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기차를 탄다. 커다란 짐을 가진 할머니가 손잡이에 매달려 서 있고 빈 좌석이 없다. 할머니 앞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은 학생이 뭔가를 펴들고 열심히 읽고 있다. 그녀는 금방 학생의 이기주의에 기가 막혀서 울분을 터트린다. "뭐예요? 당신은 젊은 학생이면서 이 무거운 짐을 가진 노인이 안 보여요. 빨리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하세요." 그러나 뜻밖에도 할머니 쪽에서 반박했다. "그만두시오. 나는 아직 노인이 아니고, 첫째로 이 짐은 솜이에요." 차 안의 모든 손님은 웃음을 터트린다.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쓴 '마음껏 참견을 할 것'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여성처럼 누구나 따끔한 충고를 해 주고 싶을 때가 있으리라. 그러나 그녀가 가벼운 솜을 무거운 짐으로 잘못 알아 남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한 결과를 낳았듯이, 충고자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충고를 하려고 할 때 우리 대부분은 상대편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런데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이 말하더라도 듣는 이의 성품에 따라 충고를 고맙게 들을 수도, 불쾌하게 들을 수도 있으니 충고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여러분에게 도박에 빠져 있거나 외도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고 가정하자. 여러분은 따끔한 충고를 해야 한다고 보는가, 따끔한 충고를 삼가야 한다고 보는가? 이에 대해 갑과 을 두 사람의 의견을 들어 보자. 충고를 해야 한다고 보는 갑은 이렇게 말한다. "만약 친구가 가서는 안 될 길로 가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충고를 하지 않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도박에 빠진 친구는 멈추지 않으면 재산을 탕진할지 모릅니다. 외도를 하고 있는 친구는 멈추지 않으면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를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방관하고 있어야 한단 말입니까? 충고가 필요 없을 만큼 완전한 사람은 없으며, 충고가 필요한 이에게 충고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습니다. 친구와의 사이가 나빠지고 본인이 인심을 잃더라도 방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충고를 하는 것이 참다운 친구입니다"라고.



충고를 삼가야 한다고 보는 을은 이렇게 말한다. "도박에 빠지거나 외도를 하는 이들은 본인이 떳떳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음을 알지만 그 유혹의 힘이 너무 세서 중단할 수 없는 겁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도박을 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고, 외도를 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는 겁니다. 그것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오거나 스스로 깨달은 바가 있어야 끝낼 수 있을 뿐, 누구의 충고도 먹혀들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충고를 환영하는 사람은 드물어서, 성과 없이 친구의 기분만 상하게 만들기 십상이니 충고를 삼가야 합니다"라고.



이번에는 나의 의견을 말하련다. 예전엔 갑의 의견과 같았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도박이나 외도뿐만 아니라 어떤 일로도 당사자가 충고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아니면 친구 간에 따끔한 충고를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충고가 친구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두 사람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한 사람의 안팎을 속속들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넷째, 친구의 안팎을 속속들이 안다고 해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시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인간은 대체로 남의 충고에 따르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친구에게 충고를 할 게 아니라 친구에 대한 이해심을 갖는 게 좋을 듯싶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충고를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 올해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2023 꼰대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꼰대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특징으로 '굳이 안 해도 될 조언이나 충고를 한다'가 1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조언이나 충고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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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종이 신문에는 내일 날짜로 게재됩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121501000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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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올린 글을 끝으로 24개월간의 칼럼 연재가 끝납니다. 

그동안 저를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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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2-14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여섯 가지로 정리된 이유가 매우 설득력 있습니다 ... 편안한 저녁 되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3-12-14 20:57   좋아요 1 | URL
서곡 님, 감사합니다.
이런 인사를 받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 듯합니다. 칼럼 연재가 오늘의 글로 끝나니까 말이죠.
앞으로는 독서와 리뷰 쓰기, 로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입니다.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서곡 2023-12-14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원섭섭 감개무량하시겠습니다 그간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페크pek0501 2023-12-14 21:08   좋아요 1 | URL
저로선 좋은 경험이었어요. 많이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고, 글을 계속 쓰려면 앞으로 깊은 공부가 필요함을 느꼈답니다. 감사합니다.^^

희선 2023-12-15 0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한테 뭔가 말하는 건 많이 생각해야겠네요 아니 안 하는 게 더 나을 듯합니다 다른 사람한테 뭔가 말해도 그걸 따르는 사람보다 따르지 않는 사람이 더 많으니... 자신이 잘못한 거나 잘못된 길로 가는 건 스스로 깨달아야죠 자신한테 따끔한 말 해주는 거 좋아하는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사람 많지는 않겠습니다

페크 님 그동안 글 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 글을 쓰셔서 홀가분하면서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겠네요 쓰던 곳은 아닐지라도 글을 아주 못 쓰는 건 아니니 앞으로도 쓰고 싶은 게 있으면 쓰시기 바랍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12-15 22:57   좋아요 1 | URL
충고는 해 주고 싶을 때가 있고 누가 충고하면 듣기는 싫고 그럴 것 같네요. 충고를 고맙게 받아들이면 다행이지만
잘못하면 사이가 나빠질 수 있으니 신중할 일이에요.
1년만 연재하려던 게 1년 연장 제의를 받고 욕심이 나서 2년동안 하게 됐어요. 근데 더 이상 못하겠더라고요.
다른 신문에 쓰는 것도 좋겠지만 저는 경인일보가 좋아요. 내년은 쉬겠지만 아마 또 쓰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1~2년은 쉴 생각입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새파랑 2023-12-15 0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24개월이 흘렀군요. 처음에 연재하신다고 좋아하시던게 생각나는데 시간이 참 빠른거 같습니다 ㅜㅜ

충고는 참 어려운거 같아요~ 내가 듣기는 싫은데 내가 하고는 싶은? ㅋㅋ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페크pek0501 2023-12-15 22:59   좋아요 2 | URL
시간이 정말 빠르죠? 그런 말 있잖아요. 하루는 길고 1년은 짧다. 이틀은 길고 2년은 짧은 것 같습니다.
맞아요. 나는 듣기 싫은데 하고 싶은 충고!!!
새파랑 님, 고맙습니다.^^

그레이스 2023-12-15 08: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충고 안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에 찬성입니다.

페크님 24개월 동안 수고 많으셨네요.
귀한 시간들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페크pek0501 2023-12-15 23:00   좋아요 2 | URL
저도 충고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ㅋㅋ
저에겐 연재가 좋은 경험의 시간이었어요. 자기 능력의 한계에 부딪힌 순간도 많이 경험했고요.
그레이스 님,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3-12-15 0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년이란 세월동안 칼럼을 쓰는게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다는 말 드리고 싶어요
그동야 수고 많으셨어요.

페크pek0501 2023-12-15 23:01   좋아요 3 | URL
4주 1회도 힘든데 1주 1회로 쓰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칼럼 글감 구하기에서 해방된 기쁨이 있습니다. 매달 숙제를 매달고 살다가 해방되었으니...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yamoo 2023-12-15 0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동안 양질의 글을 써주시는라..^^
2년은 정말 긴 시간인데, 페크 님의 도전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일취월장 하셔서 다음에는 단행본으로 만나뵙기 기대합니다!

페크pek0501 2023-12-15 23:03   좋아요 1 | URL
보다 좋은 글을 써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에요.
정말 저로선 도전이었어요. 연재 덕분에 책 반 권 분량의 글을 썼습니다.ㅋㅋ
야무 님, 고맙습니다.^^

cyrus 2023-12-15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했습니다. 페크님의 글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지면이 또 생길 거라 믿습니다. 내년에도 건필하세요. ^^

페크pek0501 2023-12-15 23:04   좋아요 1 | URL
글이 빛을 발한다는 표현, 참 좋네요. cyrus 님, 고맙습니다. 님도 건필하십시오.^^

stella.K 2023-12-15 2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시마 유키오의 예는 정말 웃겨요. ㅎㅎ
근데 이 자리 양보가 참 어렵더군요.
얼마 전, 사람 많은 버스를 타게 됐는데 전 그저 빈 자리가 없나 둘러 봤을 뿐인데
어느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자리를 양보해서 좀 민망했어요. 금방 내릴 거라서 슬쩍 일어나는 거면
좋은데 그것도 아니고 바로 제 옆에 서서 가길래 어찌나 민망하던지.ㅋㅋ
근데 충고에 대해선 저도 언니의 생각에 기본적으로 동감이긴 한데 그래도 전 제 친구가 도박이나 외도를 한다면
충고를 할 것 같아요. 그건 윤리와 도덕의 문제고 나중에 왜 나한테 따끔하게 야단쳐 주지 않았냐고
친구 맞냐고 원망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친구가 좋은 삶을 살 길 바란다면
때론 담대하게 말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 그러면 그 친구가 나중에 어떤 삶을 살지 너무 보이잖아요.
그런 거 외에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면 그냥 지켜봐 줘야죠.ㅋ

24개월 쉽지 않죠. 수고 많으셨어요. 아쉬운 마음은 접으시고 자유를 만끽하시길.^^ .

페크pek0501 2023-12-15 23:09   좋아요 2 | URL
웃긴 이야기를 스텔라 님이 언급해 주시네요. 저는 저 이야기를 책에서 보고 막 웃었습니다. 작가가 소설을 쓸 때는 진지한데 - 금각사에서 보듯이 - 에세이는 정말 웃깁니다. 알라딘에 딱 맞는 책이 없어 못 넣었어요. 오래된 책이어서 그런가 봐요.
그래서 저는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양보할 때 내리는 척하고 다른 문 앞으로 가 서 있어요.ㅋ
스텔라 님의 의견도 일리 있어요. 친구를 위해 충고하는 게 좋다는 의견, 나올 법합니다. 칼럼의 특징 상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하는지라 저는 안 하는 쪽을 택해 썼어요.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잘 안 고쳐지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요. 충고를 수렴할 사람은 스스로 상의를 해 와요. 그럴 땐 솔직히 말해 줄 수 있겠지요.

어느 새 24개월이 흘렀을까요? 저도 너무 시간이 빠른 것 같아 놀랍기도 하답니다.
아쉬움보단 자유로움을 느낀답니다. 스텔라 님, 긴 댓글 고맙습니다.^^

2023-12-15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5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3-12-15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4개월 동안의 여정을 마무리하셨군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페크님.^^
처음 도입부 글을 읽다가 기억이 떠올랐어요. 일본여행 때 전철 안에서 양보할라치면 사양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노인의 대국 답게 정말 건강하고 허리도 꼿꼿하시고요. 미시마 유키오의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 있었다니
읽고 싶어지네요.
오랫동안 글을 연재하셨으니 다른 곳에서 또 연락이 오지 않을까요? ㅎ
아무튼 시원섭섭하실 것 같습니다. 할 일이 없는 것 같은 자유도 맛보시길요.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12-16 12:21   좋아요 2 | URL
24개월 동안 두 번의 공포를 경험했어요. 마감날은 다가오는데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서요. 어찌나 무섭던지 이젠 더 하라고 해도 못하겠더라고요. 또 연재를 하더라도 1~2년간의 재충전 시간을 가진 후에나 가능할 듯요.
제가 더 유능했더라면 더 연재를 할 수 있는 건데...ㅋㅋ 이 부분은 좀 아쉬워요.
벌써 연말 인사를 나눌 시간이 왔군요. 이달 중순이 넘었으니까요.
모나리자 님도 행복한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2023-12-15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6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6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6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6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6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6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7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6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7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감 2023-12-16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마지막 칼럼 기고네요. 고생한 만큼 성장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
곧 연말인데 당분간 푹 쉬세요.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23-12-17 10:55   좋아요 1 | URL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이죠. 망신당할까 봐 최선을 다해 쓰긴 했어요. 내가 이렇게 집중형 노력파인가, 처음 알았어요. 자신 없는 일을 벌여 놓으면 인간은 노력하게 되어 있나 봅니다.
당분간 쉴 생각이에요. 쉬면서 책이나 읽으며... 맛있는 거 많이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결혼한 해인 1988년에 시어머니는 55세였다. 그해 시어머니의 생일날이 되었을 때, 나는 백화점에서 미리 사 놓은 옷을 생일 선물로 드렸다. 할머니가 입을 법한 디자인의 흰 스웨터였다. 시어머니는 그 옷을 반기지 않는 눈치였다. 시누이가 옆에서, 이건 할머니들이 입는 옷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시어머니는 할머니가 아니니 옷을 잘못 샀다는 뜻이었다. 그 뜻을 이해할 수가 없어 나도 모르게 "어머님이 할머니시잖아요"라고 말해 버렸다. 해선 안 될 말이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어린 외손자가 있어서인지 내 눈엔 영락없이 노인이었다. 아니 20대 며느리였던 나의 눈에는 50대들이 다 늙어 보였으리라. 시어머니는 노인 옷이라며 흰 스웨터를 장롱 깊숙이 넣어 두셨다.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죄송할 따름이다. 50대라도 마음은 젊다는 것을 몰랐다. 노인 취급을 받는 게 기분 나쁘다는 것도 몰랐다. 난 철부지 새색시였다.



그로부터 35년이 흘렀다. 35년 전의 시어머니보다 나이가 더 많은 나는 나를 노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외모가 젊어진 것도 이유이지만, 그것보다 예전의 시어머니처럼 마음이 젊은 것이 더 큰 이유겠다. 난 청바지를 즐겨 입고 운동화를 즐겨 신고 발레를 배우러 다니며 젊게 산다.



몇 년째 발레 학원에서 발레를 즐겁게 배우고 있다. 발레를 하면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 건강에 이롭고 몸매 관리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발레를 하는 동안 내 나이를 잊고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나이가 더 들면 몸이 따라 주지 않아 발레를 하지 못할 것 같아서 발레를 하는 시간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발레 선생이 나에게 스트레칭 자세가 많이 좋아졌다며 칭찬해 준 날이 있었다. 집에 와서 20대 작은딸에게 발레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다고 하니 "그건 엄마가 발레 학원을 오래 다니게 하기 위한 립서비스야"라고 말을 해서 웃음이 나왔다. 내가 잘해서 칭찬을 받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딸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이럴 땐 내가 딸의 보호자가 아니라 딸이 나의 보호자 같다. 상황의 반전이다.



길을 가다가 아장아장 걷는 아이와 손을 잡고 가는 여성을 보면 부럽다. 귀여운 아이와 함께 있는 아이 엄마가 부러운 것이다. '저럴 때가 행복한 건데 본인은 모르겠지'하고 짐작한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울 땐 행복한 줄 몰랐으니까. 육아로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딸만 둘인 나는 두 애가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놀고 땀을 흘리며 들어오면,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긴 머리를 드라이어로 말려 주었다. 육아와 집안일을 하면서 과외 교사로 일하느라 바쁠 때여서, 난 아이들 키우는 재미를 몰랐고 하루하루가 힘들게 느껴졌다. 그 시절로 단 하루만이라도 돌아가서 아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던가.



당시 밤 11시가 넘어 아이들과 남편이 다 잠들고 나면 조용한 시간이 너무 좋아 30분쯤 거실에 홀로 우두커니 앉아 있기도 했다. 잠이 와서 하품이 나왔지만 그 조용하고 자유로운 나만의 시간이 아까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느 해 남편이 생일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집에 나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 달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남편이 쉬는 날 남편에게 애들을 맡기고 친구를 만나러 나가려면 따라나서는 애들 때문에 애를 먹었다. 난 '오늘 하루만이라도 애들 없이 자유롭고 싶다'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현재 나는 어떠한가? 내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같이 보자고 하면 애들은 스마트폰을 보느라 각자 자기 방에 박혀 거실로 나오질 않는다. 과거엔 내가 혼자 있고 싶어 했고 애들은 나와 함께 있고 싶어 했는데, 이젠 정반대로 애들이 혼자 있고 싶어 하고 나는 애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한다. 상황의 반전이다. 요즘 내가 연로한 친정어머니를 보살펴 드리고 있는데, 언젠가는 내가 아이들의 보살핌을 받게 될 것이다. 인생길에 상황의 반전이 있음은 겸손을 배우게 한다.




.......................................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종이 신문에는 내일 날짜로 게재됩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1116010003502




인용한 책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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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3-11-16 2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공감했다가,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했다가 그러고 있네요.
진짜 예측불허의 인생길 입니다. 저도 페크님처럼 멋지게 세월을 맞이할래요^^
어느덧 다음 달이 마지막 칼럼 기고군요. 그간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서재에 좀 더 자주 오시기를 ㅎㅎ

페크pek0501 2023-11-17 13:00   좋아요 1 | URL
인생은 예측불허에다가 반전이 있으니 누구의 흉도 보면 안 될 같습니다. 똑같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거든요.
저처럼 멋지게 세월을 맞이하시겠다고요? 무슨 말쌈을...ㅋㅋ 건강을 위해 처음엔 헬스클럽을 다녔는데 어찌나 시간이 안 가던지 그만두었죠. 어느 날 동네 산책을 하는데 무용 학원이 눈에 띄는 거예요. 아, 무용을 해 보자, 그랬지요. 그래서 현대무용을 배우다가 발레를 배우게 됐어요. 발레를 하면 시간도 잘 가고 땀도 많이 흘려 좋습니다.
연재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내년부터는 물감 님처럼 이달의 당선작,에 뽑히기 위해 노력하며 살꼬예요ㅋ

꼬마요정 2023-11-17 0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 역시 멋진 글을 쓰실 줄 알았습니다!! 걱정하시더니 반전이네요 ㅎㅎㅎ
발레 선생님이 하신 말씀 립서비스만은 아닐 거예요. 꾸준히 발레 하셨으니 당연히 자세가 좋아지시지 않았을까요? 발레 선생님도 뿌듯하고, 페크 님도 뿌듯하고 너무 좋아요^^ 페크 님 글이 우아하다고 느꼈는데 발레를 하셔서 그런가 싶네요.
시간이 정처없이 흐릅니다. 벌써 다음 달이 마지막이시군요. 고생많으셨어요^^

페크pek0501 2023-11-17 13:02   좋아요 2 | URL
반전!, 이라니 그 표현이 반전이십니다.
립서비스도 약간 있고 격려의 뜻도 있지 않을까요.
하하~~ 우아함과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그래서 발레가 재밌어요. 이색적이라고나 할까요..ㅋㅋ
벌써 새해 달력이 나왔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3-11-17 0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너무 좋아요....

흰 스웨터에 그런 깊은 사연이.

페크pek0501 2023-11-17 13:04   좋아요 1 | URL
하필 발레 이야기를 넣은 이유는, 55세밖에 안 된 시어머니에게는 노인 취급을 하고는 정작 자신은 더 나이가 많으면서 젊은 여성들이 많이 배우는 발레를 하잖아요. 발레는 이 글에서 젊음의 상징, 인 셈입니다.
이 글의 주제는 상황의 반전으로 배우는 겸손, 이 될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호시우행 2023-11-17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들면 늙어지는 대로..... 너무 애쓰지 마세요.ㅎㅎ

페크pek0501 2023-11-17 13:05   좋아요 0 | URL
오! 애쓰는 걸로 보이셨군요. 오해십니다. 발레를 하면서 저 나름 즐기는 겁니다.
외모가 젊어지려면 얼굴 마사지 받으러 다녀야 하는 건데 그건 귀찮아서 딸이 쿠폰 끊어 주겠다고 해도 사양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새파랑 2023-11-17 1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그때 그때의 재미가 있는거 같아요. 지나고 보면 다 아쉽고. 언제나 반전의 반전이고~ 겸손을 배우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11-17 13:07   좋아요 2 | URL
저도 상황의 반전으로 배우는 겸손, 을 잊지 않겠습니다.
오늘 발레 하고 나오다 보니 눈이 조금 아주 코딱지만큼 내리더라고요, 가족 톡에 첫눈 온다, 고 보냈는데
마트 들렀다가 나오니 안 오네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호시우행 2023-11-17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저도 88년 3월초에 늦장가간 칠십대노인이거든요.

페크pek0501 2023-11-17 14:39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그 행운의 88년도의 동기생이네요. 반갑습니당~~.
블로그의 좋은 점은 나이와 상관 없이 동료처럼 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호시우행 님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자주 뵙기를...^^

2023-11-17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7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3-11-17 2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오늘 글 정말 좋은데요? 이 글이야 말로 반전입니다. ㅎㅎ
역시 밤이 주는 매력이 있죠.
저도 하루를 마치고 자리 펴 놓고 TV 보는 시간이 젤 좋더라구요.
하루 중 혼자 누리는 30분. 아마도 그것이 언니를 건강하게 살게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페크pek0501 2023-11-18 10:34   좋아요 2 | URL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해요. 저 글을 쓰기 전에 글감을 못 찾아 긴 시간을 헤맸었기 때문에 글감이 떠오르자마자 단숨에 초고를 썼어요. 그리고 휴~ 살았다, 그랬죠. 펑크 낼까 봐 걱정이었거든요. 저는 프로가 되려면 한참 멀었어요. 공부가 많이 필요함을 절감해요.
스텔라 님의 말이 맞아요. 힐링 시간인 셈이죠. 하루를 마치고 누워 있는 시간이 저도 제일 좋아요!!!

2023-11-19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0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9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0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11-19 2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시간이 지나면서 체감하는 것들은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이전의 세대와 지금 세대의 나이에 대한 생각도 건강이나 외모도 많이 다를 것 같고요. 하루에 약간의 시간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은 꼭 필요해요. 아무 생각하지 않는 시간도요. 전에는 그런 게 필요하다는 걸 몰랐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네요.
이번주 많이 춥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11-20 09:54   좋아요 2 | URL
시간에 따라 많이 달라져 보이죠. 요즘은 노인들이 젊게 사셔서 아마 제가 샀던 흰 스웨터를 아무도 입지 않을 것 같네요. 우리 외할머니가 그런 옷을 입으신 적 있어 그땐 그런 옷을 사야 되는지 알았어요.
요즘 좋은 점은 혼자 자유로운 시간이 있다는 거예요.
오늘도 추운지 모르겠네요. 아파트에 사니 밖의 날씨를 잘 모르겠어요. 추운 겨울이지만 마음은 따뜻하게 보내셔요.^^

희선 2023-11-20 0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지나고 나서야 그때가 좋았다는 걸 알기도 하네요 그러면 지금 또한 좋은 거겠습니다 발레 오래 하셔서 칭찬 받으신 걸 거예요 꼭 발레 학원에 오래 다니기를 바라고 한 말은 아닐 겁니다 좋은 말은 좋은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지요 이제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기면 괜찮겠습니다

페크 님 발레 오래 하셔서 몸뿐 아니라 마음도 건강하실 겁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11-20 09:59   좋아요 1 | URL
지나고 나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당시엔 소원이 나 혼자 하루를 보내는 거였어요.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러면서 애들을 키울 것 같네요.
그러니까 ‘현재를 즐겨라‘가 되겠습니다. 발레 자세에 대한 칭찬은 기분 좋았어요. 칭찬보다 지적이 많은 발레 시간이거든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다가 저의 친정어머니 정도의 나이에 이르면 자식이 찾아와 주면 반가워 하지요.
솔직히 암 같은 큰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다면 발레의 즐거움을 기꺼이 포기하죠. 하하~~ 건강을 위해 뭐든 운동해야 하잖아요. 헬스클럽은 재밌없고 그 대안이 저에겐 발레였답니다. 발레는 의외로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이라 좋습니다. 희선 님도 건강한 겨울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3-11-20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쓰셔서 제출하셨군요.ㅎ 시작이 반이라니까요.
맞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아이들 손잡고 걸어가는 엄마들 보면 그런 생각 자주 했어요. 그때가 제일 행복할 때인데 아마 모를 걸, 하고 아이들을 보면 우리 얘들도 저때가 있었는데 더 안아주고 놀아주지 못한 게 후회되더라구요. 되돌릴 수 없는 게 시간이라 더욱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 나가서 걷는 게 꾀가 나기 시작하네요. 다시 홈트 요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ㅎ
따뜻하게 꿀잠 주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11-21 12:48   좋아요 0 | URL
펑크를 면해서 다행이었어요.ㅋㅋ
아이 키워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다 공감할 듯해요. 혼자만의 달콤한 시간도요.
저 역시 집콕이 가장 좋아요. 다음달에 건강검진 해야 하는데 늘 의사로부터 듣는 얘기는 운동 시간을 늘려라, 예요. 저혈압이었는데 조금씩 오르고 다른 것도 예를 들면 몸에 좋지 않은 콜레스테롤 수치도 조금씩 오르고요. 게다가 친정어머니가 당뇨병 있어서 가족력 때문에 제가 운동 많이 해야 하는데, 운동하면 기분 좋아지는 건 의학적으로도 증명이 되는 일인데 그러나 우리는 운동이 귀찮잖아요. 막상 나가면 괜찮은데 나가기까지 귀찮은 마음이죠. 요즘 TV 보면서 실내자건거 타는데 30분이 길어서 20분으로 줄임. 실내자전거 추천! 좋은 날 보내세요.
 




만약 당신이 직장 동료의 중요한 비밀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것을 다른 동료들에게 말할 것인가? 당신이 배려심이 깊다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는 사람으로서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그런데 남의 비밀을 오히려 들추는 데 혈안이 된 인물이 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 나오는 빅튀르니앵 부인이다. 그녀는 공장에서 일하는 팡틴이라는 여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는다. 빅튀르니앵 부인은 쉰여섯 살로 추녀이고, 팡틴은 젊고 아름다워서 주위에 시기하는 여자가 많다. 사람들은 팡틴이 다달이 몽페르메유의 여인숙으로 편지를 써 보내는 것을 알았고, 팡틴에게 어린애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를 수상히 여긴 빅튀르니앵 부인은 팡틴에게 어떤 비밀이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 자기 돈을 들여 멀리 있는 몽페르메유에 다녀오기까지 한다. 



그 결과 빅튀르니앵 부인은 팡틴이 그곳의 여인숙 주인 부부에게 딸아이를 맡기고 양육비를 부치고 있는 미혼모라는 것을 알아냈고, 이 사실을 발설하며 즐거워한다. “35프랑이나 들여서 다 알아냈지요. 어린애도 봤어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팡틴은 유일한 피붙이인 딸아이와 함께 살고 싶지만 양육비를 벌어야 했으므로 떨어져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여운 인생을 사는 팡틴에게 연민을 느끼기는커녕 ‘타인의 불행은 나의 기쁨’이라도 되는 듯 그녀는 신바람이 난다. 



인간에게는 타인의 불행에 대해 동정하는 마음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남의 불행은 꿀맛이다’라는 일본 속담과 같이 남의 불행에 쾌재를 부르는 심보가 있기도 하다.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를 느끼는 것이다. 샤덴프로이데는 남의 불행을 고소해한다는 뜻을 가진 독일어다. 리처드 H. 스미스가 쓴 ‘쌤통의 심리학’(이영아 옮김)에서는 샤덴프로이데를 ‘쌤통 심리’로 번역했다. ‘쌤통의 심리학’은 부제가 말해 주듯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은밀한 본성에 관하여’ 쓴 책이다. 이 책에서 읽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사람은 남의 성공을 시기하는 사람과 똑같다. 즉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자는 시기심과 질투심이 많은 자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우리가 간절히 원하지만 갖지 못한 것을 누리는 사람을 질투한다. 예를 들면 ‘레 미제라블’ 속에 나오는 빅튀르니앵 부인은 본인이 갖지 못한 미모를 가진 팡틴을 질투할 가능성이 높다. 질투심에 사로잡히면 동정이나 연민을 느끼지 못하고 샤덴프로이데를 느낀다.

 


우리는 누가 가장 부러운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하거나 활동 영역이 같은 사람들 중에서 자기보다 앞서 있는 자를 부러워한다. 그래서 정치인은 자기보다 더 출세한 정치인을 부러워하고, 노숙인은 자기보다 더 편한 잠자리를 확보한 노숙인을 부러워한다. 부러움은 시기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누구나 가까운 친구나 형제에게 시기심을 느낀 적이 있으리라. 오죽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한국 속담이 있겠는가. 시기심은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는 데서 생기는 고통의 씨앗이다. 인간은 누구나 시기심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시기심이 많으면 행복한 삶과 멀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기심을 갖느냐, 갖지 않느냐 그 선택권은 본인에게 있다고 나는 믿는다. 



당신은 시기심이 많아 친구가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괴로운가? 그렇다면 시기심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한다. 첫째, 성공한 친구의 인생에서 일부만 보지 말고 전체를 보라. 그 누구도 행복의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출 수는 없기에 그 친구에게도 행복을 방해하는 요인이 있을 테니까. 둘째, 성공한 친구를 당신의 롤모델로 삼아라. 당신 주위에 롤모델이 있다는 것은 행운일 수 있다. 셋째, 당신이 큰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라. 시기심이 얼마나 하찮은 감정인지 깨닫게 된다. 넷째, 당신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라. 그러면 당신은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종이 신문에는 내일 날짜로 게재됩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1019010003388


 


 

(이 글과 관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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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0-19 2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란 이런 심리가 바로 갑질의 원인이 되기도 할 듯해요. 잘 읽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3-10-20 16:55   좋아요 0 | URL
그래도 가난한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티브이에 나오면 연민 생기잖아요. 사람이 나쁜 면만 있는 건아닌 거죠.
호시우행 님,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yamoo 2023-10-20 09: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속한 조직은 직장동료의 비밀이란 게 없어요. 그냥 바로바로 소문이 납니다.
예컨대 제가 자격증 셤을 3개월에 합격하면...다음날에 저는 천재로 소문납니다...ㅎㅎ
말이 전해지는 단계에 따라 a라는 사실은 e를 넘어 f까지 가죠. 이런 문화가 극혐이긴 합니다만...사람 소문 얘기만큼 재밌는 것도 없더라구요..

근데 뷔트르니엥 부인과 같은 사람들은 정말 없어져야할 암적인 존재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죠. 정말 극혐입니다..

쌤통의 심리학...저도 갖고 있는데 아직 읽지를 못했죠. 내 정적의 불행은 정말 제게 기분이 좋죠. 그보다 행복할 수는 없을 듯해요..^^;;

페크pek0501 2023-10-20 16:58   좋아요 1 | URL
천재 소문은 반갑겠습니다. 흥미로운 소문엔 귀에 쫑긋 서죠. 하지만 불행한 사람에 대한 건 반갑지 않을 것 같아요.
야무 님은 안 갖고 있는 책이 없는 것 같아요. 책 부자십니다. 미움의 대상에게 쌤통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인간은 거기서 거기인 듯합니다.^^

서니데이 2023-10-20 1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라면, 처음부터 듣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꼭 알아야 할 일이 아닌데다, 듣고 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지도 않아서요.
샤덴프로이데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단어가 있는 걸 보면, 문화가 다른 지역에서도 없는 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페크님, 날씨가 많이 차가워진다고 해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금요일 되세요.^^


페크pek0501 2023-10-20 16:59   좋아요 1 | URL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속담이 있는 걸 보면 인간은 다 비슷한 모양이에요.
오늘 날씨가 쌀쌀해요. 이제 단풍 든 나무들을 보게 될 것 같아요.
아, 그러고 보니 오늘 금욜이네요. 불타는 금욜을 보낼 이들이 있겠네요. 좋은 금욜 보내세요.^^

서곡 2023-10-20 1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사의 삽화가 리얼합니다 ㅎㅎ 남은 이 달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3-10-20 17:01   좋아요 1 | URL
저도 저 그림 보고 재밌었어요. 글 내용을 아침에 보고 그날에 그리는 거랍니다. 순발력 대단하죠?
서곡 님도 10월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모나리자 2023-10-20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서곡님 말씀대로 기사의 삽화가 너무나 표현을 잘 하고 있네요.ㅎ
일본 속담에 저런 말이 있는 것은 처음 알았어요.ㅎㅎ 시기 질투 누구나 한번 쯤 안해본 사람은
없겠지요.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내것이 되는 게 아닌데도 말이지요.
우리는 성공한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역경을 헤쳐왔는지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성공도 부도 그 대상을 감탄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나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해야 운이 열린다고 합니다.
시기와 질투는 패배자의 마음이라고 했어요.
추워진 날씨에 감기조심하시고 따뜻한 오후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10-20 17:04   좋아요 2 | URL
이번 삽화, 맘에 듭니다.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일본 속담은 쌤통의 심리학, 책에 나와 있답니다. 읽자마자 메모해 두었죠. 나라마다 그런 속담이 있다는 게 흥미롭잖아요.
맞아요. 누군가의 불행으로 자신이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선수들 보면,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겠나 짐작되잖아요. 성공한 이들을 볼 때도 똑같이 그런 시각으로 봐야겠지요.
준비된 자에게만 운이 온다는 것. ㅋㅋ
이제 뜨거운 국물이 좋아지는 계절에 왔네요. 마음 따뜻한 가을이 되시길 바랍니다.^^

stella.K 2023-10-20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위에 제가 질투할만한 사람이 좀 있어봤으면 좋겠어요.
정말 경기가 안 좋은지 주위에 좋은 소식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그냥 다행이다 싶어도 감지덕지이지인 사람만...
오히려 나한테 못되게 구는 사람이 안 좋은 일을 당했다고 하면 그건 샘통이라고 생각하죠.
안 그렇습니까? ㅋ

페크pek0501 2023-10-21 15:34   좋아요 1 | URL
내 말이 그 말이에요. 좀 잘 나가는 사람들이 있어 좋은 인맥을 형성하고 싶어요.
변호사, 의사, 교수, 정치인. 이런 사람들을 친구나 선배로 알고 지내면 마음 든든하고 폼나잖아요. 애들한테도 자랑할 수 있고요. 이것도 허영심인지 모르지만...ㅋ 시기할 게 뭐 있나요...
내게 상처 준 사람이 똑같이 상처 받는 일이 생기면 깨소금 맛이죠. 인지상정.ㅋ

희선 2023-10-22 0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의 불행을 꿀맛으로 생각하기도 하다니... 그건 좀 안 좋네요 자신이라도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닐 텐데... 다른 사람한테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함께 슬퍼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게 더 좋죠

다른 사람 비밀도 여러 사람한테 말해서 좋을 건 없을 것 같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10-22 10:23   좋아요 1 | URL
꿀맛이라니까 좀 충격이죠?
시기심이라기보다는, 남의 잘 되었을 때 ‘나는 뭐지?‘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가라앉는 정도는 있을 수 있겠어요.
우리는 나쁜 마음으로 살지 맙시다.
날씨가 쌀쌀해졌어요. 폭염에 시달렸던 날들을 떠올리며 오늘 좋은 날 보내십시오.^^

2023-10-22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23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감 2023-10-25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수일 땐 직장인이 부럽고, 직장 다닐 땐 백수가 부럽습니다. 이것은 남의 불행을 알지 못하고 하는 소리일까요? 칼럼니스트의 시선이 궁금합니다😀

페크pek0501 2023-10-27 13:16   좋아요 1 | URL
직장인과 비직장인의 생활 영역에서 자기가 갖지 못한 점을 부러워하는 심리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남의 떡이 커보이는 거죠. 인간은 자기가 누리는 편안함보다 결핍된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요.
기분 나빴던 일이 머릿속에서 잘 지워지지 않잖아요. 기분 좋았던 일은 잘 잊혀지고요.
저 나름의 생각으로 써 봤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은빛 2023-10-31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말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라는 말이 질투와 시기심을 표현하죠.
그런데 이 말에는 다른 뜻이 숨어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과거에는 씨족 공동체가 함께 품앗이를 하며 농사를 지었는데,
농사를 짓기 위해서 인변을 비료로 사용하는 것이 거의 필수였죠.
품앗이는 노동의 품앗이도 있지만, 비료를 만들기 위한 인변도 품앗이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사촌이 땅을 사면 더 많은 인변을 생산하기 위해 배가 아파야 한다는 뜻이라고.
이게 얼마나 정확한 이야기인지는 검증해보지 않았지만,
얼핏 듣기에는 그럴듯해 보이더라구요.

저는 최근에 갑자기 외모에 대한 생각을 좀 했어요.
제가 사람들 앞에서 발표나 토론을 하거나, 행사를 진행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연설을 하거나, 피켓을 들고 메세지를 전하는 일도 많구요.
이럴 때에 제 외모가 지금보다 좀 더 보기 좋은, 그러니까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얼굴이었다면,
내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지 않을까
블랙핑크가 기후위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어떤 간절한 꼭 필요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할 때, 평범한 외모의 아저씨가 말하는 것 보다는
잘 생기고 이쁜 사람이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저는 이미 이렇게 못생긴 외모로 태어났고,
성형수술 같은 건 할 돈도 없지만, 하고 싶지도 않고. 뭐 그러네요.
그저 잘 생기고 이쁜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페크pek0501 2023-11-02 19:11   좋아요 0 | URL
사촌이 땅을 사면~~ 그 얘기 일리가 있네요. 그게 원조인지도 모르겠네요.ㅋ
감은빛 님의 외모는 준수하실 것 같은데요...느낌상...
저도 요즘 외모 생각을 합니다. 나이가 드니 얼굴이 후져지더군요. 사진을 찍어도 잘 나오질 않아요. 신문사에서 정면으로 찍은 사진이 있으면 보내 달라고 했는데 여러 번 찍어도 보낼 게 없더군요. 다 후지게 나오는 거예요.
외모는 노력으로 안 되잖아요. 성형수술은 겁나서 못하겠고요. 재능도, 돈도 열심히 한 만큼 성과가 있는데 생각해 보니 외모는 노력으로 안 되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 태어나면 예쁜 외모로 태어나는 걸 1순위로 선택하고 싶어요. 선택할 수 있다면요. 다른 건 노력으로 채워보고요. 하핫... 제가 쓰고도 웃음이 나네요.
재밌는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부유하지만 근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검은 수사'에 나오는 예고르 세묘니치다. 그는 크고 아름다운 정원을 갖고 있다. 나이 든 그는 집에 놀러온 젊은 코브린에게 정원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지금 자네가 보고 있는 이런 모습은 나 없이는 단 한 달도 유지되지 못할 걸세. 이 정원이 성공을 거둔 까닭은 엄청나게 크고 일꾼이 많아서가 아니라네. 성공의 진짜 비밀은 내가 이 일을 사랑한다는 데 있단 말일세"라고. 그리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접붙이기도 하고 가지치기도 하고 묘목도 심고 모든 걸 자기가 한다면서, "내가 죽으면 누가 그걸 다 돌볼까? 누가 일을 할까?"하고 걱정을 한다.



미셸 드 몽테뉴의 책 '에세'에는 돈을 갖게 된 때 근심을 가졌던 이야기가 나온다. 여행을 갈 때면 돈 가방 때문에 짐꾼들이 믿을 만한지 걱정되고, 돈 가방이 눈앞에 없으면 안심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돈궤를 집에 두고 오면 항상 그쪽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며, 돈을 버는 것보다 돈을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고 몽테뉴는 썼다.



우리 주위에도 부유하나 행복해 보이지 않는 이가 얼마든지 있다. 내가 지인한테서 들은 70대 할머니는 여러 가구가 세 들어 살고 있는 다세대 주택을 갖고 있었다. 계약보증금은 싸지만 월세가 비쌌기에 짭짤하게 재미를 보았다. 그런데 경기가 침체되면서 월세를 몇 달 내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세입자들과 다툼이 일어나 속을 끓이는 일이 잦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돌연사했다. 소문에 따르면 노인은 젊은 시절부터 악착같이 돈을 모아 몇 년 전 건물을 샀다. 건물을 산 뒤에도 구두쇠였던 노인은 비싼 음식을 사 먹지 않았고, 비싼 옷을 사 입지 않았다. 그는 어쩌면 돈의 노예로 살다가 생을 마감한 불행한 사람이었는지 모른다.


 

위의 세 가지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재물은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고 마음에 그늘이 지게 만들기도 한다. 부자일수록 근심은 더 많다는 속담이 있다. 부자는 아무 근심도 없는 것 같지만 그 생활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가난한 사람보다도 더 근심거리가 많다는 뜻이다. 재물을 잃은 것은 작은 것을 잃은 것이고 벗을 잃은 것은 큰 것을 잃은 것이라는 속담도 있다. 훌륭한 벗은 그 어떤 재물과도 비길 수 없는 존재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재물이 크게 중요하지 않음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빈자로 사는 것보다 부자로 사는 것이 낫다. 부자라서 자신이 갖고 싶은 고급 자동차, 멋진 시계, 명품 가방 등을 마음껏 구매할 수 있다면 행복감을 느낄 테니까. 문제는 그 행복감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 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것에 눈을 돌려 고급 주택에서 살고 싶을 것이고, 그다음엔 다른 부동산도 보유하고 싶을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한정이 없으니 재물로 행복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생각해 보았다. 첫째, 마음이 편해야 한다. 그러려면 돈 걱정을 비롯해 큰 걱정이 없고 건강해야 한다. 둘째,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똑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절망에 빠지고 누군가는 희망을 갖는다. 이를 감안해 볼 때 비관주의자보다 낙관주의자가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높다. 셋째, 즐거움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수영을 즐기고 싶다면 수영을 배워야 하고,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요리를 배워야 한다. 넷째, 가족과 친구를 포함해 가깝게 지내는 이들과 잘 어울려야 한다. 외로움은 행복의 큰 적이다.



언론을 통해 심심찮게 보도된 재벌가의 '가족 간 재산 싸움'은 많은 재물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그들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했으나 많은 재물이 그들을 불행하게 만든 셈이다. 이런 생각이 스친다. '행복하지 않다면 성공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또 지금 행복하다면 성공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0914010002724

 




(이 글과 관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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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23-09-15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로움은 행복의 큰 적이다!
나이들수록 공감 합니다.
아이들이 떠나니 점점 외로워지는 느낌도 들고...

책을 통해 삶의 지혜를 깨닫게 하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3-09-15 14:47   좋아요 0 | URL
그 문장, 글을 쓰다가 저절로 튀어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어디서 봤지? 하고 생각해 보니 원조는 명언집에 있는 문장 - 가난은 행복의 큰 적이다, 였어요. 이걸 외로움으로 바꿔 쓴 거죠.ㅋㅋ제가 두꺼운 명언집 두 권짜리 갖고 있어 글의 키워드를 다 찾아보는데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때가 많아요.
나이들수록 몸이 약해지고 정신도 약해지고 외모는 후져지고 살맛이 안 나죠. 그나마 책이 있어 위안을 받아요.

물감 2023-09-15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돈을 지키는 일에 힘들어해봤으면 합니다😁😁😁

페크pek0501 2023-09-15 22:31   좋아요 1 | URL
물감 님, 웃깁니다. 하하~~ 누가 그러더군요. 벼락 맞아도 좋으니 돈벼락 좀 맞으면 좋겠다고요.
그래도 저는 부자가 돈을 버는 것보단 빈자가 돈을 버는 게 더 신날 거라고 생각하렵니다.
이미 부자인데 돈을 더 버는 게 뭐가 재밌을까 싶은데 안 그런가 봐요. 욕심은 끝이 없는 모양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어려웠을 때 돈을 버는 게 더 신났었어요.
다음에 태어날 때 우리 모두 부자로 태어나서 다시 알라딘에서 만나 이런 댓글을 나누도록 합시다.
이런 얘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이 공간이 참 좋습니다. 반갑고요.^^

감은빛 2023-09-15 1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좀 더 젊었던 시절에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돈이 많으면 점점 더 돈에 집착하게 될 거라고, 차라리 이렇게 가난한 삶이 더 좋은 거라고.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돈이 많이 필요하더라구요.
젊은 시절에는 좀 없이 살아도 그럭저럭 살아졌는데, 나이가 드니 그렇지 않더라구요.
아이들은 점점 자라고, 점점 더 필요한 것들이 많아지고, 교육비도 점점 더 많이 필요하고.

돈 걱정을 해야 하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돈을 좀 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가난이 좋은 건 아니라고 깨닫게 된거죠.

요즘은 필요한 만큼 보다 아주 조금 모자라게 벌고 있는데,
이 간극은 다양한 방법으로 메우고 있어요.
아이들이 다 자라 독립하면 그땐 조금 여유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3-09-15 22:27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들이 커 갈 때 교육비 등 지출이 많아 돈의 필요성을 절감했죠. 아이가 커서 돈을 버니까 지출이 없고 오히려 저에게 용돈을 주니까 좋더라고요. 좀 더 기다리시면 감은빛 님에게도 그런 날이 올 겁니다.
가난이 좋을 수는 없겠지요. 다만 부자들도 그렇게 행복한 건 아니더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요즘 건물주가 되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은 모양이에요. 어머니가 잘 아는 사람 중에 다세대 주택을 노후대책으로 갖고 계신 분이 있는데 세입자가 나간다고 하면 가슴이 철렁, 한대요. 방이 비면 몇 달간 월세를 못 받는 것도 문제지만, 또 어떤 사람이 들어올지 걱정이 된다는군요. 새로 들어오면 도배 장판을 해 달라, 선반을 달아달라, 뭘 고쳐 달라 등 주문이 많아 골치 아프대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남의 돈 먹기가 쉬운 줄 아세요?, 라고 한대요.건물주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는 거죠.
감은빛 님은 능력자시니까 잘 될 겁니다. 좋은 일이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새파랑 2023-09-15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재물이 주어진다면...

부유하면서 행복하게 보낼수 있습니다 ㅋ

재력이 행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건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있어야 좋은거 같아요 ~!!

페크pek0501 2023-09-15 22:5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러고 싶어요. 월세를 못 내는 사람이 있으면 속은 쓰리겠지만, 속으로 기부한 셈치겠다, 1억을 기부하는 사람도 있는데,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싶어요. 실제로 그럴 수 있는지는 미지수지만...ㅋㅋ

희선 2023-09-16 0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돈이 많아서 좋은 건 그렇게 길게 가지 않을지도 모르죠 아주 없으면 안 되기도 한 게 돈이기도 하네요 돈만 생각하지 않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것만 생각하면 더 중요하고 소중한 걸 놓칠지도 모르니... 저는 아예 생각 안 해서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살지 하는...

페크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9-17 11:51   좋아요 1 | URL
답장이 늦었습니다. 어제 하루종일 수영장에서 놀았어요. 밤에 귀가해 너무 고단해 바로 잤어요. 요즘 수영장은 물이 따뜻해 춥지 않았어요. 사우나와 노천탕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았어요. 아직도 피로가 안 풀린 듯...
희선 님도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yamoo 2023-09-16 1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낙관주의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말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페크 님의 글을 다시금 정독해보니 그렇네요. 흠~ 아마도 어느 소설에서 읽을 듯합니다.

체홉의 단편은 거의 다 읽었는데...검은수사도 읽었는데, 인용하신 정원 가꾸는 에피소드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아요. 몽테뉴 에세도 읽었는데 인용하신 부분도 있었나...가물가물합니다. 그냥 생각이 나지 않아요...요즘 계속 그렇네요..--;;

행복하기 살기 위해서는...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거에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추구하는 게 후회 없이 사는 첫걸음 인거 같습니다. 근데 이건 누구나 아는데 실천을 못해요. 누구누구 때문에..회사일 때문에 등등..그런 사람들에게 저는 조르바를 추천해 주지만 읽지도 않습니다..ㅎㅎ
덧붙이면 부자일수록 행복하고 좀 멀어지죠. 지킬게 많은 삶은 소심해져요. 부자일수록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이 9할이 넘는다는 보고도 많아요. 부자가 행복한 사람이되기 무지 어렵다는 게 맞는 말인듯해요..ㅎㅎ

페크pek0501 2023-09-17 12:05   좋아요 2 | URL
책 찾아보니 몽테뉴, 에세1, 133쪽에 있는 이야기예요. 체호프의 검은 수사는 생각나지 않는 게 당연해요. 중요한 대사가 아니니. 검은 수사에 초점이 맞추어진 소설이니까요. 저도 읽은 책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요.ㅋㅋ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려면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가족의 협조도 있어야 할 듯... 조르바, 라는 사람처럼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가족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가 바라는 삶을 사는 것이 좋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달과 6펜스도 그런 이야기죠. 가족을 버리고 자기 홀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떠나죠. 예술가로 보면 위대할지 모르지만 가족의 일원으로 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일단 결혼을 했으면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가족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떠나는 자가 아니라 남은 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그런가 봐요.ㅋㅋ
부자일수록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이 9할이 넘는다는 보고는 놀랍네요.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stella.K 2023-09-16 21: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목사님 같으십니다.
목사님들 가끔 언니 같은 설교하거든요.ㅋㅋ

페크pek0501 2023-09-17 12:06   좋아요 3 | URL
으하하~~ 목사님 설교가 그렇군요. 교훈적인 글을 좋아하진 않지만 글감이 없을 땐 할 수 없어요.
다음엔 하느님 같은 글을 쓸지 몰라요. 글감이 없어서 헤맨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3-09-17 2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산이 많은 분들 중에는 이전의 검소한 생활을 계속 하는 분들도 계실거예요. 조금 더 생활의 수준을 높여가기도 하지만,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사는 것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 분도 계실테니까요. 자산이 많지 않아 저는 잘 모르지만, 지금보다 더 많아진다면 이전보다 조금 더 마음의 여유도 있을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그만큼의 자산을 유지하는데는 에너지도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래도 더 지금보다 더 많았으면 좋겠네요.
파란 바다가 예쁜 사진 잘 봤습니다.
페크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9-18 12:04   좋아요 2 | URL
부자 중 검소한 생활을 하는 이들이 많다고 해요. 원래 돈 있는 척은 부자가 아닌 경우에 더 심한 법이죠.
재산 관리도 쉽지 않은 모양이에요. 안전하지 않은 곳에 투자해 손해를 보기도 하고, 도박으로 날리기도 하죠.
특히 고액의 복권 당첨자들은 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아이러니합니다.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제주도는 바다 빛깔이 다 달라서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어 두었어요. 사실 아름다운 풍경 사진으로 바다만한 것이 없지요. 제가 좋아하는 늦여름입니다. 서니데이 님도 이 계절을 즐겨 보세요.^^

희선 2023-09-18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 수영장에 가기도 하시는군요 저는 헤엄 못 쳐요 물에 빠지면 죽을지도... 물 가까이 안 가야겠습니다 그런다고 물에 안 빠지는 건 아니지만... 헤엄을 치면 좋은 게 더 많겠지요 그건 한번 배우면 잊어버리지 않는 거기도 하다니...

한주가 참 빨리도 갑니다 하루는 긴 것 같을 때도 있는데... 페크 님 이번 주 좋은 한주이길 바랍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09-18 12:10   좋아요 0 | URL
애들이 졸라 올해 여름에 수영장에 두 번 갔어요. 예전과 달라진 수영장 시설에 깜짝 놀랐어요.
수영장에서 파도타기를 했어요. 구명 조끼를 입고 튜브를 사용해서 안전하답니다. 깊지도 않고.
파도에 몸이 맞을 때마다 모두들 웃고 환호성을 지르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았어요. 미끄럼틀 시설도 다양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뜨거운 물이 있는 노천탕도 있고 음식도 팔고 그래요. 좋은 한 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모나리자 2023-09-20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인한테 들으신 70대 할머니의 이야기가 정말 안타깝네요.
재물을 모으는 것에만 집중하고 나를 위해 쓰는 것을 모르신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행복과 성공의 조건에
어느 정도 충족할 만한 상태라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나가면서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은 재물을 무엇을 위해 사용해야 할 것인지 모르고 움켜쥐기만 한다면
재물의 쓰임새를 보더라도 아까운 일이지요. 재물에게도 미안한 일입니다. 부를 잘 지키고 누리는 마음, 그것을 잘 훈련하고
연구하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칼럼 쓰느라 애쓰셨어요.

추석 명절도 보름달 처럼 환한 행복한 휴식이 되시길 바랄게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9-22 14:16   좋아요 1 | URL
저도 70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안타까웠어요. 또 우리 동네에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평생 남의 머리만 만지다가 그만 두고 쉴 만할 때 돌아가신 분도 있어요. 외국 여행도 갈 거라 했는데 가지 못했어요. 70대로 알고 있는데 일찍 떠나셔서 안타까웠어요.

이번 추석 연휴가 길더군요. 모나리자 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십시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미루지 말고 지금 하기, 입니다.^^)




 




'자네가 말하는 그 착한 일들을 실천하는 이유도, 알고 보면 쾌락 때문이야.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은 그것이 자신에게 이롭기 때문이지. (중략) 자네가 거지에게 동냥을 하면 그건 자네 자신의 쾌락을 위한 거야. 내가 위스키 소다를 또 한 잔 마시는 게 나 자신의 쾌락을 위한 것이나 같아'.- 서머싯 몸, '인간의 굴레에서' 중



소설 '인간의 굴레에서'를 읽다가 이 글을 만났다. 주인공 필립에게 시인 크론쇼가 한 말이다. 필립이 쾌락이라는 표현에 반감을 나타내자 크론쇼는 '행복'이라 하지 않고 '쾌락'이란 말을 사용하겠다며 그 이유는 쾌락이 사람의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쾌락을 최고선으로 여겼던 철학자 에피쿠로스를 상기시킨다.



우리 인간이 착한 일들을 실천하는 이유가 쾌락 때문이고, 그것이 자신에게 이롭기 때문이라는 말에 나는 동의한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가 아니던가. 악행은 물론이고 선행조차도 쾌락이라는 이로움 때문에 한다. 쾌락을 즐거움이나 기쁨이나 또는 흐뭇함으로 바꿔 말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지인에게 생일 선물을 주었다면 그것이 즐거워서다.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서다. 구걸하는 거지에게 돈을 주었다면, 그렇게 함으로써 본인의 기분이 좋아져서다.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금을 냈다면, 그렇게 함으로써 본인의 기분이 좋아져서다.



이번엔 자원봉사자들이 홍수로 침수된 지역에서 피해 복구를 도우며 고생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들에겐 어떤 이로움이 있을까? 일례로 흐뭇함이라는 이로움이 있을 수 있다. 자원봉사자들을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을 듯싶다. 하나는 힘들지만 봉사 활동을 하면서 그 자체로 흐뭇함을 느끼는 부류다. 또 하나는 힘들지만 봉사 활동이 끝난 뒤에 흐뭇함을 느끼는 부류다. 마치 집안 청소를 마친 후 흐뭇함을 느끼듯이 말이다. 혹자는 자신이 하고 싶어서 봉사를 하는 것이니,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이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남을 이롭게 했으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남을 이롭게 하는 일에 쾌락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기에 가능한 것이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세상사이다. 누구든 앞으로 자신이나 가족이 암 선고를 받거나 교통사고가 나서 하루아침에 불행의 나락에 빠질지 모른다. 그런 힘든 상황을 상상해 보면,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자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위안이 되리라. 만약 그런 자들이 없다면 살벌한 세상에서 살아야 하리라. 우리가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가까운 친구를 만날 때 밥 사주는 일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친구에게조차 선심을 쓸 줄 모른다면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악행을 하든 선행을 하든 자기를 위한 것이니 이기심의 발로인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선심을 쓰는 것도 이기심의 발로다. 선심을 쓰면 따르는 사람이 많아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높은 반면, 선심을 쓸 줄 모르고 인색하면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여 불행하게 살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인간관계에서는 손해 보는 것이 이익으로 돌아오고 이익을 보는 것이 손해로 돌아온다. 그런데 인색하여 자기가 불행하게 살도록 만드는 것이 이기심의 발로라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이익일 테니.



흥미롭게도 긍정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타적 행위는 행복 지수를 높여 준다고 한다. 가령 기부를 비롯해 양보, 배려, 친절, 봉사, 희생 등의 이타적 행위가 남을 이롭게 할 뿐 아니라 자기에게도 이로운 셈이다. 그러므로 이타심을 갖는 게 이롭겠다. 선행을 하는 게 이롭겠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도 될 듯하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남을 해롭게 하지 않고 선행을 베풀려고 노력할 거라고'.





.......................................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0817010003431 






(이 글과 관련한 책)
















서머싯 몸, <인간의 굴레에서 1>, 354쪽에서 발췌하여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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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8-18 09: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굴레에서‘에서도 읽어야 하는데,
매번 책이 쌓여 있어요.

고양이라디오 2023-08-18 13:00   좋아요 3 | URL
저도 <인간의 굴레에서> 읽어야 하는데ㅎㅎ

페크pek0501 2023-08-18 14:32   좋아요 2 | URL
서머싯 몸의 광팬으로서 페넬로페 님께 한 권만 추천하라면 인간의 굴레에서1, 입니다.
줄거리도 재밌지만 사색적인 문장이 많아 밑줄을 많이 긋게 하는 소설이에요.
간단히 읽으시려면 인생의 베일, 이 좋습니다.^^

페크pek0501 2023-08-18 14:34   좋아요 1 | URL
고양이라디오 님께도 서머싯 몸의 작품을 추천합니다.
위의 태그 서머싯 몸,을 클릭하시면 제가 올린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에겐 재독하기 좋은 책이랍니다.

stella.K 2023-08-18 2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은 언니 집 마당인가요? ㅋ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돕고 사는 건 진리인 것 같습니다.
덕을 쌓으면 자손만대가 복을 받는다는 말도 그렇구요.^^

페크pek0501 2023-08-19 14:24   좋아요 2 | URL
저는 아파트에 살아요.ㅋ 올해 제주도에 갔을 때 묵었던 펜션 뒷마당이에요. 예뻐서 사진으로 남겼어요.
자업자득. 씨 뿌린 대로 거두어요. 이만큼 살아보니 맞는 말 같더라고요.^^

감은빛 2023-08-18 2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편으로 어떤 선행을 계속 함으로써 그 선한 이미지를 노리는 경우도 있겠지요.
정치인들이 일부러 사진 찍으러 다니는 그런 짓들이 해당되겠죠.
그런 경우에 그걸 선행을 볼 수 있을까?
조금 헷갈리긴 하는데, 남을 도운 것이 맞다면 선행이라 볼 수 있겠지요.

제가 20년 넘게 환경운동을 계속 하는 이유도 제 자신의 쾌락 때문이예요.
저는 다른 일을 할 때보다 이 일을 하는 것이 좋아서 계속 하고 있어요.
중간에 출판사나 학원 등에서 일해봤는데, 돈은 좀 더 잘 벌어도 별로 재미가 없더라구요.
그리고 그쪽 분야는 저 말고도 잘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쪽에서는 제가 나름 좀 잘 하니까 인정을 받기도 쉽구요. ㅎㅎㅎㅎ

페크pek0501 2023-08-19 14:33   좋아요 0 | URL
정치인의 보여 주기식 행보, 볼 때마다 지칩니다. 어쩌면 세월이 흘러도 그렇게 한결같은지..ㅋㅋ
그래도 안 그런 것보단 낫다고 볼 순 있겠지요. 보여 주기 위해 불우이웃을 위한 기부금이나 황창 냈으면 좋겠어요.
환경운동가로서 느끼는 점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많은 듯요. 공부도 많이 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돈, 보다도 의미 찾기, 겠지요. 인간은 종이 접는 것과 같은 단순한 일은 연봉이 많아도 할 수 없다고 하네요. 일단 의욕이 안 생기겠지요. 제가 글을 쓰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여겨서죠. 돈을 바라고 한다면 예전에 했던 논술 강사로 일하는 게 낫지요. 특히 요즘 독서 취미가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독서 또한 글쓰기로 얻은 좋은 즐거움이에요.
인정 받으려는 욕구가 개인이나 세상을 발전하게 만들죠. 그 욕구가 없다면 아마 지금의 세상 모습이 아닐 거예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3-08-18 22: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로에서 가까운 대문이 있는 집인가요. 마당에 초록빛이 있어서 그런지 집이 참 예쁩니다.
페크님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8-19 14:34   좋아요 2 | URL
맞아요, 그래서 방에서 창문을 열면 차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한적한 마을이라 맘에 들었어요.
서니데이 님도 몸 튼튼, 마음 튼튼, 시원한 주말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희선 2023-08-18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를 돕는 일이 자기한테도 좋은 영향을 주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요새 무서운 일이 일어나는 걸 보니... 남한테 나쁘게 하면 그게 자신한테 돌아오기도 할 텐데... 바로 앞만 보지 말고 멀리 보기를 바랍니다 멀리 봐야 하는 것도 있고 바로 앞을 봐야 하는 것도 있지만...


희선

페크pek0501 2023-08-19 14:52   좋아요 1 | URL
많은 연구 결과가 남을 돕는 사람들이 행복하다는군요. 오히려 자기 이익만을 챙기며 사는 이들은 행복하지 않대요. 멀리 봐야 할 것은 멀리 봐야 하죠. 이것이 참 중요해요. 당장의 이익을 쫓는다는 건 실제로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아 바람직하지 않지요.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고맙습니다.^^

세실 2023-08-21 0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느끼는 거지만 페크님 글은 생각거리를 줍니다.
책 한 구절로도 이렇게 풍성한 이야기가 되는군요. 좋아요!!
착한 일을 하는 이유가 쾌락과도 연결되는군요. 쾌락은 다소 부정적인 느낌도 있었는데요^^

최근에 본 유튜브에서 자존감 키우는 방법 세가지가 있는데 두가지는,
첫째. 물건을 사고 나올때 ‘감사합니다‘ 인사 꼭 하기.
둘째. 길이나 주변에 휴지 줍기.
셋째는 생각나지 않아요. ㅎㅎ

편안한 한주 되세요!!

2023-08-21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3-08-21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못 읽은 책입니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누군가를 도와주고 배려하는 일은 나 자신을 기쁘게 하고 상대방을 기쁘게 하지요.
작은 것이라도 베풀려고 노력하는 마음, 그런 마음들이 모아지면 따뜻한 사회가 되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칼럼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아직 더위가 남아있어요. 건강 잘 챙기시고 남은 8월도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8-22 11:46   좋아요 1 | URL
인간의 굴레에서, 는 도서 추천 리스트에 넣을 만하답니다. 두 권을 합해 천 쪽이 넘지만 밑줄 그을 문장이 많아서 지루한 줄 몰랐어요. 모나리자 님도 읽으면 좋아하실 듯합니다.
베푼다는 게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에요. 우선 베풀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할 듯.
칼럼 한 편 보낼 때마다 숙제 하나 끝낸 기분이 들어요.ㅋㅋ
저는 아버지 제사가 모레라서 마음이 바쁘네요. 오늘부터 장을 보려 합니다. 한꺼번에 장을 보면 꼭 못 산 것이 있어서 세 번쯤은 장을 봐야 하는 것 같아요. 모나리자 님도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즐기시며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