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인격에 대해 생각해 본 그리고 체험해 본 지난 한 주였다. 겉으론 시민을 위한 '공공성'이니, 올바른 시민의 참여니 해도 결국 술자리에선 '개'가 되는 이 판의 명망가들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교수의 아내는 불쌍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진보'라는 명찰을 가슴에 붙이고 다녀도, 자신의 인격은 '진보'가 아니란 것을 보여주는 학문 선배들의 아쉬운 태도들을 볼 때마다, <오빠는 필요없다>의 구절,구절들이 생각나 몸이 떨렸다. 

자신의 학문 동료들을 쉽게 품평하고, 사회의 온갖 더러운 관습들을 잘못 배워온 것을 능수능란하게 "이것도 학문 사회 안에서 네가 견뎌야 할 불문율이야!"라고 으름장놓는 모습들을 체험하면서, 또 한 번 절망감을 느꼈다. 

더 무서운 건, 그런 사람들을 신격화하는 사람들의 추앙, 그것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처구니 없는 '쉴드'들이다. 다른 학자들을 함부로 깎아내리면서까지, 자신들을 돌봐주는 이의 동상을 세우기 위해 애쓰는 자들의 언변을 들을 때, 나는 내가 낀 이 자리가 조폭들의 자리는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더 무서운 건 그런 태도들을 잘못 배워 나에게 고스란히 써먹는 내 동기, 내 후배들의 언변이었다)

과장되지 않는 비유이리라 믿는다. 학문 사회는 조폭과 군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얼른 이 네트워크 안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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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13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나라에서 조폭영화가 여러 장르로 변주되면서 그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아무리 코믹으로 혹은 휴먼드라마로 만들어져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늘 극사실주의 영화가 되기 때문이죠.... 쩝!!!

얼그레이효과 2010-07-14 10:34   좋아요 0 | URL
그런 것 같아요.

2010-07-13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4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0-08-1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교수사회가 아주 싫습니다. 학부때도 교수들하고 많이 싸웠구요...그래서 가고 싶었던 대학원을 가지 않았습니다. 가려면 외국으로 가야죠~ 교수집단은 가장 책안읽는 집단 중 하나입니다. 전 학부 3학년때부터 수업듣는게 역겨웠습니다. 뭐, 존경했던 교수도 있었는데 그건 10퍼센트도 안되는 것 같고...그래서 전 한국에서 학문하는 걸 접었었다는..지금도 교수들은 싫습니다~
 

내일까지 1차 최종본을 넘겨야 하는 연구보고서가 있는데, 아직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평소에 싫어하는 시선으로 연구 대상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 장황한 미래 예측 보고서체. 과장된 대중의 환호 섞인 기대감들을 좀 보태서, 설탕가루를 팍팍 넣은 핫도그로 튀겨 봐야 하는 것인데, 아마 기름 냄새에 욱!해서, 스스로 무기력 모드를 택한 것 같다.  

세상에 어떻게 자기 좋은 일만 하면 살 수 있겠나라고 그나마 좀 타협을 본 듯 하면서도, 마음과 다르게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나란 놈은 그래도 고집이란 게 제법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굽신굽신거리며 누군가 원하는 문체와 시선으로 보고서를 채울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로 시작하며, 한시 하나 써서 그냥 그렇게 사세요.라고 마무리하고 싶은 솔직한 심정이 저녁까지 갈 것 같아 큰일이다. 

그래서 참 '스킬있게' 논문을 그야말로 찍어내시는 '보고서-생계형'연구자들의 능력에 존경을 보내면서도, 여전히 그런 사람 되고 싶지 않아서, 마음 속으로 써 보는 가상 논문 작성에 더 열중인가보다.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길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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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05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쓰셨어용?

얼그레이효과 2010-07-05 00:36   좋아요 0 | URL
냈는데, 수정중입니다.^^; 머리 쥐어뜯는 중이에요.ㅎㅎ

비로그인 2010-07-05 01:17   좋아요 0 | URL
어허~~
관리하셔요~~왜 쥐어뜯어~머리를?
나이들면 대책읍써요~~ㅠㅠ

얼그레이효과 2010-07-11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공부와 인격의 관계. 이것에 대해 늘 거부하고 싶은 절망감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접한 시간들을 다시 정리하면서, 이 절망감을 그냥 받아들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를 꼽으라면, 교수의 아내라고 생각한다. 정의와 결혼한 남자의 아내에게 문득 다가가 묻고 싶은 건, 아픔의 틈새이리라. 그 아내에게 남편 분이 훌륭한 일을 하셔서, 뿌듯하시죠?란 말을 건네는 건 그녀의 남은 여생을 불행하게 예언하는 또 다른 행위가 아닐까. 이보다 더 불행한 교수의 아내는, 그동안 못 놀았다는 것을 술자리에서 촌스럽게 티내는 연구원, 강사들, 교수들의 인생에 동참해야 하는 그녀들일 것이다. 

"그거 그냥 이렇게 하면 며칠만에 끝나지 않아?"와 같은 말들을 자주 들을 때면, 그건 그 사람의 지적 능숙함으로 이해되기보단, 세상에 속하기 위한 동물로서, 글과 말을 잡아먹는 현세주의의 표효로 느껴질 때가 대부분이다. 이런 인생을 쳐다보는 두 젊은 신상 부류가 있다. 구석에 앉아. 소심하게 그들을 비웃거나, 교수보다 더 뛰어난 현세적 판단과 감각을 갖고, 교수들의 인사부장 역할을 처리하는 조숙한 괴물.  

가끔 이 괴물들이 다가와 누구누구의 공부사와 신상을 상세히 읊어준다. 누가 어디서 대학 석사를 땄고, 어디 박사를 했으며, 한국에 와서 무엇무엇을 했다는 말이 나보다 너무나 어린 년,놈들에게 나올 때면 주일학교 시간에 봤던 <슈퍼북>같은 만화 주인공처럼, 차라리 성경 속 이야기 안으로 숨고 싶다.   

영화 <권태>의 마지막 장면 대사처럼, "우리가 이 절망으로 인해 오히려 살아야만 해"라는 그 고백을 언제쯤 내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하게 될 날이 올까. 가까운 미래는 아닐 것 같다는 게 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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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문제는 해결했다. 이제 다른 한 가지 문제가 남았는데, 이게 큰 산이다. 아무래도 총장과의 면담까지 가야할 것 같다.  논문을 마무리하면서, 졸업을 앞둔 다음 학기까지 지루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갈등의 선을 넘어야 할 듯하다.

내가 그동안 제기한 문제에 대해 답변을 대신해 준 교수님은 공개게시판을 통해, 다른 학생들에게 내가 했던 요구들처럼 더 요구하는 문화, 이런 요구를 공론화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라고 오히려 촉구했다.  

교수님의 답변을 통해 양심과 정의가 살아있어서 다행임을 확인했다.  (특히 교육 현실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희망을 본 전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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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05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 되었네요.
다른 문제도 잘 해결될 것만 같습니다.
아~~외롭고 힘든 길일거라고 걱정했었는데, 어느정도 보람도 찾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희망과 함께 할 수 있다니...오히려 의욕도 불끈불끈 하시겠다?!
얼님~~홧팅!!!!

얼그레이효과 2010-06-05 14:57   좋아요 0 | URL
제가 빨리달리기보다는 오래달리기를 좋아하는데요. 학교가 저라는 벌집을 쑤셨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한 번 보여주고 싶어요.ㅎ 고맙습니다.

롱롱 2010-06-05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엊그제 정말 우연히 반가왔어요! 아무튼 고민하시던 문제가 일부나마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고 잘 되었어요. 그 얘기도 만나면 해주세요^^ 조만간 봐요,

얼그레이효과 2010-06-05 14:58   좋아요 0 | URL
저도 반가웠어요. 문화학과 분들은 제가 수업때로만 봤지만, 사람들이 포근하고 좋더군요. 롱씨의 학업에도 좋은 영향이 되길 바랍니다.
 

제가 다니는 대학원을 상대로, 나름의 문제의식을 갖고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었습니다. 학교 측 답변이 없어, 우울했었는데, 제기한 두 가지 문제 중 하나, 종합시험비용은 결국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부담지우지 않는 걸로 결정을 했다는 답변을 방금 읽었습니다. 

두렵고 그랬지만, 알고 지내는 알라디너분들께 기도 부탁드리면서, 그 응원 덧글들 읽고 힘을 냈습니다. 또 그 응원 덕분때문에 성과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얼그레이효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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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3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4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0-06-03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그나마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시네요.

얼그레이효과 2010-06-04 00:2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비로그인 2010-06-04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쓰신 만큼의 성과를 얻은 것도 반가운 일이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셈할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하신 셈이네요.
제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단 있고 강한 분이신 모양이에요 ㅋㅋ
암튼 축하드립니다^^

얼그레이효과 2010-06-04 13:0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후와님. 제가 고집이 좀 있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