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고쇼 그라운드
마키메 마나부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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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교토, 20세기 초반까지 오랜 기간 일본의 공식 수도였기에 많은 사적지, 문화재가 있어 관광지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분지 지형이라 여름, 겨울 극한 더위와 기분 나쁜 추위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마키메 마나부의 소설 고쇼 그라운드는 바로 교토가 배경인 소설입니다. 한 여름에 펼쳐지는 아마추어 야구 시합, 겨울에 펼쳐지는 역전 마라톤 대회가 소설의 소재이구요.. 살짝 연결된 두 편의 연작 소설이 담긴 작품인데 무려 나오키상을 수상했습니다. 아쿠다카와 상과 더불어 일본 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죠..

학원 스포츠를 그린 소설이지만 이 소설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강제로 청춘을 희생 당해야 했던 청년 들에 대한 애도입니다.


첫 장에 배치된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 편에는 쇼군에 충성을 다했으나 일왕의 역적으로 꼽혀 비참한 운명을 맞게 된 신센구미, 한국명 신선조가 등장합니다. 일왕을 중심으로 새로운 체제를 도입코자 했던 당시 시대 기류에 정면으로 맞선 보수 막부 체제의 상징이기도 했죠.. 마지막 주자로 경쟁을 벌였던 사코토와 아라가키의 눈에만 보이는 존재로 나타납니다..

8월의 고쇼 그라운드에선 일본 프로야구의 신성으로 뽑혔으나 태평양 전쟁 때 27세의 젊은 나이로 전사한 사와무라 에이지가 등장합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상대로 삼진쇼를 벌였고 일본 프로야구 최초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던 선수였습니다만 전쟁은 그의 꿈을 바로 앗아갔죠... 현재 매년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상이 바로 바로 사와무라상입니다. 미국의 사이영상과 같은 위상이죠..

신선조 조원들이나 사와무라의 공통점은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시대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더 살고 싶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그들은 소설 속에서 달리거나 직접 경기에 참여합니다. 생애 못이룬 꿈을 이렇게나마 실현하고 있는 것이죠.

판타지적 요소와 청년 스포츠물 특유의 풋풋한 감각이 결합되어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작가가 일본 최고 명문대인 교토대 법학과 출신인지라 교토의 거리나 명물 등이 깨알처럼 소개되는데 3번을 방문하면서도 못 찾아본 곳이 많아 다음을 기약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마침 소설의 주요 배경을 담아낸 교토 지도까지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나오키상이 당연한 소설이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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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상속
허진희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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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의 상속.. 미스터리이자 로맨스, 판타지를 함께 담아낸 장르 문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제 시대 지어진 대저택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그야말로 '대소동'을 맛깔나게 담아낸 소설이죠..

읽어나가는 재미가 허걱했던 책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많은 내용이 담겨 있지만 제대로 된 해피엔딩 및 후반부 놀라운 반전 또한 꽤나 인상적입니다. 참고로 '영'은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거니와 저택에 깃든 영혼을 의미하는 이중적 의미로 쓰이는 듯 합니다.


친족은 아니지만 죽은 엄마와 친했던 소설가 화랑의 딸처럼 커왔던 주인공 오 영... 화랑의 소유인 대저택의 상속을 제안 받습니다. 그런데 그 조건이 장난이 아닙니다. 파티에 초대된 5명의 남녀 모두의 마음을 뺏아야 한다는 것이죠.. 소위 모태 솔로로 29세의 인생을 살아왔던 영에겐 너무나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렇지만 그 저택은 영의 마음을 끄는 마력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자택의 최초 주인이었던 여류 화가 '부이'의 영혼이 깃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영은 까다로운 5명의 참석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소설은 초반의 로맨스를 벗어나 별안간 화랑과 영의 목숨을 노리는 이가 등장하는 미스터리 물로 전환됩니다. 그 과정이 상당히 깔끔하게 이어집니다.

책 마지막 장에 생각치도 못했던 반전까지 등장하기에 끝까지 방심해선 안되는 소설입니다. 나름 독자를 쥐고 흔드는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더군요.

미스터리의 범주에도 충실하면서도 소설 속 인물 캐릭터 역시 꽤나 설득력 있게 창조되었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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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3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감수 / 코너스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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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아보고 초판본 디자인은 이렇게 생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태양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인데 어찌 보면 최근 수년간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비슷한 모양새였던 듯 합니다. 물론 페스트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균이기에 실제 확대 모양은 완전 다른 나선체 형태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카뮈의 여러 저서 중 가장 재미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방인 등이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반면 이 소설은 그냥 읽어나가는 재미가 분명한 작품입니다. 물론 생각할꺼리 역시 찾으면 엄청 많죠. 괜히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 아닙니다.

페스트는 천연두와 더불어 인류 자체를 멸종의 위기까지 몰아넣었던 질병입니다. 3명이 있으면 두 명은 반드시 걸리고 그 중 한명은 죽습니다. 즉, 한번 터졌다 하면 최소한 인구 1/3은 절명하게 만드는 무서운 전염병이죠.


2차대전을 앞둔 시기 프랑스령 알제리의 해변 도시 오랑에선 페스트가 발생합니다. 쥐들의 떼죽음에 이어 인간들 역시 다가오는 죽음을 피하지 못하고 매일처럼 수십명 이상 죽어나갑니다.. 도시는 봉쇄되었고, 생존 그 자체가 목적인 삶이 시작됩니다..

제목은 페스트이지만 이 소설에서 그리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인간들' 그 자체입니다. 리외, 타루, 그랑, 랑베르 등 핵심 4인방을 비롯 살짝 빌런이라 불러도 무방한 파늘루 신부, 밀매업자 코타르 등이 각각의 개성을 입고 등장합니다.

코로나 펜데믹 때도 그랬듯이 역시나 종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염병을 확산시키지나 않으면 다행이죠. 이 와중에도 이익을 보는 이들은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이를 뛰어 넘는 인류애 또한 존재한다는 것이 이 소설이 내세우는 메시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분명 명작의 범주에 드는 소설이지만 코비드19 사태를 맞이하여 더욱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소설에 묘사된 상황은 분명 우리가 지난 몇 년간 겪어왔던 시기와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한참 이전에 읽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흥이 몰려와 계속 동감하며 읽었네요..

어찌 작가가 직접 겪어보지도 못한 펜데믹 상황을 그리도 유려하게 표현했는지 절로 존경심이 이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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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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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인 우치다테 마키코의 소설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는 78세의 노마님께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입니다. 보통 이런 어르신들이 나오는 소설이나 영상 매체는 크게 재미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살아온 날이 많으니 더욱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겠지만 대개 상투적인 내용으로 결말이 나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그런 클리셰를 과감히 깨는 내용입니다. 당연히 재미적인 측면이 가장 부각되는 소설이죠..


오시 하나 여사... 78세이지만 최소 10~15년은 젊어보이게끔 자신을 가꾸고 옷을 입는 소위 '어번 시니어'의 표상 같은 인물입니다. 한때 삶에 치여 살던 시기가 있었지만 아들에게 가업을 승계한 것이 계기가 되어 대변신을 하게 되었죠. 동창회에선 부러움과 시기를 동시에 받는 스타이기도 하고 실버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패션 잡지의 모델로도 나서기도 합니다.

그런 삶을 영위하던 중 급작스레 남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뒤이어 밝혀지는 남편의 비밀... 수십년 간 관계를 맺어온 다른 여자가 있었던 것도 모자라 장성한 30대 아들까지 두고 있습니다. 과연 하나 여사는 어떤 복수를 하게 될까요....

한국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이십여 년을 앞서 '노인 문제'가 전면데 대두된 사회입니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죠.. 그렇지만 현재 70대 이상의 일본 노인들은 거품 경제를 겪으며 상대적으로 많은 재산 축적을 이뤄낸 세대이기도 합니다. 쓰고 꾸미고자 한다면 한층 돋보이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이기도 하죠..

여전히 많은 노인들은 노인답게, 늙은이답게 사는 삶을 자의반타의반으로 요구 받고 있습니다. 튀는 것이 잘 용납되지 않죠... 그러할 때 비록 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자신을 주체적으로 가꾸고 아끼며, 주변에까지 선한 영향력을 전파시키는 오시 하나 여사의 삶은 여러모로 주목할게 많습니다..

노인들의 삶이 이리 멋지게 살아질 수 있다면 당연 아래 세대로부터도 환영받고 '노인 혐오'란 프레임 또한 사라지겠죠... 재미 이상으로 느낀 점이 많았던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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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2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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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대표작이자 무시무시한 걸작이라고 칭할 수 있는 '이방인'....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읽어 보았지만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 다른 시각을 부여하는 작품입니다. 작품을 연구하는 비평가들의 관점 또한 각양각색이죠..

사실 그닥 두꺼운 내용의 책은 아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란 결론입니다.

카뮈는 사실 속칭 피에 누아르라 불리우는 프랑스계 알제리 인입니다. 그의 작품엔 이런 그의 태생적 배경이 많이 묻어나 있습니다.


흔히들 태양 때문에 아랍인을 쏴죽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지나친 비약이고 주인공 뫼르소가 재판 과정에서 행한 자포자기적 변론에 불과합니다. 분명 그는 칼을 든 아랍인으로부터 위협을 받았고 나름 정당방위였지만 쓰러진 아랍인에게 추가로 총을 네 방이나 더 쏜 것이 문제였습니다.

어머니 장례식에서 슬퍼하는 기색이 없었던 것, 신을 믿지 않은 것 등이 더해져 뫼르소는 지은 죄 뿐 아니라 사회적 통념에 반하게 살아온 자신의 인생 그 자체를 재판 받게 됩니다.. 결말이야 다들 아는대로 단두대 행 선고죠..


예전엔 한 인간의 실존적 사유에 대한 문제 제기로 느꼈던 소설이지만 이번엔 자신들이 정해놓은 사회 규범과 질서를 따르지 않는 존재를 기필코 '이방인'으로 몰아 처리해 버리고마는 사회 기득권 세력의 견고함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자신들에 대한 반대를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 처단하던 '레드 헌트' 사례가 연상되었습니다.

사실 해석은 읽는 각자의 영역입니다. 존재론, 인종, 당시 식민지 알제리 문제 등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지만 이렇게 개인적으로도 여러 느낌과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정말 대단하다고 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에는 사실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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