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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뜻 금강경 - 전광진 교수가 풀이한
전광진 지음 / 속뜻사전교육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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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귀하고 예쁜 책, 불경을 우리말로 옮기니 시가 되었네요 >>

 

이 책을 고등학교 은사님께 선물로 드렸습니다. 이 책을 소개받고, 선생님 생각이 났거든요. 팔순 넘으신 어머님께서 절에 의탁하고 계시니, 항상 마음이 쓰이지만 또 안심이 되기도 하신다는 선생님께 이 책이 귀한 벗이 될 거 같았습니다. 받아보시더니, 이쁜 책 너무 고맙게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제게 독송(讀誦)은 두 아이 수능날 기원을 담은 무수한 염원과 함께합니다. 부처님 앞에서 똑같은 기원을 담은 엄마들과 함께 절을 하면서 귀에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등 끝없는 기원의 언어가 쏟아져 나옵니다. 언어라기보다는 음률에 가까운 것을 들으면서 허리가 끊어지고, 다리가 아픈 것도 조금은 힘을 얻었던 거 같습니다.

스님이 앞에서 경을 외우시고, 불경을 아무리 뒤져도 어디를 읽고 계시는지 모를 때 보살님들이 조용히 다가와 읽는 곳을 잡아 주십니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수험생 엄마는 닿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듯 보살님들은 보지 않고도 경을 잘 외우십니다. 그럴 때마다 마법의 언어 같은 저 독송의 내용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계속 입으로 읇조리기만 해도 좋다는 말씀이시니 마법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나 속세인인 저는 입시가 끝나면 가뭇하게 경을 외우던 시간과는 멀어지고는 했습니다.

 

이번에 참으로 귀한 인연을 만나서 전광진 교수가 풀이한 우리말 속뜻 금강경을 만났습니다. 금강경은 읽고 외우는 독송만으로도 무량 공덕을 성취할 수 있다고 부처님께서 11차례나 직접 말씀하셨다고 해요. 전국 사찰이나 신행 단체에서 금강경을 독송하는 모임이 특히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그 사람이 먹는 것이 그 사람을 나타내는 거라면 그가 읽는 것이 아마도 그 사람이겠지요. 모여서 금강경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마음에서 일어나는 번뇌를 다스리기에 좀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금강경의 내용은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다, 어느 것도 실체가 아니니 끊임없이 의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실체가 아니며 실체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일체의 현자와 성인들은 아무 것도 없음을 실체로 삼았기 때문에 범부와 차별이 나옵니다. 34

모든 보살마하살은 응당 이와 같이 맑고 깨끗한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응당 어떤 모양에 머물지 말고 마음을 낼 것이며 소리나 향기나 입맛이나 촉감이나 관념에도 머물지 아니하고 마음을 내어야 할지니라. 마땅히 어떤 것에도 머무른 바 없는 본연의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50

 

또한 저는 불교가 가지는 포용성에 마음이 포근해지기도 합니다. 금강경의 내용에서는 계층을 나누지 않습니다. 무릇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의미를 두고 아우릅니다.

 

온갖 무리의 모든 중생들, 이를테면 알에서 나는 생명, 태에서 나는 생명, 습기에서 나는 생명, 탈바꿈으로 나는 생명, 모습이 있는 생명, 모습이 없는 생명, 생각이 있는 생명, 생각이 없는 생명,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생명, 이 모든 생명들을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들게 하여 모두 제도하리라. 18

 

어떤 부분은 선문답 같아서 고개를 갸우뚱 하지만 다시 한번 되묻는 기회를 얻습니다.

 

내가 말한 반야바라밀은 정녕 반야바라밀이라는 실체가 아니라

그 이름이 반야바라밀일 뿐이기 때문이니라.

내가 말하는 세계는 세계라는 실상이 아니라 이름이 세계일 따름이니라.

나만을 생각하는 아상

나와 남을 차별하는 인상

나는 중생이라 여기는 중생상

나는 오래 산다는 수자상

이런 네 가지 망상이 없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70

왜냐하면, 일체의 모든 망상을 버려야

정녕 부처라 이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72

 

고즈넉한 절에 가면 탑돌이를 하는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저는 잘 모르면서도 다른 분들이 하시면 두 손을 모으고 탑돌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금강경을 읽다 보니, 탑이 있는 이유와 경을 외우는 귀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탑이 되고

모두가 반드시 공경하고

예를 갖추어 주위를 돌고

가지가지 꽃과 향을 그곳에 뿌릴 것이니라

 

능히 이 경을 받들어 독송하여 얻는 공덕에 비하면

내가 모든 부처를 공양해서 얻은 공덕은

그것의 100분의 1도 미치지 못하며

천만 억분 혹은 그 어떤 숫자나 비유로도 그에게

미칠 수 없느니라

 

금강경에서는 결코 장담하거나, 자만하기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안다고 해서 다 아는 것도 아니고, 깨달았다고 해서 그것이 가득차지도 않습니다.

 

만약 어떤 보살이 나는 없다는 무아의 실체를 통달한다면,

내가 진정한 보살이라 이름하겠노라 108

보살은 지은 바 복덕을 탐내거나 집착하지 아니한다.

그런 까닭에 복덕을 받지 아니한다고

말하였느니라‘ 150

만약 모양으로 나를 보려고 하거나

음성으로 나를 찾으려 한다면,

이러한 사람은 삿된 길을 가나니

여래를 볼 수 없으리라! 142

만약 어떤 사람이 금은보화를 가득 싣고 와서 보시(布施)에 쓰더라도 보살의 바른 마음을 일으켜 경전 전체를 지니거나 독송하여 남에게 쉽게 풀이해 준다면 그가 지은 복덕이 훨씬 뛰어나리라고 합니다. 어떠한 모습에도 사로잡히지 말라고 합니다.

 

우리는 자기가 알고 있는 작은 사실을 큰 지혜를 터득한 듯 떠들고 다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허상에 사로잡혀 진실된 것을 놓치기도 하니까요. '우리말 속뜻 금강경'을 읽으면서 불경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어느 것도 완벽하다고 자만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살피라는 말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친절한 책은 금강경 소사전을 두었습니다. 음역이나 다를 바 없는 풀이로는 뜻을 알 수 없어서 이러한 음역은 일체 지양하고 배제하고 대응되는 우리말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한글로 번역된 부분도 어려운 것은 뒤에 소사전을 뒤적이면서 끄덕이게 됩니다. 그렇게 한글로 바꾼 글은 어느새 한편의 시가 되었습니다.

 

있다고 여기는 모든 실체는

,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 같도다.

이슬같으며, 번개같나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볼지니라

 

 

실체가 아니며 실체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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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타' '핵인싸' ... 느낌은 알겠으나 딱 꼬집어 명쾌하지 않은 말들... 그것은 거의 문화현상이 되어 궁금했는데 책에서는 90년생을 이해할 수 있는 저변을 꼼꼼히 짚어준다 좀더 다른 세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결국 우리는 서로 부대끼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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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타' '핵인싸' ... 느낌은 알겠으나 딱 꼬집어 명쾌하지 않은 말들... 그것은 거의 문화현상이 되어 궁금했는데 책에서는 90년생을 이해할 수 있는 저변을 꼼꼼히 짚어준다 좀더 다른 세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결국 우리는 서로 부대끼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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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매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8
김금희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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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매혹되면 자기의 어느 한 시기를 저당잡혀도 아깝지 않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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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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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힘에 대해서 느슨해 지고 있을 즈음, 다시 한번 신발끈을 묶는 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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