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3400 운명의 날 - DOOMSDAY
서유신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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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인류가 수천년간 쌓아온 지식을 불과 몇년 만에 모두 흡수중인 AI... 오히려 인간을 뛰어 넘는 능력을 갖게 되고 자신을 창조한 인간을 극복하고자 전쟁을 벌인다는 소재는 터미네이터 시리즈 이후 너무나 흔해졌습니다.

AI와 인간이 전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이 소설 또한 평범하게 그간의 아류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했지만 일단 설정 자체가 색다르고, 전투 장면을 굉장히 긴박감 있게 아날로그 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여타 같은 장르와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시인으로 출발해 근래에 들어선 소설가로 변신한 서유신 작가의 작품입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에 사는 인류는 그 이전 세대 인류의 창조물이라는 것이 색다른 설정이었습니다.


지금 인류보다 앞서 AI와의 전쟁을 승리했고 기대 수명도 200년 정도로 늘리는데 성공했지만 이전 세대 인류에게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합니다. 이를 치유할 방법은 자신들이 새롭게 창조해 낸 새로운 우주의 인류에게서 항체 R을 얻어내는 것이었죠. 그러려면 새롭게 창조된 인류 또한 자신들과 같은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AI와의 처절한 전쟁을 치뤄내야 하는 것이고 그런 와중에 R 항체를 보유하게 되는 인간이 갑툭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 이전 인류는 두번이나 새로운 우주를 창조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이번이 그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도인데 그게 우리가 사는 지구입니다.


색다른 설정으로 시작한 SF 장르의 소설이지만 때론 무협지스런(?) 요소도 선보이면서 인류의 전쟁을 꽤 재미있게 묘사합니다. 결국 최후의 전투 앞에 서게 된 주인공 세정은 가슴 아픈 선택의 길을 맞이하게 됩니다.

일단 가속력이 붙으면 굉장히 재미있게 (빨리) 읽을 수 있는 소설이고 내용 또한 매우 흥미롭습니다. 주인공 대부분이 한국 이름을 가진 그야말로 한국형 SF 소설의 본보기를 보여준 소설이었다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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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버려둬
전민식 지음 / 파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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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식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접해 보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유령 작가에서 통속 작가로.. 지금은 중견 작가로 활동 중이라고 밝혔는데 그러고 보니 작품 수도 꽤 되네요. 세계문학상도 수상한 작가인데 이번엔 SF 장르의 소설로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태양의 빛을 결코 찾아볼 수 없고, 산성비가 하루 걸러 내리는 암흑만이 가득한 세상.. 주인공 탁수는 소위 '페달러'로서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회가 돌아가는 에너지 동력을 이들의 인력의 힘으로 창출하는 디스토피아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죠. 이들이 사는 세상은 온갖 궤도 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페달을 밟아 줘야만 궤도가 회전하면서 전기나 수도 등이 정상 작동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페달러 중에서도 나름 계층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많이 보았던 클리세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은 꽤나 흥미롭습니다.


페달러서의 삶은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과거는 어떠했는지 기억 자체가 애매하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기억을 잃으면 더 이상 그 삶의 주체라고 할 순 없는 것처럼 탁수는 끝없이 자기 딜레마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날 닥친 같은 조 페달러인 히로의 죽음, 그를 대체할 여성 페달러 아리의 등장 등을 맞이하며 탁수의 삶은 대전환을 맞이하게 됩니다. 공장에서 배급해주는 맛난 물을 끊고 빗물을 받아 마시기 시작하면서 그는 잃어버렸던 기억의 파편을 점차 찾아나가게 되죠..


기억을 찾고 보니 나는 그런 놈이 아니었어... 라는 전형적인 클리세 타입 서사의 흐름을 좇지만 때론 추리적인 방식으로 때론 긴급하게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작가는 거대 산업 단지를 휘황찬란하게 밝히는 불빛을 보고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밝히는데 이 사회의 시스템은 인간이 조종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역으로 시스템이 인간을 조종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를 남기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일단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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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
에프(F)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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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로 배우는 현실 세계의 어두운 구조!!.... 정말 이 책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한 문구입니다.

흔히 우리가 사는 사회를 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갖춘 나라로 정의합니다. 과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완벽에 가까운 체제일까요? 다수에 의해 소수의 의견이 억압될 수 있고, 자본에 의해 삶이 통제되고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는 사회를 완벽한 사회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모순이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현재까지 나온 체제 중에선 가장 낫기에 이 사회는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무언가 통제되고 있는 시스템에 의문을 가진 상인 '마루'의 여행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인류 공동의 적 마왕을 퇴치하기 위한 용사로 뽑힌 동생 바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게 된 상인 마루는 여러 마을에 도달할 때마다 기막힌 현실에 부딪히게 됩니다.

분노가 상품이 되는 마을, 튤립에 대한 가치와 가격을 상인들이 마음대로 조작하여 투자한 서민들을 오히려 털어먹는 마을, 노예제를 도입해 번영을 누리는 마을, 아편을 다른 나라에 수출해 이윤을 창출하는 마을 등등 우리 인류가 행해 왔던 추악한 역사를 패러디 한 장면이 계속 펼쳐집니다.

이 와중에 기도 한번으로 돈을 쓸어 모으는 아편과 다름 없는 종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조장하는 자본가 들까지 등장하면서 마루의 여정은 점점 꼬여만 갑니다.


결국 마루는 동생 바츠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마왕의 성에 도달하여 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인간은 끝임 없이 진화해 왔고 나름 공동체를 위한 사회를 만들었다고 자부하지만 그 와중에 소외되고, 혐오를 받게 되는 대상은 더욱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마물' 들이 바로 그것이죠.

늘상 적을 만들고 긴장을 조성해 무기를 팔아 먹어야만 생존하는 국가는 우리 현실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돈벌이에 신을 이용하는 종교 지도자들, 타인의 분노를 이용해 돈을 버는 이들 또한 현실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게임 과정이나 우화를 차용하여 상당히 읽기 쉬운 소설이었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재밌었고 읽는 내내 무언가 교훈을 얻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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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옥구슬 민나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3
김여름 외 지음, 김다솔 해설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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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 림은 문학웹진입니다. 젊은 작가 들의 소설, 시, 에세이 등을 주로 게재하며 이 중 반응이 좋은 작품 들을 모아 종이책인 림 시리즈로 편찬하고 있습니다. 이번이 벌써 세번째 소설집이네요. 저는 두번째 소설집부터 찾아 읽게 되었는데 젊은 작가들인만큼 기발한 아이디어와 생각치 못했던 소재를 가져온 내용을 읽는다는 재미가 있더군요.

이번에도 역시 6명의 작가들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김여름, 라유경, 서고운, 성혜령, 예소연, 현호정..... 이미 작품을 읽어 본 작가도 있지만 대부분 처음 접하게 된 작가와 작품 들입니다.


정석적인 소설도 있지만 SF,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죽은 뒤 영혼이 자신이 지내던 주변을 배회한다든지(공중산책), 어느날 고독사의 한 형태로 사람이 물 한컵 분량이 되어 순식간에 녹아버린다는 내용(블러링)을 담은 판타지 소설도 있고, 정글의 이름은 토베이, 대체 근무 등 현대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저임금,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현실 소설 들도 등장합니다.

한석규, 전도연이 주연한 1997년 영화 '접속'에서 모티브를 얻은 통신광장도 꽤나 인상 깊었던 단편이었습니다.

대표작 격으로 선정된 옥구슬 민나는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내용의 소설이었는데 이후 작품 해설을 읽으며 어떤 컨셉의 작품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신화에 기반한 소설이더군요..

앞으로 한국 소설계를 이끌어갈 젊은 소설가들의 경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젊은 작가들이니만큼 현학적이거나 문학적 기교에 빠지지 않고, 직설적인 내용을 주로 담아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또한 대부분 재미있게 읽히더군요. 조금 더 문학적으로 성장한 이후의 작품들이 더욱 기대되는 작가 들입니다.

앞으로도 림 시리즈 계속 만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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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선집 현대지성 클래식 56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에드먼드 조지프 설리번 외 그림, 서창렬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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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어렸을 때 '보물섬'으로 꿈과 희망, 모험심을 주었고, 청소년 때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로 인간이 이리 모순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과 읽는 재미를 주었던 작가입니다.

작가의 작품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았지만 작가 개인에 대해선 거의 무지했었는데 이 책에는 작가의 연보와 생애 전반이 요약되어 서술되어 있네요. 건강이 좋지 않았고, 불과 44세의 나이에 뇌출혈로 요절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너무나 좋은 작품들을 후세에 남겨 준 작가라는 점에서 존경심까지 일더군요.

사실 워낙 잘 알려진 지킬박사 이야기보다는 함께 수록된 나머지 세 편의 단편이 궁금했던 책입니다.

동화적 기법에 가깝게 쓰여진 병속의 악마, 인간의 추악한 이면성을 실화에 바탕하여 저술한 시체도둑, 신비한 영적 존재로 인해 자신의 죄를 깨닫게 되는 마크하임...

모두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작가의 다양성에 꽤나 감탄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최소 십수 년 만에 다시 읽어보게 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좋은 문화작품은 여러번 접할 수록 항상 새로운 무언가가 발견됩니다. 이 소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으로 치자면 해리성 장애를 앓고 있는 인물이 주인공 지킬 박사입니다. 동양에선 성선설, 성악설이 대조되는 이론으로 존재하는데 인간의 이중적인 면모를 프로이트 등 유명 심리학자들보다도 앞서 포착해 이렇게 소설로 옮겼다는데서 스티븐슨의 위대함이 엿보입니다.

소설적 재미도 뛰어나지만, 등장 인물의 탁월한 심리 묘사 및 현대 소설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긴장감 있는 서사의 전개는 스티븐슨이 가지는 절대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소설이 100년이 훌쩍 지난 현재에까지 생명력을 얻는 이유를 잘 알게된 소설 모음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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