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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를 삭제할까요? ㅣ 도넛문고 10
김지숙 지음 / 다른 / 2024년 9월
평점 :
책의 배경은 파란나라이다. 주인공은 이 파란나라에 사는 파랑이이고, 파랑이에게는 뇌과학자 엄마, 마을 개발자 아빠가 있다. 이 세상에서는 마을 개발자들이 나라를 만들고, 각 나라는 각기각색의 특징을 가지고 다른 규칙과 모습을 하고 있다.
파란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파란 나라는 아이들은 모두 외동으로 자라고, 어른들은 어른들의 방을 각 집에 가지고 있고, 진로를 선택할 시기가 되면 진로 프로젝트를 하고, 아이들은 어른들에게서 충분한 보살핌을 받아야하는 곳이다.
작가님은 이 글을 쓰시며 동요 '파란 나라'에서 영감을 받으셨다고 하신다.
'파란 나라' 동요에서 등장하는 파란 나라는 천사들이 살고, 싸움이 없고, 행복한, 마치 천국같은 이상향의 유토피아 같다.
하지만 완벽한 것은 어디에도 없는 법. 파랑이의 단짝 우령이가 동생의 존재로 인해 '삭제'되었다는 비밀을 알게 되고, 마을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우주, 미로 선생님과 함께하게 된다.
파랑 나라 온새미로 마을의 어른들이 특별위원회에서 회의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면 참 괴이하다. 누군가는 '삭제' 당하고 '오류' 라고 말하고 아이들을 '프로그래밍'하고 '설정'한다. 파랑이와 우주는 그 회의에 숨어들어 어른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파랑 나라에 숨겨진 비밀에 점점 가까워진다.
그러던 중 특별위원회에서 우주 부모님의 자격박탈을 결정한다. 우주는 삭제 당할 위기에 처하고 마을 경계선 너머에서 기차를 타고 파란 나라를 떠난다. 그 와중에 미로 선생님은 엄마인 교장 선생님을 잃고 마을의 비밀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어보인다. 파랑이는 우주를 찾고, 선생님을 찾고, 파란 나라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혼자서라도 고군분투한다.
마을 곳곳에 남겨진 미로쌤의 암호를 찾아낸 파랑이는, 그것을 통해 마을의 비밀에 한발자국씩 가까워지고. 과연 이 안온하고 평화롭기만 한 완벽한 나라, 파란 나라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가제본이기 때문에 결말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파란 나라에서 아이들이 삭제되고, 기억은 지워지고, 몸은 설정되고, 어른들을 믿지 말라는 암호의 내용은 아주 의미심장했다.
얼핏보면 파란 나라는 아이들을 위한 나라인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 파란 나라는 지극히 어른들을, 그 중에서도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하는 어른들을 위한 나라다. 완벽한 부모 놀이를 위해 프로그래밍된 공간. 그것을 위해 설계된 곳. 그것은 동요 '파란 노래'의 "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의 신체를, 기억을 어른들의 방에서 컨트롤하고, 통제한다. 규칙과 다른 일을 벌이면 그들을 아예 '삭제'해버린다는 판단이 어른들끼리의 회의에서 결정된다는 것도 참 무서운 일이다.
난 아직 부모도 아니고, 막 성인이 된, 사실은 자녀의 삶을 아직 살고 있는 사람이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완벽한 건 세상에 없다. 완벽한 부모 놀이를, 혹은 그 연습을 하고자 하는 중 어떤 것이 이 마을의 취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위해 멋대로 아이를 프로그래밍하고 삭제하고 조종하는 것은 옳지 않다!
파란 나라, 온새미로 같은 마을과 그 마을에 사는 모두가 함께 아이들을 잘 키우는 법을 실제로 완벽하게 해내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이를 완벽하게 키워내고자 하는 마음이 아이들을 통제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간다. 어른들의 통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주는 정해져있다. 그 너머는 스스로가 걸어나가야할 길이다. 파란 나라 처럼 아이의 모든 것을 어른들이 결정하고 존재까지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제본이기에 어떤 결말이 파랑이를, 파란 나라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살아가는 나라로, 부모는 그런 아이들을 지원해주지만 통제하지는 않는, 그런 나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
이 글은 도넛문고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