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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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친화적인 영화를 판별하는 기준 중에 다음 항목이 있다. 
'여성들끼리만 하는 대화 장면이 있을 것'
이 문장을 보며, 이 기준은 너무 쉽잖아,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후 영화들을 볼 때마다 살펴보니, 그 기준은 충족하기 아주 어려운 항목이었다. 
남자들끼리의 대화는 모든 영화에 나타나지만, 여자들끼리의 대화는 정말 드물다. 
그만큼 여성은 아직 사회에서 소수자이며, 메이저가 되지 못하는 '마이너 리거'이다. 

이 책은 그런 여성들끼리 쓴,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집에서만큼은 '여성들끼리의 대화'를 힘들게 발굴할 필요가 없다.

우선 인상을 남기는 것은 작가들의 섬세한 시각과 상징이다. 
여성을 멸시하는 호칭을 하나씩 정하여 작가들이 단편소설로 풀어내는데,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클리셰가 내포된 멸칭을 다루면서도 아주 유연하고 새로운 심상들을 만들어낸다. 
고지식한 언어에서부터 시작한 이야기들은 그 굴레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작가들만의 개성을 발휘한다. 

여성에 대한 멸칭에 대해 정면대결을 하겠다는 출판사의 기획도 기발했지만, 
참여 작가들의 노력과 재능을 통해, 
그것을 감정이 앞선 사회적 반항이나, 판에 박힌 사회운동처럼 만들지 않고,
소설적 완성도와 문학적 가능성을 접할 수 있도록 한 단계 위로 승화시킨다.   

Stories of the wicked, wild, and untamed.
이 책의 원서 제목이지만, 이와 상반되는 관대함, 부드러움, 세련됨도 함께 지니고 있다.
이는 각 주제에 대한 작가들의 깊은 고민과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독서 후에는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여성은 항상 여섯 번째 감각을 지닌 영감의 원천이었다는 것을. 


#복수의여신 #마거릿애트우드 #이수영 #현대문학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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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먹었으면 즐길 때도 됐잖아 - 좋은 건 계속하고 싫은 건 그만두는 거침없고 유쾌한 노후를 위한 조언
와다 히데키 지음, 유미진 옮김 / 오아시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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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험자들이 체득한 여러 고민과 그에 대한 솔루션을 보다 보면, 우리에게 생각 측면에서 자극, 행동 측면에서 위급함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이라는 선험자의 빛나는 통찰과 조언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노인뿐만 아니라, 일반인 전체에 적용해도 유용한 '인생 즐기기' 요령이 담겨 있다. 


하나마나한 이야기가 아닌, 우러나오는 이야기

이제는 클리셰가 되어버린 많은 조언들이 있다. 
'인생 즐기자, 재미있게 살자, 타인의 눈치를 보지 말자' 등등.

이 책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을 포함하지만,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시니어 세대들에게 마냥 즐기고 허비하며 쾌락을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왜 필요하고 좋은지, 왜 이익/효용 측면에서 현명한 것인지 명확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한다. 

그리고 세부적으로는 사고방식에서부터 행동에 이르기까지 정교하게 구분하여 설명한다.  
특히 실천방식을 다음 두 가지로 나눠서 상술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 하던 대로 해야 하는 것 
  - 하지 않던 대로 해야 하는 것 

예컨대 전자는 움직이고 생각을 멈추지 않는 것, 자신에 대한 소비를 줄이지 않는 것,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경험하는 것 등이 되고,  
후자는 스스로를 자제하고 구속하는 것, 절약하고 소비활동을 하지 않는 것, 세상 안목에 구애되는 것 등이 된다. 

또한 노화 과정에서 사람들이 온화해지고 정신적으로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그 반대로 괴팍해지고 사고적으로 퇴보하게 된다는 통찰력 있는 설명도 뛰어나다. 
아울러 이런 일련의 변화에 대해 전두엽의 노화 등의 의학적인 근거도 알려주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대처법을 제안한다. 
예컨대, 주위 사람들과 서로 대화를 많이 해야 하고, 자신의 상태 및 의견을 밖을 향해 계속 소리내야 한다는 것 등.

이와 함께 노화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움직임 능력과 인지 능력과 관련한 좋은 습관을 
1년이라도 젊었을 때 루틴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아주 유용하다. 
필자가 권장하는 소통과 소비, 모두 움직임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도 세삼 느끼게 한다. 

책 전체적으로,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사회 성장의 과실을 만든 주역이었던 시니어 세대에 대한 저자의 걱정, 존경, 애정이 느껴진다. 


지루한 전문의가 아닌, 재미있는 전문의

우선 '늙었다, 노쇠했다'라는 말 대신, '시니어 파워가 생겼다'라고 얘기해야 한다는 저자의 유쾌한 생각이 강한 인상과 쾌감을 준다. 
본문에서는 유머감각 있는 이웃집 지인이 말하는 것처럼 친근하고 위트 있는 문장들로 서술하고 있어, 술술 읽힌다.
게다가 꼼꼼한 디테일까지 갖추고 있어, 심지어 시니어의 말투까지 재미있고 세심하게 조언한다. 
 
또한 저자의 전문적인 경력이 내용의 설득력을 높이는 동시에 현 시점에서 필요한 내용을 정확히 짚어낸다. 
이런 전문성이 있어, 개개인의 생활 팁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거시적으로도 시니어 세대의 복지와 사회적 행복 향상을 위해 준비하고 해결해야 하는 점들을 잘 정리한다. 
이는 초고령 사회을 앞두고 있는 여러 나라에게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나이먹었으면즐길때도됐잖아 #오아시스 #와다히데키 #유미진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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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 모든 판단의 순간에 가장 나답게 기준을 세우는 철학
히라오 마사히로 지음, 최지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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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미제사건을 가지고 있다. 
지식적으로 이해되기 않거나 해결되지 않은 것. 
예컨대, 도저히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양자역학, 열역학 제2법칙, 함량 미달의 지도자를 뽑는 대중의 심리, 거시경제의 이론증명법 등등.
그리고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윤리학이다. 
제도권 교육에서 언제나 확고한 과목의 위상을 차지해왔고, 삶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모두에게 의문, 모호함, 불확실함으로 남겨져 있는 분야. 

그리고 누구가 그 미제사건이 우연한 기회에 단번에 풀리는 경험도 해봤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경험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우선 찬사부터 나열하자면, 이런 책이 출판되어서 정말 고맙고 즐겁다. 
윤리학에 대해 무지로 인한 찜찜함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명쾌한 설명과 해답을 준다. 
아울러 한 번의 지적 유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윤리라는 중요한 주제에 대해 지속으로 생각하게 하고, 자신의 행동에 가치있게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의 저자는 어떻게 이런 뛰어난 저작을 쓸 수 있었을까.

우선 필자가 이 분야에 대해 최상위 수준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전공으로 장기간 공부를 했고, 유수의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그의 최대 강점은 수많은 학생들과 이 주제에 대해 소통하고 그 내용을 정리해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의 편견, 잘못된 인식, 이해가 떨어지는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에 대해 디테일한 솔루션을 제시한다. 

다음으로 본인 스스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에게 대해 깊이 고민해왔다는 점이다. 
윤리학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윤리학자의 연구는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 어떻게 윤리적 기본원리를 정할 수 있을까에 대해
자신이 그동안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왔던 내용을 서술하고 있어 독자들은 그 의미있는 과실을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끝으로 저자가 선택한 독자 친화적인 접근법이 빼어나다.  
가능한 전문용어를 쉽게 풀어쓰고 있어 비전공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췄고, 
본문의 절을 세분화하여 하나의 절에는 하나의 포인트만 넣음으로써 독자들이 생소한 내용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배려한다. 
또한 지식인의 허세를 버리고, 소설, 만화, 애니매이션, 텔리비전 방송 프로그램에서 예시를 가져와 재미있게 설명한다. 


저자는 강조한다. 
경제, 정치, 과학, 모두 윤리가 없으면 성립할 수 없다고. 
왜냐하면 모든 학문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관한 것이며, 
그 사유와 행위는 윤리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서를 완료한 후에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왜 그렇게 이뤄졌는지, 왜 그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명확히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왜그렇게살아야할까 #히라오마사히로 #북하우스 #최지현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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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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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데, 기다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본문의 이 한 문장이 죽음에 대한 생각을 촉발한다. 
 
모든 사람은 죽음이라는 운명적 예정 앞에서 두려워한다. 
동시에, 존재적 한계에서 오는 불확실성, 일방적인 피수용자로서의 불쾌감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죽음이라는 종결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철저히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실 애처롭다.

이 책은 이런 죽음 그 자체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필자가 독자들에게 반복하여 보내는 메시지는 '인생, 그 본연 그대로의 모습'과 죽음, 그에 대한 성숙한 시각'이다. 
 
필자는, 죽음까지 도달하는 과정, 즉 노화, 인간(타인), 인생은 끔찍하다는 사실을 피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 본질적 결함 때문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절대 이해할 수 없음'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현실을 투영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진실을 전달한다. 
우리는 왜 늙어서 퇴락해야 하는지 알 수 없으며, 
인간과 타인은 일생을 살아도 전혀 이해할 수 없고, 
그래서 인생은 의문과 불확실, 의구심과 불안정 투성이의 시간들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개개인들과 사회는 이는 부정한다. 
노쇠와 질병은 완전한 자아를 형성하기 위해 의례이며, 대적하여 극복해야 할 축복적 시련이라고 미화한다. 
그러나 조금만 솔직해져도 이는 순진한 외면이자, 합의된 위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필자는 서술한다. .

또한 인생의 서글픈 점이 많지만, 그 중 하나는 죽음조차 혼자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죽음 전에는 보살펴줄 누군가 옆에 있어줘야 하고, 후에는 정리를 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본문에서 필자는 이런 특성으로 인해 죽음 역시 하나의 역할극이 되고 만다고 표현한다. 
온전히 독립적인 자신일 수 없으며, 주위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절차인 것이다.

 
이와 같은 필자의 사유는 
아무리 있을 법하지 않아도 결국 그렇게 되고 마는 성장, 노화, 사랑, 이별, 죽음에 대해 생각으로 흘러가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다시 삶에 대한 사색으로 순환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죽음을 대하는 자세, 죽음을 선택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함께 하며, 독자는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작가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우리에게는 죽음의 방식을 선택할 의지와 이성이 있다. 
이제는 인생의 무상함에 솔직해지고, 그런 선택을 감행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



p.s.한국어 제목은 다소 순화했지만, 
원제를 직역하면 '무엇을 견디고 있나요?', '무슨 일(고통)을 통과하고 있나요?'가 된다. 


#어떻게지내요 #시그리드누네즈 #정소영 #엘리
#네영카 #네영카서평
#룸넥스트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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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과 함께 서쪽으로
린다 러틀리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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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이 낱말의 어원은 
중국 전설 속에서 성인(성스러운 인간)이 태어날 때 나타난다고 하는 동물이다. 
그리고 그 후 현재 우리가 아는 '기린'을 동양에서 사람들이 처음 봤을 때, 그 장대함, 신비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스러움에 감탄하며, 그 전설 속 '기린'이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서양의 작가가 쓴 이 소설에서도 '기린'은 위와 같은 상징을 지닌다. 
기린에 대한 감탄적 감정은 보편적인가 보다. 

제목을 잘 지었다. 
상징이 함축되어 있고, 경쾌한 단순함 속에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서 후에는 소설의 주제가 메타포를 통해 각인된다. 
"인생이란, 환상적 존재를 가슴 속에 간직하며 이상향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주인공에게 기린은 환상적 존재를 상징하며, 서쪽(캘리포니아)은 평화와 풍족이 있는 이상향을 상징한다. 
즉 이 소설은 주인공의 인생 이야기이다. 
첫눈에 매료된 기린을 무작정 따라나서며, 길 위에서 온갖 고초와 장애, 사람과 우정을 경험하고, 목표한 서쪽에 도착한다. 

왜 주인공은 기린에 한 번에 압도 당하는가. 
그것은 기린의 성스러운 고고함과 현실을 초월한 신비함에 자신의 이상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불가항력의 재난에 가족을 모두 잃고, 만신창이가 된 몸을 가진 채로 앞날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있던 주인공에게 세상과 인생에 대한 인식은 이미 무의미해지고, 처절하고 비참한 현실에 무방비로 시달린다. 
그런 시점에 그는 기린의 눈동자를 본 것이다. 
그리고 그 환상과 꿈 같은 존재를 곁에 두고 마음 속에 간직하면서, 이상적 목표점을 향해 힘을 내어 길을 떠난다.     
   
아울러 이 여정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되는데, 
이 현실적인 로드트립은 그에게서 모든 걸 바꾸어놓는 비현실적인 경험이 된다. 
그리고 청년기의 주인공은 어느덧 100세 노인이 되지만, 이 기린과 그와 관련한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그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존재들과 같은 시공간에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고되고 지루한 인생에 위안이 되고 견고한 지지대가 되는 것이다. 
삶의 절벽 위에 있던 주인공은 '기린과 함께 서쪽으로' 오면서 비로소 인생과 시간을 견딜 수 있게 된다. 

 


#기린과함께서쪽으로 #린다러틀리지 #열린책들 #김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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