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한승원 지음, 김선두 그림 / 불광출판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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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의 원로 한승원님의 산문집.


이 산문집은 한평생을 글쓰며 살았던 인생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느낌의 글들이 많다.

낙엽 떨어지는 늦가을 느낌같은 정취와 연륜이 느껴지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원래 산문집은 잘 안좋아하는 편인데...이런 책들은 좋다.


소설가면서 시인이라서인지 하나의 산문에 붙여진 제목들이 여운이 있다.


"나는 소처럼 목에 멍에를 걸고 쟁기를 끌고간다."

"나는 늘 과거라는 껍질 벗어 던지기를 생각하면서 차를 마시고 산책을 한다."

"겨울 나목 앞에서 옷깃을 가다듬다."

"파도를 보고 모래의 시간을 생각한다."


술을 여신으로 표현하고 좋아하는 저자는 술을 안좋아하는 이들에게

"당신은 불행을 타고났구먼." 이라고까지 한다.


이 책 담담한 산문집을 읽으며 무엇이 성공이며 무엇이 잘 사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도시를 떠나 자연에 귀의해서 사철의 변화를 느끼고 주변의 자연을 만끽하며

하고 싶은 글 쓰는 일을 하며 여생을 사는 모습이 웬지 한없이 부럽게만 느껴졌다.


"가두는 법만 알고 풀어놓는 법을 배우지 못한 자는 오만해지고 인색해지고 옹졸해지고

고집스러워지고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 마치 나를 지적하는 말인 듯 해서 순간 뜨끔했다.


"해야 , 김칫국에 밥 말아 묵고 얼릉얼릉 나오너라."

"섣달 그믐밤에 잠자면 굼벵이가 된다."

밥이 보약이며 아무리 몸이 안좋아도 물에 말아서라도 밥을 챙긴다는 저자는 몸도 마음도

강건한 분일 듯 하며 저 문구처럼 인생의 황혼에서 조차도 에너지가 넘치는 듯 하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까지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타인과 영혼의 교감을 나누는 것이

노인들의 소임이 아닐까 생각하는 심신이 강건한 저자..

날이 밝으면 이불 속에서 오늘도 또 하루가 밝았군 하는 내모습과 너무 대조적이다.

도시를 떠나 한적한 전원에서 자연과 교감을 하며 살면 저럴까...싶기도 하다.


매일 바다를 심호흡하고 꽃과 나무와 교감하며 콧구멍의 어둠도 생각해보는 저자와 달리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나는 그런 한적한 시골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새삼 자문해본다.

도시가 고향인 이들은 도심재개발로 고향마저 없어진 이들은 참 안타깝고 쓸쓸한 일이다.


이 책은 확실히 젊은 사람들이 보고 공감하기에는 어렵고 지루한 책이 될 듯 하다.

허나 중년이 넘은 이들에겐 과거의 추억이나 향수를 불러낼 수 있는 무엇이 가득하고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할 어떤 계기나 화두가 많이 있을 산문집이다.


느림과 여유가 듬뿍 담긴 틈틈이 읽어보기에 좋은 향기나는 산문집이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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