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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집에 있는 나날이 점점 늘어가고 있지만, 일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해보고자 크게 벌이는 성격과 잠재된 게으름, 점점 떨어지는 집중력, 그리고 저질 체력으로 인해 독서량은 점점 줄어가는 추세다. 요즘 들어서야 다시 하루 중 잠시라도 책을 붙들고자 하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 중이지만, 더 큰 문제는 전혀 쓰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책에 대해서 쓸 때는 조금이라도 더 완결된 한 편의 글로 표현하려는 욕심이 글쓰기를 저어하게 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생각의 속도는 언어보다 빨라서 적확한 언어로 정돈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몇 시간씩 진득하게 앉아 리뷰 하나를 쓸 여유까지는 내게 부여되지 않고 있다. 이러다 정말 글쓰기의 근육이 다 사라지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에 고민을 하다가, 어떤 주제로든 일주일에 하나씩이라도 끄적여 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누군가는 매일매일 꾸준히 글을 써서 하나의 결과물로 내기도 하고, 알라딘에도 매일 긴 글을 남기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주간이라니, 라고 생각도 해보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생각하며... 이 카테고리(혹은 게시판)의 이름은 '주간 아무르'가 되었다. 쓰던 닉네임과 비슷한 단어를 골랐을 뿐, Amour의 의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잡다한 글들의 모임이 될 것이다. 책 제목을 비틀어 고민의 결론을 정리하면, '무엇이든 쓰게 되어야 쓰는 법을 '잃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1.

며칠 동안 이런 글을 시작해야 할 텐데라고 고민만 하다가 오늘 맘을 잡고 책상에 앉은 것은, 황정은 작가의 신간 『연년세세』의 출간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제목의 소설집이 출간될 거라는 소식을 나는 올해 초부터 알고 있었는데, 언제쯤 나오게 될지를 참다 못해 그동안 발표한 단편 중 「파묘(破墓)가 실린 『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구입해놓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사는 속도를 읽는 속도가 따라잡지 못해 책은 펴보지도 못한 채 한쪽으로 밀려나 있었고, 어느새 소설집이 출간되는 바람에 수상작품집을 읽을 일은 더욱 요원해지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이렇게 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언젠가는 읽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으나 표지가 너무 안 예뻐서(그렇다. 나에겐 디자인도 중요하다..) 구매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 와중 2017년에 하드커버로 된 양장 특별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구매하였으나(알라딘 상품 검색이 되지 않아 올리지 못했다. 표지는 http://aladin.kr/p/ao1MN 참고) 워낙 두꺼워서 집 한 쪽에 모셔두고 있었는데, 올해 개역판이 나와버렸다... 결국 개역판은 특별하게 모셔두었던 양장본을 밀어냈고, 양장본은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향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개역판을 펼치고 틈틈이 읽고 있다...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도 이전 판본을 중고로 구매하였지만, 구매한 뒤 한번도 꺼내보지 못한 채 부모님 집의 내 서가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아마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었을 때의 기억이 너무 고되어서일 것이다). 그러던 중 개정판이 또 나와버렸고, 개정판 구매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하여 중고서점으로 향했지만, 점원은 구매 후 한 번도 건드린 적 없는 책의 앞쪽 하드커버가 살짝 뜯어져 있다며 중고로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집에는 두 종류의 『인간의 조건』이 있고, 나는 서울로 올라올 때 또 들고 오지 않았다...















이외에 악착같이 읽힐 기회를 잃지 않으려 버티는 책들도 있다. 『감시와 처벌』은 2020년에 개정판이 나왔지만 2016년본을 악착같이 버리지 않고 참고 있는 경우이다. 『반딧불의 잔존』은 절판되었을 때 7만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구입했는데, 올해 리커버 에디션이 다시 정가에 나와버렸다. 돈이 아까워서도 그렇지만 리커버 에디션이니까 번역을 손보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위안하면서 리커버 에디션은 장바구니에만 넣어두었다. 읽는 속도는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책이 새로 나오는 속도도 따라가지 못한다...











황정은 작가의 신작 소식에 떠오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렇게 이어졌다. 읽힐 기회를 잃은 책은 안타깝지만, 언젠가 다시 복권될 일도 있을 테다(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있으므로). 무엇보다도 신작이 나왔다는 것이 팬으로서 기뻐하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다만 이미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던 「MANNING TREE」가 수록되어 있지 않은 것은 아쉽다. '年年歲歲' 연작에 해당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렇다면 이 단편은 나중에 나올 단행본에 묶일 것인가, 아닐 것인가. 이런 걱정에는 단편 하나를 위해 책으로 가득한 방 한 칸에 또다른 책을 들였다가, 이 책을 읽을 기회를 또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노파심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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