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불교수업 또는 중급자용 입문서라 할 책.
저자는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들어오면서 오역이 많고 낯선 불교용어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용례. 사례를 들어 설명을 잘해주고 강의를 잘한 편이긴 하지만 인문학으로서의 불교수업
이라는 제목을 붙인 저자의 의도와 수준을 내가 간과했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이 책을 읽는 일주일 내내..나는 전공서적을 보는 듯한 난해함과 막힘에 여러차례 반복해서 읽고
순간순간 이해하며 넘어왔지만...책을 다 읽고 덮고보니 생각만 무성하고 갈라질뿐 정리가 안된다.
개인적으로 선승과 수도승들의 글이 좋아 여러 책을 읽어왔지만...이 책은 정도 불교수업인만큼
불교신자가 아닌 일반인이 한번 읽고 이해하기에는 난해하고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누군가에게 내 이런 생각을 말하니까 공부같은 불교서적은 열번 이상 봐야 그나마 이해된단다.
인문학으로서 생활철학으로서 불교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위안삼고 끝까지 정독하긴 했지만 순수문학이나 웬만한 철학서와 달리...솔직히 마음에 남은 것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얻은 것은 메모하기 좋은 순간에 따놓은 불문 특유의 색채를 지닌 문구들과
낯익은 용어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 사례를 들어 친절하게 설명것 뿐이지 싶기도 하다.
먼가 알 듯 말 듯. 손에 잡힐 듯 말 듯. 이해가 온전히 될 듯 말듯...머 그런 거라고 할까... 다만.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누적되다보면 언제가는 제대로 정확하게 이해할 날이 오지도 않을런지..
"무상의 세계를 거부하지 않고 맨눈으로 볼 수 있다면, 무상은 더 이상 허무의 동의어가 아니다.
변해가는 순간순간이 매번 새로운 순간으로 승화하고, 매일매일이 그 자체로서 완성된 나날로
변모한다. 깨달은 자는 이 순간을 잡념없이 100퍼센트 살고, 다음 순간은 다음 순간을 그렇게 산다."
"순간은 순간으로 완성되어 완결되는 것이지, 결코 다른 순간과 비교되어 흠집이 나거나
다른 순간에 자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는다. 오늘은 오늘뿐이다.
이렇게 사는 자에겐 매 순간이 모든 것이므로 매 순간이 곧 영원이다."
"연기를 보는 자는 진리를 보고 진리를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 - 중아함경
곱씹게 되는 묘한 말이다.
"무상의 연속 속에서 영원을 산다."
"자신의 어느 한 모습에 집착하는 순간이 괴로움을 부르는 순간."
"파초 잎에 내리는 비는 근심이 없는데
단지 사람이 그것을 보고 애간잔을 태운다."
"무상한 현실을 바르게 아는 것이 열반이다."
무상의 폭풍이 휘몰아치는 이 현실을 떠나 열반은 없다. 이 현실의 실상을 바로 아는 것이 열반..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 보왕삼매론
"문제만 삼지 않으면 번뇌는 없다. ... 오직 스무해고 서른 해고 고요히 앉아서 참구하라.
그래도 깨닫지 못하면 내 머리를 베어라." - 조주선사
"업과 번뇌가 소멸함으로써 해탈이 있다.
업과 번뇌는 분별에서 생겨나고 분별은 희론戱論에서 생겨난다.
그러나 희론은 공에서 소멸한다." 용수의 중론 18장 관법품 제5송
"업은 행동. 생각. 말등을 가리키며
탐욕. 성냄. 어리석음등의 번뇌로 업을 일으키면,
이 업에 의해 중생들은 윤회하면서 괴로움을 겪는다고 한다.
희론은 말(언어)로 대상을 개념화하고 그에 대해 집착하는 것 또는
오류를 야기하는 말이나 개념 그 자체를 가리킨다고 한다."
"법구경에서 백만명을 이기는 사람보다 자기 한 명을 이기는 사람이 최고의 승자라 하고,
선가에서 불도를 배우는 것은 나를 배우는 것이라 한다."
"화두는 기존의 경험과 지식으로는 알 수 없는 일종의 시험문제다.
화두를 드는 마음으로 생활하면 눈앞의 하나하나가 있는 그대로 보이게 되는 길이 열린다."
"모든 것은 꿈속의 장면들이며, 마음이 그리는 허구의 그림일 뿐이다."
"마음은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생겨났다가 조건이 다하면 소멸하는 연기적 존재요 찰나적 존재다."
"분별된 것은 실재하지 않는다."
인식론과 경험론을 양두마차로... 또는 둘의 혼용과 변용을 바탕으로 발전해온 서양철학과 문명을
생각하면 서구의 그들이 발전시켜온 유일신앙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불교에서 사용하는 법이란 말은 진리. 부처의 가르침. 존재, 현상, 사물의 세가지를 말한다 하는데
제법무아란 말은 모든 존재. 현상. 사물에는 고정불변의 아가 없다는 뜻이라 한다.
아는 무엇으로 이해하는 게 쉽고 이해가 빠르지 싶다. 한마디로 스님들이 흔히 염불처럼 되풀이해
말하는 덧없고 덧없다란이 바로 제법무아를 말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인문학으로서의 수준있는 불교강좌나 안내서라 할 만한 책이며 이 책을 단번에 여러번 읽어 한번에
이해하기보다는 오랜 시간을 들여 다른 불교 강좌나 입문서. 안내서들을 읽으며 병행하면서 읽을 때..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 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진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책의 내용과 설명은 쉽게 풀어 쓴 편인데 그 내용 자체가 워낙 난해하고 심오해서 어렵게 느껴진 듯
하며 인문학이래서 쉽게 생각하고 덤볐다가 일주일간 머리를 쥐뜯으며 끙끙 앓으며 읽어낸 책이다.
생활철학으로서 불교에 관심이 많은 독자중 일인으로서 쉽게 읽을 수 있는 다른 불교서적이나
입문서를 통해 기본 지식과 이해를 높인 후... 나중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책이다.
"쓸데없는 일에 마음이 걸리지 않으면, 그야말로 인간 세상은 호시절이다." - 무문 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