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페지움 - 개정판
타카야마 카즈미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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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이돌에 관심이 없지만... 고등학생 때까지 온갖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챙겨보고 kpop의 역사는 줄줄 외울 정도로 좋아했던 과거가 있기에 그 추억에 젖어 서평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독특하게도 이 책은 일본의 현직 아이돌이 쓴 소설이다. 한국 아이돌들이 책을 내는 경우는 잘 못 본 것 같은데, 일본 아이돌들은 워낙 다양한 일을 하니까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일본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에까지 올랐다고 한다. 현직 아이돌이 쓴 아이돌 이야기는 어떨지 일단 굉장히 궁금해진다.

사실 소설 자체는 약간 일본 라이트 노벨의 느낌도 준다. 간단하게는 아이돌이 되겠다고 다짐한 주인공인 아즈마 유우가 직접 팀을 꾸리기 위해 멤버를 찾아나서고 아이돌이 되는 스토리로, 꽤 단순하고 전형적인 플롯을 가지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보면 한 번 즈음 봤을법한?

그래서 책 자체에 어려움이 없다. 술술 읽히고 가볍게 기분 전환용으로 읽을만하다고 생각한다. 크게 거부감 있는 부분도 없고, 정말 요즘으로 치면 웹소설이 단행본으로 나온 느낌... 아이돌 문화에 관심있고 익숙한 사람이라면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치만 그렇다고 아이돌 얘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각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와 관련 인물들의 이야기, 서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깊은 감정적 울림을 주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단순히 노래하고 춤추고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기 이전에, 어떤 이들에게 행복을 주고 삶의 응원을 주는 사람들이며 그들에게도 그들의 삶이 있고 고난, 행복이 있음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아무래도 일본 현직 아이돌이 쓴 소설이다보니 일본틱한 아이돌 문화가 많이 묻어난다. 우리나라의 아이돌 문화와 일본의 아이돌 문화가 정말 많이 다르다는 것은 프로듀스 48을 통해 한국에 좀 알려졌다고 생각하는데, 그때 일본 아이돌 문화를 조금이나마 접해본 사람은 아 맞아 이런 감성이었지, 하며 읽을 수 있고 잘 모르더라도 한국 아이돌을 안다면 비교하며 읽을 법 한데, 아이돌에 관심 없는 사람이 읽으면 그냥 좀 오글거리고 어색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ㅎㅎ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했다던데 딱 그럴만한 책이라는 느낌을 받으며, 마냥 얇은 두께가 아님에도 한시간 남짓한 시간에 후루룩 읽을 수 있는 킬링 타임 소설이라는 평을 남기고 싶다. 난 애니메이션도 좋아했던 오타쿠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 이것도 되게 재밌게 읽었다 ㅎㅎㅎ





이 글은 아르테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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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망할 소행성 다산어린이문학
세라 에버렛 지음, 이민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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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충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소설. 그냥 모두가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시작으로 서평 글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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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하건데,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다. 이 책을 그냥 사거나 빌려서 자리를 잡고 앉아라. 그리고 그냥 읽어나가라. 그게 이 책을 읽는 가장 최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종말을 앞둔 지구를 마주하는 주인공 케미의 마음. 그 종말을 앞두고 다음 세대의 인류에게 자신들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가족 구성원의 소중한 물건들을 하나 둘 모아서 타임 캡슐을 만드는 마음. 가족, 친구, 사랑, 슬픔을 받아들이고 나누고 또 마주하는 마음…

통계를 좋아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은 케미. 케미의 가장 큰 지지자는 그녀의 아버지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무서워할 때 아빠는 케미에게 확률에 대해 일컬어주며, 실패할 확률은 항상 성공할 확률에 비해 너무나 작고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말해준다. 케미는 그 이후로 통계에서 위안을 얻고, 용기를 얻는 소녀가 된다. 그녀는 열정과 투지를 가진 아이라고 아빠에게 불리고, 케미는 그런 아빠를 많이 사랑한다.

책에서 케미가 타임캡슐을 만들 때, 부모님 친구의 여행 티켓, 사촌의 인형, 사촌이 열고 싶었던 미용실의 네온 사인 간판, 편지, 할머니가 만든 간식 등 많은 물건을 넣지만 아빠의 물건을 정하지 못해 종말 당일까지도 고민한다. 아빠가 좋아했던 것을 돌이켜보고, 아빠와 함께한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아빠와 관련된 물건을 모두 꺼내보고… 아빠와 농구 게임도 해보고 대화도 해보고 별도 보려하지만 결국 케미와 아빠는 마지막 순간까지 타임 캡슐에 넣을 물건을 정하지 못한다. 결국 아빠의 물건은 찾지 못하고 타임 캡슐을 묻던 중, 누군가 케미를 찾아온다.

단순한 청소년 소설로 이 책을 치부할 수 있을까. 1부를 읽다가 2부를 마주하는 순간 난 자세를 고쳐앉을 수 밖에 없었다. 소행성이 지구로 충돌한다는 정말 판타지 적인 상상을 기반으로 종말의 순간을 이야기하는 책 인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다. 케미가 그 사랑하는 사람들과, 본인의 미래와, 앞으로의 시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혼란 속에 받아들여가는 그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책의 마지막에 와서는 마음이 뭉클해진다.

스포일러를 빼고 말하려니 글이 짧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거 하나 만큼은 꼭 말하고 싶다. 제발 이 책을 읽어주세요. 아무 리뷰도 더 찾아보지 말고, 그냥 책을 펼쳐서 읽어주세요. 책을 읽은 후 이 책이 남기는 여운에도 푹 빠져보고, 우리 인류 역사에 일어났던 많은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좋겠다. 정말,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






#나의망할소행성 #책추천 #소설 #문학 #청소년문학
이 책은 다산 어린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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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좋은느낌이면 좋겠어 - 삶은 수많은 좋은느낌들로 매일 조금씩 더 견고해진다
김민철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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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제의를 받고, 내가 좋아하는 팟캐스트인… <여둘톡>의 김하나 작가님과 황선우 작가님이 참여하신 책이라 하여 냉큼 좋다 하였는데, 책에 대해 좀 더 알아보니 그 의미가 꽤 좋은 책이었다. 다섯 명의 여성 작가가 모여 ‘좋은 느낌’에 대해 쓴 책인데, 그것이 생리대 브랜드인 ‘좋은 느낌’과 콜라보하게 된 것이라니… 그리고 심지어 한글날 프로젝트라니!

사실 이 내용은 여둘톡에서 김하나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알게된 것이다. 그냥 처음에는 삶을 지탱하는 어떤… 개인의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단순한 에세이 모음집인 줄 알았는데 그 의미를 알고 책 발간 의도를 알고나니 내용이 다르게 느껴졌다. 일단은… 생리대 브랜드인 좋은 느낌에서 여성 작가들과 함께 책을 발간한다는 그 아이디어는 어떤 직원 분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정말 박수 쳐드리고 싶다…

‘좋은 느낌’은 참 어려운 말인 것 같다. ‘좋은’도 명확히 모르겠고, ‘느낌’도 마찬가지다. 좋은 건 뭐가 좋은거고 느끼는 건 또 사람마다 얼마나 다른지. 그렇지만 모두가 이 ‘좋은 느낌’의 순간들을 가지고 있다.

김민철 작가님은 스스로 그 좋은 느낌을 구축하는 것에 대한 글을, 김하나 작가님은 작금의 복잡하고 불안한 세상 속에서 좋은 느낌을 찾기 위해 필요한 재정렬에 대한 글을, 하미나 작가님은 아예 새로운 곳에서 원래 부정적으로 느끼던 것이 좋은 느낌으로 바뀌어 다가오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홍인혜 작가님은 삶의 주체가 됨으로써 느끼는 좋은 느낌에 대한 글을, 황선우 작가님은 흘러가고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이해와 포용력 있는 사람으로 좋은 느낌을 나누고 싶다는 것에 대한 글을 써주셨다.

제일 심적으로 공감갔던 것은 황선우 작가님의 글이었고, 좀 학문적인 방향에서 깨달음을 얻으며 재미있게 본 것은 김하나 작가님의 글이었고, 읽으며 울컥 했던 것은 하미나 작가님의 글이었으며, 이건 좀 배워야겠는데? 했던 것은 김민철 작가님이었고, 대단하다 라고 느꼈던 것은 홍인혜 작가님의 글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그냥 다 좋았다는 거다…

우리는 어떤 순간마다 성장을 하고, 극복을 하고, 어떤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대체로 그것은 좋은 느낌이다. 좀 냉정할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에 이 ‘좋은 느낌’은 그냥 저절로 오진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막 엄청난 것을 성공해야 온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좋은 느낌’을 받으려면 어떻게 할 때 그럴 수 있는지 나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고, 그것들을 적절히 실행하고, 그 ‘좋은 느낌’을 느끼기 위해 나에게 집중할, 그런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사실 세상은 좀 글렀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지구는 뜨거워지고 사람들은 싸우고 편을 갈라 대화하지 않고 여성들은 점점 불안해지고 여기저기서 하루가 멀다하고 속보들이 쏟아지는 와중에… 사실 세상은 그리 좋은 느낌으로 가득 차있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난 ‘좋은 느낌’을 내가 어떨 때 느끼는지 안다. 난 일어나자마자 달릴 때, 2시간 동안 온전히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하며 요가할 때, 머리가 복잡해서 책을 읽을 때,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며 안정감을 느낄 때 ‘좋은 느낌’을 받는다.

나도 이것들을 깨닫기까지 여정이 참 길었다. 그리고 여전히 고민한다. 이 책을 쓰신 작가님들처럼. ‘좋은 느낌’이 무엇이며 그것이 평면적이지 않고 얼마나 입체적인지, 짧은 다섯개의 에세이들을 보면서 더 깊은 생각을 한다. 굉장히 재독하고 싶은 류의 글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생리대 회사의 콜라보 책이라기엔… 그냥 그게 아니어도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묘하게 마음에 드는 일화가 있는데, 여둘톡에서 들은 것이다. 이 책을 쓰신 다섯 분의 작가님이 함께 모여 술을 마시고 계실 때 딱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발표가 되었다고 한다. 사실 그때만큼 좋은 느낌의 순간이 어디있겠는가? 좋은 느낌에 대해 아주 좋은 글을 써준 다섯의 여성 작가가, 한국 최초의 노벨상을 다른 여성 작가가 수상하는 순간을 함께 만끽할 수 있는 행운이라니!

우리 인생에 앞으로 ‘좋은 느낌’이 더 많기를, 그리고 그것을 만끽할 수 있는 스스로를 만들어나가기를!





#좋은느낌 #성장 #극복 #위로 #에세이 #생리대 #여성작가 #순우리말 #한글날 #공감에세이 #한글날이벤트 #유한킴벌리 #김민철 #김하나 #하미나 #홍인혜 #황선우 #마음까지편안해서 #일상 #삶 #인생 #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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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 마음 농도
설재인 외 지음 / 든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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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처음으로 서평단 활동을 하는 것에 고민했다. 왜냐하면… 난 술이라면 ㅅ도 마시지 않는 알코올 알러지 보유자임과 동시에 술 -과 술을 마시는 모든 행위, 그와 관련된 대부분의 자리- 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기에… 내가 제목에서부터 ‘취중’ 이라고 박혀있는 책을 감히 읽고 작가님들께 공감할 수 있을까…? 서평을 써도 되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읽어보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 이유인 즉슨, 일단 ‘술’과 ‘술문화’도 인간 역사에서 오래 향유해온 것 중 하나이며… 주변에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을 보며 난 항상 신기해하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술이란 것이 무엇이길래 이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 근데 그게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시네. 작가님이 해주시는 술과 취중 이야기를 들으면 그걸 한 번 이해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이하진 작가님을 좋아한다… 트위터 팔로우도 되어있고, 같은 물리학도로써 (작가님은 내 존재도 모르시지만) 내적 동질감? 친밀감을 종종 느끼기도… 작가님의 <마지막 증명>이 그렇게 핫하다길래 올해 초에 읽고 나도 <마지막 증명> 찬양길에 들어섰다. 그렇게 작가님에 대해서 알게되었고, 나 같은 물리학과이시고, 20대이시고, 심지어 아직 학교를 다니시는 중이시고, 대학원에 갈 결심을 하셨고… 등등. 아무튼 참 좋아하는 작가님이시다.

책은 설재인 작가님과 이하진 작가님이 ‘술’에 대해 주고받는 편지로 구성된다. 정확하게는 술을 마시면서 쓰신 편지들이다. 난 술도 싫어하고 술자리도 싫어하고 주종 안 가리고 안 먹기 때문에 술에 종류가 이렇게 많은 것인지도 몰랐고, 이렇게 술을 많이 (?) 마시는 분들이 있는 줄도 몰랐다.

설재인 작가님은 거의 소주를 달고 사시는 것 같다…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를 즐기시는 듯한? 이하진 작가님은 좋은 술을 좋은 환경에서 마시고 그것을 향유하는 것을 즐기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술을 좋아하는 것에도 이렇게 결이 다르구나, 하는 것에서 일단 놀랐었다.

그리고 나서는, 두 작가님이 취중에 쓰신 진실된 이야기들이 와닿았다. 특히 이하진 작가님의 글들이 내게는 많이 깊게 다가왔다. 이하진 작가님을 좋아해서- 도 이유겠지만, 사실은 작가님의 여성 물리학도이자 학부생, 이라는 역할이 나랑 똑같았기 때문 아닐까. 작가님이 대학원에 가기로 결정하셨다는 내용을 읽을 땐 내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고… 대입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땐 나도 같이 그땐 그것에 그렇게 목숨 걸었었지, 하고 회상하기도 했고, 물리학 전공생이라 그런지… 어떤 시스템적인 구조에 집착하는 것도 그랬고, 물리와 수학의 차이점을 스토리의 유무로 묘사하신 점에는 특히 공감했다. 또한 이제 막 스무살이 되었는데 느껴지는 어떤 사회적 압박이나 미래에 대한 막막함… 그런 것도 비슷하게 서술되어 있어 많이 공감하며 읽게 되었다.

설재인 작가님의 글에서는, 30대가 해줄 수 있는 진심 어린 이야기들이 많이 느껴졌달까. 어릴 땐 20대면 어른인 줄 알았고 30대면 다 이룰 줄 알았는데 정작 20대가 된 지금은 대체 30대가 되면 뭘 하고 있을지 감도 안 잡힌다. 설재인 작가님의 살아온 이야기, 작가님이 해주시는 이야기들을 읽고 있자면 특별한 무엇을 이룬 성공한 사회인!이 아니어도 우리 삶은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님이 태국에 가서 복싱만 하며 지내신 한 달 동안의 스토리를 읽을 때에는,,, 나도 어디 발리나 태국에 가서 요가랑 달리기나 하고 책이나 읽으며 한달정도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했다. 그것을 직접 해보신 경험이 부럽기도 하고…

술을 좋아하는 두 작가님이 쓰신 글이지만, 술에 대해선 세상 제일 문외한인 내가 읽어도 재밌는 글이었다. 제주 가는 비행기에서 읽었는데 4시간 밖에 못 잤음에도 이거 읽느라 비행기에서 못 잤다. 이 책이 재밌는 것은, 술이 사람의 진심을 내보이게 만든다는 점에 기인하는 것 같다. 확실히 사람은 알코올을 섭취하면 좀 물렁해진다. 좀 더 깊은 마음의 것을 내보이게 되고 종종 그 마음에서 진심어린 공감대와 감정이 교류되는 것 같다. 그런 작가님들의 글이 그 특성으로 인해 더 진실된 것 같아 좋았고, 어떤 울림…을 줬던 것 같다.

술을 좋아하시면 그 좋아하시는 술을 마시면서 읽어보라고, 작가님이 조언하시는데 그러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작가님들의 진심 어린 편지들에 독자도 더 물렁한 마음으로 깊이 빠져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술 안 마시는 나 같은 사람이 읽어도 충분히 와닿는 좋은 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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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품격 (7주년 기념 플라워 에디션) - 당신의 말이 누군가에게 한 송이 꽃이 되기를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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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고쳐야지, 고쳐야지 하는 것 중 젤 고치기 힘들고 아직까지 고치고 있는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말' 아닌지. 나름 깊이 사귄 친구들에게서는 배려심 많고 유하다는 말을 듣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가는 말은 딱딱하기가 그지 없다. 나도 그걸 절실히 느낀지도 어언 몇년이 되었고... 바꾸려고 노력해서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부드럽게 말하기, 친절히 말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보인다.

이기주 작가님은 <언어의 온도>라는 책으로 익히 들어본 성함이었다. 베스트셀러는 피하는 이상한 병 때문에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유명한데는 이유가 있겠지, 싶었고 마침 작가님의 다른 책인 <말의 품격> 출간 7주년 기념 서평단을 모집한다길래 냉큼 읽어볼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제 진짜 스무살 성인이고! 세상에 나가서 해야할 말, 하고 싶은 말, 하게 될 말은 한참 남았다. 품격있게 말하고 싶고, 남을 상처주지 않게 말하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할 수 있게 말하고 싶다. 그 여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책을 폈다. 그리고 내가 만난 5개의 가장 인상깊은 내용이 있다.

대학에 와서 젤 먼저 체화한 말하기 습관이 '타인의 말 잘 듣기' 였다. 아웃풋이 좋으려면 인풋이 좋고 성실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에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되더라. 돌이켜보면 남의 말을 경청하고 그것에 집중할 때 배우는 것이 많았고 베풀 수 있는 것도 많았다. 그런데 성급하게 내 이야기만 늘어놓고 나서는 괜시리 뒤돌아서서 '뭐 잘 못 말한 거 없었나...?' 하고 고민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경청'은 무엇보다 중요한 말하기의 첫번째 단계인 것 같다.

그리고 또 가장 크게 공감한 것이 '둔감력'에 대한 내용이었다. "둔감력은 좌절감을 극복하는 마음의 근력 또는 힘을 의미하는 '회복 탄력성' 같은 단어와 어감이 묘하게 겹친다. 타인의 말에 낙담하지 않고 가벼운 질책에 좌절하지 않으며 자신이 고수하는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힘, 그렇게 삶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바로 둔감력이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소신있는 삶'은 내가 10살 이후로... 항상 추구하는 삶이다. 고모와 함께한 홍콩 여행에서 고모가 자기는 '소신있는 사람'이 좋다. 고 말하셨는데 그 이후로 난 나의 '소신'에 대해 생각하며 자랐고 지금은 나름의 그 '소신'에 맞게 말하고 행동하고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덕분에 살면서 행해야했던 중요한 선택들에 있어 나를 온전히 믿을 수 있었고 후회한 적이 없다. 이것이 둔감력 아닐까.

'표현'에 대한 글도 좋았다. "같은 말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온도와 무게가 달라진다는 이치를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실천하지는 못한다. 그만큼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내팽겨쳐두는 것도 곤란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건져 올린 감정과 셍각을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는 순간, 표현의 미숙함으로 진심을 전하지 못한다면 그보다 억울한 일도 없을테니까." 백 번 공감한다!! 나 같은 경우,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책을 아주 많이 읽고, 또 글도 쓰고 있다. 소중한 이에게 마음을 전하는 상황 뿐 아니라, 단 한 번 발언할 기회가 있는 곳에서, 혹은 중요한 사람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내가 쓰는 표현은 아주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듯이. 그리고 '물이 반이나 남았네'와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네'가 주는 느낌이 다르듯이. 표현은 큰 힘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무조건 '긍정적인 표현'을 쓰려고 노력한다. 내가 말하는 것이 내 삶을 조직한다. 난 긍정적인 에너지로 삶을 채우고 싶고, 그래서 긍정적인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어떤 표현들을 주로 쓰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내가 요즘 가장 집중하는 것은 '행동으로 보여주기'이다. 사실 할머니 할아버지를 자주 찾아뵙는 것도 그 일환인 것 같기도 하다. 내 사랑을 온몸으로 보여드리고 싶으니까... 언행일치는 중요하다. 그리고 말만 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언행불일치는 피해야한다. 입발린 말은 누구든지 할 수 있고 옳은 말도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하여금 보여주고 실천에 옮기는 이는 드물다. 난 말로 한 것을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도 충분히 그런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더 확실히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말할때도 백번 생각하고 말할 수 있도록. 내가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말을 확신있게 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은 벌려놓고 모조리 수습하는 식으로 언행일치를 만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와닿았던 것은 '지는 법을 아는 것' 이었다. "가끔 멋지게 져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접어든 길은 죽는 길이 아니다. 종국에는 그것이 가장 현명하게 사는 길이다." 대한민국 입시교육의 폐해일까? 아직도 난 2등보단 1등이 좋고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게 좋고 여건이 안되어 못하는 것 보다는 여건을 만들어서라도 해내고 느끼는 성취감이 좋다. 그리고 1년 전엔 더 그랬다. 그때는 잠도 안자고 건강은 안중에도 없어서 무조건 잘 해내는 것에만 집착했다. 그러다보니 삶이 급속히 피폐해졌다. 지금은 그래도 운동, 취미, 공부, 계발의 균형을 겨우 맞추고 규칙적으로 삶을 운용하는 중이다. 그치만 여전히 잘 하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다. 그런데 아직도 '잘 지는 것'의 조건을 모르겠다. 뭐든 못 해내면 곧 죽을 것 같이 군다 아직도... 지난 학기에도 성적이 못 나올 것 같아서 찔찔 울고불고 스트레스로 아파 죽는 와중에도 이 악 물고 공부하다가 난생 처음 몸무게 40대를 보기도 했다... '잘 지는 것', '지는 법을 아는 것'은 뭘까. 여전히 어렵다.

'말'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 싶어 받아본 책이었는데 어쩐지 삶의 태도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어가는 것 같다. 그만큼 '말'이 나의 삶과 깊이 연관되어있다는 것이겠지. 앞으로 더 신경써서 입을 열고 말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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