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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김태광 지음 / 시너지북 / 2017년 9월
평점 :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읽어볼 만하다 싶으면 다 보는 내게 우연히 여러번 접한 저자.
책쓰기의 달인으로 간주되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저자. 호기심에 골라 본 그의 시집.
그래서인지. 이 시집 역시 역시란 생각을 갖게 했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의 화두는 전부 사랑이다. 가을이라 그런가..
신성한 영역으로 간주되는 예술로서의 창작의 영역이 누군가에게 또 누군가가
기획, 편집을 통해 기술로 또는 전략으로서 책 쓰기의 영역이란 것은...
한 때 몹시 불편한 일이기도 했지만 이 저자의 책들은 한 권의 책으로 읽기에
딱 한 권의 책만큼 하곤 했다. 이 시집도 그랬다.
다듬어진 한 편의 시와 선별된 한 장의 사진들로 이루어진 시집.
책쓰기의 공장장 같은 선입견이 작용했어도 결코 폄훼할 수 없는 그의 시들이 있었다.
"가을은 혼자 지내기엔 너무 아쉬움이 남는 계절인가 보다."
"갈대가 흔들리면서 울음을 터트리는 것은
그 바람이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려 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는 것은
말 없는 기다림의 자세로 서 있는
나무의 흉터같은 것.
숱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뒤흔들고
달콤한 밀어 같은 빗물이 나뭇가지를 적셨지만
그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 빗물이 내린 자리에는
뻥 뚫린 가슴 같은 흉터만 남았다."
"살면서 가슴까지 차오르는
아픔을 느꼈던 적이 있는가.
아픔이 아픔으로만 보일 때 그땐 모른다.
...
길가에 서있는 나무를 보라.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가 더 많다.
...
지친 새들이 쉬어 갈 수 있는,
더 많은 그늘을 드리우는 굽은 나뭇가지가 되라.
아픔과 상처가 없는 삶은 고독할 뿐 아니라 불행하다."
강연이나 컨설팅을 바탕으로 다산다작의 저자가 나름 훌륭한 시집을 냈다.
읽는 내내 시라는 게 그 속성상 하루이틀만에 써낸 것은 아닐텐데...싶었고
이런 시를 바쁜 일상속에서 틈틈히 써냈다는 게 무엇보다 놀랍기만 했다.
가을은 살면서 또는 살아내면서 아픔과 상처, 시련을 안고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게 사람인건가, 그게 사람이 사는 방식인가 싶은 계절이다.
이 시집의 제목처럼 가을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리고 가을은 무엇을 해도 좋은 계절일 것이다.
천고마비란 말대로 책읽고 살찌우기도 좋고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좋고,
사랑에 빠지거나 사색을 하기에도 참 좋은 계절이지 싶다.
이 책. 이 시집. 가을에 읽어보기에 좋은 책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