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來而 > * 논술교육 99% 잘못 됐다.

“나 역시 요즘의 서울대 논술시험을 통과할 자신이 없다. 명색이 50년 동안 글을 썼다는 나도 이런 방식의 글쓰기 시험은 어렵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서울대 논술을 예로 들며, 현행 글쓰기 시험의 문제점에 쓴 소리를 날렸다. 등단 50주년을 맞아 진행한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다.

원조 문학평론가, 소설가, 국문학자, 일본문화 연구자, 언론인, 출판인, 88올림픽 기획자, 2002 한일월드컵 기획자, 그리고 이화여대 교수. 이름 앞에 놓이는 수많은 수식어가 그의 비판에 힘을 실어준다. 각 분야에서 특출한 업적을 남겨온, 최고의 지성조차도 현행 논술 시험이 어렵다 말하는데 일반 학생들은 오죽하겠는가.

몇 년 전 서울대 논술시험에서는 무려 70%에 달하는 수험생이 김춘수 시인의 ‘꽃’을 인용해 답을 써냈다고 한다. 특정 학원에서 논술 문제에 나올만한 작품들을 예상하고, 모법답안을 가르친 결과가 빚어낸 ‘씁쓸한’ 헤프닝이었다.

이 전 장관이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출제 문항은 어렵고, 대학 입시에서 논술 비중은 날로 높아지니 ‘사교육’만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그렇다고 일선 학원에서 가르치는 글쓰기 요령이 논술 준비에 도움이 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논술공부 99%는 잘못됐다>(황금부엉이. 2006)의 저자 이상수는 “논술시장은 교육부가 용인한 대형 사기극”이라며 “주입식 학원 강의는 논술시험을 망칠 뿐”이라고 맹렬히 비판한다.

이상수는 스카이라이프, KBS 수능 강의 해설위원, 경향신문 논술언어 출제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교육 기업 (주)수교육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즉 <논술공부 99% 잘못됐다>는 사교육 현장의 중심에 서있는 저자가 ‘누워서 뱉은 침’인 셈. 그가 폭로하는 논술 교육의 실상은 대략 이렇다.

학원가에서 통용되는 논술 첨삭의 불문율이 있다.

'무조건 첫 주에 점수를 박하게 준다.'

1주차 50점, 학생들은 ‘내가 원래 논술 못하잖아’라고 스스로 자신의 점수를 인정한다. 2주차 55점, 3주차 60점, 4주차 70점. 점수를 조금씩 올리며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강사는 5주차 60점으로 슬쩍 점수를 내린다. 그리고 다시 6주차 70점, 7주차 80점, 마지막 주에 90점으로 마무리하면, 학생들은 8주간 논술 수업을 통해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논술 첨삭도 대부분 엉터리로 이루어진다. 학원은 편당 4~5천원을 주고 아르바이트 대학생에게 첨삭을 맡긴다. 학부모로부터 받은 첨삭료는 편당 1만원에서 1만 5천원선. 이윤이 2~3배나 되는 짭짤한 장사다. 더욱이 아르바이트생들은 시험 출제 경향을 모르고, 논술문 쓰기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도 없기 때문에 논지 전개보다는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구조에 대해서만 지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의 논술교육에 적지 않은 비용을 쏟아 붓고 있는 부모라면 억장이 무너져 내릴 이야기요,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겠다.

저자는 <논술공부 99%는 잘못됐다>에서 이 같은 밀고(?) 후 공교육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학교에는 논술 교육의 주된 담당자인 국어 선생님뿐 아니라 철학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윤리 선생님, 수리 논술 문제를 풀 수 있는 수학 선생님 등 통합 논술에 나오는 모든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전공자들이 있다는 것. 과연, 지당한 이야기다.

이와 더불어, 책은 학생들에게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논술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한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독서의 생활화가 핵심. 책을 통해 지식을 확장하고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 최고 학원의 최고 강사에게 수업을 받는 것보다 낫단다.

너무 정석적인 해법인가? 하지만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은 예부터 전해 내려온 글쓰기의 비법. 기본부터 충실히 다지는 것 만한 최선이 어디 있겠는가.

http://www.bookdaily.co.kr/site/data/html_dir/2006/10/31/200610310033.asp

* 개 같은 놈들이다. 이런 책은 극히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렇게 누워서 침 뱉기 식의 전략이 한국의 상황에서 너무도  잘 통한다는 것이다. 음. 정말 논술을 잘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정말 답이 나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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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來而 > * 논술의 기초체력 다지기

‘논술교양’생각의 밭을 갈아주마
족집게 논술 벗어나 사고의 기촉체력 다지기
맞수 사상가가 엮어내는 ‘지식인 마을’ 시리즈
‘열정적 고전 읽기’ ‘철학 청바지 시리즈…
일반인 교양서로도 손색없어 출판 장르 분화
한겨레
[관련기사]

대학 입학시험에서 논술의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출판계에 논술서 출간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학생들의 사고력과 상상력을 길러주는 청소년용 책시장은 1990년대 말 이후 꾸준히 커졌지만, 논술에 초점을 맞추어 수험생을 1차 독자로 삼은 책들이 뚜렷한 출판 흐름을 이룬 것은 최근 2~3년 사이의 일이다.

그 중에는 ‘논술, 이것만 알면 문제없다’ 식의 쪽집게형 길잡이 책들도 많다. 논술이 입시 당락을 좌우하는 현실에 즉발적으로 대응하는 책들이다. 이런 책들이 논술서 시장의 지류라면, 흐름의 본류를 이루는 것은 논술의 기본을 튼튼히 해주는 기초 교양서들이다. 인문·사회·과학을 넓게 이해함으로써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요즘 대세로 등장한 논술 교양서들은 말하자면 사유의 근력, 생각의 기초체력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영사에서 최근 출간한 ‘지식인 마을’ 시리즈는 논술 대비용 교양서 시대의 풍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책으로 꼽을 만하다. 1차분 15권이 한꺼번에 나온 이 시리즈는 철학·역사·과학 분야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이룬 동서양 지식인·사상가들을 두루 끌어모았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해당 분야의 학자 두 사람을 한데 엮어 명확한 논점을 제시한 뒤 이들의 치열한 논전을 보여주고, 사상의 계승과 변화를 살핀다는 점이다.

가령, <몽테스키외&토크빌>(홍태영 지음) 편에서는 두 프랑스 정치사상가가 논쟁의 당사자로 입장한다. 몽테스키외는 프랑스혁명에 앞서 민주주의 사상을 설파한 사람이며, 토크빌은 프랑스혁명 이후 민주주의의 진화 양상을 탐구한 사람이다. 그들의 토론과 고민을 통해 민주주의의 장점과 약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식인 마을’ 총 50권 예정

그런가 하면 <데카르트&버클리>(최훈 지음) 편에서는 철학의 기초라 할 ‘인식’의 문제를 둘러싸고 대륙 합리론의 대표자 데카르트와 영국 경험론의 대표자 버클리가 사유의 줄다리기를 벌인다. 데카르트는 철학자이기도 했지만 수학자이자 과학자이기도 했다. 과학자 데카르트는 <뉴턴&데카르트>(박민아 지음) 편에 출연해 근대과학 성립기의 쟁점을 뉴턴과 함께 고민한다. 시리즈 전체를 기획하고 집필에도 참여한 장대익(서울대 과학사 박사)씨는 “마음 속에 있는 정직한 질문들을 용감하게 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고 삶에 거름이 되는 지식을 얻어갈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지식 교양서 시리즈를 만들어보려 했다”고 밝혔다. ‘지식인 마을’ 집필자는 모두 국내 각 분야 학자들이다. 전체 50권으로 기획된 이 시리즈는 내년 상반기에 완간될 예정이다. 백지선 김영사 편집팀장은 “시리즈 편제를 짜고 집필하는 데 2년 남짓 시간이 들었다”며 “글의 완숙미가 떨어지는 필자들의 경우 원고를 여러 차례 다시 쓰게 해 가독성과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백 팀장은 “고등학생에서부터 성인까지 다 염두에 두고 일반 교양서로 만들었지만, 특히 논술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게 쓸모가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프로네시스 출판사가 펴낸 ‘열정적 고전 읽기’ 시리즈는 ‘논술’이라는 목표가 더 뚜렷이 드러나는 책이다. 철학·과학·역사·예술 분야에서 지금까지 7권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필자 한 사람이 전체를 다 집필했다는 점이 먼저 눈에 띈다. 파리 3대학과 미국 예일대에서 철학·예술사를 공부하고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조중걸씨는 그곳 대학에서 고전을 교양으로 가르치면서 쓰기 시작한 원고를 다듬어 책으로 완성했다.

이 시리즈는 역사상 중요한 사상가들의 고전적 작품을 골랐다는 점은 김영사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해당 고전에 대한 개설을 앞세운 뒤 고전의 중요 대목을 영문으로 보여주고 이어 그 원문의 번역문을 덧붙인 다음 거기에 필자의 자상한 해설을 곁들였다는 점에서 구성이 독특하다. 지은이는 “고전이야말로 풍부한 교양과 냉철한 판단력의 근원”이라며 “이 책의 목적은 고전을 제대로 읽는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책을 편집한 프로네시스의 김정민 대표는 “논술시험 대비를 1차 목표로 했지만, 교양서로 읽어도 손색없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나오기 시작한 이 시리즈는 3종을 더해 오는 12월 10종으로 완간할 예정이다.

웅진지식하우스가 펴낸 ‘철학 청바지’ 시리즈는 지난해 가을 1차분 3권이 나와 논술 교양서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경우다. 1권 <진리 청바지-내가 아는 것이 진리인가>, 2권 <세상 청바지-정의로운 사회는 가능할까>, 3권 <행복 청바지-즐거운 삶이 좋은 삶일까>에는 기획자 김창호씨를 비롯해 국내 학자 37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웅진지식하우스의 박재호 선임연구원은 “애초에 대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글쓰기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시장에서는 논술 시험 대비용으로 더 인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2만5000부 정도가 팔렸다. 웅진지식하우스는 내년 2월 출간 목표로 동서양 사상을 비교하는 ‘가치 청바지’와 동양철학을 살피는 ‘전통 청바지’를 펴낼 예정이다.

살림 출판사의 책들은 제목에 아예 ‘논술’을 명시한 경우다. 이 출판사는 <교과서 속에 숨어 있는 논술1·2>를 펴낸 데 이어 <명작 속에 숨어 있는 논술> <문학 교과서 속에 숨어 있는 논술> <책꽂이 속에 숨어 있는 논술>을 잇따라 출간했다. 이 출판사 강신호 팀장은 “어렵고 골치아픈 지식을 주입하듯 강요하지 않고, 정말 필요한 것은 교과서 안에 다 들어 있으므로 거기서 주제를 찾아내 논술과 연결시키자는 것이 우리의 기획”이라고 발혔다.

출판사 자음과모음은 독일 대학입학자격시험 양식을 모델로 삼은 ‘아비투어 철학논술’ 시리즈 40권을 한꺼번에 펴냈다. 동서양 사상가들의 핵심 주장을 짧게 요약한 뒤 독자가 자기 생각을 써보도록 책에 여백을 남겨 두었으며, 뒤쪽에는 실제로 논술 답안쓰기를 해보도록 원고지 형태의 빈 페이지를 덧붙였다. 짧은 호흡의 논술 훈련서라 할 시리즈다.

논술교양 선구자 ‘세계의 교양을…’

출판사 휴머니스트는 ‘논술 교양서’ 시장의 개척자라 할 만한다. 이 출판사는 2003년 프랑스 대학입학시험(바칼로레아) 문제와 답안을 엮어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라는 제목으로 펴낸 뒤 이 책을 시리즈의 출발점으로 삼아 인문학편, 사회·자연과학편, 윤리학편을 내놓았다.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첫쨋권은 지금까지 5만5000부가 넘게 팔려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여기에 힘입어 휴머니스트는 <한국의 고전을 읽는다>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 <동양의 고전을 읽는다> 등 3종의 ‘고전 읽기’ 시리즈 16권을 펴냈다.

» 김영사의 ‘지식인 마을’시리즈는 논술 대비용 교양서 시대의 풍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책으로 꼽을 만하다. 해당 분야의 학자 두사람을 엮어 치열한 논전을 벌이는 형식을 취해 동서양 지식인 100인의 지도를 그리는 참신한 기획이 돋보인다. 그림은 디엔에이의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한 두 과학자인 제임스 왓슨(왼쪽)과 프랜시스 크릭. 김영사 제공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73894.html
논술시험을 직접적 목표로 한 책들 말고도 논술 대비용 교양서로 통하는 책들도 적지 않다.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대담-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가 그런 경우다. 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와 영문학자 도정일 경희대 교수가 맞주앉은 이 책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대화가 가능한가’를 비롯해 수많은 학제간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어, 결과적으로 논술 훈련서로 활용되고 있다. 이 출판사의 선완규 편집주간은 “지난해 11월 출간돼 지금까지 1만5000부 정도 팔렸는데, 논술 교재로 쓰인 것이 주효한 듯하다”고 말했다.

안광복(중동고 철학 교사)씨는 “논술책들이 본격적인 공부를 위한 안내서 구실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편하게 씹어먹기 좋은 형태로 제공되는 지식만을 받아들일 경우 진정한 내공을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꾸준한 독서로 인문정신과 논술실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소장은 “논술실력은 결국엔 얼마나 많이 제대로 된 책을 읽었느냐로 결판나는 것 아니겠느냐”며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고 학생들이 언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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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來而 > [논술 전문가 릴레이 기고(1)]

논술 전문가 릴레이 기고를 시작하며
  [논술 전문가 릴레이 기고(1)]

 

한국 교육계의 난제 중 하나가 바람직한 대학 입시 체제의 확립이다. 대학 입시의 주요 사항이 변화될 때마다 여론은 들끓는다. 대입을 목전에 둔 고등학생과 학부모는 물론이고, 초등학교와 유치원 교육까지 요동을 친다. 중요한 교육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급속하게 파급되어 사회변화를 주도한다. 가히 입시 공화국인 셈이다. 대학과 학부모, 교원단체에 이르기까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타협은 쉽지 않다. 여론의 추이를 관망하는 교육부는 임시 처방으로 책임 모면에 급급하다.
  
  바람 잘 날 없는 한국교육에 '논술'이라는 괴물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 1997년부터 도입된 입시 논술이 2002년 수시 도입과 함께 입시 전형의 중심으로 진입하였다. 급기야 2008학년도에는 현행 입시의 2대 축인 수능과 학생부와 함께 3대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더욱이 이른바 유명 대학의 경우에는 논술의 실질 반영률 기준으로 볼 때 논술이 제1의 입학 전형 요소로 부상하게 된다. 학력고사-수능을 거쳐 드디어 논술이 절대 강자가 되는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논술의 교육적 효과는 기존 한국교육의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주입식 교육의 폐단을 보완할 대안이라는 점이다. 즉, 논술이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력보다 지식을 통합하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사고 과정의 평가에 유익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이 수능과 내신에서 확보하지 못한 변별력을 논술을 통하여 보완하려는 의도를 표출하면서 본고사 논란에 휩싸이는 등 논술 본연의 교육적 효과가 왜곡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사고력 중심, 과정 중심의 논술은 한국교육의 건전성과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변화무쌍한 입시 논술의 유형이 제자리를 잡을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그런데 현행 논술교육으로 좁혀서 문제를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하다. 당장 논술이 입시의 핵심으로 급격히 부상하는 시점에서 공교육 현장에서는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체계적인 논술교육 자체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논술의 개념 정립부터 미흡한 상태에서 논술을 가르칠 교육자가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공교육현장에서 논술교육이 방치되다 보니 논술=사교육이라는 등식에 이의를 달 사람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렇다고 사교육에서 제대로 된 논술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장기적인 교재 연구와 교수-학습법 개발이 요구되는 논술을 제대로 시행할 수 없는 것이 사교육의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논술 교육은 실종된 상태다.
  


  '논술의 이론과 실제'를 주제로 2007년 11월 6일부터 12월 29일까지 프레시안에 연재될 논술 전문가 칼럼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논술 교육의 체계적 이론화를 모색하는 논술교육론, 논술문 작성을 위한 현장 지도의 노하우를 담고 있는 논술문 작성법, 2007 정시 논술 대비 전략 등으로 구분해 제대로 된 논술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2007년 정시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길잡이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논술교육론은 논술을 지도하고 있는 학교 교사나 학원 강사들에게 올바른 논술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논술의 본질적 성격과 개념 정립, 교육적 의의 및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사고력 중심의 논술에 대하여 심도 있게 고찰한다. 1회의 '바람직한 논술 교육의 방향'에서는 결과중심, 첨삭중심, 대학 입학 전형만을 위한 기존 논술 교육에 대한 반성과 정상 교육 과정으로서 논술 교육의 필요성, 논술 교육의 의의를 다룬다. 2회 '논술의 개념과 성격'에서는 평가 이론상의 논문형 평가와 문장론상의 논술문의 성격을 중심으로 논술시험의 의의와 장단점을 비교, 외국의 논술시험 사례와 논술 교육의 발전적 방향을 모색한다. 3회 '지식정보사회와 논술'은 지식개념의 변화에 따른 교육적 함의와 교육 내용으로서 정보에 대한 새로운 인식 그리고 지식창조와 인성교육을 위한 논술 교육을 제시한다. 4회 '인지 발달 이론과 글쓰기 능력의 발달'에는 인지 발달 이론과 글쓰기 능력의 발달을 비교, 논술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기초적 사고 기능과 연상적 글쓰기, 의사소통적 글쓰기 등, 사고와 글쓰기 발달 단계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 5회 '사고력 개발의 필요성'에는 사회변화, 지능관의 변화, 사고의 속성, 전략적 사고 등 사고의 성질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사고 태도 개발 접근법, 논술 지도에 있어서 사고력의 중요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6회의 '기초적 사고, 발달적 사고, 복합적 사고'에서는 사고력 발달 단계와 논술문 작성과의 관계-논술문에 나타나는 사고력의 전개과정을 설명한다. 7회 '이해의 원리와 상위인지력'에서는 스키마의 개념, 지식 정보의 해득, 이해의 과정과 인지 조작을 조정, 통제 하는 상위인지력에 대한 고찰, 논술문 작성 과정에서 스키마, 이해, 상위인지력의 기능 등의 내용이 제시된다. 마지막 8회는 '논술 텍스트의 구조와 특징'를 다룬다. 문제해결 과정과 상호 의사소통적 글쓰기의 관점에서 분석한 논술문 텍스트의 구조, 인문 논술문의 구조, 과학-수리 논술문의 구조로 구성된다.
  
  논술문 작성법은 대입 논술 수준에 맞추어 실질적으로 수험생들이 갖추어야 할 논술문 작성의 기본 원리와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즉 논제 파악 방법과 제시문 분석, 단락 작성, 창의적 논술, 본문 작성 방법 등을 실전 논제 중심으로 전개할 것이다. 1회에는 정시 논술의 기본적인 작성 원칙과 평가 기준을 소개한 '정시논술 이것만은 알아두자!', 2회에는 논술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논제 분석의 중요성과 방법을 제시한 '논제에서 벗어나면 탈락이다!', 3회에서는 제시문을 정확하게 독해하는 요령을 소개한 '제시문에 힌트가 있다!'가 이어진다. 4회부터는 본격적인 논술 답안 작성에 관한 칼럼이 연재된다. 4회는 장문의 논술문의 세부 단위라 할 수 있는 단락 작성 방법을 담은 '단락은 세포이다', 5회는 서론-본론-결론의 틀을 유기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학습 포인트를 담은 '긴 글도 두렵지않다!', 마지막으로 6회는 창의적인 논술의 개념 정립을 위한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등으로 구성하였다.
  
  2007 정시 논술 대비 전략에서는 정시 논술을 시행하는 대학 입학처장들의 인터뷰와 해당 대학의 기출 논제 분석, 정시 논술 주제별 예상 논제, 학생들의 실제 답안에 대한 공개첨삭 및 강평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기출 논제 분석에서는 각 대학의 기출 논제를 분석해 대학별로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또 수능이 끝나는 11월 17일부터는 1997년부터 2006년도까지의 정시 논술의 기출 논제 분석을 토대로 정시 논술에 자주 출제되는 핵심 주제를 '정시 논술 주제별 예상 논제'를 통해 매주 목요일 7회에 걸쳐 제시한다. 정치 분야를 시작으로 사회, 문화, 철학, 교육, 기타(환경, 정보화) 분야의 순서대로 게재된다. '정시 논술 답안 강평'은 12월 22일부터 3회에 걸쳐 정시 논술을 대비하는 학생들의 실제 답안에 대한 공개 첨삭 및 강평으로 구성된다.
  
  프레시안의 2007년 대학 입시 특집의 논술 전문가 릴레이 기고에 참가하는 필자들은 교원 원격 직무 연수, 대학 부설 사회교육원 논술 지도사 과정 운영, 사이버대학의 논술지도학과 운영, 그리고 현장 논술 지도의 경험을 축적해 온 논술 현장 최고의 전문가들로 수험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올바른 논술 교육과 학습의 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전홍식
  에플논구술연구소장, 에플교육미디어 대표, 영남사이버대학교 논술지도학과 강사, 경원대학교 사회교육원 논술지도사 강사, 교육사랑·유니텔 교원연수 논술과정 강사, 중앙일보NIE연구소 논술 자문위원, 한국학원총연합회 논술강사 연수 연사
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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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來而 > ‘글짱’이 되려느냐: 글쓰기의 철학을 위한 책들

‘글짱’이 되려느냐
누구나 글을 써야 하는 인터넷시대 글쓰기책 범람
논술로 점화돼 직장인·대학생·전문가까지 포섭
의사소통 도구로서 ‘글의 힘’ 키울 비법 전수 열풍
요령 아무리 익혀도 ‘다독·다작·다상량’만 못해

커버스토리

글쓰기 관련 책들이 범람하고 있다. 교보문고와 알라딘 같은 인터넷 서점의 검색창에 ‘글쓰기’를 쳐 넣으면 무려 500건이 넘는 책 제목이 뜬다. 그 중에는 물론 유아용 한글 쓰기 교재 같은 엉뚱한 책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글을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들이다. 대상도 다양해서 초등학생에서부터 중고등학생 및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과 주부 등 일반인에게 초점을 맞춘 책들이 골고루 나와 있다. 서점의 매대를 보면 바야흐로 온 국민이 글쓰기 요령을 배우고자 안달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조차 든다.

예전에도 물론 글쓰기 교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 단편소설의 완성자’로 불리는 상허 이태준의 <문장독본>은 작가가 직접 뽑은 명문장들을 예시해 가며 좋은 글을 쓰는 법을 알려주는 고전으로 지금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문장대백과사전>이니 <모범 서한집> 같은 실용적 성격의 글쓰기 지침서도 있었다.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소설작법 책은 예나 지금이나 인기다.

그러나 이즈음의 글쓰기 책 범람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대학 입학시험에서 논술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논술용 글쓰기 교재가 글쓰기 책 트렌드를 이끈 것은 사실이다. <허병두의 즐거운 글쓰기 교실 1, 2>, <너무나도 쉬운 논술>, 도올 김용옥의 <논술과 철학 강의> 같은 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글쓰기 능력이 단지 입시 관문을 통과하는 데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직장내에서 글쓰기 능력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기안과 보고서, 프리젠테이션은 물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등에서 글쓰기 능력은 핵심적인 중요성을 지니게 되었다. 심지어는 가게 이름을 짓거나 현수막, 전단지 및 쪽광고를 만드는 데에도 글쓰기 능력은 필요하다. 글쓰는 능력이 업무 능력을 가름할 정도가 되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대입 논술을 겨냥해 만들었던 <글쓰기의 전략> 같은 책은 수험생만이 아니라 일반인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폭넓은 관심을 끌며 출간 1년 만에 10만권 가까이 팔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 책을 낸 들녘출판사의 윤재인 주간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날 시점에 맞추어 출시했고 실제로 수험생들의 관심이 초기 점화에는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단지 수험생용 도서에 그치지 않고 일반인들까지 아우르는 스테디셀러를 목표로 했던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들녘출판사는 <글쓰기의 전략>에 대한 시장 반응에 고무되어 올 가을에도 글쓰기 관련서를 한 권 더 낼 계획이다. 조직 경영에서 스토리텔링(이야기하기)의 중요성에 착안한 <스토리텔링으로 성공하라>나 제품을 상징하는 이야기의 활용 방법을 일러주는 <브랜드스토리 마케팅> 같은 책들은 글쓰기 능력을 이야기하기로 응용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이태준 ‘문장독본’ 글쓰기 고전

도서평론가 이권우씨는 “기업문화가 강요와 명령에 의존하던 과거 권위적 질서에서 벗어나 논리적 설득을 통한 의사소통과 목표 관철이 중요해지면서 비즈니스 글쓰기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너무나도 쉬운 비즈니스 글쓰기>의 지은이 황성근(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씨도 “사회 전반적으로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글쓰기와 토론 능력이 새삼스럽게 각광 받고 있는 것”이라면서 “의사소통을 위한 수사학의 측면에서 글쓰기에 접근하는 새로운 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대학내의 글쓰기 교육 강화와 대학생용 글쓰기 책의 양산은 기업 쪽의 이런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병창 동아대 교수(철학)는 지난해 <교수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글쓰기 교재 출간을 위한 학교 회의에 참석했던 경험담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 글에서 이 교수는 ‘대학 졸업생들이 보고서나 기획서는 물론 이력서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현실을 보다 못한 기업 쪽에서 대학생들에 대한 글쓰기 기초 교육을 강화해 주도록 대학에 요청해 온 사실’을 자괴감을 섞어 토로한다. 숙명여대가 일찌감치 2002년 1학기부터 ‘글쓰기와 읽기’와 ‘발표와 토론’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정하고 14명의 전임교수를 임용해 운영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웬만한 대학에는 글쓰기 강좌가 개설되어 있고, 각 대학 출판부 역시 학생들을 위한 글쓰기 교재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지난해 1학기 서울대 교양과목 강의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은 정병기 교수(교양과정부)의 <사회과학 글쓰기>를 비롯해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방과)의 <대학생 글쓰기 특강>과 <글쓰기의 즐거움>이 대표적이다. 대학생을 위한 글쓰기 책은 인문·사회과학 분야는 물론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 <과학 글쓰기 핸드북>처럼 이공계를 겨냥한 책들, 나아가 <체육학 글쓰기>나 <예체능계열 직업세계와 맞춤형 글쓰기>처럼 글쓰기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전공쪽을 겨냥한 책들까지 두루 구색을 갖추어 나와 있는 실정이다.

숙명여대에서 글쓰기 교육을 주도하고 있는 의사소통능력센터의 여건종 센터장(영어영문학부 교수)은 “학생들의 인문학 능력을 함양한다는 취지로 개설된 글쓰기 및 토론 강좌의 반응이 매우 좋다”면서 “한국은행과 서울시교육청, 삼성 등 기업과 단체에서 회의문화 및 논술 수업 모형 개발 등과 관련한 의뢰도 활발히 들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업 요구 늘어 대학 강좌 개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글쓰기 수요와 기회가 늘고 있다는 사실 역시 글쓰기 관련서 붐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글쓰기의 힘>이라는 책을 기획 출간한 출판 칼럼니스트 한미화씨의 말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소수 전문가만이 글을 쓰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개인 블로그나 홈페이지, 시사 논객이나 인터넷 서점의 독자 리뷰, 심지어는 각종 사이트의 댓글 형식에 이르기까지 보통사람들이 글을 쓸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써야 하는 시대다. 글을 쉽고 재미있게 쓰고 싶어하는 대중의 욕구에 부응하고자 관련서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일단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일이다.”

일반인들만 글쓰기 수요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 집단에서도 글쓰기 요령에 대한 갈증은 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일반인들에게 다가가는 대중적 글쓰기 능력의 보유 여부가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전문가들끼리 통하는 용어와 글쓰기 방식만으로 족했는데, 대중 독자를 상대로 한 책을 써서 ‘스타 필자’가 되는 전문가들이 나타나면서 이제는 거의 모든 전문가에게 대중교양용 글쓰기 능력이 요구되는 세태가 된 것이다. <글쓰기의 전략>의 경우 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에서 수백 권 단위로 단체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 발견을 위한 자서전 쓰기> <독서치료와 어린이 글쓰기지도> 등은 글쓰기의 치료 효과에 주목한 책들이다.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심리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데에 착안했다.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글쓰기의 고수들인 문인들이 쓴 책이 있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는 2002년에 나온 이래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소설가 이외수씨와 안정효씨가 각각 <글쓰기의 공중부양>과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라는 개성 넘치는 책을 내놓았다. <글쓰기의 공중부양>은 작가가 글을 배우고 싶어하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여름과 겨울 ‘글쓰기 연수, 문학 연수’를 진행한 결과를 담았다. 단어 채집에서부터 문학적 문장 만들기, 수사법, 문체 만들기를 거쳐 퇴고에 이르기까지 문학적 글쓰기의 실전적 지침을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친절하게 들려준다.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는 글쓰기를 수영에 비유하면서 기초 교육과 반복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 꼭지에서부터 자신의 글쓰기 인생을 회고한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 짧은 단락과 일화를 중심으로 역시 흥미롭게 글쓰기의 이모저모를 알려준다.

글쓰기 책의 이런 범람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실 글쓰기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은 물론 논문과 저술 등의 형태로 꾸준히 글을 써야 하는 대학생과 교수들에게서도 글쓰기 능력의 태부족은 심각한 형편이었다. 중등과정과 대학에서 글쓰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 온 지도 오래되었다. 직장인을 비롯한 일반인들 역시 글쓰기를 통해 사고력을 높이고 지식을 구성하는 능력 역시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은 글쓰기 관련서의 증가를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요인이다.

질적 수준 떨어지는 책도 많아

그러나 글쓰기 책들의 양적 팽창이 질적 수준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비판 역시 거세다. 초보적인 맞춤법을 소개하거나 정해진 틀에 맞추어 기계적인 글쓰기를 하도록 유도하는 점, 나아가 책들 사이에 비슷비슷한 내용들이 중복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미화씨는 “상당수의 책이 고교 과정에서 배웠어야 할 글쓰기의 기초를 설명하고 표피적인 요령을 가르치는 데에 치중하는 점은 아쉽다”면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나 데릭 젠슨의 <네 멋대로 써라>처럼 글쓰기 자체의 매력을 보여주면서 독자적인 삶의 철학을 제시하거나 교육현장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번역서들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윤재인 들녘 주간은 “글쓰기를 가르치는 선생님들 자신이 글을 재미있게 쓰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실용적 글쓰기 책에서도 독특한 시각과 문체를 지닌 필자들이 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쓰기의 방법>이라는 책을 낸 김인환 고려대 교수(국문학)는 “학교와 직장에서 글쓰기 능력이 강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향에서는 문제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글쓰기 교육과 관련 책자들이 맞춤법과 글의 짜임새 같은 테크닉을 강조하느라 오히려 창의적 글쓰기를 방해하기도 한다”며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고전적인 1차 문헌을 읽고 자기 식으로 소화해 쓰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독과 다작, 다상량이라는 글쓰기의 고전적인 금과옥조가 여전히 핵심이라는 뜻이겠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591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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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balmas > 왜 당신의 아내는 자살할 수밖에 없을까?

ㅎㅎ

상당히 도발적인 제목을 단 책이 한 권 나와 있구나.

당신의 아내는 왜 자살할 수밖에 없을까?

프랑수와 다고네 (지은이), 여인석 (옮긴이) | 청년의사

 

이 책은 프랑수아 다고네(Francois Dagognet)라는, 프랑스의 저명한 의사-철학자의 대담집을

옮긴 책이다. 다고네는 바슐라르-캉귈렘의 제자이자 동료이며, 프랑스 과학사, 과학철학계의 거목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매우 다작의 철학자인데도 국내에는 한 권의 책도 번역되지 못해 아쉽던

참에, 찾아보니까 2004년에 이 책이 번역되었다는 걸 알고 오늘 구입해서 읽고 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질병의 철학을 위하여"(Pour une philosophie de la maladie, 1996)인데,

번역본 제목은 역자가 바꿔 붙인 모양이다.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의아했는데, 1장 말미쯤 가니까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하지만 원제인 <질병의 철학을 위하여>만큼 이 책의 내용을 충실히 표현해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얼마전에 부르디외의 [하이데거의 정치 존재론L'ontologie politique de Martin Heidegger]이

[나는 철학자다]라는 코믹한 제목으로 번역돼서 실소한 적이 있는데(아마도 출판사 사장이 개그를

좋아하는 듯하다. 번역은 좋은데, 책을 웃음거리로 만들어놓았다.), 이 책의 제목은 그 정도는 아니다.)

 

어쨌든 이 책은 3장으로 되어 있는데, 1장은 프랑스 의학 사상의 계보에 대하여 다루고 있고,

2장은 생명 윤리학에 대해, 3장은 [건강의 사회정치학을 위하여]라고 해서 공공 의료 정책에 관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대담집이라는 성격도 있겠지만, 어렵지 않게 술술 잘 넘어간다. 하지만 매 쪽마다, 아니 매 답변마다

다고네의 말과 생각은 간결하고 거침 없으면서도 깊이가 있고 핵심을 찌른다.  대가다운 풍모다.

아직 1장 뒷부분 정도밖에 안 읽었지만, 2장과 3장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시사적인 쟁점들을

다루는 것으로 보아 더 흥미진진할 것 같다.

 

몇 가지 인상적인 구절들.

"우리는 질병에 대해 순수하게 양적으로 판단하는 이론을 포기해야 합니다. 유기체는 본질적으로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이 부과하는 규범을 위반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26)

 

"의학은 무엇보다 분리의 학문입니다. [...] 병리학은 유기체 속에서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상호관계들을

파악하려고 시도합니다. 예를 들어 19세기의 유명한 의사인 장 밥티스트 부이요는 류마티스의 증상과

심장질병의 관계를 보여 주었습니다. 무릎의 관절과 심장을 연결시킨다는 것은 경탄할 만한 일입니다. [...]

그것은 몸에 대한 해부학적 독해가 아닙니다. 그것은 관계와 그 안에 많은 길이 있는 하나의 '총체'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그것을 하나의 '전체'라고 말하며 내게 몸에 대해 말한다면, 나는 일종의

실망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더 이상 몸을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체'는 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개념입니다."(27)

 

"내가 철학자로서 상상했던 질병과 의사로서 접근한 질병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질병이란

고통이지요. 철학자로서의 나는 불행과 죽음과 고통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

했습니다."(29)

 

"새로운 의료 기술의 큰 기여는 몸을 외면화시킨 것입니다. [...] 이제 더 이상 몸을 열거나 죽음을 보기

위해 몸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 외면화란 몸을 외재화시키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몸의 내부를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의미합니다."(31)

 

"우리는 질병을 [완전히] 외면화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초음파 기기와 컴퓨터 스캔과 같은

진보된 형태를 통해 방사선학은 우리에게 병변을 남김없이 보여줄 수 있을까요? 어떤 측면에서

그것은 기술의 승리입니다. 그러나 나는 완전히 만족하지 않습니다. 기술 이전에, 그리고 기술을

적용하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몸의 감수성입니다."(33)

 

"질병은 흔히 실존적인 문제 앞에서 도피하는 것입니다. 건강이란, 당신을 엄습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과감히 맞서고 그것을 해결하는 가능성인 것입니다."(42)  등등.

 

아주 적임자가 번역을 해서 매끄럽게 술술 잘 읽히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인명의 번역이 잘못된

데가 있고, 간혹 원어가 무엇인지 궁금한 곳이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가령 위에서 인용한 "총체와 ""전체") ... 

그런데 책값이 너무 비싼 것 같다. 130쪽 정도 되는 책에 9500원이면 너무 비싼 거 맞지???

15% 할인을 해도 8000원 ...

거의 팔리지 않을 책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어쨌든 재미있고 유익하고 생각할 만한 것들을 많이 안겨주는 책이다.

깊이 있으면서 쉽고 명쾌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책을 쓰는 법, 말하는 법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나는 ...) 

 

나중에 서평을 한번 써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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