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을 여러 권 돌려 가며 읽어서 그렇겠다. 반 이상 읽었으되 끝까지 읽지 않은 책이 열 권이 넘는다. 한 권을 완전히 읽고 나서 다른 책을 읽는 습관이 내겐 없기 때문이다. 왜 한 권을 끝까지 읽지 않은 채 다른 책을 읽느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내 대답은 이렇게 되겠다. “어떻게 책 한 권에만 집중해 읽을 수가 있나요? 매력적인 책이 얼마나 많이 있는데.”라고. 이것은 마치 바람둥이가 “어떻게 연인으로 한 사람에게만 집중해 만날 수가 있나요? 매력적인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있는데.”라고 말하는 것과 같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반 이상 읽은 책을 언제까지나 마저 읽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그럴 리가 있겠나. 마저 읽고 나서 독서 노트에 그 책의 제목과 간략한 내용을 기록해야 되는데 말이다. 이 독서 노트에 책 한 권을 추가할 때마다 느껴지는 달콤한 뿌듯함이 있는데 말이다. 만약 내게 독서 노트가 없었다면 미완성의 독서에 그칠 책이 많았으리라. 내게 독서 노트가 필요한 이유다. 때로는 내용만큼이나 형식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될 수 있겠다.

 

 

지난 3월부터 새로운 형식을 추가했다. 내 책상 위에는 탁상 달력이 세 개 있는데 그중 하나에 책을 읽은 분량을 적어 넣는 일이다. 각각의 날짜에 그날 내가 읽은 책의 분량을 적어 놓고 한 달에 몇 쪽이나 읽었는지 합산해 놓는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 형식을 추가한 다음부터 독서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역시 내용만큼이나 형식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될 수 있겠다.

 

 

 

 

 

 

 

2.
언제부턴가 사진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생각만 할 뿐 실천하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사진을 잘 찍는 법을 가르치는 강의가 있긴 했다. 강사 님과 수강생들이 오전에 야외에서 만나 각자 사진을 찍고 나서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헤어진다고 한다. 물론 함께 있는 시간에 강사가 사진을 잘 찍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고 수강생이 궁금한 것을 강사에게 질문하기도 하겠지.

 

 

문제는 시간이었다. 어떻게 하루를 빼내느냐 하는 것이다. 하루를 빼기가 어려워서 사진 배우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글쓰기만으로도 바쁜데 사진에까지 신경 쓰면 안 될 거야, 라고. 사진에까지 시간을 빼앗기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횟수가 줄어들 거야, 라고.

 

 

그런데 반전! 오히려 글을 짧게 쓰고 사진으로 채우면 되니 페이퍼를 글로 다 채울 필요가 없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 4월에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고 나서 알았다.

 

 

예상은 원래 빗나갈 때가 많은 법이지.
그러니 실제로 해 보기 전에 속단하지 말 것.
일단 부딪혀 볼 것.
경험은 생각을 바꿔 주기도 하므로. 

 

 

(사진에 대한 강의를 수강하는 대신에 <좋은 사진을 만드는 정승익의 사진 구도>를 구입해 공부하고 있다.)

 

 

 

 

 

 

 

 

 

 

 

 

 

 

 

 

 

 

 

 

 

3.
어느 날 이메일함에 들어갔더니 알라딘에서 이메일 한 통을 보내온 게 있었다. 열어 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

 

고객님!
아래 추첨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아래 당첨 정보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경품 수령은 아래 발송 예정일로 부터 5일 이내입니다.(단, 평일 기준)
당첨 이벤트명 책의 날 10개의 질문 
이벤트 페이지 바로가기 ▶ 
당첨 경품명 알라딘적립금 5만원 
발송예정일 06월 16일 
경품발송처 알라딘직배송 

 
......................................

 

 

 

이 이메일을 보자 미소가 지어졌다. 천 원의 적립금을 준다고 해서 또 흥미를 느껴서 ‘책의 날 10개의 질문’에 답을 써서 페이퍼로 올렸던 것인데 5만 원어치 책을 살 수 있는 적립금을 준다니... 내가 2016-04-23에 올린 <책에 대한 10개의 질문과 답>이라는 페이퍼로 5만 원을 벌었다는 얘기다.

 

 

이 이벤트의 당첨자 발표일이 언제인지 알지도 못했고 어디서 발표하는지도 몰랐다. 이메일을 보지 못했다면 내가 그 이벤트에서 5위 안에 뽑혔음을 몰랐을 뻔했다.

 

 

찰나적으로 스치는 생각 하나가 있다. 내가 얼마 전 40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을 손해 본,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이 5만 원으로 퉁치라는 하늘의 뜻인가 하는 생각이. 위로금이라는 생각이.

 

 

그러니까 5만 원어치 책을 사고 40만 원을 잊으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하늘의 뜻을 받들어 어떤 책을 5만 원어치 살 것인지 즐거운 고민에 들어가야겠지?

 

 

 

 

 

 

 

 

 

 

 

 

 

 

 

 

 

 

사고 싶은 책은 늘 많지만 그중에서도 이 책은 꼭 사려고 한다. 열 편의 단편이 담겨 있는 앤드루 포터 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란 소설집이다. 이 책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이란 팟캐스트를 통해 알게 된 것인데, 김영하 작가가 읽어 준 것은 열 편의 단편 중 표제로 사용한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다. 고매한 인품을 가진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매료되어 이 이야기를 열 번도 더 들은 것 같다.

 

 

그래서 내용은 잘 알지만 이 이야기를 종이 책으로 읽고 싶기 때문에,
이렇게 잘 쓴 작가의 나머지 아홉 편의 단편이 궁금하기 때문에,
앤드루 포터의 좋은 문체를 감상하는 재미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구입하고 싶은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은 품절되어 구입할 수 없어서 알라딘에 알림 메일을 신청해 두었는데 며칠 전에 알라딘에서 이런 제목으로 이메일이 왔던 것이다.

 

 

......................................
 

알림 신청하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가) 재출간/입고되었습니다.


......................................

 

 

 

품절되어 구입할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이제 구입할 수 있다니 어찌 기쁘지 않으리오.

 

 

‘40만 원어치 책을 산다면 더 좋았겠지만 5만 원에 만족해야겠지?’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책 주문을 앞두고 있는
이 시간에
이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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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6-10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드려요. 안 그래도 오만원의 주인공이 누구실지 궁금하던참이었어요

무슨일인지 모르지만 40만원
넘 아깝네요 ^^;

페크pek0501 2016-06-10 16:01   좋아요 0 | URL
시이소오 님. 감사합니다.

40만원의 일은... 그런 손해를 본 게 두 건이나 된답니다. 이건 시간이 많이 지나야 글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ㅋ

좋은 하루 되세요.^^

시이소오 2016-06-10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두건이나요? 속상하셨겠어요
앞으로 손해본거 부디 회복하시길 ~
pek0501님도 좋은하루 되세요 ^^

페크pek0501 2016-06-10 18: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이런 경우 마냥 억울해하기보다 그냥 운이 없었다고, 누구나 운이 없는 경험을 하며 사느 거라고 생각해야겠지요? 이보다 더한 불행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라, 라는 탈무드 구절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고맙습니다.
꾸우벅^^

서니데이 2016-06-10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 당첨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페크pek0501 2016-06-10 18:2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기네요...

stella.K 2016-06-10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축하드려요. 그렇지 않아도 행운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궁금했는데...
근데 전 5만원은 고사하고 당선작이나 돼 봤으면 좋겠습니다.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쁜 일 끝에 좋은 일이니 위로 받으시길.

언니 덕분에 좋은 책 알게 되었네요. 더구나 재입고라니...!

저도 제가 하루에 책을 몇 페이지나 읽을까 체크해 보고 싶었는데 하다 포기할 것 같아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언니를 응원합니다.^^

페크pek0501 2016-06-10 18:26   좋아요 0 | URL
후후~~
스텔라 님도 달력에 체크를 해 보시면 어떤 재미를 느끼실 거예요. 며칠 동안 책을 읽지 않아 체크하지 않은 깨끗한 공간을 보면 빨리 책을 읽어서 30쪽이라도 읽었다고 써 넣고 싶어질 거예요. 저는 운동한 날과 운동하지 않은 날도 오 엑스로 표시해 둡니다.

cyrus 2016-06-10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시한 이야기가 아닌데요. 응모자가 많았던 이벤트에 1등으로 당첨되어서 축하드립니다. ^^

페크pek0501 2016-06-10 18:28   좋아요 0 | URL
그 많은 응모자들 중에서 겨우 5명만 뽑아 5만원을 준 것은 좀 짜게 느껴지지요?
사람들이 응모한 성의를 봐서라도 30명쯤은 줘야 하는 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yureka01 2016-06-10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구도...사진의 구성 풀룻이자 프레임인데요..정말 구도는 실전에 써먹을려면 사진 많이 찍어야 됩니다. 늘 이론이야 안다치더라도 실제 사진찍을때는 세까맣게 다 까먹고 셔터 누르죠..구도연습은 정말 손에 익어야 하더군요. 사진은 무수한 패배속에서 피는 꽃같은 것인가 봐요 ..ㄷㄷㄷ어렵 ㅠ.ㅠ

페크pek0501 2016-06-10 18:34   좋아요 0 | URL
˝사진은 무수한 패배속에서 피는 꽃같은 것인가 봐요˝
- 역쉬~~ 사진 전문가는 표현도 다르군요. 저는 전문가 수준에 이르는 것은 아예 꿈도 안 꾸고 창피만 면하자, 라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고요.

유레카 님은 잘 아시리라...싶어서 부탁드려요. 혹시 풍경 사진을 찍을 때 좋은 구도를 잡는데 도움이 되는 사진 책을 알고 계시면 추천 좀 해 주세요. 제가 갖고 있는 책은 인물이나 정물도 있어서 풍경에 할애한 페이지가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저는 꽃이나 나무들이 있는 풍경 사진에 가장 관심이 있습니다. 이것만 연구해 보려고요.

고맙습니다.

세실 2016-06-11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만원! 축하드립니다~~~~~~
저도 사진 배우고 싶었는데 카메라가 좋아야 하더라구요. 당분간 멈춤!ㅎ

페크pek0501 2016-06-12 22:08   좋아요 0 | URL
오우! 세실 님, 오랜만이십니다. 반갑습니다.
님도 사진 배우고 싶었군요. 흐흐~~
카메라가 좋아야 하는거군요. 저의 집 것은 구닥다리이니 최신 것으로 장만부터 해야 하는거군요.
일 벌리는 건 질색이니 대충 찍어야겠네요.
고맙습니다.

yureka01 2016-06-1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에 왕도는 없어요.
교과서도 없고 정석도 없습니다.

사진 책이란 것은 그저 참고서 일뿐이죠.
많이 찍고 많이 읽고,,,,

사진에 정도가 없습니다.

자신의 사진길은 오로지 자신만이 개척하며 가야하는 길일 뿐이거든요....

모쪼록 자신의 사진 길 찾으시길^^..

페크pek0501 2016-06-12 22:12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어느 책에서 본 글이 생각나네요. 사진을 잘 찍기 위한 원칙 같은 것이 있기도 하고 그러나 없기도 하다는 것.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요, 잘 찍은 사진과 못 찍은 사진을 비교해서 설명해 놓았답니다. 그런 것도 제겐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가 워낙 기초 지식이 필요한 사람이라서 말이죠. 어느 수준에 오르게 되면 아마 님처럼 사진에 정도가 없다, 많이 찍고 많이 연구하는 길밖에 없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군요. 아직 그 수준에 오르기 못했어염... ㅋ

친절한 설명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이 가르쳐 주시면 사는 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여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yamoo 2016-06-1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전 맨날그래요..ㅎㅎ

2. 저도 사진을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만은 항상 있어요..ㅎ

저두 이벤트 당첨 됐어요..ㅎㅎ 알라딘 궂즈가 와서, 이게 뭐지?? 하고 있었는데, 이벤트 당첨이라는 걸 뒤늦게야 아는..ㅎㅎ

페크pek0501 2016-06-12 22:16   좋아요 0 | URL
1번은 야무 님도 똑같으시군요. 님도 독서 노트가 있나요? 여러 권을 돌려 가며 읽는 건 책 욕심 많은 사람들의 공통점 같아요. 하나를 읽고 있으면 쌓여 있는 책이 궁금해지잖아요.

2. 사진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군요. 혹시 인터넷 강의가 있나 알아봐야겠어요.
시간을 덜 빼앗기기 위해서 말이죠.

3. 워 예~~~ 님도 이벤트 당첨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알라딘 굿즈로 무엇을 받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예쁜 게 참 많던데요. 다시 한 번 추카추카추카...

굿 밤 되세요. 고맙습니다.

2016-06-23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7 1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6-06-23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시생인 저에겐 오만원은 그야말로 황금같은 금액이죠 ㅋ 늦었지만 왕 축하드려요.

저랑 독서 스타일이 비슷하신 것 같아요. 저도 한권 쭉 읽기 보다는 돌려 읽는 스타일이라 ㅋ 책에 책갈피가 표창처럼 수두룩하게 꽃혀 있어요 ㅋ 근데 달력에 다가 체크까지 하시다니!!! 프로에요!

사진이라 너무 멋져요. 전 그림을 그려 보고 싶었거든요. 근데 그게 좀처럼 안 돼요. ㅋ 페크님은 사진 배우셔서 멋진 사진 팍팍 올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사진은 관심은 있거든요 ㅎ 하여간 전 참 관심은 많고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서 ㅋㅋㅋ 장마 조심하세요 ㅎ

페크pek0501 2016-06-27 12: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저에게도 5만원은 크답니다. ㅋ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돌려 읽기인 것 같아요.

달력 체크는 잊고 안 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는 것 같아요. 그 달력을 보면 시간 나는 대로 읽으려는 마음이 쑥 하고 올라오거든요.

사진은... 모르겠어요. 사진 기술을 배울 생각은 하지 않고 제 마음대로 찍으니까요. 찍다 보면 좀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 찍어라.
일단 글 써라.
하는 게 제 마음가짐입니다.

루쉰 님도 장마 조심하시고 자주 봬요. 반가웠습니다.~~~
 

 


1. 글쓰기를 내가 꼭 해야만 하는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진 적이 여러 번 있었지.

 

 

2. 글 잘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보태지 않아도 되는데 하고 말이야.

 

 

3. 하지만 말이야. 내가 반드시 세상을 위해서만 글을 써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나를 위해 글을 써야 할 필요도 있는 거잖아.

 

 

4. 내가 좋으면 그만인 거잖아, 라고 말할 수도 있지.

 

 

5. 우리는 인생의 중심을 어떤 일의 결과에 두길 좋아하는데 사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할지 몰라. 결과에 대한 만족감은 짧은 시간밖에 차지하지 않아. 삶의 긴 시간은 과정에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결과보다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자가 삶의 진정한 승리자라는 게 내 생각이야.

 

 

6. 이런 글을 읽었지.

 

 

르네 샤르의 말. “불가능, 우리는 여기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나 등불로 사용할 수는 있다.”

- 이성복, <고백의 형식들>, 248쪽.

 

 

7. 성취하지 못할 목표라 할지라도 그 목표가 등불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뜻으로 읽었지.

 

 

8. 어떤 사람은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열심히 썼어. 하지만 작가가 되지 못했어. 그 대신 글쓰기 강사가 되어 학교와 문화센터에서 일하며 만족하고 있지. 그에게는 좋은 등불이 있었던 거지.

 

 

9. 어떤 사람은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노래를 열심히 불렀어. 하지만 가수가 되지 못했어. 그 대신 여러 문화센터에서 ‘노래 교실’의 강사로 일하며 만족하고 있어. 그에게도 좋은 등불이 있었던 거지.

 

 

10. 나도 글쓰기가 삶의 등불이 되어 주고 있다고 생각해.

 

 

11. 어둠 속에서 어떤 길로 가야 할지를 몰라 이리저리 헤맬 뻔했는데, 환한 등불이 있어 내가 가야 할 길을 갈등 없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야.

 

 

12.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그런 등불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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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18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에게 도움 되는 글을 쓴다면 글 쓰는 일이 헛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

페크pek0501 2016-04-21 11:39   좋아요 0 | URL
이렇게 좋은 말씀을 해 주시다니...
힘을 내겠습니다.(도움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저의 경우, 글을 꼭 잘 쓰지 않는 분의 글이라 할지라도 배울 점이 있고 느낀 점이 있어서 공감을 누르게 되더군요.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남의 생각을 읽는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세실 2016-04-18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잊어버려요. 오래 기억하려고 글을 씁니다. 그러다보니 읽어줄만한(?) 글이 되더라구요. 정리에 최고! 삶의 등불 맞지 말입니다^^

페크pek0501 2016-04-21 11:41   좋아요 0 | URL
하하~~ 맞지 말입니다.

저도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기억하기 위해 인용문으로 써서 올리게 되더군요.
타이핑하면서 머리에 입력하는 거지요.

세실 님, 그곳도 비 오나요? 여긴 촉촉합니다. 축축합니다, 가 아니고... ㅋ
 

 


1. 요즘 내 서재에 들어오는 방문객의 수를 보고 예전에 비해 적어졌다고 느꼈다. 

 

 

2. 예전엔 새 글을 올리지 않아도 백 명 이상 들어오던 때가 있었고 적어도 삼십 명 이상은 매일 들어왔던 때도 있었는데 왜 적어졌을까 하고 생각해 봤다.

 

 

3. 내가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일까, 다른 사람들이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해서일까?

 

 

4. 생각해 보니 둘 다 맞을 듯.

 

 

5. 어쩌면 블로그가 많아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6. 삶은 복잡하고 할 일은 많다. 할 일을 다하고 나서야 블로그에 글을 쓸 생각을 하니 방문객이 적은 게 당연하다고 생각. 

 

 

7. ‘싸다, 싸!’라고 생각.

 

 

8. 방문객 수가 적더라도 알라딘 블로그는 갖고 있을 만하다.

 

 

9. 알라딘 블로그는 책에 대한 흥미를 늘 갖게 만들어 주니까. 그래서 나를 외롭거나 심심하지 않게 하니까.

 

 

10. 이렇게 말할 수 있다.

 

 

11. 내 인생의 일등 공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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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8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1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4-18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북플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컴퓨터로 로그인하는 알라딘 서재 접속 횟수가 줄어들었을 것 같습니다. 서재 방문자 수가 북플 런칭 전보다 감소되었어요.

페크pek0501 2016-04-21 11:2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님도 그러시군요. 저만 그런 게 아니군요.

아쉬운 일입니다. 방문자 수를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거든요.

좋은 하루 되세요...


stella.K 2016-04-18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오늘 몇개를 쓰셨습니까? 근래 보기 드문 일인데요?^^
저도 언니와 같은 생각인데 그게 북풀 때문이었군요.
조회수 올라가는 맛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이런 그런 재미도 없고, 이달의 당선작이 되기도 어렵고.
별로 내키는 공간이 아닌데 그나마 언니를 비롯해
몇몇 서재인과의 교감 때문에 쉽게도 못 떠나겠더라구요.
이게 뭔지 모르겠어요. 옛날의 알라딘은 이러지 않았는데 말입니다.ㅠ


페크pek0501 2016-04-21 11:33   좋아요 0 | URL
그렇죠? 세 개씩이나 올리고 말이에요. 뭐, 이런 날도 있어야 하는 거죠.
아무리 후진 글이라도 세 개를 올리고 나니 뭔가 할 일을 끝낸 것 같은 후련함 같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비교를 하면 그럴 수 있는데 저는 비교 대상이 없으니 알라딘이 잘하고 있는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비가 와서 미세먼지 걱정이 없어 좋군요. 또 봅시다...

세실 2016-04-18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등공신이나...와! 저도 그럼 손 꼽는?ㅎ
전 요즘 페북에 빠져서는 ㅜㅜ
곧 돌아오겠습니다^^

페크pek0501 2016-04-21 11:35   좋아요 0 | URL
세실 님은 페북으로도 바쁘시군요.
으음~~ 저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걸 잘 못해서요.
알라딘 하나만으로도, 신문 보는 것 하나만으로도 벅찹니다요...

즐거운 하루 되자고요...
 

 


1.
오래전,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었다. 모 문화센터에서 문학 강좌를 수강하던 때였다. 나보다 몇 살 더 먹은 여자 수강생이 나를 자꾸 밟는다는 걸 느꼈다. 그의 악의를 느꼈다. 한번은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고 문화센터에 갔더니 여러 사람 앞에서 내가 봄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다며 나의 ‘센스 없음’을 지적했다. 봄에는 꼭 밝은 색상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한다. 자기 딸의 이름을 바꾼 다음부터 딸의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며 나에게 이름을 바꾸라고 그러면 팔자가 좋아진다는 말도 했는데, 그게 한두 번이면 웃고 넘어갈 일이지만 여러 번 반복되는 것에 짜증이 나서 내가 한마디 했다. “제 팔자가 어때서요? 저는 제 팔자에 만족해요.”라고. 그런데 그 다음에도 그 얘기를 계속했다. 이 외에도 여러 사람들과 얘기하는 자리에서 내가 말하면 꼬투리를 잡아 무안을 주었다.

 

 

어느 날 집에서 밥을 먹다가그 사람이 생각났고 곧바로 밥이 얹히고 말았다. 그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로 밥이 얹히자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전화 수화기를 들고 그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의 내 기억으로 말하면) 내가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저, 문화센터 그만둘까요? 제가 그만두길 바라시고 저를 괴롭히시는 거죠? 제가 그만두면 되겠습니까?”

 

 

야구로 말하면 공을 느린 변화구로 던지지 않고 빠른 직구로 던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던지고 나자 그의 대답이 참 궁금해졌는데 (지금의 내 기억으로 말하면)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아니에요. 오해세요. 제가 000 씨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앞으로는 안 그럴게요.”

 

 

의외였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다는 말이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는 말인 것 같아 내 기분이 풀렸다. 나를 좋아한다는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말한 사실만이 중요했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하게 되는 것이다.

 

 

그다음부터 나를 괴롭히는 일이 없었다. 다행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가 나를 괴롭히지 않는 대신 다른 수강생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어떤 이의 말에 따르면 그는 자기로 하여금 시샘이 나게 하는 사람만 괴롭히며 그렇게 괴롭힌 상대가 열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에겐 아마도 괴롭힐 누군가가 꼭 한 명은 있어야 했나 보다. 인간의 못된 구석에 눈살을 찌푸렸던 경험이었다.

 

 

 

 

 

 

2.
지난주에 깜짝 놀랄 일이 있었다. 친구가 보낸 한 통의 이메일에서 내가 그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한 가해자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당시 내가 가해자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건 아닌데 지금에 와서 그때의 일을 생각하니 그동안 잊고 있던 것, 나의 못된 구석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를 나는 잊었고 그 친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해 내가 ‘무심코’가 아니라 ‘악의’로 말했을 것이다. 

 

 

가끔 착각한다. 내가 착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세상 사람들이 다 나와 같다면 좋은 세상이 될 거라고 착각한다. 나는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닌 줄 안다. 나는 늘 가해자 쪽이 아니라 피해자 쪽에만 서 있는 줄 안다. 그러다가 나의 못된 구석을 발견할 때면 내가 나를 잘못 보고 있구나,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을 속여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런데 애석하게도 자기 자신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이라고 말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말을 상기해 본다.

 

 

 

 

 

 

3.
나의 못된 구석이 또 발동할 뻔했다. 며칠 전이다. 어느 서재에 들어갔다가 악성 댓글을 발견했다. ‘책을 많이 읽지도 않으면서 많이 읽는 척하지 마라. 기분 나쁘다.’ 대충 이런 뜻의 댓글이다.

 

 

순간, 확 눌러 버리고 싶었다. 그 악성 댓글을 쓴 사람의 서재에 들어가서 나도 악성 댓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충동만 느꼈다. 강하게 충동만 느끼고 실천하지는 못했다.

 

 

이렇게 쓰고 싶었다.

 

 

‘남이야 전봇대로 이를 쑤시든 말든 무슨 상관이십니까? 책을 많이 읽지 않으면서 많이 읽은 척해서 기분 나빴나요? 그러면 그 서재에 들어가지 않으시면 되지요. 해결책이 있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이곳 알라딘 서재는 어떤 곳인가? 다른 데에서 책 얘기를 하면 잘난 척한다고 오해받을 수 있지만 이곳에선 아무리 책 얘기를 많이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는 것, 이게 이곳의 장점이 아닌가? 왜냐하면 책 얘기를 하는 곳이니까. 난 그렇게 알고 있고 그런 점이 좋다. 그런데 책 읽는 척 좀 했다고 그게 뭐 그리 큰 죄라고 (나 같으면 상처 받았을) 그런 댓글을 받아야 하는가?

 

 

“왜 남의 일에 제가 흥분하냐고요?”

 

 

“흥분하게 되더라고요. 남에게 상처 주기 위한 댓글 같았거든요.”

 

 

그 악성 댓글을 받은 사람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4.
....................
“신부님! 은그릇이 없어졌어요. 어제 쓰고 나서 찬장에 분명히 넣어 뒀는데……. 그 사람도 사라졌어요. 그 사람이 훔쳐 간 게 분명해요!“
하녀가 야단스레 말했다. 그때 누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고 보니 경찰 세 명이 장 발장을 붙들고 서 있었다.
“신부님, 이 사람이 하도 수상해서 붙잡아 배낭을 뒤져 보니.......”
경찰 한 사람이 신부에게 말을 하자, 신부가 경찰의 말을 잘랐다.
“당신이군요! 마침 잘 왔소. 왜 은촛대는 두고 가셨소? 내가 은그릇하고 같이 가져가라고 했잖소.”
신부가 둘러댔다. 장 발장은 말없이 신부를 바라보기만 했다.
“배낭에 들어 있는 은그릇이 신부님이 쓰시던 물건인 것 같아 끌고 왔는데…….”
경찰들은 신부의 말을 듣고 맥이 풀리는 것 같았다.
“당신들이 오해를 했군요. 그 은그릇은 내가 이 사람에게 준 것이오. 그러니 그만 돌아들 가십시오.”
경찰들은 못 믿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돌아갔다. 
장 발장은 경찰들이 돌아가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에서.
....................

 

 

배고픔의 고통을 견뎌야 하는 가족을 위해 빵을 훔쳤고 또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그리하여 19년 동안이나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장 발장이 미리엘 신부를 만나 또 도둑질을 하여 벌어진 광경이다. 미리엘 신부는 은촛대를 잃어버린 자신의 마음보다 다시 감옥에 가게 될 장 발장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 그를 감싸 준다. 장 발장은 신부의 따뜻한 배려에 감동을 받아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만약 신부가 장 발장을 배려해 주지 않았다면 장 발장은 다시 감옥에 가게 되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증오심이 생겨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지 모른다.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가 감옥에 가게 되는 일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까? 아니면 자신이 누군가에게 감화를 주어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까?

 

 

물론 언제나 타인의 잘못을 용서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용서하고 싶지 않을 만큼 분노할 때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상대를 용서할 수만 있다면, 그런 넉넉한 마음은 상대만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자신까지도 행복하게 해 주는 힘이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다시 말해 타인에 대한 배려는 상대만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자신까지도 행복하게 해 주는 힘이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어쩌면 용서나 배려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필요할 것이다. 용서나 배려는 우리로 하여금 마음 편안한 행복의 길로 이르게 할 테니까.

 

 

 

 

 

 

5.
용서와 배려는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리라.

 

 

....................
마음의 창

 

밤이 긴 겨울이라서 그런지 유독 어린 시절이 자주 떠오른다. 그 시절에도 겨울을 잘 나기 위해서는 세심하게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방문에 창을 내는 것이었다. 방문에 창이라니. 별 건 아니다. 겨울에는 방문을 한 번 열었다 닫는 순간 거대한 손이 방안을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삽시간에 온기가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마당에서 개라도 짖으면 시골 사람들은 방문을 열지 않고는 못 배긴다. 손님이라도 찾아왔다면 어쩔 것인가. 방문도 열어보지 않는다며 무례를 탓해도 변명할 말이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개가 짖을 때마다 방문을 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바로 창이었다. 앉았을 때 눈이 닿을 만한 높이의 문풍지를 조금 도려낸 뒤 거기에 투명한 비닐이나 유리를 대면 훌륭한 창이 완성되었다. (...) 그 창은 손바닥보다 작았지만 낯익은 것들의 감춰진 아름다움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할 만큼 컸다. 사실 창의 크기는 상관이 없었다. 아무리 작은 창일지라도 우리가 그 창에 눈을 가까이 대면 세상을 모두 볼 수가 있다. 마음에도 창이 있다면 그럴 것이다. 그 창을 통해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보고 싶다면 눈을 가까이 가져다 대야 한다.

 

- 손홍규, <다정한 편견>, 46~47쪽. 
....................

 

 

남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남의 상처에 무심한 사람이 되지 않을 것 같다.

 

 

 

 

 

 

6.
우리가 만약 어떤 친구와 둘이 음식점에서 밥을 먹게 되었을 때 서로 상대보다 빨리 밥값을 내려고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이 돈이 많아서인가? 부자라서 과시하고 싶어서인가? 부자는 아니지만 부자인 체하며 과시하고 싶어서인가? 돈 쓰기를 좋아해서인가? 모두 아니다. 다만 한 가지다. 그 친구가 1인분을 먹었는데 2인분의 밥값을 냄으로써 갖게 될 경제적 손실을 헤아려서다. 자신의 경제적 이득에 집중하지 않고 상대의 경제적 손실에 집중한 결과다. 타인을 배려함으로써 넉넉한 마음을 드러내게 된 결과다.

 

 

내가 가진 편견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편견에 대해 말하기 전에 우선 절약과 인색함을 구별해야겠다. 겨울에 난방 비용을 적게 하기 위해 보일러가 가동되는 시간을 줄인다든지 여름에 냉방 비용을 적게 하기 위해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사용하는 것은 ‘절약’에 속한다. 하지만 자신에겐 돈이 절약되는 일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남에게 경제적 손실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인색함’이 된다.

 

 

돈을 쓰는 데에 인색해서 구설수에 오르는 사람을 볼 때가 있다. 남에게 얻어먹기를 좋아하고 남에게 좀처럼 돈을 쓰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돈을 쓰는 데에 인색한 사람은 마음을 쓰는 데에도 인색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이 편견으로 사람을 볼 때가 많다. 왜냐하면 사람을 만날 때 자신의 이득이 아닌 타인의 손실을 먼저 헤아리게 되면 저절로 구두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앞으로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돈을 쓰는 데 인색하지만 마음은 넉넉한 사람을 보게 된다면 내 편견은 깨지리라.

 

 

결국 내 편견은 한 사람 안에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이 공존할 수 없음을 말하는 게 되어 버렸다. 이런 글이 떠오른다.

 

 

....................
원망과 감사는 함께할 수 없어요. a라는 사람을 미워하면서 동시에 b라는 사람에게 감사할 수는 없어요. 한 사람에 대한 원한은 모두에 대한 원한이고,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은 모두에 대한 사랑이에요.

 

- 이성복, <무한화서>, 178쪽.
....................
 

 


위의 글로 에리히 프롬의 글이 생각났다.

 

 

....................
만약 내가 한 사람을 진실하게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며 세계를 사랑하고 인생을 사랑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서 모든 사람을 사랑하며, 당신을 통해서 세계를 사랑하며, 당신을 통해서 나 자신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54쪽
....................

 

 

이상적인 인간은 그런 것인가? 한 사람을 사랑하면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경지에 가게 되는 그런 사람인 것인가? 그런데 우리 대부분은 불완전한 존재여서 그렇지 못한 것인가? 불완전한 존재이다 보니 불완전한 사랑밖에 할 수 없는 것인가?

 

 

....................
이기심과 자기애는 동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의 것이다. 이기적인 사람은 자기 자신을 너무 많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적게 사랑하고 있다. 사실상 그는 자기 자신을 혐오한다. (...)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배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사실 그는 자신의 진실한 자아를 돌보는 데 실패한 사실을 은폐하고 보상하기 위해 비성공적인 노력을 하고 있을 뿐이다. (...) 이기적 인간이 남을 사랑할 수 없으며, 또한 자기 자신도 사랑할 수 없음은 사실이다.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68쪽.
....................

 

 

이렇게 말해도 되지 않을까.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남에게 욕먹을 짓을 하지 않는다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에 남에게 욕먹고 있는 자신을 참을 수 없을 거라고.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이 되는 것인가.

 

 

 

 

 

 

 

 

 

 

 

 

 

 

 

 

 

 

 

 

 

 

 

 

7.
나는 나에게 바란다.
돈에 집착하지 않기를...
구두쇠가 되지 않기를...

 

 

....................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집과 돈과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당신이 이미 행복하다면
그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벵갈의 성자 라마크리슈나

 

- 달라이 라마 | 하워드 커틀러,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에서.   
....................

 

 

 

 

 

 

 

 

 

 

 

 

 

 

 

 

 

 

 

 

 

 

 

8.

누구나 이기심, 자만심, 생각 얕음,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음 등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느껴지는 것들, 후회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나도 후회하는 것들이 있다. 다음의 글을 읽으면 새 출발을 할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
이번 생은 틀렸어. 다음 생에는

잘 살아볼 거야. 이렇게 투덜대던 벗이여
다음 생은 벌써 시작되었다.

 

- 손홍규, <다정한 편견>, 표지에서.
....................

 

 

위의 글을 지금 새 출발을 하기에 늦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고 새 마음으로 하루를 열어야겠다. 물론 잘못을 저지르고 반성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고, 또 잘못을 저지르고 반성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며 살겠지만, 그래도 반성과 다짐이 전혀 없는 삶보다 그게 낫겠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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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3-30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에서는 이웃분들과 책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pek0501님 좋은 저녁 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3-31 14:32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책 블로그는 그래서 좋은 거죠.

오늘 오후부터 미세먼지가 없다고 해서 모처럼 기분 좋은 날입니다.
좋은 하루 보냅시당...

hnine 2016-03-31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저도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는 글이었어요.
마지막 손홍규님 인용글 `다음 생은 벌써 시작되었다`, 오늘 아침 제 마음을 깨우는 한문장이 되었습니다. 감사드려요 ^^

페크pek0501 2016-03-31 14:33   좋아요 0 | URL
안녕하셨어요?

가장 늦은 때가 사실 가장 빠른 때이죠.
무엇을 시작하든 바로 지금이 가장 빠른 때입니다.

반갑습니다.

후애(厚愛) 2016-04-01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 가득한 4월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4-03 11:32   좋아요 0 | URL
오늘 땅이 젖었던데 비가 더 오면 좋겠어요.

님도 행복 가득한 4월이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16-04-01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님,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4-03 11:33   좋아요 1 | URL
즐거운 봄날 산책을 즐기겠습니다. 봄이 짧으니 부지런떨어야 할 것 같아요.

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성에 2016-04-02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마음 깊은 끌림을 주는 글, 최고 !

페크pek0501 2016-04-03 11:35   좋아요 0 | URL
호평에 감사드려요.

우리 초면 아닌 것 맞지요?
오랜만에 방문하신 것 같네요. 반갑습니다.

오늘은 비가 와서 미세먼지를 없애 줄 비가 더 오길 바라게 됩니다.

좋은 봄날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2016-04-05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06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6-04-28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정말 깨달음을 수도 없이 받는 글이네요. 특히 이 구절.˝가끔 착각한다. 내가 착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세상 사람들이 다 나와 같다면 좋은 세상이 될 거라고 착각한다.˝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제게 있어 좋은 점을 딱 하나 고르라면, 계산을 잘한다, 입니다. 마음은 개미만한데 계산만 잘해요.... 그러니까 계산 안하면서 마음이 넉넉한, 과 완전히 반대지요.

페크pek0501 2016-04-28 18:29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 님은 계산을 잘하시는 걸로 봐서 학창시절 수학 과목을 잘 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의대에 몸 담고 계시는 것이겠고요...

깨달음을 주는 책이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깨달음을 주는 글을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하긴 글쓰기가 쉽다면 매력이 없겠죠?

어려운 글쓰기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겠습니당~~~
고맙습니다.


마태우스 2016-04-28 23:06   좋아요 0 | URL
앗....계산이란 게 그 계산이 아니라 모임 있을 때 하는 그 계산인데....ㅜㅜ

페크pek0501 2016-04-29 00:16   좋아요 0 | URL
하하~~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 같은데염... 님이 타산적이다, 그런 뜻 아니었어요?
다만 제가 말한 건 유머였어요. 유머를 던졌는데... 하하~~~

 



유유코는 엄청난 요리 달인에다 넋 놓고 바라볼 정도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여자였다. 나는 수제 리버 페이스트를 유유코한테 배웠다. 친구와 유유코가 헤어지네 연을 끊네 하는 통에 내 주위에서 대지진이 일어나던 참이었다. (...) 나는 진도 7 정도의 재해를 입은 유유코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기, 리버 페이스트 만드는 방법 좀 알려줘.” 유유코는 기가 막혔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리버 페이스트 레시피를 알려달라잖아. 사노 씨는 그런 사람인 거야!” 하고 격분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전해 들었다. 친구한테 “당신이랑 헤어져서 딱 하나 좋은 점이 있어. 이제 사노 씨랑 안 만나도 된다는 점이야”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났다. 나는 지금까지 리버 페이스트를 만들고 있다.(17~18쪽)
-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에서.

 

 

1. 인간은 원래 그런 거다 : 사노 요코의 책을 읽으며 피식 웃었다. 남은 연인과 헤어져서 괴로워하며 마음의 지진을 겪고 있는데 그런 사람에게 음식의 레시피를 묻다니. ‘무엇보다 자기 일이 급하다. 자기 일이 제일 중요하다. 그게 인간인 것이다.’라는 걸 느꼈네.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은가? 다만 욕을 먹을 용기가 없어서 티를 내지 않을 뿐이지 자기 일이 제일 중요하지 않은가?

 

 

괴로워하고 있는 상대에게 음식 레시피를 묻는 것. 난 이렇게 해석해 봤다. 어쩌면 그건 상대에 대한 배려가 될 수도 있다고. “이봐, 누군가와 헤어졌다고 해서 이별의 아픔에만 빠져 있지 말고 내가 묻는 음식의 레시피를 알려 주면서 생각을 딴 방향으로 분산시켜 봐.” 하는 뜻도 있을 수 있으니까. “음식 레시피나 묻는 나를 흉보면서 심각한 상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봐.” 하는 뜻도 있을 수 있으니까. 이런 뜻으로 레시피를 물은 것은 아니었다고 해도 이런 효과를 볼 수 있는 거잖아. 마치 작가가 A라는 메시지를 주려고 쓴 소설을 읽고 독자는 B라는 메시지를 읽을 수도 있듯이.

 

 

 

 

 

 

 

 

 

 

 

 

 

 

 

 

 

 

 

 

 

 

 


네, 나는 감히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적어도 오늘, 지금은 말이에요. 내일은 이 문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레에는 또 어떤 생각을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오늘은, 그래요, 완전히 동의해요.(316쪽)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윌리스 반스톤, <보르헤스의 말>에서.

 

 

2. 오늘은 그래요 : 내가 이 서재에 올린 글 중 몇 편을 읽어 보고 든 생각. 오래전에 쓴 글을 가끔 읽어 보기도 해야겠다는 것. 올린 글을 올리지 않은 줄 알고 똑같은 내용으로 두 번 쓰게 되는 일이 생길 것 같아서다. ‘내가 이런 글도 썼구나.’ 하고 놀라게 되는 글이 있었다.

 

 

그래서 깨달은 것 하나. 거짓으로 글을 쓰면 안 된다는 것. 이 글에선 이렇게 쓰고 그걸 잊고서 저 글에선 저렇게 쓰면 안 된다는 것. 예를 들면 어느 글에서 ‘나는 작년에 책 백 권을 읽었다.’라고 써 놓고, 다른 글에서 ‘나는 작년에 책 오십 권을 읽었다.’라고 쓴다면 어떡하나? 어느 글에서 ‘나는 여름이 좋다.’라고 써 놓고, 다른 글에서 ‘나는 여름이 싫다.'라고 쓴다면 어떡하나?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난 여름을 매우 좋아하면서 동시에 매우 싫어한다는 것. 그러니까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느낀 것을 솔직히 쓰다 보면 거짓말로 보일 수 있다는 것.

 

 

지난여름에 여름이 싫었다. 낮에 청소기를 돌리면서 얼마나 덥던지 ‘이 여름이 빨리 가야 할 텐데.’ 하고 바라면서 여름이 싫었다. 그런데 저녁을 먹고 나서 밤에 슈퍼에 갈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갔더니 바람이 어찌나 시원하게 부는지 여름이 좋아졌다. ‘아, 이 맛이야.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이 시원한 맛. 그래서 난 여름이 좋다니까.’ 이랬다. 그러니 그때마다 느낀 것을 각각 다른 글에 쓸 경우가 생기면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면서 억울하게도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나처럼 머리가 나쁜 사람은 거짓말을 완벽하게 할 수 없으니 솔직함이 최선이라고 새삼 느낀다.

 

 

<보르헤스의 말>에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 “오늘은 그래요.”라는 말이다. 이 말은 오늘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내일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뜻. 나도 이 말을 써먹어야겠다. 얘기를 하고 나서 이렇게 덧붙여야겠다. “저의 생각은, 오늘은 그래요.”라고.

 

 

 

 

 

 


3. 머릿속 인용구 : 보르헤스는 머릿속이 책의 인용구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같은 책을 반복해 읽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때론 인용구를 외우기도 하겠지. 내 머릿속에도 책의 인용구로 가득 차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택하기로 한다.

 

 

- 글을 쓸 때 되도록 인용구를 많이 넣을 것.
- 혼자 심심할 때, 텔레비전 광고가 지루할 때, 친구를 기다리는 카페에서, 지하철 안에서 폰으로 내 서재에 들어가 내가 쓴 글의 인용구를 읽을 것.

 

 

서재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2009년에 쓴 인용구부터 오늘 쓴 인용구까지 쭉 읽는다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인생 공부에도, 글쓰기 공부에도.

 

 

 

 

 

 


제아무리 애연가라도 암에 걸리면 담배를 끊는다지. 흥, 목숨이 그렇게 아까운가.(113쪽)
-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에서.

 

 

요전에 집에 놀러 왔을 때는 “사노 씨, 앞으로 1년 정도면 죽는데 무섭지 않아?”라고 묻기에, 산송장한테 그런 질문은 받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전혀, 언젠가는 죽는 걸. 모두 아는 사실이잖아.” 하지만 어째서 그렇게 태연한 거야? 두렵지 않아?“ ”안 무섭다니까. 오히려 기뻐. 생각해봐. 죽으면 더 이상 돈이 필요 없다고. 돈을 안 벌어도 되는 거야. 돈 걱정이 없어지는 것만으로도 행운인걸.“ ”정말로 안 무서워?“ ”그렇다니까. 게다가 암은 정말로 좋은 병이야. 때가 되면 죽으니까. 훨씬 더 힘든 병도 얼마든지 있다고. (...)“(239~240쪽)
-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에서.

 

 

4. 병에 대한 의연한 태도 : 사노 요코는 유방암에 걸려도 담배를 피운다. 시한부 인생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가 암 얘기를 꺼내면 유머를 발휘한다.
   


보르헤스는 57세부터 조금씩 시력을 잃기 시작해 나중엔 실명하게 되어 앞이 보이지 않았는데도 작가 생활을 계속해 나간다. 주위 사람이 책을 읽어 주는 것으로 독서를 하고 주위 사람에게 대필을 시켜 글을 썼다. <보르헤스의 말>을 읽어 보면 실명으로 고통스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시각 장애인의 생활을 즐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최악의 상태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난 이런 사람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제일 닮고 싶은 건, 글 잘 쓰는 위대함보다 더 닮고 싶은 건 겁이 없는 위대함이다. 어떤 것에도 겁이 없다는 건 고통을 모르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아닐까.

 

 

 

 

 

 


5.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 이 구절을 생각했다.

 

 

“인생에서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중요할 뿐 나머지는 다 배경음악에 지나지 않는다.”

 

 

힐러리 클리턴이 한국에 왔을 때 이화여대 강연(2009년)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엔 인생에서 ‘사랑’이 중요해지는 시간은 몇 년일 뿐이고 나머지 인생은 ‘직업과 취미’로 사는 것 같다. 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려면 그의 직업은 무엇인지, 그의 취미는 무엇인지 알면 될 듯하다. 더 정확히 알려면 그가 자기의 직업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지, 자기의 취미로 인해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알면 될 것 같다.

 

 

돈 잘 벌고 가정적이고 애처가인 남편과 사는 아내 백 명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백 명 다 행복하다고 대답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고민이 없고 하품이 나올 정도로 평화롭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 나면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말해도 될 것 같다. 아무리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산다고 하더라도 부부가 서로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행복한 삶을 살려면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즐겁게 보낼 줄 아는 게 관건이라고.

 

 

자식들이 미래에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훗날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어떤 직업과 취미를 가지고 사는가 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힐러리 클리턴이 한 말을 이렇게 수정하고 싶네.

 

 

“인생에서 (직업이든 취미든) 무엇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느냐 하는 것이 중요할 뿐 나머지는 다 배경음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듯이 어떤 취미를 갖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되는 것은 아니고 취미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려면 ‘노력의 시간’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등산을 즐기기 위해선 등산 경험이 많아야 하듯이, 피아노 연주를 즐기기 위해선 피아노 친 경험이 많아야 하듯이, 독서를 즐기기 위해선 독서 경험이 많아야 하듯이 말이다. 경험이 쌓여 ‘제법이네.’라고 할 정도로 수준이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즐기는 경지에 이른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행복이란 것도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의 산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떤 사람의 인생도 파란만장이에요. 그런데 기대했던 얘기가 재미없는 건 디테일이 빠져 있기 때문이에요. 에피소드를 무시하면 인생 전체를 무시하는 거예요. 디테일 없는 빤한 알레고리를 사용하지 마세요. 그러면 이야기가 두 쪽 나요.(63쪽)
- 이성복, <무한화서>에서.

 

 

6. 중요한 건 디테일 : <무한화서>는 문예창작과 교수였던 시인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한 ‘대학원 시 창작 강좌’의 강의 내용을 아포리즘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라고 한다. 유명한 시인의 강의 내용을 집에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가.

 

 

얼마 전, 어떤 강의를 들으러 갔는데 시간이 아까워서 혼났다. 어디 나가려고 하면 화장과 머리 손질 등에 걸리는 시간, 차를 타고 가는 시간, 강의 듣는 시간, 집에 돌아오는 시간 등 소요되는 시간이 많다. 그 많은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 내가 얻는 정보와 지식의 양은 많지 않았다. 책으로 말하면 10쪽 정도의 분량이 되려나? 그나마 10쪽 분량이라도 얻은 게 있다면 다행이다. 예전엔 이런 적도 있었다. 어느 철학과 교수의 철학 강의였는데 내가 읽은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저)>의 책 내용과 동일한 내용의 강의였던 것. 공리주의, 칸트, 도덕적 딜레마 등에 대한 강의로 책과 똑같았다. 그렇다면 강의를 듣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는데 새로 얻은 게 없으니 헛수고렷다. 게다가 외출한 걸로 몸은 고단하다. 차라리 외출로 소요되는 시간 동안 집에서 책이나 볼걸 그랬다는 후회가 났다.

 

 

그러니 시간 절약, 체력 절약을 해 주는 <무한화서>는 얼마나 이득이 되는 책인가. 강의 내용을 말로 들으면 놓쳐 버린 걸 다시 듣기가 어려운데, 강의 내용을 글로 읽으니 반복해 읽을 수도 있고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는 책이 아닌가.   

 

 

<무한화서>에서 말한 디테일에 주목하기. 기대했던 얘기가 재미없는 건 디테일이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 여기서 디테일을 나는 ‘세부 묘사’라고 이해했다. 글을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차이는 디테일에서 생긴다고 알고 있다. ’살인 장면‘을 쓰는 소설로 예를 든다면 마치 살인을 저지른 적이 있는 사람이 쓴 소설처럼, 살인을 저지르지 않고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소설처럼 충실하게 묘사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누가 나를 다른 사람과 견주는 것도 싫어했고 나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기고 앞서 가라면서 줄을 세우는 제도권 교육이 정말 싫었고 당연히 줄을 서지도 않았다. 문학의 길에 들어선 이후에는 나의 이 같은 풍속이 더욱 확고해졌다. 나는 내가 참여하는 일에서 1등, 베스트원이 되는 걸 한 번도 원했던 적이 없다. 나는 동료 작가나 시인의 작품보다 좋은 작품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다만 내 고유한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일에 집중했다. 내 목소리와 색깔을 어떻게 낼 것인가, 이것만이 내 관심사였다. 그러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8쪽)
- 김도언, <소설가의 변명>에서.

 

 

7. 꼭 이겨야 하나 : 김도언 저자는 1등을 원했던 적이 없다고 한다.

 

 

행복한 일일까, 불행한 일일까? 나는 승부욕이 없는 편이다. 누군가와 겨뤄 이기거나 지는 게 결정 나는 ‘겨루기’ 자체가 싫다. 대형 마트에 가면 반액 세일을 십 분간만 하겠다는 마이크 소리가 들릴 때가 있는데 우르르 달려가는 사람들 틈에 끼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 틈에 끼어 내가 다칠까 봐 싫은 것도 있지만 뭔가를 차지하기 위해 누군가를 제치는 게 재미없다.

 

 

나는 꼴찌가 되길 자처할 때가 있다. 몇 년 전 너도나도 스마트폰으로 바꾸던 시절에도 ‘난 꼴찌로 바꿀 거야.’라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있다가 결국 주위에서 제일 늦게 스마트폰을 구입한 사람이 되었다. 시댁 식구들과 여행을 가서 밤이 되어 샤워하는 순서를 정하게 될 때가 있었다. 나는 미리 말한다. “저는 꼴찌로 샤워할래요.”

 

 

사람들은 순서를 정할 때 꼴찌가 얼마나 좋은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샤워를 예로 들어 말하면, 꼴찌가 되면 기다리는 시간이 긴 것은 단점이지만 그것을 상쇄할 만한 장점이 있다. 우선 양보의 미덕을 발휘할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고,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니 시간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샤워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단점이 있는 어떤 것을 각도를 달리 해서 보면 의외로 장점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크게 손해 볼 게 없는, 그저 순서를 정하는 문제라면 난 앞으로도 ‘꼴찌’라는 자리를 싫어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쩌면 내가 꼴찌를 지향하려는 심리 그 밑바탕에는 뭐든 타자를 이겨서 앞지르고 싶은 나의 욕망을 누르고 싶은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어떤 욕망이 내 마음속에서 쑥쑥 자라나 덩치 큰 식물이 되기 전에 싹을 잘라 버림으로써 편해지고 싶은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나도 어떤 욕망이 있다는 것이겠다. 하지만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가질 수밖에 없는 조급함과 초조함이 나는 싫다. 조급함과 초조함에 치이는 삶보다 차라리 일등을 포기함으로써 갖게 되는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다.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게 때론 어려울 때가 있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는 직장 동료들 중에서 가장 일을 잘해서 최고가 되어야 하는가? 나는 블로거들 중에서 가장 글을 잘 써서 최고가 되어야 하는가? 왜 늘 일등만을 바라야 하는가? 왜 다른 이들에 비해 처지면 안 되는가? 우열의 평가가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절대적 기준인가? 이런 것들을 자문함으로써 내 마음속에 있는 뭔가를 덜어내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외쳐 보고 싶은 것이다.
‘덜 유능하면 어떠랴. 행복했으면 된 거지.’라고.
‘글을 잘 쓰지 못하면 어떠랴. 글을 쓰는 동안 행복했으면 된 거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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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0-16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지.라고 ㅡ에만 밑줄이 가 있어서..^^
저도 첫째가는 뭐를 압박을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녀서
못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아녀도 된다고 뭐 그러죠.
주목받는 위치에 늘 있어보면 그게 좋지만은 않다는걸
알게되는 것도 있으니까요.
이말을 하려던 건
.아닌데...위글을 읽어 내려 오다..자신의 글에 음...여름을 싫어하다 ㅡ여름을 좋아한다 ㅡ하는 부분요.
거짓말이라고 까지 누가...생각할까...저는 그랬어요.
아마도 작가에 집착하는 스토커 정도? (저 지금 위험발언인거죠?)보통은 이 사람 여름을 싫어하는데 오늘 여름의 추억하날 만들었어..하고 인식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글의 전체적인 맥락을 놓고 봐도 요...ㅎㅎ
디테일이 중요한데 지금 은 너무 스스로에 몰입하고 계신건 아닌가...멀리 보시는건 좋지만 .자신이 쌓을 만큼 잘 애써온 세월 그냥 그리 피곤케 말라고 하고파요.하하핫..주제넘죠!
제가 그래요.

오늘 오은 시인이 이성복님 의 그 시론 중에 좋은 문장은 눈물이 나게 하는 문장이 아니라 슬픔을 깊이 속으로 넘기는
문장 ㅡ이란...표현을 했던것 같아요.
잘 옮기지 못해 죄송한데..읽어보시면 그 부분이 나오겠죠?
언젠가. .우리가 왜 읽는 또 여기 쓰는 인간이 되었는지 는 모르겠어도.. 제가 좀 값싼 눈물의 문장이라면 페크ㅡ님은 깊이 숙 ㅡ 집어넣는 문장을 쓴다..정도..아닌가..뭐 그랬네요. 이 말이 하고 팠어요.^^

페크pek0501 2015-10-16 20:21   좋아요 1 | URL
그장소 님, 저녁은 드셨는지요?

저를 마치 분석하는 듯한 댓글 같아서 순간적으로 ˝아, 내가 글로 나에 대한 정보를 너무 많이 준 건가?˝ 뭐 그랬네요. 하하~~ 그렇다고 해서 쫄지 않겠습니다.

직장인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불금입니다. 어제는 책을 많이 읽어서, 오늘은 글을 많이 써서 머리가 띵한 정도는 아니고 휴식을 취하고 싶어지네요. 침대에 누워 티브이를 볼 생각입니다. 빈둥거리기라는 걸 해 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불금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님도 좋은 시간 보내시길...
첫 댓글, 고맙습니다. ^^

[그장소] 2015-10-16 20:40   좋아요 0 | URL
으하하~^^
제가 책을 보면 은연중에 작가의 의도를 자꾸 찾나봐요..이제 꼭 의도 없이 정말 습관과도 같이
일로 글을 쓰는 것. 일 뿐 ㅡ그런다 해도 메세지가 없는 건 아니니.. 꼭 ㅡ이것 을 전하고 팠다던가 ,하는 그런 면을 찾다 보니 ..그리된거 같아요..
분석은 무슨요...얼치기...제가 늘 생각 할 거리 주셔서 고마운데...

페크pek0501 2015-10-18 13:05   좋아요 1 | URL
제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을 쓰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ㅋ

stella.K 2015-10-17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흡연도 건강해야 할 수 있는 거지 몸이 안 좋으면 흡연 욕구도 떨어진다고 하던데
담배를 안하는 저로선 알길이 없네요.ㅠㅋ

힐러리는 아직도 사랑 받고 하고 싶은가 보내요.
물론 저도 사랑을 거부하진 않지만 사랑이 전부는 아니라는 주의라
사랑 없이도 잘 살 수 있어야죠. 결국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는 거니까.ㅋ

인용구를 잘 쓰는 것도 능력이어요.
저는 좋아서 줄은 쫙쫙 잘 칩니다만 옮겨 놓지 못해서 인용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옮겨 놓는 것도 그것이 쌓이다 보면 어디다 적어놨는지
잊어먹을 것 같아요. 다 게으름에 대한 변명에 지나지 않겠지만.

강연회 가는 건 정말 큰 마음 먹어야죠.
몇년 전만해도 집에서 먼곳에서 해도 갔는데 지금은 자신이 없어요.
어떤 땐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하는 강연회도 용기가 필요하죠.
강연회를 갔는데 내가 빤히 아는 걸 들으면 김이 빠질 것 같긴해요.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요약 정리를 위해 가는 거라면 모를까...

요즘은 날씨가 춥지 않아 좋긴한데 날이 너무 가물어서 큰 일이어요.ㅠ

페크pek0501 2015-10-18 13:25   좋아요 1 | URL
맞아요, 몸이 아주 나빠지면 담배를 피울 수 없다고 하더군요.

힐러리가 의외의 발언을 한 것 같더라고요. 그녀야말로 사랑 따위에 집중할 것 같지 않은 타입 같은데 말이죠.
사랑이 전부가 아닌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인생은 다양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고 봐요. 그중 하나가 사랑일 뿐이라고 봅니다.

인용구. 그래서 저는 서재 태그에 저자 이름을 써 넣는답니다. 찾기 쉬우라고.

강연회. 제가 느낀 건데 독서광들은 굳이 그런 데에 쫓아다닐 필요가 없겠다 싶어요. 물론 제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강의 내용이 책과 겹치기 때문에 그래요. 어떤 강의 내용이든 책을 찾으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고 봐요.
예를 들어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 - 종교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강의를 찾을 게 아니라 차라리 책을 찾아 보는 게 낫겠다 싶어요. 시간 대비 효율 면에서요.

날씨. 가뭄도 문제지만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문제... 오늘 창문을 열고 청소해도 되나 검색해 보게 되네요. 안개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창밖이 뿌옇게 흐려 보입니다.
가을을 즐길 수 있도록 청명하기를...^^


[그장소] 2015-10-18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즐거울 때가 같을 것을 놓고 다양한 시각이 있을 경우 .
그 의미를 포착하는 것이 저는 재미있거든요. 각 각 같은 듯하면서 그 안에 욕망하는 의미가 다름을 알때..단어만 같았구나 ㅡ하는 .깨달음.. 그런세계..

페크pek0501 2015-10-18 15:26   좋아요 1 | URL
즐거운 경지에 계시는군요. 책을 반복해서 읽어서 좋은 점 중 하나가 그런 것 같아요. 같은 글이라도 시간에 따라 다르게 읽혀지는 거요. 한 10년이란 시간 차를 두고 읽으면 그런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거요...

[그장소] 2015-10-18 15:29   좋아요 0 | URL
지극한 동감!!^^
다 읽은 걸 왜 끌고 다니냐 하는데 전 두고두고 또
읽거든요.그때마다 어떤얘기든 건져지는 것이 달라요. 그러니 버릴 수가 없죠.

페크pek0501 2015-10-18 15:32   좋아요 1 | URL
보르헤스도 같은 책을 두 번 읽기를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ㅋㅋ

[그장소] 2015-10-18 15:3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런 보르헤스를 ...좋아하고..말예요.^^

페크pek0501 2015-10-18 15:38   좋아요 1 | URL
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