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를 삭제할까요? 도넛문고 10
김지숙 지음 / 다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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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배경은 파란나라이다. 주인공은 이 파란나라에 사는 파랑이이고, 파랑이에게는 뇌과학자 엄마, 마을 개발자 아빠가 있다. 이 세상에서는 마을 개발자들이 나라를 만들고, 각 나라는 각기각색의 특징을 가지고 다른 규칙과 모습을 하고 있다.

파란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파란 나라는 아이들은 모두 외동으로 자라고, 어른들은 어른들의 방을 각 집에 가지고 있고, 진로를 선택할 시기가 되면 진로 프로젝트를 하고, 아이들은 어른들에게서 충분한 보살핌을 받아야하는 곳이다.

작가님은 이 글을 쓰시며 동요 '파란 나라'에서 영감을 받으셨다고 하신다.

'파란 나라' 동요에서 등장하는 파란 나라는 천사들이 살고, 싸움이 없고, 행복한, 마치 천국같은 이상향의 유토피아 같다.

하지만 완벽한 것은 어디에도 없는 법. 파랑이의 단짝 우령이가 동생의 존재로 인해 '삭제'되었다는 비밀을 알게 되고, 마을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우주, 미로 선생님과 함께하게 된다.

파랑 나라 온새미로 마을의 어른들이 특별위원회에서 회의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면 참 괴이하다. 누군가는 '삭제' 당하고 '오류' 라고 말하고 아이들을 '프로그래밍'하고 '설정'한다. 파랑이와 우주는 그 회의에 숨어들어 어른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파랑 나라에 숨겨진 비밀에 점점 가까워진다.

그러던 중 특별위원회에서 우주 부모님의 자격박탈을 결정한다. 우주는 삭제 당할 위기에 처하고 마을 경계선 너머에서 기차를 타고 파란 나라를 떠난다. 그 와중에 미로 선생님은 엄마인 교장 선생님을 잃고 마을의 비밀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어보인다. 파랑이는 우주를 찾고, 선생님을 찾고, 파란 나라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혼자서라도 고군분투한다.

마을 곳곳에 남겨진 미로쌤의 암호를 찾아낸 파랑이는, 그것을 통해 마을의 비밀에 한발자국씩 가까워지고. 과연 이 안온하고 평화롭기만 한 완벽한 나라, 파란 나라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가제본이기 때문에 결말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파란 나라에서 아이들이 삭제되고, 기억은 지워지고, 몸은 설정되고, 어른들을 믿지 말라는 암호의 내용은 아주 의미심장했다.

얼핏보면 파란 나라는 아이들을 위한 나라인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 파란 나라는 지극히 어른들을, 그 중에서도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하는 어른들을 위한 나라다. 완벽한 부모 놀이를 위해 프로그래밍된 공간. 그것을 위해 설계된 곳. 그것은 동요 '파란 노래'의 "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의 신체를, 기억을 어른들의 방에서 컨트롤하고, 통제한다. 규칙과 다른 일을 벌이면 그들을 아예 '삭제'해버린다는 판단이 어른들끼리의 회의에서 결정된다는 것도 참 무서운 일이다.

난 아직 부모도 아니고, 막 성인이 된, 사실은 자녀의 삶을 아직 살고 있는 사람이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완벽한 건 세상에 없다. 완벽한 부모 놀이를, 혹은 그 연습을 하고자 하는 중 어떤 것이 이 마을의 취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위해 멋대로 아이를 프로그래밍하고 삭제하고 조종하는 것은 옳지 않다!

파란 나라, 온새미로 같은 마을과 그 마을에 사는 모두가 함께 아이들을 잘 키우는 법을 실제로 완벽하게 해내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이를 완벽하게 키워내고자 하는 마음이 아이들을 통제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간다. 어른들의 통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주는 정해져있다. 그 너머는 스스로가 걸어나가야할 길이다. 파란 나라 처럼 아이의 모든 것을 어른들이 결정하고 존재까지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제본이기에 어떤 결말이 파랑이를, 파란 나라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살아가는 나라로, 부모는 그런 아이들을 지원해주지만 통제하지는 않는, 그런 나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

이 글은 도넛문고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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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없는 집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 1
알렉스 안도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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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받아보게 되었다~ 추리 소설 좋아하고 + 스웨덴 소설이라는 새로움 때문에 바로 읽어보겠다고 답장하고 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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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무려 여자 탐정! 율리아다. 율리아는 비행기 추락사고의 유일한 생존자로, 그 사건의 PTSD 증세를 통해 뛰어난 몰입력과 관찰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사람과의 접촉을 두려워하고 흉터와 목발을 달고 살기도 한다.

사건은 만하인 그룹의 페르 귄터 (이하 PG)가 찾아와서 그녀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가족 모임 다음 날, 본인의 휴대폰에 찍힌 살해 현장을 보고 놀라서 그 사진의 주인공과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며 찾아온 것이다. 율리아는 그의 의뢰를 수락하고, 전남편이자 현직 경찰인 시드니와 함께 만하인 그룹의 모트 별장으로 향한다. 그녀는 별장에서 모트 일가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관찰해나가며 특유의 능력으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

책의 90%가 추리에 대한 내용이고, 사건의 진상은 나머지에 밝혀진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그렇듯이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진실이 드러나고. 반전이 숨겨져있다고 했는데... 사실 추리소설 덕후로써 온갖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만화를 본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충격적인 반전은 아니었달까.

내가 이 책에서 더 집중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의 추리소설적 면모가 아니라 주인공인 율리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전 추리소설의 뛰어난 탐정들은 대부분, 백인 남성, 기득권, 돈이 많고, 아주 똑똑하며, 감정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실수하지 않고, 멋들어지게 실수없이 진실을 밝혀내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율리아는 여성 탐정으로, 비행기 추락 사건의 피해자이고, 그녀의 능력은 그 사건의 후유증을 기반으로 하고, 사건으로 인한 불편함도 가지고 있으며, 성급한 성격으로 이 책에서도 한 두번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시드니에 대한 마음을 아직 버리지 못한 감정적 면모도 보인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고전적 탐정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인간적이고 새로운 여성 탐정의 등장이랄까.

이 문단은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일 수 있으니 읽고 싶지 않으시다면 넘어가시길. 율리아 뿐 아니라, 사건에 직접적으로 엮인 이들도 여성이라는 점도 새로웠다. 그리고 이 책의 사건이 기반을 두는 이 모트 가문이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 반항하는 일이 이 사건이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물론 엄청나게 통쾌하거나 짜릿한 내용의 반항은 아니지만... 이 모트 가문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해 여성의 삶을 조명하기도 하는 것 같았다.

크게 파격적으로 뛰어나다거나, 추리소설계를 뒤흔드는 작품은 아니다. 그렇지만 잘 짜인 추리소설이다. 그리고 인간적인 캐릭터의 여성 탐정이 이끌어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읽어볼만하다.

이 책은 필름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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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2
김멜라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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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의 대상을 수상한 작품인 <이응이응>을 들어보셨는지. (읽어보셨으면 더 좋고...) 일단 난 읽어봤고, 사실 처음 작품집을 읽을 당시에는 크게 와닿는다거나 좋다는 감상이 있던 글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책을 읽고 반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이상하게 그 내용과 그에 대한 질문, 생각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래서 대상작인가, 싶게... <이응이응>의 작가이신 김멜라 작가님의 다른 글들도 읽어보았고, 2024서국도에서 작가님의 문동 블라인드 북을 본 이후에는 작가님을 좋아하게 되었고, 단편이 아닌 중장편의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에 바로 달려가 서포터즈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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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멜라 작가님<< 이 하나만 믿고 일부러 작가님 글의 그 신선함을 느끼고 싶어 내용도 안 보고 신청했던터라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난데없이 등장하는 곤충 화자에 좀 놀랐다. 난 장면 장면을 3인칭 시점으로 머릿속에 그리며 책을 읽는 버릇이 있는데... 그래서 처음엔 온갖 곤충의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그려져서 혼자 웃겼다... 할부지할무니 댁에서 오래 지내서 자세히 알기는 하는데 무서워하지는 않고 그냥 곤충의 난데없는 등장이 예상에 없던 일이라 피식거렸달까...

근데 읽다보니 곤충은 크게 문제되는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인간 외의 존재가 두 여성을 보고 작성한 세 화자의 글은 다른 시각에서 사랑을, 세상을, 존재를 바라보게 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곤충 셋'이 '레즈비언 여성 둘'을 관찰하고 작성하는 이야기가 책을 읽을 수록 이상하지 않게 느껴졌고, 오히려 그것이 좋은 서술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게 내 첫번째 질문이었다. 내가 지향하는 비거니즘에서, 비인간동물의 권리와 행복에 대한 이야기는 중요하다. 그런데, 같은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이들과 말을 나누다보면 이 비인간동물에 습관적으로 '곤충'은 빠져있다. 비인간의 범주에서마저 '곤충'은 소외되는 일이 많다. '레즈비언 여성'도 똑같다. 일반적인 인간의 사랑에서 이들은 소외되는 존재다. 소외되는 존재가 소외되는 존재를 보고 기록한 기록물이었기에 그것이 타당하다고 느꼈던 게 아닐까.

두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자연의 사이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여자 주인공은 두 여성, 버들과 호랑이다. 버들은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그 능력 때문에 버들은 종종 자연을 무서워하고, 해가 짧은 계절이면 오랜시간 잠을 자고, 또 해가 쨍쨍한 날이면 생명력이 가득한 춤을 춘다. 호랑은 처음엔 그런 버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곤충 화자들의 입장에서 버들은 지극히 정상이다. 곤충의 한살이를 생각해보라, 날이 궂은 계절이면 동면하고 따뜻한 날이면 이곳저곳을 누비는 많은 동물들을 생각해보라. 오히려 버들이 자연의 입장에서는 정상적이다. 인간들은 그 사이클을, 순리를 무시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간들이 몰고온 지구의 재앙 속 버들과 호랑의 사랑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세번째가 바로 사랑의 가치에 대한 논의이다. 번식할 수 없는 사랑은 무가치할까? 버들과 호랑의 사랑은 번식할 수 없다. 자연에서 번식할 수 있는 사랑만이 가치를 가질까? 세 곤충 저자의 결론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이 결론에서 나는 작가님의 다른 작품인 <이응이응>도 함께 떠올렸다. 재생산하지 않는 사랑 또한 자연 속에서 가치를 갖는다. 자연은 일관된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변화하고 약동하는 것이 있기에, 그 예측 불가능성이 있기에 가치를 갖는 것이다. 이 곤충 저자들의 두 여성의 사랑에 대한 글들에서 우리는 우리가 자연에서 배제해온 부분에 대해 똑바로 바라볼 수 있고, 그것이 이상한 것이 아님을 마주할 수 있다.

마지막은 죽음에 관한 것이다. 버들과 호랑은 함께 죽을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흔히 쓰이는 표현이지만, 생각해보면 웃기다. 죽음이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니. 사랑은 따뜻하고, 밝고, 긍정적인 것이다. 반면 죽음은 파괴적이고, 우울하며, 슬픈 것이다. 이 두 존재의 모순! 사실 이런 모순은 자연을 이루는 대부분의 것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탄생과 소멸이 공존하는 모순적인 것이 자연이니까. 그래서 나는 죽음으로 결단하는 두 사람의 사랑이 되려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 있는 것이고 자연 속에 살아가는 인간 존재가 제대로 그 속에 녹아들 수 있는 길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편의 책 안에 담긴 내용이 굉장히 풍부하다. 인간사회가 지금까지 외면해왔거나 의도적으로 배제해온,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내용을 당당히 써내려가기 때문에 김멜라 작가님의 글들이 매력적이지 않나 싶다. 이 책은 자연에 대한 이야기이며,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고, 인간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은데 벅차오르는 마음을 차마 글로 다 표현할 수가 없어서 원통하다. 가슴을 퍽퍽 치고 싶을 정도로... 진짜 이 책은 읽어봐야한다. 글 하나하나가, 문장 하나하나가 다른 일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떠오르고 버들과 호랑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결국 내가 자연과 얽혀 살아가야하는 오늘날 해야하는 것은 무엇인지 계속 질문하게된다.

소외된 사랑을 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이지만 그것은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좋은 발판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과오를 마주하고 삶의 방법을 찾고 윤리에 대해 생각하고 옳은 것을 탐구하게된다. 이만큼 잘 쓰인 책을 요 근래에 몇편 못 봤다. 단연 하반기 최고의 책이다. 철학서라고 해도 될 정도로 깊은 울림과 깨달음을 준다. 김멜라 작가님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글을 써주시면 좋겠다.

#김멜라 #환희의책 #핀시리즈 #핀서포터즈 #리뷰 #서평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현대문학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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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뉴어리의 푸른 문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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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을 사랑하며 자라난 소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판타지 소설하면 환장하는 여성이 되었습니다... 해리포터를 거쳐 메이즈러너를 지나 헝거게임을 찍고 성장한 나에게 다가온 새로운 판타지 소설 <재뉴어리의 푸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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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시작부터 재뉴어리의 심상치 않은 존재성을 어필하는 듯이 문을 연다. 그녀의 입으로 전해듣는 막 밝아온 19세기의 배경, 당시 흔치 않았던 유색인종의 그녀, 그럼에도 백인 부자 남성의 양녀처럼 키워지는, 그러는 중에도 글을 쓰고 상상력을 가진 재뉴어리에 대해 알게 되면서 나는 그 배경을 자세히 그려볼 수 있었다.

재뉴어리, 그녀를 키우는 로크씨, 로크씨 밑에서 세계를 떠돌며 희귀품을 로크씨에게 가져다주는 셋의 관계가 얽히고 섥혀있다. 로크씨는 재뉴어리를 양녀처럼 대우하면서도 극도로 통제한다. 어릴적 그녀가 새로운 세계로 이어지는 문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그녀가 쓴 글이 갖는 힘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로크씨는 재뉴어리를 가두고, 재뉴어리는 그가 원하는대로 성장한 모습을 가장하며 성장했다.

재뉴어리는 <일만 개의 문>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그것을 아빠가 준 선물이라 여긴다. 로크씨가 원하는 대로 성장한 것 같이 구는 재뉴어리는 더 이상 아빠에게 달려가 안기지도, 모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몰래 아빠를 찾아가지도 않는 소녀가 되었다. 그러던 중 아빠가 돌아오지 않게되고, 로크씨는 그가 죽었다 말한다. 그러나 재뉴어리는 그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일만 개의 문>을 읽는다. 그리고 그녀는 어릴적 그랬던 것처럼 문을 발견하고, 줄리언과 애들레이드의 이야기를 알게된다.

아빠가 재뉴어리를 위해 고용했던 제인마저 해고되고 저택에서 쫒겨나자, 재뉴어리는 그녀의 능력을 이용해 저택 탈출을 꿈꾸지만,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잡혀서 다시 통제광 로크에 의해 정신병원에 가둬진다. 그곳을 가까스로 탈출한 재뉴어리는 아빠를 찾아나서는 모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재뉴어리는 아빠를 찾을 수 있을까? 그녀의 능력은 그녀를 어떤 순간으로 인도할까? 그녀가 만난 그 문은 그녀를 어떤 곳으로 이끌까?

책을 읽는 내내 어릴적 푹 빠져있던 해리포터의 세계처럼 견고한 한 세계의 일원이 되어 함께 모험하는 기분을 느꼈다. 재뉴어리와 함께 여정을 함께하면서 내내 이야기에 푹 빠져 문을 넘나들었다.

이 책 표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다. '글을 쓰자 문이 열렸다. 나는 그 문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이 소설의 일부였다.' 재뉴어리가 쓰는 많은 문장들이, 그녀가 넘나드는 수많은 문들이, 그로써 만나는 무수한 세계는 재뉴어리가 스스로를 마주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현실세계의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재뉴어리가 넘나드는 문들은 우리에게 도전과 변화이다. 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오면 어떤 것이라도 그것이 변화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는 재뉴어리의 여정을 함께하면서 계속 도전과 변화의 여정에 대한 은근한 암시를 받는다.

재뉴어리가, 그녀의 엄마가, 그리고 그녀의 아빠가 문을 통해 모험하고 경험한 것들이 그들의 삶을 이끌었던 것처럼. 그녀의 엄마가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위해 모험을 시작하고, 그녀의 아빠가 아내를 찾기 위해 문을 열고, 재뉴어리가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며 문을 통해 여행하는 것처럼. 문을 통해 이어지는 본인을 찾는 여정은 우리로 하여금 문을 통과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하게한다.

단순히 재밌고 신나는 판타지 소설을 넘어선 책같다. 읽는 내내 영화 한편을 본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벽돌책임에도 책장이 어찌나 술술 넘어가던지... 읽는 동안은 그저 재밌다! 는 생각 뿐이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내가 넘게될, 혹은 넘어온 많은 문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문은 변화이고, 변화는 위험하지만 필요하다고. 문은 혁명이고 격변이자 불확실성이고 미스터리이며 중시묵으로 온 세상이 그 축에 따라 뒤집힐 수 있다. 문은 모든 이야기의 히작이자 끝이고, 세상 사이의 통로로 모험과 광기, 심지어 - 이 대목에서 그는 미소 지었다 -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이 없다면 세상은 침체되고 석회화되며 이야기가 사라진다.
<재뉴어리의 푸른문> p.253

동화같기도 한 이 이야기에서 나는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이고, 그것을 향해 어떤 도전을 할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을 받은 것 같았다. 책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던 이야기는 이런 것이 아닐까. 당시 시대에 참정권을 얻지 못할 정도로 차별받았던 여성, 심지어 유색인종인 재뉴어리. 그리고 그녀의 엄마인 애들레이드, 조력자인 제인. 그녀들을 그려냄으로서 저자는 주체적이고 당찬 여성상을 비추며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가치는 평등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내 삶에서 추구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일까?

모험과 판타지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선물같은 새로운 이야기로, 그리고 성인이 읽어도 깊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는 좋은 책이었다. 더운 여름밤 밤세워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고민한 그 밤들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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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밝은 세상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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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3 빛 SF 보다 3
단요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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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SF 소설집에 참여하신 여섯 분의 작가님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빛’이라는 주제에 접근하시는 것이 재밌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빛’의 과학적 정의는 자기장과 전기장이 수직으로 전파되는 전자기파다. 이 빛 덕분에 우리는 사물을 볼 수 있고, 라디오를 들을 수 있고, 신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져볼까? 밤하늘을 바라볼 때 우리가 마주하는 반짝이는 별들. 그 별들도 빛이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다. 심지어 그 빛은 몇천년 전의 빛, 몇억년 전의 빛이다. 이렇듯 ‘빛’은 그 주제 만으로도 무척 흥미롭다. 그리고 이를 주제로 다양하게 빚어지는 6개의 이야기는 그것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

먼저, 단요 작가님의 <<어떤 구원도 충분하지 않다>>는 마치 옛날 이야기를 전해듣는 것 같은 생생함으로 ‘빛’의 일부 파장인 가시광선 외의 빛을 볼 수 있던 인류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류는 가시광선 영역대의 빛만을 인지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외 파장의 빛을 인지하는 인류종이 있었다면 그들의 삶은, 역사는 어땠을까? 그 질문에 독창적이고 흥미진진한 대답을 하는 것이 이 이야기의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나에게는 이 책에서 이 이야기의 아이디어가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볼 수 ‘없는’ 빛을 ‘보는’ 사람들이라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그리고 오늘날의 과학기술이 가능케 해준 인류 시야의 확장에 대해서도 동시에 생각하게 되었다. 가시광선 영역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한정적이라서, 우리는 이제 적외선, 라디오파, X선 등 다양한 파장대의 빛을 수용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고 이를 사용하면서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이용하고 있다. 그렇게보면 지금의 인류종도 볼 수 없는 빛을 보는 종이 된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역사 속 볼 수 없는 빛을 보던 사람들과, 지금의 우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가장 좋았던 글이라 생각한다.

서이제 작가님의 <<굴절과 반사>>는 깊은 해저를 배경으로 한다. 해저에는 빛이 거의 들지 않아 어두컴컴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우리가 흔히 바다와 빛, 하면 생각하는 윤슬이 반짝이고 쨍쨍 내리쬐는 빛에 넘실거리는 파도의 모습은 단지 몇미터면 끝이 난다. 그 아래는 그야말로 암흑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빛이 주는 감동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스포일러일 수 있기에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아도… 컴컴한 해저에서도 젤 어둡고 깊은 교도소에서 근무하던 주인공이 넘실거리며 빛을 아름답게 반사시키는 수면을, 물결을 처음 만났을 때. 그때 내가 다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빛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에 경탄했다.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71페이지의 문장 배열이다. 책에서 확인해보시길!!

<<시계탑>>을 쓰신 이희영 작가님의 아이디어도 굉장히 새롭다고 느꼈다. 물리적인 의미의 빛이 아니라 생물학적 의미로 빛에 접근하신 점이 인상깊었다. 사람에게는 생체시계라는 것이 있고, 그 시계에 맞춰 삶을 살아갈 때 신체와 정신이 제기능을 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은 다들 한 번 즈음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생체시계에 근본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바로 빛이다. 이 이야기는 이를 바탕으로 하여 전개된다. 생체시계의 흐름을 따르지 않을 때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것을 풍부한 상상력과 디스토피아적 묘사로 그려내신 점이 정말 독창적이라고 느꼈다. 생각해보면, 과거 인류는 해가 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 생활하는 삶을 하며 진화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삶에 치여 생체시계를 자꾸만 놓치고 있는 것 같다. 경각심과 동시에 빛의 흐름이라는 것, 생체의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라블레 윤의 마지막 영화에 대한 소고>>는… 제일 어려웠다. 개념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 전체가 조금 따라가기 버거운 느낌? 그렇다고 글이 별로였다는게 아니다. 제목에서 보이다시피, 이 글은 라블레 윤이라는 영화감독의 유작에 대한 해석과 함께 그의 삶에 대해 마치 논문처럼 풀어쓴 설명문의 소설이다. 비평같달까… 비평 형태의 글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어렵게 느꼈던 것 같다. 그와는 별개로 이 이야기 또한 빛에 대한 독특한 발상을 포함한다. 라블레 윤이라는 캐릭터가 빛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설명을 읽다보면 마치 실제 존재하는 영화 한 편을 감상한 것 같이, 그 영화에 나오는 빛을 상상하게되고 그것은 강렬하게 머리에 기억된다. 더군더나 그의 영화 중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시간’도 빛과 때려야 땔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간이 포함된 개념인 ‘속도’를 이야기함으로서 빛과 연관된다. 굉장히 물리학적인 연관성이다. 그리고 나는 물리학을 공부하는 학생이기에… 라블레 윤이 영화에서 시간을 다루었다는 점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소설이 아니라, 진짜 존재하는 감독의 진짜 존재하는 영화를 본 것만 같은 기분으로 글을 읽었다.

<<누구에게나 신속한 정의>>는 처음에 ‘이게 왜 빛에 대한 이야기지?’하고 생각했다. 근데 과학적 의미의 빛 말고도, 빛은 종종 문학적 의미에서 구원이나 혁신로 비유 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에 등장하는 신속한 정의는 그런 의미에서 빛이라고 생각한다. 신속한 정의의 등장으로 사회의 모습이 이전과 매우 다르게 변화하고, 세계를 바꾸었다는 점이 그렇다. 원래는 소수의 사람들만 사유하고 누리던 것들이 신속한 정의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열리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세상의 체계를 바꾸었다면 그것이 혁명이고 빛 아닐까? 장강명 작가님이 해석하신 빛. 어떠한 사회적 혁신을 기점으로 변화한 사회와 그 미래에 대해 풀어내는 이야기가 정말 있을법한 내용이라 재밌게 읽었다.

마지막은 위래 작가님의 <<춘우삭래>>이다. 젤 물리학적인 이야기였고, 그래서 술술 읽었다. 빛은 옛날부터 어떤 신호를 전달하는 방법으로도 쓰였다. 처음에는 불을 이용한 빛으로 (봉화라던가), 램프를 이용한 암호의 전달 (모스 부호 같은 것들), 그리고 지금은 무선 통신 기술에 쓰인다. 이 이야기의 시작도 변광성 하나가 보내온 빛 신호의 관측에서 시작된다. 그 빛에서 시작된 인류의 오랜 시간을 걸친 우주로의 진출과 여정, 그 과정에서 진화하고 변화하는 인류종과 사회 모습, 사상에 대한 글이다. 우주에서 빛을 내는 천체는 다양하다. 흔히 알고 있는 항성, 변광성, 블랙홀 주변의 강착 원반 등… 그 곳들을 종횡무진하며 벌어지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광활한 이야기가 날 강렬히 빨려들게 했다.

‘빛’이라는 하나의 단어가 이렇게 많은 방법으로 해석될 수 있을 줄은 정말… 읽으면서 작가님들의 아이디어에, 상상력에 감탄하기를 반복했다. 빛은 어디에나 존재하기에 그 존재의 무게감을 우리는 종종 잊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마주한 여름의 이글거리는 태양빛은 왜인지 조금 다르게 느껴져서 소름이 돋았다. 역시 이번 SF 보다 시리즈도 믿고 읽을 만한 책이다. 빛이 작렬하는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읽어보면 정말 좋을 책인 듯하다. 왕추천!

이 글은 문학과 지성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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