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이르는 병 범우고전선 7
키에르 케고르 지음, 박환덕 옮김 / 범우사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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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의 생애와 작품을 알지 않고서는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의 작품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는 가장 주된 이유는 그의 글쓰기 방식 때문이다. 그는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하는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참 자아를 발견하는 문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것은 참 그리스도인이 되는 문법이기도 하다. '마침내 인간이 자신에 대한 신뢰와 충족성의 환상이 부서지는 곳에 보편적 인간적인 종교성이 있다고 말한다.' 철저히 절망하라. 그리고 신앙으로 비약하는 길이 참 인간이 되는 문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자아에 대한 정의가 담긴 명저이다. 그는 자아의 긴장성을 강조하면서 명사적 자아가 아니라 동사적 자아를 말하고 있다. 인간은 유한한 동시에 무한을 추구하는 분열된 존재이다. 그 원인은 신과 인간의 질적 차이에 기인하며, 그것을 죄라고 부른다. 저자는 '신에게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서는 멀리 떨어져 나가야만 한다'고 역설적으로 말하면서 값싼 은혜를 팔아먹고 있는 기독교문화를 비판한다. 본 회퍼가 말했듯이, '값싼 은혜는 죄인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 죄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오늘날 신의 존재에 대해서 신앙의 실재에 대해서는 '괄호치기'를 하는 상황에서 그의 실존적인 신앙의 내용은 제대로 언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의 생시에 덴마크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세계대전후 그의 작품이 주목을 받으면서 '실존주의 철학'의 아버지가 되었듯이 언젠가 그의 작품은 새롭게 주목을 끌게 되리라 본다.

박환덕 선생님의 번역의 문체가 중후하고 깊은 여운을 남겨서 고전작품을 한글로 번역하는데 적합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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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1 - 천재의 의무 문화과학 이론신서 24
레이 몽크 지음, 남기창 옮김 / 문화과학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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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몽크의 비트겐슈타인 자서전은 비트겐슈타인 연구의 필독서이다. 2권으로 된 이 책은 비트겐슈타인이 강의노트를 학생들에게 복사해 주었는데 그 표지 색깔을 따서 사람들이『청색본』과『갈색본』이라 부른 것에 힌트를 얻어, 한글판 자서전 1권은 청색으로 2권은 갈색으로 나온 것이다.

최근 신학계에서 키에르케고어의 실존주의와 비트겐슈타인의 학문적 방법론이 유사하기 때문에 둘을 비교해서 연구하는 동향이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그 당시의 '반유대주의'(비트겐슈타인 자신이 유대인임) 풍토를 느낄 수 있었고, 비트겐슈타인이란 인물을 통해서 윌리엄 제임스, 찰스 디킨스, 프로이트, 러셀 등 거출한 학자들을 만나게 된다.

비트겐슈타인과 키에르케고어는 사치스런 학문을 용납하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초점을 둔다. 그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데 엄청난 기여를 한다. 진리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transformation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들의 존재는 교회를 새롭게 갱신하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며, 학문의 목적과 기본 뿌리를 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비트겐슈타인의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천재성을 지녔다. 특히 가식적인 만남을 혐오했고 진실한 교제를 원했던 비트겐슈타인이 한 찬사는 '저 사람은 인간이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이성을 맹신하는 서구 철학의 종말을 고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특히 러셀의 제자였다가 후에 러셀의 선생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 기이한 현상에 통쾌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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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강해 - 기초부터 시문까지
민병수 엮음 / 태학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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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문 기초를 다지지 않고 경전 강해를 따라갔었는데, 도무지 실력이 늘지 않았다. 다행이 이 책 덕분에 문법공부와 고사성어 등 기초편과 연습편을 마치니 자신감이 생겼다. 문법은 불과 40쪽도 안되는 정도니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알찬 한문 기초를 다질 수 있으리라. 문법의 예문들이 연습편의 발췌문에 전후 맥락을 알 수 있는 고사성어나 논어 맹자가 다시 등장하니 자신감도 생기고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단 번역이 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스터디용 교재로 쓰든지, 좋은 사전의 도움을 빌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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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없다 - 기독교 뒤집어 읽기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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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지도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교회가 텅 빌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패러다임의 전환을 절감한 현명한 지도자도 있으리라.

한 비교종교학자가 쓴 이 책은 한국 기독교인에게 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이 책은 기독교에 대한 부정도 아니고, 변증도 아니다. 단지 '신은 절대적이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은 절대적일 수 없다.'는 인간의 한계를 인식하고, 또 기독교에 애착을 가진 원로학자의 애정어린 조언이 들어있다.

그러면 성서를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문자주의와 근본주의같은 '순진한' 발상은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며, '2차적 순진성'으로 나가야 한다. 성서에 나타난 은유, 신화, 상징 등을 풍성히 해석하여 '포스트기독교' 혹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토인비나 윌프레드 캔트웰 스미스가 예언했 듯, 기독교는 '제3의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 1차 충격은 헬라철학과의 만남이고, 2차 충격은 근대과학과의 만남, 그리고 3차 충격은 타종교와의 만남이다. 이런 종교다원화 상황속에서 기독교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기독교의 '자기부인'을 몸소 실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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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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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화를 지독히 싫어하지만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살지 않으면 안되는 30대 중반의 남자다. 결혼 5년만에 이사를 10번 이상했고, 안정된 일자리를 가지기까지 앞으로 겪어야 할 변화가 많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나는 늘 변화transformation을 꿈꾸는 사람이다. 여기서 변화는 성숙, 성장의 개념에 가깝다. 이런 transformation을 사모하다가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어떤 기업가가 영자신문에 이 책을 호평하는 글을 읽었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변화을 예측하고 먼저 자신이 변화하라'는 얘기였다. 변화하는 시대속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던지는 하나의 경고이자 조언이었다. 나는 transformation을 꿈꾸는데 이 책은 change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줄 뿐이었다.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처세술, 생존경쟁에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주었을 뿐 삶의 어떤 의미를 부여해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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