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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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 묘역의 주인공인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삶은 ‘스스로를 추방해온 삶’이었기 때문이다. 낮은 곳, 변방으로 자신의 삶을 추방하는 삶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이게도 ‘대통령’이라는 중심에 서게 되는 그야말로 변방의 창조성을 극적으로 보여준 삶이다.

이 궁벽하고 작은 묘역에 매년 100만의 순례자가 찾아오고 있다. 죽음의 자리가 생환의 현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난 곳에서 다시 통절한 각성과 당찬 시작이 이어지고 있음에 있어서랴

P26 우리는 왜 문명이 변방으로 이동하는 지, 변방이 왜 항상 다음 문명의 중심지가 되는지에 대하여 고민해야 한다. 중심부가 쇠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변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변방이 새로운 중심이 되는 것은 그곳이 변화의 공간이고, 창조의 공간이고, 생명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광활함과 구원함을 생각한다면 인간의 위상 자체는 언제 어디서든 변방의 작은 존재일 수 밖에 없다. 변방의식은 우리가 갇혀있는 틀을 깨뜨리는 탈문맥이며, 새로운 영토를 찾아가는 탈주 (脫走) 그 자체이다. 스스로를 조감하고 성찰하는 동안에만 스스로 새로워지고 있는 동안에만 생명을 잃지 않는다. 변화와 소통이 곧 생명의 모습이다.

변방이 창조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심부에 대한 열등의식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P28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우리가 어떤 콤플렉스(열등감)을 가지고 있는가를 깨닫는 일이다.

P30 모든 글들은 독자들의 것이다. 빈약한 글들은 이제 독자들의 풍부한 상상력의 날개를 달고 비상을 시작하리라고 기대한다. 작은 돌멩이 하나가 완고한 벽을 깨뜨리지 못한다. 그러나 깜깜한 어둠 속을 달려가 벽에 부딪치는 ‘작은 소리’를 보내옴으로써 보이지 않는 벽의 존재를 알리기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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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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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 여행이란 자기가 살고 있는 성城을 벗어나는 해방감이 생명이다. 부딪치는 모든 것들로부터 배우려는 자세가 없다면 여행은 자기 생각을 재확인하는 것이 된다.

P13 무소유와 지혜는 팔리지 않으면서도 살아남는다는 사실이다.
용과 고래의 한판 승부라는 타종의 엄청난 굉음을 좇아가 이윽고 도달한 곳은 묵언이었다.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소리의 뼈는 침묵이었다.

P14 지혜는 자기와의 불화 不和이고 시대와의 불화이다. 지혜가 고요와 깨달음의 초월 공간이라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지혜에 대한 오해이다. 마찬가지로 무소유 역시 사회와의 불화이다. 타인의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격리시켜주는 소유라는 이름의 요새, 그 완고한 요새를 향한 싸움이다.

소유란 사람과 물건이 맺는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관계이다. 물건을 다른 사람의 접근으로부터 차단하는 격리와 고립이 소유이다.

P16 나는 아픔이 없는 기쁨과 기쁨이 없는 아픔은 진실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거나 어떤 우연한 여행지라 하더라도 항상 그것이 담고 있는 빛과 그림자, 애 哀와 환 歡을 편견 編見하는 시각을 늘 불편해한다. 그것이 아마 내가 동상 앞에 오래 머물지 않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P17 추억이란 세월과 함께 멀어져가는 강물이 아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숱한 사연을 계기로 다시 되살아나는 것이다.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사소한 일들도 결코 우연한 조우가 아니라 인연의 끈을 따라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필연 (必然) 임을 깨닫는다.

P20 노자는 도덕경에서 가장 좋은 정치란 임금이 있기는 있되 그가 누군지 백성들이 모르는 경우라 했다. ‘태상 부지유지 太上 不知有之". 차선의 정치는 임금이 백성을 친애하고 백성이 임금을 예찬하는 경우(친이예지 親而譽之), 그 다음에 두려운 정치, 포악한 정치이며, 최악의 정치는 백성들로부터 모멸을 받는 정치이다. 불신과 조롱을 받는 정치는 최하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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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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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피라미드의 해체
P389 절대권력은 고금을 막론하고 그 역량과 인성이 못 미치는 무리와 결합하는 것이 역사의 진리입니다.

P390 사림과 훈구세력이 싸워서 사림이 화를 당하는 걸 사화라고 합니다.

25 화합의 언어 석과불식 碩果不食

P420 첫번째는 엽락 葉落입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잎사귀를 떨어뜨려야 합니다. 잎사귀는 한미디로 ‘환상과 거품’입니다. 엽락이란 환상과 거품을 청산하는 것입니다. 논어의 불혹과 같은 뜻입니다. 가망없는 환상을 더 이상 갖지 않는 것이 불혹입니다. 어려움에 직면할 수록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환상과 거품을 청산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P421 다음이 체로입니다. 體露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바로 구조와 뼈대를 직시하는 일입니다. 환상과 거품으로 가려져 있던 우리의 삶과 우리 사회의 근본 구조를 직시하는 일입니다. 뼈대는 크게 세가지입니다. 첫째 정치적 자주성입니다. 둘째 경제적 자립성입니다. 셋째 문화적 자부심입니다.

마지막으로 분본입니다. 糞本 분본 (나무의 뿌리를 거름하는 일). 분은 거름입니다. 분본이란 뿌리를 거름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뿌리가 곧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P422 해고와 구조조정 그리고 비정규직이 바로 사람으로 사람을 거름하는 것입니다.
절망과 역경을 ‘사람’을 키워내는 것으로 극복하는 것, 이것이 석과불식의 교훈입니다.

P426 ‘자기의 이유’, 이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자기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한 아무리 멀고 힘든 여정이라 하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않습니다. ‘自己의 理由’ 를 줄이면 自由가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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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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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69 논어에 번지가 ‘지 知"에 관해서 질문합니다. 공자의 대답은 놀랍게도 ‘지인 知人"입니다. "사람을 아는 것"이 지知라는 답변입니다.

최고의 인문학입니다. 공자의 정의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 중에 대부분의 지식은 지 知가 아닙니다. 정보는 일단 지가 못됩니다.

더구나 지배권력이 막강할 수록 ‘지인’은 없습니다. 모든 권력이 가장 먼저 착수하는 것이 우민화입니다. 반역 가능성을 원칙적으로 잠재우는 것이 우민화입니다.

P369 후기 근대사회는 과학기술의 발전,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축으로 하여 모든 인간을 욕망 주체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더 많은 소비와 더 많은 소유를 갈구하는 갈증의 주체로 전락되어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은 가치가 없습니다. 공자의 표현에 의하면 무지한 사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지를 해결했다기보다는 무지를 양산했다고 해야 합니다. 현대판 우민화,황민화가 아닐수 없습니다.

P370 핀란드는 국제투명성기구가 선정한 반부패 지수 연속 1위 국가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특징적인 것은 ‘핀란드 교육’입니다. 모든 학생들의 성적은 ‘잘 했어요’, ‘아주 잘했어요’, ‘아주 아주 잘했어요’ 이 세가지 밖에 없습니다. 교육이란 사회가 책임져야 할 공공재입니다.

경쟁은 옆 사람과의 경쟁이 아니라 ‘어제의 나 자신’과의 경쟁입니다. ‘이러한 교육과 사회 환경이 반부패지수 1위 국가로 만듭니다.

P376 엠마누엘 토드에 의하면 미국은 어떠한 국제분쟁이나 전쟁도 문제의 최종적 해결에 이르게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쟁과 준전쟁상태를 지속시킴으로써 개입의 가능성을 계속해서 열어둡니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의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최종적 해결은 미국의 계획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은 2등급 국가들과 벌인다는 원칙입니다.

P377 ‘제국의 몰락’에서 엠마누엘 토드는 군사력에 기초한 미국의 단일 패권이 이미 기울기 시작했고 15년을 지탱하기 어렵다고 예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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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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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56 명품을 손에 넣었을 때 그 순간 열반에 든다고 합니다. 자신의 인간적 정체성은 소비보다는 생산을 통하여 형성됩니다. 의상으로 인간적 정체성을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P357 그 사람을 알고 난 후의 의상은 무력하기 짝이 없습니다.

P358 자기때문에 고통당하는 사람의 아픔이 자기의 아픔이 되어 건너오는 경우, 그것은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기쁨과 아픔의 근원은 관계입니다.
범중엄의 ‘악양루기’에 ‘불이물희 不而物喜 불이기비不而己悲’라는 명구가 있습니다. ‘물 物로써 기뻐하지 않으며 자기 己 때문에 슬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함으로 뜻을 못 이루고 낙향했지만,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바깥의 일로 기뻐하지 말며, 스스로의 일로 슬퍼하지 말라. 길이 내리막이거나 순풍이 분다고 즐거워하지 말고, 반대로 길을 못찾고 헤매는 스스로에 대해서도 자책하지 않기,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기의 길을 걷고 있는가를 묻는 글이다.

P359 우리가 잘 아는 경제원칙은 "최소의 희생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입니다. "최대의 희생으로 최소의 효과를 얻는 것"이 훨씬 인간적입니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구호도 비인간의 극치입니다. 단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최대의 소비는 전쟁입니다. 생산과 점유와 소비는 하나였습니다.

P360 상품의 최고 형태가 화폐라고 했습니다. 화폐의 최고형태가 바로 ‘자본’입니다. 춘추전국시대를 법가가 통일했다고 한다면 근대사회는 자본가가 통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P364 자본축적은 노동을 소외시킨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질 수록 노동이 소외된다는 사실은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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