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 - 수필가 배혜경이 영화와 함께한 금쪽같은 시간
배혜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전(2021-11-20)에 출간된 책이 있다. 좋은 책은 빨리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리뷰를 급하게 올리기로 했다.







남들은 하나의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차근차근 하나씩 해 나가며 애써서 완성하는데, 어떤 이는 슬렁슬렁하는 것 같은데 남들보다 여러 면에서 앞서 있다. 내가 온라인에서 오랫동안 지켜 본 프레이야 님은 그런 사람이다.

 


프레이야 님의 본명은 배혜경. 강사, 낭독자, 편집장, 수필가, 그리고 책 네 권의 저자다. 다방면에 재능이 있어서 배혜경 님의 재능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부문이 무엇인지 나로선 알 수가 없다. 



이번에 낸 책의 제목은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이다.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글 한 편 한 편이 마치 일간지에 실린 전문가의 에세이를 보는 것 같아 감탄하다가, 특별히 내 시선을 멎게 하는 좋은 글이 있어 여기에 옮기는 걸로 리뷰를 대신한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탐독하길 바라면서.




(112쪽)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인생은 연극이라는 클리셰를 빌리지 않아도 ‘나’를 제대로 연기하면서 살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나’는 수많은 이미지가 중첩되어 이루어진 존재로 시시각각 상이한 이미지들이 고개를 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미지들은 절대적이라기보다 상대적인 경우가 많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의 이미지란 타인에 의해 규정되는 측면이 있고 타인에 의해 그 가치 또한 매겨지곤 한다. 더구나 온전히 ‘나’가 그 이미지들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수행하도록 강요되고 암묵의 요구를 받으며 그 이미지들의 건사와 건재를 위해 ‘나’를 끊임없이 재건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 그러다 이미지들이 어느 날 ‘나’를 통째로 집어삼킬지도 모를 일이다. 




(112쪽) 중요한 건 이미지들은 온전히 믿을 건 못 된다는 사실이다. 이미지에 가려져 있는 실체를 간과하기 쉽다. 자기가 바라는 허상에, 스스로 속는 것이다. 이미지로 똘똘 뭉쳐 우리를 세뇌한 여배우들에게 알고도 모르고도 속는 것처럼. 그들의 아름다운 이미지 앞에 굴복하고 숭배의 감탄사를 내뱉고 질투의 입김을 뿜는 것처럼. 그래도 하는 수 없다. 그게 이미지란 것이고 가려진 혹은 투사된 ‘나’이기도 하니까. 이미지들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오히려 그 어두운 굴로 들어가야 할지 모른다. 그 굴의 끄트머리에는 구름이 쉼 없이 변주하듯 다른 이미지로 나아갈 수 있는 샛문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112쪽)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인생은 연극이라는 클리셰를 빌리지 않아도 ‘나’를 제대로 연기하면서 살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나’는 수많은 이미지가 중첩되어 이루어진 존재로 시시각각 상이한 이미지들이 고개를 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미지들은 절대적이라기보다 상대적인 경우가 많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의 이미지란 타인에 의해 규정되는 측면이 있고 타인에 의해 그 가치 또한 매겨지곤 한다. 더구나 온전히 ‘나’가 그 이미지들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수행하도록 강요되고 암묵의 요구를 받으며 그 이미지들의 건사와 건재를 위해 ‘나’를 끊임없이 재건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 그러다 이미지들이 어느 날 ‘나’를 통째로 집어삼킬지도 모를 일이다.

(112쪽) 중요한 건 이미지들은 온전히 믿을 건 못 된다는 사실이다. 이미지에 가려져 있는 실체를 간과하기 쉽다. 자기가 바라는 허상에, 스스로 속는 것이다. 이미지로 똘똘 뭉쳐 우리를 세뇌한 여배우들에게 알고도 모르고도 속는 것처럼. 그들의 아름다운 이미지 앞에 굴복하고 숭배의 감탄사를 내뱉고 질투의 입김을 뿜는 것처럼. 그래도 하는 수 없다. 그게 이미지란 것이고 가려진 혹은 투사된 ‘나’이기도 하니까. 이미지들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오히려 그 어두운 굴로 들어가야 할지 모른다. 그 굴의 끄트머리에는 구름이 쉼 없이 변주하듯 다른 이미지로 나아갈 수 있는 샛문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감 2021-11-27 19: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알라디너 중에는 대단한 분이 많군요. 이제 프레이야님을 편집장님이라고 불러야겠어요~ ^^

페크pek0501 2021-11-27 21:59   좋아요 2 | URL
그렇죠? 한마디로 알라딘 서재에는 ‘능력자‘가 많아요.
글 잘 쓰시는 분들도 많고요. 물감 님을 비롯해 제 서재에 댓글을 남기는 분들 모두
글을 잘 쓰세요. 그래서 이달의 당선작의 단골들이잖아요.ㅋㅋ ^^

stella.K 2021-11-27 2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이 편집장님이기도 하군요.
왜 난 그걸 몰랐을까요?ㅠ
참 열심히 사시는 분이세요.^^

근데 왜 책이 열으로 누웠을까요?ㅋ

페크pek0501 2021-11-27 22:04   좋아요 2 | URL
예. 다방면으로 열심히 사시는 분이에요.

스텔라 님, 사진 말씀 잘 해 주셨어요. 멋으로 눕혀 봤던 건데... 제가 옆으로 길게 뻗은 직사각형 사진을 좋아하는지라... 그런데 님의 댓글 보고 사진을 보니 어색하네요.
그래서 세로로 된 사진으로 바꿔 놓았어요. 푸훗...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11-28 0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빠르십니다. 저는 어제 저녁에 도착해서 확인만 하고 아직 읽지 못했어요.
그러고보니 하루 사이면 읽을 수 있을 시간이긴 합니다만.^^;
잘 읽었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11-28 16:00   좋아요 1 | URL
제가 빨랐나요? 저도 완독하진 못했어요. 25일 아침에 책을 받아 3일째 되는 날에 이 글을 올렸으니 책을 훓어보기엔 충분한 시간이 있었죠.
이 책은 속도를 내서 읽기보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할 책 같아요.
좋은 휴일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

희선 2021-11-30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 하기도 힘들 텐데 여러 가지를 하시다니 멋지네요 다 좋아해서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페크 님도 책읽기뿐 아니라 글쓰기도 좋아하시는군요

십일월 마지막 날이에요 벌써 그렇게 되다니 2021년 얼마 남지 않았네요 페크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1-11-30 13:41   좋아요 1 | URL
다재다능하신 분이 있지요.
여기서 활동하는 알라디너 분들 대부분이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할 거라고 봐요.
위 7번의 명대사에도 있듯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생기와 활력이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네요. 이제 달력 한 장 남았네요.
좋은 시간을 많이 가지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
 
장희창의 고전 다시 읽기
장희창 지음 / 호밀밭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관심사는 칼럼이다. 어떻게 하면 칼럼을 능숙하게 쓸 수 있는지를 알고 싶다. 때로 리뷰도 잘 쓰고 싶다. 어떻게 하면 리뷰를 능숙하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하곤 한다. 우연히 이 책이 눈에 띄어 반가웠다. 이 책은 부산일보에 저자가 매주 게재했던 서평들을 묶은 거라고 한다.

 


서평과 리뷰의 차이는 무엇일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서평이란 책의 내용에 대한 평이다. 리뷰(review)란 전체를 대강 살펴보거나 중요한 내용이나 줄거리를 대강 추려 내는 것. 북 리뷰(book review)는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하거나 책 내용에 대하여 평가하여 논하는 글을 말함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리뷰집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이 책에 담긴 리뷰 중에서 공자의 사상이 담긴 <논어>에 대한 리뷰를 좋은 모범으로 골랐다. 이를 소개함으로써 고전 작품의 리뷰를 잘 쓰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고전 작품의 리뷰를 잘 쓰는 방법



1. 작품에서 좋은 글귀를 뽑아 시작하고 그 글귀에 대한 느낌이나 해석을 쓴다. 


(152쪽) 언제 펼쳐도 넉넉하게 우리를 받아주는 책, <논어>의 첫 구절.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않은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원망하지 않으니 이 또한 군자가 아닌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고군분투,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천명을 기다리는 자의 담담한 마음가짐이다. 





2. 공자가 ‘실천’을 중시했던 점을 쓴다.  


(153쪽) <논어>는 지행합일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첫 구절에 곧이어, 행실이 반듯하면 배움이 없어도 배운 자라는 말을 비롯한 이후 문장들도 실천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당대의 은둔주의자들이 공자의 수모를 무릅쓴 현실 참여 의지를 비관하자, 공자는 답한다. 천하에 도가 있다면 내가 왜 바꾸는 일에 참여하겠는가.





3. 공자에 대해 알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므로 안회를 높이 평가한 이유를 쓴다.


(153~154쪽) 공자가 많은 제자 중에서 안회를 가장 높이 평가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알려주면 실천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자는 안회라고 하며 공자는 그를 자신의 친구로 부르기까지 한다. 그 애제자가 먼저 죽자 공자는 하늘이 나를 버리신다며 애통해했다. 

안회는 한 통의 대나무 밥과 한 바가지의 물만으로 누추한 골목에 살면서도 근심하지 않은 인간이다. 공자는 말한다. “나라에 도가 있는데 가난하고 천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나라에 도가 없는데도 부유하고 귀한 것 또한 부끄러운 일이다.” 이론과 실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고통스러운 괴리, 그 앞에서의 당당한 처신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발언이다. 





4. <논어>와 관련 있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쓴다. 


(154쪽) 공자가 생존했던 시기는 철학자 야스퍼스의 말을 빌리자면 ‘축(軸)의 시대’였다. 비슷한 시기에 공자, 붓다, 예레미야, 맹자, 에우리피데스, 플라톤 등 사유의 천재들이 한꺼번에 나타나 약육강식 정복전쟁의 시대, 폭력과 두려움과 삶의 공허에 직면했던 당대인들에게 공감과 자비의 정신을 설파했던 것이다. 공감과 자비는 <논어>의 핵심 메시지이다.





5. 뜻깊은 글귀를 뽑아 쓰고 자신의 해석을 덧붙여 놓는다.  

(154쪽) 공자 왈. “뜻 있는 선비와 인(仁)한 사람은 삶에 연연하여 인을 손상하지 않으며, 제 몸을 희생해서라도 인을 이룬다.” 나는 이 구절을 이렇게 풀이한다. “배우고 익히기만 하면 노예가 되고, 배우고 실천하면 세상을 바꾸는 주인이 된다.”





6. 현실과 연결하여 쓴다.


(155쪽) 지원금을 미끼로 현재 난폭하게 진행되고 있는 대학 구조 조정은 이 시대의 인문학을 빈사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대학들은 지원금 확보를 위해 인문대와 예술대의 유서 깊은 학과들을 경쟁하듯 폐과시키고 있다. 대학의 주체들은 주인의식도 없이 각자도생의 길을 갈 뿐이다. 더 가난하게 더 꿋꿋하게 버틸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무한경쟁의 불길 한가운데서 연대를 논하는 인문정신의 소멸은 기정사실이 되고 만다. 





7. 깊은 여운을 주는 글로 끝맺는다.


(155쪽) 더 의로운 세상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시인 공자는 이렇게 토로하기도 했다. “그리워하지 않는 것일 테지. 무엇이 멀리 있단 말인가?” 아름답고 진솔한 문장은 거대한 건축물보다 더 강력하고 더 오래 간다.



여기까지 한 편의 리뷰를 소개하여 저자의 강점을 보여 줬다. 물론 이 방법으로 써야만 좋은 리뷰가 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방법도 있음을 밝혀 둔다. 



이 책에는 <논어> 외에 <돈키호테>, <감시와 처벌>, <목민심서>, <열하일기> 등등 38편의 유명한 작품에 대한 리뷰가 담겨 있다. 이 책을 보고 나서 읽고 싶은 작품이 많아졌다. 작품을 읽고 싶게 만드는 리뷰가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이 리뷰를 잘 쓰고 싶은 이들에게 리뷰의 모범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할 거라고 믿는다.








.......................

덧붙임)


틀린 건 아니지만 밑줄을 친 부분이 문맥상 적절하지 못한 것 같아 내가 다음과 같이 고쳐 봤다.  


원문 : (153쪽) 첫 구절에 곧이어, 행실이 반듯하면 배움이 없어도 배운 자라는 말을 비롯한 이후 문장들도 실천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당대의 은둔주의자들이 공자의 수모를 무릅쓴 현실 참여 의지를 비관하자, 공자는 답한다. 


→ 고친 글 : 첫 구절에 곧이어, 행실이 반듯하면 배움이 없어도 배운 자라는 말을 비롯해 이후 문장들도 실천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당대의 은둔주의자들이 공자가 수모를 무릅쓴 현실 참여 의지를 비관하자, 공자는 답한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21-10-17 13:4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서평에 가깝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떤 뚜렷한 목적의 읽기와 쓰기 좋네요 :-)
즐거운 일요일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0-17 14:06   좋아요 6 | URL
제가 알라딘에서는 리뷰라고 하니 거기에 맞춘 건지 모르겠네요. ㅋㅋ
국어사전에 따르면 서평이란 책의 내용에 대한 평을 말함이고, 평이란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것인데 이 책은 그런 평이 주를 이루지 않고 책을 저자의 관점에서 소개하는 글로 읽혀서 리뷰집으로 봤어요.
초딩 님의 의견도 존중합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요...

미미 2021-10-17 14: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책을 읽고 싶고 구매도 해 두었는데 해당 작품을 먼저 읽어야한다는 강박이 좀 있어서 무시하고 그냥 읽다가도 어딘가에서 한계에 부딪힘 덮어두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강박을 버리고 읽으면 흥미로운 길잡이가 될 수도 있겠구나 페크님 글 읽고 느꼈어요~♡ (아름답고 진솔한 문장은...더 강력하고 오래간다)이 부분은 페크님의 생각인가요?멋짐👍

페크pek0501 2021-10-17 14:24   좋아요 5 | URL
저도 이런 책을 읽으면서 하나씩 다 사 봐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몇 권만 샀어요. ㅋㅋ
작품을 다 읽을 수 없으니 이런 리뷰집으로 대신하자는 생각도 있어요. 또 리뷰를 쓰는 방법만이라도 배워 두자, 하면서 반복 독서도 합니다.

제가 그런 멋진 문장을 쓸 수 있겠사옵니까? 네모 상자 안의 글은 다 저자의 글입니다.

갑자기 추워졌어요. 좋은 가을날을 만끽하며 보내시길 바랍니다.^^

새파랑 2021-10-17 14: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평인거 같아요 ㅋ 개인적으로는 독후감이라 생각하지만~!
리뷰 잘 쓰는법 1번은 제가 주롲쓰는 방법(?)인것 같아요 😅 글 잘 쓰는 정말 어려운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1-10-17 14:27   좋아요 5 | URL
서평이나 리뷰나 독후감이나 다 비슷한 것 같아요.
1번부터 시작하는 것, 멋지십니다!!!
글 잘 쓰기가 어려워서 우리가 글쓰기를 놓치 못하고 사나 봅니다. 쉬우면 시시해서 그만 둘지 몰라요.
좋은 날입니다. 일요일 잘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1-10-17 14: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의 로쟈님이 쓰시는 글은 서평이 많고,
알라딘 서재의 카테고리에는 리뷰가 있고,
페크님이 쓰시는 글은 칼럼이고
프레이야님의 첫번째책은 수필이고
또 이전에 유레카님의 책은 사진에세이였던 것 같습니다.
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고 정의하는 것은 다른데
실제로 해보면 뭐 하나 쉬운게 없는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10-17 14:54   좋아요 4 | URL
서니데이 님이 잘 정리해 주셨네요.
수필과 칼럼과 서평을 통틀어 에세이라 하지요.

좋은 일요일을 보내고 계시겠지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여름에서 겨울로 온 것 같아요.
감기 조심하며 살아야겠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1-10-19 1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후엔 조금 덜 차가웠는데, 해가 지니 다시 차가워집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0-22 00:19   좋아요 1 | URL
반가운 서니데이 님, 밤엔 쌀쌀한 요즘입니다. 난방을 켜고 이불을 덮고 잡니다.
여름이 마침내 물러난거죠.
감기 조심, 코로나 조심하시고 건강한 가을을 보내세요.^^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굳센 의지로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공정한가. 아니면 공정하지 않은데 우리가 공정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인가. 둘 중 어느 쪽이 맞는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을 읽고서다.

 

  

이 책을 읽고 소개하고 싶은 게 있어 리뷰를 쓴다. 2012년 재선 유세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다음과 같이 주장한 것.

 

 

...................
여러분이 성공을 거뒀다면, 여러분은 “혼자 힘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혼자 힘으로만 성공했다고 하면 안 됩니다. 나는 “내가 잘나서 성공한 것”이라고 말하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깜짝 놀랍니다. 스마트한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 분들은 “내가 남보다 열심히 해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들 하죠. 그런데 실제로 열심히 하는 분들은 널리고 널렸거든요. 여러분이 성공했다면, 여러분과 함께한 누군가가 어떤 도움을 주었을 겁니다. 여러분 인생에 큰 가르침을 준 분도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이 믿을 수 없는 미국적 시스템을 구축해 여러분이 마음껏 자기계발을 할 수 있게 도왔을 겁니다. 또 어떤 분은 여러분이 사용할 도로와 다리를 만들었을 거고요. 만약 여러분이 사업을 한다면, 혼자서 그 사업을 창조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누군가가 그런 사업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만들었겠죠.

 

-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212~213쪽.
...................

 

 

오바마의 이 주장은 특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리에 있는 이들이 꼭 음미해 봐야 할 것 같다. 과연 자기의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일까? 

 

 

만약 A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대학교수가 되어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면 혼자 힘으로 해냈는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의 뒷바라지가 없었다면 A가 대학교수가 될 수 없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A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에서 태어났다면 대학에 입학하지 못할 수도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A가 대학교수가 된 것이 남들보다 유리한 환경이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모두 똑같이 노력한다고 해서 모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부모의 도움 또는 어떤 행운이 성공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는 본인의 능력만으로 대학교수가 될 수 있는 게 아님을 뜻한다.

 

 

미국 사회든 한국 사회든 부유하거나 권력이 있는 부모들이 자기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편법이나 불법이 동원되는 사례도 있다.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지 못함이 바로 이 지점이다. 달리기 시합으로 말하면 우리는 출발선이 똑같은 자리에 있지 않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공정하지 않은 세상인데 우리는 공정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기회가 평등하고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능력주의 사회라고 떠들어 대면서 말이다.

 

 

누구나 노력하면 출세할 수 있는 사회라면 출세하지 못한 이들이 노력하지 않았음을 비난 받아도 억울할 게 없다. 하지만 불우한 환경 때문에 출세하지 못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사회 속의 우리 자신을, 그리고 사회가 우리 재능에 준 보상은 우리의 행운 덕이지 우리 업적 덕이 아님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운명의 우연성을 제대로 인지하면 일정한 겸손이 비롯된다.

 

-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353쪽.
...................

 

 

남들에 비해 유리한 조건 아래 성공했다고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의 사람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일이 없으리라. 예를 들면 재벌 또는 재벌 2세로 사는 것이 자신의 운 덕분이지 자신의 노력 덕분이 아니라고 깊이 인식한다면 갑질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9-04 16: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ㅅ♡

페크pek0501 2021-09-04 16:14   좋아요 5 | URL
저도 1등 하고 왔어요. syo 님의 서재에서. ㅋㅋ

scott 2021-09-04 20:31   좋아요 2 | URL
페크님 마지막 문장,재계 꼭대기 층에 있는 이들이 읽어 봤으면 ㅎㅎ

페크pek0501 2021-09-06 12:18   좋아요 1 | URL
맞아요. 설령 자기 능력으로 재벌이 됐다고 생각이 들어도 좋은 운이 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니 운 덕분이라고 여기면 오만하지 않고 겸손해질 것 같아요. ^^

초딩 2021-09-04 21: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국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학력이 세습되는 비율이 아주 높은데 유럽은 또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자본주의의 극. 모든 면에서 그런것 같습니다.
그들이 공평하다면 이런 책을 낼 이유도 없을 것 입니다. 공리이니.

페크pek0501 2021-09-04 17:11   좋아요 4 | URL
이 책에서도 유럽에선 비교적 공정하다고 나옵니다.
예리하신 초딩 님~~.^^

새파랑 2021-09-04 17: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완전 맞는 말이네요. 일반적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 혼자서 해냈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한것 같아요. 겸손을 겸비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1-09-04 17:12   좋아요 5 | URL
저도 겸손한 여자가 되기로 결심!!! 합니다.

stella.K 2021-09-04 18:5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웬만해서 리뷰를 잘 안 쓰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쓰신 걸 보면 꽤 도전 받으셨나 봅니다.^^

페크pek0501 2021-09-04 19:08   좋아요 6 | URL
예. 웬만해서 리뷰를 안 쓰려고 하죠.ㅋ
처음엔 페이퍼로 쓰기 시작했어요. 올리려고 보니 글이 생각보다 긴 거예요. 그래서 리뷰로 바꿨습니다. 처음부터 리뷰를 쓰려고 했다면 시작을 못했을 겁니다.
리뷰는 급부담ㅋㅋ^^

파이버 2021-09-04 19:5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봐도 저 책 한국어판 제목을 너무 잘 지은 것 같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착각이 아닌 겸손을 가진다면 조금 더 살만한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페크pek0501 2021-09-06 12:23   좋아요 1 | URL
제목이 좋지요? 출판사의 상술로 만들어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얼마든지 압축해서 적은 분량의 책으로 낼 수 있었을 것인데 본문만 350쪽이 넘어요.
자신의 주장을 한 권의 책으로 쓸 수 있는 것도 재능 같아요. 저자의 명성에 힘입어 잘 팔렸을 것 같아요.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 별표 하나를 뺐어요. ㅋㅋ

겸손해지면 남들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 본인도 행복에 가까이 가게 되는 거지요.
오만해서는 절대 행복할 수 없잖아요.

붕붕툐툐 2021-09-04 22: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이런 책을 마이클 샌델 교수님이 써줘서 좋은 거 같아요!
노란 공책과 파란 책 표지가 잘 어울려요!!😍

페크pek0501 2021-09-06 12:24   좋아요 1 | URL
게다가 저자는 미남이잖아요. 여성 팬들이 많을 듯합니다.
색상을 대비시켜 찍었어요. 그런데 정사각형의 사진은 덜 좋은 것 같아요.
역시 직사각형이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독서괭 2021-09-05 0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리뷰 못 쓴 채 쌓아뒀는데 페크님 리뷰 보니 다시 훑어보고 싶어집니다. 잘 읽었어요^^ 이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척 공감이 되더라구요.

페크pek0501 2021-09-06 12:26   좋아요 1 | URL
저도 리뷰를 쓰려고 한 게 아니라 페이퍼로 짧게 올리려고 했는데 쓰고 보니 생각보다 길어진 거예요. 리류가 별로 없는 편이라 아예 리뷰로 올리자, 그랬어요.
저도 공감이 갔어요.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게 이 책의 장점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9-05 19: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느 나라, 어느 시대, 어느 가정에서 어떤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을 선택하지 못해요.
어디서든 성공하려면 노력은 기본인 것 같고요.
노력해서 성공한 것도 맞지만, 노력만으로 성공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09-06 12:28   좋아요 2 | URL
그렇죠. 운명적으로 태어나죠.
외국 칼럼니스트가 쓴, 부자들을 분석한 책이 있는데 그들이 부자가 된 것은 능력보다는 ‘운‘이 많이 좌우했다는 결론이에요.
한 주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좋은 날로 시작하세요. ^^**^^

희선 2021-09-07 0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애쓰면 잘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는 갔다고 하는군요 이런 말 나온 것도 꽤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다고 운으로만 잘되지는 않겠지요 자신이 애쓰고 둘레 사람이 도와줘서 잘될 거예요 그런 걸 생각하면 좋을 텐데... 큰 일이 아닌 작은 일도 그럴 것 같네요 고맙게 여겨야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1-09-07 11:30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예전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듯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어도 열심히 공부만 하면 자신이 선망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죠. 이제 그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요. 부모가 사교육비에 많이 투자해야 자녀가 명문대에 입학하고 출세하기도 쉬운 세상이 된 거죠.
좋은 하루 여십시오.
 
아득한 바다, 한때 - 이자규 시집
이자규 지음 / 학이사(이상사)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난 시를 잘 모른다. 모르지만 시의 매력은 알고 있어 시를 배우고 싶었다. 코로나19만 없었다면 주 1회로 시를 배우는 시 강좌를 수강하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세상은 내 뜻에 상관없이 아니 내 뜻과 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이 시간을 견디며 살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끝은 있는 법이다, 하고 그 생각에 힘을 주며 버티기로 한다.

 

 

이 시집의 저자인 이자규 시인과 나는 2000년대 초반에 시를 배우는 강의실에서 처음 만났다. 내 기억에 따르면 그는 그때 시인으로 등단해서 수강생들의 축하를 받았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내가 선배님이라고 불렀다. 많은 후배 수강생들 중 유독 나를 예뻐해 주는 선배님이었다. 몇 년쯤 알고 지내다가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다. 다행히 이메일 주소는 남아 있어서 내가 작년에 내 책을 보내 줄 수 있었고, 이번엔 세 번째로 시집을 출간한 선배님이 내게 시집을 보내 왔다. <아득한 바다, 한때>라는 신간이다.

 

 

시집 제목을 보자마자 ‘참 선배님답구나.’ 생각했다. 저자는 평범함을 거부하고 독특함을 지향한다.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반가운 마음으로 시집을 열었다. 시가 참 어렵네, 하고 느끼며 뒤적이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시를 발견했다. 여러분도 감상하시라고 필사해 올린다.

 

 

 

....................
 유리벽 에세이
                                                     이자규

 


  내가 강을 말하면 그는 산을 말한다 그가 창문을 열면 나는
긴팔 옷을 걸쳤다

 

  침묵과 침묵은 서로 꼬리 흔들다
  소원해졌을 때 그가 색소폰을 불고 나면 나는 유행가를 들었다

 

  무인도와 협곡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 그는 나 내가 그여서 한 접시의 푸성귀와 생갈치에 뿌리는 양념소금처럼 등 돌리며 다시 스쳤다

 

  폰에 저장된 그의 관악기 부는 서양음악 두 귀를 막다가 폰 휴지통으로 보낸 뒤 아우성치는 한 여운을 읽고 있다

 

  끼니 없는 추억을 들으며 내가 냄비 소리 냈을 때 그는 이부자리를 깔았다

 

  유리벽의 안과 밖은 서로를 견디고 견뎌낸 온도 차이일 뿐 아무 일도 아닌 듯 그가 웃었을 때 나는 눈물이 났다

 

  못 위에 새를 보며 그는 오고 있다 하고 나는 가고 있다 했다(80~81쪽)
....................

 

 


나 개인의 감상을 써서 독자로 하여금 이 시집에 대한 어떤 선입견을 갖게 하고 싶지 않아 시를 그대로 옮기는 걸로 리뷰를 대신하고자 한다.

 

 

새롭고 독창적인 시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이 시집을 추천한다.

 

 

다음 시도 소개하고 싶어서 밑줄긋기 박스에 넣는다.

 


(77쪽) 아름다운 최후를 위해 살았다
푸른 의지로 열렬히 나부꼈다
단풍으로 뜨거웠던 노후가 생의 절정이라서
흙에 들어야 할 노래가 흙의 색깔로 천천히
바람이 분다
나무의 사지가 비틀릴수록 그의 내생은 깊어서
가느다란 잎맥이 마지막 입맞춤을 불렀다
가끔 폭설과 함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도 새겨졌다

미명을 사르던 가지 끝
지난 해 보낸 제 분신들을 알고 있는
인지의 나무

땅에 닿는 순간까지 푸르렀던 의미
모든 것은 기억의 뼈대로 키가 큰다
낙엽의 주검은
불굴의 그늘이 될 귀환이므로
겨울새 하나 둘 가지에 열리기 시작했다(‘낙엽’ 전문)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1-05-23 15: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즐거운 일요일 오후 되세요.^^

페크pek0501 2021-05-23 15:10   좋아요 7 | URL
아휴~~ 첫 댓글 님, 고마우셔라...

점심은 맛있게 드셨나요?
저는 입맛은 없고 커피만 당기네요. ㅋ
시 강의를 수강하고 싶었는데 무용도 계속 배우고 싶은데 코로나가 안 끝나네요.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우리입니다. 힘을 내서 버텨야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1-05-23 16: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에부터 시를 별로 읽지 얺은 듯 해요.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시를 분석하는 공부에 질려서 그런듯도 해요.
이제부터 조금씩 시를 읽고 싶어요^^
이 책은 페크님과 같이 시를 배운 동기의 시집이라 더 반가우실것 같네요**

페크pek0501 2021-05-23 18:04   좋아요 3 | URL
저도 자주 시를 읽자, 하고 계획을 세우곤 한답니다.
해석을 하는 것도 의미있겠지만 저는 시인의 표현법을 배우길 좋아합니다.
위의 시에서 예를 들면˝ 아우성치는 한 여운을 읽고 있다˝라는 문장이 재밌잖아요.
유치환 시인이 쓴 깃발이란 시에 나오는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이란 표현과 비슷한 것 같지만 또 다른 느낌을 주지요. 여운이 강하게 느껴질 때 아우성치듯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해석을 잘할 자신은 없으나 시인의 독창적인 표현법을 배우려고 이 시집을 정독하기로 했답니다. 이 시집을 읽으면 두뇌를 많이 쓰게 되는 이점이 있을 듯해요.

그레이스 2021-05-23 16: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왜 눈물이 났는지 알 것 같아요.ㅠ
함께 있는 사람때문에 외롭다는 게 전달이 되네요.
그 웃음때문에 더... 그래서 화가 나요.

페크pek0501 2021-05-23 18:06   좋아요 4 | URL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네요. 시 해석의 다의성. 이게 또 시의 매력이죠.
시는 제멋대로 상상하고 유추할 수 있어 우리의 사고력을 확장시키게 만들 것 같아요.
올 여름엔 시를 사랑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레이스 2021-05-23 18:14   좋아요 4 | URL
저는 그 웃음이 끝까지 이해못한 웃음으로 느껴졌는데 제가 너무 나갔나보네요 ㅎㅎ

페크pek0501 2021-05-23 18:23   좋아요 3 | URL
너무 나가기도 하는 게 또 시의 매력아니겠습니까.(솔직히 저는 시를 잘 몰라서 이 시집의 저자와 만나 물어보고 배우고 싶더라고요. ˝이 문장은 무얼 말하는 거죠? 뭘 말하고 싶어서 이 시를 쓰셨나요?˝ 이렇게 질문하면서요.
그런데 만나려면 저자가 저의 집에서 왕복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곳에 사시니 아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만나게 될 걸 믿어요.

소설도 그렇지만 시도 읽을 때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올해 읽을 때와 3년 뒤에 읽을 때 다를 듯합니다. 어쨌든 시인들의 표현법은 흥미롭습니다. 저 같은 평범한 사람에겐 더욱.

댓글, 감사합니다.

cyrus 2021-05-23 17: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시를 안 읽은지 오래됐어요. 야근 잔업이 많은 일을 하다 보니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요. 아무래도 당분간은 가벼운 분량의 책, 시집이나 그림책을 읽어야 할 것 같아요. ^^

페크pek0501 2021-05-23 18:07   좋아요 4 | URL
저도 시 공부를 많이 하고 싶어요. 그러면 더욱 시 읽기가 흥미로워질 것 같습니다.
그림책도 좋지요. 요즘은 어른이 읽을 동화책, 그림책도 많은 것 같더라고요.
글자가 적어서 오히려 상상력을 발전시킬 수 있을 듯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붕붕툐툐 2021-05-24 00: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시인 등단을 기대합니다! 시 너무 좋은데 잘 안 읽히는 게 함정. 그래도 좋아요. 이자규님의 시도 좋네요~~

페크pek0501 2021-05-24 10:25   좋아요 3 | URL
ㅋㅋ 저는 시인 등단을 원치 않아요. 심리학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심리학자가 되길 바라는 게 아니듯이요. 시를 잘 모르지만 흥미로워서 배우고 싶을 뿐입니다. 글쓰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현재 칼럼니스트로 글을 잘 쓰는 것만 목표입니다.
저도 시가 안 읽히는 게 함정. 이 시집 참 괜찮습니다. 참신해요.
붕붕툐툐 님, 반가웠습니당~~~

겨울호랑이 2021-05-24 1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번 째 시에서 흙으로 돌아갈 때 흙 색깔로 간다는 구절이 인상적이네요. 어쩌면 우리 삶이란 자신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페크pek0501 2021-05-24 13:04   좋아요 3 | URL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자기 생을 혼자 꾸려 간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다른 이들과의 상호 작용에 의해 삶이 구성됩니다.
모든 경험과 기억의 뼈대가 삶을 만들어 간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희선 2021-05-25 02: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시를 배우는 강의실에서 만나고 소식이 닿아 페크 님은 책을 보내드리고 받으셨군요 그런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 거의 잊어버리지만... 잊지 않아도 갑자기 연락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끔 시를 보기는 하지만 그렇게 깊이 보지는 못하는군요 그래도 그걸 보면 괜찮기도 합니다 시는 한번보다는 두 번이나 여러 번 보는 게 좋을 텐데...


희선

페크pek0501 2021-05-25 22:05   좋아요 3 | URL
이메일이 있어서 연락이 가능했어요. 한때 이메일을 주고받던 시대가 있었어요.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그땐 참 신기하게 여겼는데...
핸드폰이 생기면서 이젠 폰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는 시대가 되었어요.
그래도 이메일의 편리한 점은 상대가 바쁘게 볼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급하지 않은 안부 인사는 이메일을 이용해요.
시집을 자주 들춰 보는 한 해로 기록되길 바라며 시집을 찾아 쌓아 두었어요.

희선 님. 굿 ~ 밤~

scott 2021-05-27 2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소개해주신 시집 급한 마음에 검색했는데 이지규로 ㅎㅎ이자규님이셨네요. 반복해서 읽을때마다 여러 상념들이 떠오르는 시, 좋은 시 소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1-05-27 22:54   좋아요 2 | URL
옙. 제가 구매한 책 중에서 소개할 책이 많은데 앞으로 천천히 올려 보겠습니다.
필사해서 밑줄긋기 박스에 넣고 싶은 것도 많답니다.
저 역시 스콧 님이 올려 주신 음악과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시는 전혀 상관 없는 낱말들을 연결해 생각할 수 있는 점이 유익하고 재밌는 것 같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엄마의 뜰 - 포토 에세이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포토 에세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에세이에 칼럼과 수필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에세이를 읽다 보면 어떤 글은 칼럼으로 읽히고 어떤 글은 수필로 읽히는데 이 책에 담긴 글들은 나에게 대부분 수필로 읽혔다.

 

 

칼럼과 수필을 구분하기 위해 예를 들어 본다.

 

 

『어떤 대상이나 현안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 이상으로 스스로도 타자에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습니다.』(249쪽) 이는 수필로 읽힌다. 잊지 않겠다, 라고 다짐하고 있다.

 

 

(어떤 대상이나 현안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 이상으로 스스로도 타자에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합니다.)라고 쓰면 칼럼으로 읽힌다. 이는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수필과 칼럼을 구분하는 방법 중 하나다.

 

 

사실 칼럼과 수필을 구분하기가 모호한 경우가 있다. 마치 길게 쓴 시를 산문시라고 해서 ‘시’로 볼 수도 있고 ‘산문’으로 볼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에세이를 쓸 때 칼럼과 수필을 꼭 구분해서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칼럼으로 써야 적합한 글이 있고 수필로 써야 적합한 글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저자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마땅히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작가 이외의 직업을 가질 수 없을 것 같아서다. 그만큼 그의 글은 문학적이고 사색적일 뿐 아니라 운동으로 키운 근육처럼 탄탄하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문장력이 아닌 것이다.

 

 

<엄마의 뜰>은 신변잡기의 열거에 그치는 에세이집이 아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삶에서 건져 올린 지혜를 만날 수 있는 있는 책이다. 

 

 

몸이 아팠다는 글이 내 눈에 유표히 띄었다. 앞으로 오래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건강을 챙기면서 글을 쓰길 저자에게 바란다.

 

 

 

......................

참고 사항 :

알라디너인 다크아이즈 님의 책이다. 일독의 가치가 있는 책이다. 

 

 

 

(41쪽) 돌이켜보면 아부지 때문에 한겨울인 청춘이었지만 끝내 아부지 덕에 물오른 봄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평생 글 쓰는 데서 자유롭지 못할 숙명은 당신이 준 고귀한 선물이었습니다. 애증의 저울추를 번갈아가며 기울게 했던 아부지는 제게 결핍인 동시에 충만이었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궁색과 잔소리의 향연인 당신의 방식은 한 가계를 책임져야 했던 병약한 부성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것을.

(130쪽) 누구에게나 양면성은 있습니다.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 끌리는 것도 당연하구요. 나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면 나도 더한 깊이로 상대를 공감하고 배려하게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사심 없다’는 말이야말로 가장 사심 있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심 없는 절대적 관계가 있다면 페르소나로 자신을 연출할 필요조차 없겠지요. 온 지구촌에 그런 세계가 있다면 일상의 행복지수는 한결같은 높이를 지향하겠지요. 하지만 삶은 그런 높은 차원으로 구조화되고 승화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에요. 그저 인간적인 정서와 반응들로 가득하지요.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하라 2021-01-27 14: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필과 칼럼의 구분을 이제야 할 것 같습니다. 메시지를 전하는 글이 칼럼이군요. 그간에는 둘의 차이를 모르고 읽어온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1-01-27 14:42   좋아요 3 | URL
저도 잘 모르지만... 칼럼과 수필의 또 하나의 차이는 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면 칼럼이고, 제기할 수 없다면 수필입니다.
유년의 추억을 쓴 수필이 있다면, 누가 여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유년의 추억을 썼을 뿐인데 말이죠.
만약 ‘질투하는 이유‘는 이거다, 라고 쓴 칼럼이 있다면(제 책 속에 있는 글입니다.)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요.
독자 중엔 질투하는 이유가 그것이 아닐 수 있으니까요. 다른 정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신문에 기고한 글을 다 칼럼이라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체로 신문에서 오피니언 지면에 있는 글을 칼럼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사설도 칼럼의 일종이죠. 필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회사의 의견이나 주장을 독자에게 전한다는 점에서요.
댓글, 감사합니다. ^0^

2021-01-27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8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1-01-28 2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칼럼과 수필(에세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다크아이즈님의 이번 신간은 에세이같았어요. 칼럼과 수필의 차이가 이의제기에 있다는 것도 참고해보면 좋을 내용이네요. 생각해보니, 신문 오피니언 코너에 실리는 글은 수필 보다는 칼럼이 많을 것 같고요, 에세이는 문학란에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종이신문을 보지 못한지 오래되어서, 요즘은 어떨지 잘 모르겠어요.
페크님, 잘읽었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페크pek0501 2021-01-29 11:00   좋아요 1 | URL
요즘은 시와 소설을 빼면 전부 에세이로 분류하는 것 같아요. 알라딘에서도 그래요.
에세에, 하면 수필이 떠오르긴 해요. 수필은 문학의 영역 안에 있고요. 칼럼은 비문학적이죠. 너무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시간 낭비가 된다고 여기는 장르 같아요.
문학적 형상화를 하지 말고 그냥 네 견해를 직접 써라, 하는 게 칼럼인 것 같아요.
수필은 다르죠. 문학적인 맛이 나야 하죠.
독자가 문학 감상을 하겠어, 하는 게 수필이라면.
독자가 네 생각을 들어 보겠어, 하는 게 칼럼 같아요.

겨울의 마지막 추위가 온 듯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잘 지내세요...

희선 2021-01-29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땅히 글을 써야 하는 사람’ 으로 작가밖에 될 수 없다는 말은 작가한테 가장 좋은 말이겠습니다 여기에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글이 담겨 있겠네요 사람은 다른 사람 삶을 보고 배우기도 하죠 그런 것도 많을 듯합니다

페크 님 일월이 빠르게 흘러가는군요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니... 추운 날이지만 따듯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1-01-29 11:03   좋아요 1 | URL
마땅히~~ 라는 표현이 가장 좋은 뜻을 가지고 있는 것 맞습니다. 작가적이라고 느끼며 읽었어요. 저에게 없는 재능이 이 작가에겐 있더군요.

1월도 거의 가고 있고 시간은 종착역 없이 흘러 가기만 하네요.
계획대로 좋은 겨울날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