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굽고 싶은 아메리칸 쿠키
이미지.이소연.최재형 지음 / 경향BP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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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면 쿠키지 아메리칸 쿠키는 또 뭐냐? 찾아봤더니 특별히 아메리칸 쿠키란 무엇이다라고 정확히 정의를 내려놓은 글이 많지는 않은데 대략 일반적인 얇고 바삭한 일반 쿠키보다 두껍고 크면서 재료가 많이 들어가서 바삭하면서도 꾸덕한 게 특징인 쿠키를 말하는 것 같다. 쫀득하고 토핑이 많이 올라가고 안에 잼이나 크림치즈 같은 속재료도 잔뜩 들어가서 달달구리하니 맛이 좋단다. 홈베이킹은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저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누구나 베이킹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도 베이킹 전공자가 아니고 평범한 직장인인데 출근전 2시간 동안 유튜브를 보고 구글링으로 레시피를 분석하고, 베이킹 책을 보며 공부를 하고 직접 베이킹을 하며 실력을 쌓았다고 한다. 물론 손재주가 얼마나 있냐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렇게 혼자서도 연구하면서 따라할 수 있을만큼 베이킹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말한다.


[매일 굽고 싶은 아메리칸 쿠키]에는 바삭하고 쪽득한 식감과 달달한 맛의 이색적이고 귀여운 모양의 아메리칸 쿠키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담고 있다. 일단 책은 세 명의 유튜버(?)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각각 그루밍식당, 조이앤베이킹, 플레노라는 채널을 운영 중이고 각각 쫀득한 쿠키, 이색적인 쿠키, 귀여운 쿠키라는 컨셉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세파트로 나누어서 각자가 하나의 파트를 맡아 13개씩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쿠키를 소개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는 쉬운 재료들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으면서도 이색적으로 귀여운 모양으로 오븐 한 판 분량을 20분 내외로 구워 낼 수 있는 39종의 쿠키 레시피가 실려있다. 초코칩 쿠키나 헤이즐넛 모카 쿠키 정도면 가장 노멀한 수준이고 얼그레이 쿠키나 말차 크랜베리 쿠키, 피넛버터 쿠키, 대파 베이컨, 카야 코코넛, 나초 치즈, 시나몬 약과, 화이트 M&M 등 개성 강한 이색적인 쿠키가 가득하다.이미 유튜브와 인스타에서는 꽤나 핫한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수많은 레시피 중 인기 있는 레시피만 골라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맛은 보장이 되어있다고 보면 되겠다.


본격적으로 쿠키를 만들기 전 쿠키를 만드는 도구와 쿠키 재료들에 대해서 알아보는데 생각보다 만드는 도구가 간소하다고 느꼈다. 쿠키의 주재료도 밀가루, 버터, 베이킹 소다와 설탕, 달걀, 소금 정도로 상당히 약소하다. 대신 쿠키의 맛과 정체성을 결정하는 부재료들은 아주 다양한데 기본 베이킹 지식만 있으면 부재료만 바꾸어서 응용하기에 좋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또 밀가루를 체 치는 이유나 박죽을 오래 치대면 안 되는 이유, 반죽을 한 후 냉장 휴지 하는 이유, 버터의 상태를 구분해서 사용하는 이유 등은 초보자는 물론이고 베이킹을 직접 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경험적으로 만들고는 있지만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 그 이유까지는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아메리칸 쿠키 Q&A 코너를 통해 레피시 상에 나오는 그 과정의 정확한 이유를 설명함으로써 그런 과정들이 결과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준다. 그 이유를 알고 작업을 하다보면 조금 더 신경써서 과정을 수행하게 될 것 같다.


책에 소개된 모든 레시피는 재료소개부터 만드는 법이 거의 한장 속에 다 담겨있다. 일단 한면에 완성된 쿠키의 이미지 사진이 크게 보여지고, 그런 다음 굽는 온도와 시간, 분량 그리고 재료와 사전작업할 내용 그리고 만드는 법이 차례로 소개되는데 이 모든 게 두페이지 분량으로 실려있다. 이색적이고 귀여운 쿠키 파트에서는 만드는 과정이 한두개 정도 오바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한장으로 끝날 정도로 최대한 간단하고 쉬운 공정으로 레시피를 만들어 놓았다. 일단 과정이 어렵게 보이지 않아서 홈베이킹 초짜들도 부담없이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뒤로 갈수록 더 독특하고 개성이 넘치는 쿠키가 소개되고 있는데 과연 이런 재료로 쿠키를 만들 수 있구나, 어떤 맛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유니크한 쿠키도 많이 보인다.


나 같은 초보를 위한 베이킹 책이라서 그런지 만드는 과정이 무척이나 쉽게 설명이 되어 있다. 만드는 과정은 사진과 함께 설명이 적혀 있는데 과정 자체가 상당히 쉬워서 어느 정도 베이킹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따로 설명을 읽을 필요도 없이 사진만으로도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초보라면 설명을 꼼꼼히 읽고 따라해야할텐데 설명글도 너무 길거나 하지 않아서 가독성도 높다. 각 과정마다 보충설명이 필요한 것들은 [TIP]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적어놓았는데 베이킹을 하는 중에 맛을 업시키는 팁이나 자칫 실수하기 쉽지만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왜 실수를 했는지 알기는 어려운 그래서 몇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경험적으로 알게 되는 데이터들이라서 그야말로 맛을 높이고, 실수와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알짜 정보라고 하겠다.


앞에는 기본 모양의 쿠키가 나오고, 뒤로 가면 좀 독특한 형태의 쿠키가 나오지만 특별히 뒤로 간다고 난이도가 확 올라가는 건 아니다. 토핑에 사용되는 재료에 따라 이색적으로 보이는 쿠키가 만들어지는 것이라서 레시피가 확 달라지거나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 것은 없다. 그만큼 다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재료의 변화만으로도 색다른 맛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 처음에는 책을 따라서 쿠키를 만들어보다가 자신만의 개성이 들어간 쿠키를 만들어보는 것도 베이킹의 즐거움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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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굽고 싶은 아메리칸 쿠키
이미지.이소연.최재형 지음 / 경향BP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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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만 생각되던 쿠키를 쉽게 만들 수 있게 가이드해줘서 똥손도 따라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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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3 - 일본 속 한국의 흔적을 찾아서! 다채로운 일본 문화 세 번째 이야기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3
이경수.강상규.동아시아 사랑방 포럼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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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시리즈는 가깝고도 먼 일본의 역사, 언어, 정치, 경제, 정서, 교육, 음식, 스포츠, 애니 등 다양한 방면으로 일본의 문화를 차별이나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를 소개하며 일본과 인본인, 일본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한명이 책을 집필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명의 일본 덕후들이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를 맡아 한꼭지씩 글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공정하게 글을 쓰려고 해도 주관적인 의견이나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갈 수 밖에 없고, 그런 것이 책 전편에 깔려있으면 아무래도 편파적으로 치우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성별, 직업, 국적이 전부 다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하나씩 테마를 맡아 글을 쓴 공동집필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보니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과 각기 다른 입장을 여러 시각에서 접할 수 있고 그만큼 공정하고 입체적으로 일본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일본인이라는 구성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어느 한 개인의 시각과 관점 그리고 국적에 의한 편견에 치우지지 않게 다양한 관점으로 균형감 있게 일본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다만 전작에서도 지적을 한바가 있지만 글을 쓰고 있는 소위 일본통, 일본 덕후들이라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무슨 교수나 명예교수, 기업 대표, 회장, 강사나 박사 이런 사람들이 많아서 주로 기성세대들의 시각과 목소리에 치우쳐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좀 아쉽다. 말하자면 국적이나 직업, 성별 같은 쪽으로는 비교적 다양한 여러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일본에 대한 의견을 듣기는 어려운 것 같다. 물론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의 나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2030은 극히 몇명 밖에 없어 보이는데 이 때문에 젊은층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파트에서는 그 문화를 직접 즐기고 소비하는 젊은 세대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발 떨어져 있는 기성세대가 주변인의 눈으로 그것을 보고 관찰하며 말하는 형식이 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갭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 3편에는 그런 젊은층의 문화나 정서를 다루고 있지 않아서 세대간 시각차에서 오는 오해나 편견 같은 것은 다행히 없다.


이번편에서는 교육과 일상에서의 일본 사회, 역사와 정치, 일본을 일본답게 만드는 문화와 정서, 배우면 좋을 일본의 강점, 관광대국으로서의 일본, 일본 속에 공존하는 한국이라는 총 여섯가지 테마로 일본 덕후 53명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리가 '문화'라고 할 때 흔히 떠올리는 대중문화는 이미 전작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루어지지 않아서 좀 아쉽지만 대신 평소에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일본의 문화와 정서를 전문가의 입을 통해 들어볼수 있어서 매번 보게 되는 일본의 대중문화라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서 넓은 의미의 문화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어서 의미있다. 특히 일본 속에서 자리 잡은 한국의 흔적과 한류라는 주제는 일본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한국은 일본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일부 덕후들이 있지만 20년 전만 해도 일본의 대중문화나 일본의 제품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생각하던 일류의 시기였다면 지금은 완전히 역전된 한류의 시대이다. 일본의 문화나 정서가 한국에 많이 스며들었듯이 한류 등을 통해 한국은 일본 속에 얼마나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 알아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한류라고 하면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라는 드라마로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 그 전에도 한류는 있었다. 또다시 말을 하게 되지만 지금이야 한국의 문화와 기술이 전세계 탑이지만 바로 20년 전만 해도 한국의 문화나 기술은 일본에 뒤떨어진다는 열등감으로만 생각하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일본의 문화에 영향을 받았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텐데 오히려 과거에도 한국의 문화와 정서가 일본에 영향을 준 케이스도 많았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거슬러올라가지 않더라도 엔카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이 한국인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한국인의 정서가 일본의 문화에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해서 그게 꼭 한국인의 정서나 감정이 일본의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일본 연예계에 한국인의 피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그만큼 한국 사람이 끼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우리가 일본의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은 만큼 우리도 일본의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일본어를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가타카나가 상당히 어렵게 느껴질텐데 그래서 '일본어 학습에서 가타카나는 난공불락의 요새일까'라는 주제에 상당히 관심이 간다. 일본애들은 유독 외국어, 외래어를 많이 쓰는데 그 짧은 발음으로 외국어를 자기들 식으로 이상하게 바꿔서 발음하니까 도무지 알아듣지를 못하겠다. 그런데 일본어에서 가타카나의 사용 빈도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어를 학습하는 한국인 입장에선 상당히 난감한 일이다. 게다가 일본식 영어인 재플리시 또는 쟁글리시 때문에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40여년을 일본어와 함께 한 일본어 학과 교수도 가끔씩 가타카나가 어렵게 느껴진다니 가타카나를 모른다고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겠다. 또 한가지 눈길이 가는 파트는 두 명의 이십대가 쓴 20대 대학생이 보고 경험한 일본이었다. 과거에는 일본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감이 지금보다는 상당히 더 높았다. 그런데 지금의 20대는 그런 거부감을 중국에게서 느끼고 일본은 상대적으로 많이 우호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금의 20대가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늘 궁금했는데 그런 궁금증을 조금 풀어주는 글이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상투적인 말을 많이 하는데 그만큼 비슷한 부분도 많지만 그 못지 않게 약간씩 우리와 정서가 다른 부분도 많은데 일본의 정서를 알게 된다면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일본인의 정서를 알아보기도 하는데 사회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본인들만의 독특한 정서를 알아본다. 알고 있던 것도 있었지만 그런 정서를 가지게 된 역사, 사회적 배경 같은 것도 함께 설명이 되어 있어서 그들만의 정서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여러가지 정서를 쭉 모아서 보니 일본인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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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수첩 - 맛 평론의 원류 언론인 홍승면의 백미백상
홍승면 지음 / 대부등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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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쓰여진 음식 에세이지만 지금의 식문화와 큰 차이가 없는게 재미있다.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깊이 있는 식문화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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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수첩 - 맛 평론의 원류 언론인 홍승면의 백미백상
홍승면 지음 / 대부등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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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원조 맛 칼럼니스트인 故 홍승면 씨라고 한다. 故라고 쓴 것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저자는 이미 고인이 되었다. 생소한 이름이라 누군가하고 봤더니 저자는 27년 생으로 83년에 이미 고인이 되었고, 원조 맛 칼럼니스트로 7~80년대에 여성지에 음식칼럼을 연재했는데 사후에 그 글들을 모아 '백미백상'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서 출판했고 그 책을 이번에 다시 [미식가의 수첩]이라는 이름으로 재출시한 것이라고 한다. 맛 칼럼니스트라고 하면 음식이야기보다 정치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황교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저자는 벌써 50년 전에 활동한 사람이라니 공히 원조 맛 칼럼니스트라고 부를만 하다. 물론 꼭 오래전에 활동했다는 것만으로 원조 맛 칼럼니스트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 담긴 내용들이 상당히 전문적이고 깊이가 있기 때문에 찐 맛 칼럼니스트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7~80년대에 연재했던 음식 칼럼을 다시 출간한 것인데 그 글들을 보면 좀 놀라운 부분이 많다. 내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시대가 드러나는 문장도 있지만 과거에 쓰여진 글이라는 것을 모른채 읽는다면 상당수는 바로 지금 쓰여진 글처럼 느껴진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 현재의 우리 식문화는 50여년의 시간이 흐르도록 그다지 많이 변하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겠다. 꼬리곰탕 이야기를 하면서 꼬리곰탕에도 인스턴트 시대가 오기는 왔다라고 말하는 문구가 나온다. 이런 곰탕류의 인스턴트화는 최근 비비고 같은 제품을 통해 형성된 식문화라고 생각했는데 50년 전에도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 재미있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인스턴트 꼬리곰탕은 지금의 비비고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오히려 지금 배달전문식당에서 만드는 가짜 싸구려 곰탕과 닮아있다. 어쨌건 50년 전이라고 하면 식문화는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바 없다는 점이 신기하다.


더불어 당시 저자와 같은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식문화와 당시의 젊은이층에 대한 평가도 지금 현재의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그것과 비슷해서 좀 재미있다. '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농촌에서 태어났고 국민학교까지 농촌에서 다녔는데 마를 모르는 젊은 후배가 있다며 놀라워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처음엔 이게 예전 글인줄 모르고 읽어서 MZ세대는 마를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반백년 전에도 젊은 사람들은 마를 모르고 있었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마를 모를 수도 있지만 50년 전의 사람들은 농촌 도시인 상관없이 그 정도는 다 알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때에도 젊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고, 기성 세대는 그것을 놀라워한다는 게 재미있다. 또 한국은 봄이 짧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요즘 들어서 기상이변으로 인해 봄이 짧아졌다고들 말하는데 7~80년대에도 이미 봄은 짧았던 것이다. 음식과는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간간히 나오는 이런 문장으로 오래전의 한국과 지금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꽤나 쏠쏠하다.


반대로 시간의 변화를 체감하게 하는 글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짜장면에 대한 글을 들 수 있겠다. 당시 기준으로 중국 요리가 한국에 들어온지 1백년도 안 지났지만 짜장면은 전국을 휩쓸었고 방방곡곡에서 짜장면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짜장면이 보급된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우선 값이 싸기 때문'이라고 말을 한다. 당시에는 짜장면에 싸고 맛있는 음식의 대명사였고 그래서 반드시 설렁탕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짜장면 값은 정체되고 설렁탕 값은 마구 뛰어서 당시 시점으로 결국 설렁탕 한그릇 값이면 짜장면을 두그릇 먹을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은 짜장면이 결코 싼 음식은 아니게 되었다. 물가, 외식값 상승에 대한 뉴스에는 항상 서민 음식인 짜장면 값이 마구 올랐다는 말이 나온다. 지금은 짜장면과 설렁탕 값이 어떤지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20년 전과 비교해서 각각 두배 이상씩 뛰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설렁탕 한그릇이 얼추 짜장면 두 그릇값이라는 비율은 나름 유지되고 있었다.


책은 크게 세파트로 구분되는데 처음은 자연을 담은 소채의 맛으로 산채 두릅, 쑥, 마, 더덕과 송이, 미역과 김, 수박, 화채, 고추와 후추 등 야채와 과일 및 야채를 활용한 음식을 주제로 하고 있고, 사계의 음식 편에서는 계절 음식이라는 테마로 여러 음식들을 소개하는것 같은데 그중 몇몇은 계절음식이라는 인식이 약한 것도 있다. 예컨데 나같은 국밥충에겐 설렁탕이나 갈비탕 같은 건 계절음식이 아니라 사시사철 먹는 것이고 돼지고기도 계절을 타는 음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계절 음식이 아니라 신정이나 부활절 등 특정한 날과 기간에 먹는 음식이라는 의미로 소개를 하고 있다. 세번째 파트는 생선 이야기로 다양한 생선이 소개되는데 실제로 지금도 널리 먹고 있는 익숙한 생선들이다. 반백년의 시간이 흘렀고 세대도 바뀌었지만 한국인의 입맛은 바뀌지 않은 모양이다.


지금으로부터 반백년이나 전에 쓰여진 글이라 아무래도 지금의 감각과는 조금 다를 수 있는 부분이 있겠지만 이미 나도 사람 자체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정서적으로 너무 동떨어지거나 오래된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은 조금씩 잊혀지거나 희미해져가는 식문화를 건드려줘서 추억도 돋고 지금과의 비교에서 오는 재미도 있다. 저자의 경험 같은 신변잡기나 당시 사회상 등의 썰을 푸는 것으로 시작하여 과거의 문헌 속 기록, 역사적 맥락, 다른 나라에서의 유사 음식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가 건드리는 분야랄까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해서 음식과 관련된 지식이 상당하다는 것에 탄복하게 된다. 특히 해외 여행도 쉽지 않았을 그 시절에 직접 외국의 음식을 경험하고 관련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을 보면 단순히 어디서 줏어들은 잡지식을 읊어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내공이 상당하다.


보다보면 일본의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 싫건 좋건 한국의 식문화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황교익이 뭐든 일본에서 유래했다고 말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고도 하겠다. 사람들은 만물 일본 유래설을 말하는 황교익을 상당히 비판했지만 이 책을 통해 그중 일부는 실제 일본의 영향으로 먹게 되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컨데 우리는 장어는 먹지 않았지만 일본인 때문에 먹기 시작했다는 황교익의 주장인데 저자의 말로는 오래전 문헌에도 장어는 기록되어 있지 않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생선이었다는데 지금은 비싸게 먹고 있다고 말한다. 정확히 언제부터 먹었다고는 말을 하지 않지만 적어도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먹기 시작했고 아무래도 장어를 비싸고 귀하게 취급하는 일본의 영향이 없었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저자는 이를 민족의 식생활에서의 신기원을 이루었다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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