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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식당이 알려주는 최고의 고기 요리 - 80년 된 정육식당 주인장의 고기가 맛있어지는 비법
정육식당이 알려주는 고기 요리 지음, 이은정 옮김 / 시그마북스 / 2024년 2월
평점 :
며칠전 누가 유명한 곳에 가서 아주 비싼 한우를 사줬는데 질기기만 하고 별로였다. 집 앞 상가건물에 항상 손님들로 북적이는 돼기고기집이 있는데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냄새가 너무 좋아서 언젠가 먹으러 갔었는데 별로였다. 작년에 제주도에 갔을 때 유명한 맛집이라는 비싼 오겹살집에 갔는데 별로였다. 아무리 맛있다는 곳에 가서 고기를 먹어도 맛이 없었다. 마트나 정육점에서 나름 비싸게 산 고기를 집에서 먹어도 그다지 맛이 없었다. 고기를 살 때 주인장에게 좋은 걸로 달라거나 부드러운 쪽으로 달라고 말을 해도 결과는 똑같았다. 이쯤되면 입맛이 유별난 것이든지 요즘 고기들은 다 맛이 없든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아마 그동안 고기가 맛이 었없던 것은 내가 잘 못 굽고, 맛있게 조리하지 못했기 때문일수도 있다는 결과값에 도달했다.
[정육식당이 알려주는 최고의 고기 요리]는 80년 된 정육식당 주인이 고기를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와 비법 그리고 비밀 레시피를 알려주는 고기가 맛있어지는 책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고기를 질기지 않고 맛있게 굽고 조리하는데도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아무리 비싼 고기라도 나처럼 굽는 것이 서툴면 결국 질겨지고 맛도 없어진다. 꼭 굽는 것만 고기의 맛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일단 책에 나온 내용을 정리해보면 고기는 구이, 조림, 찜, 튀김 등 조리법에 따라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최적의 고기 부위와 두께가 전부 다르고,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다진 고기 등 고기 종류에 따라서도 모두 다르다고 한다. 즉, 재료 준비에서부터 요리에 딱 적합한 고기의 부위와 사이즈를 준비해야 하고, 손질하고, 요리하는 과정에까지 신경을 쓴다면 비싼 고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맛있게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총 5파트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다진고기, 일품요리 & 사이드 요리로 구분하여 각각 레시피를 중심으로 고기에 대해 설명을 한다. 각 파트별로 레시피 소개에 들어가기 전에 각각 책에서 사용한 고기의 부위와 특징을 설명해놓고 있는데 고기에 대한 지식이 짧은 나로서는 고기 전반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이 파트가 고기를 이해하는데 조금 도움이 되었다. 어떤 요리를 할 때 어떤 부위를 써야하고, 그 부위는 어떤 특징이 있기 때문에 어떠한 점에 신경을 써야하는지 전혀 그런 걸 모르다보니 요리에 맞지 않는 고기를 사용할 때도 있다. 이런 식이다보니 요리를 해도 맛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어떤 부위를 사야할지 몰라서 대충 삼겹살이나 목살을 사서 구워먹고 남은 걸로 찌개를 끓인다거나 볶아먹거나 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고기를 부위별로 용도와 특징을 알게 된것부터가 개인적으로는 큰 발전이다.
심지어 돼지고기의 경우는 같은 등심이라도 위치에 따라 질긴 정도가 다르다고 한다. 부드러운 부분과 딱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요리법에 맞춰서 사용해야 한다는데 단단한 목쪽은 사각으로 썩어서 조림으로 사용하고 부드러운 등쪽은 두껍게 썰어서 돈까스용으로 쓰고, 중간 부분은 얇게 썰어서 구이나 볶음용으로 사용해야 한단다. 이런 건 생판 처음 듣는다. 돈까스는 보통 등심으로 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도 같은데 등심 중에서도 부드러운 쪽을 사용해야 한다는 건 몰랐다. 이렇게 고기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적다보니 이런 내용이 좀 많았으면 하고 기대를 했는데 아쉽게도 이런 식의 고기 자체에 대한 이론과 설명은 적은 편이다. 고기에 대한 이론적 정보보다는 고기를 활용하여 고기 요리를 맛있게 만드는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이 책의 메인 테마이다.
각 고기별로 10에서 15개 정도 되는 레시피를 수록해놓고 있는데 대부분은 순서별로 조리 과정이 다 보여지고, 몇 개는 사진없이 텍스트로만 설명을 해놓았다. 아마 텍스트로만 레시피를 소개한 것은 상대적으로 조금 과정이 쉬워서 그런 것 같다. 아무튼 일반적인 레시피북처럼 재료와 만드는 방법이 차례로 소개되어 있는데 만드는 방법에는 중간중간 포인트라는 것이 주석처럼 딸려있고 조리 과정에서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으면 요리초보들은 놓치기 쉬운 부분, 예컨데 불조정이나, 어느 정도로 얼마동안 구워야 하는지, 고기를 써는 타이밍, 그 조리 과정을 시행하는 이유 같은 것들을 알려준다. 요리가 서툰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추가적인 엑스트라 설명이 상당히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왜 그런 작업을 하는지를 알려줘서 무작정 기계적으로 그 과정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과정을 꼼꼼하게 수행하고, 작업을 할 때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고 요리를 해야하는지를 알게 해주기 때문에 그런 포인트를 짚어주는 점은 좋았다.
몰랐는데 저자가 일본 사람이었다. 정육식당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한국 사람이 쓴 책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어쩐지 레시피에 일본식 요리가 많이 나온다 했다. 개인적으로 일식도 좋아하기 때문에 일식을 배울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말이 일식이지 일본에서 많이 먹는 서양식 요리도 상당히 많이 소개되고 있어서 꼭 일본식이라고 한정할 필요는 없다. 평소 좋아해서 집에서 가끔(자주) 해먹는 돈까스나 양념치킨, 소고기 덮밥, 카르보나라 같은 레시피가 나와 있어서 이걸 참고해서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요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닭날개 가라아게, 햄버그 스테이크 특히 차슈 같은 것은 제대로 배워서 해보고 싶다. 야메로 일본 라멘을 만들어서 가끔 먹는데 면과 국물, 숙주 정도만 넣어서 먹었다. 근데 책에 소개된 차슈 레시피대로 만들어서 라멘에 넣어 먹으면 음청 맛있겠다. 차슈 만드는 게 가장 기대된다. 의외로 고기 맛을 향상시키는데 아주 어렵거나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서 요리가 서툰 나같은 사람도 설명만 잘 읽으면 충분히 집에서 따라할 수 있을만한 수준이라서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좋아하는데 다양한 닭고기 레시피가 나와 있어서 만족스럽다. 닭은 돼지고기처럼 대충 부위에 상관없이 찌지고 볶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한정적이었는데 다양한 레시피가 나와있어서 참조할만하다. 반대로 일본 사람이 쓴 책이라서 한국식 고기 요리는 없다는 점은 아쉽다. 아무리 일식이나 양식을 좋아하지만 역시 한식이 땡길 나이라서 그런지 한식이 없는게 아쉽지만 어쩔 수는 없다. 또 한가지 아쉬운 걸을 꼽으라면 조리 과정에서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하는 레시피가 없다는 점이다. 전부 굽거나 튀기거나 조림을 하는 본격 요리법을 기본으로하는 조리법인데 조금 간편하게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한 레시피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다. 뭐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하면 '맛'이 없어져서 활용을 안 할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양한 고기 요리를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알토란 같은 비법과 고기를 다루는 깨알 같은 노하우가 수록되어 있어서 고기를 조금 더 맛있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