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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3 - 일본 속 한국의 흔적을 찾아서! 다채로운 일본 문화 세 번째 이야기 ㅣ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3
이경수.강상규.동아시아 사랑방 포럼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3년 5월
평점 :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시리즈는 가깝고도 먼 일본의 역사, 언어, 정치, 경제, 정서, 교육, 음식, 스포츠, 애니 등 다양한 방면으로 일본의 문화를 차별이나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를 소개하며 일본과 인본인, 일본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한명이 책을 집필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명의 일본 덕후들이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를 맡아 한꼭지씩 글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공정하게 글을 쓰려고 해도 주관적인 의견이나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갈 수 밖에 없고, 그런 것이 책 전편에 깔려있으면 아무래도 편파적으로 치우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성별, 직업, 국적이 전부 다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하나씩 테마를 맡아 글을 쓴 공동집필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보니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과 각기 다른 입장을 여러 시각에서 접할 수 있고 그만큼 공정하고 입체적으로 일본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일본인이라는 구성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어느 한 개인의 시각과 관점 그리고 국적에 의한 편견에 치우지지 않게 다양한 관점으로 균형감 있게 일본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다만 전작에서도 지적을 한바가 있지만 글을 쓰고 있는 소위 일본통, 일본 덕후들이라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무슨 교수나 명예교수, 기업 대표, 회장, 강사나 박사 이런 사람들이 많아서 주로 기성세대들의 시각과 목소리에 치우쳐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좀 아쉽다. 말하자면 국적이나 직업, 성별 같은 쪽으로는 비교적 다양한 여러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일본에 대한 의견을 듣기는 어려운 것 같다. 물론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의 나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2030은 극히 몇명 밖에 없어 보이는데 이 때문에 젊은층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파트에서는 그 문화를 직접 즐기고 소비하는 젊은 세대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발 떨어져 있는 기성세대가 주변인의 눈으로 그것을 보고 관찰하며 말하는 형식이 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갭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 3편에는 그런 젊은층의 문화나 정서를 다루고 있지 않아서 세대간 시각차에서 오는 오해나 편견 같은 것은 다행히 없다.
이번편에서는 교육과 일상에서의 일본 사회, 역사와 정치, 일본을 일본답게 만드는 문화와 정서, 배우면 좋을 일본의 강점, 관광대국으로서의 일본, 일본 속에 공존하는 한국이라는 총 여섯가지 테마로 일본 덕후 53명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리가 '문화'라고 할 때 흔히 떠올리는 대중문화는 이미 전작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루어지지 않아서 좀 아쉽지만 대신 평소에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일본의 문화와 정서를 전문가의 입을 통해 들어볼수 있어서 매번 보게 되는 일본의 대중문화라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서 넓은 의미의 문화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어서 의미있다. 특히 일본 속에서 자리 잡은 한국의 흔적과 한류라는 주제는 일본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한국은 일본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일부 덕후들이 있지만 20년 전만 해도 일본의 대중문화나 일본의 제품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생각하던 일류의 시기였다면 지금은 완전히 역전된 한류의 시대이다. 일본의 문화나 정서가 한국에 많이 스며들었듯이 한류 등을 통해 한국은 일본 속에 얼마나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 알아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한류라고 하면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라는 드라마로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 그 전에도 한류는 있었다. 또다시 말을 하게 되지만 지금이야 한국의 문화와 기술이 전세계 탑이지만 바로 20년 전만 해도 한국의 문화나 기술은 일본에 뒤떨어진다는 열등감으로만 생각하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일본의 문화에 영향을 받았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텐데 오히려 과거에도 한국의 문화와 정서가 일본에 영향을 준 케이스도 많았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거슬러올라가지 않더라도 엔카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이 한국인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한국인의 정서가 일본의 문화에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해서 그게 꼭 한국인의 정서나 감정이 일본의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일본 연예계에 한국인의 피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그만큼 한국 사람이 끼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우리가 일본의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은 만큼 우리도 일본의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일본어를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가타카나가 상당히 어렵게 느껴질텐데 그래서 '일본어 학습에서 가타카나는 난공불락의 요새일까'라는 주제에 상당히 관심이 간다. 일본애들은 유독 외국어, 외래어를 많이 쓰는데 그 짧은 발음으로 외국어를 자기들 식으로 이상하게 바꿔서 발음하니까 도무지 알아듣지를 못하겠다. 그런데 일본어에서 가타카나의 사용 빈도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어를 학습하는 한국인 입장에선 상당히 난감한 일이다. 게다가 일본식 영어인 재플리시 또는 쟁글리시 때문에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40여년을 일본어와 함께 한 일본어 학과 교수도 가끔씩 가타카나가 어렵게 느껴진다니 가타카나를 모른다고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겠다. 또 한가지 눈길이 가는 파트는 두 명의 이십대가 쓴 20대 대학생이 보고 경험한 일본이었다. 과거에는 일본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감이 지금보다는 상당히 더 높았다. 그런데 지금의 20대는 그런 거부감을 중국에게서 느끼고 일본은 상대적으로 많이 우호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금의 20대가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늘 궁금했는데 그런 궁금증을 조금 풀어주는 글이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상투적인 말을 많이 하는데 그만큼 비슷한 부분도 많지만 그 못지 않게 약간씩 우리와 정서가 다른 부분도 많은데 일본의 정서를 알게 된다면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일본인의 정서를 알아보기도 하는데 사회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본인들만의 독특한 정서를 알아본다. 알고 있던 것도 있었지만 그런 정서를 가지게 된 역사, 사회적 배경 같은 것도 함께 설명이 되어 있어서 그들만의 정서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여러가지 정서를 쭉 모아서 보니 일본인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