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의 부 - 고대 점토 석판에서 발결된 세기의 책들 20선, 천년의 지혜 시리즈 경제경영 편 1
조지 사무엘 클레이슨 지음, 서진 엮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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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이 큰 불행을 당하거나 다친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고 합리적인 한도 내에서 그들을 도와야 합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하는 사려 깊은 행동은 값집니다. 

텅 빈 지갑을 가득 차게 만드는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치유책은 자기 자신의 힘을 기르고 늘 공부하고 더욱 현명해지고 더 능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며 남들이 자신을 존중할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했을 때 부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저절로 생겨날 것입니다. (p.97) 

 

 

글씨를 스스로 읽게 된 무렵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책을 읽지만, 그 모든 시간이 의미 있는 '읽기'였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읽는 것 자체에 중독되어 그저 글씨를 읽은 날도 있었으리라. 그런데 때때로, 책을 읽고 살길 참 잘했다 싶어질 때가 있다. 아마 책 속에 담긴 놀라운 지혜를 불현듯 깨달을 때가 바로 그런 때가 아닐까 싶다. 그 대부분은 '고전'에서 그런 순간을 만나곤 한다. 불과 10살만 많아도 꼰대소리를 듣는 요즘이지만, 수백 년, 수천 년 전 지식인들에게서 얻는 지혜는, 실로 대단한 것임을 실감하곤 한다. 최근 만난 「천년의 지혜」 시리즈 역시, 나에게 그런 놀라움을 준 책이다. 『5000년의 부』, 『불멸의 지혜』, 『부의 기본기』, 『결코, 배부르게 먹지 말 것』까지 총 4권으로 구성된 「천년의 지혜」 시리즈 경제 경영 편을 한 권씩 소개해보고자 한다. 

 

1권 『5000년의 부』는 바빌론의 유적에서 출토된 다섯 개의 점토판으로 이야기를 연다. 황금의 도시 바빌론에서 이 편지가 고고학자들의 관심을 끈 덕분에 수천 년의 세월을 지나 우리에게도 황금 같은 지혜가 전달될 수 있었다. 혹 책의 제목이나 시리즈의 묵직함 때문에 「천년의 지혜」 시리즈가 부담스럽다고 느껴졌다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으니 부담은 내려놓고 일단 『5000년의 부』부터 펼쳐보시길. 탈무드를 읽듯,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한장 한장 넘기다 보면 금세 그들의 지혜를 만나게 된다. 번역도 매끄럽고 편집의 완성도도 매우 높아서 이야기의 흐름이 끊이지 않고 편안한 감상이 가능하다. 또 사료도 꽤 풍부하므로 『5000년의 부』를 읽는 내내 흥미진진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5000년의 부』를 읽으며, 1926년 최초 출간된 후 전 세계 38개의 언어, 846번의 증보판이 출간되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전혀 어려움이 없이 술술 읽히는 이야기 사이에서 진짜 '부'가 무엇인지 진정한 '부자'는 무엇인지를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물론 변해가는 세상 속, 책에 대한 신뢰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5000년 전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지혜로운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이 오늘의 그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이 책에 담긴 지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금이 가득 든 가방'과 '지혜의 말씀이 새겨진 점토판' 중 당연하게도 점토판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아마 『5000년의 부』를 만나게 되는 사람은 누구라도 아르가드의 아들 노마시르처럼 지혜가 있으면 다른 모든 것이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들의 점토판은 5000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우리는 5000년 뒤의 세상에서 지혜 없이 벌어들인 돈이 쉽게 사라지며 때로는 주인의 생명까지 위협한다는 것을 이미 뉴스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2024년의 계획에 '부'에 관련한 것을 하나라도 넣었다면, 반드시 『5000년의 부』를 읽어보길 추천해 드린다. 가장 오래되었지만 가장 진실하고, 가장 쉬운 경제적 자립은 '지혜' 속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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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성교육을 시작합니다 - 자녀가 건강하고 행복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포괄적 성교육’
류다영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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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지금, 이 나이로 계속 살아가지 않는다. 미취학 아동이 초등생이 될 것이고, 초등생이 어느 순간 고등학생이 될 것이다. 아이는 매일 성장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거이기에 언제 어느 순간 어떤 고민과 궁금증을 가지고 다가올지 모른다. 아이가 흥미 있어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아이가 만나는 사람에 관해 관심 가지기를 바란다. 아이의 건강한 가치관 형성을 위해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를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난물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그래야 아이가 자신의 기준으로 '다 안다.'고 벽을 만들지 않고 사소한 고민도 물어올 것이다. (p.104)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성교육을 시작합니다』는 성교육 전문강사로 활동하는 한국청소년연구소 류다영 대표의 책이다. 먼저 책을 소개하기 전에,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성교육을 시작합니다』는 '성'에 대한 지식을 준다기보다는 '성교육'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부모가 아이의 성교육을 어떤 마음과 자세로 임하면 좋을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 굳이 이 말을 서두에 하느냐고?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모든 성 지식에 앞서 방향을 바르게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부모가 성에 대해 바른 가치관과 방향성을 가지지 못한다면, 정자가 헤엄쳐가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영상과 다를 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성교육을 시작합니다』를 만나는 부모님들! 이 책을 읽으시며 성에 대해, 변해가는 사회의 성 역할에 대해, 달라진 가족구조에서 요해지는 것들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하는 초석을 다져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다. 물론, 나도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재독할 예정이고. 또 가능하다면 부모, 조부모까지 많은 분이 이 책을 만나보시기를 권한다.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성교육을 시작합니다』는 성교육의 시작, 사춘기, 청소년들이 속한 사회, 아이의 연애, 우리 아이도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성폭력, 포괄적 성교육, 성교육에 있어 어른들이 가져야 할 방향 등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위에서 부모나 조부모님들도 이 책을 만나보길 바란다고 기록한 까닭이 이것이다. 어른들의 성 지식수준은 어쩌면 여전히 난자와 정자가 만나고, 몸이 어떻게 다르고 등의 수준에 머물러있지 않나.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아이들의 의식도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데, 우리 어른들은 여전히 아이의 엉덩이를 두드리는 것도, 남의 집 아이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어른'이라서 괜찮은 세상이다. 절대 괜찮지 않은 일도 말이다. 이 책에서는 어른들에 의해 모호한 경계로 아슬아슬하게 버텨온 것들을 차분히 깨부순다. 내가 정확히 꼬집을 수 없지만 불편하다고 느꼈던 것들도, 혹은 나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들도 찬찬히 짚고, 오목조목 설명해준다. 인성 등에 대해 배워가는 것이 어색한 일이 아는 것처럼, 성에 대해 올바르게 배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을 부모와 조부모 등 아이의 생활환경 반경에 있는 이들이 모두 읽었으면 좋겠다는 또 다른 이유는, 성교육은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생활하는 그 모든 상황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목욕할 때에도, 놀이터에서도, 아이가 친구와 관계를 맺어가는 것도,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에도, 아이가 스스로를 올바르게 지키기 위해서는 바른 '성 개념'이 필요하다. 어른들의 통념에 갇혀 아이들의 '성교육'을 매우 좁은 범위로 설정해두는 것은 위험하다. 나 역시 내가 인지하고 있던 것보다 더 넓은 개념이 포함되어 놀라기도 했지만, 지금에라도 이런 범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종종 사람들은 세상이 달라져 이젠 '올챙이'를 '막는 법'까지 교육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성관계와 피임에 앞서 와야 할 것은 “관계와 사이”라고 말이다. 나는 이 개념이야말로 어른들이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만 우리 아이들이 주체성을 가지고 자신을 보호하고, 스스로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지 않을까.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성교육을 시작합니다.』는 '성'에 대한 범위 자체를 고민하게 했다. 이제 나에게 '성교육'이란 우리아이가 사람으로서 자신의 영역을 설정하고, 주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더 아끼고 사랑하게 하는 교육'이 되었다. 지금 엄마·아빠가 된 세대들 대부분이 올바른 성 개념을 교육받지 못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래선 안 되지 않나. 그래서 아이의 유무를 떠나, 아이 나이와 성결을 떠나 부디 '아이 주변에 사는 모든 어른'이 이 책을 만나보시면 좋겠다. 부디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성교육을 시작합니다』를 통해 아이가 올바른 자립과 독립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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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진심 - 언어의 마음을 알려주는 40가지 심리학
최정우 지음 / 밀리언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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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무를 오르는 능력으로 물고기를 판단한다면

당신은 물고기가 능력이 없다고 여기며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배경에 가려진 그 사람의 진짜 능력과 재능을 알아보아야 한다. 암묵적 편견에 사로잡히면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주지 못할 수 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외적인 조건만으로 평가한다면 상대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성공은 현재의 능력보다 이러한 잠재력에서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p.128) 

 

 

예전에도 그랬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또한, 나 역시,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우리 아이도 예쁜 말을 하는 사람으로 자라주면 좋겠다. 살아보니, 결국 예쁘게 말하고 예쁘게 생각하는 사람의 삶은 예쁜 방향으로 나아가더라. 어른들이 그토록 말하던 “말의 힘”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가는 요즘이다. 심리상담가인 최정우 작가의 『말의 진심』에서도 말이 지닌 엄청난 힘을 깨달을 수 있다. 혹시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았다면, 반대로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다면- 『말의 진심』을 읽으며 말이 가진 엄청난 힘을 깨달아보기를 권해본다. 

 

『말의 진심』은 무심코 한 말들에 숨어있는 심리, 대화에 숨겨진 속뜻, 상대방의 마음을 자극하는 말, 진심을 더 하는 말, 단호한 마음을 전하는 말 등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듣고 말하는 여러 말들을 찬찬히 풀어나간다. 심리상담가이자 강사답게 이야기의 구성력이 좋았을 뿐 아니라,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도 무척 좋아, 눈 깜짝할 사이에 한 권을 뚝딱 읽게 되었다. 아무래도 책 한 권에 40가지 심리학을 담다 보니 한 이야기의 분량이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오히려 그래서 비전문가가 읽기에는 지겨움이 없었던 듯하다. 

 

『말의 진심』은 심리학에 대한 사전정보나 지식이 없이도 읽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장으로 심리학을 쉽게 풀어내기도 했고, 두 세 페이지 가량의 분량도 부담 없이 읽도록 도왔다. 더욱이 주제를 무척이나 명확히 제시하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연결해 읽지 않더라도 충분히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수 있을 만큼 쉬이 읽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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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이사 중!
곽수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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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또, 이사 철입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이사 다닐 걱정은 하지 않지만, 해마다 이쯤이면 몇몇 지인들의 이사 고민에 제 마음이 같이 걱정과 설렘, 분주함으로 동요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유독 '집'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고는 하나, '소유'문제가 아닌 '쉼'과 '안정'의 문제이기에 우리는 집을 고르고 가꾸는 것에 게을러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런 고민이 사람만의 문제는 아닌가 봅니다. 아니 어쩌면 약육강식의 법칙이 더욱 강한 동물들에게 '주거지'는 더 큰 고민일까요? 

 

아무래도 곽수진 작가님의 그림책, 『고양이는 이사 중!』을 보면 그 해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고양이는 이사 중!』을 만나는 엄마들은 아마 피식, 웃음이 새 나올 것 같습니다. 전봇대에 붙은 방 전단을 뜯는 고양이라니요. 사랑스러운 표지를 열고 이야기로 들어가면 더욱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들이 이어집니다. 다양한 고양이들이 그려진 속표지부터, 집을 구하기 위해 고민하는 고양이, 고양이가 만나는 수많은 집. 어느 한 페이지도 빼놓지 않고 모조리 익살이 가득한 일러스트가 가득합니다. 

 

 

집을 구하러 다니는 고양이를 아이와 분석(?)해보는 재미도 꽤 쏠쏠합니다. 텍스트를 읽기 전 일러스트만으로 엄청 다양한 대화를 이어갔는데, 이런 집은 왜 고양이가 살 수 없을지- 과연 어떤 집이 고양이에게 적합한지, 마지막 장의 “앗!”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일이 이어질지 묻는 저에게 빙긋 웃으며, 다시 그림책의 첫 번째 장을 펼쳐주는 아이를 보며 '아니 이런 생각을!' 하는 마음에 도치맘은 아이와 부지런히 책을 읽어온 시간들이 뿌듯하게 느껴졌습니다,) 

 

일러스트를 충분히 즐긴 뒤 이야기를 만나보며, 우리가 상상했던 이야기 같아서 『고양이는 이사 중!』가 한층 더 친숙하고 재미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짠한 마음도요. 가로등 아래 고개 숙인 고양이가 “저는 도대체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요?” 묻는 장면에서 '내 집 마련'이 얼마나 무거운 일임을 새삼 깨닫기도 했답니다. 그것을 알 리 없는 우리 꼬마도 눈물이 뚝뚝 흐르는 고양이를 보며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집에 데리고 오고 싶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공감'이라는 감정은 어릴 때부터 우리에게 존재하기에 더 좋은 방향으로 키워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고양이는 이사 중!』을 다 읽은 후 아이와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아이는 '가장 좋은 집'은 가족들이 함께 사는 집이라는 말과 함께, 우리 집에 살 수 있어 무척 기쁘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 순간, 집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마 다른 아이들도 이 책을 만나게 되면 집이 주는 큰 위안을 깨닫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고양이의 모험에 깔깔 웃게 되기도 할 테고요. 혹 이사할 집을 구하느라 마음이 지친 상태라면, 부디 고양이의 말처럼 “딱 맞는 집”을 구하게 되길 응원해봅니다. 아! 뒤의 “앗!”까지 닮지는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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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 일상과 예술의 지평선 5
김소울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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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음으로써 생각의 깊이를 쌓고 타인이 흘려보낼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저자의 생각과 자기 생각을 비교하며 사고를 확장해 나간다. 아주 좁은 공간에서도 빛과 눈만 있다면 생각을 무한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책 읽기의 힘이다. (P.193) 


“쉼과 휴식은 우리 삶에 우선순위가 될 수 없습니다. 너무 많은 일이 먼저 처리해달라고 줄을 서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쉼은 억지로 해야 합니다. 굳이 시간을 내서 해야 해요. 핸드폰 배터리 충전기를 의식으로 꽂는 것처럼, 굳이 시간을 내서 센강을 방문한 파리 시민들처럼 우리에게 휴식시간을 선사해야 합니다.” (P.94) 


결국,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선택하고 내면의 자유를 찾는 것, 쾌락을 얻거나 고통을 피하지 않고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P.147) 



솔직히 요즘 연달아 몇 권의 미술책을 읽고 있는 터라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을 광고로 만났을 때, 반짝이는 마음보다는 “또 미술책”이라는 마음이 먼저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은 단순히 미술책이라고 분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분명 제목부터 그림과 미술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커피고 코코아며, 담요고, 벽난로다. 이쯤 되면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 맞다.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나”다. 겨울밤, 로망 속의 한 장면처럼- 벽난로 앞의 푹신한 소파, 그 위의 아무렇게나 구겨진 담요, 커피 혹은 코코아가 채워진 큰 머그잔에 온기를 얻으며 읽는 책 한 권.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은 “마음이 지친 이들을 위한 미술 처방전”이라는 주제로 엮어진 책으로,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는 그림들을 소개한다. 주제 역시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정리하는 법', '나를 단단하게 하는 법', '내면의 힘을 키우는 법' 등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은 미술서라기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심리학책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심리학책보다는 그림이라는 매개로 사람을 토닥여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가 책쟁이 아니랄까 봐, 책이 등장하는 그림들은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때때로 어떤 그림은 도대체 무슨 책을 읽기에 저토록 집중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데, 그중 하나가 르누아르가 책 읽는 모네를 그린 “클로드 모네”가 아닐까 싶다. 작가는 이 그림과 더불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책을 읽으며 의미를 공유하는 기쁨을 다루는데, 그 마음을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괜히 찡한 기분이 들었다. 한쪽이라도 책을 읽는 것을 '충전'처럼 생각해왔기에, 작가의 그 말은 내게 큰 지지처럼 느껴졌다. 또 아이와 나란히 앉아 책 읽는 저녁을 몹시 사랑하는 내게, 이 문장으로 인해 르누아르의 그림이 더 깊이 다가온 것도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은 내게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그림을 '공감'과 '응원'의 대상으로 바꾸어준 놀라운 힘을 지녔다. 


그뿐인가. 평소 무척 좋아해 우리 집 부엌에서 오래도록 함께해온 그림 프레데릭 레이턴의 “타오르는 6월”에 대한 작가의 감상도 내게는 큰 공감으로 다가왔다. 사실 이 그림을 원래도 좋아했지만, 6월에 엄마가 되고 난 후 제목 때문에(어느 리뷰에서 언급했듯, 나는 '제목(=언어)'의 힘을 신뢰하는 사람이다.) 한층 더 애정을 가지게 되었는데, 작가가 남긴 “사랑하는 사람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대부분의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연민과 감사다. 고된 시간을 보내고 지쳐 잠들어있는 그의 하루가 떠오르고 또 이렇게 내 곁에 숨 쉬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P.153)”라는 문장이 무척 마음에 닿았던 것. 이처럼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의 문장들은 마치 나의 마음처럼 닿아 온기를 선사했다.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은 타인에게는 어떤 문장이 닿을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다른 이는 작가의 어떤 문장이 가슴을 울렸는지 물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마음을 돌보기 위해 미술관에 간다는 말은, 내가 도서관에서 느끼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나의 케렌시아를 떠오르게 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혹시 당신이 바쁜 일상으로 케렌시아를 잊고 살아왔다면- 부디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에 귀를 기울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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