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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트니크가 만든 아이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40
장경선 지음 / 다른 / 2023년 10월
평점 :
단순히 역사소설이란 것에 이른 기말고사가 끝나면 읽어보게 해야겠단 생각에 무심코 집어든 이야기.
하지만 무심코 집어들기엔 무거운 주제였다.
체트니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읽다보니 어렴풋이 짐작되는 나타샤의 출생의 비밀
'전쟁의 땅'에서
여성과 아이들이 겪은 차가운 진실
얼어 죽지 않고 생명을 품는 튤립처럼,
끝내 피어난 엄마와 딸 이야기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해놓고 바삐 지나가다 시간이 훌쩍 지났다. 책을 다 읽고 서평 써야겠단 생각했지만 또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왜이리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는지..
하지만 나타샤의 엄마인 금발의 '애나'에겐 시간이 더디게 흐르진 않았을까?
친한 친구 사라의 연애 편지를 대신 써주는 나탸샤, 보통 집에서 연애편지를 쓰지만 오늘은 자신의 생일이기에 엄마와 사라예보 최고의 체바피 전문 식당에서 생일 파티를 하려고 해서 교실에서 사라의 연애편지를 대신 쓰고 있다.
상대는 모스타르에서 전학 온 알리오사.
전학 온 첫날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사람찾는 광고를 한 알리오사.
그가 찾는 사람은 금발의 애나. 그런데 애나는 마흔 살에 작은 키, 고향이 모스타르라는 것까지 엄마와 너무 비슷했지만 나탸샤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라예보에 애나라는 사람은 바닷가 모래알만큼이나 많기 때문이었다.
엄마와 생일 파티를 하던 중 모스타르에 살고 있는 아빠네 가족은 없냐는 말에 엄마와 트러블이 생기고 그러다 식당 밖으로 나와 식당 앞 화단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금발 아저씨와 그를 노려보는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를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금발 아저씨 앞에 아기 고양이 한마리를 발견하고 다가가 금발 아저씨와 이야기 하는 도중 자신을 찾아온 엄마가 그 모습을 보고 굳어버리게 된다. 그리곤 순식간에 사라진 엄마.
집에는 돌아오지 않은 엄마, 그리고 울리는 전화,
엄마가 몸시 흥분한 상태라 진정되면 데려갈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상황을 설명하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
"그놈 때문에 모스타르도 못 가는 거 알지? 그놈이 내 인생을 망쳤다고, 그놈이 왜 거기 있는 거야?"
-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면 이해하지 못했을 이야기일수도 있는데..저부분을 읽고 어느 정도 짐작이 가긴했다.
생각을 하느라 아무 생각없이 '사라예보의 장미'를 밟을 뻔한 나타샤, 예전에 나는 바닥에 그려진 '사라예보 장미'를 밝아도 아무렇지 않았지만 의밀르 알고부터는 밟지 않으려 신경을 썼다. 전쟁이 끝나자 사라예보 곳곳에 '사라예보의 장미'가 피어났다. 겨울에도 지지 않는 사라예보의 장미. 전쟁 때 총알이 날아들고 포탄이 떨어져 여러 사람이 다치거나 죽은 곳에다 붉은 페인트로 표시를 해둔 모양이 장미꽃 같다고 '사라예보의 장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 보스니아에 전쟁이 일어난 건 가슴이 아프지만 이렇게 추모하는건 별로라는 나탸샤. 다시는 전쟁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로 총알 자국 선명한 학교 건물을 그대로 둔 것, 그럴싸하게 이름 붙인 '사라예보의 장미'등...
-아마 나타샤뿐만이 아니라 현 시대를 살고있는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 세대들도 다 똑같지 않을까? 흉물스럽게 저건 왜 그냥 저대로 두는거지? 나랑 상관없는데 내가 왜 기억해야해? 이런 생각으로 점점 과거에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과 그 시간을 지우려한다.
아빠가 보고 싶고 아빠가 어떤 분인지 알고 싶은 나타냐사는 엄마가 알려 주지 않는 아빠의 흔적을 찾으러 모스타르로 떠나기로 한다. 모스타르에서 전학 온 알리오사를 통해 모스타르에 살고 계신 알리오사의 할머니집에 놀러간다는 핑계를 대고.. 엄마에겐 편지를 남기고 모스타르로 향하는 나탸샤.
그리고 모스타르에서 자신을 애나라고 부르는 밀라아줌마..모스타르에 머무는 동안 나탸샤는 자신은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엄마와 단둘이 살며 단순히 아빠가 보고싶었고 아빠가 궁금했던 나탸샤가 알게 된 진실은?
어린 나이에 알기엔..아니 어른이 되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을것이다.
보스니아 내전이나 사라예보의 장미는 들어는 본거같은데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어서인지 기억엔 전혀 없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생각나는건 단 하나 !!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이었다. 그들도 그때의 기억을 잊고 싶었을테고 살기도 힘들었을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상처를 끄집어내면서까지 진실을 밝히려한 그들에게 사람들의 시선은 어땠는가?
금발의 애나는 왜 금발의 애나인걸 숨겨야했을까?
가해자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피해자는 왜 두려움에 당당히 앞에 나서질 못하고 숨어살아야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잊고 있는 것들..
사람들의 잊혀진 기억속에서 너무나도 끔찍한 고통을 느꼈던 기억을 끄집어냈던 피해자들이 약해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아무생각없이 자라던 나탸샤가 알게 된 진실로 인해 학교 건물에 박힌 총알 자욱이 허투루 보이지 않으며 '이 건물도 이렇게 살아남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혼자만 알고 고통스러워 하던 나탸샤의 엄마가 진실을 알아버린 나탸샤와 함께 힘든 고통의 시간속에서 빠져나오길 바라며 청소년뿐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읽어봤으면 하는 이야기이다.
책을 읽기전 나처럼 아무지식없이 읽기보다는 약간의 배경지식이라도 가지고 읽길 바라며 책 뒤편에 있는 작가의 말을 옮겨본다.
작가의 말 중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1992년 4월 5일부터 1996년 2월 29일, 1425일 동안 내전을 겪은 나라이다.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을 원하지 않았던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 무장 세력 체트니크가 전쟁을 시작했다. 6.25 전쟁이 남과 북의 이념 갈등에서 비롯된 것처럼, 종교 대립이 보스니아 내전의 한 원인이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모스타르에서는 카톨릭 신자였던 크로아티아인들이 이슬람교도들을 죽였다.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인들은 보스니아계 이슬람교도를 절멸시키려 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