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서울 - 미래를 잃어버린 젊은 세대에게 건네는 스무살의 사회학
아마미야 카린, 우석훈 지음, 송태욱 옮김 / 꾸리에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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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운동' 그리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연대에 대한 지속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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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에 대하여 동문선 현대신서 177
자크 데리다 지음, 남수인 옮김 / 동문선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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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지방이라는 경계 속에서 주인과 이방인의 관계를 재구성/재사유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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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그레이효과 2009-09-3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는 '환대의 법'과 '환대의 법들'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인과 이방인의 관계, 그 관계를 구성하는 '문지방', 그리고 이방인에게 물어보는 의례적인 질문들. 우리는 이방인에게 느끼는 불확실한 존재로 인하여, 그 어떤 공포를 내면화할 수도 있지만, 그 공포의 내면화 자체가 이방인 자체로 환원된다면, 그 환원됨이 또한 우리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환대의 법 자체가 갖는 법의 추상성, 그리고 그 법의 추상성과 괴리될 수도 있는 구체화된 '법들'. 법과 법들의 딜레마 관계 속에서, 우리는 법들 위의 법을 상상합니다. 그리고 법 밖의 법도 상상해봅니다. 왠지 아감벤의 사유에서 발견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법 속에서 '불법'을 예감할 수 있습니다. 법을 지킨다는 것 안에서, 그 법을 '잠시' 어기고, 그것을 정의로 이름 붙일 수 있다는 현실을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이 책에 언급되는 '약속'이 그렇습니다. 그 약속이란 단어가 주는 믿음의 표상이 우리를 분명히 둘러싸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 약속의 강건함이 때론 나와 당신 사이의 불신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데리다는 그 분명함에 대한 해체를, 의미의 지연을 촉구하는 것이 아닐까요. 도덕의 차원을 넘어, 우리 시대의 타자를 향한 약속, 경계를 심오하게 돌아볼 수 있는 사례가 되는 책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
김현진 지음, 전지영 그림 / 레드박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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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이 있기 이전부터, '글세계'에서 상처를 글로 표현하는 사람은 많았다. 그렇기때문에, 김현진의 포지션이 그다지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김현진의 글에는 '김현진다운' 또 그런 맛이 있다. 그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마라]는 개인적으로 [당신의 스무살을 사랑하라]와 함께 '상처판매' 2부작으로 묶고 싶은 책이다. '상처판매자'라는 표현이 좀 거북스러울 수 있겠으나, 솔직히 말해서 김현진이 자신의 위치를 어느 정도 '글세계'에서 확보할 수 있었던 것에는, '상처의 폭로'가 바탕이 되었음은 사실의 측면이 아닐까 싶다.(난 이 지점을 부정적으로 마냥 깔 생각은 없다) 김현진은 '상처의 폭로'를 공격적으로 밀어 붙였다. '공격적'이란 표현 안에 포함된 것은 흔히 사회에서 말하는 '남성적 언어'였다. 그녀의 말에는 사회가 간주하는 '남성적 언어'가 고루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저널리즘 기자들이 표현하기 좋아하는 시선으로 비유하자면, '아리따운 외모에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날 것의 (남성적) 언어들의 소화'였다. 하지만 언어에 주인이 어디 있겠는가. '18'이라는 단어가 남자들이 전세 / 월세 내고 마냥 쓸 수 있는 언어도 아니고 말이다.  김현진의 '날 것'으로의 언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우울함'은 준 벅 처럼 귀여운 맛이기도 하지만, 갓 파더처럼 씁쓸한 달달함도 내장되어 있는 것 같다. 시원하지만, 우울한 끝 맛. 그래, 그게 김현진에게 늘 기대하는 맛이다. 자신의 상처를 때론 정말 '상처처럼' 보여주기, 때론 너무 달달하게 묘사함으로써,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가 이렇게까지 공감을 표하며 웃어도 되나'할 수 있을 만한 그녀가 지탱하려고 하는 윤리관의 고수. 그녀는 글 속에서 늘 자유분방하게 비행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녀가 고수하는 지정된 동굴이 있는 느낌을 계속 받는다. 그리고 그 동굴 안에서 놀고 싶어하는 분위기는 이 책에도 여전하다. 사랑까지 지나친 원칙으로 둘러싸인다면, 우리 여자들 어떡하라고! 하는 자유와 해방의 설파도 있지만, 그것을 무조건 용인하지 않는 현실적인 풍경 덧입히기.  

그 안에서 나는 누가 김현진을 좋아할까라는 제법 대담한 상상을 해본다. 그냥 연애의 비애에 빠져 그녀의 글에 위안을 받는 익명의 여성 '선영이'들? 글쎄, 그건 정말 대담하지 못한 식상한 상상이다. 글쎄, 저자인 그녀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떤 연애를 하고 싶은지. (글에는 다 풀어 놨지만, 왠지 가면이 있는 기분이다) 당신은 정녕 어떤 남자를 만나고 싶은지. 그런 면에서 그녀는 이런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닐 것이다. 여기서 위치라는 것은 그만큼 김현진의 연애 내공이 이런 질문을 식상하게 느낀다는 차원이 아니라, 글을 써가면서 만들어간 자신만의 '연애상'에 의해, 스스로 분열적인 연애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의 차원이다. '경험주의자' 김현진에게 연애상이란 없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많은 위로와 조언들을 담아 주고 있지만, 그 '요법'들은 실천이기보다는 관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얇은 비평의 위치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정작 김현진은 예전부터 자신의 '정리 안 된' 그 모습을 드러내놓고, 그 '정리 안 됨'을 상처로 품어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어미새 역할을 하면서도, 어떤 틈, 어떤 분열 속에서, 자신이 정작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토이남'의 일정한 모습을 품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한다. 그 일정한 모습이란 곧 '깔끔한 연애'를 하는 것. 쉽게 말해서, 자신의 상처를 잘 치유하고, 잘 흡수하며 살아가지만(혹은 살아가는 척 하지만) 그 치유와 흡수의 과정 속에서 정작 사랑이란 이름으로 있을 줄 알았던 '타인'은 없는 것. 그 지점에서 김현진의 일관된 '상처인류학'은  가장 많은 애정을 표면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지만, 그 애정이 '나'의 차원에서 '관리/ 계발'되고 있지는 않은지. 그것이 이 책에서, 그리고 지난 번 책 [당신의 스무살을 사랑하라]에서도 줄곧 그녀가 강조/비판하는 '자기계발'담론과 무엇이 다른지는 모르겠다.   

사실 이 책에서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을 추천해준 이들이다.이 책의 추천사를 써 준 이들의 이름을 보면,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녀를 '소비하는' 소위 지적인 남자들의 레퍼런스가 그려진다. 좀 더 과하게 표현하면 계보라고 할까. 정치적으로 진보적이고, 자신의 '먹물끼'를 속죄하려고 그녀가 털어놓는 연애담에 껄껄 거리고, 자신의 토이남 기질을 좀 벗어내려고, 자신의 '속물끼'를 그녀 앞에 다 고해성사하며, 외부에서는 참 '대단하고 존경받을만한' 그 어떤 부류들. 김현진은 소위 자신을 소비하고 있는 '지식인 오빠들'을 한 번 비평해보는 게 어떨지 제안해본다.  

김현진의 이번 책에서도 느꼈지만, 김현진의 책은 참 재미있다. 하지만, 그 재미있음의 방향 혹은 단계가 한 번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 이건 단지 글이 가볍다 / 무겁다 수준으로 그치는 문제는 물론 그리고 전혀 아니다. 나는 이 책에서 삶의 진지한 두께를 매만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 또한 감출 수 없다. 다만, 그녀의 '상처인류학'이 말하는 연대가 왠지 김현진 자신이 계속 구축해왔던 '똘끼의 소비'로 이어지는 것 자체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진 않은가 그녀의 책을 좋아하는 한 독자로서 묻고 싶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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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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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윤리에서 연민의 권력을 찢어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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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그레이효과 2009-09-25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의 감각이 던져주는 고통의 윤리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쥬디스 버틀러의 <불확실한 삶>과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 고통의 광경에 대하여, 우리는 그 어떤 뜨거운 정념과 그 어떤 차가운 무관심을 함께 가지고 간다는 두려움으로, 그 공포로 몸서리치는 인간들이 아닐까요. 다만 그 몸서리친다는 것에 대한 둔감함을 애써 외면하는 요즘이 무섭습니다. 그 고백들이 인터넷의 댓글화된 여론으로 소비되는 것두요. 결국 우리는 고통스러운 사건들에 대해 더욱 많은 해석 속에서, 더욱 깊어지는 냉소를 체감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고통을 연민의 틀에서 해석하기를 이제 중단한다는 것. 그 중요하지만,어려운 결단의 순간에 대하여..

- 2020-02-20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책과 연계하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두권다 읽어보고 싶습니다.

얼그레이효과 2020-02-28 16:19   좋아요 0 | URL
제가 그땐 주디스 버틀러의 책에 빠져있어서, 제 사견으로 연계 독서를 권해보았는데요. 지극히 사견이니 감안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윤리와 무한
엠마누엘 레비나스 지음, 양명수 옮김 / 다산글방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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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윤리라는 제일철학을 위한 레비나스의 사고들을 깔끔하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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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그레이효과 2009-09-25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과 타자]를 읽은 이후, 참 오랜만에 레비나스의 책을 다시 집었습니다. 아무래도 레비나스의 관계론에서 중요한 것은, 나가 있기 때문에 '너'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관계의 제일조건이라는 게 아니라는 점이겠지요. 레비나스에게 관계란 나와 너가 존재하게 만드는 다리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로 그에게 훗설은 존경의 대상이지만, 극복의 대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윤리가 제일철학이라는 레비나스의 주장 아래, 나 스스로가 '타인으로 인해 존재함'을 생활 속 실천으로 옮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사유 속에 맴도는 타인이란 존재에 대하여, 나는 언제쯤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는 실천을 할 수 있을까요. 레비나스가 말하는 그 얼굴에 대한 해석 이전의 상태를 나는 지향할 수 있을까요. 내 연약함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