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
애덤 바일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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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라는 공간은 멸종 중이다. 
온라인 책 구매가 거부할 수 없는 가격제안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그 답에 대한 이야기이자, 작가, 독자, 소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저작의 첫째 장점은 영국에 있는 이 유명한 서점에 가지 않았어도, 그곳에서 일어난 흥미진진한 인터뷰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라는 사람들의 특성상 작가의 인터뷰는 아주 희귀하다. 모처럼 감동 받은 소설을 읽고 그 작가에 대해 알고 싶어도 아주 오래 전에 신문이나 잡지에서 한 인터뷰 한 두 편 정도를 찾을 수 있을 뿐이다. 활자 매체가 이런 상황이니, 방송이나 영상 매체를 통해 작가를 만나는 건 더 어렵다. 물론 유명인이 되는 걸 반기는 극히 일부 예외적인 작가들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작가 초대라는 정식 자리를 만들고, 문학적 기본 소양을 갖춘 사회자와 함께 대담을 하는 이 책의 내용은 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사건이다. 

둘째 장점은 제목 그대로 소설가들의 내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이란 수십, 수백 번의 정제과정을 거친 후에 나온 결과물이다. 즉 미학적 완성도 면에서는 그 순도가 높을지는 몰라도 원초적 생동감 면에서는 많은 것들이 사라진 상태의 것이다. 
그런데 대화를 하면 그 제거된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애초에 어떤 작은 생각의 실마리가 이런 작품으로 확장될 수 있었는지, 뜬구름처럼 떠다니는 상념들을 어떻게 잘 표현할지 고민하는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어떻게 재구성하는 글로 써내는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들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주요 개념들을 어떻게 재정의하는지 등등.
 
독서하면서 느끼게 된다. 역시 많이 쓰고, 많이 읽는 직업의 사람들이어서 자신의 이야기들을 너무 재미있게 말한다는 것을.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애덤바일스 #정혜윤 #열린책들 #북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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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가의 상자 - 스튜디오 지브리 프로듀서 가족의 만화 영화 같은 일상
스즈키 마미코 지음, 전경아 옮김 / 니들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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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귀를 기울이면'이라는 애니메이션은 아주 애틋한 감정을 선사해주어, 사랑하는 작품 목록에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도 기억나는 명장면들이 있고, 삽입되었던 '컨트리 로드'라는 노래는 멜로디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 컨트리 로드라는 곡의 일본어판 가사를 쓴 사람을 이렇게 책으로 만나다니. 
반가운 동시에, 세상에는 인연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름도 모르는 그 작사가의 책을 오랜 시간 후에 내 방에서 읽게 될 줄이야. 

이 책은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프로듀서로 일하는 아버지를 두었던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무래도, 지브리 스튜디오라는 거대한 존재감이다. 
유년시절의 낙원과도 같은 곳, 세상은 몰라주던 나의 동심을 일깨워주었던 곳, 환상적인 이미지와 이야기를 선물해주었던 곳. 
그곳이 필자에게는 너무나도 가까운 곳이었다. 
아버지가 일하는 곳이자, 그곳에서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필자의 집에 수시로 왔다 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압권은, 무려 미야자키 하야오로부터 십대 시절에 작사를 의뢰 받고, 그 결과물에 대해 직접 의견을 나누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마치 지브리 스튜디오와 관련한 외전 같은 느낌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위와 같은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본문에서 가장 빼어난 부분은 따로 있다. 
그건 바로 지브리에 대한 것이 아닌, 유명 작가들 및 작품들에 대한 얘기가 아닌, 필자 자신이 서술해가는 자신의 얘기들이다. 
필자는 여러 에피소드를 펼쳐내가면서, 유년시절, 환상과 현실이 공존했던 세상에 대해 써내려간다. 
예컨대, 동네에서 만난 낯선 중년 여성은 그 무뚝뚝함과 이질성으로 인해 마귀할멈이 되고, 
사람들에게 개방적이던 자기 가족의 집은 시공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상자가 된다. 

그리고 그런 흥미진진하던 세상은 필자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환상과 현실이 분리되어 명확해진다. 
마귀할멈처럼 무서웠던 의문의 여성은 어느덧 동년배의 시각으로 모든 것이 이해되는 대상이 되고, 
가족들은 한 집이 아닌, 각자의 집에서,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의 '현실적인' 세상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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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건축기술의 비밀 - 인류 문명을 열다
김예상 지음 / Mid(엠아이디)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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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여행 가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요. 
이 물음에 대한 답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멋있는 건축물이다. 
그만큼 건축물이 주는 위용, 영감, 의미는 항상 사람들을 매료시켜 왔다. 

이 책은 그런 매력적인 건축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큰 강점은 깊이다. 
학자 출신의 저자가 우선 탄탄한 기반을 만들어주고, 그 위에 책의 주제와 내용에 대해 숙고한 노력이 얹어져 있다. 
서두에서 저자는 건축에 대한 사람들의 '수명이 짧은' 감상과 궁금증을 확장하고 싶다고 말한다.
즉 단순히 생김새에 감탄하고, 그냥 사진 한 번 찍고 지나치며, 복잡할 것 같다고 그 내밀한 비밀은 외면하는 세태를 바꾸고 싶다는 것이다. 
통속적인 겉핥기식 감상이 아닌, 더 깊게 파고들어가는 감상을 지향을 한다. 
예컨대, 어떤 건축기술이 발생했고, 그것이 어떻게 발전했으며, 오늘날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본다. 

다음으로 타 책은 따라올 수 없는 넓이가 장점이다. 
건축 관련 책이라고 해서 건축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먼저 특정 건축과 건축기술이 어떤 맥락에서 생겨났는지를 추적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문명의 역사를 다루고, 지역적 특색을 반영하여 탐구한다. 
아울러 각각의 건축과 관련하여 그 당시, 그곳의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해나갔으며, 그것이 현대 건축에 어떤 유산으로 남게 되었는지도 친절하게 짚어준다. 
여느 건축 책들과 확연하게 차별성이 생기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예컨대, 역사 교과서를 방불케 하는 역사적 내용이 각 챕터마다 포진해 있어, 각 건축물과 건축술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맥락에서 발생했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각 건축물을 건설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그 당시 어떻게 기획, 운영, 관리했는지에 관해 서술한 부분도 아주 재미 있다. 
본문의 이런 확장된 스펙트럼으로 인해, 독자는 이 책 한 권으로 고대 건축의 비밀에 총체적인 동시에 구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ps 
책 마지막에, 세로로 넓게 펼칠 수 있는 "고대 문명의 역사와 기술사 연대기"라는 특별 페이지가 있는데, 독자들에게 큰 선물 같은 부록이다. 
컬러로 보기 좋게 정리된 연대기를 보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어떤 사건이 어떤 건축물로 이어지는지, 어떤 시대적 요구로 인해 특정한 건축물이 세워지는지, 
각각의 건축 사조가 어떻게 탄생하고 사라지는지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아름다운 페이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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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독단, 야망 - 위험한 리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스티브 테일러 지음, 신예용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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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바로 공감능력이다. 
이 능력을 기반으로 자신이 아닌, 타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사고하게 되고, 
이렇게 생긴 객관성을 기반으로 다시, 일반적인 추론이라는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추론 능력이 이성 능력의 극대화를 가능하게 했으며, 궁극적으로 문명의 발전을 가져왔다. 
인간이 이룩한 모든 학문, 기술, 사상은 이렇게 주관성을 버리고 객관성에 다가가려는 공감 능력에서 기원되었다. 

이 책은 이런 공감 능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선 저자는 공감 능력이라는 개념을 다른 명칭으로 재편한다. 
예컨대, 연결과 단절이라는 척도를 적용하여, '연결의 연속체'라는 개념 도구를 만들어낸다.
연속체라는 단어가 아주 생소한데, 간단히 말하자면, 연결과 단절의 정도를 표시하는 일직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일직선의 왼쪽 끝은 최고도의 단절, 오른쪽 끝은 최고도의 연결이 되는 것이다. 
단순히 공감이라는 개념을 그대로 답습하듯이 빌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 속성을 적절히 반영하여 연결과 단절 측면에서 가늠자를 만들었다. 

다음으로 인간 사회의 아이러니를 내보인다. 
위험하고 유해한 리더를 초단절형 인간이라고 명명하는데, 사회의 구조와 특성 때문에 그런 리더들이 지도 계층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사회는 단절적이고, 위계가 철저하며, 경쟁적이고, 무감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험한 사람들이 점점 사회를 이끌어가는 위치에 서면서 그 악순환은 계속 된다. 
우리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압박 속의 냉정함, 빠른 의사결정, 냉혹한 경쟁 시스템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초단절형 인간들이 그 권세를 확장하는 기반이 된다는 것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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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의사에게 자세히 묻다 - 3분 진료로는 알 수 없는 암의 모든 것
최준석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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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조금 과장을 보태어 말하자면, 병원에서 암을 진단 받든지, 감기를 진단 받든지, 의사와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은 동일하다. 
길어야 3~5분 남짓일 것이다.  
환자는 언제나 설명에 목마르고, 의사는 언제나 시간에 쫓긴다. 
오랫동안 고착화되어 온 여건이어서 이런 상황이 바뀌기는 어렵다. 

이 책은 이런 답답한 현실에서 일반인들의 그런 갈증을 해소해줄 이야기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필자의 이력이다. 
신문사에서 일한 언론인이었다가, 시사주간지 편집장을 거쳐, 의학 분야 월간지인 '더 메디컬'의 창간 편집국장으로 일했다. 
덕분에 독자는 자신들에게 친화적이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핵심을 파악하는 필자가 쓴 암에 대한 책을 만날 수 있다. 
문장은 저널리스트의 그것답게 부드럽고 가독성이 높으며, 자신의 개인적 에피소드와 하고자 하는 주제를 조화롭게 결합하는 솜씨도 능숙하게 발휘한다. 
게다가 의학 관련 내용을 담은 책이어서 전문용어와 전문지식이 많이 등장하는데, 상세한 그림과 설명을 적재적소에 삽입하여 이해를 돕는다. 
특히 본문 설명에 맞게 상세한 신체기관의 해부도를 풍성하게 실은 것은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밖에 그래프, 사진, 표 등도 내용에 알맞게 포함되어 있다. 

다음으로, 의사들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한 차별성 있는 정보들이 담겨 있다는 강점이 두드러진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병원에서 진단 받은 후 정작 자세한 지식과 정보는 일반인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각종 암에 대해, 의사들과의 밀접한 소통을 기반으로, 굉장히 상세하게 다룬다. 
독서 후에는 필자가 선언했듯이, 암이 더이상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분명한 대처 로드맵을 아는 대상으로 바뀐다. 
또한 암에 대한 포괄적인 지식은 물론, 여러 종류별 암에 대한 개별적인 지식도 접할 수 있다.  
 
필자는 기자답게, 사람들이 원하는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내고 있다. 
병원에서 얼마나 위중한 진단을 받는지와 관계 없이, 자신의 병에 대해 항상 정보의 부족함과 심정적 막막함을 느낀다는 것을 기억해내어, 
그것들을 떨쳐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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