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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기쁨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류재화 옮김 / 열림원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프랑스 극작가이며 철학가, 에세이스트면서 영화제작자인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끊없이 이어지는 질문들, 선언적인 말투, 이분법적인 세계, 대조를 통한 비교와
강조로 이어지는 철학과 픽션에 걸쳐있는 네 편의 단편소설들을 묶은 책.
철학교수에서 소설가로 변신한 저자의 이력이 그대로 반영된 듯 한 단편집이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의 화두는 '사람은 변하는 가'다. 옴니버스식이랄까..
인간의 본성을 집요하리만큼 파고들면서도 어떻게 보면 냉소적이기도 하다.
인간의 심리를 풀어헤치지는 않지만 압축적이면서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단편이 갖는 임팩있는 짜임새와 스토리, 여운을 남기는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인간은 상처받기 쉽고, 연약하면서 강하고 동시에 악하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다.
끝없이 원인모를 충동에 시달리며, 시계추처럼 선했다가 악했다가를 왕복한다.
사람은 언제나 늘 선하지도 않으며 늘 악하지도 않지 싶다.
인간이란 족속을 한마디로 그리고 쉽게 단정하기엔 너무 미묘하고 복잡하지 싶다.
인간은 변할 수 있기에 자유롭다지만 그 자유의 댓가는 악덕사채업자의 고리수준같다.
예술가들중 문학작가들은 가장 위대한 선민일까..소설과 시 어느게 더 위대할 까..
장편과 단편소설중 어느 게 더 신성에 가까울까...라는 진부한 생각을 다시하게 한 책.
"극작가들은 단편을 좋아한다. 단편은 독자에게서 자유를 앗아가기 때문이다."
"내가 내 펜을 빌려 표현하는 인물은 나를 사로잡는다....
만일 작중 내 인물이 나쁜 사람이라면, 내 사악함은 배가 된다."
"답보다 질문을 더 많이 가지고 사는 것이 인간 조건의 본질적 내면성이다."
좋은 책, 소설을 선별, 구별하는 법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
"사람이 셋이상 죽으면 상업적인 책이며, 하나나 둘이 죽으면 문학이고,
하나도 죽지 않으면 아이들을 위한 소설"이라는 말이 읽을 때는 그저 그랬는데
두고 두고 기억속에 남아 저절로 곱씹어 보기도 했다. 우스개소리같은 맞는 말이다.
"모든 사람은 하나의 소설을 구현한다."
"스무살에 우리는 교육의 생산물에 불과하지만 마흔이 되면 마침내
우리는 우리 선택의 결과물이 된다." 새삼스레 통렬한 말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심화된다. -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의지와 지성이 만나면, 인간은 비로소 사귈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의지와 지성. 어느 것 하나도 갖추기 쉽지 않은 데 세상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듯 하다.
볼테르는 말했다. 최상의 책은 독자의 상상력으로 나머지 절반이 완성된 책이라고..
"독자가 나보다 재능이 많으면 나는 그게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일 때 불편하다."
나를 알려면 거울을 보기 보단 삶의 체험현장을 누비는 게 나을 테고
사람을 알려면 심리학을 공부하기보다는 소설문학을 읽는 게 더 낫지 싶다.
그 점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책이었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