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여중 구세주 특서 청소년문학 21
양호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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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여중구세주

#양호문 / #특별한서재

#신간도서 #협찬도서 #장편소설 #청소년문학

 

 

이번 책은 영화 <써니>가 떠오르면서, 여중 세계를 발랄하게 표현한 재미있는 작품이다.

작중 pp.97-100 내용에서 오이소박이 패거리와, 구세주(주인공)와 친구들이 서로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문득 이 장면을 읽다가 초등학교 때의 사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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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을 앞둔 1학기 말, 전학을 갔다. 모두와 친해지긴 어려웠으나, 반 전체가 전학생을 반기는 게 더 이상했다.

12월을 앞둔 겨울, 어느 오전. 세 명의 여자애들이 나를 여자 화장실로 불러냈다. 다짜고짜 싸우자라고 했다. 우리끼리 싸운 걸 비밀로 하고, 어른들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하라는 게 조건이었다. 생각해 보고 대답하겠다며 자리로 돌아가 고민했다.

싸워서 이길 자신은 있었다. 이 기회에 교실을 제패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1로 이기면 얼마나 통쾌할지 상상하니, 주먹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어쩌자고?) 한 편으로는 어른들한테 비밀로 한다는 전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들 혼나는 건 무섭고, 가오는 잡으시겠다? 아니면 나한테 질까 봐 미리 밑밥을 깔아놓겠다는 건가. 그 짧은 순간 어찌나 머리가 팽팽 돌아가던지.

됐다, 이겨서 뭐 하겠나.’한 명이 와서 싸울 건지 안 싸울 건지 대답을 해달라고했다. (이것도 지금 생각하면 웃기다. 와서 소곤소곤 선생님 눈치 보면서 싸울 거야?’라니. 초딩이었지만, 초딩이 따로 없구만.)

나 그냥 안 싸울래.”

어찌나 어이없어하던지. 한숨을 팍팍 내쉬며 나머지 두 명에게 귓속말을 주고받는데 세 명이 동시에 째려보았다. 그 상황이 어찌나 웃기던지 나도 모르게 웃었다. 내 웃음에 세 명의 얼굴은 굳어졌다.

 

복수였을까?

점심시간이었다. 여자애 하나가 내 머리에 일부러 반짝이 한 봉지 (손바닥만 했다.)를 쏟아내고 비웃으면서 지나가는데(물을 쏟고 싶었는데 선생님께 혼날까 봐 반짝이로 대체한 게 아닐까 싶다.), 내 안에 봉인되었던 사자후가 튀어나왔다.

!”

어찌나 큰 소리였던지 옆 반에 있던 몇몇 남자애들이 우리 반 창가에 서서 기웃거리기까지 했다. 당시 나는 내가 소리친 걸 뒤늦게 깨달을 정도로, 혈압이 상승해서 순간 눈앞에 뵈는 게 없었다. (기립성 빈혈이었을까?) 서서히 돌아오는 시야에 얼어붙은 세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비웃었냐는 듯, 나한테 반짝이를 뿌린 애가 쭈뼛쭈뼛 오더니 미안.”하며 내 눈치를 보는 게 아닌가.

저런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애들을 상대로 잠시나마 싸워볼까 생각한 내가 한심하군.’

어찌나 맥이 풀리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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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도 왜 그 아이들이 싸우자고 했는지 이유를 모른다.

 

그 후로 그 친구들은 나와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다. 여자애들 간의 싸움이란, 분명 질투에 기인한 거긴 한데,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그 시절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알다가도 모를 일을 벌여도 괜찮은 나이, 아니 그래야만 하는 나이가 바로 그 시절이다.

 

10대 초중반 시절의 여자 친구들의 무리의 그 오묘한 관계, 우정, 그런 것들을 볼 수 있는 책, <남성여중 구세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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