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원 체르뱌코프는 객석 두 번째 줄에 앉아 오페라 공연을 보면서 행복의 절정에 다다른 기분을 느꼈다. 그런데 갑자기 재채기를 하여 주위를 둘러봤다. 첫 번째 줄에 앉은 노인이 자신의 대머리와 목을 장갑으로 닦으며 투덜거리는 것을 보고 그 노인에게 침이 튀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노인은 다른 부서의 브리잘로프 장군이었다. 그는 앞으로 몸을 숙이고 장군의 귀에 "용서하세요 각하. 제가 침을 튀겼군요. 본의가 아니었습니다만…"이라고 속삭였다. 장군은 괜찮다고 했다. 휴식 시간에 그는 장군에게 용서를 해 달라고 더듬더듬 말했고 장군은 "허, 정말… 나는 벌써 잊어버렸다니까. 아직도 그 얘기요!"라고 말했다. 그는 '잊어버렸다고 하지만 눈에는 원한이 담겨 있는 걸' 하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온 그는 브리잘로프 장군이 화가 풀리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 장군을 찾아가 재채기에 대해 해명했으나 장군은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결국 다음날 장군을 또 찾아가 사과의 말을 했다. 장군은 "꺼져!" 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그는 공포에 질려 속삭이듯 "뭐라고요?"라고 물었고, 장군은 "꺼지라니까!" 하고 발을 구르며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의 뱃속에서 무언가가 터져 버렸다. 그는 집에 돌아와 관복을 벗지 않은 채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죽었다. 여기까지가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관리의 죽음'의 내용이다.



소설 속 주인공 체르뱌코프는 상관의 위압적인 고함 소리에 심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숨지고 만다. 이처럼 마음의 병으로도 숨이 끊어질 만큼 우리 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재채기 같은 사소한 일로도 불행해질 만큼 우리 인간은 가련한 존재다. 그러므로 인간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



체르뱌코프는 왜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브리잘로프 장군은 체르뱌코프가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려는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그의 거듭되는 사과에 분노가 치밀었다. 체르뱌코프는 장군이 자기의 사과를 받아 주지 않는다고 여겨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해 배려할 수도 없었다.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공감이 중요하다. 부서는 다르지만 브리잘로프 장군은 상관이고 체르뱌코프는 하급 관리이다. 소통과 공감을 위해 상대방의 마음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면 윗사람과 아랫사람 중 누가 더 노력해야 할까? 아랫사람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는 윗사람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남의 마음에 무심한 자는 남의 고통에도 무심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윗사람이 언제나 윗사람의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브리잘로프 장군도 자기보다 직위가 높은 사람 앞에서는 아랫사람이 된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교훈은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심한 체르뱌코프는 자기 실수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집착은 불행을 낳기 쉽다. 채근담에 '마음이 물들지 않고 집착이 없으면 속세도 신선의 세계이고, 마음이 구애받고 탐닉하면 낙원도 고통의 바다가 된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기억해 둘 만하다. 



두 번째 교훈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자기보다 직위가 낮은 사람에게 침이 튀었다면, 체르뱌코프가 그 일에 그토록 집착하지 않았으리라. 아랫사람은 윗사람 앞에서 주눅이 들어 눈치를 보게 된다. 반면에 윗사람은 아랫사람 앞에서 오만에 빠지기 쉽다. 오만에 빠지면 브리잘로프 장군처럼 상대편의 기분 따위는 안중에 없고 자신의 기분에 따라 태도가 달라진다. 그리하여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참지 않고 화를 표출시킨다. 상대편에 비해 직위가 높으니 화를 내는 것을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약자를 대하는 강자들의 일반적인 태도다. 한국 사회에서 갑질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러한 권력관계 때문이다. 상관의 성난 태도에 두려움을 느끼고 죽음을 맞이한 하급 관리인 체르뱌코프. 그와 같은 약자들이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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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관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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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1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1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7-21 1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체호프의 저 단편을 읽으면서 놀랐던게 뭔가 결말로 이어지는 중간단계 없이 ‘그리고죽었다‘ 이렇게 끝내는게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담담함 속에 감춰진 냉혹함? ㅋ

페크pek0501 2023-07-21 19:17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서 인상에 남았어요. 누웠다. 그리고... 죽었다, 로 끝나는 소설이죠.
작가 체호프가 의사이기도 했으니 마음의 병으로 인한 죽음에 대해 잘 알았기에 소설에 그런 죽음을 자신 있게 넣었던 것 같아요.
모든 인간관계에는 보이지 않는 권력관계가 있지요. 감춰진...

감은빛 2023-07-21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채기로 튄 침이 얼마가 되었건 간에 그로 인해 사람이 죽다니!
장군이라는 자가 엄청나게 무서운 인상이고 평소에도 사람들을 고압적으로 대했을 것 같아요.
페크님이 말씀하신 두 가지 교훈을 잊지 말아야겠어요.

페크pek0501 2023-07-21 20:18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무서운 인상이죠. 부드럽게 말하며 괜찮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 좋았을 텐데... ˝잊어버렸다니가 아직도 그 얘기요!˝ 이런 식으로 대답하니 주인공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거죠.
자기 기분에 취하면 상대편을 배려하기가 어렵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희선 2023-07-22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걱정이 많은 사람이네요 한번 사과했으면 괜찮을 텐데... 그런 사람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면 좋겠지요 상사라면 밑에 사람 성격이 어떤지 조금은 알잖아요 짜증난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고 이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라 했다면, 좋았겠네요 사람은 마음의 병으로도 죽죠 누구나 마음이 단단하지 않기도 한데...


희선

페크pek0501 2023-07-22 11:44   좋아요 0 | URL
소심한 사람이 대체로 작은 일에도 과민하죠. 그래서 작은 일을 큰 일로 만들어버리기도 하죠.
그가 사과할 때 장군이 따뜻한 말투로 대답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희선 님, 토요일이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coolcat329 2023-07-22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관리의 죽음 이 소설집의 첫 이야기죠~정말 짧으면서도 강렬한 오프닝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페크pek0501 2023-07-23 10:5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드라마, 라는 소설도 강렬하게 끝나죠.
비 오는 일요일이네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2023-07-22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3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과 함께 길을 가던 어느 여름밤이었다. 한 모텔 앞에 젊은 두 남녀가 마주보고 서 있었고 그 광경을 스무 명쯤 되는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남의 연애에 관심이 없어 가려는데 딸이 내 팔을 잡아 걸음을 멈추게 하더니 "저 여자가 위험해 보여"라고 말했다. 가만히 보니 남성은 여성을 모텔로 끌고 들어가려 하고 여성은 모텔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여성이 비틀거리는 걸로 보아 술에 취한 것 같았다. 그제서야 내 눈에도 여자가 위험해 보였다. 그런데 두 남녀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 일에 끼어들지 않았다. 딸이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려고 하며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때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더니 경찰차가 도착했다. 어떻게 경찰차가 오게 됐는지 알 수 없었으나 경찰차를 본 남성이 그곳을 떠남으로써 그 위험한 상황이 종료됐다.



그 당시 이십 대 초반의 딸이 남을 돕기 위해 경찰에 신고하려던 것이 대견했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나 자신을 반성했다. 만약 그때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경찰차도 오지 않아 남성의 힘에 못 이겨 여성이 모텔에 끌려들어 갔다면, 여성은 어떻게 되었을까? 길거리에서 우리의 아들딸들이 어떤 곤경에 처해 있는데 그걸 보고도 도와주는 이가 없다고 상상해 보라. 끔찍하지 않은가. 실제로 '방관자 효과'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 '방관자 효과'는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나설 것으로 생각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는 현상을 말한다. 말하자면 의도적으로 눈을 감는 것이다.



마거릿 헤퍼넌의 책 '의도적 눈감기'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인식하는 데 한계가 있어 입력된 정보를 편집하고 걸러야만 한다. 이때 '우리 대부분은 연약한 자아와 중대한 신념을 뒤흔들어 놓는 것들을 편리하게 걸러 내고,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어 줄 정보들만 통과시킨다'라고 책은 말한다. 즉 우리는 불쾌하거나 성가신 일에는 못 본 척하고 눈을 감는다는 얘기다.



개인 생활 속에서도 의도적 눈감기를 한다. 내게 이런 일이 있었다. 방 안의 형광등을 켤 때마다 몇 초간 깜빡거리다가 제대로 켜지곤 했는데, 고장인가 하다가 별일 아닐 거라고 여기며 방치했다. 며칠 뒤 형광등에 아예 불이 들어오지 않아 불편을 겪고 나서야, 깜빡거리던 것이 고장의 신호임을 알았다.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걸 예상할 수 있었으면서도 나는 왜 의도적 눈감기를 한 것일까? 그 이유는 형광등이 고장 나는 게 성가셔서 고장 난 게 아니라고 믿어 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었던 것이다.



인간관계 속에서도 의도적 눈감기를 한다. 연인들 사이에서 상대편의 변심을 눈치채지 못하고 이별 통보를 받고 나서야 변심을 알게 되는 이가 있다면, 의도적 눈감기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심상찮은 기미는 만나는 시간 곳곳에 있었을 테니. 가령 상대편이 잘 웃지 않거나 헤어질 때 아쉬워하지 않는 등 예전과 다른 점이 있었는데 그냥 지나쳤으리라.



술 취한 사람이 버스 기사에게 폭행을 가하는 것을 뉴스를 통해 익히 보았다. 버스 안에 승객이 여럿 있어도 사람들 대부분은 눈감기를 한다. 우리 가족이 누군가에게 얻어맞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버스 기사도 누군가의 가족이다. "우리가 힘을 합쳐 기사를 구해 냅시다" 하고 용기 내어 말하는 승객 한 명만 있어도 모두 협동을 해서 취객의 폭행을 멈추게 할 수 있다. 그런 다급한 상황에선 경찰차가 출동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보다 승객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 더 낫다. 집단은 가해자인 개인보다 힘이 세다. 이 점을 모든 이들이 기억해 두었으면 한다.



한 가지 덧붙여서 말하고 싶은 것은 요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학교 폭력 문제'에 관해서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배운다. 남을 돕기 위한 어른들의 집단행동을 보고 배워서 '학교 폭력 문제'도 반 아이들 모두가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것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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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0622010003925





 

  (이 글과 관련한 책)














마거릿 헤퍼넌, <의도적 눈감기>

흥미롭고 유익한 책인데 품절되어 아쉽다.

다행히 중고책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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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6-22 2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관심한 사람만 있었다면, 위험한 일이 생겼을 수도 있겠어요. 누군가 경찰에 신고해서 정말 다행이네요.
이 책은 아닌데,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라는 책에서도 다수가 있을 때 한 사람의 범죄를 막지 못한 사례가 나와요.
이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 책의 사례가 생각났습니다.
잘읽었습니다. 페크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6-22 22:35   좋아요 3 | URL
경찰차가 와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스키너~ 책 압니다. 인기가 많았었죠. 리뷰 많이 읽었었어요.
서니데이 님도 매일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3-06-23 07: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글 읽어보니 저도 평소에 의도적 눈감기를 한것같아 좀 찔립니다 ㅋ 아 나이가 들수록 행동하는게 좀 어려워지는거 같아요 ㅜㅜ 반성합니다~!!

페크pek0501 2023-06-23 22:04   좋아요 1 | URL
글쓰기는 반성도 하게 만들고,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모색하면서 선한 방향으로 걸어가게 합니다.
이것이 글쓰기의 이점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나서는 게 조심스럽지요. 저도 반성합니다!!

모나리자 2023-06-23 14: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군요. 요즘은 남의 일에 시비를 가리거나 편을 들다가 몰매 맞는 사례도 많아서 꺼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자인 입장에서는 무섭고요.ㅜ 버스기사, 택시기사, 행인들의 폭력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힘을 합해서 도와주는
사회, 그런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6-23 22:06   좋아요 2 | URL
세상이 좀 무서워지긴 했어요. 묻지마 폭행 등... 그래서 나서기가 꺼려지죠.
저도 그런 사회 분위기 조성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페넬로페 2023-06-23 15: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의도적 눈감기에 저 자신도 당연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무서워진 탓이라 돌리기에 급급하고요 ㅠㅠ

페크pek0501 2023-06-23 22:09   좋아요 3 | URL
의도적 눈감기, 를 읽어 보면 공감 가는 글이 많아요. 많은 사례가 담겨 있어요.
모두가 힘을 합치기만 하면 해결할 수 있는데, 모두가 힘을 합치는 데 동의하는 것이 쉽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 또한 쉽지 않지요.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희선 2023-06-24 0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안 좋은 일을 당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어렵기도 하죠 저도 잘 못할 것 같아요 학교에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아이뿐 아니라 그저 보기만 하는 사람도 가해자죠


희선

페크pek0501 2023-06-24 14:45   좋아요 1 | URL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자도 양심에 찔리긴 하겠죠.
이 책에 따르면 방관자 행동이 시작되는 곳이 학교라고 합니다.-<의도적 눈감기>, 239쪽.
학생 때 겁나서 방관자가 됐고 어른이 돼서도 그것이 습관이 된 거라고 볼 수 있죠.
이런 점을 생각할 때 희생자를 어떻게 구하는가 하는 문제에 관한 공부가 학교에서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3-06-26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주말에 들었는데, 오늘 비가 오는 걸 보니, 이제 장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지난주에는 햇볕이 너무 뜨거웠는데, 이번주는 날씨가 어떨지 모르겠어요.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6-28 14:55   좋아요 1 | URL
날씨가 덥지요? 저는 선풍기 옆에서 삽니다.
날이 더우니 시원한 수박이 먹고 싶네요.ㅋㅋ
장마라서 큰 비가 온다고 했는데 오늘은 햇빛이 강해 장마철이 아닌 것 같네요.
밤마다 비가 와서 뜨거운 땅을 식혀 주기만 해도 좋겠습니다. 올 여름은 무척 덥다고 하니 말이에요.
서니데이 님, 마음만은 시원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길을 지나가다 눈에 띈, 화분 속에서 핀 장미.



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다 일반이나 '딸 바보', '아들 바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사랑이 각별한 부모가 있다.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자녀에 대해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식을 품에 안고 어떤 일이든 다 해 주려는 '캥거루 맘'과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학업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챙겨 주고 관여하는 '헬리콥터 맘'이란 말까지 있다. 그러나 부모의 과잉보호는 의존적인 아이를 만드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 쉽다.



아들이 결혼한 경우엔 어머니가 아들의 결혼 생활에 사사건건 간섭하면, 고부간의 갈등이 심해져 가정불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고부 갈등으로 생긴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있고, 고부갈등 때문에 이혼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고부간 나쁘고 잘되는 집 없다'는 속담이 있다. 아들을 끔찍이 사랑한 나머지 며느리 또는 예비 며느리에게 시기나 질투를 느끼는 어머니라면 이 속담을 기억해 두는 게 좋겠다.



서머싯 몸의 단편소설 '어머니'는 자식에 대한 강한 애착이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잘 보여 준다. 한 마을에 얼굴이 사나워 보이는 사십 대의 여자가 이사를 온다. 그녀가 살인죄로 감옥에 있다가 출소했다는 추문이 퍼진다. 그녀에게는 일요일마다 찾아오는 스무 살의 아들이 있다. 아들이 오면 그녀는 애틋한 몸짓으로 아들을 귀여워했다. 그녀는 맹렬한 열정으로 아들을 사랑했다. 아들이 젊은 여자를 쳐다보면 참을 수가 없었고, 아들이 젊은 여자에게 구애하는 상상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그런 그녀가 아들이 로살리아라는 예쁜 아가씨와 춤을 추는 것을 보자 분을 이기지 못해 신음을 토했다. 춤을 춘 이후 그녀의 아들은 로살리아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마침내 그녀는 로살리아의 앞을 막고 자기 아들과 무슨 짓을 했냐고 캐물었다. 로살리아가 길을 비키라고 해도 놓아주지 않았다. 로살리아는 그이가 결혼하자고 했다고, 그이는 나를 사랑하고 나도 그이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살인자의 아들을 거부하지 않고 결혼해 주는 걸 자랑으로 알 것이지 말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살리아의 말을 듣고 그녀는 분노의 괴성을 내지르며 로살리아를 덮쳐서는 어깨를 붙잡아 내리눌렀다. 로살리아는 몸을 돌려 그녀의 얼굴을 때렸다. 그녀는 가슴 속에서 단도를 꺼내 로살리아의 목에 칼을 꽂았다. 경찰관들이 그녀에게 수갑을 채웠으나 그녀의 눈은 승리감으로 반짝거렸다. 로살리아는 숨졌다.



소설 속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광적 집착이 독을 품게 하여 한 여자를 죽이고 만다. 어머니로서 아들의 행복을 빌어 주어야 마땅한데,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를 죽임으로써 오히려 아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본인은 감옥신세를 지게 되었다. 이 소설이 1874년에 출생한 영국 작가의 작품인 것을 감안하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뜨거운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부모의 애정 결핍도 자녀의 마음을 병들게 해서 문제지만, 부모의 강한 애착도 문제가 생길 소지가 충분히 있다. 자녀에 대한 애착이 강해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할까? 자녀에게 무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무심타법(無心打法)이란 것이 있다. 야구를 할 때 타자가 자신의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음을 비우고 타격에 임하는 자세를 이르는 말이다. 마음을 비움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부모도 자녀에 대해 마음을 비움으로써 부모 자식 간 긍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부모가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계속 간섭하고 구속하면 자식들은 반발심이 생겨 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분노의 감정을 조절해야 하듯, 지나친 사랑도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자녀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 화를 부르는 것을 막으려면 부모는 자식에 대해 애착하기보다 무심해져야 한다. 이것이 자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사랑의 지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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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0525010004953






(서머싯 몸의 단편집)

















 

추신)

제 서재에 방문자 수가 

오늘 1991분, 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이런 일이 있던데 오류인가요? 

아시는 분은 알려 주십시오. 

궁금한 건 못 참는 1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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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5-25 2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적정한 거리가 있다고 해요. 둘 다 편안하게 느끼는 정도의 사이만큼의 거리겠지요.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안전거리를 넘어오면 서로 불편할 수 있을거예요.
그 거리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되는 건 하고 싶은데, 가끔씩 어렵다고 느낍니다.
장미가 예쁘게 피었네요.
페크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5-25 22:13   좋아요 2 | URL
맞아요. 가까운 사이라도 적정한 거리가 필요해요. 저 역시 그 적정한 거리를 잘 모를 때가 많아요.
애들이 그러는데 제가 자식에게 좀 무심한 편이라고 해요. 아마도 제가 신경 쓸 딴 일이 많아서인 듯.
서니데이 님도 좋은 날들 보내세요.^^

서곡 2023-05-25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심타법!!! 기억해야겠습니다 장미화분 저리 뻗어나가네요 신기합니다 미니장미화분만 본적있는데요

페크pek0501 2023-05-26 09:02   좋아요 1 | URL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무심타법을 우연히 보게 돼서 써 먹었죠. 사전 없이는 글을 못 써요.ㅋㅋ
저 장미 화분을 보고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 두었어요. 재밌지 않습니까?

새파랑 2023-05-25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머싯 몸의 글을 읽다보면 좀 섬뜩한 경우가 많더라구요. 완전 임팩트 있는 ㅋ
과도한 집착은 항상 안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페크pek0501 2023-05-26 09:04   좋아요 1 | URL
서머싯 몸의 광팬이에요. 제 서재에서 많이 언급되는 작가 중 한 사람이에요.
넘치는 것이 부족함과 같다는 말도 있잖아요. 과유불급~!!

페넬로페 2023-05-26 0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유달리 장미가 눈에 많이 들어와요.
꽃도 유행을 타던데 장미를 많이 심는가 봅니다.
아들에 대한 집착은 만국공통인 것 같습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3-05-26 09:05   좋아요 2 | URL
5월은 장미의 계절.
만국공통인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댄스는 맨홀 2023-05-26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분속에서 핀 장미 멋지네요. 어떤 사랑이든지, 정도를 넘어서면 무서워지네요. 저도 어제 방문자가 4,400명을 찍었는데 에러인지 궁금하네요.

페크pek0501 2023-05-26 14:1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중용의 자세를 견지하는 게 바람직하겠지요.
어제 4,400명이나 왔군요. 잘 모르지만 제 생각엔 시스템 오작동은 아닌 듯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어떤 경로로 들어오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새 글을 올리지 않은 날도 수백 명이 들어올 때가 있더라고요.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서니데이 2023-05-26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내일 토요일은 부처님오신날인데, 올해부터 대체휴일이 되어서 5월 마지막 연휴가 될 거예요.
연휴 잘 보내시고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페크pek0501 2023-05-26 22:05   좋아요 1 | URL
오늘은 일찍 친정에 들러 반찬 갖다 드리고 발레 하고 왔더니 고단했는지 낮잠이 스르르... 30분가량 잔 듯해요.
서니데이 님도 주말 즐겁게 잘 보내세요. 저녁 때부터 덥지 않아 좋습니다.^^

희선 2023-05-27 0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나라 사람도 아들한테 집착하기도 하는군요 어느 나라 어머니나 비슷하다니... 다 그런 건 아니겠지요 부모 자식이어도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한국 사람은 그걸 못하는 것 같은데 다른 나라 사람도 그렇군요

페크 님 연휴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5-27 19:37   좋아요 1 | URL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세계적인 현상 같아 흥미롭습니다.
오늘 비가 와서 시원했는데 외출해서는 좀 불편했답니다. 내일은 전국에 비가 온다는군요.
희선 님도 편안한 휴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감은빛 2023-06-09 1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위에 초고를 먼저 읽고 이 칼럼을 읽으니, 이래서 페크님께서 글을 잘 쓰는 분이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다 버리고 차분하게 새로 쓰셨네요.
만약 저였다면, 이미 써놓은 것이 아까워서 그러지 못 했을 것 같아요.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서운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면 더 서운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구요.
아마 제 부모님께서도 지금까지 수천번 서운함을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딸들이 다 자라서 이제 더는 아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니까
저도 엄청 서운하더라구요.

다 각자의 삶이고 각자의 몫이라고 애써 마음을 고쳐 봅니다.

페크pek0501 2023-06-11 12:57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정말 잘 쓰는 사람이면 한 번에 딱 썼겠죠.ㅋㅋ
저도 쓴 글 중 버릴 때 아까운 글은 저축을 해 놓지요. 언젠가 써 먹게 될지 모르니까요.
감은빛 님도 저축 폴더를 만드세요. 나중에 생각나면 꺼낼 쓸 수 있게 말이죠.

저도 아이들이 어릴 적 사진을 보면 그 시절로 돌아가 그 어린 아이들과 놓고 싶단 생각을 해요.
지금은 저보다 더 키가 커 버리고 오히려 저에게 잔소리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려서 내 손길을 필요로 했던
그 시절이 그립답니다. 아이들은 너무 빨리 커 버려요. 좋은 휴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만약 자신이 가진 희망이 헛된 것이라면? 헛된 희망이라도 갖는 게 나을까 아니면 헛된 희망은 애초에 갖지 않는 게 나을까? 이에 대해 갑과 을 두 사람이 각자 의견을 개진한다. 갑은 말한다. "저는 헛된 희망을 품어서 젊은 시절을 허송세월로 보낸 이들을 많이 봤습니다. 사법시험에 다섯 번 떨어진 사람도 있었고, 가수 오디션에 수십 번 떨어진 사람도 있었습니다. 희망은 속임수를 써서 우리를 가서는 안 될 길로 인도합니다. 그런 희망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희망이 물거품이 될 때 희망은 없느니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희망의 노예가 되는 걸 경계하는 것이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을이 말한다. "저는 정치를 예로 들어 말하겠습니다. 국민들이 좋은 정치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아무도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그 나라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인류의 역사가 아니겠습니까. 희망 속에 사는 사람은 음악이 없어도 춤을 춘다는 영국 속담이 있습니다. 헛된 희망이라도 갖는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여러분은 갑과 을 중 누구의 의견에 동의하는가? 나는 둘 다 일리가 있다고 여기지만 '을'의 의견에 동의하련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기 드 모파상의 단편 '쥘르 삼촌'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화자가 전하는 이야기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나'의 아버지는 직장에 다니나 수입이 적어 '나'의 가족은 절약하며 산다. 아버지의 동생인 쥘르 삼촌은 아버지가 기대를 걸었던 유산을 축내고 빈털터리가 되어 돈을 벌러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서 삼촌이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는 자기 사업이 잘되어 가고 있고, 여러 해 동안 소식이 없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한밑천 잡으면 돌아가겠으며 그러면 우리는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식구들은 툭하면 그 편지를 꺼내 읽었고 집에 오는 사람 누구에게나 보여 주었다. 쥘르 삼촌은 가난하게 사는 온 집안 식구의 유일한 희망인 것이다. 10년 동안 쥘르 삼촌은 소식이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버지의 희망은 커졌다. 삼촌이 돌아오면 삼촌의 돈으로 조그만 별장을 살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던 중 '나'의 작은누나가 결혼식을 올리게 되고, 가족이 다 함께 멀지 않은 '저지'로 짧은 여행을 간다. 배를 타고 여행 가는 날, 배에서 아버지는 굴을 사 주려고 두 딸과 사위를 데리고 수부에게 갔다. 굴 껍질을 까는 수부를 보고 아버지는 놀라 긴장한다. 그 수부가 모습은 달라졌지만 쥘르 삼촌과 똑같이 생겼다고 느껴서다. 수부는 늙고 추하고 주름살투성이였는데 자기가 하는 일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거지꼴을 한 수부가 쥘르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아버지는 선장에게 가서 그 수부에 대해 물어본다. 그 결과 그가 쥘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자기들에게 짐이 될까 봐 가족이 피해 다니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이 소설에서 딱한 처지의 쥘르 삼촌을 외면하는 가족의 이기적인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나 우리는 '희망'에만 주목하기로 하자. 그들 가족이 헛된 희망을 품은 것이 잘못일까? 난 잘못한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 가족은 거지 행색의 쥘르 삼촌을 보고 모든 기대가 무너지면서 속아 살아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으리라. 하지만 쥘르 삼촌에 대한 희망을 가진 덕분에 10년 동안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살 수 있었다. 이처럼 헛된 희망도 힘이 될 때가 있다. 이는 헛된 희망의 긍정적 효과다.



과학자들은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짐을 증명하여 마음의 신비를 밝혀냈다. 마음속에 희망이 있느냐 없느냐가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실현이 가능하든 안하든 희망을 갖고 사는 게 바람직함은 물론이다. 요즘은 물가상승, 경기침체 등으로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려운 시대다. 팍팍한 현실일수록 모두가 희망을 갖고 꿋꿋이 살았으면 한다. 그러다 보면 웃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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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042001000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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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모파상의 ‘쥘르 삼촌’은 이기적인 가족의 태도에 주목해 읽을 수도 있고, 차마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쥘르 삼촌의 양심에 주목해 읽을 수도 있다. 나는 가족의 ‘희망’에 주목하였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점이 문학 작품의 또 다른 재미다. 

    



(기 드 모파상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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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3-04-21 15: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쥘르 삼촌👨도 거짓말을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닐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쥘르삼촌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하게 가족이 품에서 함께 노력하며 살아갔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쥘르 삼촌이 거지꼴을 하고 늙은 모습이었다는 것이 마음이 아파요.

페크pek0501 2023-04-22 10:21   좋아요 2 | URL
저도 쥘르 삼촌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성공하지 못했으니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 그 고생을 하고 사는 거잖아요. 그래도 고향이 그리워서 가까이 사는 게 아닌가 싶어요.

세실 2023-04-21 1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을에 한표입니다. 희망은 긍정 마인드를 갖게 하고, 미래를 꿈꾸게 하지요.
헛된 희망이라도 꿈을 꾸는건 좋은 일이지요^^
쥘르 삼촌 덕분에 가족은 어려운 상황에도 웃으며 생활할 수 있었겠지요?

페크pek0501 2023-04-22 10:26   좋아요 2 | URL
긍정 마인드 좋죠. 저도 꿈 갖고 산 경험이 있어서 헛된 희망의 가치를 잘 알죠.
맞아요. 희망은 배부르게 해요. 행복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지요.
그런데 요즘 전세 사기 사건 보도를 보면서 전 재산을 날린 사람들은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을 테니
앞으로 어떻게 사나 싶어요. 그래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도 있잖아요. 갈수록 세상은 희망을 갖기 힘들게 해요.


새파랑 2023-04-21 1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헛된 희망이라도 살아갈 원동력이 된다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ㅋ 저 열번 눌렀습니다~!
모파상 오랜만에 읽어보고 싶네요 ^^

페크pek0501 2023-04-22 10:29   좋아요 2 | URL
헛된 희망일 수 있다는 건 알아도 희망을 갖고 있을 때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모파상 단편을 강추합니다. 체호프나 오헨리보다 저는 더 재밌었어요. 문예출판사 것을 다 읽었는데 다 좋았어요.
그래서 62편이 담긴 두거운 현대문학 것을 구매할까 생각 중이에요.

희선 2023-04-22 0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살아가려면 희망이 조금은 있어야겠지요 큰 것보다 아주 작은 거라도... 내일은 날씨가 좋을 거야 같은 희망... 비가 오지 않을 때는 곧 비가 올 거야 그저 하루하루 사는 것도 괜찮지만 좋은 날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면 더 좋겠습니다 아니 더 안 좋아지지 않을 거다는 바람... 저는 좋은 것보다 더 안 좋아지지 않는 걸 더 바라는군요

페크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4-22 10:31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사는 데엔 희망이 필요해요. 더 안 좋아지지 않는 것도 때론 힘을 주지요.
좋은 봄날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04-25 21: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희망이 조금은 있어야하지만 그래도 너무 헛된 희망을 품기는 싫어요.
쥘르 삼촌을 외면하는 가족의 모습에 적나라한 인간상이 보이네요^^

페크pek0501 2023-04-27 15:18   좋아요 1 | URL
대체로 백 퍼센트의 헛된 희망이라는 건 없을 것 같아요. 남이 볼 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느낄 때 헛된 희망으로 여겨질 듯해요. 가령 1등의 복권 당첨을 노리고 복권을 샀다면 남이 볼 때 헛된 희망으로 보이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안 그런가요? ㅋㅋ 잘 모르겠지만...
작가는 돌변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3-04-26 16: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망이라는 건 미실현상태니까 나중에 성공하면 잘 된 거고, 성공하지 못하면 헛된 것이 되는, 그런 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각자 원하는 미래가 있지만, 그게 모두 성공할 수 없는 거고, 결과를 미리 알 수 없지만, 시도할 수는 있는거니까요.
잘읽었습니다. 페크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4-27 15:18   좋아요 1 | URL
희망을 품고 시도하는 동안 행복했다면 그 희망은 소임을 다한 거죠.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그레이스 2023-04-26 18: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애초에 전제가 다른건 아닐까요?
전자는 개인적인 것이고 후자는 공동체의 희망이고... ^^

페크pek0501 2023-04-27 15:19   좋아요 1 | URL
좋은 지적이십니다.
제 식으로 설명하자면, 공동체를 향한 희망이라고 할지라도 개인의 희망이라는 점은 같다고 봤습니다.^^

yamoo 2023-04-27 1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레이스 님의 의견에 한표~~^^

헛된 희망=희망 고문이라고 봐도 무방한가요?? 흠...

근데 모파상의 소설은 뭔가 저하고 안 맞는 부분이 있나바요. 읽어도 도통 재미가 없으요~~^^;; 그래서 읽다가 덮고..그럽니다..--;;

페크pek0501 2023-04-27 15:22   좋아요 1 | URL
희망 고문이 될 수도 있지요. 갑의 의견대로 희망 때문에 인생이 망한 경우도 있을 듯요...
야무 님과 저의 차이를 발견하네요. 저는 모파상의 소설은 다 재밌어요. 그래서 모파상의 소설을 넣어 쓴 칼럼이
세 개나 됩니다.
저 위의 문예출판사의 책은 제가 다 흥미롭게 읽은 단편집입니다. 재미 없는 게 없어요.ㅋㅋ히히~~
 




그날은 언어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 날이었다. 지하철 안에서였다. 내 옆 좌석에 앉은 대여섯의 여성들이 수다를 떨었다. 그들은 한 동네에 사는 것 같았고 오십 대로 보였다. 그중 한 명이 "강북 사람들은 왜 강남 사람들을 미워하는 거야?"라고 묻자 다른 이가 "강남 집값이 비싸니까 그렇지"라고 받아쳤다. 처음에 물은 이가 "그게 우리 잘못은 아니잖아. 억울하면 강남으로 이사 오라고 해"라는 말을 던지자 모두 까르르 웃었다.



그들이 그런 얘기를 꺼낼 만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얘기에서 서울 강남 지역에 사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억울하면 강남으로 이사 오라고 해'라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지난해부터 집값 하락이 지속되었으나 비강남 지역에서 강남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억울하면 강남으로 이사 오라고 해'라는 말이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로 들렸다. 이 말은 출세할 능력을 가진 자에게는 격려로 들리지만 출세할 능력이 없는 자에게는 조롱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면 분위기가 한껏 들떠 있어 누구나 말실수를 하기 쉽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친구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지하철 타고 왔니? 웬만하면 차 좀 사라." "아직도 청바지 입니? 난 너 정장 입은 걸 못 봤어." "양주를 마셔 봐. 그다음부턴 소주를 못 마실 걸." 이런 말들은 악의 없는 농담이라 할지라도 듣는 이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특히 경제 사정이 어려운 이에게는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 이번에는 친구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책 좀 읽어라. 그래야 대화가 통하지." "그것도 몰라? 얘는 뉴스도 안 보나 봐." 이런 말들은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한 점을 지적함으로써 듣는 이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특히 학력이 낮은 이에게는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



언제부턴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사안인 만큼, 올바르지 못한 언어 사용으로 인해 차별을 낳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그런 측면에 주목하여 우리가 삼가야 할 말들이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이러하다. 자기가 얘기를 하는 도중 누군가 끼어들 때 제지하기 위해 쓰는 '지방방송 꺼'라는 말은 삼가야 한다. 지방에 사는 이들을 무시하는 뜻이 담겨 있어서다.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지칭하기 위해 쓰는 '정상인'이라는 말도 삼가야 한다. 장애인이 비정상인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반대 의미로 '비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좋다. '결손 가정'이란 말도 삼가야 한다. '결손'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부분이 없거나 잘못되어서 불완전하다는 뜻이므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손 가정은 '한부모 가정' 또는 '조부모 가정'으로 바꿔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는 각자 다른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고 결례를 저지르곤 한다. 가령 차를 갖고 있지 않은 이에게 차를 어디에 주차했냐고 묻거나, 대학을 가지 못한 이에게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했냐고 묻는 것은 결례다. 골프에 무지한 지인에게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클래식에 무지한 지인에게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아 상대를 곤란하게 하는 것도 결례가 된다.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첫 장에 이러한 내용의 글이 실려 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비판할 때만 그렇겠는가. 평상시 대화할 때도 세상 사람이 다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음을 기억해 두어야 하리라.



상대방에게 악의적 비난이나 욕설을 퍼붓는 것만이 불쾌감을 주는 게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함부로 말을 하는 것도 불쾌감을 준다. 따라서 말을 할 때에는 청자의 입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나무의 됨됨이는 열매를 보면 알고, 사람 됨됨이는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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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032301000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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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한차례 몸살을 앓았습니다. 

앓느라 이번에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글을 쓸 수 없었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것, 글쓰기의 어려움!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시어머님이 올해 구순이 되셨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시댁 식구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갑니다. 

여행 갔다 와서 여행 사진을 올리겠습니다. 





(이 글과 관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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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3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9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3-03-24 0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합니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얘기하는 것!
본인들은 정작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 모르지요 ㅠㅠ

페크pek0501 2023-03-29 16:33   좋아요 2 | URL
자기 생각만 하기 쉽지요. 자기중심적 사고에 익숙하니까요.
저부터 조심해야겠어요.^^

거리의화가 2023-03-24 0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참 공감하는데 쉽지는 않은 일이지요. 그렇더라도 노력해야겠습니다.
심하게 몸살을 앓으셨군요. 지금은 좀 괜찮아지셨을까요? 요즘 독감이다 감기다 환자가 많은가보더라구요.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시어머님 구순도 축하드리고 여행도 즐겁게 다녀오시길^^

페크pek0501 2023-03-29 16:36   좋아요 1 | URL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올바른 생각을 갖고서도 언행일치가 되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여행은 즐겁게 무사히 마쳤습니다. 여행을 가기 전엔 무슨 숙제라도 가지고 있는 듯했는데 갔다 오니 시원합니다...

희선 2023-03-25 0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 안 좋은 말은 안 하려고 해야 할 텐데... 다른 사람 처지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저도 뉴스 안 본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네요 그나마 다른 사람 처지를 조금이라도 알 만한 게 바로 책이 아닌가 싶어요 다 알지는 못해도... 책과 현실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시어머님 구순이군요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시면 좋겠네요 페크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3-29 16:37   좋아요 2 | URL
상대의 입장을 깜빡 잊을 때가 있어 실언할 때가 있어요.
일부러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작가도 있더군요.
건강이 제일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걱정했는데 다행히 피로만 느낄 뿐 병이 나지
않았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