘을 느낍니다. ㅋ

cyrus 2017-12-01 13: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장에 꽂을 수 없는 책들을 일단 탑으로 쌓아 놓았습니다. 안 그래도 방이 좁은 펀인데 책탑을 쌓을 공간도 부족합니다. ^^;;

페크pek0501 2017-12-02 11:57   좋아요 1 | URL
하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군요. 위의 두 번째 사진은 사실 일부만 찍었고 전제를 찍으면 책이 많아 지저분하답니다. 오른쪽 벽까지 책이 쌓여 있어요.

그래도 행복하지 않습니까? 저는 깔끔한 것을 좋아해서 거실이나 방에 뭐 늘어놓는 것을 싫어하는데 책만큼은 예외입니다. 쌓아진 탑을 보는 건 좋거든요.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기를...

서니데이 2017-12-02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기는 한데, 전에는 읽는 것을, 한 때는 사는 것을, 한 때는 모으는 것을, 이렇게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책읽는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지면 좋겠는데, 점점 느려지는 것 같아서, 조금씩 아쉬워요. 어쩌면 조금 더 부지런해지면 더 많이 읽을텐데, 하는 마음도 들 때가 있어요.
거실에 책장이 있어도 깨끗하고 공간이 넓게 보여서, 부럽습니다. 그리고 침실에 예쁘게 쌓인 책들도요.^^

pek0501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7-12-02 17:16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요즘은 책을 읽기보다 모으는 재미로 사나 봐요. 탐나는 책이 있으면 우선 사고 보거든요. 읽을 책이 밀려 있으면서도 말이죠.
제가 경험한 일. - 어떤 책을 뒤늦게 사려 하니 품절이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꼭 사고 싶은 책은 사고 보자, 가 되어요. 밀렸어도 언젠가 읽을 것 같거든요. 그래도 다른 분들에 비하면 저는 적게 사는 편일 듯해요.

처음엔 책장을 방에 두고 서재를 꾸몄는데 책장이 늘어나니까 방에 다 넣을 수 없어 거실로 나왔답니다.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오른 쪽으로도 책장이 쭉 있답니다. 기역 자로 책장이 있어요. ㅋ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세실 2017-12-09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로의 일기랑 천천히 스미는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어쩜 이 책을 언제 다 읽으셨을까요.

제 친구는 95세 거동 불편한 시아버지 모시고 사는데...
어제 친정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시아버지 돌아가시면 친정부모님 챙겨야지 했는데 이럴수 있냐며 엉엉 우네요. ㅜㅜ
뭐라 할말이 없더라구요.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17-12-09 22:03   좋아요 0 | URL
아, 세실 님. 반갑습니다.
소로의 일기, 는 다 읽지 못했어요. 요즘 읽는 중인 책 중 하나입니다. 이런 책은 소설 읽듯이 빠르게 읽기보다 가끔씩 들춰보는 맛이 좋습니다.
천천히 스미는, 은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이것도 야금야금 읽었는데 어느 새 다 읽게 되더라고요.

친구 분, 참 안 됐어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사는 일이란 자기만의 슬픔을 간직하고 사는 일 같습니다.

세실 님도 굿 밤 되세요.


 

 


1.
..........
이 서재의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초창기 때 ‘알라딘 서재’에 대해 친구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세계에는 아주 웃기는 현상이 있어. 방문자가 수백 명이 되는 알라디너는 다른 서재에 기웃거리며 댓글을 남기지 않아. 다만 자기 서재에 몰려드는 댓글에 답글을 쓸 뿐이야. 그는 수많은 신하들을 거느린 왕의 포즈를 하고 있는 거지. 난 그런 왕이 어쩌다 한번 내 서재에 댓글을 남겨 주면 너무 영광스러워지는 거야.”

 
- 어느 서재에 쓴 나의 댓글을 옮김.
..........

 

 

서재 알라디너로서 활동한 지 8년이 넘었다. 여전히 수많은 신하들을 거느린 왕들을 볼 때가 있다. 그들을 보면 그런 방면으로 ‘능력자’라는 생각을 한다. 유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내가 왕이 되고 싶지는 않다. 자주 글을 올리고 자주 답글을 써야 하는 게 시간을 많이 빼앗길 것 같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단지 자주 글을 올리는 편에 속하지 않는 내 서재에, 보잘것없는 내 서재에 ‘좋아요’를 눌러 주시고 댓글을 써 주시는 분들에게 각별히 고마움을 느낀다.

 

 

 

 

 

 


2.
..........
저의 경우, 아주 신중해지면 글을 올리지 못하겠더라고요. 대충 살자,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해야 글을 올려요. 글을 올릴 때 자신 없는 글 - 내가 맞게 쓴 건지 잘 모를 때를 말함 - 을 올릴 때도 있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나중에, 예전에 이러이러하게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지금은 저러저러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라고 쓰면 되지 뭐.)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실제로 작가들의 책을 읽어 보면 시간에 따라 생각의 변함이 있더라고요. 생각이 늘 고여 있는 물일 수는 없잖아요.

 

블로거가 되려면 제일의 조건은 이것 같아요. 신중하지 말 것. 다른 말로 바꾸면 소심하지 말 것, 이 되겠습니다. 신중함과 소심함은 동의어로 느껴지곤 합니다. 원래 글쟁이란 창피함을 무릅쓰고 글을 쓰는 자, 라고 봅니다. 창피한데도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쓰지 않는 것보단 창피한 게 낫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글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이랄까요?

 

이 댓글 역시, 내가 뭔 얘기를 하고 있는 거지? 라고 생각하며 올리는 바입니다. ㅋ


- 어느 서재에 쓴 나의 댓글을 옮김.
..........

 

 

나는 왜 창피함을 무릅쓰고 글을 쓰며 사는 걸까? 이것에 대한 답을 생각하곤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잘 쓴 책들이 많은데 그러니 나까지 보탤 필요가 없는 건데 하면서 말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내 생각을 남들과 단순히 공유하고 싶어서일까, 내가 어떤 멋진 생각을 했음을 뽐내고 싶어서일까, 즐거운 생활을 위해 취미는 있어야 하겠고 그런데 다른 취미는 없고 어쩌다 보니 글이라도 쓰자는 생각을 하게 돼서일까?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다가 요즘 다른 이유를 찾았다. 근심이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함이라는 것. 예를 하나 들면 병치레가 잦은 친정어머니가 이번 해를 넘기지 못하고 돌아가시면 어떡하지, 하는 근심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글을 쓰는 거라는 것. 글을 쓰는 동안에는 글쓰기에 집중한 나머지 어떤 상념도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게 나는 좋은 것이다. 결국 글을 쓰는 건 나를 위한 것이다. 

 

 

 

 

 

 

홍천의 생태숲

 

 

 

 

 

 


3.
요즘 한약을 먹고 있다. 친정어머니를 보살피느라 애쓴다며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이 한의원에 나를 데리고 가서 지은 약이다. 보약인 셈이다. 나뿐만 아니라 아랫동서까지 데리고 가서 약을 지었으니 며느리들의 건강을 챙겨 주기 위함일 것이다. 사실 며느리한테 병이 생기면 시어머니의 입장에선 당신의 아들이 불행해질 것이니 며느리의 건강을 챙기는 일은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시어머니가 흔치 않으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나에 대한 시댁 식구들의 애정이 느껴져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약 얘기를 하면서 “난 다음에 또 태어난다면 우리 시댁으로 또 시집가고 싶어.”라고 말했더니 한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 “그럼 다음에 또 태어나면 또 니 남편과 결혼하고 싶어?”라고. 이것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랬다. “노노노. 다음엔 다른 남자와 살아봐야지 무슨 소리야? 시댁만 그렇다는 거지.” 모두들 깔깔 웃었다. 

 

 

 

 

 

 



댓글(25)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17-09-07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오늘 글은 유난히 저의 마음을 대변하시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와요. 어쩌면 그리도 꼭 집어내시는지...ㅋㅋ
사람들이 SNS를 하는 건 인정 받고 싶어서라더군요.
정말 그렇구나 싶어요.
이것 땜에 죽는 사람도 있다니 참...
저도 어머니 아플 때 유독 많이 그랬던 것 같아요.

시어머님 정말 속이 깊으시네요.
배우자를 잘 만나는 것도 복이지만
시댁 어른을 잘 만나는 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복이 많으시네요. 언니는.^^

페크pek0501 2017-09-07 18:46   좋아요 2 | URL
왕이 납시셨네요. ㅋㅋ 제가 여기서 올챙이일 시절에 스텔라 님도 왕에 속했답니다. 님의 서재가 매일 수백 명이 방문하는 서재였으니까요. 그러니 스텔라 님이 제 서재에 첫 댓글을 남기셨을 때, 저는 영광스러웠겠지요.

그 시절, 왕으로 생각되던 분들로 스텔라 님, 로쟈 님, 마태우스 님, 글샘 님, 순오기 님 등이었어요. 참 대단하다 싶었죠.

그로부터 벌써 8년이 지났다는 걸 생각하니 참 시간이 빠르다 싶습니다.

stella.K 2017-09-07 18:57   좋아요 3 | URL
헉, 제가 언니 서재에 첫 댓글러였습니까?
몰랐네요. 제가 왜 그랬을까요?
좀 더 읽직 알아 뵙는 건데...
그래서 언니가 저를 예뻐라 하시는거구나.ㅋㅋ

하긴 첫 대글자를 잊지 못하죠.
저도 저의 서재 첫 방명자가 있었는데
kimji라는 분이셨어요.
오래 전에 활동을 중단하셨지만.
그런데 그분이 이후에 별로 제 서재에 댓글을 안 남기셔서
뜨악하니 멀어졌습니다. 전 안 그러죠? 열열히 남기잖아요.ㅎㅎ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네요.
지금은 북풀 땜에 조회수가 높지 않아요.
두자릿수죠. 어떤 땐 한 자리인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아예 투데이를 확인 안하려고 막아놨잖아요.
물론 알라딘 서재 가면 확인할 수 있지만.ㅠ

벌써 8년이군요. 축하드려요.^^

페크pek0501 2017-09-07 19:06   좋아요 3 | URL
처음 왕의 댓글을 받은 것은 글샘 님이셨어요. 아마 그 다음이 순오기 님이셨을 듯하네요.
스텔라 님은 제가 주로 방문하고 제가 주로 댓글을 썼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언젠가부터 서로 왕래하며 댓글을 쓰게 되었죠.

어쨌든 스텔라 님은 왕이셨습니다. 제 눈엔... ㅋ

(참고로, 북플로 제 글을 읽는 건 방문자 수에 포함되지 않는 것 같으니 방문자 수보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본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북플로 들어가 보는 것도 방문자 수에 포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stella.K 2017-09-07 19:07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 언니....
오늘 완전히 저를 들었다 놨다 하시는군요. 어떻게...ㅋㅋㅋㅋㅠㅠ
암튼 전 언니를 사랑합니다.^^

페크pek0501 2017-09-07 19:08   좋아요 1 | URL
미 투...(하트 뿅뿅)

qualia 2017-09-07 18: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pek0501 님, 정말 좋은 생각,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큰 공감을 주니까요. 위 stella.K 님 생각도 정말 제 생각을 그대로 표현해주신 듯하네요.

페크pek0501 2017-09-07 19:03   좋아요 1 | URL
와와와... 반갑습니다. 글쟁이들의 생각이란 게 다 비슷한 모양이군요.

댓글, 고맙습니다.

cyrus 2017-09-07 19: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글에 인용된 첫 번째 댓글, 제가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작년부터 인맥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친구 수 많아봤자 별 의미가 없고 셀럽, 인기 블로거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페크pek0501 2017-09-09 18:22   좋아요 0 | URL
인맥 다이어트라, 처음 듣습니다. 재밌는 말이에요.
블로그에서뿐만 아니라 저는 이미 친구 수도 줄였답니다. 많은 게 좋은 게 아니더라고요. 열 명 미만으로 만들었어요.
친구 수 많은 것보다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서너 명만 있는 게 좋다고 누군가가 말해 주더군요.

그런데 cyrus 님 정도면 인기 블로거입니다. ㅋ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17-09-07 2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재가 8년 되셨다고 하시면 그동안 좋은 글을 많이 쓰셨겠네요. 저는 중간의 어디쯤 부터 읽었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도 계속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블로그를 하면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고 좋은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pek0501님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17-09-09 18:24   좋아요 1 | URL
8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만큼 훌쩍 가 버린 느낌이에요. 세월을 화살로 비유한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앞으로 8년도 훌쩍 가 버릴 것 같아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좋은 저녁 보내세요.

AgalmA 2017-09-07 21: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와서 소통을 부르짖으며 다른 서재 댓글 엄청 남겨서 제가 얻은 게 뭐였나 생각하면.... 트러블과 마음상함이 더 컸던 거 같아요. 쌍방의 과실도 있겠으나 암튼 그래서 요즘은 예전의 반도 남기지 못하게/않게 됐어요. 댓글로 생각지 못한 유익한 깨달음을 얻을 때도 있겠지만 시간적으로도 에너지적으로도 책 읽는 게 더 유익할 지도 모르겠단 잠정적 결론. 아마 다른 분들도 대개 이렇지 않나 하는데요. 속깊게 길게 대화하는 이웃들이 다들 편중되어 있죠.
그러나 가끔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게 될 때는 정말 기쁘죠. 저도 알맹이 있는 댓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요.
요즘 저는 서재에 수다성 글을 많이 쓰는 편인데 이웃에게 정보가 될 만한 글이면 올린다는 제 나름의 방침이 있습니다ㅎ
누가 내 서재 얼마 오고 나가고 신경쓰지 않고 마이웨이~하시면 더 맘이 편하지 않을까요^^?

페크pek0501 2017-09-09 18:31   좋아요 2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말도 소통이 안 될 때가 있는데 문자는 더 그럴 거고,
각자 생각이 다르니 마음이 상할 수 있겠죠. 저도 어떤 때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댓글을 쓴 것 같아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 마음 쓰일 때가 있더라고요.

매일 체크하는 건 아니지만 방문자 수를 보는 게 저는 재밌습니다. 그것에 대해 스트레스 전혀 없습니다. 차라리 방문 수로 스트레스를 받을 만큼 일상의 고민이 하나도 없으면 좋겠어요. 난 오로지 블로그가 내 고민이야,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방문자 수가 그날 내 글을 읽은 사람의 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부정확한 게 싫어서 정확함을 기하기 위해 북플로 글을 읽는 사람도 포함시켰으면 했습니다. 물론 방문자 수가 많아지면 적은 것보다 좋지요.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나의 길을 가겠노라, 마이웨이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7-09-08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09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9-08 03: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죠 ? ^^ 구구절절 공감 표시를 눌러도 된다면 그러고 싶은 얘기들입니다 .
댓글로 말하면 저 만큼 많이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말을 거는 사람도 없지 싶은데요 .ㅎㅎㅎ
막상 제 방은 늘 거의 비어있기 마련 ^^
그래도 늘 짧은 글이어도 있을때마다 좋아요 ㅡ 쿡! 눌러 주시는 분들 덕에 그렇게 떠드는게 힘들지 않았네요 .
단 ,제가 먼저 걸지 않으면 제게 말을 걸어 오는 분들은 지극히 제한적이란 것 ..!!

그러나 , 알라딘 , 북플의 이웃님들은 제게 소중한 가족입니다 . ^^
쓸데없이 떠들어도 항상 귀기울여 주신 pek0501 님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7-09-09 18:37   좋아요 2 | URL
고마운 말씀입니다. 그장소 님의 방이 비어 있지 않던데요. ㅋ
˝알라딘 , 북플의 이웃님들은 제게 소중한 가족입니다˝와 같은 말씀은
마음이 아름다운 분만이 하실 수 있는 거랍니다.
저도 고맙습니다. 앞으로 쭉~ 왕래하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AgalmA 2017-09-09 18:57   좋아요 2 | URL
저는 어쩌다 그볶음자리님 스토커가 되어서...만나면 반갑다고 댓글러~~🎼
그장소님과 이야기하는 재미에 빠지면 도끼 썩는 줄 모르는데 그게 무섭죠ㅎㅎ

역시 댓글이 많을라면 얘기거리 많은 걸 가득 쏟아내든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야기 정을 많이 풀어야 되는 듯~

페크pek0501 2017-09-09 19:05   좋아요 2 | URL
발품을 팔아야 하는 건 맞습니다. 짝짝짝~~~.
그것이 덕을 쌓는 일이기도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응원의 뜻이니까요.
저도 시간이 날 때 여기저기 다니며 댓글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AgalmA 2017-09-09 19:28   좋아요 2 | URL
그런데 댓글도 마음이 동할 정도여야 글이 써지지 않나요? ˝좋은 하루 되세요˝ 댓글을 주고받는 게 적어도 님과 제 목적은 아니잖아요.
암튼 pek0501님은 소통에 대해 아직도 많이 열려 있으신 거 같아 보기 좋네요. 좋은 대화 거리도 상대도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점점. 위 본문에서 말씀하셨다시피 왕의 선언문 같은 양식이거나 자기 정신분석 해달라는 요청서 같은 글이 넘쳐나서.

[그장소] 2017-09-09 20:16   좋아요 2 | URL
pek0501 님 말씀에 갑자기 마음이 더없이 아름다워지려고 하잖아요~^^
바탕이 아름다운 마음은 아닌데 , 그러려고 ~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것 뿐이지 , ㅎㅎㅎ
그러니 앞으로도 쭉 그런 마음 가꿀 수 있게 마음 가두리가 되어주세요 . ^^

[그장소] 2017-09-09 2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AgalmA 님 ~^^ 낮동안 좋은 하루셨나요?ㅎㅎㅎ
맞아요 . 맞아 . 댓글을 주고 받는 게 마음 자체를 주고 받는 것이기도 하고 , 그러면서 책의 정보도 생각도 , 일상도 점차 주고받게 되는거 같아요 . 나누는 것이랄까요 ?

글구 창졸지간에 볶음자리 스토커에 썩는 줄 모르는 도끼자루 역 까지 동시다발성 1인 다역극의 주역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닷~~^^ㅋ

여기에 , 또 제겐 AgalmA 님도 계시고 pek0501 님도 계셔서 운도 좋고 , 복도 많지 그럽니다~^^

페크pek0501 2017-09-13 11:37   좋아요 2 | URL
AgalmA 님도, 그장소 님도 계셔서 저는 인복 많은 사람이올시다. 으하~~

이 청명한 계절를 평화로운 마음으로 만끽하는 하루가 됩시다.

두 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장소] 2017-09-13 11:45   좋아요 1 | URL
ㅎㅎ 저도 역시 고맙습니다~^^pek0501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