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고쳐야지, 고쳐야지 하는 것 중 젤 고치기 힘들고 아직까지 고치고 있는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말' 아닌지. 나름 깊이 사귄 친구들에게서는 배려심 많고 유하다는 말을 듣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가는 말은 딱딱하기가 그지 없다. 나도 그걸 절실히 느낀지도 어언 몇년이 되었고... 바꾸려고 노력해서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부드럽게 말하기, 친절히 말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보인다.
이기주 작가님은 <언어의 온도>라는 책으로 익히 들어본 성함이었다. 베스트셀러는 피하는 이상한 병 때문에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유명한데는 이유가 있겠지, 싶었고 마침 작가님의 다른 책인 <말의 품격> 출간 7주년 기념 서평단을 모집한다길래 냉큼 읽어볼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제 진짜 스무살 성인이고! 세상에 나가서 해야할 말, 하고 싶은 말, 하게 될 말은 한참 남았다. 품격있게 말하고 싶고, 남을 상처주지 않게 말하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할 수 있게 말하고 싶다. 그 여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책을 폈다. 그리고 내가 만난 5개의 가장 인상깊은 내용이 있다.
대학에 와서 젤 먼저 체화한 말하기 습관이 '타인의 말 잘 듣기' 였다. 아웃풋이 좋으려면 인풋이 좋고 성실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에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되더라. 돌이켜보면 남의 말을 경청하고 그것에 집중할 때 배우는 것이 많았고 베풀 수 있는 것도 많았다. 그런데 성급하게 내 이야기만 늘어놓고 나서는 괜시리 뒤돌아서서 '뭐 잘 못 말한 거 없었나...?' 하고 고민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경청'은 무엇보다 중요한 말하기의 첫번째 단계인 것 같다.
그리고 또 가장 크게 공감한 것이 '둔감력'에 대한 내용이었다. "둔감력은 좌절감을 극복하는 마음의 근력 또는 힘을 의미하는 '회복 탄력성' 같은 단어와 어감이 묘하게 겹친다. 타인의 말에 낙담하지 않고 가벼운 질책에 좌절하지 않으며 자신이 고수하는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힘, 그렇게 삶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바로 둔감력이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소신있는 삶'은 내가 10살 이후로... 항상 추구하는 삶이다. 고모와 함께한 홍콩 여행에서 고모가 자기는 '소신있는 사람'이 좋다. 고 말하셨는데 그 이후로 난 나의 '소신'에 대해 생각하며 자랐고 지금은 나름의 그 '소신'에 맞게 말하고 행동하고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덕분에 살면서 행해야했던 중요한 선택들에 있어 나를 온전히 믿을 수 있었고 후회한 적이 없다. 이것이 둔감력 아닐까.
'표현'에 대한 글도 좋았다. "같은 말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온도와 무게가 달라진다는 이치를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실천하지는 못한다. 그만큼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내팽겨쳐두는 것도 곤란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건져 올린 감정과 셍각을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는 순간, 표현의 미숙함으로 진심을 전하지 못한다면 그보다 억울한 일도 없을테니까." 백 번 공감한다!! 나 같은 경우,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책을 아주 많이 읽고, 또 글도 쓰고 있다. 소중한 이에게 마음을 전하는 상황 뿐 아니라, 단 한 번 발언할 기회가 있는 곳에서, 혹은 중요한 사람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내가 쓰는 표현은 아주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듯이. 그리고 '물이 반이나 남았네'와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네'가 주는 느낌이 다르듯이. 표현은 큰 힘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무조건 '긍정적인 표현'을 쓰려고 노력한다. 내가 말하는 것이 내 삶을 조직한다. 난 긍정적인 에너지로 삶을 채우고 싶고, 그래서 긍정적인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어떤 표현들을 주로 쓰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내가 요즘 가장 집중하는 것은 '행동으로 보여주기'이다. 사실 할머니 할아버지를 자주 찾아뵙는 것도 그 일환인 것 같기도 하다. 내 사랑을 온몸으로 보여드리고 싶으니까... 언행일치는 중요하다. 그리고 말만 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언행불일치는 피해야한다. 입발린 말은 누구든지 할 수 있고 옳은 말도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하여금 보여주고 실천에 옮기는 이는 드물다. 난 말로 한 것을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도 충분히 그런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더 확실히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말할때도 백번 생각하고 말할 수 있도록. 내가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말을 확신있게 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은 벌려놓고 모조리 수습하는 식으로 언행일치를 만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와닿았던 것은 '지는 법을 아는 것' 이었다. "가끔 멋지게 져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접어든 길은 죽는 길이 아니다. 종국에는 그것이 가장 현명하게 사는 길이다." 대한민국 입시교육의 폐해일까? 아직도 난 2등보단 1등이 좋고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게 좋고 여건이 안되어 못하는 것 보다는 여건을 만들어서라도 해내고 느끼는 성취감이 좋다. 그리고 1년 전엔 더 그랬다. 그때는 잠도 안자고 건강은 안중에도 없어서 무조건 잘 해내는 것에만 집착했다. 그러다보니 삶이 급속히 피폐해졌다. 지금은 그래도 운동, 취미, 공부, 계발의 균형을 겨우 맞추고 규칙적으로 삶을 운용하는 중이다. 그치만 여전히 잘 하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다. 그런데 아직도 '잘 지는 것'의 조건을 모르겠다. 뭐든 못 해내면 곧 죽을 것 같이 군다 아직도... 지난 학기에도 성적이 못 나올 것 같아서 찔찔 울고불고 스트레스로 아파 죽는 와중에도 이 악 물고 공부하다가 난생 처음 몸무게 40대를 보기도 했다... '잘 지는 것', '지는 법을 아는 것'은 뭘까. 여전히 어렵다.
'말'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 싶어 받아본 책이었는데 어쩐지 삶의 태도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어가는 것 같다. 그만큼 '말'이 나의 삶과 깊이 연관되어있다는 것이겠지. 앞으로 더 신경써서 입을 열고 말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