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 번 죽었습니다 - 8세, 18세, 22세에 찾아온 암과의 동거
손혜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투병생활의 이야기를 너무나도 담담히 그려낸 작가의 실제 이야기. 너무도 잔잔히. 조용하게 담아내서 그간의 힘듦과 고통이 더 아리게 전해져 오는지도 모르겠다. 의무교육을 받아야 할 나이에 작가가 표현한 의무치료라는 단어만 봐도 그녀에게 어느 곳이 더 익숙한 곳이 알게 해 준다.

병원은 매일 가는 곳인지 알았어도 학교는 매일 가는 곳인지 몰랐던 그녀.

학교에 보내는 모습이 마치 날갯짓이 익숙하지 않은 아기새를 어미새가 나무 둥지 위에서 떨어뜨려 억지로 날갯짓을 익히게 하려는 것처럼 그녀의 부모가 그녀가 컸을 때 사회에 나아가게 될 미래를 준비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인생은 파란 만장하다.

어쩌면 제목을 보고 우울할 것 같은 기운 때문에 읽기 피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 실제로 암을 치료하고 있는 환자들 중에 우울증을 경험하는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암뿐만이 아니라 어떠한 질병으로 치료가 길어지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작거나 크게 우울감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도 우울증을 겪었고, 그 우울증을 겪어 내며 작가는 가족으로부터 지지를 얻었으며, 언니의 말로 큰 울림을 받았다고 책에서 이야기한다.  

두려울 필요가 없구나. 사람은 누구나 죽음의 위협 속에 사는구나. 평소에 잊고 있을 뿐이지 특별한 게 아니구나. 그렇게 우주적 관점으로 멀리서 보니 괜찮아졌다. 사람들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평소에 잊고 살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병에 걸린 사람들의 문제는 죽음을 수시로 자각한다는 데 있다. 죽음이 두려워서 살아가는 것이 힘겨워지는 거다.(본문 228p.중에서)

그녀가 우울증을 겪으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운 생각이 바뀌는 순간이다.

 

만약 내일 죽는다고 해도 오늘은 웃고 싶다. 사는 동안 웃는 날이 더 많으면 좋겠다 죽음을 앞둔 순간에 불행한 날보다 행복한 날이 더 많았어.” 하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본문 228p.중에서)

세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네 번째 삶을 살고 있는 그녀는 아직 치료 중에 있다. 어차피 남과 다르게 흘러온 인생, 나답게, 나만의 속도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그녀. 

그녀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 꽤 즐겁게 자주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미 자신답게, 자신의 속도로 달려온 그녀였기에 그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몇 년째 의학적인 완치판정을 기다리는 그녀에게 올 해는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