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먹다 -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을 먹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느낌이랄까, 처음부터 '선득하다'란 단어가 맴돌던 소설이다.

박완서 선생님의 말씀처럼 '혼불'을 떠오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치밀한(또는 하려고 하는) 배경 묘사와 세밀한 동작의 표현, 옛 삶과 전통에 대해 집요하게 조사했을 것 같은 내용들... 물론, 한동안 공황 상태에 빠지도록 만들었던 그 글보다는 덜 빠져들게 만들던 뭔지 모를 느낌들은 있지만...

내간체 라고 했던가, 소설 속에서는 여러 시점들이 교차된다. 3인치이었던 인물이 1인칭이 되고, 1인칭이었던 인물이 관찰의 대상이 되는 글쓰기 방식은 쉽게 읽히진 않지만, 새롭다.  마치, 예전에 봤던 '오 수정!'이라는 영화의 방식처럼, 소설은 서로의 몰이해와 오해 그리고 엇갈림들을 보여주었다.

어차피 우리 인간들은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타인을 평가한다. 내가 모르는 사실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하거나 오해하거나 둘 중 하나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조차도...

굉장히 신파적인, 독한 사랑 이야기이지만, 이 소설은 그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작가의 글을 기다리게 만든다. 유행처럼 옛 조선 시대, 그것도 영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깔고 있지만 고관의 집안과 부를 축적한 중인의 집안이 얽힌 사랑 이야기들은 매혹적이다. 게다가 꽃차라던가, 국화주를 담그는 내용의 단락에서는 사람의 이야기보다도 더 멋진 이야기처럼 읽힌다.

작가의 다음 글, 기다려 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민 선생님의 재주는 참 부럽다...

한동안 정민 선생님이 계신다는 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 고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지인이 이 분의 다른 책을 보고, '아 이분 우리 스승이신데 ' 하는 말을 듣고 얼마나 부러워하며

내심 시샘했었는지 모른다.ㅋㅋ

꽤나 발달된 시대에 살고 있다고 믿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미 너무나 먼 시간이 되어 버린 조선 시대의 글들, 또는 그것보다도 더욱 오래된 글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너무나 고루하고, 너무 이상적인 잔소리로 들린다.

그런 멀고 낯선 글들을 우리들의 삶과 연결시킬 줄 아는 재주를 정민 선생님은 가지신 것 같다.

'불광불급'이라는 말 그대로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미칠 수 없다.  매일 배달되는 신문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쓰여진 그들의 글은 진심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미치지 않았다면 해낼 수 없었을 작업들이다 !!!!

각각의 주제들마다 좋은 글들이 넘쳐난다. 너무나도 바쁘게 (혹은 바쁜 척)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이 무엇인지,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진짜 친구가 무엇인지 구절구절 가슴으로 느껴지는 글들이다.

그 중에서도 "젊었을 적 한가로움이라야 한가로움이다."라는 구절은 내내 마음에 남는다.

P.S. '책만 보는 바보'의 주인공인 이덕무의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반가웠다.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 신분을 뛰어넘은 조선 최대의 스캔들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책을 보고 혹평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다.

선정적인 제목과 세련된 표지 디자인(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에 낚였구나, 하는 한탄이 첫 장을 읽자마자 저절로 나왔다. 뭔가 대단한 이야기가 있을까 기대했던 것 자체가 무리한 욕심이었다.

풍부한 기록 유산이 넘쳐나는 조선 시대이기때문에, 정말 '조선을 뒤흔든 연애 사건'을 찾아냈을 수도 있겠구나 했는데, 뻔한 이야기, 뻔한 감상, 제목에 비하자면 지나치게 시시한 연애담들이다. 그리고 그 시시한 연애담들을 들이대면서 이거 정말 대단하지 않니, 하는 투의 저자의 강요가 안타까울 정도이다.  꼭 별로 대단치도 않은 연애를 하면서 자기만 사랑을 하고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친구의 수다를 들어주고 있는 기분이랄까.

이야기들은 말 그대로, 재미로 읽기에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하이 베이비, 행복합니까아~

가 어째 줄거리보다도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것으로 온다 리쿠의 소설 목록이 두 권이 되었다.

단순히 표지가 너무 예뻐서 읽었던 '빛의 제국'에 홀딱 빠져서는 온다 리쿠의 팬이 되어 버렸다.

나의 이동 서재 ㅋ 버스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채, 서점을 배회하다

들고 나와 첫 장을 넘기다...

 

같은 학교에 같은 학년에 같은 반에 속해 버린 비밀의 이복남녀...

무슨 신파처럼 너저분해질 수도 있는 이야기가 참 상큼하게, 전개된다.

물론 주된 줄거리는 그들의 화해이지만, 그것이 다는 아닌 것이 이 소설을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은가 싶다. 또 그러면서도 줄거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도.

생각만해도 매혹적인 시간과 공간이다.

늦여름, 고3, 하루 낮과 하루 밤, 아침의 시간,

안 그래도 부풀어 터져 버릴 것 같은 시기에,

학교 언덕과 국도변, 작은 마을,

그들 주인공들이 아니더라도 모두에게 소중한 일이 남겨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소설 안의 대사처럼 정말 시간은 금새 지나가 버린다.

현재일때는 지긋지긋하게 길고, 멀고, 오래 걸리지만

지나고 보면 그 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버린단 말이다. 가끔 의도하지 않아도 이렇게 성장 소설 혹은 성장 영화를 보게 된다. 그리고 촉촉한 감상에 젖어 당시엔 '빨리 벗어나고만 싶던' 고3 가을의 파란 하늘과 점심 시간 파라다이스 같던 교정의 산책과 등굣길을 추억하는 것이다.

그 때 누군가가 '행복합니까아?'라고 물었다면 아마도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온 지금은 '행복했었습니까아'라고 물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싱긋 웃으며 "당연하지!"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가 지나간 시간이 되어버리기 전에 문득 스스로에게 '행복합니까아~'라고 물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소설을 좋아하는 지인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소설이라며,

건네줘서 어리버리 읽어 버렸다.

표지에 가득 담긴 작가에 대한 광고문구들,

가끔 너무 많이 들어서 읽지 않았는데도 읽은 것 같은 책들이 있다.

이 사람이 <냉정과 열정 사이>를 쓴 작가였구나.

그 지인 왈, "오래간만에 아무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애정 소설을 좀 읽고 싶어서..."

샀단다.

훗후후, 1박 2일 만에 읽어보고

문자를 보냈다.

'이게 무슨 연애 소설이냐'

그 지인은 이 작가가 연애 소설 말고도 의식적인 글쓰기도 종종한다는(옮긴이의 글에선가 읽었다.) 것은 몰랐나보다.

이젠 너무 흔해져서 유행이랄 것도 없어져 버린 일본 소설 읽기라지만,

이 사람의 소설은 처음이다.

읽는 내내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일본 공포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매 장 마다 나와 있는 '회색'이라는 단어가 아니더라도, 내내, '링'의 한 장면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다.

'모모'와 '괴물'(이외수 작가의)과 '빛의 제국'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그 이상한 식물들이 등장하는- 단편이 자꾸 떠오른 것은 너무 예민한 반응일까?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의,

뭔가 사회에 대한 메세지를 던지는 것 같으면서, 성장 소설 같고, 비판할 듯 하면서 마는

소설은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인지, 뭔가 헛헛하고 개운치 않은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