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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 - 현대 의학이 나아가야 할 공감과 연대의 이야기
리타 샤론 외 지음, 김준혁 옮김 / 동아시아 / 2021년 6월
평점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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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는 예술과 인문학, 철학, 문학 등의 교육을 통해 질병과 치료의 영역에서 공감과 연대를 이끌도록 만드는 ‘서사의학’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다룬다. 의학계열 학생과 의료인, 예술가와 작가를 넘어서 의료환경에서 공감과 연대를 새로운 회복을 기대하며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이 프로젝트는 의료인과 예술가의 영역을 넘어서 보건 의료의 영역을 넘어 확장되어가고 있다. 워크숍을 통해서 많은 개인들이 글을 쓰며 깊숙한 내면을 발견하고, 책을 읽으며 우리의 경험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책의 공동저자 8인은 각자의 학습방법과 접근법으로 프로그램 학습자를 만나며 서사 의학의 개념과 실천을 넘어 깨달음과 배움을 이끌어간다. 이러한 서사적 배움을 통해 언젠간 다가올 스스로의 질병, 타인의 투병, 행해야 하는 혹은 행해지는 돌봄을 깊숙이 이해하고, 연대와 공감의 목소리를 회복할 수 있는 미래를 희망한다.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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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 의학의 가능성은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다. 의학 분야가 아니더라도 모든 분야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는 두꺼워질 필요가 있다. ‘인간’이라는 단어에는 ‘사이 간’이라는 한자가 들어간다. 이렇듯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인간 사회 속에서 서사가 주는 공감과 연대의 힘은 타인을 향한 스스로의 영향을 깨닫게 되고, 언어의 함께를 넘어서 간접 경험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만든다. 살면서 경험하는 수많은 역설적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사회적, 구조적, 전문가적, 개인적 관계를 넘어서고 개인의 관점을 해방한다는 점에서 특히나 의미 있다.
🔖우리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어느 정도는 자신을 발견해간다. 소설에 우리의 경험을 빗대어보고, 우리의 삶을 새로운, 다른 관점에서 따져본다. 우리자신의 이야기를 두껍게 하는 것이다. -56쪽
🔖책에서 자신을 인식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런 의미의 인식은 상황이나 상태, 삶의 조건, 만연한 사회적 권력에 대한 성찰 가능성을 포함한다. -58쪽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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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 생활 2, 6화의 한 에피소드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자신과 고향이 같은 환자를 보고 더 깊은 동질감과 감정적 자극을 얻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 막 의사가 되기 위해 첫 발을 내딛는 풋내기 의사들이 겪는 환자와의 깊은 유대감과 동질감에서 생겨난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의사들의 모습은 어리숙해 보이고, 아마추어적인 행동인 양 받아들여지다 드라마의 마지막에 가서는 그러한 공감과 연대, 사랑의 메시지가 환자와 외료인 모두에게 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교수 안정원이 어렵게 수술로 살려낸 아이의 이름이 ‘정원’이 된 것, 인턴이 자신과 이름이 같은 아이의 사망선고를 내려야하는 상황에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사망선고를 내리지 못한 것, 자신과 고향이 같은 사고 환자에게 더 마음이 가는 의사 등 일련의 감정적이고 동질적인 상황들은 아무리 힘든 의사생활을 보내더라도 결코 잃지 말아야 할 초심으로 그려놓았다는 점에서 ‘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몇 구절이 생각났다.
🔖여기 풋내기 의사는 환자가 경험하는 것과 같은 분리를 경험한다. 배우기 위해선, 의학훈련이라는 시련의 장을 견디기 위해선 자신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 신체와 영혼의 필요를 무시해야 하는 것이다. -119쪽
보건 의료에서 소외받은 경험을 한 모든 이들이 꿈꾸는 사실은 치료와 회복의 과정에서 진정으로 원했던 의사의 목소리를 드라마를 통해서 보상받은 기분이 든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서사가 주는 환자의 두꺼운 이야기와 의사의 냉철한 의료행위 넘어의 깊은 서사적 공감을 통해 환자의 생과 사의 영역 밖, 환자와 환자의 가족에게 바치는 의사들의 진솔한 관계적 인간성을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