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은 꿈꾼다
하라다 히카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하라다 히카 저자(최윤영 옮김)의 <지갑은 꿈꾼다>


이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돈이 미치는 영향과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없는 살림에도 알뜰하게 돈을 모아 명품 지갑을 구매한 전업주부 하즈키 미즈호가 남편의 숨겨진 카드 빚을 알게 되면서, 그 탓에 그 지갑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중고마켓에 내놓게 되는 허망한 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등장인물
하즈키 미즈호 - 절약왕 전업주부
젠자이 나쓰미 - 돈 불리기가 취미인 재테크 칼럼니스트
노다 유이치로 - 주식 투자에 열중하는 회사원
미즈노 후미오 - 사람이 돈이고 돈이 사람인 다단계 회사 직원
히라하라 마이코 -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사회초년생
사이타 아야 - 고단한 현실에 치인 30대 계약직원


그리고 그 명품 지갑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시선과 진실이 달라지며,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삶의 단면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절약, 사기, 허세, 우월감, 허망함 등 돈을 둘러싼 다양한 감정들과 사건들이 지갑이라는 소품에 절묘하게 녹아들어 표현된다.

“그게 생각처럼 되겠어?”
“이런 집에서눈 못 살아.“
p199

“그래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했었어.’라고 했대요. 할아버지 조금 우셨어요.”
“우셨어요?“
”외로운 처지에 있는 동지들만이 느끼는 연결고리가 있지 않았을까요.“
p280

”모든 건 운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해.“ p296

“대신 이대로, 이 상태 그대로 사고 싶어요. 여기 있는 물건 손 하나 대지 말고 그대로요.”
“그 지갑도요?”
p318


소설은 지갑의 여행을 통해 돈과 관련된 인간관계의 복잡함, 상호작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서로를 돕기도 하고, 속이기도 하며, 구원이 되기도 하고 절망을 안기기도 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학자금 대출, 가족의 빚, 일상의 소소한 고민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깊은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명품 장지갑에 집착하거나 운에 휘둘리는 그런 곳에 있고 싶지 않아서, 내 인생은 내가 움직이고 싶어서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게 아닐까.
나는 이제 그 지갑은 필요 없다. 하지만 그 지갖이 필요했던 나약했던 자신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p323

한때 나도 하즈키 미즈호 처럼 사고 싶었던 명품이 있었기에, 그리고 그 물건이 결국 나의 허기진 마음을 해결해 주진 못했기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돈과 삶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예전에 읽었던 하라다 히카 작가님의 ‘노인 호텔’ 작품도 생각이 났다. 이 소설은 단순히 돈이나 지갑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각자의 꿈과 희망, 그리고 삶의 무게를 함께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라 다 읽고 난 후에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그동안의 돈과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하라다 히카 작가님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이며 섬세한 시선으로, 돈과 관련하여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도서제공 #모모출판사 #오팬하우스 #하라다히카 #하라다히카소설 #돈은꿈꾼다 #최윤영 #일본소설 #일본소설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망탑의 라푼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블루홀식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우사미 마코토 저자(이연승 옮김)의 <전망탑의 라푼젤>


이 작품은 일본 현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 특히 아동 학대와 방임, 가정 내 폭력, 빈곤 등 고통스러운 문제들을 다루는 사회 고발적 소설이다. 이야기는 아동상담소 직원 유이치와 아동 가정 지원센터의 시호가 아동 실종 사건을 조사하면서 시작된다. 고통과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와 그 가족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친다.

등장인물: 유이치, 시호, 카이, 나기사, 하레, 라이자, 소타, 이쿠미 등

“너 같은 사람이 왜 이런 곳에 10년 넘게 있는 거야?” p30

“혼자 거리를 배회하는 소타를 봤다는 다른 보호자가 몇명 있다고 해요.“ p35

“난 저 전망탑을 보고 있으면 왠지 열 받던데. 꼭 높은 곳에서 잘난 체하며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것 같아서.“ p51

“하지만 아이들은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p135

“아이가 사라져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p151

”우리 인류는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줘야 할 의무가 있어요. 맞죠?“ p167

“오늘의 저녁해는 내일은 지지 않아.” p178

“어쨌든 저 집은 계속 감시해야 해.” p251

“세상은 네가 원하는 대로만 돌아가지 않아.“ p269

“네. 궁극의 선택을 하지 않고도 살아갈 방법을 아이들에게 알려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p294

“유이치 씨는 대체 정체가 뭐예요?” p405


소설에는 아동상담소 직원, 고통과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와 가족, 아이를 잃은 부모,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부부 등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하레와 소타 등을 통해 가정 폭력과 아동 방임, 그리고 이를 방관하는 사회의 무관심을 중점적으로 그린다. 부모의 자격 없이 아이를 학대하는 현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또다시 어른이 되어 같은 고리를 반복할 수 있다는 악순환도 보여준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아프지만, 단순히 절망만을 그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그나마 안도하게 된다. 작품 제목의 ‘라푼젤’처럼, 소설 속 전망탑은 불행한 아이들이 현실의 고통을 이겨내는 희망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나기사는 하레에게 라푼젤이 머리카락을 내려 아이들을 구원해 줄 거라는 상상을 말한다.

“그 누나는 불쌍한 아이를 보면 저기 머리카락을 내려서 탑 위로 끌어올려 준다고 해.”
“라푼젤이 분명 도와줄 거야. 저 탑 꼭대기에 올라가면 그 뒤로는 아무도 데려갈 수 없어. 저긴 불쌍한 아이들이 행복해지눈 장소야.”
“그러니 걱정 안 해도 돼. 우리 하래도 언젠가 저기 올라갈 테니까. 라푼젤은 널 다 보고 있어. 언잰가 간 머리카락을 내려줄 테니 그걸 붙잡고 올라가면 돼.”
p210~211

또한 작품은 여러 인물의 시선을 오가며, 그들의 상처와 치유, 그리고 연대,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실의 어둠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준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고다가 말한 것처럼 ‘아이들은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기며, 아동 문제에 대한 경각심과 연대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마지막 부분에 놀랄만한 반전도 있기에, 꼭 끝까지 읽어보셨으면 한다.

#도서제공 #전망탑의라푼젤 #우사미마코토 #블루홀식스 #blueholesix #이연승 #일본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린플루언서 라임 청소년 문학 67
타니아 로이드 치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라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타니아 로이드 치 저자(이계순 옮김)의 <그린플루언서>


이 작품은 기후 위기, 환경 보호 등의 무거운 주제를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십 대 학생들의 우정과 성장 이야기로 재치있게 풀어낸 소설이다. 주인공 에밀리는 인플루언서를 꿈꾸며 교내 유튜브 채널 ‘시더뷰 톡톡’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전학생 아멜리와 절친 시몬이 가까워지면서 에밀리가 느끼는 질투, 그리고 세 소녀가 함께 기후 환경 행진을 준비하며 겪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이 현실감 있게 그려진다.(아멜리가 채식주의자여서 비건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어진다.) 또한 가정에서는 에밀리 엄마의 재혼으로 에밀리가 생활 환경이 바뀐 것을 싫어하고, 엄마를 새아빠와 동생 오션에게 빼앗기는 것 같아서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특히, 유명 환경 인플루언서 자밀의 학교 방문과, 학교를 후원하는 기업의 이해관계가 얽힌 어른들의 방해 속에서 세 소녀가 기후 행진을 지키기 위해 협력하는 모습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십 대의 주체적 참여가 돋보여 대견스럽기도 하다. 이렇게 에밀리는 여러 사건을 겪으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며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물론 이 과정에서 10대에 흔히 경험하는 우정과 질투, 싸움과 화해가 반복되어, 오랜만에 나의 10대 시절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도 있었다.


“유명인들의 참여는 그 자체로 무척 의미가 깊어요. 하지만 기후 비상사태를 해결하려면 우리 모두가 함께 행동해야 해요.”
이런 학생들이 앞장서고 있으니, 세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게 확실하다고 장담합니다. p231

소설을 읽으며 분리수거 등 작은 실천부터 절대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 위기, 환경 보호는 전 세계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우리나라 작품은 아니라 다른 환경적,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는 있다. 에밀리와 동생 오션, 그들 친구들의 행동이 아직 어려서 그렇겠지만 가끔 좀 당황스러울 때가 있긴 하다. 그렇지만 주인공 에밀리가 인플루언서(그린플루언서)를 꿈꾼다는 점(요즘 우리나라에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하더라..), 무거운 시대적 과제를 십 대 학생들의 시선에서 유쾌하게 풀어낸다는 점 등 우리나라 학생들, 어른들에게도 깊은 생각거리를 남기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도서제공 #그린플루언서 #타니아로이드치 #이계순 #라임출판사 #청소년문학 #청소년소설 #라임출판사청소년문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조품 남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오정화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문예춘추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야기사와 사토시 저자(오정화 옮김)의 <모조품 남매>



이 작품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화두로 하여 함께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것들을 섬세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재혼 가정에서 부모를 잃고 남겨진 11살 차이의 의붓남매 ‘요이치’와 ‘유카리’가 한 지붕 아래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1년의 사계절을 여섯 개의 챕터로 그려낸다. 

남매는 오랜 전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떠나보냈다. 이에 대학을 중퇴한 오빠 요이치는 어린 유카리의 보호자를 자처하여 부모님이 물려주신 구축 가옥에서 함께 살아간다. 요이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중학교 3학년인 유카리는 학교를 다니며 집안일을 도맡는다. 이렇게 두 사람은 각자의 역할을 지키며 조용히 평범한 일상을 이어간다.



목차

하나. 고양이와 남매

둘. 애매한 도시락

셋. 하늘색 우산

넷. 반짝이는 여름

다섯. 포토푀에 밥

여섯. 너와 살면

해설



요이치는 좀 어벙하고 무심한 듯 보이지만, 그 나름의 따뜻함을 지닌 성격이고, 유카리는 똑 부러지고 현실적인 성격으로, 집안의 살림을 잘 꾸려나간다. 두 사람은 혈연 이상의 가족애를 쌓아가며, 소소한 일상에서 위로와 행복을 찾는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재발견하게 해준다는 데 있다. 사건이나 자극적인 전개 없이, 함께 밥을 먹고, 도시락을 싸고, 우산을 나누는 등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들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소설의 제목에서 ‘모조품’이라는 단어를 보고 연상되는 것들과는 전혀 다르게, 남매가 서로를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오히려 혈연 가족보다 더 따뜻하고 진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소소한 행복을 따라가며, 가족이란 꼭 혈연이 아니어도, 함께 살아가며 쌓아가는 시간과 진실한 마음의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 더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만들어 준다. 이러한 부분들을 작가님의 유려한 필력으로 담담하고 섬세하게 잘 표현해 내신 것 같다. 함께 살아가는 이의 존재,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해 주는 마음, 이를 통해 같이 만들어가는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주는 힐링 소설이다.


#도서제공 #모조품남매 #야기사와사토시 #오정화 #장편소설 #문예춘추사 #가족의의미 #일본소설 #일본힐링소설 #힐링소설 #힐링소설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조품 남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오정화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족의 의미, 평범한 일상의 감사함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